“얀붕아, 우리 헤어지자.”

 

 

 얀순은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알겠어요.”

 

 

 작은 탄식 후, 곧바로 나오는 얀붕의 대답.

 

 

 ‘어? 이게 아닌데?’

 

 얀순은 그 대답을 듣고 의아해했다.

 

 

 -얀순아, 남친의 사랑을 확인해볼려면 일단 헤어지자고 말해봐.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너한테 매달리는지를 보고 그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거지.

 

 자신의 친구와 통화하면서 얻은 정보.

 

 

 사귀는 사이임에도 평소 얀붕이가 자신에게 잘 다가오지 않아.

 

 저 방식을 이용해 얀붕이의 사랑을 실험해보려 했더니.

 

 자신에게 헤어지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얀붕이는 커녕, 오히려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얀붕이를 보게 됐다.

 

 

 담담한 얀붕을 본 얀순은 그 모습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얀순의 의아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으며, 서리 같은 목소리로 얀붕에게 물었다.

 

 

 “얀붕아, 넌 여자친구가 헤어지자 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거니?”

 

 

 얀붕은 헤어지자는 물음에 알았다고 대답한 후로, 줄곧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

 

 

 얀붕이 얀순의 아무렇지 않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자.

 

 

 얀순은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얀붕에게 분노를 표출하려 마음먹었다.

 

 그렇기에 얀순이 얀붕에게 화를 내려던 참.

 얀붕의 입이 조금 열렸다.

 

 

 “…어요...”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

 

 

 얀순은 그 중얼거림조차 얀붕이 자신과 이야기하기 싫기 때문에 작게 말한 것이라고 간주했다.

 

 그렇기에 얀순이 다시 분노를 표출하려던 참.

 

 이번엔 얀붕의 입이 조금 더 크게 열렸다.

 

 

 “…싫어요...”

 

 “어?”

 

 

 싫다고 말하는 얀붕이.

 

 대상을 지칭하지 않고 말하는 얀붕이의 모습은 얀순이 그 대상을 자신으로 인식하고 큰 충격을 먹기에 충분했다.

 

 

 얀순이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어버버하고 있을 때, 줄곧 숙여왔던 얀붕의 고개가 올라갔다.

 

 

 “저도 누나랑 헤어지기 싫다고요..!”

 

 

 방금 나온 말은 큰 충격에 빠진 얀순을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드는데 충분했고, 얀순은 고개를 든 얀붕을 시야에 담았다.

 

 

 괴롭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며 외치는 얀붕.

 그의 눈은 물기를 어렸으며, 꽈악 깨문 입술은 얼마나 세게 깨문지 곧 피가 나올 듯 빨갰다.

 

 

 얀붕은 고개를 숙이며 신세한탄하듯이 얀순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했다.

 

 

 “그치만, 누나는 저와 급이 다른 사람인걸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얀붕의 목소리는 그를 대변하듯 점차 줄어들어갔다.

 

 

 얀붕은 줄곧 생각해왔다.

 

 자신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대학을 다니던 도중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살아가던 자신을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케어해준 것은 그녀이다.

 

 당연히 그녀에게 마음이,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얀붕은 얀순을 정말로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누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아무도 다가와 주지 않던 저에게

 

 처음으로 다가와 주고 저를 즐겁게 해주신 소중한 사람이에요.”

 

 

 자신에게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이상하게도 사람이 꼬이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다가가도 부정적인 감정들만 내비칠 뿐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처음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보여준 그녀가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얀순은 얀붕의 말을 듣고 살짝 미안해졌다.

 

 

 ‘그거, 사실 내가 안 좋은 소문들을 일부러 퍼트려서 그런건데...’

 

 

 얀순은 얀붕의 주위에 자신만 남기 위해서, 그가 몸을 판다든지, 양다리는 물론 삼다리, 사다리는 기본이라고 의도적으로 악한 소문들을 대학 내에 퍼트렸었다.

 

 

 “그리고, 누나가 저에게 고백했을 때는 정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어요...”

 

 

 과거를 떠올리며 물기 어린 눈을 하고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 얀붕이의 모습은 얀순에게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얀붕은 곧 자조적인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얼굴도 예쁘고 남자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누나가 제 여자친구라니...

 

 이런 완벽한 사람이 초라한 저와 사귀다니... 그 모습이 뭔가 어울리지 않아서...

 

 바보 같지 않아요..? 하하..”

 

 

 얀붕은 얀순이 자신을 위해 쓰는 돈에 0이 늘어날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의 무게가 0이 늘어나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래서 누나가 저한테 헤어지자고 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누나가 저 말고도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할 것을 생각하니까요.”

 

 

 저런 말을 하는 얀붕의 모습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다음, 얀붕은 살짝 장난기가 어린 표정으로 말하다가.

 

 “그리고 만약 제가 여기서 누나한테 헤어지지 말라고 애원하면”

 

 

 씁쓸한 표정으로 바꾸고 다시 이야기했다.

 

 “누나가 힘들까 봐, 상처 받을까 봐. 애원도 못하겠네요.. 헤헤...”

 

 

 이야기가 끝난 둘의 사이는 정적이 돌았다.

 

 얀붕의 눈이 여전히 물기가 어려있으며, 곧 울음이 터져 나올 듯 눈가가 새빨개져 있었다. 

 

 

 얀붕은 울음을 참고 있었고, 얀순은 얀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얀순은 지금 여러 가지 감정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얀붕이를 위해 한 짓이 얀붕이는 힘들게 받아들였구나...’

 

 후회부터

 

 

 

 ‘그나저나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니, 남 부끄럼 말을 얀붕이는 잘도 한다니깐. 참...’

 

 

 행복까지.

 

 

 하지만 여러 감정들 중에 가장 큰 감정은.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지금 덮칠까? 덮치자. 잔뜩 얀붕이의 입술을 유린해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뒤 얀붕이의 몸을 탐하자.’

 

 성욕이었다.

 

 

 지금 얀붕이 울음을 참으려고 끄읍, 끄윽 거리는 모습은 마치 비에 젖은 강아지를 보는 듯해서 얀순의 스위치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얀순은 얀붕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얀붕아.”

 

 “…흐읍, …흐아아앙...!”

 

 

 얀붕은 얀순의 목소리를 듣고 울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흐으윽...! 누나.. 죄송해여... 여, 역시 울음을 차,참을 수가.. 없었- 으웁...!”

 

 

 얀순은 두 손으로 눈가를 비비고 있는 얀붕이의 얼굴을 잡고 깊게 키스했다.

 

 얀붕은 지금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으며, 얀순은 그저 얀붕의 입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데 전념할 뿐이었다.

 

 

 키스가 끝나고 서로의 얼굴이 떨어질 때, 두 명의 입술에는 길다란 실타래가 주욱 하고 연결되어 있었다.

 

 

 “누, 누나! 이게 무슨-”

 

 “얀붕아.”

 

 

 얀순은 얀붕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고 이야기했다.

 

 

 “니가 방금 누나를 꼴리게 만들었으니까, 지금 덮치는 건 정당방위야.”

 

 

 

*

 

 

 

 침대에 누워있던 얀붕은 옆에 누워있는 얀순에게 물었다.

 

“…근데, 누나는 저를 싫어해서 헤어지자고 한거 아니었나요...?”

 

“아, 그거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알려고 말한거였는데, 어쨌든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알게 됐네.”

 

“그럼 어쨌든, 절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거네요.”

 

“그렇지, 근데 아까 네가 우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또 하고 싶네. 한번 더하자.”

 

“네? 누나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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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 이런 소심한 얀붕이가 꼴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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