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왜 그러느냐. 유림."


얼음 마녀의 고향, 빙정궁 앞에서 들려오는 알림 소리.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녀의 재능 개화에 놀랐던 것도 잠시, [집착] S랭크가 개화되었다는 말에 잠깐 게임을 일시정지시켰다.

나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얼음 마녀 백설아가 세피아색 시야와 함께 그대로 굳어버린 걸 확인한 뒤, 곧 바로 그녀의 상태창을 열었다.


――――――――――――――――――――――――――――――――――――

 

<캐릭터 정보>

 

백설아(白雪兒) <여성> · ??세 · 얼음 마녀 · Lv 81

 

<직명 · 얼음 마녀>

- 얼음을 다루는 무시무시한 마녀

- 모든 공격에 얼음 속성으로 A급의 추가 피해 적용

 

<신체 능력>

[무력 / 78 (상세한 정보 열람 가능)]

[지력 / 75 (상세한 정보 열람 가능)] 


<소지한 장비>

[운철대도 (상세한 정보 열람 가능)]

[백설아의 무복]

- 백설아의 고유 장비, 가치는 낮다 

[신발]

- 흔하디 흔한 신발이다


<재능> (상세한 정보 열람 가능) 

[얼음 내성] A급 / [얼음 특화] A급 / [검술 숙련] B+급 / [직감] B급

[대인전 특화] C급 / [다인전 특화] B급 / [집착] S급


<나에 대한 호감도>

[친애/100] <동료 상태>


――――――――――――――――――――――――――――――――――――


아무리 봐도 무시무시한 스펙이다.

과연 얼음 마녀라는 이명에 걸맞다고 해야 할까. 공략 대상을 삼을 만한 희소성과 능력은 확실히 갖추고 있다.

당장 내 무력이 40을 넘기지 못하므로 거의 2배에 가까운 그녀의 무력은 정말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뭘까? 이 [집착] S급이라는 재능은.

이 회사의 게임을 자주 즐겨본 나로서도 이런 재능은 처음이다. 

집착이라면 성격에 관련된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 근성과 관련된 재능일지도?

게다가 S급이다. 그녀가 지닌 다른 모든 재능들이 A급과 B급을 웃도는데 반해 이 녀석만 홀로 당당히 S급으로 빛을 내고 있다.


이 게임은 재능이 S급에 도달하는 순간 재능이 변화한다. 근본은 유지되면서 그 성능만 훌쩍 뛰어오르는 식이다.

그러면서 이름도 바뀌고, 설명도 바뀌는 경우가 잦은데. 이 [집착] 이라는 재능은 겉으로 보기엔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 감도 안 온다.


"어렵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그녀의 상태창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본다.

딱히 [집착] 이라는 재능 때문에 다른 재능이나 신체 능력 등이 변화했을까 의문이었으나 아무런 변동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럼 이 [집착]은 뭘까?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상세한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집착] 을 클릭했다.


띠링!


[SYSTEM]

"백설아의 상세 정보에 진입합니다. 

대상자 유림... [관철하는 자의 눈] 발동.

대상자 백설아... [직감] 발동.

대상자 백설아의 [직감] B급을 감지.

[관철하는 자의 눈]으로/로 [직감]을/를 파훼합니다.

대상자 백설아... <재능> [집착]의 상세 정보 열람이 허가되었습니다."


거참 번거롭기도 하지. 

한 번 열람이 허가된 정보는 두 번 다시 시스템 제한이 작동하지 않지만 매번 새로운 정보가 갱신될 때는 이렇게 파훼를 거쳐줘야만 했다.

10초나 기다리는 게 썩 귀찮긴 하지만, 나름 이것도 재미인데 어쩌겠어.

진짜 귀찮은 인간들은 모드로 이 시스템 과정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리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에 대한 하소연은 뒷전으로 미루고, 곧 바로 떠오르는 상세 정보창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집착] S급에 대한 상세 설명을 천천히 읽고 내려가는 동안, 내 얼굴은 점점 더 굳어져만 간다.


"뭐, 뭐야 이게."


――――――――――――――――――――――――――――――――――――


<[집착] S급> 대상자 백설아


- [의존]의 재능이 S급으로 개화한 형태,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린 신앙과도 같은 사랑. 

- [신앙]과는 다른 고유 재능.

- 위험도 산정 불가 / 추측 불가

- 이 재능은 제거할 수 없다.


- 백설아의 올곧은 성격과 자기 절제를 초월한 인내가 한계를 맞이하며 개화되었다.


- 대상자의 성격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온다.

- 호감도의 한계치가 100에서 무제한으로 조절된다.

- [집착]은 발동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재능과 신체 능력에 호감도 수치를 일정량 가산한다. (이 경우 한계는 없다.)

- 호감도 수치에 따라 [집착]의 대상이 어디에 있더라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 [집착]의 대상은 근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대 바뀌지 않는다.

- [집착]은 다른 모든 재능과 상황 속에서 무조건 우선 순위를 갖는다.


――――――――――――――――――――――――――――――――――――


곧 바로 상태창을 내렸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대체 저건 뭐야?

일반적인 재능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성능, 위험도 산정 불가에 추측도 불가한 특성, 제거도 불가능.

게다가 [의존]의 S급 개화라니. [의존] 재능은 진짜 쓸모도 없고 괜히 불협화음만 일으켜서 가능하면 제거하는 게 상책인 재능 아닌가.

그런데 그런 쓸모없는 재능이 이런 미친 성능의 재능으로 탈바꿈 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니 애초에 [의존]을 S급으로 올릴 수는 있기나 해?

아, 맞다. 백설아의 성격... 무언가 떠오른 나는 다시 백설아의 상태창을 열고 [의존]의 상세 정보를 띄웠다.


- 백설아의 올곧은 성격과 자기 절제를 초월한 인내가 한계를 맞이하며 개화되었다.


이 문구, 왠지 백설아라면 그럴 듯해. 

너무 배척 받으면서 살았던 데다가 이런 저런 심한 일도 겪다 보니 [인간불신] 재능이 A급까지 개화되어 있었더라지.

물론 호감도 이벤트로 제거가 가능해서 빠르게 지워주긴 했는데... 그때의 반작용이 [집착]의 개화에도 영향을 끼친 걸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뭔가 확신이 서질 않네.


"미치겠네. 그럼 얘가 나를 얼마나 좋아한다는 거야?"


시간이 멈춘 채, 세피아 색으로 물든 세상 속에서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백설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 되물었다.


눈이 내려앉은 듯한 새하얀 머리칼, 핏기가 느껴지지 않는 창백한 피부,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온기가 느껴지는 살결.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턱선은 날카롭게 벼려지고, 목을 타고 내려오는 곡선은 허리를 지나 탱탱하게 솟은 둔부까지 이어진다.

탄탄한 허벅지와 종아리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울퉁불퉁하긴커녕 각선미라는 말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가 될 정도로 예뻤다.

가슴이 많이 작다는 게 흠이기 하지만.

아무튼 그야말로 설화 속에서만 듣던 미모의 설녀,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그녀가 바로 얼음 마녀 백설아다.


심장이 얼어붙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느껴질 정도로 아찔한 상황들을 넘나들기도 했을 정도로 위험했던 그녀.

그런 그녀가 [인간불신]을 벗어던지고, 조금씩 나와의 관계를 진척 시키며, 이윽고 연인이 되었다.

뿌듯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솔직히 말해서 게임 속 존재가 나에게 [집착] 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게 은근히 가슴을 떨리게 한다.


"너, 진짜 엄청난 순애보구나."


멈춰있는 세상 속, 백설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니, 어쩐지 그녀가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다.

호감도가 100인데도 스킨십을 거부하던 그녀가 사실은 [집착]까지 개화할 정도로 나를 마음 깊이 좋아하고 있었다니.

왠지 나도 이 떨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굳어있는 그녀에게 입술을 겹쳤다.


쪽, 소리가 날 정도로 깊은 애정 표현. 

혀를 넣는 딥키스가 아니었음에도 어쩐지 야릇하게 느껴지는 입맞춤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어...?"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 이/가 지닌 <나에 대한 호감도>의 수치가 1000 증가합니다."


"잠시만 이게 무슨...?!"


띠링!


"잠깐만?!"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띠링!


[SYSTEM]

"[집착]의 효과로 호감도의 일정 수치가 [직감]에 적용됩니다.

[직감]의 등급이 S급으로 상승합니다. [직감]이/가 상위 재능으로 개화됩니다."


"미친!"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시정지된 상황에서 갑자기 재능이 발동하는 경우는 없었다. 

애초에 일시정지라서 게임이 멈춘 상태인 건데, 멈춘 게임이 갑자기 재기동해서 재능을 발동시켰다고?

게다가 호감도 수치가 갑자기 1000이 증가한다고?

근데 그 수치가 [직감]에 적용되서 상위 재능으로 개화시킨다고?

이게 무슨 미친 개소리... 아니 버그라는 말인가.


띠링!


미쳐버리겠네. 이 알림 소리가 듣기 싫어지는 건 처음이야.


[SYSTEM]

"[초월적 공감각] S급의 개화가 확인되었습니다."


[초월적 공감각]?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재능 명에 나는 두 눈을 껌뻑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초월적 공감각]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공감각]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공감각]이라는 재능은 오감이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보조 기능으로서 개발된 것이다.


이전부터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늘어날 수 있게 오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을 준비했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하나라도 없으면 살아가는데 각종 애로 사항이 생기는 것들.

이런 사람들은 제작진들이 준비해둔 [공감각]이라는 플레이어 전용 재능을 소지한 채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게임 속에서 이 사람들은 안 보이던 눈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느껴지지 않던 맛이 느껴지게 되는 셈인데.

실상은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어진 뒷맛 찝찝한 기능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데 [초월적 공감각]이란 대체 뭐란 말인가?


황당한 나머지 사고가 흐려지는 것만 같다.

[공감각]은 말 그대로 오감이 다소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재능이지 오체 풀만족 중인 백설아가 개화시킬 재능은 절대 아니다.

하물며 [공감각]은 플레이어의 전용 재능, 그 말인즉슨 게임 속 캐릭터가 개화시킬 수 있는 종류의 재능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니면 그건가? 애초부터 [초월적 공감각]과 [공감각]은 다른 재능이었던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옳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보조용 기능인 [공감각]이 초월적으로 변해봤자 뭐가 변한단 말인가?!

평소에 느껴지지 않던 것이 느껴지고, 한 입 만 먹고도 재료를 알 수 있고, 닿기만 해도 그 사물의 모양을 깨달을 수 있다는 건가? 뭐 그런 거야?


"혹시 괴물을 만든 거 아냐?"


S급 재능 하나가 A급 재능 4~5개 분의 능력을 뽐낸 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아니 그냥 밸런스 자체를 부숴버리는 사기캐다.

게다가 특수한 재능이 다른 재능이나 신체능력 등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아예 다른 재능까지 S급으로 개화시켜버리다니.

말도 안되게 사기다. 그냥 세계관 붕괴다.


"초기화할까? 뭐 빙정궁 이벤트는 안 봐도 상관없고... 백설아랑 할 건 다 했으니까."


너무 사기캐를 만들면 게임의 재미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부터 나는 모험이 중심이고 여자는 곁다리였을 뿐. 잘 키운 여자 동료 때문에 모험이 재미없어지면 그거야 말로 본말전도가 아닐까.


"생각해보니까 초기화는 아깝고... 세이브 파일만 따로 백업해야겠다."


어째 예전 게임과 다르게 세이브를 1칸 밖에 지원하지 않는 똥겜이라서 이렇게 세이브 파일을 따로 백업하는 귀찮음이 동반된다.

그래도 백설아 정도면 세이브를 따로 백업해 놓을 만한 가치가 있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웃으면서 메뉴를 불러와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니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유림."


"...어?"


갑자기 내 손을 붙잡는 손길, 그것도 매우 익숙한 느낌.

뒤를 돌아봤다. 아니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순간에 나 외에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선 안 되기 때문에.

나는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초월적 공감각] 발동."


"서, 설아?"


띠링!


[SYSTEM]

"[초월적 공감각]의 효과로 대상자 백설아 이/가 게임의 일시 정지 상태 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이것이... 네가 보던 세계였느냐."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어떻게...?"


띠링!


[SYSTEM]

"[집착]의 효과로 대상자 백설아의 심리 상태가 변화합니다."


"가끔씩 나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진 듯한 느낌... 이제야 알겠구나."


"아니... 이거 실화냐?"


"당연히 실화지 않겠느냐. 너무나 보고 싶었다. 날 두고 잠깐 사라지는 순간이 일백 년처럼 길더구나..."


연달아 울리는 알람 소리, 갑자기 일시 정지의 세계에 난입한 백설아.

모든 게 혼란스럽다. 애초에 있을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음에도 백설아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태연하다. 마치 먼 시간을 기다려 온 것처럼.

어쩌면 그녀의 성격 탓인가? 아니면 노련함?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는 플레이어로서 그냥 두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왜냐면 그녀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되니까. 게임 캐릭터일 뿐이니까.


"유림, 또 내게 입을 맞춰다오."


"응? 아니, 너...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시간을 멈추더니 몰래 내 입술을 빼앗지 않았느냐..."


당황하는 나와 다르게 그저 뺨만 붉히며 내 가슴팍을 툭 치는 설아.

설마 내가 일시 정지 상태일 때 했던 키스가 그대로 그녀에게 전달되었단 말인가?

놀람도 잠시, 정말로 그랬다면 갑자기 그녀의 [집착]이 발동한 이유나, 호감도가 1000이나 오른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 어떻게 그게 가능했단 말인가? 이것도 [집착]이 지닌 효과 중 하나인 걸까?


일단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당장 내게 붙어오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떼어내고 당황해 마지않는 설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설아. 이곳에 있으면 안 돼."


"무슨 소리냐?! 싫도다! 이제야 유림 너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거늘! 어째서 나를 거부하는 게냐!?"


"빙정궁 문제가 남아있잖아."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느니라!"


설아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평소 마녀라고 불리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눈가에 눈물을 맺고 있었다.

일시 정지된 세피아 색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색채를 되찾은 그녀는 같은 색채를 지닌 내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림...! 내겐 너만이 전부이니라... 모두가 이 몸을 저주할 때 너만이 내 곁에 함께 해주지 않았더냐..."


"설아, 그런 간단한 문제가..."


"전혀 간단하지 않노라!"


울부짖듯이 내지른 설아는 마지막인 것처럼 내게 달려들어 안겼다. 그녀가 안기는 느낌은 허전했다.

없는 듯한 존재를 가볍게 밀어냈다. 그녀는 살짝 밀렸음에도 깃털처럼 밀려 날아가 버렸다.


"...유림?"


"금방 돌아올게. 기다려줘."


"거짓말...! 거짓말이니라! 거짓말! 거짓말! 떠나지 말거라! 제발... 제발 떠나지 말거라! 내 너를 이토록 사랑하거늘... 왜...!"


"나도 사랑해. 그러니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욱! 으욱...!"


납득이 되지 않는 얼굴, 잔뜩 일그러진 얼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설아는 평소의 이지적이고 냉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내게 안기지 못해 슬퍼하는 모습 뿐이다.

분명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분명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런 거겠지.

게임 캐릭터치고는 제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초기화로 가닥을 잡았다. 그녀가 남아있는 세이브 파일은 내버려두기엔 부담된다.

좋은 추억만 남기고 떠나는 게 그녀를 위해서도 좋겠지.


"유림―!!"


게임 종료를 누르는 순간 화면이 서서히 암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암전하는 시야 속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난 널 영원히 놓치지 않을 거"


그리고 모든 게 종료되었다.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 이/가 지닌 <나에 대한 호감도>의 수치가 ??? 증가합니다."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 이/가 지닌 <나에 대한 호감도>의 상태가 집착으로 변화합니다."









띠링!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SYSTEM]

"대상자 백설아의 [집착] 발동."


.............

...........

.........

.......

.....

...

..

.

.

.


띠링!








[SYSTEM]

"유... 림..."





-------




읽어줘서 땡큐

오늘 생일인데 내 생일보단 갑자기 이런 게 먼저 떠올라서 쓰고 싶어졌음

생일이니까 족발 먹어야지

다음에도 좋은 글로 찾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