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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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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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루이스 시내 B구역 기밀 쉘터.


 

“여기는 블랙호크. 쉘터 1.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이 수신을 받는대로 옆에 있는 더글라스 사 문양 비컨에 신호를 보내라.”

통신병이 수신기로 응답을 하는 사이로, 글룸과 대원들은 망원경으로 쉘터 외곽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시내에 자리잡은 18세기 복장과 가슴에는 맥캔지 가문을 상징하는 명찰이 착용된 귀족의 동상처럼 보였지만 글룸에서 보이는 망원경에서는 동상의 옆으로 쉘터 내로 진입할 수 있는 길과 함께 내부에 생체 동작감지기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요청한다. 쉘터 1. 이 신호를 받는데로, 비컨을 통해 신호를 요청한다.”

“응답이 안되나?”

글룸의 물음에 병사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없을 텐데, 글룸은 의문 속에서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도 답이 없는 쉘터의 모습에 자리에 일어났다.

“내부로 들어간다. 추후의 상황에 대비해 무장을 준비한다. 통신병은 계속해서 쉘터와 연락을 계속 시도하게.”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무장을 점검 후 일어났고, 병사들은 글룸의 수신호와 함께 빠르게 이동하며, 귀족의 동상 근처에 도착했다. 글룸이 동상의 받침대에서 버튼을 눌렀을 때, 끼릭 소리와 함께 조그마한 타자기와 모니터가 활성화되었다.


 

[이곳은 더글라스 사가 관리하는 극비 쉘터 코드 DS-762 입니다. 음성 인식을 해주십시오.]

 


“글룸 가드너. 블랙호크 소대장. 현 쉘터 내에 있는 더글라스 사의 임원진 구출임무를 위해 파견.”

 


[.....음성인식 확인되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글룸 가드너 DS-762 쉘터는 현재....!@#!@%!@$!24...... 있으며... 침식 농도는 매우....1@#!@#@!#.....]

 


글룸의 음성인식이 끝나기 무섭게 숼터의 상태를 보고하던 네비게이터의 음성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수신이 완전히 두절 된 것처럼 화면은 완전히 꺼짐과 동시에 동상 받침대에 닫히고 있던 쉘터 문이 끼리릭 하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글룸이 수신호를 보내며, 내부로 진입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대원들은 선으로 진입하는 글룸을 따라 쉘터 내부로 들어왔다.

“쉘터 내부로 들어왔다. 통신은 계속 보내고 있나?”

 


[네. 연락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아직 아무도 응답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글룸 대장님. 혹시 저희가 구출하려는 쉘터 내에 아무도 없다던가.....]


 

“그럴리가 없어. 현 쉘터내에서는 이미 우리가 미리 대피시킨 임원진들이 있어. 그 임원진들의 생사여부를 내가 집적 확인했고.”

글룸이 지하 2층까지 내려간 후 굳게 닫힌 쉘터문을 향해 걸어가며, 단호하게 말했을 때, 굳게 닫혀진 쉘터 너머로 사람의 소리가 할 수 없는 섬뜩한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기괴한 괴성은 쉘터 밖에 있는 병사들과 자신과 통신을 진행하고 있는 통신병에게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통신병. 현재 지원가능한 블랙호크가 있으면, 현 쉘터로 지원요청을 보내.”

 

글룸은 그 대답 이후로 통신을 종료했고, DS-762라 쓰여진 거대한 쉘터 문에 코드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삑 소리와 함께 쉘터 문이 3중으로 잠궈진 잠금장치를 풀며 문이 열렸을 때, 전술조명을 활성화시킨 라이트 속에서 피로 닥지닥지 칠해진 벽과 함께 널부러진 시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각 대원 안전장치를 풀고 경계해.”

글룸의 대답도 잠시 거대한 울림과 함께 열린 쉘터 문의 소리에 이끌린 듯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빠르게 코앞에 들려왔고 글룸과 병사들의 전술조명 속에서, 뒤틀린 육체를 이끌며 키에엑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침식체가 달려오고 있었다.

 


“전방에 침식체 다수 확인!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위치를 잡아 내가 선봉에서 막겠다!”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마름모 형태의 장치를 투척했고, 투척한 지점으로 방패가 형성되며, 거대한 침식배리어를 형성했다.

“방벽이 버티는 동안 놈들을 제압한다!”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숄더 방패를 활성화시키고 전방에서 반자동 샷건으로 망령에 잠식된 쉘터 거주민들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참혹한 피와 망령들의 비명이 쉘터 내부를 가득 채웠을 때, 글룸은 자신의 손목에 착용된 소형 핸드캐논으로 모여있던 침식체들을 향해 유탄을 발사했고, 자욱한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침식체들을 날려버렸다. 자욱한 연기 사이사이로 백색빛의 배리어가 활성화된 전술방벽 주변으로 수많은 침식체들과 더글라스 사의 임원진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상황 종료입니다.”

“당장 남은 인원들을 이끌고 생존자를 수색해.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그게......... 저희 감지기에서는 어떤 생체반응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병사는 그렇게 대답하며, 글룸의 앞에서 생체 감지기를 보여주었다. 동작감지기에서는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고, 짙은 정적만이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글룸의 눈 앞으로 피투성이가 된 조그마한 여자인형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을 때, 글룸은 양손에 쥐고 있던 샷건을 내려놓은 채 침식체와 사람의 피로 뒤범벅이 된 장갑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병사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글룸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때, 그의 허리춤에서 무전이 들어오고 있었다.


 

[글룸 대장님. 아리사 대장님의 부대가 현재 그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괜찮습니까?]



 

통신병의 물음에, 글룸은 한참동안 피투성이가 된 채 널부러진 조그마한 인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제는 없어. 이 이후로는 내가 보고한다. 각 병력은 내 지시에 따라 세이프 지점에서 합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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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종료 30분 후.

터널 랫츠 내부.

 

더글라스 사의 블랙호크 문양을 두른 차량들과 병사들이 구출한 임원진들과 가족들에게 추후 상황과 대피소에 대한 지침들을 내리는 사이로, 아리사는 당시 작전에 글룸과 함께 참여했던 병사의 안내를 따라 글룸이 탑승한 장갑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글룸의 상태를 체크하던 의무병이 아리사 대장의 발소리에 시선을 옮겼지만 글룸은 침울해진 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상태는?”

“침식억제 배리어는 잘 동작되고 있었습니다. 쉘터 내부에 교전이었음에도, 큰 부상은 없습니다.”

“잠깐 나가 줄 수 있나? 글룸과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으니까.”

아리사의 대답에 의무병은 고개를 끄덕인 후 차량 밖으로 나갔고, 아리사는 자신의 병사들에게 가볍게 손짓하며, 물러나라는 지시를 보냈다. 차량내 계패문이 서서히 닫히는 사이로, 글룸은 면목이 없다는 아리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연락은 받았어. 쉘터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모두 당한 뒤였습니다.”

당했다. 흔히 말한다면, 침식체가 되었다는 이야기겠지. 쉘터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을 테니까. 특히나 자신이 담당하고 추후에 구하겠다고 약속했던 상황이었으니 더더욱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하지만 전 이미 그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알고 있어. 구하지 못했고, 그걸로 인해 죄책감이라는 것들이 네 심장과 목을 휘어잡고 있다는 것도 말이야. 하지만 거기에 시간 쏟기에는 네가 없으면, 안되는 상황들이 많아. 글룸. 부하들 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로 네가 없으면 그 개 같은 레이시카에게 휘둘리는 것도 짜증나고 말이야. 알잖아? 그 쌍년 성격.”

아리사는 다시는 생각하기 싫다는 시선으로 글룸에게 말하자, 글룸은 그렇긴 하죠....라고 대답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글룸은 심호흡 속에서, 자신의 멜빵에 착용하고 있던 반자동 샷건을 내려놓은 아리사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가 도착했을 때, 쉘터는 이미 작살난 상태였다고?”

“침식화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저희 부대가 내부로 진입했을 때, 응답이 되지 않았구요.”

“당시 네가 외곽에 있었을 때, 침식의 징조나 흔적들은?”

“.......없었습니다.”

“없다고? 쉘터가 놈들에게 장악되었다면, 침식사태에서 볼 수 있는 침식의 파편이라던가 침식체들이 외부에 있었을 텐데 안 보였다고?”

“네. 주변에 적은 없었습니다. 추후 사태를 대비해서 통신병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저희가 내부에 있던 침식체들과 교전을 벌일 때까지 외부에서는 어떤 위협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부는 이미 학살의 흔적으로 가득 찼고, 침식화가 진행된 흔적들은 없었습니다.”

글룸의 이야기 속에서, 아리사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기존 침식체들이 내부에서 들어와 쉘터를 공격한 게 아니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네 말대로라면, 쉘터 내에 있던 침식체들은 현재 시내에 나타난 신종이겠네?”

“망령 말입니까?”

“세간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지. 물리적인 육체가 없고, 그릇이라는 이름으로 카운터까지도 잠식시켜버리는 침식체. 글룸 네 말대로라면, 당시 쉘터 내에서는 망령이 있었고, 그 망령으로 인해 쉘터는 너희 부대가 도착하기 전부터 끝장이 난 상태겠지.”

그 쉘터가 대비를 못했다면, 망령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기에 당시 더글라스 본사에서 발생한 침식사태에서 잠식된 채로 내부로 들어왔을 수도 있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지만, 글룸은 말이 안 된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저은 채 아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가 출발하기 전..... 쉘터는 한번 더 체크를 했었습니다.”

“그게 언제였지?”

“시커 타입 장비들을 지급을 받은 후, 대장님과 함께 작전을 개시하기 2시간 전에 말입니다. 쉘터는 알고 계시듯 세이프 포인트와 가까운 곳이고, 저희가 작전을 진행하는 루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확인도 할 수 있었죠.”

“그때 쉘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을 확인했다는 거야?”

“네. 당시 사내 임원진들에게 시커타입 장비를 지급했었구요. 당시에 모든 시설내에 임원진들은 시커 장비를 착용한 걸 확인했습니다.”

“그럼 그 안에서 어떻게 망령이 들어왔다는 건데? 그럼 더더욱 말이 안되잖아.”

“그렇기에 저도.....”

글룸의 대답도 잠시 바깥에서 차량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차량 내부에서 들려올 만큼 섬뜩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아리사는 그 차량 바깥에서 또각또각 들려오는 발소리에서부터, 역겹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기운을 느꼈다. 장갑차문이 서서히 열렸을 때, 바깥에서는 레이시카가 팔짱을 낀 채, 조소로 가득찬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어울리는 한쌍이야. 박쥐와 새까만 잿빛 색 쥐새끼. 보기만해도 정말 물어뜯어버리고 싶다니까.”

“이미 일은 끝난 것 같은데?”

아리사의 대답에 레이시카는 개소리 하지 말라는 시선으로, 아리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리사 빈센트. 저 새끼가 제대로 사고쳤다고 해서 말이야. 임원진에 관련된 부분에서 사고가 생기지 않겠다. 라고 말했던 새끼가 기어코 임원진들을 구출하지 못했는데? 그냥 넘기라는 건...... 네가 말해도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이 안들어?”

“마치 글룸이 대형사고를 친 양 얘기를 하는데, 이 녀석이 오기 전부터 이미 습격을 당한 뒤였어.”

 


'결국 그게 관리를 안 한 거잖아?'

 


좋은 말로 할 때, 나와. 저 새끼와 함께 목 뜯겨나가기 싫으면.”

레이시카의 대답에 아리사는 주먹을 쥔 채 맞서려고 했지만 글룸은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그런 그녀를 말렸다. 장갑을 두른 슈트 속에서, 글룸이 일어났을 때, 레이시카는 눈 웃음을 지으며, 나오라고 고개로 안내했고 글룸이 바깥으로 나왔을 때, 레이시카는 눈을 부릅뜨며 글룸을 발로 걷어찼다. 컥 소리와 함께 글룸이 나뒹굴었고 주변에 있던 블랙호크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 




“네가 말했지?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근데, 이게 제대로 한 거야? 덩치값도 못한 채 장비만 챙기고 폼으로 싸돌아댕긴거야? 너 같은 새끼에게 일을 맡겼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상상 이상으로 최악일 줄을 몰랐어. 알고나 있어!”

레이시카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려는 글룸의 몸을 다시 한번 걷어찼고, 글룸은 컥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나뒹굴었다. 마치 목줄이 풀린 광견처럼 글룸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글룸은 그런 레이시카의 공격을 받으며,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글룸이 피투성이가 된 채 경련의 독이 퍼져오며 움직이지 못했고, 레이시카는 키득거린 채 웃으며, 두 무릎을 굽히고 몸을 숙인 채 뒤집어진 몸이 뒤집혀진 곤충처럼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지켜보았다.



“내가 이래서 너 같은 새끼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 거야. 결국 이런 꼴이 나니까. 꼴레 부대 창설했다고 유난 떠는 새끼들이 이런 곳에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토가 나올 지경이니까. 쇳덩이 없으면 침식체가 되는 병신들이 나대는 꼴은...... 갱단에 있었을 때부터, 두들겨 패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었지.”

“면목이 없습니다....... 대장님......”

글룸의 대답에 레이시카는 풉 웃으며, 고개를 저은 채 엉뚱한 답을 선택하고 있는 글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아니지. 그렇게 말하면....... 그 값을 더 받아야지? 네가 철저히 관리를 못했으니까. 특히나 우리 사장님은 너 같은 새끼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려줬거든. 내가 뭔 짓을 해도, 

 


'사고사였다.' 라고 하면 그만이거든?'

 


레이시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권총을 꺼내며, 글룸의 머리를 조준했고, 병사들은 대장님! 소리를 치며, 달려들었다. 

“이 새끼랑 같이 길동무 되고 싶으면, 나와. 바로 골로 보내줄 테니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부하들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래? 꼴레 대장 되었다고, 혼자 가시겠다? 바퀴벌레 새끼치고는 꽤나 대단한 대장님이신걸? 그 부분은 나도 좀 놀라긴 했어. 이리저리 걸레처럼 눌러붙는 쌍년보다 낫다고 생각하거든.”

레이시카는 그렇게 말하며, 그런 자신을 말리려는 블랙호크 병사들을 향해 경고를 보내듯 조소의 미소를 지은 채 소리치듯 말했다.




“글룸 가드너. 더글라스 사장의 주요 임원진을 보호하지 못했으며, 동시에 쉘터내 관리를 이행하지 못한 방조죄로 이 자리에서 즉결 처분을 하겠다. 이것은 더글라스 사 사장의 대리이면서 동시에 와일드 독의 대장인 레이시카의 권한으로 집행한다. 만약 이 자리에서 내 집행을 방해하는 새끼들은 이 새끼와 함께 즉결 처분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레이시카!”

아리사의 외침에도 그녀는 킥킥 웃으며, 그런 자신의 행동에 역겨워하는 아리사를 원했다는 듯 두 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글룸은 부사장이 임명한 블랙호크의 대장이야. 임원진들이 보는 앞에서 죽여버리겠다고?”

“임원진을 우선 적으로 지켜라.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 있을 필요는 없다. 네가 그곳에서 걸레짓을 하느라 정신 없었을 때, 너 같은 쌍년이나 이런 병신들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더글라스 사장님의 명령이야. 마침 난 그걸 이용해서 후환을 만드는 새끼들을 정리하는 것 뿐이고.”

“지금 네가 하는 건 그냥 화풀이식으로 죽여버리는 짓거리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체면이고 뭐고 따 똥통에 처 박아버린거야?”

“화풀이라니, 그런 식으로 켈빈 새끼를 뒤통수 친 년이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레이시카의 대답에 아리사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찬 권총을 움켜쥐었다. 죽여버리겠다는 눈빛. 부사장의 개가 되지만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권총을 움켜쥐는 사이로 초커에 가려진 목에서 아리사는 핏방울이 자신의 목 안으로 넣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퍼져왔다.




“비켜. 아니면, 네가 저 새끼 대신해서 죽어줄거라면야 난 환영이고.”

“닥치는 대로 죽이는 그 지랄맞은 짓은 그만해.”

“호오? 그래? 이 자리에서 그 추잡한 걸레년이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볼까?”

레이시카는 아리사를 향해 총을 겨누자, 아리사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허리춤에 권총을 쥐었다. 그런 아리사의 뒤로, 글룸이 자리에 일어났고 그는 권총을 조준하고 있는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레이시카 대장님. 아리사 대장님은 이 일과 관련이 없습니다. 결국 제가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며, 그것이 즉결처분이라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글룸의 대답에 레이시카는 큭큭 거리며, 배를 움켜쥔 채 웃기 시작했다. 절망 불썽 사나운 로맨스 소설도 이거보다 더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컷 웃은 후 레이시카는 더더욱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광대 같은 글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맞아. 저 씨발년은 상관없긴 해. 너 같은 새끼 머리통에 한발 박아주면 그만이니까.”

레이시카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글룸의 이마를 향해 가리켰다. 그 제스처에서부터, 글룸은 자신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버릴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고통은 없을 거야. 곱게 디져준다면 내 입장에서도 편하고 말이야.”

레이시카는 그렇게 말하며, 총을 천천히 글룸의 머리에 겨누었을 때, 아리사는 이성의 끈을 놓기 직전의 눈동자로 자신의 허리춤을 향해 홀스터를 풀었다. 레이시카의 권총이 안전장치를 풀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울려퍼졌고 그 울림은 이내 주변에 있던 병사들 쓰러질 정도로 퍼졌다. 



“씨발 뭐야? 무슨 일이 터진거냐고!”

“시내에서 원인모를 폭발로 인해 터널랫츠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터널랫츠 내외 병력과의 통신이 일제 두절되고 있습니다! 현재 상공에 지상 병력이 거센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게다가 통신이 두절되고 있다니! 병신 같이 서있지 말고 당장 확인하라고!”

레이시카는 당황한 시선으로, 명령을 내리는 사이로, 통신 회선을 들고 다니는 병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이며, 연락이 끊긴 태스크 포스 소대와 부대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혼란에 빠진 사이로, 아리사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그녀를 향해 권총을 겨눌 수 있었지만, 열었던 홀스터를 닫은 채 레이시카에 성큼성큼 다가갔다.




“보아하니 꽤나 엿같은 일이 터졌나보지?”

“닥쳐! 이건 내가......”

“처리할 수 있다고? 너 같은 돌대가리 년이 뭘 하겠다고 지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우습게도 니콜라스 부사장이 임명한 네가 말하는 병신 새끼가 각 회선과 통신관련해서 꽤나 유능한 새끼거든?”

“웃기지마! 이 새끼가 또 사고칠게 뻔하잖아! 죽여버리면.....”

 



'넌 뒤질 준비를 해야겠지?'

 



아리사의 대답에 레이시카는 말문이 막히는 자신에 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운이 좋았지만, 브링어가 터널랫츠의 존재를 알고 들어오면, 세인트 루이스는 끝장이야. 지금 지상에서 작전 진행 중인 태스크 포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그 상황에서 네가 이 새끼 머리통을 날리면, 네가 좋아하는 사장님이 너 같은 미친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게 될걸?”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당장 쏴보란 듯 시선을 보냈고, 레이시카는 잘못하면 최악으로 직결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점점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전황에 레이시카는 자신의 손에 쥔 권총을 내려놓은 처분을 기다리고 있던 글룸을 노려보며 말했다.




“.......씨발 운이 좋은 줄 알아.”

레이시카는 그렇게 대답하며, 물러난 사이로, 아리사는 자신을 의식하듯 바라보는 글룸에게 다가갔다. 옆에 있던 블랙호크 병사들이 다가오는 사이로 글룸은 무릎을 꿇었던 자신의 몸을 일으킨 채 걱정하듯 다가오는 그들을 주시했다.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당분간은. 물론 저 미친년이 언제 그랬냐는 듯 널 죽일진 모르지만. 보아하니 널 죽이기에는 바깥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착용했던 멜빵이 둘러진 반자동 샷건을 그에게 주며, 안 움직일거야? 라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글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샷건을 받은 채 일어났다.



“약속대로니까요. 그리고 지금 지상에서 진행중인 작전이 문제가 생겼고, 특히 통신두절은 지금 저희에게는 큰 위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보아하니 통신이 어떻게 두절 되었는지 감을 잡았다는 것 같은데? 알고 있는 거야?”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에는 복잡할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작전 차량에서 얘기하겠습니다.”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자는 시선을 보냈고, 글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 장갑차량 내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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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차량 내부에서 글룸은 자신의 샷건을 내려놓고 세인트 루이스 시내를 활성화했고, 화면에서는 작전 진행중인 델타세븐과 벨치카 함대의 이동경로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폭발 여파로 터지기 전까지의 상황입니다. 함대는 해당 포인트에 집결 이후로 벨치카는 침식체가 집결중인 시내 남쪽으로, 델타세븐은 더글라스 사의 군수 생산시설 업체가 있는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델타세븐은 시설 확보. 벨치카는 시내 구역의 전선을 장악하고 확보할 생각이었나보네? 세인트 루이스 내 생산시설은 침식사태 발생 이후로, 생산이 중단된 상황이니까.”

“이 시설을 확보 이후로 추후 벨치카와 합류를 해서 침식체들을 제압하고 밀어낼 작전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문제가 생겼죠.”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폭발이 발생한 지점을 아리사에게 보여주었다.



“미주리 통신 중계 센터?”

“세인트 루이스에서는 각 통신설비를 담당하는 여러 구역들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전체적인 회선 네트워크를 총괄을 담당하는 센터가 이 미주리 중계센터입니다. 침식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유일하게 중계를 담당할 수 있는 시설중에 하나죠. 당시 폭발로 인해 이 센터의 중계 시설들이 파괴되었고, 그 여파로 인해서 도시는 외부 뿐만 아니라 현재 시내에 진입하고 있는 병력간의 연락이 제한적이 된 것 같습니다.”

글룸의 대답에 아리사는 지상에서 벌어진 폭발이 단순한 전쟁의 포성이나 폭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지금 도시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 되었다는 거네? 심지어는 지금 작전 구역내에 있는 부대간의 연락도.......?”

“완전히 단절 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서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통신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연락 범위는 어느정도 되는데?”

“길어야 시내 기준으로 4~5km 정도입니다. 물론 저희가 가지고 있는 중계기를 활용하면 그나마 완화되긴 하겠습니다만,”

“중계기를 설치를 해야 한다. 이 말이네? 그 중계기가 없으면, 눈 앞에 있어도 연락을 취할 수단은 전무할 거고.”

모든 상황을 정리 후 아리사는 심각한 상황임을 알게 되었지만, 글룸이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듯 묘안을 얻게 된 표정이었다. 



“아리사 대장님.”

“알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다만 그 상황은 저 개같은 년이 속한 부대에게도 마찬가지고. 주인에게 꼬리를 살랑 흔드는 모습을 보기만해도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말이야. 마침 지금이 적기기도 하지.”

“그 일로 인해서 저희 부하들에게도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글룸의 물음에도, 아리사는 그런 글룸의 모습에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들어. 네 목을 뜯지 않았다고 해서 널 살려두는 건 아니야. 기회만 되면 네 머리통에 당장이라도 총알을 박아버리려고 할 테니까. 네가 죽고 나면, 다음에는 네 부하들이 그 쌍년의 먹잇감이 될거야.”

 


'너라면 그 꼴은 보고 싶지 않겠지?'

 


아리사의 물음에 글룸은 아니라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부하뿐만 아니라 니콜라스 부사장님에게 누를 주고 싶지 않은 신념. 고결한 신념이긴 하다. 

“내가 이곳에 대장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그동안 내가 재경그룹에서부터 시작해서 목마까지 진행했다는 건 알고 있을 거야. 그로 인해서 난 박쥐라고 찍혀버렸다는 것도.”

“더글라스 사에서 아리사 대장님은 그렇게 인식이 되고 있으니까요. 특히나 레이시카 대장님은 신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러시겠지. 아리사는 앙숙이나 다름이 없게 된 그녀의 관계는 질리게 경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아리사는 글룸에게 호기심이 들었다. 그 신념을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이제 내가 너에게 시키게 될 것들은 차라리 침식전에서 침식체들을 죽여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그녀의 경고 섞인 대답에도 글룸은 어떤 동요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반자동 샷건을 장전하고 아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준비는 되었습니다. 이미 시작한 작전인 이상 전 마쳐야 합니다. 대장님께서 이미 절 구한 이상 그것이 핏빛으로 얼룩졌다고 해도 뛰어야 겠죠.”

“쉽게 말해 고맙다는 거네? 사실 너보다는 레이시카 그 미친년이 평소 지랄맞던 짓거리를 임원진들에게 알게 되면 귀찮아서 그런건데?”

“의도는 상관없습니다. 대장님. 대장님이 무엇을 진행했든 이미 이곳의 대장이니까요.”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명령을 기다렸다. 아리사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얻게 된 소녀처럼 턱을 괸 채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결정한 듯 대기 중인 운전사에게 수신기를 달라고 손짓했다.


“각 병력은 내가 지정한 포인트에 집결 후 작전을 개시한다. 이 작전은 나 아리사 빈센트와 글룸 가드너가 진행할 것이며, 이 관련된 내용은 와일도 독 소속에 병사들이나 레이시카에게는 절대 전달하지 말도록. 만약 조금이라도 이 명령을 위배하면, 그때는 나 혹은 글룸이 즉결처분을 내릴 것이다. 반드시 참고하도록.”

 

아리사가 연락을 끊기 무섭게 정차중이던 장갑차에서 시동이 켜진 듯 우웅 소리가 들려왔고, 차아리사 탑승한 장갑차량을 중심으로 병력이 하나 둘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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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루이스 침식 사태 발생하기 4개월 전.

더글라스 사 본사 니콜라스 부사장 실.

 

“흐음.... 그렇군요. 당시 부전대장 치고는 꽤나 험악한 일들을 겪었군요.”

“그렇습니다. 차라리 침식체들 속에서, 뒤엉키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입니다.”

글룸의 대답에 니콜라스는 그런 그의 대답에서 진솔함이라 부르는 감정을 느꼈다. 보통이라면 현계에서 나타난 침식체들과의 전투에 지치거나 혹은 미쳐버리거나 이성을 잃는 게 오히려 약이 될 정도라고 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관리국이라고 하지만 그 이름을 이용해서 자신의 적을 그런 식으로 제거하는 곳이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전 관리자는 그들에 비하면 나았죠. 그 전에 관리국 전대들은......”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이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라는 거겠죠. 우습게도 침식체에서 나온 이터니움의 고가의 가치가 존재하는 광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더욱 그렇게 했겠죠. 우습게도 관리국에 있는 전대라는 이름의 병력은 말이 침식체를 방어할 뿐, 눈 앞에 있는 광산을 채굴하기 위해 '곡괭이' 에 불과했으니까요.”

니콜라스는 우습기 짝이 없는 관리국의 현실을 알게 된 그를 이해한다는 시선으로 커피를 마셨다. 한 모금을 마시는 사이로 그는 묘한 생각을 느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보니 글룸. 참 재미있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저와 만나기 전까지 관리자들과는 다르게 당신이 소속된 관리자는 다르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그 관리자는 어땠습니까? 기존의 관리자들과는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부사장님. 이미 아셨듯 관리자의 기밀누설은.....”

“그런 신상이나 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룸. 그냥 당신이 그 관리자의 휘하에 속해있었을 당시 전대와 관리자의 분위기를 알고 싶은 것입니다. 전대내 분위기라던가 혹은 그 전대를 책임졌던 관리자가 당신이 봤을 때, 기존의 관리자들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말이죠.”

“당시 관련 작전에 이야기들은 가능하면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관리자님의......”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긴장과 난처한 시선 속에서, 니콜라스는 그런 관리자를 지키려고 하는 그의 움직임에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호기심만큼이나 글룸도 긴장과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며, 주시하는 그의 분위기에 호흡이 진정이 되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아니면 제가 당시 관리자로 임명했을 당시 분위기를 알려드릴까요?”

“부사장님.... 그건.....”

“뭐 괜찮아요. 글룸. 이야기를 해도 어차피 말도 안되는 풍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뿐일테니까요.”

니콜라스의 대답 속에서, 자리에 일어났을 때, 글룸은 자신이 '면접자' 가 아닌 '면접관' 이 된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언제부턴가 슈트를 입은 자신은 그의 안내에 따라 앉아있었고,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담당했던 구역은 챔버 지부 중부구역이었습니다. 교통과 채광 그리고 신형 차원함들이 상공에 오고가는 교통의 중심지였죠. 업무는 간단했습니다. 중부 지부의 침식사태 억제 및 신종에 대한 대비 그리고 그들의 위협에 대비한 새로운 플랜을 준비하는 것. 

 

들으면 간단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 인류만큼이나 침식체들도 진화합니다. 교활하면서 동시에 이 현계의 곳곳에 파고들며 우리가 방심하며, 무너지는 순간을 노리고 있죠.”

니콜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글룸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듯 질문의 권한을 주었다. 글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질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사장님이 맡으셨던 작전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신 작전이 있으셨습니까?”

“기억에 남는다라........ 아주 많았죠.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작전이라면......”

 


'세인트 루이스 차원항의 침식사태였죠.'

 


시작은 로터스 출신의 남성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항공 검색대에서는 이 남자의 거동이 수상했다고 판단했던 경비원들이 그에 대한 입국을 불허하며, 막으려고 했을 때 그 남자는 자신의 몸에 준비되었던 고위험 이터니움이 대량으로 들어간 폭탄을 입에 머금은 채 자폭을 했고 그 폭발과 함께 차원항에서 3종 이상의 침식체들이 포탈을 통해 소환되었죠.”

“폭발과 함께 침식체들이 튀어 나온 겁니까?”

“당시 이 남자에 체내에는 이미 고위험 급 침식파가 체내에 가득 분포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로터스 구역은 침식체를 '신이 내려주신 선물' 이라 판단하며, 그들을 섬기거나 혹은 그들을 중심으로 한 크고 작은 교도들이 존재하는 곳이죠. 보아하니 이번에 로터스에서는 그들을 이용해 '인위적인 침식사태' 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이해를 하게 된 것 같다군요.”

니콜라스의 대답에 글룸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 자신이 앉아있는 자리 뒤로 차원함이 건물을 스치켜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그 폭발로 인해 당시 구역 내에서는 침식사태가 발생했으며, 당시 제 관할 관리국 태스크 포스가 출동했었습니다. 가까스로 침식의 원흉이었던 침식핵을 제거하면서 마무리 되었지만, 당시 항구 내에 있던 시민들 대부분은 부상을 당하거나 당시 폭발의 여파에 휘말리면서, 침식체로 변이되고 있었죠.


 

그 사태 이후로 챔버 지부에서는 이 사태를 명백한 챔버를 위협한 사항이라 규정하고 로터스 관리국에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저 또한 당시 그 구역을 관리했기 때문에, 로터스에 집적가서 관리국에 정식적으로 만나기도 했죠.”



“로터스 쪽에서는 어떻게 얘기를 하셨습니까?”

“사태 발생 직후로 로터스 쪽에서도 이 사태의 추정되는 조직을 조사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겉으로만 관리국일 뿐, 이미 전에 이야기했듯 로터스는 '침식체' 를 신의 선물이라 판단하며 그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특히나 그 관리국에서조차 이렇다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현 로터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니콜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듯 글룸을 바라보았다. 글룸은 자신의 대답을 원하는 니콜라스의 시선 속에서, 입을 열어 말했다.

 



'카심 교단. 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로터스를 중심으로 생겨난 침식체를 중심으로 연구와 종교를 발전시킨 교단. 당시 사태를 일으킨 자 또한 카심교단 소속이었고, 당시 교단을 방문해 그들이 정말로 교단 소속이며, 챔버를 무너뜨릴 목적으로 이 사태를 꾸민 것인지에 대해서도 추궁했었죠.

 


하지만 그들은 아니라고 했었죠. 그들의 얘기로는 그는 이미 교단에서 이단으로 취급된 존재였으며, 교리를 거부하고 도망친 '자칼' 이라고 비유를 하며, 추방시켰다고 했죠. 또한 교단에서는 그들에 대한 기도를 할 수 있지만 자칼에 대한 일에 대해서는 교단은 어떤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답변과 함께 우습게도 그 사태는 그 누구도 책임도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결국 죽거나 변이 된 채 최후를 맞이한 자들에게 어떠한 답도 전하지 못한 채 말이죠.”

니콜라스의 대답에 글룸은 그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니콜라스를 바라보았다. 



“그 사실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침식체보다 제일 위험한 존재는 '인간' 이라는 것을 말이죠. 침식체들 속에서, 얽히면서 전장을 보내는 삶이 더 나을지도 모를 정도니까요. 그나마 글룸 당신이 있었기에 이 '첫 미팅' 이 좀 더 솔직해져서 편할지도 모르겠군요.”

“첫미팅? 부사장님. 지금 면접은 제가 마지막이 아니란 겁니까?”

“전 그들과 만난 적이 없습니다.”

“네? 만나지 않았다니.....”

글룸의 의문 속에서, 자리에 일어났을 때 니콜라스는 그런 그를 유유히 지나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손에 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옆에 놓인 숟가락을 부드럽게 저으며 말했다.



“그들의 미팅은 장준수가 대신해서 처리했습니다. 물론 이곳에 왔으며, 나름대로 '예의' 를 보내주었기에 그에 답해서 그들을 보내주었구요. 적어도 그들이 '불쾌감' 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게 끔 말입니다.”

“......처음부터 그들에 대한 채용은 할 생각이 없었던 겁니까?”

“그들은 처음부터 저의 신임을 얻기 위해 보낸 '뇌물' 과 같은 자들이니까요. 저희의 성공에서 새어나오는 조그마한 이슬을 먹으며, 바깥으로 나오고 싶어하죠.”

뇌물. 그의 눈앞에 놓인 이터니움 결정에서 나온 침식파가 나왔음에도 그들은 '조그마한 위협' 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 흔적을 찾기 위해 움직였을 때부터 니콜라스는 그들이 주는 '뇌물' 을 거부하듯 장준수를 통해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신뢰' 라는 건 없습니다. 글룸. 자신이 가져갈 수 있다면 조그마한 물에서부터 시작해서 치즈.... 심지어는 이 회사를 가져가고 싶어하죠. 그렇다고 전 그들을 처리하기 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을 좀 더 활용할 수 있다 판단하고, 그들에게 '가능성이 있다.' 라는 이유로 그들을 주시할 뿐입니다.”

“만약 그들이 조금이라도 부사장님에게 벗어나려고 한다면,”

글룸의 물음에 니콜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슈트에 감싸진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그에게 반대로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알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글룸. 당신이 전대에 속하고 진행했던 작전들 중에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적이 침식체나 그림자가 아닌

 

'인간인 적이 있었습니까?'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