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챕터 2


11편  12편  13편 14편 16편  17편  18편  19편 20편 21편  22편 23편 24편  25편  26편  27편 28편  29편  30편


31편 32편 33편 34편 35편 36편 37편 38편 39편 40편 41편




"발화된 불화는 그 분열을 준비한 자를 향해 겨누어진다. 곧 다가올 파멸의 순간을 깨닫지 못한 채."



/

 


참 기이한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을 죽어라고 싫어했던 이 케빈이 자신과의 미팅을 원한다고 했을 때, 자신의 눈 앞에 죽음의 사신이 자신에게 전달해준 메시지인가 싶을 정도였다. 자신과 담을 쌓은 채 수십여년동안 회사라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더글라스의 초청에서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의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그때는 일이 많다는 핑계로 넘기려고 하지 않았느냐? 케빈. 그런 네가 왜 갑자기 순진한 어린양처럼 변해버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저 또한 최대한 예의를 치루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주님. 그렇다고 당주님이 저에게 한짓거리가 용납이 되지 않으니까요.”

더글라스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입가에 문 시가를 깊게 들이키며 말했다.



“하지만 저 또 한 이 회사를 일으켰을 때, 맥캔지라는 가문의 후원이 존재하는 이상 저 또한 가문의 구성원들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건 순전히 가문의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지 당주님을 위한 건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망은 있지만 결국은 할 건 해야 겠다는 건가? 콜빌은 더글라스의 대답에서 이해했다는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케빈. 내가 당주로 내려 간 이후로 여전히 너에게 그 모든 짐을 내던졌다고 생각하냐?”

“그렇지 않고서야 그 생지옥 같은 순간들이 남아있지 않지 않습니까? 그 빌어먹을 재경그룹 놈들의 잔챙이 같은 기자놈들만 생각해도 화가 치밀 정도니까요. 당주님. 예전부터 그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전 알고 싶었습니다.

 


'왜 그들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라진 겁니까?'


 

그의 질문에도 콜빌은 침묵 속에서, 그의 앞에서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글라스도 그 일에 대해 그가 입을 열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우습게도 관리실패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이어지던 그들의 추악한 손길은 한 인간의 내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있던 온갖 추악한 것들을 끄집어내버렸으니까. 콜빌은 그런 더글라스의 겪었던 그 기억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듯 다른 화제를 전환시켰다.



“그래...... 일단은 네가 선택은 한 것이니까. 당주인 내 입장에서는 한결 나아지긴 했다. 케빈. 지금의 일들보다 중요한 건 결국 가문이랑 회사니까.”

콜빌은 그런 그의 결정에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으로 그의 빈잔에 잔을 따르기 시작했다. 독하고 잔혹한 색채의 황금빛 위스키가 가득히 따라져있었다. 



 

“말했듯 너에게 주는 당주의 자리는 이미 네가 생각할 정도의 그런 끔찍한 자리는 아니라는 걸 내가 약속하마. 네가 준비한 것들을 말아먹으라고 니콜라스를 준비한 게 아니니까. 니콜라스 또한 네가 이끈 회사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지라고 했으니까.”

콜빌은 그렇게 대답하며, 잔을 마셔도 좋다고 손짓했고 더글라스는 긴 침묵 속에서, 그로부터 받은 잔을 마시기 시작했다. 더글라스는 마신 후 수많은 세월의 바람에 깎여진 그의 주름과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콜빌은 그런 그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겠다는 시선으로 자리에 일어나 자신의 검은색 카우보이 햇을 쓰며 말했다.



“이제 그 일은 과거란다. 케빈. 그 일에 이제 얽매이지 마렴.” 

콜빌은 몇 번이고 방아쇠가 당겨진 총구같은 반응을 드러낸 그의 총에 안전장치를 당기듯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콜빌이 탑승한 차량은 서서히 더글라스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는 입가에 진득한 시가를 입에 문 채 불을 붙였다. 론은 운전하는 그 사이로 전과는 다르게 깊게 신경이 쓰이듯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걱정된 모습이었다.



“케빈과 이야기를 하신 겁니까?”

“일단은.”

“긍정적이진 않으신 건 같군요.”

“당연하지. 당주로 간다는 것은 결국 회사가 아닌 이곳에서 지켜보게 되는 자리이니까.”

장소만 바뀐다. 자신이 당주가 되기전에도 선대사장에서 당주가 된 자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을 설득했었다. 그때의 자신도 더글라스와 같은 입장이었다. 모처럼의 일에 손을 떼고 다른 곳에서 지켜봐야한다는 그 사실은 자신이 생각해도 용납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일은 해결되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조만간 내가 나가고 그 녀석이 들어오면, 잠깐 동안은 귀찮아질 걸세. 난리법석을 떨거고.”

“당주님과 똑같겠죠.”

론의 농담에 켈빈은 쿡 웃으며, 순조롭게 해결된 기분을 만끽하며, 세인트 루이스 시내의 풍경을 감상했다. 한참을 운전하던 차량이 서서히 좁은 길목을 지나가려고 했을 때, 술에 취한 듯 어떤 여자가 비틀거리며 차량을 가로막았고, 운전수는 경적을 울렸다. 



“야! 미쳤어!? 앞 똑바로 안봐! 주정뱅이년 같으니!”

론의 짜증섞인 욕설을 퍼붓고나서야 그녀는 아...하하 소리를 내며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조수석으로 걸어가며, 갑자기 콜빌을 향해 손을 넣었다.

“이봐!?”

론도 당황한 시선으로 차량을 세우고 차밖으로 나가는 사이로, 그녀는 헤헤헤 웃으며, 콜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생긴 아저씨......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니까요~?”

“진짜 이 정신나간 년이! 당장 손 안떼!?”

그가 가까스로 주정뱅이 여자를 힘겹게 떼어놓은 후 당장 꺼져! 라고 손짓했고 그녀는 아하하하 갑니다~ 라고 부르며, 새까맣게 뒤덮은 골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는 한숨 속에서, 콜빌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그는 너털웃음 속에서 괜찮으니 얼른 가자고 손짓했다. 



“정말 저런 나이에 술처먹고 저렇게 싸돌아다니고 앉았으니 참......”

그의 대답 속에서 챠랑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콜빌은 자신의 품 속에서 구겨진 듯한 명함이 들어있는 걸 느끼고 품 속에서 꺼내며, 펼쳤다.



 

[독수리는 당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레이디 레빗을 주문해주세요.]

 



그 대답과 함께, 밑으로는 더글라스 사를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레이디 레빗이 있는 주소 또한 적혀있었다. 사창가 업소치고는 이상할 정도의 내용이었고, 그때 자신을 보던 그녀의 눈동자는 흔히 보던 만취 상태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차량이 서서히 맥켄지 저택으로 진입하려는 고속도로에 서서히 진입하려고 했을 때, 콜빌은 론에게 잠깐 손짓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좀 즐겨야할 것 같군. 그냥 가기에는 구성원들이 귀찮게 할테니......”

“아. 그것도 좋죠. 좋은 곳을 찾으셨습니까?”

론의 물음에 켈빈은 바로 앞에 네비게이터로 주소를 입력 후 그에게 보냈고, 운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유턴하며, 지정한 주소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주소에 적힌 곳에 도착했을 때, 그 앞으로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거리는 간판에 'LOVELY BAR' 라고 쓰여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취객들이 하하하! 웃으며, 비틀거리며 바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다. 문을 여는 사이로, 짙은 네온사인이 바 내부에 가득히 켜져 있었고 내부에서는 서빙하는 여자 종업원과 붉은빛 드레스를 입은 50대 여인이 John Green Body And Soul의 노래를 부르며 바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사이로 바텐더가 손님에게 주문한 주류를 만들고 있었고, 론과 콜빌은 자리에 앉았다.



“주문하실 게 있습니까?”

“버번이랑 블루라군 한잔 주세요.”

론이 앉기 무섭게 주류를 준비하자 콜빌은 운전을 담당해야 할 론을 보며,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자네 운전해야 되지 않나?”

“자동 운전 시스템이 있습니다. 당주님 걱정마세요.”

“입 놀리지 말게. 론. 곧 나가야 하니까. 그리고 이것도 추가로 부탁하네.”

그 대답 사이로 콜빌은 바텐더에게 적어놓았던 레이디레빗이라는 칵테일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가 주문을 하는 사이로 콜빌의 옆으로 누군가 자리에 앉았고 론은 당황한 시선으로 콜빌의 옆에 앉아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너....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주님.”

취기에 사로잡힌 척했던 그녀의 묶은 머리를 풀었을 때, 그 앞으로 아리사가 모습을 드러내 있었다. 갑작스러운 아리사의 등장에 당황한 론과는 다르게 콜빌은 눈치챈 시선으로 자신의 모자를 다듬은 채 자리에 앉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론은 그런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불쾌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따지듯 말했다.



“무슨 장난으로 당주님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맥켄지 가문 사람들이 그 광경을 봤으면 자넨 뼈도 못 추렸을 거야.”

“그 정도면 됐네. 론. 아리사도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한 거니까. 단순히 나랑 술먹으려고 온 건 아닐테고, 무슨 일로 날 이곳으로 부른 거지?” 

“말 그대로입니다. 당주님. 당주님께서는 니콜라스 부사장님을 사장으로 임명하실 생각이시죠?”

“그렇네. 더글라스 또한 사장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내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콜빌의 대답에 아리사는 고개를 끄덕이는 그 사이로 그에게 조그만한 휴대용 기기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론이 콜빌을 대신해서 내용을 확인했을 때, 론은 놀란 시선으로 곧바로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사실인가?”

“자세한 건 제가 마련한 자리를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얘기하기에는 불편한 시선들이 있으니까요.”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는 사이로 주문한 주류와 칵테일이 각각 자리에 놓였고, 셋은 각자의 주류와 칵테일 잔을 쥔 채 아리사가 마련한 자리를 따라 이동했다. 사람의 발길조차 닿지 않는 구석 진 자리에 다다르자마자 론과 콜빌은 자리에 앉았고 사이로, 아리사 또한 주문한 칵테일 잔을 내려놓았다. 콜빌은 자신이 쓰고 있던 검은색 카우보이 햇을 내려놓은 채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 물어보겠네. 아리사 빈센트. 이 관련 기획서가 더글라스 사에서 승인된 문서인게 맞나?”

“맞습니다. 이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비록 내가 조만간 케빈에게 당주 권한을 넘기겠지만 내가 물러나기 전까지는 맥켄지 가문에 대한 당주직은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걸세. 이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나와 케빈 그리고 니콜라스를 분열시킬 생각으로 넘길 생각이라면 자네 사지는 온전하지 못할 걸세. 알겠나?”

콜빌은 그 대답 속에서, 맥켄지 가문 당주의 상징인 은빛 독수리의 문양이 그려진 권총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숨을 쉬는 그 사이사이로 낙인 같은 차가운 목줄이 느껴졌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부사장님을 통해서 배웠으니까요.”

그녀의 대답에 콜빌은 니콜라스가 그녀를 어떤 방식으로 '통제' 했는지 짐작한 눈치였다. 론은 그를 보면서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콜빌은 허락하겠다는 듯 버번을 한 모금을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놈이 정말로 나와 니콜라스를 몰아넣을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당시 이터니움 플랜에서도 이미 확인되었으니까요. 더글라스 사장은 당주님의 권력을 가져간 후 그 권력을 이용해서 니콜라스 부사장과 당주님의 모든 권한을 축소시킬 것입니다. 그 플랜은 조만간 시작하게 될 버뮤다 섹터의 이터니움 공업 플랜에서 이미 나와있습니다.”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용 기기의 기록을 화면 밖으로 활성화시켰다. 시뮬레이션 된 화면은 곧바로 버뮤다 섹터에서 발족하게 될 이터니움 공업에 관련된 시설 완성 조감도와 담담자의 정보 그리고 추후 임명하게 될 지부장과 임원들의 리스트들이 드러나며,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이 플랜에서 더글라스 사장은 버뮤다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부사장의 직위를 해제 후 당주님의 권한을 가져올 것 입니다. 그리고 니콜라스 부사장님이 사장직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로, 자신의 임원진들과 당주의 권한으로 노빌레를 자리에 앉히려고 할 것이고요.”

“......말도 안되는 소리! 지금 더글라스 사의 사장직을 우리 맥켄지 가문 허락 없이!?”

“그 전에 당주의 권한으로 콜빌 당주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이미 그의 '정리' 리스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리. 그 단어에서부터, 콜빌은 입에서 피를 머금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느꼈다. 그 리스트에 론이 포함되어있다는 걸 보자마자 그는 입안에 침이 마르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하긴 우릴 정리하게 된다면, 맥켄지는 케빈에게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겠지. 놈은 내쪽 구성원들만 처리해도 그 권한들을 쉽게 가져올 수 있을 거고.”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자네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유가 뭐지? 니콜라스 부사장에게도 혹하게 당해서 오히려 우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론의 의문이 섞인 물음에 아리사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더글라스 사장님은 이미 절 척결하기로 했으니까요. 만약 더글라스 사장님이 당주님과 부사장님을 제거하고 부사장과 버뮤다 섹터의 지부장 자리를 얻게 된다면,

 



'전 곧바로 들개에게 찢어집니다.'



 

그 대답 속에서, 칵테일을 가여히 쥐고 있던 그녀의 두 손은 둘의 눈에 보일 정도로 공포에 질린 듯 경련이 일고 있었다. 떨리는 그녀의 두 눈 앞으로 이를 갈며 자신의 숨통을 끊고 싶어하는 금발의 레이시카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미 사내에서는 박쥐라고 부르고 있는 이상 전 파리목숨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나마 재경그룹내에 있던 남은 잔당을 정리하고 정보를 모았다는 공 덕분에 니콜라스 부사장님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죠. 비록 부사장님이 절 고문하긴 했었지만 그 이후로는 저에 대해서 그 이상의 끔찍한 낙인은 찍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제거되면, 자네 또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 얘기군. 니콜라스가 사장으로 임명되어야 자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거고.”

“원래라면 부사장님에게 보고를 해야하지만 더글라스 사내의 감시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시를 덜 받는 당주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그렇게 주정뱅이 년 척하면서까지 자기 목숨을 부지하려고 했다 이건가?”

론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시선으로 아리사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콜빌은 아리사의 의도를 짐작한 시선이었다. 그의 중후한 시선에서는 니콜라스가 깊게 새겼던 피아노줄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알겠네. 조만간 니콜라스에게도 얘기를 하지.”

“당주님? 하지만........”

“아리사의 정보대로라면, 조만간 나와 론 자네도 그 자식의 제거대상 중 하나야. 니콜라스에게도 이 사실을 인지해야하고. 이 상황에 대한 건 조만간 부사장에게도 알게 될 걸세. 그때까지 자네는 더글라스에서 얌전히 있게. 추후의 부사장이 자네에 대한 요청이 있을 때까지는 말이야.”

 


'이건 감사의 대가일세.'

 


콜빌은 그 대답과 술값외에 부족하지 않을 크레딧을 그녀에게 건네며 자리에 일어났고 그녀는 허락을 받게 된 그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론은 사이사이로 의심이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지나치며 밖으로 나갔다. 


 

론과 콜빌이 조수석에 탑승하자마자 차량은 네비게이터의 안내에 따라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을 때, 콜빌은 침묵 속에서, 몸에서 퍼져오는 꿈틀거리는 살의를 짓누르듯 시가를 입에 물며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당주님. 이게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그 임명을 취소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이유로 이미 결정된 걸 취소시켜야 한다는 건가? 이미 내가 결정해버리고 말았는데,”

콜빌은 자신의 입가에 물고 있던 시가를 깊게 내 뱉으며 무식한 행동을 하려고 하는 그를 붙잡듯 말했다.



“맥켄지 가문의 당주 권한 압박은 이미 케빈이 사장이 되었을 때부터, 내가 진행했던 숙원 중에 하나였네. 게다가 그 놈이 이미 허락을 했고. 만약 내가 놈에게 다가가서 어떤 이유를 대고 당주직을 뺏고 그 놈의 사장직을 유지시킨다면, 분명 그 사장직을 이용해서 니콜라스를 위협할 걸세. 그리고 내가 그 놈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 놈은 곧바로 의심을 하겠지. 지금 상황에서 당주의 권한을 쓰는 그 자체가 오히려 놈을 도와주는 걸세.”

사지에 몰렸다는 건가? 콜빌의 이야기에 론은 그가 돌아갈 수 없는 깊은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 듯 한숨을 내뱉은 채 침묵을 지켰다. 



“론. 조만간 니콜라스를 만나야 겠네. 케빈에게는 추후 사장직에 대한 회의라고 넘겨버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당주님.”

론에게 명령을 내린 후 콜빌은 가식적이기 짝이 없던 그의 가면에 침을 뱉고 싶은 시선으로 짙은 어둠으로 빠지고 있는 세인트 루이스 시를 벗어나며 맥켄지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



 

/

 



세인트 루이스 

맥켄지 저택

 

수많은 숲과 마당을 가득히 드리운 햇빛. 그 밑으로 맥켄지 가문을 이끄게 될 소년과 소녀들이 마당을 뛰어다니며, 조만간 찾아오게 될 삶의 무게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 순수함이 그나마 막아주고 있지만 이미 순수함이 시가마냥 다 타들어가버린 콜빌에게는 의미없겠지만. 

 


넓게 펼쳐진 거대한 평야 속에서, 콜빌은 멀리서부터 흑빛 독수리 문양을 두른 세단이 서서히 자신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차량은 서서히 저택의 정문에 멈추었고 가문의 하인이 곧바로 신원을 확인 후 문을 열었다. 

 


차량은 서서히 저택의 외곽에 마련된 차고로 이동했고, 차고 내에 장치들이 정차된 차량을 이동시키며, 서서히 차고 안으로 보관했다. 그 뒤로 니콜라스와 장준수의 목소리가 저택내 현관에서 들려왔고 둔탁한 나무 계단 소리와 복도의 소리가 서서히 그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똑똑똑 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콜빌은 들어오게. 라고 대답했고, 독수리 문양이 정중앙에 장식된 문은 서서히 열리며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준수가 문을 여는 사이로 니콜라스의 눈 앞으로 흑빛 의자에 앉은 채 저택과 세인트 루이스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는 콜빌이 있었다.



“이런 누추한 저희를 이렇게 까지 집적 초대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당주님.”

“자네에게는 익숙한 곳이지 않나?”

“물론 당주님의 개인실에서 여러가지 책들을 읽었으니까요. 다들 잘 계시는 것 같군요.”

“당분간은.”

당분간. 그 대답에서, 니콜라스는 콜빌이 가지고 있는 불길함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더글라스 사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리이이기도 했지만 콜빌의 시선은 멀리서부터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곳은 도청이나 감시는 없습니다. 회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다만.... 지금의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시는 건 처음이신 것 같군요.”

“자네의 '레이디 레빗' 이 알려줬으니까.”

콜빌은 그렇게 말하며, 손짓했을 때, 그런 그의 뒤로 아리사가 짙게 깔린 그림자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리사의 두 손에서는 그가 즐겨먹는 버번 위스키와 시가가 담겨진 함이 받침대에 놓여있었고, 그의 움직임을 따라서 천천히 다가가며 니콜라스와 콜빌에게 각각 잔을 나눠주었다. 



“콜빌 당주님이 기존의 당주님들보다 '엄격' 하신 걸로 유명하신데 그 생활에 적응하신 것 같군요. 아리사.”

“네.....”

니콜라스의 맹독 같은 목소리에 아리사는 독에 중독된 듯 힘겹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니콜라스에게 잔을 따르려고 했을 때, 니콜라스는 곧바로 그녀의 목을 물어버리듯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자신의 눈 앞으로 당겼다. 공포에 질린 그녀의 눈동자 비춰진 니콜라스의 두 눈에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낙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냥감을 노리는 독사의 눈으로 바라보던 그의 눈은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얼굴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당주님을 우선적으로 지키십시오. 당주님은 무엇보다도 이 회사를 이끄셨으며, 저의 스승이기도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아리사가 카운터임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는 입가에 단어만으로도 그녀를 가볍게 굴복시키고 있었다. 자신의 방식과는 다르게 니콜라스는 '채찍과 당근' 의 조화를 잘 짜며, 상대를 조교시키는 재능이 있었다. 잔혹하게 채찍을 휘두르며, 가문의 일원이지 여부를 확인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니콜라스는 그 특유의 온화함과 냉혹함으로 상대는 저항이라는 칼을 들지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니콜라스. 더글라스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는 의논을 한 적이 있나?”

“네. 이미 사장과의 만남을 통해서 확인했었습니다. 더글라스 사장님은 이터니움에 대한 독점을 통해서 시장의 공개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단순히 그 선에서 끝냈으면 좋겠지만, 이번에 그렇지 않을 것 같군 니콜라스.”

콜빌은 그렇게 대답하며, 아리사에게 손짓했고 아리사는 품 속에서 조그마한 수신장치를 콜빌에게 건네주었다. 수신장치의 기능이 활성화되자 장준수와 니콜라스의 눈 앞으로 더글라스 사의 차후 플랜과 함께 이너티움 공업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관련 자료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더글라스는 당주가 된 이후 그 권한을 이용해 부사장의 직위를 가져올 걸세. 사장은 자네가 아니고.”

“이해할 수 없군요. 만약 그가 부사장이 된다면 사장은 누가 되는 겁니까?”

그 질문에 콜빌은 곧바로 주름이 가득한 검지로 노빌레를 가리키자 니콜라스는 배신의 단맛을 느낀 듯 미소를 지었다. 니콜라스는 그때 노빌레가 어떤 의도로 자신에게 대답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엄청나게 들떠있었군요.......”

“또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겠지. 말했듯 더글라스 사는 우리 맥켄지의 전통적인 가문이 인정한 자들이어만 그 지위와 권한을 가져올 수 있도록 약속한 자리이기도 하네. 만약 그 권한을 자네가 아닌 이 개같은 놈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회사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겠죠. 특히나 임원들의 입장에서는 '낙하산' 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이 그 놈이 처리하게 될 놈들이겠지.”

콜빌은 그렇게 대답하며 수신기의 화면에 가볍게 손짓했고 추후 '정리 리스트' 라는 이름의 적힌 명부들와 관련된 인물들의 사진들이 곧바로 화면에 활성화되었다.



“니콜라스. 놈은 이미 내 당주 권한 요청을 승인한 상태일세. 더글라스가 당주가 되는 순간 노빌레를 사장 자리에 앉힌 후 우리가 정리가 되는 대로 곧바로 부사장 직을 당주의 권한으로 가져올 걸세.”

“그럼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물음에 콜빌은 대답할 필요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는 시선을 보냈고, 니콜라스는 피식 웃으며 가소롭기 짝이 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사장님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그 전에 그 개자식의 연회를 망치게 하는 방법이 있긴하지.”

콜빌은 그렇게 말하는 사이로 수신기는 다시 이터니움 공업 플랜으로 전환되었고, 2주 뒤에 열리게 될 버뮤다 섹터 B구역의 임원진 초청 발표회와 더글라스 본사의 맥켄지 구성원들의 감사연회 관련된 진행 내용을 보여주었다.



“2주 뒤. 더글라스는 본사와 버뮤다 B 구역에서 이터니움 공업 연회를 동시에 개최를 준비할 걸세. 놈들이 파티를 준비하는 틈에 그 개자식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해주게. 그리고 가문에 대한 명예를 더럽히며 사장에 앉으려고하는 그 후레자식에게도 똑같이 말이야.”

콜빌은 몇 번이고 니콜라스에게 재차 강조하며, 말했고 그는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일어났다. 둘이 서서히 바깥으로 나갔을 때, 콜빌은 아리사에게 시선을 보내 따라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둘이 저택 바깥으로 나왔을 때, 아리사는 저만치서 조용히 둘을 따라가고 있었다. 두려움과 경련이 이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은 니콜라스는 천천히 돌며, 바라보자 아리사는 그의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장준수는 니콜라스를 대신해서 아리사를 향해 소리치며 말했다.

“뭐하나? 당장 오지 않고.”

장준수의 외침에서야 아리사는 그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따라왔다. 그녀의 호위(?) 아래에서 장준수는 콜빌으로부터 들은 플랜들에 대해 다시 하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주님의 말씀대로라면, 이터니움 공업은 플랜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 준비해야 합니다 부사장님.”

“그렇다고 지금 당장 우리가 움직이게 된다면, 사장님 또한 저흴 의심할 것입니다. 지금 사장님은 당주와 저의 권한을 가져가기 위해서 신경이 많이 예민하실 테니까요.”

니콜라스는 그 생각 속에서 자신의 품 속에서 아리사에게 받았던 USB를 꺼냈다. 한참을 살펴보던 사이로 그는 묘안이 떠오른 듯 장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은...... 아주 간단하게 시작할수도 있겠죠. 사장이 그토록 원했던 '선물' 을 통해서 말이죠.”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장준수는 곧바로 대답하며 섹터 B 구역의 담당자인 게리슨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가 바깥으로 나가는 사이로 니콜라스의 머릿 속으로, 지옥의 이면세계에서 살아있었던 '소녀'의 모습이 그의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버뮤다 구역

섹터 B 격리센터.

 


니콜라스 부사장을 태운 센티널 함이 섹터 B구역에 도착했을 때, 격리 센터 바깥에서 방호복을 입은 병사들과 백색빛의 침식 억제 배리어를 착용한 담당자가 프로젝트 여귀와 관련된 문서를 쥔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선 바깥으로 니콜라스와 장준수 그리고 아리사가 내려오자 게리슨은 니콜라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손을 내밀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니콜라스 부사장님. 이곳의 관리센터의 책임자인 게리슨입니다.”

“시설내 확인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조만간 이터니움 관련 프로젝트로 인해서 바빠질테니까요.”

“자세한 건 직접 안으로 들어가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게리슨은 격리센터를 안내하기 위해 앞장섰고 그 뒤로 6명의 대 침식전 무장 병사들이 곧바로 그를 따라갔다. 격리센터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게리슨은 옆에 있던 승강기 포트를 가동시켰고, 승강기는 거대한 알람소리와 함께 경고 벨이 활성화되며, 서서히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희 격리 센터에서는 최근 수집된 재경그룹의 정보 외에도 당시 재경그룹이 추후 개발이 진행중이었던 여러가지의 침식체와 관련된 여러가지 연구기록들을 분석 후 데이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시 재경그룹에서 발견된 침식관련 연구는 어느정도 되나?”

“저희가 지금 재경 빌딩에서 찾은 기록만 수십여가지가 넘습니다. 관리실패 전부터, 재경그룹은 ADC-G1 관리국과 관련된 여러가지 군사와 함선과 그리고 침식체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게리슨은 그렇게 말하며, 지하 1층에 도착했고, D-1 이라고 표시된 격리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열리는 그 사이로 복도에서 신형 타입의 메카닉 두 기가 다양한 잡동사니를 수송한 채 연구원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지상과 공중 타입 병기들을 사격과 이동 제공 등의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활성화시키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장에 공개되지 않는 신형 타입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군요. 지금 시험 테스트 중인 병기들은 아직 관리국에서 채용되지 않는 타입들이고요.”

“저희 더글라스 사와 재경그룹의 공학 기술력을 결합한 타입들이니까요. 현재 각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성능 테스트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지금 시연중이니 한번 보시죠.”

그렇게 대답하며, 게리슨이 시연실에서 특수재질로 구성되어있는 강철 기마를 타고 쿼러시어 장갑을 두른 메카닉을 보여주었다. 위압감과 용맹함이 넘쳐나는 두 기 메카닉 앞으로 침식 더미가 뭉친 채로 모습을 드러내자 두 기는 고출력 광선 사브르를 꺼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두 기마병의 돌진에 뭉쳐있던 더미들은 일제히 짓밟히거나 충격에 밀려나며, 진영이 흩어졌다.




“호오.........엄청난 위력이군요.”

“쿼러시어 MK1. 고강도 이터니움 합금으로 구성되어있고, 최고출력으로 적의 장갑과 3~4등급 침식체에게 유효한 광선 사브르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 유닛은 기마와 탑승병기 전체를 방어해주는 배리어로 구성되어있으며, 적진 깊숙히 돌격해서 진형을 산산조각 내버릴 수 있죠.”

“이 메카닉 또한 재경그룹의 또 다른 산물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사장님. 이 외에도 이 쿼러시어를 지원해주는 전천 후 기동 병기 또한 시연중에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게리슨은 그렇게 말하며, 다음 시뮬레이션에서 진행 중인 부스터를 사용하며, 빠르게 기동전을 벌이고 있는 3기의 기체를 둘에게 보여주었다. 전투기 타입으로 가변한 기체는 상공에서 더미를 향해 기관포와 미사일을 퍼붓다가, 지상의 목표를 인식하자 빠르게 가변 후 지상에 착륙하며, 돌격소총과 유탄으로 적 더미를 벌집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칼미크 MK 3입니다. 지상 공중 가변전환을 통해 지상 공중 장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 되어있습니다. 공중에서는 중거리까지 사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기관포를 가변시 지상모드에서는 대 침식전용 돌격소총과 유탄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기체는 적의 약점을 빠르게 분석하는 AI를 탑재하고 있어서 지속전투력에도 밀리지 않구요.”

“하긴 이런 다재다능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기체일 수록 채용률이 높긴하겠죠. 지금 다른 회사에서 개발된 병기들은 다재다능한 면에서는 제약이 많은 편이니까요.”

장준수와 이야기를 하면서 니콜라스는 각 기술력이 결합된 병기들의 강력한 성능을 보며, 만족스러워하는 시선이었다. 그런 니콜라스의 옆으로 2미터가 넘는 중화기로 무장한 병기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DI-238 이라는 마크로 붙여진 이족 보행 병기는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중화기를 양손으로 들고 함선 장갑을 두른 더미를 향해 조준했다. 목표를 조준하자마자 레이저가 서서히 충전이 되고 잠시후 시연실을 가릴 정도의 레이저포를 발사하며, 함선 장갑을 두른 더미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버렸다. 


“더글라스 사의 기술력과 재경그룹의 기술력을 결합시킨 DI-238 센츄리온 입니다. 몸 전체는 이터니움 합금으로 되어있으며, 메가 이터니움 캐논과 근접한 적을 날려버릴 수 있는 충격포와 레이저포에 장착되어있는 30MM 기관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화기인 탓에 움직임이 둔하겠군요.”

“지금 타입은 현재 후방에서 지원하는 스나이퍼 타입입니다.”

“게리슨 당신의 말대로라면, 이 센츄리온을 재무장해서 다른 타입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사장님. 추후 이 기체를 재무장시켜서, 최전방을 지원하거나 혹은 기동 타입으로 변경시켜서 무장을 할 수 있습니다. 각 타입은 다음 시연장에서 테스트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게리슨은 그렇게 말하며, 부사장과 장준수를 안내했다. 다음 시연장에서는 오른쪽 팔을 중심으로 몸 전체를 막아주는 거대 방패로 무장하고 있는 병기가 자세를 잡으며, 더미의 사격을 방어하고 있었다. 총기외에 함선포와 레이저를 퍼부어도 자세를 잡은 채 자신에게 공격을 하고 있는 더미에게 연발 샷건을 양손을 든채 난사하며 벌집으로 만들고 있었다. 

“전진출격이 가능한 돌격타입인 프린키페스입니다. 기존의 이터니움 합금을 오른쪽 팔 부분에 보강시켜서 중장갑함의 2배이상의 강도를 지닌 방패로 진형을 유지시킬 수 있는 디펜더 타입의 병기입니다. 유지되는 동안 접근하는 적의 장갑을 파쇄시킬 수 있는 슬러그 탄과 허리춤에 장착된 섬광탄으로 화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의 대답과 함께 옆에서는 양손의 폴암 타입을 든 병기가 엄청난 근력으로 휘두르며, 더미를 토막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폴암을 든 병기는 멀리있는 목표가 시야에 보이자 투창을 투척해 단번에 숨통을 끊어버렸고, 빠르게 달려오는 더미를 측면으로 후리치며, 두동강내버리고 있었다.

“스트라이커 타입인 포샤르입니다. 이터니움 글레이브로 무장하고 있으며, 전함 장갑을 파쇄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죠. 또한 원거리 적을 견제할 수 있는 이터니움 펄룸으로 일직선 상의 적들을 일제히 꿰뚫으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 대답과 함께 포샤르의 앞으로 일렬로 서있는 다수의 더미들이 시야에 보였고, 포샤르는 자신의 투창을 쥐고 바로 투척했다. 다수의 더미는 일제히 관통되었고, 먼거리에 있던 더미는 펄룸의 엄청난 충격에 날아가며 쓰러졌다. 각 병기의 뛰어난 성능을 본 장준수와 니콜라스는 흡족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각 병기들은 테스트는 완료가 된 건가?”

“현재 위력과 성능에 관련된 마무리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실전에 투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자부합니다.”

“게리슨 자네가 이렇게 자신있에 이야기할 정도라면, 챔버 관리국에서는 불티나게 사려고 하겠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재경그룹의 기술은 저희 더글라스 사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시연이 끝나자마자 게리슨은 곧바로 다음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안내를 시작했고, 승강기는 다음 구역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승강기가 서서히 이동하면서, 게리슨은 단순히 그가 시연중기 더글라스 사의 병기 관람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시선이었다.



“부사장님께서는 단순히 저의 자사의 병기들을 확인하기 위해 오신 건 아니죠?”

“그렇네. 각 시연병기들의 상태보다 중요한 건 '안전' 이니까.”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이면세계에서 '생존자' 의 존재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긴 하니까요.”

게리슨은 그렇게 말하며, 지하 2층으로 이동하고 있던 승강기 엘리베이터를 4층을 눌렀고, 승강기는 빛조차 닿지 않는 깊숙한 구역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기 전에 방호복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접촉하기에는 위험한 존재니까요.”

게리스의 대답과 함께 승강기 옆으로 고위험 등급 침식억제 베리어 방호복이 내려왔고 아리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일제히 억제 배리어 방호복을 착용했다. 4층에 다다르자 눈 앞으로 극비구역이라고 적힌 거대한 계패문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게리슨이 다가가자 시스템에서 게리슨을 빠르게 스캔했고, 계패문은 수많은 경고벨이 울리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수많인 연구원들과 테스트용 기기들이 지나갔던 1층과는 다르게 4층은 천장위로 고등급 침식파 감지 센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경비를 제외한 극소수의 담당연구원들은 중무장급의 방호복을 입은 채 지하 4층 연구시설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5등급 침식사태를 대비해서 연구원들 모두들 최고등급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각 시설 내부에서는 침식사태에 대비한 감시체재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고등급 침식전 장비로 무장한 병력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존자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궁금해지군요.”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게리슨은 앞장서 나가며, JE-991 이라고 표시된 격리 문에 다가가며, 자신의 ID 카드를 체크했고 JE-991 문은 격리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린 그 앞으로, 매우 넓은 창백한 방이 펼쳐져 있었고, 그 옆으로 거대한 구속기에 잠이 든 듯 한 침식체의 소녀가 들어 있었다. 입가에 마스크를 중심으로, 초록색과 주홍빛의 용액이 공급되고 있었고, 그 앞으로 서재경의 신체 상태를 포함한 심박수가 기록되고 있었다. 




“서재경. 당시 재경그룹에서 극비리에 개발되었던 프로젝트 여귀의 프로토타입중의 하나입니다.”

“프로젝트 여귀?”

“네. 자세한 건 옆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게리슨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짓했고 잠시 후 서재경이 들어있는 구속기를 제외한 JE-991의 격리실은 짙은 어둠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빠르게 화면을 활성화시켰고, 화면에서는 서재경과 프로젝트 여귀와 관련된 조사내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재경빌딩에서 서재경을 회수 직후 저희는 그녀에게 여러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인지능력 반응. 그리고 그녀의 체내에 존재하는 침식파 농도까지..... 현재 그녀의 체내 내부에서는 수십여만명의 DNA 기록이 그녀의 내부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십만명?”

“그렇습니다. 당시 저희가 추출했던 혈액 샘플의 기록입니다.”

게리슨은 그 대답과 함께 서재경의 혈액샘플을 통해서 발견된 DNA 기록들을 화면에서 보여주었다. 화면에서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수의 사람들의 신원기록들이 가득히 나열되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록 사이들 사이로, 게리슨은 당시 그녀를 데려가려고 했던 켈빈과 당시 함선에 탑승해있던 용병들의 리스트를 고정시켰고, 아리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켈빈의 사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미 사내에서는 배신자로 찍힌 켈빈 또한 존재하죠.”

“켈빈? 그의 DNA가 있다는 건?”

“네. 당시 함선내 블랙박스와 그녀의 체내에 있는 기록을 통해서 서재경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리슨은 그 설명과 함께 추가적인 기록을 니콜라스와 장준수에게 보여줬다. 1815-MARRY 라고 적혀 있는 화면에서는 노르망디 실험실로 추정되는 창백한 방이 눈에 들어왔고 그 앞으로 켈빈과 2명의 용병이 서있었다. 창백한 피부. 군데군데 드러난 침식의 흔적이 드러는 서재경에게 한 연구원이 다가가 뭔가를 주입하고 있었다. 

 


주입하고 나서 그녀는 괴로워하듯 자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꿈틀거리는 경련과 함께 그녀의 몸밖으로 수많은 침식액과 파편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 안에 잠재되어있는 침식의 파도가 폭발하자 당시 함선내 CCTV의 화면이 빠른 속도로 CONNECT LOST 가 뜨면서 마비되기 시작했고, 아직 기능이 동작되고 있는 카메라에서는 침식체들이 소환되면서 함선 내부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함 내부에 있던 카메라에서는 도망치는 용병들과 뒤틀린 채 '사냥감' 을 추격하는 침식체들의 모습이 화면에 들어왔다. 잠시후 내부에서는 끔찍한 비명과 침식체들의 괴성이 들려왔고 함내는 이윽고 화염에 휩싸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하며, 떨어지는 그 와중에 동작되고 있는 카메라는 이윽고 전함 사이로 실험실에서 벗어나며, 유유히 죽음의 비명으로 채웠던 전함 내부를 걷는 서재경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그녀의 두 눈은 적안으로 발화되어있었다. 

 


그녀가 신기하듯 다가가며 카메라에 손을 뻗었을 때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수많은 망령들의 절규와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는 듯한 기괴한 형상이 화면에 잡히고 있었다. 영상 기록이 끝난 후 아리사와 병사들은 섬뜩하게 벌어진 사건에 긴장한 시선으로 자신의 무기들을 꼭 쥐었다. 니콜라스는 점점 서재경이 가지고 있는 섬뜩한 능력에 점점 호기심이 든 시선으로 서재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 켈빈이 서재경에게 무엇을 주입시켰습니까?”

“자백제입니다. 당시 함선 격리실 내부에서는 고문에 사용할 약물들이 대거 발견되었으니까요. 아마 서재경에게 자백제를 주입해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재경그룹의 관련된 정보를 캐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백제로 인해서 그녀의 안에 뭔가가 각성이 되었나보군요. 그리고 노르망디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을 거구요.”

“일단 제 추측이긴하지만 서재경의 구성하는 각 신체들은 일반적인 침식체나 혹은 인간의 육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화면 상으로는 서재경이 학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DNA에서 발견된 흔적들을 보면 그들을 죽였다기보다는

 


'흡수를 했다고 했다고 봐야하니까요.'

 


그래서 당시 죽었던 자들의 DNA가 남아있었다는 건가? 게리슨의 설명사이로 연두빛 수용액 속에서 잠이 든 서재경의 모습은 점점 더 의문과 공포의 냄새를 자극하고 있었다.

“또한 서재경은 그 흡수한 수많은 DNA를 다시 재구성해서, 새로운 창조물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C구역을 장악하고 있던 레멘트의 시신에서 추출한 DNA와 서재경 체내에 있는 DNA와 완벽하게 일치했었습니다.”

“그 말은 즉 그곳을 지키고 있던 근위대장 또한......”



'그녀에 의해 탄생이 되었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녀의 구성하고 있는 침식파와 생체 DNA 구성들 모두 다 서재경의 것이라면, 그들 또한 그녀에 의해 '재창조'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관리실패 사태 때, 저 침식체 안에 '뭔가' 가 깨어났고 끊임없는 흡수와 재탄생을 통해서..... 그들이 존재했다는 겁니까?”

장준수의 물음에 게리슨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르망디에 함선에서 발견되었던 침식화된 켈빈. 그리고 그녀를 지키던 구역에서 존재하던 장용영의 구울들과 침식체들 그리고 각시탈의 썼던 근위대장까지 그들은 죽음의 늪에 빠졌고, 그 죽음 속에서 그녀는 모든 것들을 흡수한 후 다시 한번 그들을 지옥의 바깥으로 끄집어 냈다.



“결국 서재경이 그들의 어머니인 셈이군요. 왜 그들이 전선을 물리면서 필사적으로 그녀를 지켰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그녀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후의 그녀에 대한 연구는 더더욱 필요한 입장이고요.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 이 아이는 이면세계의 선택받은 '창조주' 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구원자나 다름이 없습니다.”

“재경그룹이 위험한 창조물을 만들었군요. 그룹 총수의 장녀가 이면세계에서 불멸에 가까운 힘을 지닌 채 몰락했던 그룹의 영토를 재창조를 했고요.”

니콜라스의 대답 속에서, 게리슨을 바라보았을 때, 게리슨 또한 그 결과물에 소름이 돋는듯 자신의 팔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그에게 수고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악수를 끝으로, 시설내 시찰은 종료되었다. 시찰이 끝나고 지하 4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승강기 속에서, 니콜라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아리사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특별한 선물에 대한 '감사' 를 표하는 눈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사. 처음에 당신이 저희를 배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아니었군요. 저의 불찰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니콜라스 부사장님.”

그 사과에서부터 그녀는 그가 이야기하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그런 그녀의 의미없는 저항을 부드럽게 짓눌러버리듯 새로운 장난거리를 찾은 소년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해를 하지 못하다니 조금은 더 쉽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군요. 모처럼의 저와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자가,

 


'저 아이가 될 것 같으니까요.'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