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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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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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차가운 감옥에 있다가도 조만간 그 '축제' 가 오게 되면, 그 차가움을 잊게 돼죠. 마치 겨울의 핀 새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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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 침식체인데도 날 데려가도 괜찮은 거야?”
“걱정마~ 우리가 가게 될 곳은 우리 호위무사님이 괴물이든 침식체든 상관하지 않는 곳이니까요~”
“겉으로는 그렇게 얘기하시지만 이미 인간이라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숨기면서 걸어갈 필요 없어요. 정소희 씨. 그라운드 원에서 카운터는 흔한 존재들이잖아요?”
올리비에의 대답에도 정소희는 자신의 자캣에 있는 후드를 쓴 채 자신의 선홍빛으로 물들인 머리칼을 숨기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 사이사이로, 그녀의 머리칼은 짙게 깔린 도시 전경속에서 눈에 띄게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이쁜 머리카락을 가지고 계시면서, 숨기시면 어떡해요~?”
“시끄러.”
히나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자신의 눈에 들어오자 정소희는 빨리 서두르라는 시선을 보냈지만 둘의 걸음은 느려지기는 커녕 더욱더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자신이 있던 격리실로 돌아갈까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복부를 감싸며, 힘겹게 걷고 있는 아나스타샤의 모습이 신경이 쓰였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정소희의 시선을 이미 의식했다는 시선으로, 음흉한 시선으로 정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가기 싫다. 가기 싫다하면서, 우리 호위무사님은 왜 같이 가는 건가요?”
“그야....... 언제 어디서 놈들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아나스타샤 넌.....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았고,”
“어머.........”
“방금 저거.... 프로포즈라고 하는 건가요? 교수님?”
이윤정의 대답에 올리비에는 공주를 지키는 호위무사 같은 정소희의 모습에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대답했을 뿐인데, 자신을 바라보는 둘의 시선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창피함이 느껴졌다.
“진짜..... 내가 이런 반응을 드러내는 게 좋은 거야?”
“설마요? 저흴 구해주고, 아나스타샤와 저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당신의 모습을 한치라도 놓치고 싶지않거든요. 그렇지 조교야?”
“네....... 정소희 씨가 남자라면, 김하나 씨의 솔로탈출의 '희망' 이 되었을 거에요.”
“그...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까지나 날 숨겨주는 조건에서 있는 거 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왜 우릴 구한 걸까나~?”
아나스타샤의 물음에, 정소희는 더더욱 자신의 후드를 꾹 누른 채 얼굴을 감추었다. 부끄러움을 감추는 그녀의 모습에 셋은 뽁뽁이 급의 중독성에 빠진 듯 킥킥 거렸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푹 숙여진 정소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며 말했다.
“그때 나 골로 갈 뻔했는데, 우리 호위무사님 덕분에 배에 칼빵 맞는 수준에서 끝났으니까. 너도 나에게 말했잖아? 빚 지고 살기에는 못 참는 성격이라고......”
그 대답 속에서, 아나스타샤는 그녀의 후드를 부드럽게 벗기며, 침식화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강인하면서 연약한 그녀를 확인하듯 살펴보았고, 정소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괴물' 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내렸던 후드를 쓰며 말했다.
“그건 당연한 거잖아? 위험에 빠졌으니까. 너에겐 빚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우스울 뿐이야. 당연한 거였으니까.”
그녀의 대답에 올리비에와 이윤정은 첫사랑을 만난 설레임에 빠진 듯 두 손을 모으며,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나스타샤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그녀를 더 깊숙히 '탐구' 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진짜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인내와 근성' 덕분에 운이 좋을 줄 알아요. 보통이라면, 확 해체해버렸을 테니까요.”
“소희씨. 조심하는 게 좋아. 내가 특히나 잘 알고 있거든~ 아나스타샤 건들면, 우리 소희 씨 뼈만 앙상하게 남을지도 모르니까.”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아나스타샤 씨는 특히나.....”
“아 진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기나 해!”
정소희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먼저 앞장서 나가자 아나스타샤는 아야. 소리를 내며, 자신의 상처를 감쌌다. 저만치 멀어졌던 정소희의 귓가에 아나스타샤의 피냄새와 절뚝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저만치서 멀어지던 그녀의 걸음은 서서히 느려졌고, 후드를 쓴 그 틈으로 아나스타샤의 상태를 확인하듯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언제 멀어졌냐는 듯 그녀를 부축하며, 걸어가는 둘의 모습에 올리비에와 이윤정은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으며, 회식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셋을 따라 첫번째 장소로 들어왔을 때, 안에서는 고기 굽는 소리와 건물 내에 크고 작은 웃음소리들이 가게 내에서 한가득 울려퍼지고 있었다. 서빙을 하던 종업원은 어! 오셨어요! 라고 말하며, 안에 아나스타샤와 올리비에를 보며 인사를 건낸 후 사장님! 이라고 소리치며, 누군가를 불렀다. 잠시 후 불판을 옮기던 그는 아! 소리를 내며, 셋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세분! 경찰에게 들었긴 했는데, 몸은 괜찮아요?”
“아. 네...... 큰일 날 뻔 한 걸 우리의 카운터 분께서 구해주셨죠.”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문밖에서 벽에 기댄 채 후드를 쓴 채 선홍빛으로 물들인 머리칼을 가리고 있는 정소희를 가리켰다. 혹시나 자신을 괴물로 인식하지 않을까? 긴장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라던가 경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네요. 요즘은 워낙 침식체다 뭐다 해서 정말 큰일 날뻔한 일들이 많아서 말이죠. 그래도 보기만해도 세 분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말 그대로에요. 앵간해서는 회식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모처럼 프로젝트에 성공해서 사장님에게 제법 엄청 받아오긴 했거든요.”
“하하! 그럼 더더욱 저희 쪽에서 환영해야죠! 그리고 우리의 단골분들 구해준 카운터 아가씨에게도 크게 해드려야겠고요! 마침 좋은 자리도 있으니 그쪽으로 안내해드리죠!”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서빙을 하고 있던 종업원을 불렀고, 종업원은 잽싸게 달려오며, 셋을 포함한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정소희에게 손짓으로 안내해주었다. 종업원이 안내한 길을 따라서 정소희가 걸어갔을 때, 정소희는 혹시나 그 사이로, 자신의 선홍빛의 머리칼과 자신의 적안과 침식화된 팔을 보고 두려워할까봐 긴장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전보다 더 긴장한 그녀의 모습에 올리비에와 이윤정에게 먼저 앞장서가라고 시선을 보낸 후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어머. 왜 이렇게 긴장하셨어?”
“그야.....난 침식체니까. 누가봐도 난 괴물이잖아.”
정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후드 속에서 드러난 자신의 머리칼과 침식의 저주에 흔적을 지닌 자신의 팔을 꼭 쥐자 아나스타샤는 흐음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문제 없다는 듯 눈 웃음을 드러내며 말했다.
“다들 밥 먹느라 정신없는데? 그리고 나부터 이미 '괴물' 이라서 말이야.”
“뭐?”
“나도 카운터거든? 물론 전투에 비하면, 너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그 약하다고 하는 말과는 다르게 자신의 손목과 팔을 잡는 악력은 정말 기괴하기 짝이 없을 정도였는데, 정소희는 의심이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퉁명스럽게 쳐다보자 아나스타샤는 정말이라니까! 라고 말하며,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뭐, 이곳에 특이한 애들은 넘치고 넘쳐나서 말이야. 그라운드 원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움츠러들거나 숨길 필요는 없어. 박정자도 말했듯 넌 외형만 침식체지.
'넌 인간이야.'
그 말은 매번 올리비에가 자신을 몸과 상태를 체크하면서, 하던 말이었다. 사람이라고. 워치의 기능이 경각에 달했다고 해도 정소희라는 이름의 존재에서 탈피 했던 몸이라고 해도,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정소희는 그런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태평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혹시나 자신이 더 심하게 변하게 된다면?
그 생각도 잠시 아나스타샤는 침식화를 가리고 있던 자신의 장갑을 벗기고 있었고, 정소희는 뒤늦게 의식한 듯 당황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검붉은 빛으로 뒤덮은 자신의 손이었지만 아나스타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손을 통해 부축을 받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 이러니까 좀 통증이 덜해졌는데?”
“너.....감염된다고!? 도대체 무슨.....?”
“박정자 얘기로는 넌 피부만 침식체지 침식파 같은 치명적인 파동은 없다고 들었어. 그리고 난 이런 강인한 생물의 손을 '집적' 느낄 수 있어서 더 좋고.”
“너.....평소 변태 같다. 는 소리 많이 듣지 않았어?”
정소희는 오글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보자 아나스타샤는 그런 그녀의 포상 같은 모습에, 그런가? 라고 모호한 대답으로 반격했고 정소희는 정신이 멍해진 기분이 들었다.
우물쭈물하던 둘이 계단을 타고 올라왔을 때, 왁자지껄하며, 들려오던 소리는 쥐죽은 듯 조용해지고 있었고, VIP 석이라는 이름의 당장이라도 떨어지기 일보직전인 안내판이 벽에 기울여진 채 붙여져 있었다. 올리비에와 이윤정이 앉는 사이로, 아나스타샤는 올리비에와 마주하는 자리에 앉기위해 몸을 숙였을 때, 통증을 느낀 듯 힘겹게 앉으려고 했고, 정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부축하면서 그녀를 앉혔다. 마지막으로 정소희가 앉았고, 종업원은 바닥에 있던 메뉴판을 보여주고 결정하면 벨을 울리세요. 말하며,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자~ 간만에 회식인데, 조교는 뭐 먹을 거니?”
“전.... 교수님의 말대로 움직입니다. 눈조차 뜨지 못하는 아기새처럼 교수님이 주는대로 먹을 겁니다.”
“그렇지 조교야! 그래야지~ 그럼 난 이거 시킬 테니까. 우리 조교는 모처럼 내가 쏘는 음식을 남기지 말고 먹어야 돼~ 남길 때마다 철야 일정 추가야?”
그렇게 말하며, 올리비에가 가리킨 스페셜 특식 메뉴를 가리키자 이윤정은 눈을 부릅뜨며, 그녀가 주문하려는 스폐셜 특식 메뉴를 바라보았다.
“호오~ 박정자가 왠일로, 이 식당에서 유명한 스폐셜 특식메뉴를 시킨데? 잘못하면 우리 셋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메뉴일텐데?”
“성공 기념이기도 하고, 그리고 모처럼 우리 호위무사께서 많이 출출하신 것 같거든?”
올리비에는 그렇게 말하며, 후드를 쓴 정소희를 바라보자 그녀는 문득 자신도 모르는 새에 꼬르륵 소리를 내버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들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리비에는 한참 전부터 눈치챘다는 시선으로 꼬르륵 소리를 내버렸던 정소희의 배를 가리켰고, 그녀는 칫. 소리를 내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럼 난...... 육회 스폐셜. 그리고 보드카 한병.”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육회 스폐셜 메뉴 옆으로, 드러난 엑설런트 보드카 2리터가 담겨진 병을 가리키자 정소희는 놀란 시선으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너 이렇게 큰 병을 주문하겠다고?”
“어.”
“다들 못 먹는 것 같던데...... 그리고 난 이런 건 잘 모르고.....”
“어머? 우리 호위무사님 술 처음이야? 잘됐는데? 간만에 내가 술을 음미하고 마시는 법을 좀 가르쳐줘야 겠는데?”
정말 정소희라는 이 귀여운 생물은 잠자는 아나스타샤의 '본능' 을 건드리는데 재주가 있나보다. 강인하면서도 동시에 이것저것 가르치고 싶은 '본능' 을 자극하는 목소리와 외모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본능은 우습게도 올리비에 자신도 느끼기도 했다.
“정말 정소희 씨가 만약 제 후배였으면, 제 카페인 금단증상을 잊게 해줬을지도 모르겠어요......”
“조교야. 그 전에 나한테 허락을 좀 맡아야지? 벌써부터 그런 '나쁜 버릇' 을 들이면, 내 자리에 대한 생각은 꿈도 꾸면 안돼~?”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올리비에에 대답에 이윤정은 아!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듯 강하게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아나스타냐는 오케이! 하면서 주문하겠다는 듯 벨을 눌렀고, 잠시후 종업원은 요청한 메뉴를 적은 후 문을 닫았다.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정소희는 자신이 왜 여기에 왔을까? 에 대한 깊은 후회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점점 도살장의 칼날을 눈앞에 둔 짐승의 눈동자로 변하자 아나스타샤는 풉 소리를 내며, 걱정말라는 듯 그녀의 후드를 벗기며 말했다.
“걱정 마! 잡아 먹지 않아. 잡아먹을려고 하면, 지금 네 앞에 있는 박정자가 날 가만 안 둘 테니까. 특히나 우리 호위무사님 같은 강인한 '생물' 께서는 박정자도 못 참을 정도거든?”
그녀의 대답과 함께 정소희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올리비에를 바라보았을 때,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자신을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눈 웃음 속에서 안경을 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체혈하고 검사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우리 정소희씨는 참 특별한 존재죠. 정소희씨가 있고 없고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게 느껴지니까요.”
“무슨 분위기?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되거나 내가 미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거?”
“아니에요. 당신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적막함이 없어졌죠.'
적막함? 정소희가 의아한 시선으로 올리비에를 바라보았지만, 아나스타샤는 아. 맞아. 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는 사이로, 이윤정은 이해하지 못하는 정소희에게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교수님이랑 아나스타샤 씨는 정말 얼굴 한번도 보기 힘들었거든요. 물론 교수님이랑 제가 있는 연구소랑 공방이 가깝긴 했지만 말이 가깝지 이렇게 제대로 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주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셋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말하는 이윤정 자신도 마찬가지긴 했다. 이야기라고 해봤자 대부분 사내에서 들어오는 관리부에 관련된 인력 관리라던가 사원들의 데이터 관리 혹은 재무장 업무, 공방은 말 그대로 장비와 관련된 제작이나 업그레이드 외에는 서로가 제대로 접촉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생각해보니, 진짜 오래되긴 했네. 나 혼자 자리에 앉은 채 우리 사장 언제오나 기다렸던 적이 엄청 많았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박정자랑 얘기하고 있자하니 전에 내가 빡돌았던 기억들만 생각해도 정말 꼴도 보기 싫었고.”
“그러는 아나스타샤 당신이야말로, 그렇게 등지고 도망치면서 기계에 빠진 그 모습만봐도 너무 한심해서 만나기도 싫었죠. 사장님이 혹시나 아나스타샤랑 뭔가를 해라 하면, 차라리 조교한테 싹 떠넘겨버려야 겠다고 매번 생각했죠.”
“그래서 전 매번 영혼과 시간을 교환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죠. 하하하하.....”
이윤정의 넋이나간 대답에 아나스타샤는 불쌍한 조교의 영혼을 빨아먹기전에 못참겠다는 듯 그녀를 향해 손지껌을 하며, 말했다.
“박정자 넌 언제나 그랬지. 그런 식으로 조교들의 피와 살을 먹지 않으면, 죽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더더욱 꼴불견이었고.”
“엄연히 말해서 교수가 되기 위한 '생존법칙' 이라고 해야죠. 거기에 적응 못하는 조교는 결코 교수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아셔야 하고요.”
“그러셔? 그런 개같은 법칙에 당한 것만 생각해도 겁나 열받거든?”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소희씨도 계시고요. 그리고 두 분 화목한 회식을 즐기자! 는 사장님의 말씀을 잊으시면......”
이윤정의 태연하면서고 마지막 잎새를 눈 앞에 둔 주인공의 눈동자로 바라보자 둘은 서로를 보다가 흥! 소리를 내며, 시선을 피했다. 매번 이런 식인가? 싶은 시선으로, 후드를 가린 그녀의 두 눈동자 속에서 둘은 고양이와 개나 다름이 없었다. 이윤정으로부터 듣긴 했지만 '그 일' 탓에 협업에 대한 요청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움직인다고, 그 덕분이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장과 심지어는 이수연 부사장까지 그 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움켜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정도였으니까.
“하..... 모처럼 즐겁게 시작하려고 하면 항상 이런다니까. 우리 귀여운 호위무사 앞에서도 항상 이렇게 되고.”
“그래서 피했던 걸지도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었거든요.”
둘은 그렇게 말하며, 끓어오르기 직전이었던 서로를 향한 화를 진정시켰고, 이윤정은 그런 둘에게 직접 물을 따라주며, 건네주었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정소희에게 나눠주었다.
“소희씨가 봐도 우리 전 조교가 정말 교수에게 대드는것만 봐도 얼마나 한심한지 보이죠? 교수라는 것은 한 순간에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몇번이고 얘기를 했는데도 기어코 도망치려고 하죠.”
“그런 당신이야 말로 수많은 조교들의 피와 정신을 빨아먹는 모기같은 모습만 봐도 얼마나 그 자리가 대단하시길래 그렇게 빨아먹는지 신기하긴해? 저런 생물보다 차라리 나 같은 엘리트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둘의 물음에, 정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둘은 흐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정소희는 그런 둘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둘은 반드시 있어야 돼. 이런 이야기를 또 꺼내게 할거면 내 대답은 정해져 있어. 둘다.... 필요하니까.”
대담하면서,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다니, 간단명료하면서도 저돌적인 대답에 둘은 반해버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명으로는 부족하다 이거야? 어머..... 꽤나 양다리 스타일이신데?”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소희 씨. 꽤나 헤프게 놀았다는 얘기 많이 듣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그걸로 연결이 되는 건데!?”
“새침데기처럼 숨기기는 우리 근위대장님도 많은 사람들을 지키시면서도 속으로는 '응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건 다 알아요~ 뭐 생물의 심장을 뛰게 하는 근원은 '욕망' 이라는 감정이니까요.”
올리비에는 그렇게 말하며, 안경을 살짝 내리며, 정소희에게 이해한다는 윙크를 보내자 아나스탸스는 풉 웃었고, 이윤정은 그런 그녀의 '낯선 모습' 에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매번 그녀로부터 검사를 받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 올리비에란 여자는 자신에게 미묘한 변화라도 있으면 곧바로 자신을 부르고는 혈액이든 전체 신체 검사를 통해서 뭐가 변화가 있는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음흉하면서 동시에 탐구라는 목적으로 자신의 장비를 확인하는 여자나 생물학에 '결정체' 라고 말하며, 온갖 체혈에 검사란 검사를 퍼붓는 여자의 한 가운데 있을 줄이야. 정소희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그 사이로 퍼져오는 아나스타샤의 피냄새는 그 감각을 가까스로 누그러뜨렸다.
“그래도 소희씨는 교수님이나 아나스타샤 씨를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보여서 다행이네요.... 소희씨가 의뢰인 분의 요청으로 인해 이곳에 온다고 했을 때, 교수님도 많이 긴장하시긴 했거든요.”
“어머? 천하의 박정자가?”
“당연하죠. 당시 의뢰인이 저에게 보내준 내용만 봐도 정말 기겁할 내용이었으니까요. 다행히 벨치카 쪽에서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얘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녀는 침식체였고, 컴퍼니 내 사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럴 수밖에.....난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침식체였으니까. 너희들에게는 언제 위협을 할지 모르는 괴물 같은 존재지.”
정소희는 그 대답 속에서, 슬픈 느낌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보며 말하자 올리비에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은 하지 않을 게요. 그게 당신을 이곳에 들여보냈을 때부터, 사실 여러가지로 사장님에게 부탁하긴 했거든요.”
“네? 교수님. 전 그건 못들어서.....”
“교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어. 조교야. 지금 너에겐 엄청난 '심화' 를 요구하는 학습이니까. 지금은 몰라도 돼고.”
“쉽게 말해 거짓말이지. 다만........”
'선의가 많이 섞인 거짓말.'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쥔 물을 검지로 부드럽게 회전하며, 이해를 하지 못한 이윤정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사실 그 요청에 대해서 충분히 심사숙고하라고 했을 때부터, 우리 사장님은 꽤나 많의 호의를 베푸시긴 했죠. 하지만 말이 그렇지..... 소희씨는 관리부에 넣기에는 소홀히 할 수 있고, 심리적이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위축될게 뻔했죠. 그래서 제가 1순위로 집적 당신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함께 있어 준거죠.”
“그럼 교수님이 소희씨를 소개하기 전부터 교수님은 혼자서 관리하셨던 거에요? 제가 밤새도록 철야를 할때?”
“어. 소희씨가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는. 그래서 너에게 이것저것 많이 '철야' 를 시켜야하긴 했지만.”
그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이윤정은 입을 가린 채, 안경을 쓴 채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런 못난 조교 같으니. 답답하다 못해 그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전 그런줄도 모르고...... 왜 교수님을 절 못살게 굴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이 이윤정. 교수님의 깊은 뜻을 모른 채..... 전 그저 왜 하는 걸까? 나는 왜 존재하며, 왜 시간은 흘러 갈까에 대한 존재론적인 고뇌에 빠져버렸죠. 하아..... 전 아직 교수님에 비해서는 세발의 피 아니 여섯발..... 아홉발의 피만도 못한.......”
“뭐, 우리 조교에게도 나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확실하게 해줘야 돼 조교야?”
“넵! 이 이윤정! 반드시...... 흑흑.....”
이윤정의 훌쩍이며, 옆에 놓여진 티슈를 한웅큼 뽑으며, 코를 푸는 사이로 음식을 준비한 종업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음식이 하나 둘 상에 하나 둘 차려 졌을 때, 눈물 바다가 된 이윤정은 종업원보다 빠른 빛의 속도로 셋을 위한 음식을 서빙하기 시작했고, 종업원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림고수급' 실력에 입조차 다물지 못한 채 날카로운 눈매로 빠르게 반찬과 소스를 휙휙 던지며 세팅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원래는 제가 하는 건데......”
“아닙니다! 손님들 상대하느라 피곤하실 텐데, 제가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준비된 고기와 음식들을 먹기 좋게 빠른 속도로 자른 후 불판위에 올려놓았고 불판 위에 얹어진 고기는 서서히 구워지기 시작했다. 올리비에는 잘 익힌 고기를 소스에 바른 후 정소희에게 내밀었고, 정소희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어.”
“아. 처음인가요?”
“미나 선배에게 숟가락을 쓰는건 배웠지만, 젓가락은....... 모르겠어. 손만 아프고. 안쓴지도 오래되서 기억이 나지 않고.”
정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그런 그녀의 시선을 피하자 아나스타샤는 크흠 소리를 내며,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시선을 보냈다. 내키지 않긴하지만 정소희는 배가 고픈 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자 하는 수 없다는 시선으로 아나스타샤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곧바로 정소희에게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은 후 아 말하며, 그녀에게 내밀었다. 맛이 있을까? 생각 속에서 한참을 바라보던 정소희는 조심스럽게 입에 넣자 갑작스러운 뜨거움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 너무 뜨거웠나?”
“아. 아니야. 괜찮아. 좀 낯설어서.........”
“음 소스를 너무 쎄게 바른 것 같은데? 박정자. 우리 호위 무사님께서 마음에 안들어하시는 것 같고?”
“그동안 내가 삼겹살 류에서 소스 묻히기 권위자로서 얘기하는데,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발랐답니다?”
아나스타샤의 의심에 올리비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사이로, 정소희는 자신의 입안에서 퍼져오는 고기의 향과 소스의 맛에 적응된 듯 맛을 음미하며 씹기 시작했다. 낯선 감각에 서서히 적응하는 정소희의 모습에 둘은 서서히 반응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기를 준비하고 있던 이윤정과 종업원까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정소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맛있어.......”
그녀의 대답에 올리비에는 맞죠? 라는 듯 아나스타샤를 기세등등하게 바라보았고, 아나스타샤는 칫. 소리를 내며 자신의 눈 앞에 닥친 패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소희는 자신에게 고기를 준 아나스타샤에게 젓가락을 쥐려고 했지만 젓가락을 어떻게 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업원은 문득 정소희가 한참을 뚫어져라 고기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잠시만요. 라고 대답하며 고기를 먹기 좋게 자른 후 그녀에게 주었고, 정소희는 그나마 사용하기 편한 수저를 이용해서 소스를 세밀하게 뿌린 후 아나스타샤에게 내밀었다.
“어머 나에게 주는 거야?”
“빨리 회복할려면 많이 먹어야 하니까.”
“고마워요. 호위무사씨.”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소스를 잔뜩 버무린 고기 한입을 먹었고, 올리비에는 쾌락에 사로잡힌 채 힐끔 바라보며, 보고 있냐는 듯 바라보았고, 올리비에는 태연하게 눈 웃음을 지으며,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자신의 분함을 삭혔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맞아?”
“물론. 그래도 많이 궁금해하던 거 같은데, 모처럼이니까 한번 배워볼래?”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주라는 듯 그녀에게 뻗었고, 정소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후드가 서서히 내려간 것도 잊은 채 그녀의 손동작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일단 힘을 빼고 첫번째 스틱을 검지와 엄지 사이에 넣어.”
“이렇게?”
“응. 그 다음에 남은 스틱을 쥐어. 평소 검을 쥐었던 것처럼 부드럽게 쥐듯이 그 상태로 한번 음식을 쥐어봐.”
아나스타샤의 대답에 정소희는 심호흡 속에서, 불판 바깥에서 따로 내놓은 고기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먹이를 노리는 새처럼 곧바로 고기를 잡나 싶었지만 이내 젓가락 끝이 서로 엇갈렸고 고기는 뜨거운 불판 한가운데에 빠져버렸다. 이윤정이 다익은 고기가 타기 전에 잽싸게 요리용 집게로 고기를 잡는 동안 소희는 한숨 속에서, 자신의 손에 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뭐 처음에 한번에 되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래도 나름 처음치고는 괜찮긴하네요?”
둘은 그렇게 말하며 나름 선방한 정소희에게 부드럽게 박수를 쳐주었고, 정소희는 갑작스러운 박수에 멍한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이윤정이 구워진 고기와 채소를 주는 사이로, 종업원이 육회와 함께 보드카를 가져왔고, 그녀는 후훗 소리를 내며 모처럼의 호화스러운 식사를 기대했다는 듯 손을 흔들어주었다.
음식과는 다르게 엄청난 량의 보드카였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생수처럼 따라서 마시며, 모처럼의 회식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정소희는 독하게 보이는 그 술을 마시고도 취기조차 변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뭔가 기분이 좋거나 혹은 안 좋거나 할때면, 매번 생수처럼 보드카가 놓여져 있었으니까.
사장이 방문할 때면, 아무렇지 않게 숨긴 채 맞이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독해보이는 술을 마셔도 심하게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따라지며, 가득히 채워진 보드카를 한모금 마시는 사이로, 자신과 시선이 마주쳤고 정소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피했다.
“왜?”
“신기해서. 보통은 취해서 넘어지고 하던데?”
“고작 두 잔가지고는 이 정도 병 정도는 되야 좀 어지럽다고 할 수 있지.”
“그 정도로 술이 약한거야?”
“그건 아니고.”
그렇게 말하는 사이로 아나스타샤는 혹시나 싶은 시선으로, 마셔볼래? 대답하듯 그녀에게 잔을 건네주었고, 정소희는 잔뜩 긴장한 시선 속에서, 잔을 받은 채 천천히 입에 대며 마시기 시작했다. 자신이 마시는 술이나 심하게 독해서 거부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정소희는 거부감 없이 마시고 있었다.
“이거.... 왜 이렇게 뜨거워?”
“술이니까. 근데, 괜찮아? 내가 마시는 술 사장님이나 부사장님도 기겁할 정도로 꽤나 독하긴 한데.”
“괜찮아. 근데...... 속이 뜨거워. 머리가 멍해지는 거 같고.....”
“그게 바로 취한다. 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이쁜 얼굴에 붉은 눈동자에...... 그리고 홍조가 보여지고 같이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앞에서 솔직해지게 되는 거지.”
“왜 내가.... 솔직해져야 되는 건데?”
정소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손에 쥔 투명한 액체로 가득찬 술잔을 바라보았다. 이것저것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걸 보니 아직 취기라는 악마에 홀리지 않은 것 같아보였다.
“좀 더 마시면..... 곧 얘기하고 싶을 걸? 나나 박정자나 혹은 우리 귀여운 이윤정에게도.”
아나스타샤가 그렇게 말하며 약간 남아있던 잔을 따라 소희에게 건네주었고, 정소희는 묘한 기분이 드는 보드카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생각보다 취기 없이 먹는 그녀의 모습에 이윤정과 올리비에는 신기하듯 태연하게 마시는 소희의 모습이 신기하듯 바라보았다.
“사장님조차도 못 먹는 그 술을 자렇게 자연스럽게 마시다니.......”
“그래서 왜 내가 우리 정소희 씨를 가까이 하는지 알겠지?”
“거기 둘 뭐라고 한 거야? 내가 이상해?”
“아! 아니에요. 소희씨. 모처럼의 술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말이죠? 그렇지 조교야?”
“무! 물론이죠! 소희씨가 이렇게 즐겁게 술을 드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하하하하.....”
'거짓말 하지 마.'
그렇게 말하며, 소희는 더운 듯 자신의 자캣을 벗었고, 그녀는 취기에 사로잡힌 듯 어지러움을 느꼈다. 드디어 취기의 악마에 사로잡힌 걸까나? 아나스타샤는 육회와 함께 술을 즐기며, 지켜보았다. 소희는 자캣 밖에서 드러난 침식화된 팔을 드러낸채 벽에 기대고 있었다.
“지긋지긋해. 매일....... 그렇게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괜찮다. 라고 하는 말들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난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잖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바보도 아니고.”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침식화된 팔로 얼굴을 감쌌고, 아나스타샤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다 그런 거에요. 소희씨. 때로는 이야기하지 못할 비밀들도 있답니다~”
“웃지마 변태 년아.”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아나스타샤를 노려보자 올리비에랑 이윤정은 크흠 소리를 내며, 웃음을 참았다.
“매번 꼴도 보기 싫게 날 보면서, 희롱하고 만지작 거리는 것도 짜증난다고. 알아? 매번 그 얼굴과 움직임. 진짜 꼴도 보기 싫다고.”
그렇게 자신을 욕하며, 경멸하는 눈동자. 취기에 사로잡힌 채 잃어버릴 것 같은 정신을 붙잡으면서 보는 시선.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진짜 생물학의 매력을 이해 못했다는 말이 사실로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싫었어? 어머...... 그렇게 말하면서, 날 그렇게 걱정해주는 그 말들은 뭐였길래?”
“네가!........ 네가 말이야, 바닥에 널부러져서 피냄새 퍼뜨리면 짜증나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내 감각을 예민하게 하지 마. 진짜....... 짜증난다고.”
결국 걱정하고 있단 얘기잖아?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솔직한 마음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소희는 멍한 시선 속에서, 자신의 잔이 비어버림을 느끼자 아무말도 없이 아나스타샤에게 빈잔을 내밀었고, 아나스타샤는 옳지. 옳지. 하면서 애를 타이르듯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래 내 칼빵 맞은 상처 때문에 얼마나 신경쓰였는지 미쳤을 테니까.”
“아직도 아파?”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붕대로 감겨진 그녀의 상처를 살피듯 손을 뻗자 아나스타샤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의 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에 오라고 권고를 받긴 했지만, 마취 효과를 주는 건 단순히 약말고도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으니까.
“역시.....내가 너무 늦었지? 그때..... 나 아무것도 몰랐어. 이런 상처 속에서, 구하려고 했는데도.... 난....멍청하게 몰랐어. 다들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아니에요. 소희 씨. 소희 씨가 아니면, 이곳에서 회식도 못했을 테니까요.”
“정소희라고 불러도 돼......”
그녀의 대답에, 아나스타샤는 입을 가린 채 자신의 안에서 피어오르는 '음흉함' 을 숨기듯 드러냈다.
“그럼 귀엽게 소희라고 불러도 돼? 옆에 있는 누구누구처럼 교양있는 것보다는 역시 솔직한 게 좋지?”
“맘대로...해.”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아나스타샤는 미소를 지은 채 박정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둘은 모처럼의 정소희의 내면을 감상하고 있다는 듯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나 이상하지 않아? 이런 몸을 가지고...... 얼마나 지옥같은 곳에서 쭉 살아왔는데, 마찬가지로 나도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해버렸는데....... 참 우습게도 이렇게 살아있을 줄이야.”
“이면세계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당연시 하게 되었으니까. 사실 거기서 뭐가 나오든 태연하게 피하고 대응하는게 일상이 된 게 이곳 그라운드 원이니까.”
“그럼 나도 그 중에 하나 아니야? 이런 팔에....이런 눈에.... 심지어는 내가 사용했던 검까지 말이야..... 나도 그 중에 하나잖아?”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희끅하며 술은 한모금을 마시며 자신이 누군이지 확실하게 보라는 듯 침식화된 자신의 오른팔을 보여주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도 셋은 서로를 보다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저었다.
“음...... 글쎄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은데요? 조교야. 여기에 혹시 침식체가 있었니?”
“잘 모르겠네요. 교수님. 소희씨랑 아나스타샤 씨외에는 잘 안보이네요.”
“날 놀리지 말라고! 누가봐도 날 보고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이 팔과.... 내 눈을 보고도? 난 사람이 아니잖아! 날 위로하는 척하면서...... 그런 식으로 날 기만하고 있잖아!”
“아니야. 아니야. 우리 소희를 기만하려고 하는게 아니야. 옳지 옳지.”
아나스타샤는 잔뜩 토라진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자 소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녀의 쓰다듬을 받았다. 잠깐 고개를 숙인 것도 잠시 소희는 언제그랬냐는 듯 미안해진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미안....... 답답해서 이상하게 머리가 띵하게 터질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어버렸어.”
얼마나 마음에 걸리는지, 소희는 몇번이고 미안해진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자 이윤정은 괜찮아요. 괜찮아. 라고 말하는 그녀를 대신해서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나스타샤와 이윤정의 두드리고 쓰다듬어주는 손길 속에서 소희는 천식을 느낀 듯 기침을 했고 올리비에는 품 속에서, 베타 2 흡입기를 꺼내며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흡입기를 통해서 천식을 진정시키는 사이로 정소희는 자신을 걱정해주면서 동시에 함께 있어주고 있는 셋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는데?”
“우리 소희가 이런 모습을 보인게 얼마만인가 싶어서요.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대답을 잘 안해서 걱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담하면서 저돌적인 여자. 라고 알게 되었거든.”
“그리고 모두를 구해준 영웅이기도 하고요.”
“나 같은 게..... 뭐가 영웅이라고..... 너희들은 좀 역겨워. 그런 식으로 대답하면서..... 날 망설이게 하고.”
소희는 그런 셋을 향해 경멸하듯 말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셋은 알고 있었다. 그런 의도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그런 셋의 모습에 정소희는 짙은 한숨 속에서, 잔에 담겨진 보드카를 마셨다.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몸을 태우며, 괴롭히는 것 같은 감각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폭발할 듯이 끓어오르던 감각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자 정소희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자신의 손에 쥔 반정도 남겨진 보드카를 바라보았다.
“이제 좀 알겠지? 내가 왜 술을 마시는지 말이야.”
“시끄러.”
소희는 그렇게 말하는 것도 잠시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고, 아나스타샤도 키득 거리며 웃었다. 처음에 들어왔던 왁자지껄한 식당의 분위기처럼, 일행도 그 분위기의 파도에 몸을 맡기며 시간을 보냈다.
/
식사가 끝난 후, 아나스타샤 끄으 소리를 내며, 몸을 푸는 사이로, 정소희는 자신의 검을 가까스로 잡으며, 비틀거리며 계단 밑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 옆으로 올리비에와 이윤정이 같이 내려오고 있었고, 둘은 혹시나 싶은 시선으로 몸조차 가누기 힘들어하는 정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많이 마신 건가? 아나스타샤는 힘겨운 호흡 속에서, 허리춤에 찬 검을 꼭 쥔 채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정소희의 모습이 신경쓰인듯 자신의 허리를 감싼 채 다가왔다.
“괜찮아?”
“어...... 좀 어지러워서.”
“하긴 내가 마시는 술은 그라운드 원에서 먹는 술이랑은 차원이 다르게 독한 거니까. 보통 사람들이었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못 일어났거든.”
내 주량의 30%정도인데, 그것 치고는 제법 버티고 있긴 하다. 술을 입에 댄 초짜들 치고는 말이다. 히끅거리면서도, 자신의 오른팔만큼은 꽁꽁 매듯 자캣을 입었지만 술기운 탓인지 후드는 벗고 있었다. 검은색 자캣 사이로, 길게 뻗은 그녀의 머리칼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쏠리게 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첫 술을 마신 탓인지 정소희는 유독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듯 장난을 쳤던 아나스타샤만큼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귀여운 호위무사 씨가 이렇게 후드를 벗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게 되었을까나?”
“후드까지 쓰면 이대로는 못 지켜...... 적어도 너희를 노릴지도 모르잖아?”
명색이 근위대장 출신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자신이 지금 정신나가기 직전인 상태에서도, 끝까지 호위를 하겠다. 라. 흐릿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도 정소희의 감각은 이윤정과 함께 내려오는 올리비에와 자신을 포함한 셋에게 다가오는 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앞 머리칼 속에서 가려진 적안의 눈동자로 주시하고 있었다.
“우리 소희씨 맛있게 드셨나요?”
“덕분에.....”
“다행이네요. 소희씨도 맛있게 먹었다고 하고, 조교도 그렇다고 하니까 말이죠.”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아나스타샤는 자신을 바라보는 올리비에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보통이라면, 태연하게 다른 곳을 가고도 남았을 법 한데, 자신의 신경이 쓰임을 느꼈는지 올리비에는 애써서 자신의 안경을 다듬는 척하면서도 자신의 확실한 '답' 을 꺼낼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작정처럼 아나스타샤를 주시하고 있었다.
“괜찮았어...... 간만에 이렇게 먹은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말하니까 다행이네요. 말이 특식이지 입맛에 맞지 않으면, 회식하는 의미가 없잖아요?”
아나스타샤의 대답에서야 올리비에는 끄으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풀었다. 이윤정이 올리비에의 자캣을 가져다주며 입히는 동안 정소희는 행선지를 결정하라는 시선으로 취기 속에서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끝난 거지?”
“응. 간만에 속도 채웠겠다 슬슬 출발해야지?”
“어디로?”
“어디긴 2차가야지.”
2차? 그녀의 대답에 정소희는 놀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둘은 그런 아나스타샤의 모습에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스타샤씨가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아직도 기운이 남아있으시다고요?”
“말했잖아? 난 아직 부족하다고. 갈거면 끝까지 가야지.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되고, 근데 내가 확실하게 말하는데 사장이나 부사장과는 다르게, 나도 꽤나 2차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놀고 싶거든?”
결국 강제적이잖아? 선심껏 가도 좋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올리비에가 그녀와 함께 있던 시간을 경험을 토대로 한다면, 만약 이대로 집으로 가게 된다면, 아나스타샤는 이걸 빌미로 자신을 놀릴만한 새로운 '웃음거리' 를 주고 말 것이다.
“얼른 정해. 가도 좋고. 아니면 말고?”
“그건 제가 결정해요. 조교야. 아직 멀쩡하지?”
“저야 뭐..... 괜찮습니다만..... 설마 이번에 2차도 식사 같은 거 아니죠?.....”
“우리 귀여운 교수님과 조교도 나름 '몸매' 에 예민하니까. 고 칼로리 관련된 곳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약속할 게.”
아나스타샤의 대답에, 이윤정은 네. 라고 말하며, 특식으로 가득 채운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정소희는 정말 할건지 묻는 시선에 아나스타샤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런 그녀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이미 말했을 텐데? 날 구한 목숨값. 확실하게 보답하겠다고. 보아하니, 우리의 생물학 교수님과 생쥐 조교는 갈 예정인 것 같고. 우리 호위무사님도 당연히 갈거지?”
“웃기지 마. 내가 그런다고 갈 줄 알아?”
“응.”
저 당연하다는 듯 자신이 갈 거라는 대답. 보기만해도 짜증과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몸은 굳어버린 듯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자신과 어깨동무를 한 채 느껴지는 체온과 퍼져오는 향수. 취기에 사로잡힌 탓인지 그 냄새는 더욱 짙게 자신의 취기를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정소희는 거부하듯 고개를 저으며, 그런 어깨동무한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올리비에와 이윤정도 언제부턴가 자신의 눈 앞에 들어올 정도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소희씨랑 같이 가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소희 씨. 취기가 풀리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이대로가면 두 분 또 취해서 크게 싸우실 거에요.... 저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거든요. 뭐 집에 가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 게요. 뭐... 내일 제가 무사히 돌아올지는......”
“하아..... 알았어. 갈게! 가면 될 거 아니야!”
소희는 못 참겠다는 듯 자신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셋에게 확실하게 소리치자 확실한 답을 얻었다는 것에 즐거운 듯 셋은 기쁨의 박수를 쳤다. 정소희는 당장이라도 쫓아내버릴 정도로 소리친 게 신경쓰이는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셋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이렇게 소리지르고 싶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욱하는게 많이 늘어나는 기분이야. 원래는 그냥 넘겨버릴 수 있었는데.....”
“취기라는 건 항상 그렇답니다~ 호위무사님. 모처럼의 회식에 술도 마셨으니 더욱 편하게 쌓인 것들도 마음껏 풀어버리는 거죠.”
“괜찮은 거야? 이런 내가 가도?”
소희의 물음에 셋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스타샤는 망설이고 있는 정소희에게 다가가며, 부축을 받은 채 얼른! 이라고 대답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