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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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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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주인에게 충성을 하는 것은 자신이 '광기' 에 물들이지 않도록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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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룸이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자신의 두 눈에서는 장갑차량 내부에 신호기의 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그 간격 속에서 아리사는 침묵 속에서, 포인트로 이동하는 호송대가 이동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룸의 정보대로라면, 시설이 파괴되지 않았다면 요청한 지점을 통해 터널랫츠를 통해 세인트 루이스 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시설 파괴 직후 다수의 침식체들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듯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는 후송대 A 들리나? 여기는 현재 세인트 루이스 쉘터에 임원진들을 수송하고 터널랫츠 네트워크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통신 장애로 인해 네트워크 포인트 위치가 식별이 안 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다수의 침식체들이 후송대를 추적하고 있으니, 근처에 있는 더글라스 사 소속 태스크 포스는 즉시 응답해주길 바란다......]


 

“후송대 A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봐.”

아리사의 물음에 글룸은 후송대 A의 위치와 병력 구성 수송 중인 임원진 리스트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리스트를 확인 후 아리사는 후송대 A와의 교신과 연락을 한 후 말했다.

“여기는 블랙호크 아리사 대장이다. 후송대 A. 현재 그 루트는 침식체들에 의해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구역이다. 다른 포인트로 안내할테니, 해당 포인트로 이동하길 바란다.”

 


[알겠다. 블랙호크. 이동중인 경로를 변경하고 해당 지점으로 이동하겠다.]


 

응답이 끊긴 후 이동 중이던 호송대는 방향을 틀며, 이동하기 시작했고, 화면상에서 아리사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병력들이 이동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후송대는 원래 이동하려던 구역에서 벗어나 표시된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 다수의 침식체들이 감지되고 있었다. 글룸이 표시된 포인트에 다수의 침식체들이 감지된 것을 확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 수신기에서는 폭발음과 비명과 함께 총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후송대! 다수의 침식체들에게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들리는 부대들은 즉시 해당 지점에서 지원을 요청한다! 반복한다! 여기는 와일드 독 A1 후송대 들리는데로.....]


 

“지금 포인트는 다수의 침식체가 있는 포인트로 알고 있습니다만? 왜 그곳으로 보낸 겁니까?”

“........”

“대장님. 지금 병력이 중요한 상태에서 이건.......”

“선을 넘었다고?”

아리사는 어이 없다는 시선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글룸을 바라보았다.

“그 씨발년이 우릴 엿먹였을 때부터, 먼저 선을 넘었어. 구해준 걸 마치 당연하다듯이 알고 있고. 심지어는 널 죽이려고 했지. 더글라스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네가 선택한 이상 난 너에게  침식파보다 더한 것들을 끼얹어버릴 거야. 레이시카를 네 앞에서 지랄 떨지 못하게 만들려면,

 


'그 년의 수발이 되는 놈들부터 잡아야 돼.'


 

개가 주인에게 충성하는 건 간단해. 자신을 광기에 물들이지 않게끔 돌봄과 먹이를 주기 때문이지. 이번에 그 둘 중 하나를 끊어버릴 거야. 그러면 더더욱 레이시카가 네 앞에서 권총을 주고 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복잡해지겠지. 간단해. 글룸. 구해. 그리고 그 놈들을 정리하고. 내가 보낸 리스트의 임원을 내 앞에 끌고 와.”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글룸에게 목표 임원진의 사진과 함께 탑승한 호송 차량의 위치를 보여주었고, 글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차량 밖으로 나왔다. 차량 밖으로 나온 후 아리사는 차량 문을 닫지 않은 채 수신기를 든 채 먹잇감을 주시하는 포식자의 시선으로 주시하며 말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짓거리를 하면, 바로 죽여.”

 

그녀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하나 둘 글룸의 근처에 합류했을 때, 글룸은 자신의 양 손에 쥐어진 반자동 샷건을 장전 한 채 움직이자는 손짓을 보냈다. 그 신호 속에서 호송대를 공격하고 있는 침식체들이 있는 곳을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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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연락이 없나?”

“응답이 되지 않습니다!”

“젠장! 얼른 연락해 이러다가 우린 다 망령들에게 잡어먹힌다고!”

더글라스 사의 장교의 외침도 잠시 응사 사격을 하던 차량이 폭발을 일으켰고, 저항의 사격을 벌이고 있던 병력들은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채 응사조차 못하고 있었다. 화마 속에서, 망령과 다수의 침식체들이 빠르게 포위하기 시작했고 더글라스 사의 남은 병사들이 굳어버린 채 몰려오는 침식체들의 모습에 지켜보고 있었을 때, 병사들을 공격하려고 했던 침식체들의 몸에 산탄이 박히며, 피가 쏟아졌고 그 병사들의 앞으로 글룸이 가로 막으며 접근하는 침식체들을 향해 샷건을 빠르게 연사하며, 화력을 퍼부었다. 



“각 병력은 임원진과 남은 병력들을 규합시킨다!”

“블랙호크?..... 어떻게?”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를 하죠. 지금 이 구역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글룸은 그 대답 속에서, 마름모 장치를 투척했고, 몰려오는 침식체 앞으로 거대한 방패가 생성되며, 배리어가 형성되었다. 그 중심으로 글룸이 돌격하며, 침식체들을 밀어내는 동안 블랙호크 병사들이 남은 병사들과 임원진들을 이송하며, 참혹한 화마에 휩쌓인 전투구역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글룸 대장님. 터널랫츠 게이트가 활성화 하는 동안 시간을 버셔야 합니다.]

 


“그 전까지 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전선을 형성한다. 각 목표가 터널랫츠로 이동할 때까지 한놈도 들여보내선 안된다!”

글룸의 대답과 함께, 병사들은 선봉에 선 글룸을 중심으로 전선을 형성했고, 그 전선과 총성에 이끌린 엄청난 수의 침식체들이 이끌리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글룸이 전방에서 교전을 벌이는 사이로, 망령이 달려오며, 글룸에 달려들자 글룸은 망령을 바닥에 처박으며 산탄을 사격하며 머리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산탄에 탄약이 바닥났을 때, 후방에서 망령이 달려들었고 글룸은 발버둥치며 공격하는 망령을 밀어내며, 장전한 산탄총을 한손으로 들며 사격하면서 동시에 오른팔에 장착한 핸드캐넌을 발사하며, 침식체들을 날려버렸다. 탄을 빠르게 넣는 그 사이로 후방에 있던 블랙호크 대원이 완료되었다는 사인을 보내자 글룸은 교전 중이던 병사들에게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내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전선이 물러나는 틈으로 파고들려는 침식체와 망령을 향해 산탄총을 사격하는 사이로, 병사들은 일제히 연막탄을 투척했고 침식체와 망령들이 방벽이 활성화된 방패를 공격하는 사이로 전장으로 벗어나며, 차량 근처에 집결했다. 

“터널랫츠로 이동하는 즉시 아리사 대장님이 있는 포인트로 이동한다. 추후 상황에 변동이 생기면 바로 보고하도록.”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병사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며, 대기중인 차량에 일제히 탑승했고, 시내 지하차도를 통해서 빠르게 활성화된 터널랫츠 포탈로 일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 모든 병력이 들어오고 난 후 터널랫츠 포탈의 크기는 작아지며 비활성화 된 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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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룸과 남은 휘하 병력이 터널랫츠로 복귀 했을 때, 아리사는 옆에 생존한 더글라스 사의 와일드 독 병사들을 포함한 임원진들과의 실랑이가 오고가고 있었다. 아리사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저으고 있었고, 임원진은 화가 난 듯 강하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분명 내 두 눈으로 확실히 봤어! 너희들이 지정한 포인트는 침식체가 없는 세이프 존이라고 말이야! 아리사 네가 설정한 좌표 때문에 우린 그곳에서 골로 갈 뻔했단 말이야!”

“당시 저희 부대가 확인했을 때는 문제가 없는 구역이었습니다만 지상에서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이상 위협은 언제나 도사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키린 임원님.”

“그런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왜 자네를 더글라스 사에서 감싸고 도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만 이번 사태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군! 특히나 이번에 발생했던 버뮤다와 관련된 사태는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일반 적인 침식사태라고 하기에는 언짢고!”

키린이라 부르는 임원은 아리사를 향해 몇 번이고 항의와 함께 의심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그녀를 봤지만 아리사는 섣부른 단정이라고 하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당시 사태의 원인은 저희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키린 임원님.  또한 그 사태 이후로 저희 블랙호크 또한 임원진들의 안전과 대피를 최우선시 하고 있고요. 이 이후로는 키린 임원님께서는 저희 블랙호크가 호위할 것이며, 현 와일드 독 병사들 또한 포인트로 귀환시킬 것입니다.”

“자네 같은 박쥐와 함께 갈 바에 차라리 저들과 가겠네. 예전부터 자네가 캘빈과 회사를 뒤엎어버릴려는 수작으로도 모자라 이렇게 우리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고 했던 걸 다 안다고! 이걸로 넘어갈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반드시 그 사태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반드시 확인할테니까!”

“그런 일에 얽매일 수록 피곤해질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 와일드 독의 병사들의 상태로 미로나 다름이 없는 이곳을 가겠다고요?”

“당연하지! 이 구역의 관련된 설비 투자는 우리가.....”

“투자만 했을 뿐, 키린 임원님은 이 미궁에서 어떻게 가야할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차라리 저희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가시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지금 상태로 나가시면 한발짝도 가기도 전에 미아가 되실테니까요.”

그 대답 속에서, 글룸은 침묵 속에서, 성큼성큼 다가왔고 그의 움직임을 따라서 다수의 병사들이 키린과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포위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인가? 감히..... 더글라스 사장의 고위임원진인 날 협박할 생각인가!?”

“협박이 아닙니다. 키린 임원님.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방해 되지 않습니까?”

 

그녀의 손짓과 함께, 글룸은 키린을 개머리판을 후리쳤고, 그가 커억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틈으로 서있던 병사들은 일제히 블랙호크 병사들의 사격에 일제히 총알이 박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키린은 히익 소리를 내며, 패닉에 빠졌고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옷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자...잠깐만?! 죽이지 말게.. 제발........ 이대로 죽을 수 없네. 제발 살려주게.....”

“왜 그러십니까? 키린 임원님 그때처럼 저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저에게 명령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태도는 어디가시고 언제부터 쥐새끼 만도 못한 겁쟁이가 되셨습니까?”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평소대로 해보라는 듯 바라보았지만 키린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뭘 원하는 거길래 굳이 이런 미친짓을 벌인거지?”

“간단합니다. 의원님. 버뮤다 사태 발생했을 때, 키린 임원님은 당시 임직원분들의 대피한 인원들 중 한명이었죠? 또한 당시 관련된 상황을 더글라스 사장님에게 보고할 예정이었구요.”

“그래...... 당시 사태 발생 이후로, 더글라스 사의 요청으로 당시 출입 관련기록을 조사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걸 왜 묻는 거지?”

키린의 물음에 아리사는 이미 알고 있지 않냐는 시선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 기록 중에서 참 재미있는 내용들이 있더군요. 임원님께서는 당시 더글라스 본사가 주최하는 연회에서 참석인원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계셨죠?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임원진들을 대피시키신 것도 키린 임원님이셨구요.” 

“그게.... 그게 도대체 문제라고 하는 거지?”

“저희 태스크 포스가 관리하던 쉘터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든요. 당시 조회기록을 확인한 결과 당시 키린 임원님은 저희 태스크 포스 부대가 임원진들에게 시커 장비를 지급한 이후로 비상 상황이라는 명목으로, 망령의 감염 여부가 확실한 사내 직원을 그 안에 배치하셨더군요. 키린 임원님이 배치한 그 직원은 내부에 잠재되었던 망령이 발동 되었고, 망령으로 인해 내부에 있던 대피한 사람들은 모두 다 죽게되었죠.”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글룸에게 시선을 보냈을 때, 글룸은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아리사를 바라보았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고? 그가 의문의 미궁에서 빠져있었을 때, 키린은 궁지에 몰린 듯 손을 뻗으며, 애원하듯 소리쳤다.



“글룸! 지금 이 박쥐가 하는 짓은 결국 회사 규율을 위반하는 짓거리야! 아리사는 이미 우리 회사를 등을 졌어! 자네가 지켜봤듯 켈빈과 마찬가지로 자네도 그런 쓰레기들처럼 버려지게 될 거라고! 날 살린다면, 자네에 대한 처분은 없이 내가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겠네. 그러니 저 박쥐년의 말을 믿으면 안돼!”

키린의 대답에 글룸은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슈트 헬멧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아리사를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아리사는 알 수 있었다. 아리사는 그런 글룸의 의문에 답해주겠다는 듯 천천히 들려주기 시작했다.



“글룸. 내가 왜 이 새끼를 죽이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이해가 안 되긴 할거야.”

“아리사.... 이제는 임원이고 뭐고 자시고 쓰레기 취급하겠다는 건가!?”

키린의 물음에 아리사는 역겨운 몰골을 봤다는 불쾌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그 쉘터는 시작에 불과해. 글룸. 이미 놈들은 이 새끼를 통해서 자기들이 제거할 임원진들의 리스트를 확보했고, 위치도 알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관리한 쉘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겁니까?”

“안타깝게도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꽤나 재미있게 얽혀져 있어. 이 새끼는 그 실행책 중에 한 놈에 불과했고. 그 실행 덕분에 네가 데려가려고 했던 임원진들을 그 망령하나에 모조리 잠식당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레이시카가 널 죽이려고 했고. 뭐 실패했지만, 명심해. 레이시카는 널 죽이기 위해서라면 이 개같은 짓거리를 수도 없이 만들려고 할 거야."

그녀의 대답에 침묵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글룸의 총구는 서서히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키린은 경련이 일며 떨려오는 총구에 공포에 질린 눈동자로 글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야....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요청한 인원만 넣으면 된다고 했단 말이야! 근데 그렇게 터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난 아무것도 몰랐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들 처리했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 책임을 네가 질 뻔했고. 참 아이러니 하지 않아? 이런 새끼들 한테 허무하게 죽을 뻔했다는 게 말이야. 게다가 그 실행책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야.”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그런 글룸이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말대로 차라리 대 침식전에서 침식체들과 싸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던 그 말은 사실이었다. 글룸은 지금 자기가 겨누고 있는 키린의 모습에서 침식체보다 더한 역겨움이 피어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할 게. 이 새끼를 냅두는 순간 또 다른 쉘터에서 이런 상황들이 발생할거야. 그리고 레이시카 그 씨발년은 그걸 핑계로 네 머리통에 총을 쏘려고 하겠지. 그 폭발 여파로 네가 살아남았지만 그 폭발이 연속으로 터진다는 보장이 없어.”

 


'그것이 인간이며, 새로운 균열의 시작을 야기하는 존재라면, 당신은 그 방아쇠를 당길 수 있습니까?'

 


그 목소리. 중후하면서도 비지니스와 함께 자신조차 고개를 숙일 정도의 카리스마가 담겨진 충고와 조언. 자신의 몸을 지독하게 짓누르던 슈트의 감각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앞에서는 니콜라스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더글라스 사의 부사장이라는 직위에 맞는 양복을 두른 그는 뒷짐을 진 채 서있는 글룸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 가득히 적혀있는 서류와 커피. 그리고 더글라스 사와 관련된 서류를 정리한 듯한 수많은 문서들의 흔적. 그 서류들 속에서, 신규 태스크 포스와 관련된 문서들이 적힌 자료가 놓여 있었다. 그 사이로 면접과 관련된 리스트의 이름과 사진이 사이사이로 보였고, 니콜라스의 왼손에서는 자신과 관련된 서류를 자신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아니면 간단하게 설명해볼까요? 당신이 전대에 있으면서 가장 먼저 무엇을 가르쳤습니까?”

“인류의 수호입니다. 인류에 위협이 되는 침식체나 그림자의 제거 침식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을 것.”

“그렇죠. 대부분의 관리국에서 나온 교본들은 그렇게 가르치고 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침식체' 라 불리우는 외부의 적에 한정 된 것. 제가 그때 왜 인간을 제거할 수 있는지 묻는 건 하나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적을 만들며, 스스로 무너뜨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처음에는 침식 대응이 실패했을 경우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라던가 혹은 내부적으로 사기가 결핍된채 전투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한 대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니콜라스는 커피를 한 모금을 마신 후 이해하지 못한 그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전에 얘기했죠. 그 면접자들은 임직원들이 저에게 보내는 '뇌물' 이라고요. 그들은 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치즈를 원하며 집을 원하지요. 그 이유는 그들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단 하나의 감정의 사슬에 묶여있기에 그들은 가져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탐욕이죠.'

 



“이 자리에 있다보면, 사내에 위협은 외부보다 내부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죠. 회사를 무너뜨리는 요소는 외부에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그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내부의 적을 인식하지 않기 위한 방법중에 하나였습니다. 만약 '외부의 적이 존재한다.' 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탐욕의 독이 퍼지면서 균열이 시작되니까요.'

 


카르타고가 멸망이 되었을 때, 외부의 적이 없던 로마는 결국 내부에서부터 타락을 하게 되었고,  결국 제국의 분열로 이어지고 말았죠. 로마가 지금까지 강력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의 적' 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적이 존재하기에 그들은 그 적에 대항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고, 탐욕을 신경쓰지 못한 채로 그들과 싸우려고 했으니까요.”

“그럼 만약에 외부의 적이 존재하지 않게된다면.......”

글룸의 물음에 니콜라스는 당연하지 않냐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의 분열. 그것이 설령 니콜라스라고 해도 자신은 막을 수 없다는 시선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부사장조차도.... 막을 수가 없다고?



“물론 아직은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외부의 적인 '침식체' 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상황에서 조만간 탐욕은 이 더글라스를 시험하게 될 것입니다. 물을 시작해서 치즈를 얻기 위한 아주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말이죠. 제가 준비한 블랙호크는 그 탐욕에 치우쳐진 자들을 처단하는 것 또한 담당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단순한 침식체가 아닌

 


'인간의 탈을 쓴 쥐들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블랙호크의 대장이 되기 전에 묻는 것입니다. 그들은 쥐입니다. 인간이 아니며, 당신의 PTSD를 자극하는 모든 행동과 목소리로 당신을 흔들리게 만들 것입니다. 그럴 각오가 되어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글룸 가드너. 지금 당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면, 탐욕에 눈이 먼채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 그리고 현실. 자각이라는 차가운 바람이 자신의 살갗을 스쳤을 때, 자신의 피부는 더글라스 사의 최고등급 슈트로 보호되어있었고, 슈트 내부에서는 침식 억제 배리어의 상태와 자신이 손에 쥔 무기 이름과 종류 그리고 남은 탄약이 실시간으로 체크 되며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앞으로 키린은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죽음의 늪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필사적인 애걸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 그의 기억 속에서, 글룸은 핏빛으로 바닥에 놓인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저희 진짜로 구해주시는 거죠?'

 


'그래. 아저씨들은 우리 꼬마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니까. 곧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얌전히 공주님의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아저씨 말 잘 들으면, 저 집에 갈 수 있는 거죠?'

 


'물론. 아저씨가 나쁜 괴물들을 물리칠 사람들을 데리고 올 거야. 그때까지 잘 있어야 돼.'

 


그때까지.......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아있는 건 피투성이가 된 쉘터의 사람들과 그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인형. 글룸은 눈을 부릅뜨며, 키린을 노려보았고 키린은 공포에 질린 채 그를 주시한 순간 눈 앞으로 섬뜩한 섬광과 함께 총알이 발사되었고, 총알은 그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키린이 주검이 된 채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글룸의 권총을 계속해서 발사되었다. 그 섬광은 아리사와 병사들 글룸을 따른 병사들에게까지 드러났고, 살인충동에 물들여진 그의 권총의 섬광에 굳어버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끊임없이 울리던 총성이 멎었을 때, 글룸은 권총은 총알이 바닥난듯 노리쇠가 뒤로 당겨진 채로 자욱한 연기를 뿜고 있었다. 그의 확실한 행동을 확인 한 후 아리사는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옷을 턴채 자리에 일어났다. 처리를 한 후 시야에서 보이는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며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듯 밑에서부터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땠어? 침식체가 아닌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형식적인걸 원하시는 겁니까?”

“그런 지루한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야. 그건 꽤나 복잡하고 절차가 있는 공식적인 상에서나 얘기하는 거니까.”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가여히 쥐고 있던 그의 권총에 탄이 걸린 것을 확인하고 부드럽게 가져가며, 권총 노리쇠를 당기며 걸린 탄피를 뽑아냈다. 빈 탄창에 탄약을 능숙하게 넣는 사이로,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글룸. 가끔은 말이야. 이런 일들을 할때면, 형식적이라는 감옥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처음에 내 질문에 넌 그렇게 대답했지? 부사장님을 위해서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고 말이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허울이라고 생각하거든?”

남은 탄약을 넣는 그 사이로, 아리사가 고개를 들었을 때 글룸의 슈트 너머에서는 장전한 권총이 자신을 향해 겨누어져 있었다. 



“전술. 부하들에 대한 지휘능력. 네가 다른 관리국 전대에서 보여준 관련 기록들은 훌륭해. 그 쌍년에게 굴하지 않고 부하들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자기가 책임을 지는 행동까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것들이야.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글룸.”


 

'본능적으로 찢어버리는 걸 원하거든?'


 

내가 명령 하는 것에 대해서는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대로 망설인다면, 넌 다시 한번 들개에게 물어뜯겨나갈 테니까. 이 자리에서 널 처리해야 속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 당장 널 제거 해야 내 무거운 짐이 좀 줄어든다고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나의 생각에 대해서.”

아리사의 대답에 글룸은 자신의 반자동 샷건을 든 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깊게 생각하는 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두려움에 물들이는 것도 망설임는 것조차도 그녀에게는 제거 해야한다는 본능만 일으킬 뿐이니까. 글룸은 그럴 수록 더욱 더 그녀의 총구앞에서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대장님의 말대로, 그 쉘터에 있는 인원이 그들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차라리 책임에 대한 걸로 절 죽이는 방법으로 쓰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아리사 대장님. 이미 그들은 니콜라스 부사장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신뢰' 를 저버린 자들입니다.”

 


'전 그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물론 망설였다고 생각했겠지요. 그 전에..... 제가 지키지 못한 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을 구하지 못했으며, 그들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그 끔찍한 낙인이 새긴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래..... 괴로웠다. 결국 넌 그 괴로움에 망설였다는 얘기가 되잖아? 그럴수록 내가 널 살릴 이유는 더더욱 없어보인다고 보는데?”

“심리적인 위축은 아닙니다. 그건 어디까지 순간적인 기억들에 불과하니까요. 대장님을 만나기 전부터 부사장님께서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며, 대비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류를 통해서 확인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시 터널랫츠 네트워크에 대한 관리설비 및 경비 병력 관리는

 

'제가 담당했습니다.'

 

지금 절 쏘는 순간, 단순히 저의 플랜들과 최종목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리사 대장님의 목표 또한 사라지겠죠. 대장님이 숨기고 계신 목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걸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길잡이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대로 길잡이를 제거한 채로, 미궁이나 다름이 없는 이곳을 헤매시는 최악의 선택을 하시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서로가 목표가 다르다고 해도 거치는 '교차점' 이 같은 이상

 


'협력이 필요합니다.'


 

전 그들의 총괄하는 능력에 비해서 교활함에 대해서는 부족합니다. 비록 제가 그녀로부터 병신새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런 병신에서 벗어나고 싶긴 합니다. 그러니...... 부디 이런 미천한 병신 새끼라고 해도...... 상관없으시다면......”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그런 그녀의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보다 큰 장신의 육체 속에서 그가 숙이자 병사들의 침묵도 잠시 아리사는 풉 웃으며, 자신의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참...... 너 진짜 네 스스로 병신 새끼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넌 그런 욕을 들을 정도의 녀석은 아니야. 글룸.”

“레이시카 대장님은 사장님의 직속 부대 소속입니다. 저보다 더.....”

“응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병신새끼로 취급하는 건 다시 봐도 그 미친년이 또 지랄하는 구나 싶었거든.”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겨누었던 권총을 내리며, 그에게 다가가며, 어깨를 두드렸다. 글룸이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을 때, 자신을 겨누던 권총이 그의 손에 놓여 있었다.



“네 말대로야. 교차로에 있다. 그렇기에 협력해야 한다. 이유는 잘 들었어. 다음에는 확실하게 해. 그것부터 처리한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 박쥐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알려줄 테니까.”

그녀의 대답에, 글룸은 그녀로부터 받은 권총을 홀스터에 놓은 채 자신의 반자동 샷건을 장전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 침식전 대응 팀 블랙호크 소속 리더. 글룸 가드너. 현 더글라스 사의 부사장님의 직계 대장이신 아리사 빈센트의 작전에 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침식체든 인간이든 회사에 등을 돌린 자들에 대한 대가를 치루도록 하겠습니다.”

“참..... 형식적인 것도 정도 껏 좋아하라니까....”

아리사는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부하들에게 손짓했고 글룸을 주시하고 있던 병사들은 그를 '아군' 으로 인식한듯 자신의 양손에 들고 있던 돌격소총 무기들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홀스터를 넣은 채 차량으로 이동했을 때, 글룸은 가장 먼저 앞장서 나가며 그녀를 대신해서 문을 열어주었다. 아리사는 눈 웃음을 지으며, 그의 호위를 따라 차량에 탑승했고, 정차해있던 차량은 엔진을 발화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있었습니다.'

 


그 차랑 속에서, 익숙한 커피의 향이 느껴졌다. 수많은 조각이 되어 가루가 되어버린 채 액체로 뒤섞인 흑빛의 커피 옆으로 니콜라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앞에서 자신은 꺼내지 말아야했던 목소리로 그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대답 속에서, 니콜라스는 짐작했다는 시선으로 글룸을 바라보았다. 글룸은 숨이 막혀오는 것 같은 긴장이 퍼져왔고, 니콜라스는 앉아도 좋다는 시선으로 소파를 향해 가리켰다. 글룸이 자리에 앉았을 때, 그의 앞으로 드론이 날아오며 음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관리국 규율 상 신상 공개는......”

“그런 건 생각하지 마십시오. 글룸. 당신의 말대로라면, 그 관리자도 굳고 긴장에 독에 허덕이는 당신의 모습을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부사장님. 혹시.... 관리자님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아 그렇다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 '관리자' 는 아닙니다. 챔버와 그라운드 원을 동시에 태스크 포스를 관리하는 관리자는 드무니까요. 제가 '그림자' 라면 모를까?”

니콜라스는 쿡 웃으며, 자신은 아니라고 대답했고 글룸은 그렇겠죠. 대답하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슈트 헬멧을 해제했다. 헬맷이 해제되고 드러난 그의 얼굴에 니콜라스는 호오 소리를 내며, 의외라는 시선으로 글룸을 바라보았다.



“이력서 상에서는 오랜 세월 전투를 했기에 노년의 나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곳의 나이로 치자면 중년이 맞습니다. 부사장님.”

“그거 치고는 나름 자신감이 있어보이는 군요. 전 이 회사에 지원하며 저와 미팅을 하는 사원들을 통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알게 되죠. 그 배움 중 하나가 당신이라니 더더욱 기쁘게 생각하고 이습니다.”

니콜라스의 대답에 글룸은 시선을 피한 채 자신은 그런 인물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 시선 사이로 글룸은 고개를 들어올리며, 부사장이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사장님의 얘기대로 제가 그동안 전대의 부대장이면서 동시에 사병으로 속하면서 가장 끔찍한 존재는 침식체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침식체는 인간에 비하면, 간단했죠. 침식체들은 종이라 불리우는 위험단계가 있으며, 그 위험단계에 따라 병력 편성과 함께 작전 사항을 전대장님과 협의하에 진행을 하면 끝나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우습게도 저희가 진행한 작전들은 그 작전에 비하면 세발의 피였으니까요.”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며 눈 앞에 펼쳐진 전장의 상황을 기억했다. 영원히 묵혀버린 채 완전히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전의 지시사항과 목표 그리고 편성된 병력 지시와 지휘까지 생생하게 자신의 머릿 속에 기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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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원 비공식 지점.

 

[시커 1. 현재 목표 구역에서 다수의 수송차량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병력이 배치된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관리국 표식인가?]

 

[.....표식 확인. 현 차량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며, 5분뒤 목표 구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확인. 시커1 선두 차량을 제압 후 목표를 확보. 목표는 현재 차량에 있으니 신원을 확인하는 즉시 생포하도록.]

 

수많은 교신들이 오고가는 사이로 글룸은 매복된 지점에서 차량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목표는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제압. 그리고 확보를 하면 된다. 전대장은 그렇게 간단하게 지시를 내렸지만 글룸은 지금의 눈 앞에 있는 적이 지니고 있는 표식에서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관리국이라니....... 가뜩이나 침식체로 인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글룸 부전대장님? 각 병력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

“부전대장님?”

병사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을 때, 글룸은 뒤늦게 병사를 의식했고 병사는 긴장한 시선으로 글룸을 바라보았다. 흘러나오는 교신 상황을 통해서 병력이 기습할 준비를 마친 것을 판단한 글룸은 알겠네. 라고 대답했다. 후송대가 목표에 서서히 도착했고 글룸은 수신기를 활성화한 채 매복 중인 전 병력에 명령을 내렸다.



“각 병력은 들어라. 선두 차량을 제압하는 즉시 내가 선봉으로 진입한다. 선봉으로 진입한 직후 병력은 빠르게 진입해서 병력을 제압하고 '목표' 를 확보한다. '생환률 100%' 목표를 훈련 담당하셨던 전대장님을 기억하며, 한번의 사상자 없이 목표를 제압하도록!”

글룸의 대답에 병사들은 일제히 네! 소리와 함께, 응답했고 글룸은 자신의 반자동 샷건을 쥔 채 선두차량이 공격을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 호송대의 선두차량이 목표 지점으로 서서히 진입하면서 사지로 들어왔을 때,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선두차량이 화염에 휩쌓이며 전복된 채 나뒹굴었고, 호송 차량들은 일제히 멈추었다. 



“뭐야?! 선두차량이....!?”

“기습이다! 다들 주변을 경계......!?”

병사의 대답도 잠시 옆에서 뭔가를 확인하고 조준하려고 했던 병사의 몸에 벅샷이 박힌 채 날아가며, 차량에 부딪힌 채 널부러졌고 글룸은 빠르게 내려오며 혼란에 빠진 전선에 선두로 진입하며, 호송대 병력을 향해 반자동 샷건을 난사하며 제거하기 시작했다. 글룸을 선두로 병력들이 언덕에서 동시에 내려왔고, 호송대 병력은 겁에 질린 채 총조차 쏘지 못한 채 후퇴하기 시작했다.



“시커 2.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압박하고. 나머지는 목표가 탑승한 차량으로 이동한다!”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향해 사격하려고 한 병사의 목을 움켜쥐며, 바닥에 처박은 채 샷건을 발사했고, 사격하려고 했던 병사는 벅샷에 박힌 채 날아가며 차량 전면 유리에 부딪히며, 나뒹굴었다. 글룸이 반자동 샷건을 조준 한 채 목표 차량을 향해 이동 중일때, 피가 터져버린 차량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여기서 못 나간다고!”

“이 미친것들아! 돈을 처받았으면, 이런 기습에도 대비해야 될 거 아니야!”

“이봐! 난 용병이라고! 단순한 후송임무인 줄 알고 자원했더니만 이렇게 쥐포가 된 채 골로 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야! 난 죽기 싫다고!”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날 지키라고 너 같은 새끼들에게 돈을 뿌렸는데 도망칠 생각이야!”

“됐어! 네가 뭐라고 지랄하든 말든 난 여기서 골로 가고 싫다고!”

둘의 대화에 글룸은 후방에 대기 중인 병사에게 차량의 후문으로 이동하라는 손짓을 보냈고 두 병사는 엄폐한 채 레이저 사이트를 활성화하며, 후문을 조준했다. 필사적인 발소리와 함께 차량 뒷문이 열렸을 때, 뛰쳐나온 용병의 몸에 소음기 돌격소총의 총탄이 일제히 박히며 쓰러졌고, 차량 내부에서는 히익! 소리를 내며, 공포의 도가니에 휩쌓였다. 글룸이 조수석 정문을 열자 그는 비명을 지른 채 자신을 노려보는 글룸을 바라보았다.



“쏘지마! 미친 놈들아! 나 관리자라고! 관리국 소속이란 말이야! 네놈들이 뭔데 우릴 관리국 호송대를 습격한 거지!?”

“그라운드 원 관리국 대 침식전 부대 소속 글룸 가드너 입니다. 현 관리자의 명령에 따라 해당 관리자님에 관리국 규율 제 5항 '밀수 관련 사항' 을 위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밀수라고!? 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 그냥 폐기센터로 이송 중이었단 말이야! 이 일은 관리자의 권한으로 용납하지 않을 거야! 이 작전을 진행한 전대장부터 그 전대장을 담당한 새끼들 전부 모가지행이니까 그렇게 알라고!”

그는 큰소리로 협박하며, 글룸을 짓누르려고 했지만 글룸은 동요하지 않았다. 위협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서는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쌓여 있었다. 그런 글룸의 뒤로 병사가 목표를 찾았다는 신호를 보냈고 글룸은 자신의 추악한 것을 찾게 되었다는 사실에 얼어붙은 표정으로 변해버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기센터로 이동 중이라고 하셨죠? 그것을 증명하실 시간인 것 같군요. 관리자님.”

“그....그래..... 일단 보여줄게..... 근데 말이야 잠깐 내가..... 좀 일이 생겼거든 나중에...”

“왜 그러시는 겁니까? 관리자님의 말씀대로라면, 문제가 없으며, 저희 전대와 전대를 담당하시는 관리자님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하시지 않으셨는지요? 그 증거를 당당하게 보여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차량 내부에 있는 건 폐기예정인 병기들과 무기들이라고 말이죠.”

글룸의 대답과 함께, 병사들은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더욱 압박했고, 글룸은 먼저 앞장서나가며, 병사들이 찾은 목표 차량을 향해 이동했다. 차량에 다다랐을 때, 두 병사는 젠장.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고 글룸은 병사들이 확인한 듯 미세하게 열려져 있는 승합차 뒷문을 열었다. 


 

안에는 인간의 형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시신들이 담겨져 있었고, 시신들에서는 마치 어떤 실험을 한 것처럼 베이고 장기를 적출 한 것 같은 상흔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그 시신들 사이로 관리국 전대의 인식표가 담겨진 흔적이 팔목에 군데군데 새겨져 있었다. 

“이건.......?"

“사람의 일부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군요. 당시 생화학 무기 엄금이라는 이름의 함에 있었던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 생체 내부에서는 다량의 이터니움이 감지가 되고 있고요.”

“이터니움?”

“네...... 문서상에서는 시연실패에 대한 폐기용 무기나 차량 부품이라고 적혀있지만, 내용과는 완전 다르죠. 마치 실험의 실패작 같은 것들이더군요. 더 재밌는 건 지금 체내에 치사율이 넘는 이터니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정도의 이터니움이라면.... 가치가 꽤나 짭짤하죠. 이 시신들을 전부 정제화시킨 후 암시장에 팔면 나름 저 관리자님의 지갑에 빵빵할 거구요.”

콜의 대답에 관리자는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에게 다가가는 글룸의 걸음은 자신을 향해 큰소리 쳤던 그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쥐새끼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 말대로라면, 관리자님은 저희가 적대시하는 세력과 내통을 하고 있다는 것외에는 이 짓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특히나 관리국 규율 제 1조. 관리국을 위협하는 적대세력과의 내통을 할 경우 즉결 처분하거나 혹은 관리국 특수 감옥에서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최고형에 처합니다.”

“.......저기 말이야. 이번에 전쟁에서 죽은 카운터들의 시신들을 잘만 가져온다면 그만큼의 코스트를 준다고 했었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아 맞아... 그랬어.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정신을 잃어버린 양 뭔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습니다. 나의 천사시여..... 당신은 언제나 아름다우시며, 멸망해버린 땅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는 것을 아.... 나의 아름다운... 네..... 지금 당장...”

그의 속삭임 속에서, 품 속에서 권총을 들며, 병사들을 향해 조준하려고 하자 글룸은 병사들을 공격하려는 그를 향해 산탄총을 발사했다. 산탄의 강한 충격 속에서, 관리자는 찌그러진 캔이 나뒹굴 듯 바닥에 널부러진 채 피를 흩뿌렸다. 병사들이 정적과 혼란에 빠진 시선으로 글룸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의 양손에 쥔 반자동 샷건은 자욱한 연기를 뿜고 있었다. 



“부 전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수신기를 주게 전대장님과 이야기를 해야 할 얘기가 있으니,”

글룸의 대답에 병사가 수신기를 가져다주었을 때, 그는 착잡한 심정을 뒤로 하고 수신기를 자신의 귀에 대었다. 

 


[사살했다고?]


 

“네. 전대장님......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확보했지만 생포를 하려고 했던 해당 관리자는 저희를 공격하려고 했고, 현장에사 사살했습니다.”

 


[....알겠다. 후송대 상황은?]

 


“각 후송차량을 확인한 결과 각 차량 내부에서는 인체실험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나왔습니다. 구성성분과 신체구성들을 보아서는 카운터들이며, 각 신체가 심하게 회손되거나 뇌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타버린 흔적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들의 소속은?]

 


“......대부분 관리국 전대 소속입니다. 신원확인을 위한 체내 인식표 또한 발견되었습니다.”

 


[관리국 전대원이었고...... 카운터... 그리고 실험까지.....]

 


글룸의 보고에 수신기에서는 끔찍한 상상이 머릿 속을 스친 듯 깊은 침묵이 맴돌았다. 

 


[글룸. 부디 전우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겪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대장님이 생각하신 대로일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확인된 시신들은 침식체로 변이될 가능성이 있기에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침식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 전에 저리가 처리하겠습니다.”

 


[굳이 자네가 할 필요는 없어. 내가 관리자님에게 보고를 할테니 그때까지.....]

 


“괜찮습니다. 전대장님. 이미 관리국 내부에 적대세력과 내통하고 있다는 보고 때부터, 각오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추후 보고서를 통해 관리자님에게 보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글룸의 대답에 전대장은 미안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작전이었다니..... 그 일을 맡겨버린 자신이 한심했는지 미안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글룸에게 느껴졌다. 


 

[글룸. 최대한..... 전우들을 부탁하겠네.]

 


수신이 끝난 후 글룸은 대기중인 병사들에게 시선을 보냈고, 병사들은 품 속에서 화염방사기를 하나 둘 들었고, 하나 둘 카운터의 시신들을 시신함에 꺼낸 후 불태우기 시작했다. 시신들을 하나 둘 화장시키는 사이로, 글룸은 끔찍한 실험의 흔적들로 가득한 카운터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흉터와 찢겨진 상처들 사이로 드러난 뼈까지. 화염방사기를 든 병사가 다가가자 글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고 병사는 시신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글룸이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은 채 각 시신들의 타오르는 화염을 지켜보고 있을 때, 잡아! 라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목표가 도망친다!”

“포위해! 도망가지 못하게 해!”

병사들의 다급한 외침 속에서 글룸은 자신의 반자동 샷건을 든 채 현장으로 달려왔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웅성거리는 사이로, 돌격소총을 조준한 두 병사의 레이저 사이트가 도망치려고 했던 실험체를 조준하고 있었다. 글룸의 반자동 샷건에 장착된 전술 라이트가 구석에 몰린 목표를 향해 조준되었을 때, 백발의 머리칼을 지닌 채 핏빛의 눈동자를 지닌 실험체가 경계와 공포로 가득 찬 채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위협하려고 하는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실험체입니다. 소각하려고 했는데, 바로 움직여서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병사의 대답에 글룸은 조준하고 있는 두 명의 병사의 총구를 내려놓으라고 손짓한 후 자신의 반자동 샷건을 맨 채 천천히 다가갔다. 흐윽 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와중으로 자신에게 다가가는 글룸을 보자 이를 악물며 눈을 부릅떴다. 



“괜찮아. 해치지 않아.”

글룸의 물음에도 실험체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자신을 경계하자 그는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은 채 천천히 다가가 시작했다. 병사들이 위협을 느낀 듯 다가가지 마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이제 끝났어. 그러니....”

그 대답도 잠시 실험체는 곧바로 달려들었고, 글룸은 이를 악물며 자신을 공격하려는 실험체를 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부전대장님?!”

“저거 떼어내! 당장!”

병사들이 다급하게 달려들며 그를 공격하고 있는 실험체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글룸은 손을 뻗었고 그들은 일제히 움직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덤벼들며 공격하는 그녀의 움직임 속에서 글룸은 부드럽게 머리칼과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 일도 없어... 널 실험체 취급했던 것도.... 널 죽이려고 한 것들도... 이제 없어. 그러니 괜찮아. 너의 끔찍한 일들은 이제 없으니까. 그러니 괜찮아.”

그 목소리가 들린 걸까? 자신을 찢어버릴 듯 저항했던 그녀의 움직임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그 고통들은 이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다는 듯 움켜쥔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젠 그런 일 없어. 우리가 구했으니까. 그러니까. 아무일도 없어.”

글룸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칼과 등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고, 그녀는 이내 지쳐버린 듯 눈을 감은 채 글룸의 품 속에서, 잠이 들었다. 상황이 진정되자 병사들은 곧바로 그녀를 후송하기 위한 준비를 했고, 글룸은 자리에 일어났다. 

“부전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슈트가 심하게 파손된 것 같은데....”

“괜찮아. 내 슈트는 수리를 받으면 끝나지만, 

 


'저 아이는 그럴 수 없으니까.'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