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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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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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묵묵함과 침묵을 지닌 이에게도 재미있는 면을 발견하게 되죠. 그 모습을 볼때 면, 매번 익숙해져있다는 자신을 잊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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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레이드 관할 구역.
엔트위프 국제 차원함 항구.
'곧 돌아올거야.'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장난 문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무뚝뚝하고 일을 너무 빨리 처리하는 탓에 뒤늦게 이야기를 해버리는 남자였으니까. 그런 로알이 자신에게 문자를 보낼 정도라면, 그만큼 자신과 로라를 그리워 했을지도 모른다. 반가움과 안도감 그리고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가득 찬 것 같은 메시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정말 할 거니 로라?”
“네!”
“그동안 네가 대련장에서 우수한 실력을 거두고 있다고 선생님들이 칭찬하긴 했지만, 그거랑 다르단다.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캐서린의 걱정섞인 대답에도 불구하고 로라는 반드시 하겠다는 듯 두 주먹을 꼭 쥔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로라는 진짜로 '실전' 이라는 것을 로알로부터 배워보고 싶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로라가 그렇게 자신감이 생기게 된 것은 그리 얼마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대련에도 자신이 없었던 그 아이가 언제부턴가 180도 바뀌어진 듯 실력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고, 심지어는 아카데미 주최에서 진행하는 검술 대련에서 상위권까지 올라갈 정도였으니까.
도대체 누가 그렇게 가르쳤는지 캐서린은 알고 싶었지만, 로라는 스승과의 약속했다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뭐라고 하더라 무협지나 혹은 검술 액션 영화에서 스승의 이름을 함부로 남에게 알려주면 안된다고 하던가? 다시 들어도 그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탓에 로라를 가르친 스승의 존재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미스테리로 남기게 되었다.
“로라. 너도 봤잖니? 아빠가 스타방에르에서 그렇게 커다란 괴수를 쓰러뜨리는 걸. 아빠 화나면 진짜 무서워.”
“걱정마요. 엄마! 저도 아빠같은 큰 무기도 쓸 수 있어요! 아빠처럼요!”
그 대답과 함께 로라는 자신의 워치를 발화하며, 캐서린의 눈 앞에서 검을 소환했다. 짜잔! 하면서 그녀에게 보여주었지만 캐서린은 한숨 속에서 '로라의 사랑' 이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몽둥이로 로라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로라! 그런 위험한 장난감 꺼내지 말라고 엄마가 말했지?”
“에!? 왜요? 아빠도 나쁜 괴물들 혼내줄때, 꺼내잖아요?”
“지금 여기서 꺼내면, 사람들이 놀라잖니!”
“하지만 아빠랑 약속했어요! 나쁜 사람들이 오면, 엄마를 지킬 거라고요! 저도 아빠처럼 엄마를 지키면서, 남들을 구하고 싶단 말이에요!”
“아직 그런 사람들은 없으니까. 꺼내지마렴. 알았지?”
그녀의 한숨 섞인 대답에 로라는 알았어요. 라고 말하며, 자신의 투영된 워치능력을 해제했다. 헨리는 로라가 자신을 닮았다고 했지만 아이가 대답하는 거랑 행동은 로알을 닮았다. 정말 언제 어디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았고 그런 로라를 위한 '전용무기' 를 만들어야 할 지경이었으니까.
[잠시 후 벨치가 함이 엔트위프 국제 항으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잠시 후 엔트위프 항구 내에서 안내 방송이 울려퍼지자, 캐서린은 초조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가 생각한 재회는 평범한 인사에 평범한 식사. 평범한 부부의 시간을 생각했지만, 로라는 그 '평범함'을 토막내버리고 말았다. 로라는 그동안 로알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며 아빠에게 '도전장' 을 신청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그 자리에서 지박령이 될 뻔했으니까.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까지 위험천만한 재회를 해야 할까? 걱정이 태산같이 쌓여버렸지만, 로라는 오히려 자신의 아빠에게 갈고 닦은 '실력' 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두근두근거려하는 시선이었다. 휴일이니까 편안하게 입으라고 했는데도, 로라는 카운터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채 당당하게 맞서고 싶다고 하던가.
캐서린은 군데군데 흐트러져있는 로라의 머리칼과 옷을 다듬었고 로라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로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라는 문득 기운을 느끼듯 자리에 일어났고, 캐서린은 아! 소리를 내며, 한방향을 쭉 보는 로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항구 내 센터 내부에서 로알과 프람 소대의 미라와 시현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로라는 아빠! 라고 소리치며, 달려왔다. 로알은 그런 로라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려주었다. 한참을 안던 그의 손 사이로, 평상복이 아닌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로라의 모습을 보고 어처구니 없는 시선으로 로라를 힘껏 들어올리며 말했다.
“로라. 편안하게 입고 오라니까.”
“당신 닮아서 그렇죠. 평상복 입으면, 오히려 옷이 찢어지니까. 나만 고생한다면서......”
캐서린은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싶은 생각 속에서, 캐서린은 군데군데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로알은 그런 그녀의 얼굴에 깊게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돌아왔어.”
“.......도대체 엘리샤에게 몇번이고 말했는데..... 그런 식으로, 무리를 하지 마라고 했잖아요.”
캐서린은 그 목소리 속에서, 터질 것 같은 울컥함을 참으며, 그를 안았다. 미라와 시현은 모처럼의 둘의 재회에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았다.
“헨리가 오는대로 당신을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헨리 씨가?”
“네.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저 애들은 카운터인가요?”
캐서린은 문득 그의 뒤에서 호위하듯 맴돌고 있는 두 소녀가 신경이 쓰인듯 묻자 로알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으로 로라는 입이 벌어진 채, 프람 소대 미라와 시현에게 다가갔다.
“언니들이.... 아빠의 카운터에요?”
“맞아. 제독님 소대 카운터야. 난 미라고. 얘는 시현이고. 네가 로라니?”
“네! 로라요!”
미라의 소개에 로라는 우와 소리를 내며, 둘이 무장한 장비랑 복장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시현도 호기심이 생긴 듯 다가가며, 로라의 손목에 있는 워치를 살펴보았다.
“제독님꺼랑 같아.”
“맞아요. 아빠 워치랑 같은 색상이고, 아빠랑 똑같이 빛이 나요.”
로라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점점 아빠와 같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눈빛이었다. 로라는 혹시나 그가 들을까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둘에게 꾸깃꾸깃 쓰여진 '도전장' 이라는 종이를 둘에게 내밀었다.
“아빠랑 대련 할거에요.”
“제독님이랑?”
“네.”
로라의 당당한 대답에 둘은 놀란 시선으로 로라를 바라보았지만 로라는 검지로 쉿하면서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로알은 로라에게 받은 도전장을 캐서린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간곡히 부탁하는 시선으로 하지 말라는 듯 바라보았다.
“걱정 마. '죽이진 않으니까.'”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걱정 되는데요? 저에게 추파 던지던 불량배들 전치 몇주이상으로 만들면서 저에게 했던 말이니까요.”
캐서린의 대답에 미라와 시현은 닭살이 돋자, 로알은 둘에게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의 답변에도 그녀는 의문을 가득히 담은 시선으로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아빠가 불량배들을 그렇게 혼냈어?”
“응. 로라. 아빠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냐면, 엄마에게 나쁜 짓 하는 사람을 잡고, 잘못했어요. 할때까지 두들겨 팼단다. 그리고 병원에서 다시는 못 나왔지.”
“우와.....”
“저기. 로라야. 그런 건 우와라고 하는게 아니라 무서워 해야하는 것 같은데...?”
미라의 대답에도 로라는 그런 아빠의 '터프함' 에 반해버린 시선이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면 들려줄 수록 로라에게는 역효과가 되자 캐서린은 머리가 띵하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캐서린은 이 역효과에 당황한 시선도 잠시 시현은 진지한 시선으로 로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로라. 아빠처럼 되고 싶어?”
“응. 엄마에게 나쁜 짓하면, 아빠처럼 두들겨 팰거야.”
“로라!?”
“로라. 말 맞아. 나쁜놈들은 그렇게 해야 되는 거야."
“맞아. 시현 언니 말대로.”
시현과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했다는 듯 서로 엄지손가락을 피자, 캐서린은 멍한 눈동자로 품 속에서 철제 몽둥이를 꺼내려고 했을 때, 미라는 위협을 느끼고 그런 그녀를 말렸다.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로 헨리는 한참동안 팔짱을 낀 채 가족시트콤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로알은 한참을 지켜보던 그를 보자마자 인사를 건넸고, 그는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렸다.
“정말 활기찬 가족이시군요!”
“어머머!? 헨리 씨.. 오셨나요?”
캐서린은 애써 태연하게 웃으며, 피와 살이 닥지닥지 붙어진 자신의 철제 몽둥이를 숨겼다. 로라는 헨리를 보자마자 시현과 함께 손을 흔들었고, 그는 귀여운 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래. 오는데 문제는 없었어?”
“괜찮습니다.”
“나에겐 말해도 돼. 꼴에 제독이라고 끙끙 앓다가 머리 터지지나 말고. 속 썩이는 것들이야 여기나 거기나 똑같을 테니까.”
“아 그리고 가기 전에 부탁할 것이 있는데....”
로알이 헨리에게 귓가에 속삭이며, 로라로부터 받은 '도전장' 을 보여줬고, 헨리는 풉 소리를 내며, 뭔지 짐작했다는 시선으로 로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마침 격납고가 빈 곳이 있거든. 거기면 될 거야.”
“감사합니다. 헨리씨.”
헨리가 흔쾌히 허락하자 로알은 시현과 놀고 있는 로라에게 다가갔고, 로라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따라가기 시작했다. 모처럼의 한 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대련을 위해 격납고로 이동하는 사이로 그녀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은데?”
“당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로라는 어린나이잖아요...... 지금 당신이 사용하눈 무기들만 봐도.......”
“어디까지나 날 위협하는 놈들 한정이야. 그리고 로라는 나랑 제대로 붙어보고 싶어해. 여기서 거부하면 오히려 로라의 앞길을 방해하는 거야.”
이 인간. 그 방해한다는 단어에서부터, 봐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들려왔다. 캐서린은 오히려 진정이 되기는 커녕 더욱더 근심이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녀와는 다르게 로라는 멀리서 미라와 시현의 손을 꼭 잡은 채 흥흥 거리며, 헨리가 안내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당신은 매번 그랬죠. 문제 없다. 하면서....... 거의 반죽음을 만들거나 아예 제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내가 두들겨 팼을 때는 그놈들보고 쌤통이다! 라고 하지 않았어?”
“하아.... 진짜 당신은 왜 이렇게 싸우는 걸 보면 환장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캐서린의 한숨섞인 대답 속에도 로알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이미 자신에게 '납득' 있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불신만 잔뜩 만들고 있었다. 그 걱정과 근심 속에서, 4번 격납고 구역으로 서서히 다다르고 있었다. 헨리가 잠시 기다리라고 손짓한 후 굳게 닫혀있는 격납고 계패문에 걸어왔을 때, 거대한 문 옆에 있는 조그만한 문이 헨리를 인식한듯 쉬익 하면 열렸다. 헨리는 뒤로 돌며 기다리고 있는 일행에게 들어오라고 시선을 보냈고, 텅텅 비어있는 거대한 격납고 구역으로 들어왔다.
안은 수십여척의 전함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펼쳐졌고, 그 앞으로 함선과 관련되 여러 설비와 공구함들이 진열된 선반들이 일렬로 가득히 진열되어 있었다. 헨리는 두 부녀에게 적절한 곳을 찾으라고 손짓했고, 로라는 곧바로 로알의 손을 잡은 채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로라의 손에 이끌리는 그 사이로 로알은 대련하기 적절한 장소를 발견했고, 로라를 멈춰세우며 저기로 가자고 시선을 보냈다. 둘이 자리를 잡는 사이로 헨리와 캐서린 그리고 미라와 시현은 서있는 채 대련을 준비하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알은 그 사이로 몸을 풀고 집중하는 로라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로라. 한번 보여주렴.”
로알의 대답에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짙은 주름으로 뒤덮인 그의 눈 앞으로 로알의 워치에서 투명한 빛이 발화되었고 자신의 키를 넘을 정도의 긴 검이 빛의 형상으로 투영화 되었다. 하나하나의 섬세한 움직임과 행동에서부터, 자신의 딸이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을 보고 매료된 듯 바라보았다.
“아빠도 보여줘요! 로라도 보여줬으니까요.”
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투영한 검을 등에 숨긴 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로알은 가볍게 손을 뻗으며, 섬광으로 뒤덮은 검과 차가운 서리도끼를 드러내며 로라에게 보여주었다. 왼손에 쥐어진 서리도끼의 날 밑으로 차가운 한기가 얼어붙어버릴 듯이 자욱하게 번지고 있었고, 오른손에 쥔 섬광의 검은 격납고의 구석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없애버릴 정도로 눈부신 빛을 발화하고 있었다.
“너무 멋있어요! 도끼로..... 그리고 검도......”
“엄마가 사줬던 인형이나 장난감들보다 말이니?”
“네. 그런 장난감들보다 더 재밌어보여요.”
로라의 장난기 섞인 웃음 속에서 캐서린은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로라는 투영화된 자신의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고 로알은 태연하게 서리도끼를 투척하려고 했다.
“당신! 애한테 도끼 던지기만 해봐요!”
“왜?”
“왜라뇨! 애 다치잖아요!”
“괜찮아요 엄마! 저도 나름 자신 있다고요!”
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았고 로알은 자신의 서리도끼를 사용하지 않은 채 섬광으로 빛나는 검을 쥐었다. 약간의 정적이 오고가는 사이로 서로의 검날은 상대를 향해 겨누어졌다. 적막으로 뒤덮여있던 격납고 내부에서 함선의 다이브 소리가 울려퍼지며 격납고 내부까지 퍼지는 순간 둘은 동시에 달려들며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로라는 휘두를 때마다 하압! 소리를 내며 로알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로알은 빠르게 회피하면서 동시에 로라의 검을 받아내며,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찰나의 순간 로라는 앗! 소리를 내며, 가까스로 그의 반격을 피했고, 캐서린은 당장이라도 유체이탈하기 직전인 자신의 정신을 가까스로 잡은 채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요!?”
“안 죽어.”
“괜찮아요! 엄마! 저도 나름 '스승님' 한테 배웠으니까요!”
그 대답과 함께 로라가 빠르게 공중제비를 하며 로알의 배후에 일격을 휘둘렀고 로알은 로라의 빠른 속공에 회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로알이 거리를 벌리며 정비를 하려고 했지만 로라는 그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다. 로알이 공격을 인지하며, 반격과 회피에 집중했고 로라는 그런 로알의 작은 허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압박하며 파고들었다.
“로라. 제독님보다 빨라.”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시현과 미라는 두 개의 섬광의 검을 휘두르며 격돌하는 둘의 움직임에 단 한시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헨리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로라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나름 실력있는 유망주라고 듣긴했습니다만 이렇게 보니까 더욱 대단한데요? 캐서린 씨.”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캐서린은 당장이라도 영혼이 강탈 당할 것 같은 자신의 몸을 힘겹게 붙잡으며 말했다. 로알은 자신보다 능숙하게 카운터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의 딸의 모습을 한시도 떼지 않고 그 기억에 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휘두르는 빛의 춤. 그리고 하나하나에 들어가있는 집중과 자신의 강함. 그 검을 부딪히며, 막아내는 그 사이로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서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 향수가 짙게 자신을 사로잡힌 탓일까? 로알은 자신의 눈 앞에서 휘두르는 로라의 빛에 막아냈지만 집중을 잃은 듯 반격을 취하지 않았다. 로라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로알의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쳐냈고, 로알은 뒤늦게 자신의 손에 투영되었던 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소멸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로라가 흐뭇한 미소로 자신에게 검을 겨누었을 때, 자신의 허리춤에 차있는 서리도끼가 위험을 감지한 듯 한기를 드러내며 모습을 드러냈지만, 캐서린은 눈 웃음 속에서 도끼에 손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캐서린의 사랑' 을 그에게 가볍게 흔들었다. 로알은 패배를 인정하듯 로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공주님이 아니라 기사가 되었구나. 로라.”
“기사는 아빠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에요!”
“그럼 아빠가 로라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의 물음에, 로라는 키득키득 거리며, 웃은 채 자신의 검을 내려놓은 채 곧바로 달려들며 그의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
“아빠요! 아빠처럼 모두를 구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요!”
“결국 그게 기사라고 부르는 게 아니니?”
“아. 니. 요.”
로라는 쿡쿡 거리며,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옥의 롤러코스터가 끝나자마자 캐서린은 당장 그만하라는 듯 달려오며 말했다.
“자 얼른 끝내고 식사해요. 로라! 아빠 이제 쉬어야지. 그만하고.”
“엄마 한번만 아빠랑 놀면 안돼요?”
“안돼! 너네 아빠 피곤해서 뻗는 거 보고 싶니?”
“좀 더 놀고 싶은데....... 그리고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더 많단 말이에요!”
“로라! 헨리 아저씨가 모처럼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는데? 으음 아쉽네.....”
헨리의 대답도 잠시 로라는 자신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캐서린은 헨리가 만들어놓은 '길' 에 묘안이 생겨난 듯 말했다.
“헨리씨. 로라가 별로 먹고 싶지 않나봐요. 이번에 맛있는 크레이프랑 스테이크를 사주신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뭐 다음에 기약해야죠. 캐서린 씨. 자. 로알 로라는 됐다고 하니까 얼른........”
“머...먹을꺼에요!”
로라는 자기만 쏘옥 빼고 맛있는 걸 먹으러가는 모습에 샘이 솟았는지 잔뜩 토라진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로알은 알겠다며, 토라진 로라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같이 가자고 손짓했다.
/
헨리의 안내를 통해 샤레이드 국제항구 내 식당 안에 들어오기 무섭게 로라는 로알을 데리고 단 둘이 자리에 앉았다. 원래라면,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승자의 요청이라고 하던가? 헨리에게도 자신에게도 심지어는 프람 소대의 소대원들에게 조차 숨기고 싶은 '비밀' 이 있다고 말하며, 그와 단 둘이서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단 둘만의 시간이 생기자 로라는 신이 난 듯 아빠인 그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아빠처럼 하려고 해도 안 되서 고민이었어요.”
“대부분은 그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단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앞에서 무기를 든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거든.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머릿 속에 각인시키는 훈련도 해야하고.”
로알은 그렇게 말하며, 아직 서툴게 스테이크를 써는 로라를 대신해서 한번에 썰은 다음 로라에게 내밀어주었다.
“아빠 그거 어떻게 했어요?”
“그냥, 내 앞에 골치아픈 놈이 있다고 생각하며 단번에 베어버리면 된단다. 이렇게.”
로알은 그렇게 말하며, 나이프의 형상화한 검으로 고기를 베어버리듯 한번에 썰자 로라는 와 소리를 내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로라도 자신의 워치를 투영해서 검지로 그어버리듯 썰었지만 스테이크는 한번에 썰리지 않았다.
“으음! 한번에 안되네요.”
“한번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생각은 어디까지나 행동을 망설이게 만드니까.”
로알은 그렇게 말하며, 잘게 썰린 스테이크에 포크를 꽂은 후 로라에게 주었고, 로라는 그가 주는 스테이크 조각 한입에 쏘옥 넣어 먹었다.
“맛있어요!”
“일반 나이프로 썬 게 아니라 이상하지 않았니?”
“아니요! 아빠가 썰어주는 거라고 더 좋아요.”
캐서린이 봤다면, 애한테 침식체를 썰어버린 걸로 주면 어떡하냐며 욕을 먹었겠지만, 로라는 자신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 자신이 썰어준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먹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저 검술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었어요.”
“정말로?”
“네!”
“아카데미에서 하는 거라고 해도 보호장구는 없이 하던데 우리 로라. 다치거나 하지 않았어? 대련할때 손목이나 몸이 많이 아플텐데?”
“여기가 좀 아파요.”
“어디?”
로라의 대답에 로알은 혹시나 싶은 생각 속에서, 로라의 손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로라는 어디가 다쳤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그의 손이 신기하듯 바라보았다. 로알이 로라의 손목을 대자 로라는 아야 소리를 내버렸고 로알은 익숙하게 로라의 손목을 마사지 하기 시작했다.
“정말 매일매일 훈련한 게 보이는 구나. 로라. 움직이면서 통증이 심하거나 하지 않았니?”
로알이 그렇게 말하며, 군데군데 굳은 살이 박힌 로라의 손을 잡고 묻자 로라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스승님이 아파도 참거나 검을 휘두르는 방법들도 많이 알려주셨으니까요.”
“스승? 우리 로라에게도 스승이 있었니?”
로알이 뜻밖의 사실에 로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듯 묻자 로라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데군데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찬 그의 손을 만지는 사이로 선홍빛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자신을 훈련시켰던 정소희의 모습이 기억났다.
“저랑 처음 만났는데도...... 선생님처럼 가르쳐주셨어요. 제가 연습할때 자주 오시고, 그때마다 워치를 사용하는 거랑.... 이것저것 가르쳐주셨고요.”
“많이 힘들지 않았니? 워치 능력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괜찮았어요. 오히려 재미있었고...... 스승님도 저랑 있는 게 좋았는지 매일 찾아오셨고요.”
로라의 대답에 로알은 그런 로라의 워치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로알은 그 기운만으로도 자신도 모르게 쿡 웃으며, 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스승을 만났구나. 로라.”
“아빠도 보이죠?”
“물론이지.”
참 못 말리는 아빠와 딸이다. 그렇게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저렇게 태연하게 웃을 수 있을까? 캐서린은 짙은 한숨도 잠시 모처럼의 식사를 즐기고 있던 미라와 시현은 무슨 일이 있나 싶은 시선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둘의 시선을 의식한 듯 아.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미안해요. 제가 좀 다른 곳에 신경썼죠?”
“아. 아니에요. 캐서린 씨.”
“캐서린. 긴장하고 있어.”
시현의 날카로운 지적에 그녀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나이프날과 같은 시현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미라는 모든 신경이 쏠려있는 그녀를 진정시키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독님의 호위는 저희가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독님도 캐서린씨가 걱정하고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미라 양 말대로였다면, 이렇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죠. 그렇게 말해도 그이는 맨날 저랬으니까요.”
캐서린은 로알의 고집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아무일도 없었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그의 몸에 새겨진 상처와 흉터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둘이 봐도 그이... 아니. 로알 제독이 매번 그랬나요?”
“매번? 선봉에 서는 거?”
“네. 시현 양 말대로. 선봉에서 서면서, 위험해 처한 동료들을 구했다던가........”
캐서린의 물음에 시현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을 때, 미라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과는 다르게 자신을 걱정했던 미라의 눈은 오히려 죽을 뻔한 순간을 넘게 해준 은인의 시선으로 바뀌어져있었다.
“시현이 말대로에요. 저희 소대가 위험할 때나 혹은 제가 위험 할때 제독님은 상관없이 구하려고 했거든요. 덕분에 제가 지금 제독님의 곁에셔 이렇게 호위할 수 있는 거구요.”
“그랬구나. 참...... 거짓말을 못하면서 그렇게나 말하고 있다니.”
“캐서린은 싫은거야? 제독님이 그렇게 하는 거?”
시현의 물음에 캐서린은 묘하게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입가에서 꺼내기 힘들 정도의 침묵 사이로, 시현은 그런 그의 행동을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독은 결코 우릴 버리지 않았어. 미라도. 나도. 심지어는 모두들. 그런 제독을 버릴 수가 없어. 난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시현이 말대로에요. 물론 그게 위험하고...... 캐서린씨가 생각하시는데로 큰 위험은 있지만요. 그래도 제독님은 언제나 와주셨어요.”
그렇겠지. 그게 로알이라는 남자였으니까. 캐서린은 미소를 지으며, 로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로라는 언제부턴가 조그마한 빛을 투영시키며 그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로알 또한 로라의 빛에 맞춰서 조그마한 빛의 하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 그래야 그이지. 몇 번을 말해도 너희들과 로라에게는 정말 빛으로 감싼 구원자일테니까.”
이 두 아이가 저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면, 로알에 대한 걱정은 좀 줄어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사이로 둘이 서로가 조심스럽게 만들어낸 하트가 서서히 이어지고 있었고, 둘은 완성된 하트를 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캐서린은 그런 둘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두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이를 부탁해요. 안한다고 거짓말하면서도 분명 혼자서 싸우려고 할테니까요.”
“걱정 마. 절대로 혼자 놔두지 않을 거야.”
미라와 시현이 그녀에게 약속을 하는 사이로, 헨리가 업무가 끝났는지 식당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헨리는 로라에게 뭔가를 속삭였고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캐서린에게 달려왔다.
“헨리 아저씨가 아빠랑 이야기할게 많데요. 그리고 오늘은 미라 언니랑 시현 언니가 엄마랑 절 호위해달라고 하셨어요.”
“참.... 얼마나 또 마실려고....”
캐서린은 처음부터 밤새도록 술 먹을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못 말리겠다는 시선으로 헨리와 로알을 바라보았다. 헨리는 로알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엄지 척을 보여주었지만 그녀는 잔뜩 의심의 독을 잔뜩 품은 채 둘을 바라보았다.
“진짜..... 로라. 집에가서 씻어야겠다. 땀 냄새가 나니까.”
“벌써요?”
“이제 저녁이잖니? 언니들도 쉬어야 하고.”
캐서린의 대답에도 로라는 아쉬운듯 선뜻 발걸음을 떼기가 망설였다. 시현은 그런 로라에게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로라. 나랑 대련하자.”
“대련?”
“응. 제독님이 했던 실력. 나도 느껴보고 싶어.”
“정말?”
“응.”
시현의 대답에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 그랬냐는 듯 전투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미라는 하하하 웃으며, 캐서린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섬뜩한 살기를 품은 채 눈 웃음을 지으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지만 로라는 자신을 닮았다. 더 움직이려고 하고, 더 열의를 태우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참 딸 바보가 되었군. 로알.”
“매번 다른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래. 특히나 저렇게 자네랑 쏙 닮은 부분들이 많으니까.”
헨리는 곱게 보내지 않겠다는 듯 각오하라는 시선을 보냈고, 로알은 준비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알이 헨리와 함께 걸어가기 전 로라는 저만치 손을 흔들고 있었고, 로알은 그런 로라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평소의 주점으로 가는 가 싶었지만, 헨리는 자신의 전용 고속정을 호출하고 있었다.
“여기 엔트위프에서 드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무슨 소리야? 여기 술은 질리게 먹은 탓에 이제 취기도 안느껴질 정도라고. 설마 겁쟁이처럼 비겁하게 도망칠 생각은 아니지? 로알 제독님?”
헨리는 도망쳐도 좋다는 듯 자신을 도발하듯 시선을 보냈고, 로알은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흔쾌히 허락했다. 그의 고속정이 서서히 지면에 착륙하기 무섭게 헨리는 자신의 개인 고속정의 엔진을 하나 둘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헨리씨가 이렇게 집적 고속정을 운전하실 정도라면, 꽤나 감명 깊은 곳을 찾으셨다는 것 같은데,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군요.”
“그 답은 우리 아름다우신 '공작' 님을 집적 만나보고 나서 얘기해보라고.”
악마의 공작님이라..... 그 얘기만 들어도 헨리는 자신을 위한 시원한 술판을 단단히 준비했다는 제스처였다. 자 시작해볼까? 헨리는 두 손을 가볍게 푼 후 고속정의 핸들을 잡았고 고속정은 빠른 속도로 그라운드 원으로 향하는 차원포탈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