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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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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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오신 날. 말위에 앉아있는 그 분의 이름은 죽음이었네. 그리고 그분의 뒤를 지옥이 뒤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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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자신의 숨통을 끊을 듯 들려오는 끝없는 죽음의 비명과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소리로 가득 채운 승강기 속에서 더글라스는 자신의 눈 앞에 존재하는 장용영의 존재에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젠장. 방금 그 놈은 누군가? 어떻게 그 작전을 알고 있는 건데?”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장님. 일단 위험하니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가드의 다급함 외침 속에서, 더글라스는 1층에서 서서히 지하로 내려오는 사이로 총성과 조소로 가득차고 있는 광기의 하모니에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 가드가 레이시카로부터 수신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 곧바로 사장에게 수신화면을 보여주었다.


 

[사장님? 괜찮습니까? 현재 어디 계십니까?]

 


[지금 세이프룸으로 가고 있네. 어디에 있는 건가?]

 


[저희 와일드 독을 재 정비하고 있습니다. 현 병력이 브링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만 오래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사장님. 세이프 룸에 도착하시면 곧바로 제가 부하들을 인솔하고 구하러 오겠습니다.]


 

[알겠네.]

 


그 대답과 함께 연락이 끊겼을 때, 승강기는 서서히 세이프룸이 있는 층에 도착했고 다수의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서 브링어의 추적을 피해 세이프 룸으로 향했다. 그들이 가고 난 후 다른 승강기에서 문이 서서히 열렸고 그 열린 틈으로, 브링어가 자신의 검은 갓을 다듬은 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장용영을 상징하는 용문양 옷을 다듬는 사이로 그의 귓가에서 수많은 영혼들의 발소리가 들렸고 그는 곧바로 더글라스가 도망친 곳을 알겠다는 듯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길게 이어진 사치스러운 석상들과 장식된 그림들에 다다랐을 때,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분명 앞에 있는데? 그 의문 속에서 그가 검은 갓을 내리며 살펴보았을 때, 끼릭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주변에 수많은 레이저 사이트들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적의를 드러내는 자들에게 시선을 옮기는 순간 창밖과 벽에서 수십여발의 총탄이 쏟아졌고 그의 몸은 갈가리 찢기며, 피와 살이 튀며 쓰러졌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처참한 몰골이 된 브링어를 중심으로 벽과 수풀에 숨어있던 더글라스 사의 진압팀이 모습을 드러냈고, 포위망을 좁힌 채 상황을 확인했다.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앞에 놓인 건 피투성이가 된 더글라스 사 문양을 두른 병사였고, 그는 망령에 잠식된 눈을 부릅뜨며 킥킥 거리며 수류탄을 들었다. 그들이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려고 했을 때, 류탄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모여있던 진압팀들을 몰살시켰다. 


 

류탄의 폭발의 진동 속에 세이프 룸에서는 섬뜩한 긴장감이 올가미처럼 조여오고 있었다. 가드가 감시 카메라 CCTV에서 류탄에 몰살된 진압팀의 시체들을 확인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 있을 때, 화면에서 흑빛의 갓을 쓴 채 걸어가는 브링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CCTV를 확인했고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화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젠장.... 레이시카는 언제 오는 건가!”

“지금 이동중이라고 했습니다. 곧 있으면 안으로......”

 


그 대답도 잠시 중후한 버선발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발소리는 서서히 세이프 룸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의 발소리가 멈췄을 때, 두 명의 카운터 가드와 경호원들이 무기를 꺼내며, 굳게 닫힌 정문을 바라보았고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소리치며 말했다.


“이제 슬슬 나오십시오. 더글라스 사장님. 대표라는 인간이 이렇게 부하들의 꼬리 속에서 숨어셔야 되겠습니까? 순순히 나오시면 여분의 시간을 드리긴 하겠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말입니다.”

“너야 말로 그런 소리로 날 농락하지 마! 재경그룹은 이미 역사 속에서 사라졌어. 너희들은 그저 시체들에 불과하다고!”



“시체라뇨. 전 오히려 저희 총수의 따님이신 서재경 아가씨를 위해 이렇게 헌신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입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신들이 빼앗았던 제물들을 돌려받을 때가 되었기에 윈위치 시킬 뿐입니다. 그동안 저희 재경그룹의 기원을 통해서 우리가 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창조하신 더글라스 사장님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 내 가문 사람들과 날 후원한 자들을 갈가리 찢어버리게 보답인가! 빌어먹을 자식.”

더글라스의 이성을 잃은 소리에 브링어는 검은 갓 사이로 자신의 입가에 광기 섞인 미소를 드러냈다.



“아..... 그렇습니다. 그래야 제가 당신을 죽일 맛이 있지 않습니까? 그 감정을 통해서 아가씨가 겪으셨던 고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목마' 를 통해 끔찍한 대가를 만들었던 순간을 이제 그 결과물을 눈앞에서 보며, 당신에게 드리는 저의 흥겨운 신파극을 말입니다!”

브링어는 그 대답과 함께 벽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을 때, 벽은 종이가 구겨지듯 찌그러지기 시작했고,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산산히 무너지며 안에 있는 가드와 더글라스를 밀어냈다. 진열장의 물건과 안에 있던 모든 물건이 산산히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앞으로 검은색 갓을 쓴 브링어가 더글라스의 눈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충격에 나뒹군 채 기절한 가드 속에서, 더글라스는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렸다.



“이제 장난은 그만하시죠. 아가멤논. 이제 아가씨가 겪으셨던 끔찍한 고통을 받으셔야죠?”

“파멸에 치닫은 채 매장된 시체들이.... 어디서 날 짓밟겠다는 거냐!”

“조만간 그 시체가 되실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죠. 아가씨의 고통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아가씨가 느꼈던 광기 또한 느낄 거고요!'

 


그 대답과 함께 브링어가 눈을 부릅뜨며 그의 눈앞으로 망령이 절규와 고통 속에서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그의 몸에 총알이 박히며 주춤거렸고 그의 뒤로 레이시카와 와일드 독 병사들이 브링어를 향해 사격하고 있었다. 브링어가 감각이 마비된 채 벽에 처박힌 채 쓰러지자 레이시카는 가장 먼저 달려오며 더글라스를 부축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으니..... 얼른 이곳을 나가고 싶네. 지금 당장!”

더글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코앞에서 뻗아나왔던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듯 움직였고 레이시카는 수신호를 보내며, 더글라스를 세이프 룸 밖으로 나갔다.



“방금... 그놈은 뭔가? 어떻게 되어먹은 놈이길래 침식 대응팀의 무기가 전혀 통하지 않은 건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현 도시는 곧 봉쇄령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봉쇄라고?”

“네. 현재 챔버 관리국에서 침식사태를 발령하고, 세인트 루이스의 외곽에 병력을 배치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섹터 B와 이곳을 연결하는 포탈에서 다수의 침식체들이 세인트 루이스에서 소환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이 도시를 나가야 합니다!”

그녀의 호위 속에서 대답하는 사이로 더글라스는 사태가 상상이상으로 심각해짐을 느꼈다. 레이시카가 화면을 보여줬을 때, 세인트 루이스 국제항의 차원 게이트 웨이는 검붉은 색으로 변해버렸고 그 포탈에서 엄청난 수의 침식체들이 쏟아져 나오며, 도시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젠장...... 분명 노빌레라면 괜찮다고 들었는데 섹터 B 구역도 마찬가지인가?”

“상황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레이시카의 상황보고도 잠시 검은색 양복을 입은 가드의 옷이 신경쓰인듯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 상황이 오히려 재밌다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둘의 이야기를 코미디 프로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레이시카는 그런 그의 표정에 불쾌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그에게 소리쳤다.



“지금 이게 웃을 상황인가!”

“물론이죠. 큭큭큭..... 너무 재밌는 걸 어떻게 참습니까?”

“정신 나간 자식! 지금 잘못하면 이 도시를 중심으로 챔버 전체가 침식사태로 번지게 될 거도 모두가 괴물이 될텐데 그렇게 킥킥 웃을 정도로 여유가 있나?”

“물론이죠. 레이시카님. 이제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이.


 

'모두가 망령이 되면 그만이니까요.'


 

그 대답과 함께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기관단총 두 정을 동시에 사격했고, 그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레이시카의 앞으로 자신의 부하들이 그녀를 지키려고 몸을 감쌌지만 총알이 관통하며 그녀의 어깨에 박힌 채 쓰러졌다. 킥킥 거리며, 자신의 두 자루의 총알이 없는 걸 확인 한 가드는 자신의 품 속에 권총의 탄약을 확인 후 휘파람을 불며 시체를 가볍게 축구공 차듯 걷어차며 상태를 확인했다. 



“걱정 마세요. 두 분. 이제 그 살과 뼈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걱정없이 아가씨를 위한 존재가 될 테니까요. 아주 가벼운 고통만이 있을 것입니다. 킥킥킥....”

그 대답 속에서, 망령에 잠식된 가드가 방아쇠를 당기고 쏘려는 순간 그의 심장에 총알이 관통되었고 차가운 주검이 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레이시카와 더글라스가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 뒤로 아리사가 심호흡 속에서 양손을 쥔 채 자신의 권총을 쥐고 있었다.



“아리사....?”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제가 확인한 세이프 룸이 있으니 그곳으로 이동하십시오.”

그녀의 대답에 레이시카와 더글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벗어났다. 아리사가 안내한 곳을 따라서 흑빛의 독수리 문양을 두른 병사들이 호위 아래에 빠르게 더글라스 사 지하시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러 겹의 격리문이 열린 후 흑빛 독수리 문양을 두른 6명의 무장 병력들이 더글라스와 레이시카를 빠르게 호위하며 장갑차량에 탑승시켰고, 차량은 엔진을 가동하며, 빠르게 더글라스 본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죽음의 순간에서 벗어나자마자 더글라스는 경련이 이는 손으로 힘겹게 자신의 입가에 시가를 피우며 끔찍한 순간들을 지웠다. 차량은 지하차도를 통해서 서서히 본사에서 벗어나 세이프 룸으로 향하기 시작했을 때, 무장병사 중 한 명이 통신망을 활성화시켰다.

 


[더글라스 사장님. 니콜라스 부사장님의 긴급연락입니다.]


 

“연락하게.”

더글라스의 허락과 함께 차량 내부에서 곧바로 니콜라스가 화면에 비추었다. 니콜라스의 옆으로 흑빛 독수리 문양을 두른 센티널 함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본사의 상황은 들었습니다. 괜찮습니까? 사장님?]


 

“자네의 호위병력과 함께 세이프 하우스로 가고 있네. 어떻게 된 건가?”


 

[현재 저희 파견 부대들이 더글라스사의 각 임원진들을 세이프 하우스로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챔버 관리국과의 협의 하에 도시를 봉쇄시키고 스톤돔이 활성화 될 것입니다.]


 

“스톤 돔? 그 5등급 이상의 침식체가 출현했을 경우에나 사용하는 방어막을 활성화 시킬 정도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더글라스의 당혹스러움으로 가득찬 물음에 장준수는 서둘러 니콜라스에게 관련 서류가 담겨진 기기를 건네주었다. 니콜라스는 곧바로 수신기를 활성화시켰을 때, 화면에서는 더글라스를 습격했던 검은 갓과 장용영의 근위대를 상징하는 옷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여러 각도로 찍혀져 있었다.



[당시 본사를 습격한 자는 브링어. 재경그룹의 서재경이 있던 격리시설을 파괴하고, 저희 시설의 포탈을 통해 현계로 들어온 5등급 침식체입니다.]


 

“침식체라고? 게다가 격리시설이? 놈이 버뮤다로 넘어왔다면 지금 거기 버뮤다는...!?

더글라스의 물음에 니콜라스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니콜라스의 보고를 이어나갔다.


 

[정찰에 따르면 버뮤다 섹터의 B구역은 놈들의 수중에 넘어갔습니다. 또한 사장님의 임원들은 이미 그곳에서 침식체가 되어버렸으며, 시설 내에 있던 담당병력들은 격파당한 채 A와 C구역으로 퇴각한 상황입니다.]

 

니콜라스의 설명을 들은 더글라스는 착잡한 시선 속에서, 고개를 숙였다. 부사장의 말이 사실대로라면, 세인트 루이스는 B구역과 마찬가지로 끝장이 날 것이며, 자신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 될 것이다. 

 

[사장님. 챔버의 델타세븐이 저희 태스크 포스를 지원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으며, 협업하에 세인트 루이스가 관리실패의 또 다른 참상이 되지 않도록 저희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제 권한으로는 챔버 관리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저에게 더글라스 사의 모든 태스크 포스 부대의 지휘권한을 임명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니콜라스의 요청에 더글라스는 착잡한 심정 속에서, 입가에 물던 시가를 부셔버릴 듯 움켜쥔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게. 일단 큰 불은 잡아야 하니. 이 이후의 권한은 내가 아닌 자네에게 맡기겠네. 나와는 다르게 자네는 놈의 시야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


 

[알겠습니다. 아리사와 태스크 포스들 지키고 있을 테니, 최대한 몸을 피하고 계십시오.]

 


니콜라스는 그 대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더글라스 사장과의 수신을 끊었다. 수신이 끊기기 무섭게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아리사에게 연락을 했고 화면에서는 아리사가 곧바로 수신을 이어받았다.


 

[말씀하십시오. 니콜라스 부사장님.]


 

“수신은 들었을 것입니다. 상황인 상황인만큼 본사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었으니, 이제 제가 더글라스사의 모든 태스크 포스 지휘권한자입니다. 이 이후로 아리사 자네는 내 명령하에서 휘하에 있는 태스크 포스 또한 지휘를 받게 될 것입니다. 조만간 상황이 끝나면, 자네의 '역량' 을 발휘하도록 하십시오.”

 


[확인했습니다.]

 


아리사는 그 대답 속에서, 뭔가를 의식한 듯 니콜라스의 시선을 응시했다. 그는 무언으로 자신에게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모든 내용을 읽은 후 아리사는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인 후 수신을 끊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요. 다만 현재 B구역으로 이어진 포탈로 침식체들이 들어간 게 문제지만요.”

“이미 이 상황을 알고 준비는 해놓았습니다. 다만 이 장용영의 부대장 분이 이곳외에도 다른 곳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요.”

니콜라스는 그렇게 대답하며, 스톤돔이 활성화 되어있는 세인트 루이스 시를 바라보았다. 그와 장준수가 있는 흑빛의 센티널 함선을 중심으로 다수의 더글라스 사의 함대와 챔버 관리국 함대가 속속들이 세인트 루이스 시 외곽 상공에서 하나 둘 다이브를 마치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샤례이드 구역.

엔트위프 국제 차원함 항구.

 

[감독관님. 6번 게이트 웨이의 이상이 발견했습니다. 메시지를 보시는 즉시 와주시기 바랍니다.]

 

하필 식사중에 이런 문자라니, 헨리는 막 눈 앞에 놓인 점심을 잠시 치워놓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냥 단순한 게이트 웨이 이상이라고 하기에는 급하게 휘갈긴 듯한 내용이었다. 자신의 뒤통수를 콕콕 찔리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 속에서 자리에 일어나려고 했을 때, 바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지.....?”

“게이트 웨이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웨이를 보고 웅성거리고 있었고, 헨리는 불길한 징조를 느끼며, 사람들을 밀쳐내고 상공에서 활성화된 게이트웨이를 바라보았다. 다른 게이트 웨이들과는 다르게 6번 게이트는 섬뜩한 핏빛의 색체로 변하고 있었고, 그 주변 장치는 부식이 되는 것처럼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망할.......”

헨리는 입에 물고 있던 이쑤시개를 뱉은 채 관제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상공에 있던 다수의 함선들 속에 자리잡았던  6번 게이트웨이에 활성화된 포탈은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장치들은 일제히 침식화 되며 감염되듯 퍼지고 있었다.



 

헨리가 뒤늦게 관제 센터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는 수많은 관제센터 직원들이 이상이 발생한 게이트 웨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상황 보고해.”

“6번 게이트웨이의 침식농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몇 급인데?”

“3등급..... 지금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6번 게이트가 어디에 연결되어있길래 침식파가 상승되고 있는데?”

헨리의 물음에 오퍼레이터는 게이트웨이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침식파 비율이 서서히 높아지는 6번 게이트웨이는 버뮤다 섹터와 연결되어 있었고, 연결된 게이트 웨이를 중심으로 다른 게이트 웨이에도 침식파 비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버뮤다 섹터입니다.”

“뭔 소리야? 6번 게이트웨이는 거기가 아니라 현계 구역과 연결이 되어있잖아?”

“원래는 그렇습니다. 지금 활성화된 네트워크에 추가로 게이트 라인이 생성이 된 것입니다.”

“그럴리가 없어. 이미 그 쪽 라인은 더글라스 놈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그 쪽에서 요청된 사항은 없......”

말하는 것도 잠시 헨리는 자신의 머릿 속에서 상상조차할 수 없는 섬뜩한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설마........”

“감독관님?”

“각 게이트웨이들을 셧다운을 시켜.”

“하지만 지금 이곳으로 이동 중인 함선들의 무작위 좌표로 이동될 수 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대답에 헨리는 멍청한 대답을 하는 그의 어깨를 세게 짓누르며 말했다.



“이대로 냅두면 이곳이 생지옥으로 변한다고 멍청아! 곧 놈들이 이곳으로 쏟아져서 개작살날 거란 말이야! 이동준비중이거나 이동 중인 함선들에게 경고를 보내서 안전한 좌표로 당장 이동하면 되니까. 셧다운을 시키라고.”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담당 오퍼레이터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식은 땀을 닦으며, 가동 중인 게이트 웨이들의 작동을 멈추기 시작했다. 하나 둘 꺼지며, 닫혀지는 작동을 멈춘 채, 서서히 오므라지는 게이트웨이들과는 다르게 6번 게이트는 셧다운이 되지 않았다.



“안 됩니다...”

“안 된다고?”

“6번 게이트 웨이가 셧다운이 안 됩니다!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뭔 소리야 그냥 강제로 끄면 된다고!”

헨리는 당황한 담당 직원을 밀쳐내며, 게이트의 모든 시스템을 셧다운 시키려고 했지만 다른 게이트들을 제외한 6번 게이트 비활성화되지 않았다. 침식파 농도는 심각 수준까지 도달했을 때, 관제탑 바깥으로 게이트 웨이에서는 섬뜩한 진동이 울려퍼졌고, 6번 게이트 밖으로 침식체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비상벨 울리고 각 시설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피령을 내려 어서!”

헨리는 코 앞에서 벌어지는 침식사태를 보자마자 곧바로 비상벨을 울렸고, 엔트위프 내에서 담당직원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랄프와 로빈이 뒤늦게 달려왔을 때, 6번 차원게이트 밖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침식체들이 게이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잘 들어. 랄프. 항구에 대기하고 있거나 상공에 대기중인 함선들을 즉시 다이브를 시키고, 로빈은 당장 항구내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

“헨리 넌 어떻게 하려고?”

로빈의 물음에 헨리는 마른 침을 삼킨 채, 눈 앞에서 벌어진 침식화 된 게이트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빌어먹을 게이트웨이를 꺼야지.”

“미쳤어!? 지금 셧다운이 안되는 놈을 어떻게.....”

“전력망을 차단하면 될거야. 내가 어떻게해서는 전력시스템을 차단해볼테니까. 그리고 이곳 엔트위프에 놈들이 쏟아질 거니까 당장 샤례이드 관리국에 연락을 해!”

“지금 연락을 해도, 관리국이 오는데 한참 걸린다고! 게다가 그때까지 저걸 끄려고 여기에 있는다고? 미친 거 아니야!?”

“그 말하기 전에 지금 안에 있는 사람들이랑 직원들을 대피시키라고 이 멍청이들아!”

헨리의 외침에서야 둘은 다급하게 움직이며, 안에 있는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헨리는 심호흡 속에서 자신의 먹히지 않는 게이트 웨이를 중심으로 침식파가 서서히 높아지는 광경 속에서 헨리는 식은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아 전력망을 차단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불쾌한 감각. 로라와 앉은 채 아내의 식사를 기다리는 로알 엔트위프 시에서 퍼져오는 자신의 워치와 살갗에서 본능이 깨어남을 느꼈다. 평소의 부드러웠던 그의 얼굴에서 퍼져오는 차가운 살기의 모습에 로라는 긴장한 시선으로 로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자 오늘 식사는 나름대로 준비했어요~”

캐서린이 막 완성된 요리를 들고 식탁에 놓으려고 했을 때, 팟 소리와 함께 강하게 일러이는 진동소리가 음식을 준비한 식탁과 식기들을 뒤흔 들 정도로 요동쳤다.  로알은 자리에 일어났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흘러가던 건물에 섬뜩한 비명과 울림이 숨통을 조여오듯 가까이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미소를 짓든 캐서린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

“로라. 엄마 손 잡고 내 뒤에 있어.”

“네? 여보 그게 무슨....!?”

그 대답도 잠시 집안의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괴음을 지닌 울림이 퍼져왔고 로알은 자신의 워치를 발화하며, 무기를 쥐었다. 그 검을 쥔 찰나의 순간 문은 폭발에 날아가듯 로알을 향해 날아왔고 그는 부릅뜨며, 검으로 철문을 두동강 냄과 동시에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고 했던 침식체를 향해 차가운 서리도끼를 투척하며 두동강을 내버렸다.

 


카악 소리와 함께 침식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을 때, 자신의 뒤로 침식체가 로알의 배후를 노리려고 했고, 로라는 아빠! 소리를 내며, 그의 배후를 노리려던 침식체를 찔렀다. 

“흐윽........”

“로라!?”

로알은 힘겹게 침식체를 찌른 로라를 밀쳐내고 섬광의 검으로 침식체의 급소를 찔렀고, 바둥거리던 침식체는 쥐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캐서린은 몸이 굳어버린 채 코 앞에 퍼져오던 죽음에 넋이 나간 듯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호텔 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괜찮아요?”

“.........이대로 난.....”

“엄마!”

로라의 목소리에 캐서린은 아 소리를 내며, 뒤늦게 인식을 했을 때, 로알은 내부에서 들어오려는 침식체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공포 속에 질린 그녀의 사이로 로라는 자신의 검을 워치로 투영화시키며, 그런 그녀를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산산히 깨진 창문으로 침식체가 곧바로 들어오며 로라와 캐서린을 덮치려는 순간 로라의 눈 앞으로 눈부신 섬광과 나이프가 두 침식체를 향해 날아왔고 침식체는 낙옆처럼 떨어지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다들 괜찮으세요?”

“미라... 시현 언니!?”

로라의 대답도 잠시 미라는 빠르게 달려와 전투를 벌이는 로알을 보조하며 곧바로 호텔 방 밖으로 나갔고 시현은 캐서린과 로라를 호위하며, 빠르게 따라가며 호텔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호텔 밖으로 나갔을 때, 엔트위프에서는 침식사태 경고를 알리는 경보음이 시내에 가득히 울려퍼지고 있었고, 엔트위프 시내에 민병대와 군병력들이 시내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곧 대피소로 가는 차량이 출발할 겁니다! 탑승하지 않으신분들은 빨리 탑승하십시오! 지금 실제상황입니다!”

“여보. 로라를 데리고 저 차량을 타고 대피소로 피하고 있어.”

“당신..... 그래도 휴가인데 굳이 그렇게....”

캐서린의 만류에도 로알의 눈은 검붉은 빛으로 활성화된 차원함 항구의 포탈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 앞에 닥쳐진 위험. 스타방에르에서부터 느꼈지만 그는 그 위험이 자신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뻗어온다는 걸 느끼면, 어떤 만류와 경고조차 듣지 않았다. 



“곧 처리하고 올게. 로라를 부탁해. 서미라. 벨치카 함과 연락해서 지원병력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게.”

“알겠습니다.”

아빠. 이대로 가는 거야? 이대로....... 또 헤어지는 거야? 로라는 주먹을 꼭 쥔 채 미라와 시현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로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빠.......”

“로라 아빠말대로 가자. 이곳은 위험하니까.”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며 로라의 손을 잡고 대피소로 향하려고 했지만 로라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평소라면 자신의 말을 들은 채 차량에 몸을 실을 것 같았지만 그녀의 귓가에서 믿을 수 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싫어.'

 


“로라?”

“싫어. 아빠랑 갈거야.”

“로라.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 말 안 들었어?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아빠랑 싸울 거야. 그러라고 스승님에게 배운 거니까.”

“로라. 너 진짜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캐서린이 화를 내며, 로라의 손목을 아무리 힘을 주며 움직이려고 해도 로라의 눈동자에서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만이 비추고 있었다. 


 

'아빠와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아빠.......”

 

'아빠!'

 

로라의 외침과 함께 캐서린의 손으로부터 벗어나 전장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로알이 뒤돌아봤을 때, 캐서린의 손에서 벗어난 로라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미라와 시현은 그런 로라를 가로막은 채 단호하게 대답했다.



“로라. 안 돼.”

“시현이 말대로야. 로라. 이곳은 위험해.”

“싫어요.....”

“로라 안 된다니까!”

“싫어요! 저도 싸울 거에요. 이제 아빠랑 더 어울릴 수 있는데........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또 가면 다시는 안 올 거잖아요! 저도 싸울 수 있어요! 아빠. 그러니까 혼자 절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또 혼자있고 싶지 않아요.”

로라의 대답에 미라와 시현은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두 주먹을 움켜 쥔 채 로라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두 손에서는 자신이 다시는 모습을 볼 수 없을까 경련이 일고 있었다. 자신이 죽을까 슬프게 우는 딸의 모습에 로알은 당황한 시선으로 아니라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저으며 로라를 안았다.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로라. 그러니까......”

로알은 차마 떠나지 못한채 안으며, 슬프게 우는 딸의 등을 어루만지는 사이로 캐서린은 두 손을 모은 채 둘에게 다가갔다. 서서히 둘에게 다가갈수록 점점 커져가는 울컥한 감정을 삭히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애가 진짜..... 당신을 닮아서 미치겠다니까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하려고 해서 구하려고 하고.....”

“아니야. 내가 오히려 로라와 당신에게 미안해. 이런 멍청한 짓을 하도 해버리고 말고.”

“그래도.... 로라는 그런 당신을 좋아하니까 더더욱 있고 싶은 거죠....... 둘다 진짜....”

캐서린은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린 채로 로라를 쓰다듬었고,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그녀의 눈물을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었다. 


 

“울지마요 엄마. 저랑 아빠... 꼭 돌아올테니까요. 알았죠?”

“그래..... 미라 그리고 시현이도 죄송하지만 부탁할게요. 그이는 워낙 덤벙되니까요.”

“걱정마. 제독은 반드시 지켜.”

“벨치카 함대 프람소대의 이름을 걸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마세요.”

캐서린의 부탁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거대한 포탈이 활성화 되어있는 엔트위프 항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엔트위프 내부로 들어왔을 때, 안에서 침식체들이 센터 내부로 들어와 닥치는 대로 가게와 시설들을 무너뜨리고 있었고, 남은 경비인원들이 침식체들과 교전을 벌이며 사람들을 대피할 시간을 벌고 있었다. 로알은 바로 경비원을 공격하려던 침식체를 향해 도끼를 투척했고, 침식체는 몸이 두동강나며, 새빨간 피를 쏟아부었다. 

 


침식전 장비로 무장한 헬멧에 쏟아진 피를 닦으며,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로알과 로라가 달려드는 침식체들의 진로를 차단하며 섬광이 발화한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자신의 바로 옆으로 프람 소대의 미라와 시현이 가게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침식체에게 달려들며, 투척나이프와 검을 휘둘러 제압하고 있었다. 시현이 순간 자신을 향해 의식하며, 자신의 심장을 향해 투척 나이프를 던지는 것 같았지만 경비병 바로 뒤로 컥컥 소리를 내며 목을 붙잡은 구울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고....고맙습니다.”

“여기 위험해. 얼른 피해.”

“아직 안에 사람들이 대피를 못했습니다!"

경비병의 대답도 잠시 시현의 두 손에 쥔 나이프가 바로 그의 목 뒤로 스쳤고, 미라를 공격하려던 침식체는 일제히 심장에 꽂힌 채 바닥에 쓰러졌다. 미라는 시현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며, 멍한 경비원에게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인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구역은 일단 완료했습니다만 아직 B구역에 대피못한 인파들이 남아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이곳은 위험하니 대피해주세요.”

미라는 그렇게 대답하며, 남은 침식체들을 정리하고 있는 로알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이 구역내의 인원들은 대피했습니다만 아직 B구역에 있는 인파들이 대피중이라고 합니다.”

“헨리 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네. 다만 그곳이 지하를 통해서 이 구역으로 나가야되는 곳이라 고립이 되기 쉬운 곳이지.”

로알은 그 대답 속에서, 시현과 미라 그리고 자신의 딸 로라를 바라보다가 결정한 듯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나랑 시현이 B구역으로 진입할테니 미라와 로라는 이곳에 남아서 남은 인원들이 대피할 수 있게 막아주고.”

“알았어요! 아빠!”

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로알은 미라에게 로라를 부탁한고 시선을 보내며, 계단을 통해 빠르게 B구역으로 진입했다. 시현은 그 사이로 위치를 사수하고 있는 둘에게 접근하려는 침식체를 향해 나이프를 투척했다. 둘이 있는 지상 층에서 섬광과 검이 베어지는 소리를 뒤로 하고 서서히 지하로 내려갔을 때, 내부에서부터 침식체의 괴성들이 곳곳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독. 조심해.”

시현의 대답과 함께 제독은 자신의 서리도끼를 쥔 채 굳게 닫혀진 문 뒤로 느껴지는 적의 기척을 감지했다. 침식체들의 섬뜩한 기운 사이로 다급한 사람들의 도망치는 발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그 움직임은 침식체들을 더더욱 자극하듯 움직이는 발소리가 격해지고 있었다. 


 

그 소리 중에 문득 한 마리의 발소리가 지하 2층에 굳게 닫혀있는 문에 멈췄다. 하나 둘. 크르르 거리며, 문 바깥에서 기척을 감지한 듯 선 순간 로알은 도끼를 투척하며 문 근처에 있던 침식체 4마리를 일제히 꿰뚫어버리며 쓰러트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8마리의 침식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을 때, 시현의 나이프와 로알의 서리 도끼가 투척하며 사람들을 추척하던 침식체들을 일제히 숨통을 끊어버렸다. 남은 침식체들이 뒤늦게 전투태세를 취하려고 했지만 로알은 곧바로 섬광의 검을 발화하며, 양팔과 심장을 토막내며 쓰러뜨렸다.

 


침식체를 피해 도망치던 사람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제압한 두 명의 카운터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속에서, 랄프와 로빈은 그 둘이 로알과 시현이라는 걸 알자마자 경계하는 사람들 밖으로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로알 너야!?”

“랄프씨? 로빈씨?”

“아는 사이야?”

“헨리씨의 친구분들이야.”

시현이 응.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로, 손에 쥔 나이프는 본능적으로 뒤에서 들어오려던 침식체를 향해 날아와 꽂혔다. 사람들이 동요와는 다르게 시현은 태연하게 침식체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있었다.



“헨리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관제실에서 게이트웨이 전력을 차단한다고...”

“차단이라뇨?”

그의 물음도 잠시 시현은 로알에게 시선을 보내며, 침식체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시선을 보냈고 로알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아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 오래있으면 위험하니 저희 둘을 따라서 이곳을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하지만 랄프씨와 로빈씨 인솔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알의 그 대답 이후 선봉이 되여 앞장 섰고 시현은 로알의 후방에서 나이프를 쥔 채 인파들 주변에 적이 없는 지 경계하며, 움직였다. 사람들이 하나 둘 계단을 올라가는 사이로, 지하 계단에서 침식체들이 추적하기 위해 문을 부수며, 벽을 타고 올라가려고 했고, 시현은 도약하며, 나이프를 투척하며 저지했다. 로알이 지상 1층 문을 열자마자 기습을 하려고 했던 침식체를 섬광빛이 드러난 검으로 베면서 동시에 내부에서 달려오던 침식체를 향해 서리 도끼를 투척했을 때 지상 층에 있던 로라와 미라가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달려오며 합류했다.



“아빠 괜찮아?!”

“그래. 미라 언니 말 잘 들었고?”

“응. 괜찮아.”

로라의 씩씩한 목소리의 안도하는 사이로 건물 내부에서 자신의 본능을 자극하는 침식체들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시현을 마지막으로 모든 인파들이 바깥으로 나갔을 때, 로알은 시현과 미라에게 바깥으로 나가라는 사인을 보냈고, 그 뒤로 자신과 로라가 후방을 맡으며, 들이닥치고 있는 침식체들을 경계했다.


 


침식체들은 빠르게 지상과 천장 벽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며, 도망치는 인파들을 향해 달려왔고 로알은 자신의 투척한 서리 도끼를 향해 손을 뻗으며,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다음 다시 한번 몰려오는 침식체들을 향해 투척했다.

“아빠!”

로라는 그 순간 로알을 공격하려던 침식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침식체는 켁 소리를 내며, 일격에 날아가며 넘어졌다. 첫 실전 탓일까? 예리하게 벤 것 같았지만 로라는 손이 저린 듯 경련이 일고 있었다. 로알은 다시 일어나 움직이려는 침식체의 숨통을 끊어버린 후 로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괜찮니? 로라?”

“좀 아파요.”

“나도 그랬단다. 그럴수록 더 적응해야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

로알이 통증을 느끼는 자신의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정시키자 희미해지던 로라의 워치는 다시 빛을 발화하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견뎌내볼게요.”

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침식체를 기합을 내며, 일격에 베어버렸고 로알은 그 틈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오던 침식체의 두 다리를 토막내버렸다. 벽에 박혀있던 도끼는 그의 위협을 감지한 듯 경련이 일었고, 다시 회전하며 추격자들의 몸과 머리를 일제히 토막내며 다시 돌아왔다. 


 

로알과 로라가 침식체들의 추적을 저지하는 틈으로 미라와 시현이 엔트위프 국제항 바깥으로 나왔을 때, 바깥에서는 비스트와 다수의 침식체들이 포위를 하고 있었다. 비스트가 적을 인식하고 울부짖자 센터내에 자리잡았던 모든 유리창이 산산히 부서졌고, 도망치던 인파들은 그 괴성에 중심조차 못 잡은 채 일제히 쓰러졌다. 


 

로알이 뒤늦게 시설 바깥으로 나왔을 때, 지상과 공중에 침식체들이 사냥감들을 감지하고 빠르게모여 들고 있었고, 침식화된 게이트를 중심으로 침식체 무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쉽지 않겠는데요?”

“난 익숙해. 제독이랑 많이 겪었으니까.”

난처한 시선의 미라와는 다르게 시현은 오히려 즐기듯 자신의 여러 나이프를 쥔 채 자세를 잡았다. 미라는 그런 시현에게 질 수 없다는 듯 검을 쥐었고, 로알과 로라는 자신의 워치를 더 발화하며, 눈부신 빛을 발화했다. 



/

 


참 화려한 아버지와 따님의 빛이다. 고속정 상공에서 빛나는 그 빛은 수많은 침식체들을 현혹시키며, '도전' 이라는 욕구를 자극하고 있었으니까. 하노마크의 하이브가 빠르게 주변의 적과 위치를 분석하는 사이로 수신화면에 엘리샤가 잔뜩 의심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제독님을 구하기 위해 온 거죠?]

 

“아 물론이죠. 엘리샤 양. 아무리 게을러 터진 음침녀라고 해도, 제 제품들에 대한 '자부심' 만큼이나 나의 제품들에 대한 성능은 문제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때 함선내 기스한 것들은 제 자사 제품들이 깨끗하고 처리했고요.”

 

하노마크의 대답에 엘리샤는 그때의 아련한 '추억' 을 떠올리듯 자신의 허리춤에 찬 권총에 생기조차 없는 죽은 눈동자로 시선을 옮겼다. 홀스터의 단단히 잠겨놓은 봉인을 풀려고 했지만 그 옆으로 노엘이 있었던 탓인지 자신을 향한 살기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노엘 덕분에 숨통 붙어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노엘은 이런 오퍼레이터는 처음이라서 벨치카 함이 올때까지는 제대로 할지는 잠당 못해요.]

 


“엘리샤 양은 벨치카 함을 담당해야 하니까요. 저 주변에 침식체 놈들과 각 위치들 선점만 보고해주는 거니까. 그냥 시뮬레이션 하듯이 저한테 설명해주면 되는 거구요.”


 

이 인간.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벨치카 함대의 휴가기간 동안 노엘이 자신의 공백을 대비해서 함선 상황과 관련된 오퍼레이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 상황이 하필 로알 제독이 있는 곳에서 난데없는 실전을 치르게 생겼으니까. 의심이 싹이 트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그가 위험해지는 상황이기도 했기에 저 괴짜에게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었다. 벨치카 함대가 그곳으로 정비해서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

 

[알았어요. 노엘을 바꿔드릴 테니까. 브리핑을 시작하세요. 함대는 정비가 완료되었고 그곳으로 도착할 테니까. 그때까지 하노마크 씨의 '친구들' 이 선점을 해줘야 돼요.] 

 

엘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엘! 일로와! 라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후 화면에 노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전이라는 거대한 중압감 탓인지 노엘은 전과는 다르게 식은 땀이 가득차 있었다.

“말했듯 연습한 대로에요. 제 '친구들' 을 보내고 변동사항이나 전황이 바뀌며, 제독님이나 혹은 저에게 말씀하시면 돼요.”

 


[네. 연습한대로... 연습한대로.....]


 

노엘은 자신을 진정시키듯 주문을 외우고 있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내면에 있는 '긴장' 을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있었다. 하노마크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고속정 내 격납고에 대기하고 있던 신형 메카닉의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빠르게 사출 시스템을 활성화하자 고속정 후방에서 서서히 문이 열리고 활성화된 메카닉 도베르만 8기가 붉은 인광을 발화하며 강습형 사출기인 라인 브레이커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좋아. 댕댕아. 제독님 위협하는 놈들 다 쓸어버려.”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도베르만은 붉은 빛을 발화하며, 라인 브레이커의 엔진을 발화했고, 수천미터 상공에서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하강하던 8기의 라인 브레이커는 포위하고 있는 침식체들과 비스트를 타겟팅했고, 2문의 미니건과 20여발의 클러스터 미사일들을 발사하며, 침식체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화력 비스트의 갑각이 산산조각났고, 모여있던 침식체들은 수백여발의 총알에 일제히 갈가리 찢겨나가며, 쓰러졌을 때, 라인 브레이커는 고속으로 낙하하며 비스트의 심장을 뚫어버리며, 지면에 박혔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도베르만 8기는 곧바로 로알과 합류하며 양손에 무장한 듀얼 캐논과 개틀링건을 쏘며,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고, 도베르만이 강습한 지점으로 40여기의 다수의 레기온들이 일제히 공수되며 로알 일행과 합류하기 시작했다.


 

[침식체 병력 제거 확인. 레기온과 도베르만 소대가 빠르게 제독님과 합류하고 있습니다!]


 

“좋아. 가뜩이나 골치 아픈 상황이었을 텐데, 처리를 했고. 슬슬 우리 무대뽀 제독님이랑 만나볼까?”

하노마크는 그렇게 말하며, 고속정을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도베르만과 레기온이 전선을 형성하며 전투를 벌이는 사이로 로알은 그녀의 고속정을 확인하자마자 로알은 자신의 소대와 로라에게 아군이라고 손을 뻗은 후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수신기에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모처럼의 휴식에 방해꾼들이 겹쳐버렸네요?]

 

“와줘서 고맙네. 하노마크.”

 

[댕댕이들 어땠나요?]

 

댕댕이? 그 의문 속에서, 로알이 고개를 돌렸을 때, 최전방에서 침식체들을 빠르게 몰아내고 있는 개의 머리를 한 이족 보행 메카닉을 바라보았다. 묵직한 움직임 속에서, 선봉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이로 레기온들이 후방에서 지원하며, 침식체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괜찮긴 했네만..... 가끔은 '평범한' 쪽에 시선을 두지 않겠나?”

 

[죄송하지만 평범한 것들에게는 흥미 없습니다. 제독님. 전 카운터, 메카닉, 그리고 침식체 같은 특이한 것들을 선호해서 말이죠.]

 

캐서린이 자네의 '고상한 취미' 를 보게 되면, 조만간 자네를 위한 '전용무기' 를 준비할지도 모르네. 하노마크.”

로알이 말하는 전용무기에서부터, 하노마크는 이미 자신을 따라다니는 '광기의 권총' 이 떠올랐다. 당시 받은 벨치카함의 예산과정에서부터 이미 꼬리표가 붙었는데, 이번에는 캐서린까지.... 하노마크는 절대 아니라는 듯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나름 도움이 되었으니, 좀 봐드릴 수 없을까요? 이렇게 제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를 하고 있는데......]

 

“내가 얘기한다고 해서 엘리샤나 캐서린이 들을 것 같지는 않네만. 결국 자네가 처리해야 할 문제일 세 하노마크.”

로알이 절대 안된다는 듯 고개를 저은 사이로, 하노마크는 그 밑으로, 자신을 신기하듯 바라보고 있는 꼬마아가씨를 느꼈다. 로알은 보여주겠다는 듯 로라를 들어올렸고, 로라는 신기한 시선으로 하노마크와 수신화면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엘을 신기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 언니들... 아빠의 친구들이에요?”

로라의 물음에 로알은 그런가? 싶은 시선으로 둘에게 시선을 넘겼을 때, 노엘은 흠흠 거리며, 바로 하노마크를 바라보았다. 하노마크는 그런 로라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에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답니다! 오늘은 로라의 아빠가 위험하다고 해서 나쁜 놈들 쓸어버리려고 왔답니다~]

 

[자...잠시만요!? 하노마크씨 아무리 그래도 저흰......]

 

노엘은 당황한 시선으로 갑작스럽게 진급(?)은 원치 않은 듯 강하게 고개를 저었지만 하노마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라의 순수함이라는 날개에 고출력 이터니움 추진기를 달아주고 있었다. 로라는 신기한 시선으로 하노마크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도베르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언니가 그럼 저 로봇들을 조종하는 거에요?”

 

[물론이죠. 로라가 제일 사랑하는 아빠를 위해서라면, 저흰 언제든지 곁에 있답니다~]

 

“봤지? 로라. 엄마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아빠를 지켜주는 친구들이야. 이 로봇들 조종하는 언니랑 나와 이야기하려는 언니도 마찬가지고.”

“응. 엄마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아요.”

로라는 끄덕이자, 로알은 모처럼 캐서린 전용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배리어' 를 얻었다는 안도감을 느꼈고, 하노마크는 엘리샤의 끔찍한 '전용무기' 를 피할 수 있는 '완전회피' 를 얻었다는 사실에 흡족해했다. 노엘은 갑작스럽게 로알과의 상하 관계가 아닌 '동등' 한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머릿 속은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었다.

 

[자. 일단 전선은 형성할테니까. 노엘이 보고를 할게요. 노엘?]

 

[....아....네!?]

 

[보고 해야지.]

 

[아.. 네....그... 안녕하세요?]

 

“엘리샤가 나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말해도 되네. 나와 프람소대 그리고 우리 딸도 알 수 있게끔.”

로알의 대답에 로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로알의 손을 꼭 잡고 지켜보고 있었다. 노엘은 점점 혼미해지는 듯한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고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벨치카 함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노마크의 별동대가 일단 해당구역을..... 안정화시키고 침식사태가 엔트위프 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지원을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함대는 준비가 완료되었나?”

 

[네. 현재 벨치카 포함한 다수의 함대가 지금 엔트위프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샤레이드의 태스크 포스 지원은?”

 

[이미 상황을 확인하고 엔트위프 시내에 있는 스톤돔을 가동시킨 상황입니다. 각 시내에 있는 시민들은 방공호에 대피해있습니다.]

 

당분간은 안정화되었다. 함대가 도착하게 된다면, 상황은 더 나아질 수 있겠지만 로알은 여전히 전력이 활성화된 채 침식체들을 소환하고 있는 침식화된 게이트가 마음에 걸렸다.

 


[벨치카 함을 제외한 나머지 함선은 엔트위프 시내에 침식체 소탕을 진행하고, 함선은 내 위치에서 지원 포격및 병력을 지원해주게.]

 


“알겠습니다.”

노엘과의 연락이 끊기기 무섭게 시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시선을 보냈다. 대피소로 이동하는 인파들 속에서, 로빈과 랄프가 급히 전할 이야기가 있는 듯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가기 전에 얘기할 게 좀 있어서 말이야. 로알 자네가 저놈들을 정리할거지?”

“정비 즉시 출발할 것입니다.”

“그래.... 만약 놈들의 둥지로 들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관제센터로 가줘.”

“관제센터면.....”

로알은 그 말을 꺼내기 무섭게 헨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로라는 서서히 착륙하는 고속정 바깥으로 벨치카 함대의 제복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낸 하노마크가 신기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자. 얼른 정비후 출발을....... 어 아시는 분이신가요?”

“헨리 씨의 친구들일세. 마침 왔으니 한번 상황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군.”

로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노마크에게 얘기를 해도 좋다고 시선을 보냈고, 로빈과 랄프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노마크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은 후 하노마크는 차원 게이트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 게이트가 침식이 된 채로 계속 유지가 되고 있다는 거죠?”

“그래...... 헨리가 지금 전력 시스템을 차단하고 온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고.””

“지금 게이트 웨이의 발전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하노마크는 그렇게 물으며, 옆에 조그맣게 날아다니는 드론의 시스템 지도를 활성화시켰다. 로라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사이로, 둘은 전력소의 위치들을 가리켰다. 하노마크는 곧바로 빠르게 화면에서 타이핑을 했고 상공에 있는 드론이 빠르게 날아가며, 상황을 확인했다. 



“일단 전력 중단은 성공한 것 같군요? 다만...”

“다만?”

“이 셧다운한 놈을 유지시키는 '나쁜 놈' 이 있는 것 같네요.”

하노마크는 그렇게 말하며, 게이트 웨이 밑으로 몸을 웅크린 채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비스트 타입의 침식체를 보여주었다. 전함 격납고 사이에 자리 잡은 침식체는 격납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전력이 자신의 몸에 흡수되고 있었고, 머리에 난 거대한 뿔을 통해서 차원게이트의 동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일단 이 놈을 빨리 잡지 않으면, 놈들이 불어나는 건 시간문제겠구요.”

“서둘러야겠군.”

로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하고 있던 프람소대원과 병기들을 호출했다. 각 병력이 모이는 사이로 그는 헨리를 걱정하는 둘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대답했다.

“헨리 씨는 제가 구하겠습니다. 수백마리의 침식체도 헨리씨의 고집은 못 막으니까요.”

“그래....... 로알 너도 조심하고.”

둘은 로알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린 후 대피소로 향하는 인파에 합류했다. 로알은 그 둘을 뒤로하고 집결한 병력에게 전진하라고 수신호를 보냈고 그들은 일제히 선봉으로 나가는 그를 따라가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



 

그동안 온갖 끔찍한 일들이란 일들을 겪었다고 생각했다. 게이트웨이 이상이라던가 다이브를 했던 함선이 도착하지 않고 실종이 되었다던가 혹은 다이브 직후 함선이 동력을 잃은 채 추락할 뻔한 상황이라던가 다시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수많은 잡동사니들을 쏟아서 바리게이트를 만들었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전력망을 차단했지만, 결국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않이 잠시 동력을 잃은 채 정지되는 듯 했지만 바깥으로 튀어나는 빌어먹을 비스트가 웅크린채 격납고에 대기중이던 함선들의 전력을 흡수하며, 게이트를 활성화시키고 앉았으니까. 헨리는 착잡한 심정 속에서, 입가에 남아있는 싸구려 시가를 입에 문 채 라이터를 켰다. 

 

짙은 연기 속에서, 자신의 몸만큼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는 비스트의 뿔 바깥으로 나오는 검붉은 전기가 차원문을 공급하고 있는 장면을 보며, 짙은 한숨을 가득찼을 때, 문을 두드리던 바깥의 침식체들이 비명을 질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헨리가 섬뜩한 침묵으로 뒤덮은 잡동사니로 막은 문쪽을 바라보았을 때, 그 문 앞으로 용접기가 섬뜩한 불꽃을 일으키며 안에서 튈만큼 불똥을 튀고 있었고, 문은 서서히 네모 모양으로 반듯하게 절단되며 바닥에 떨어졌다. 문짝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수의 레기온과 로라와 시현이 안으로 들어왔고 헨리는 철렁했던 자신의 가슴을 몇 번이고 어루만진 채 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진짜 천국에 온 거 아니지?”

“아빠가 보내서 왔어요! 아저씨 괜찮으세요?”

“그....그래..... 그 옆에 있는 아가씨는?”

“시현 언니에요. 아빠가 아저씨 구해달라고 시현언니랑 같이 보냈어요.”

구해달라고? 그럼 로알은? 헨리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관제탑 바깥에서 섬광의 검과 차가운 서리 도끼를 쥔 로알과 은빛의 검을 쥔 미라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 둘을 중심으로 도베르만 4기와 다수의 레기온들이 비스트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고, 위협을 느낀 침식체들이 일제히 비스트를 중심으로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뭉쳐진 비스트들을 보자마자 로알은 자신의 서리 도끼를 양손으로 쥔 채 맹렬하게 투척을 했고, 서리도끼는 회전하는 지면을 중심으로 섬뜩한 서릿발과 침식체들을 토막내며, 얼음덩어리로 만들기 시작했다. 침식체들이 진형이 붕괴되자마자 도베르만 4기는 듀얼캐논과 개틀링건을 난사했고, 미라와 다수의 레기온들이 일제히 진격하며 산산조각난 침식체 잔당들을 제압하고 비스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침식체들이 우왕자왕하며, 전선이 밀리는 사이로 로알은 곧바로 도약하며, 전력을 공급하던 침식체의 뿔을 일격에 토막내버렸다. 

 


뿔이 토막 난 비스트는 고통의 울부짖음을 토하며, 주춤거렸고 로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검을 거대화 시키며 횡으로 비스트를 두 동강 내버렸다. 그의 검은 비스트의 갑각을 토막내며 살 깊숙히 빠져나왔고 섬뜩한 빛의 관통당한 비스트의 몸은 전력이 꺼진 채 거대한 울림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비스트가 쓰러지자마자 전력이 끊긴 게이트웨이의 포탈은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이내 거대한 파동을 퍼뜨리며 포탈이 소멸되었다. 꺼진 게이트웨이 장치는 서서히 웅크려지며 작동이 멈추었고 잠시후 상공에서 벨치카함이 빠르게 관제탑을 스치며 로알 제독이 있는 곳으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헨리가 멍하니 비스트를 제압한 로알에 한참동안 시선이 고정되었을 때, 로알은 시현에게 연락하고 있었고, 시현은 응. 알았어. 라고 대답하며 헨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으십니까? 헨리씨?]

 

“로알 벨치카..... 이 빌어먹을 놈......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놈들이 생각보다 방해해서 말이죠.]

 


그의 목소리에서야 헨리는 이곳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듯 섬뜩했던 자신의 두려움을 진정시키듯 입에 시가를 두동강 내버릴 듯이 피웠다. 로알은 그 옆으로 로라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자신이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주었고 로라는 키득 거리며, 그런 아빠의 인사를 따라 손을 흔들어주었다.

“근데, 로라는 아직 어린데..... 이런 전투를 해도 되는 거야? 조기교육이치고는 너무 하다고 생각하는데?”

 


[로라가 선택한 거 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로라는 놈들을 찢어버리는 데 '소질' 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 대답에서부터, 헨리는 로알로부터 딸 바보에서 광신이라고 할지도 모르는 '광기' 가 느껴졌다. 평범한 숙녀의 교육을 원하는 캐서린과는 다르게 로알은 침식체를 썰어버리는 방법에서부터 집채만한 비스트를 일격에 죽이는 걸 알려주는 광전사의 길을 가르쳐주고 있으니까.

“그래도 아직 저 놈들을 썰기에는......”

“아니에요. 아저씨. 재밌었어요. 나쁜 괴물들을 죽이고, 사람들을 구하는 거니까요!”

 


[봤죠? 헨리씨. 로라도 좋아하고 있어요.]


 

이 아버지와 딸..... 정말 괜찮은 거 맞지? 헨리는 슬래셔 무비의 한 장면처럼 자신도 침식체처럼 끝장날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침식체의 피로 범벅이 된채 해맑게 웃는 사이로 로라와 비스트의 피로 뒤집어씌운 광전사 같은 제독의 로알이랑...... 헨리는 크흠흠 거리며, 그 둘의 피범벅이 되는 꼴을 피하기 위해 자리에 일어났다.



“헨리. 왜 무서워해?”

“무...뭐!?”

“식은땀 나.”

“아! 아니야! 하하하하하하! 하도 일해서 그런가? 하하하하 어쨌든...... 미안한데 로알이랑 이야기할 게 있으니까. 잠깐 데려다주겠어? 너무 덥기도 하고 그래서 하하하하하하!”

헨리의 필사적인 요청에 시현은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이동하기 시작했고, 헨리는 필사적으로 관제센터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

 

관제센터 바깥에서는 벨치카함이 착륙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샤레이드 관리국 문양을 두른 관리국 태스크 포스들이 도착한 채 로알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있었다. 헨리가 도착했을 때 로알은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태스크 포스의 각 대장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헨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도시는 문제 없을 것 입니다.”

“그래야 돼....... 그 빌어먹을 포탈이 1시간 넘게 열렸으니까. 그나마 네가 그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서 망정이지.”

“호텔에서부터 확인했습니다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그의 물음에 헨리는 자신의 머릿 속에 낙인처럼 박혀있던 생각을 끄집어내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로알. 그때 네가 첫 출항했을 때 기억나나? 당시 함대가 6번 게이트웨이를 통해서 너희 애들 나간거.”

“네.”

“그때 게이트 웨이는 당시 네가 원정에 참여했었던 그 구역이랑 연결되어 있었어.”

버뮤다랑? 로알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봤을 때, 그의 뒤로 샤레이드 관리국 장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헨리는 곧바로 시선을 옮기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시선을 옮겼다. 자리를 옮겼을 때,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6번 지역은 더글라스 사가 버뮤다 섹터에 대한 원정에 대한 조건으로 우리가 계약을 한 게이트 웨이중에 하나였어. 당시 엔트위프 쪽에서도 나름 더글라스 사로부터 두둑하게 계약금을 받은 상황이었거든.”

“당시 계약서는 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글라스 사에서는 보다 확실한 원정을 위해서 헨리씨를 선택했다는 사실도요.”

“너에게는 끔찍한 소식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버뮤다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 같아.”

헨리는 그 대답과 함께 시가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꺼내는 그의 손은 그때의 후유증 탓인지 경련이 일고 있었다.



“오늘 발생한 건 일반적인 침식 현상이라고 할 수 없어. 무작위로 포탈이 생성되서 들어온 건 아니니까. 사실 놈들이 이곳으로 들어온 건 당시 우리가 더글라스 사와 계약했던 6번 게이트 웨이. 그 말은 즉 더글라스 놈들이 관리하고 있던 곳에서 침식사태가 터지면서 당시 비활성화되었던 그곳의 게이트라인과 여기가 연결되면서 놈들이 기어들어 온 거지.”

헨리의 설명도 잠시 로알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니콜라스의 말대로라면, 버뮤다는 이미 안정화되었으며, 어떠한 문제조차도 자신에게 보고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헨리씨의 말대로라면 지금 버뮤다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입니까?”

“그것밖에 해석이 안되니까. 너에게 얘기를 하는 거야. 지금 샤레이드 관리국 혼자 감당하기에는 큰 문제로 번질 것 같으니까.”

“그렇군요.”

“이 일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샤레이드에서도 골치아픈 일이 될 거야. 우리가 관리하던 포탈이 침식화되면서 놈들이 튀어나온건 처음이었으니까.”

헨리는 생각만해도 열받는다는 시선으로, 참을 수 없다는 듯 시가를 입에 문 채 짙게 내뱉었다. 그의 짙은 한숨 사이로, 샤레이드 관리국 함선이 서서히 상공에서 하강하며, 침식화된 6번 게이트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일단 나도 관리자긴 하니까. 샤레이드 외에도 다른 관리국에서도 경고를 보낼거야. 지금 놈들은 이곳 외에도 다른 게이트 웨이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조심해. 버뮤다는 지금 더글라스가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큰 문제가 터진 것 같으니까.”

“그 부분에서는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헨리씨. 제가 오히려 큰 폐를 끼치게 되었군요.”

“네 잘못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그 놈들 따가리도 아니고.”

헨리는 자책하지 말라는 듯 그의 어깨를 세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입에 문 시가가 타들어가며 긴장을 서서히 누그려뜨리고 나서야 그는 안도를 느낀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오히려 멍청한 짓을 한 거지. 그곳이 작살나면서 놈들이 이곳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고마워. 덕분에 골로 갈뻔한 상황을 자네가 또 막아줬으니까.”

“저보다는 그 두 분에게 감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 랄프랑 로빈?”

“네. 저에게 가장 먼저 구해달라고 하셨거든요.”

그 놈들이? 거짓말 같았지만 로알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헨리는 바보처럼 히죽 웃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어버렸다.

“원래 그 놈들 내가 골로가면 아무것도 못하는 놈들이라서 그런 거야. 그래도......”

 


'술 정도는 사줘야지.'

 


헨리는 그런 둘의 걱정에 마지못해 감사를 베풀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그의 뒷 모습 속에서, 하노마크는 천천히 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제독님이 모처럼 깨끗하게 정리한 곳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군.”

그녀의 물음에 로알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런 그의 앞으로 처참한 몰골이 되어버린 침식화된 6번 게이트가 그의 두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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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잘 지켜줘야 해. 알았지? 로라?”

“네. 아빠.”

로라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에 안았다. 이리저리 침식체의 피에 뒤엉키고 엉망이 된 그녀를 안자 캐서린은 한 숨 속에서, 로알과 로라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으며, 말했다.

“진짜 둘 다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상태에서 싸우고 있었던 거에요? 으휴 진짜....”

캐서린은 침식체의 피범벅이 된 로라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품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룩이 져버린 로라의 얼굴을 닦았다. 



“여보. 침식체의 피인데........”

“이런 얼룩 때문에 겁먹을 거였으면, 당신과 함께 하지도 않았을 걸요?”

로알의 우려에도 그녀는 웃기지도 말라는 시선으로, 로라와 로알의 묻은 피의 흔적을 힘껏 힘을 주며 닦아냈다. 말끔하게 닦인 걸 확인하고 난 후 캐서린은 그 뒤로 다이브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벨치카 함대의 병력과 함선을 바라보고 난 후 한숨 속에서, 그를 보며 말했다.



“그곳에 가야 하는 거.... 맞나요?”

“그래. 이대로 내버려 두면, 로라와 당신까지 위험해 질테니까. 가야 돼. 여보.”

로알의 대답에 캐서린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꼭 쥐었던 둘의 손이 서서히 멀어져갔을 때, 로알은 고개를 돌리며, 로라와 캐서린을 본 후 품 속에 자신의 회중시계를 꼭 쥔 채 벨치카 함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마지막 뒷모습이 사라진 후 벨치카함이 엔진을 가동하며, 서서히 상공에 뜰 때까지 캐서린과 로라는 지켜보았다. 


“아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로라의 대답과 함께, 벨치카 함은 거대한 섬광과 함께, 다이브를 시작하자 후속 함선들은 벨치카 함선이 다이브한 지점으로 빠르게 다이브를 하며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