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치카 함의 기록 

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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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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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록을 남기는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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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종료 후 12시간 뒤.

벨치카 함 내 검시실.

 

“확실합니다. 이 침식체...... 아니......”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침식체가 되기전까지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렇게 하죠. 이름은 정소희. 관리실패 사태 발생하기 전 재경그룹 직속 태스크 포스였던 '장용영'의 근위대장이었습니다.”

그 설명을 들었을 때, 노빌레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이 앞에 놓인 침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그녀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검시관은 당시의 생존당시 그녀의 사진과 함께 그녀가 지휘했던 용의 형상을 상징하는 태스크 포스 문양과 휘장까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듯 둘에게 자료를 보여주었다. 



 

하노마크의 레기온들이 정소희의 시신을 이송하는 사이로, 노빌레는 곧바로 로알에게 잠시 커피 한잔 드시죠. 라고 말하며, 그를 카페테리아로 안내했다. 

“한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재경그룹이 해체 당시에 재경빌딩은 이미 관리국의 관리하에서 해체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이면 세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 그것도 단순히 건물에 한정된 게 아닌 도시 전체와 


 

'생명의 존재까지도 말입니다.'

 


노빌레의 물음에 로알은 자신의 품 속에 있던 시계를 만지작 거린 천천히 주변을 거닐 듯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눈가에서는 짙은 노스텔지아의 향수에 취한 듯 평온하면서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오래전부터 내가 카운터가 된 이후로 이면세계에 돌아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곤 했어. 예전에 자신이 거닐었던 곳을 발견했다던가 혹은 죽었던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는 등...... 노빌레 자네가 내 부제독에 휘하에 있기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 항해 당시에 자신이 봤던 건물이랑 똑같다고 하던가 혹은 죽었던 아내가 저기있다고 하기도 했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전 그걸 '세이렌' 이라고 규정하고 가급적이면, 접촉을 금지했었습니다. 그걸 무시하고 그곳에 가거나 그 생명체와 접촉했던 자들이 실종되는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으니까요.”

“만약 우리를 끌고가 죽일거라고 생각했던 세이렌은 도리어 우리에게 경고를 주는 존재였다면 어떤가?”

 



'과연 너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라고.'

 



로알의 물음에 노빌레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로알의 손에 쥔 커피는 힘조차 쥐기 힘들 만큼 약하게 쥐어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두렵네. 테라 노바의 흔적을 찾으면서, 점점 그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내가 그걸 목격하게 되었을 때, 과연 난 그것을 정신을 붙잡은 채 조우할 수 있는지....... 지금의 재경그룹의 모습은 내가 곧 마주하게 될 '악몽' 의 단편이라고 생각하네. 더 두려운건 그것이 순전히 '나' 에 한정된 게 아닌

 


'내가 지휘하는 자들에게까지 그 악몽이 전이 되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 대답 속에서, 로알은 자신의 곁에서 어린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웃고 있던 시현과 미라의 모습이 기억이 났다. 그 미소와 자신감. 그리고 신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몽에 전이되어버리듯 서서히 둘의 희망이라는 생기를 서서히 흡수하고 있었다. 

“잠깐 미라를 보러 가겠네. 그 아이가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을 테니.”

“네. 후속 부대 지휘는 걱정마십시오.”

노빌레의 대답 이후로 로알 제독은 자신의 시계를 품 속에 넣은 채 착잡한 심정으로 미라가 입원한 병실로 향했다. 미라가 입원한 병실 내부에 다다랐을 때, 안에서는 시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난 괜찮아. 걱정마 시현아.”

“못 믿겠어.”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애써서 웃으며, 대답하는 사이로 로알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시현과 미라는 아. 제독님이라고 대답했지만 시현과는 다르게 미라는 소중했던 선배를 잃은 것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잠깐. 먹을 거 사올게.”

시현은 로알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짐작한 시선으로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나갔고, 로알은 자신의 시계를 손에 쥔 채, 한동안 미라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의사의 얘기로는 날카로운 검에 베였는데도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상태는 어떤가?”

“걱정마세요. 조금만 재활을 해도 괜찮은 상처니까요. 그러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독님.”

미라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로알에게 괜찮다며, 어색한 웃음을 드러냈지만 그녀의 죽음에 슬픔을 토해냈던 미라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원망해도 돼.'

 


그 대답에 미라는 웃음을 드러냈던 자신의 가면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그 대답을 하는 사이로 로알은 평온한 시선으로 미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침식체라고 단정지은 채 제거한 것이 옳았다고 해도 결국은 '인간' 이니까. 처음 침식체를 마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카운터가 되면서 제거한 것은 순전히 적이라는 인식하에서 없앴다고 들려주지만, 결국은 내 손에 피를 묻힌 건 변하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 나의 행동이 소중한 자들에게까지 악몽의 낙인이 찍히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될 거라는 사실도.'

 


난 너의 선배를 죽였어. 서미라. 네가 그것을 부정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야. 그것을 굳이 안고 갈 필요 없어. 원망해도 돼. 증오해도 돼. 이 워치를 받았을 때부터, 내 손에 묻은 것들은 네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죄악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의 대답에 미라는 두 손을 꼭 쥐었다. 웃었던 그녀의 얼굴에 경련이 일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선배가 저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선배도 알고 있었어요. 선배의 검이 제 몸에 닿았을 때부터....... 알게 되었어요. 아직 선배의 인격이 남아있었다는 걸.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혼자서 고통받으셨던 선배를....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운걸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는 그러니까.....”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미라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로알은 슬프게 우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그녀의 울음 소리는 문밖에서 조용히 서있던 시현에게 슬픔을 연주하는 오르골의 노랫소리처럼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

 



의무실 밖으로 나간 후 로알은 하노마크의 카페테리아를 찾았다. 안에서는 하노마크가 막 커피를 정리하던 참이었고, 로알은 한숨 속에서 자리를 앉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일 꽤나 골치아프셨죠? 전장에도 출격하셨고요. 어땠나요? 간만에 현장 출격이요.”

하노마크의 물음에 로알은 생각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모카였나요?”

“어. 이번엔 좀 따뜻하게 해줘.”

“겨울도 아닌데요?”

“나에게 이곳은 겨울이야. 지독한 혹한과도 같은 곳이었으니까.”

그 대답과 함께 로알은 전장에 지친 듯 그녀의 커피를 기다렸다. 하노마크가 커피를 가져와 그에게 가져왔고, 그는 카페 모카를 한 모금을 마신 후 기분이 좋아진 듯 편안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음에 드셨나요? 용감한 제독님?”

“처음에 자네가 이곳에 카페를 만든다고 했을 때, 뭔 짓을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한 내가 후회를 할 수밖에 없겠군.”

“칭찬으로 들어드리죠.”

하노마크는 그렇게 말하며, 용수철처럼 빙글빙글 꼬여진 그의 칭찬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 옆으로 그의 손에 쥔 회중시계는 언제나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꼭 쥐어져 있었다.



“스콧을 찾나 싶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군.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 오래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도시부터는 전초기지 짓는 건 오래 걸리니 당분간 정비를 하면서 기다려야죠. 제독님도 모두들 지금 긴 전투에 지쳤으니까요.”

하노마크는 착잡한 목소리 속에서 그는 이미 스콧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짐작하고 있는 시선이었다. 테라노바의 잔해에서부터, 그 여정이 순탄지 않게 진행되었다는 걸. 더글라스 사나 노빌레 부제독의 말대로, 로알이 '판도라의 상자' 를 열어 그가 이성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으니까.

 


“그러고보니, 더글사스 쪽에서는 꽤나 싸우셨던 것 같던데 어떻게 되었나요? 뭐라고 하셨나요?”

“내가 나간 이후로 니콜라스 부사장이 더글라스 사장을 설득했다고 하더군. 지금의 원정을 위해서라도 내가 있어야한다고 하면서 말이야.” 

“호오? 꽤나 감명을 줬나보네요. 더글라스 사장은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더니만.”

“이 원정이 끝날때까지는 입 다물고 있겠지.”

베짱이 있다. 특히나 로알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타인에게 안정감과 충성이라는 싹을 만들어주는 남자이기도 했다. 대원이 위험해 처해있다면 병력을 나눠서 지원한다던가 그 방법마저 없으면 자신의 몸을 이끌고 불타는 전장에까지 들어가서 가져오려고 했으니까.



 

“이미 중추나 다름없는 위치에 있고, 함대 내에서도 더욱 명성이 있으니, 더더욱 못 건드리겠죠. 부제독님께서는 엄청 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부제독님은 더글라스 사장과 꽤나 눈치를 보시는 것 같던데.”

“노빌레는 나와는 다르게 외부인사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니까. 내가 지휘를 할 때는 매번 충돌했었지.”

“큰 임무를 지녔기 때문이겠죠. 그만큼 제독님의 역할이 워낙 중요하기도 하고요. 어처구니 없게도 그 결과 덕분에 지금 저희들이 큰 봉변을 안 당하고, 계획을 차근차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죠. 다들 얘기는 하지 않아도 지금의 제독님의 입지에 대해서 뭐라고 하기에는 제독님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은 그 이상이니까요.”

하노마크의 칭찬에도 로알은 결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 또한 느꼈지만 로알은 누군가가 자신을 주시하거나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었다.




“난 그저 골치아픈 것들을 처리할 뿐이니까. 그리고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때로는 그것을 즐기실 필요는 있다고 봐요. 아주 부드럽게 달콤함을 퍼뜨리는 모카처럼 말이죠.”

“난 섬세하지 않네. 캐서린이 날 어떻게 대하는지 자네도 이미 충분히 목격했을거라고 보네만.”

“못 살게 굴긴하죠.”

그녀의 대답에 로알은 이내 풉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을 뒤로하고 로알은 자신의 손목에 차있는 워치를 바라보았다. 그 워치를 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노마크.”

“네?”

“그때 내 워치를 봤다면.......”

“아직은 얘기는 안했습니다만,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해도 좋네.”

 


'언젠가 이 이야기를 들려줄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보통이라면, 입막음을 하거나 혹은 최후의 수단을 쓰겠지만, 사실 제독님은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제독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악마는 아니거든요.”

“자네가 이 사실을 얘기한다면, 지금의 내가 어떤 존재가 될지는......”

“물론 얘기 안합니다. 시스템을 통해서 여러가지 조사를 할 뿐이지. 그 외에 일들에 대한 건 꺼내지 않아요. 만약 제가 그런 면이 있었다면 제독님은 이 함대에 채용시키지는 않았겠죠.”

그 대답에 로알은 그녀를 신뢰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건 사신만큼이나 무거운 규율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때가 오면 얘기하지. 지금 생각하기에는 절망이라는 맛을 안겨주니까.“

“그게 전사로서의 삶이라는 거겠죠.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곳에서, 최대한 '자신' 답게 죽고 싶다는 그런 투지 같은 거. 제독님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러다가 아내에게 두들겨 맞은게 몇번인지 모르지만. 솔직히 캐서린은 침식체들보다 더한 상대였으니까.”

“캐서린 씨에게는 얘기해도 되겠죠?”

“그러면 난 조만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걸세.”

로알은 제발 얘기하지 말아달라는 시선을 보냈고, 하노마크는 알았어요. 대답하며 윙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으로 벽 뒷면에서 신호가 들렸고, 왔군요. 라는 시선으로 자신의 카페테리아 벽에 시선을 보냈고 벽은 천천히 움직이며 수많은 모니터들과 기기가 있는 방으로 전환되었다.



“순전히 저와 잡담 놀이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요.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요?”

 


'본론에 대해서.'


 

그 대답과 함께 카페테리아 안에서는 잠시 멈춘 듯 꺼지다가 켜졌다. 각 모니터 화면에서는 작전 전부터 후기까지 기록한 듯한 기록들이 빠르게 데이터화하면서 조사한 흔적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그 모니터 사이로, 정소희와 관련된 사진이 눈에 들어왔고 하노마크는 가볍게 손가락으로 손짓하며 자리 잡고 있던 모니터를 자신의 앞으로 당겼다. 

 


모니터에서는 정소희를 수송한 고속정 내부가 화면에 들어왔고, 더글라스 사의 게이트 웨이를 통해 이동중인 장면이 화면에 들어왔다. 다이브에 진입하자 고속정 화면 내에서는 죽은 듯이 누워있던 그녀가 눈을 뜨며 일어나는 모습이 로알과 하노마크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들 '처리 되었다.' 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조금은 골치아픈 부탁이긴 했을텐데, 제독님께서 나름 잘 수행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자네가 내게 부탁한 일은 위험한 도박이었네. 검시관이랑 노빌레까지 속여야했으니까.”

“전 그저 '구도' 를 볼 뿐이에요. 그 구도를 완성하신건 제독님이시고요. 위험한 일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서재경이 제독님에게 '능력'을 부여했기에 그 어려운 실타래를 풀었던 것도 있죠.”

 


'소희를 구해줘.'

 


자신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 전 서재경은 로알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었고 로알은 그런 그녀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꼭 쥐었다. 그 뒤로, 그 일격으로 베었을 때, 로알은 그녀를 가득히 뒤덮었던 사념같은 새까만 기운이 비명을 지르며, 소멸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뭐 덕분에 우리의 불쌍한 근위대장은 놈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했죠. 당분간 상황이 진전될 때까지는 안전한 곳에 있을 겁니다.”

그 대답과 함께 로알은 그런 그녀의 모습보다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런 선배를 보내야만 했던 미라를 기억했다. 왜 그 사실을 그녀의 유일한 친구나 다름없던 미라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 걸까?



“왜 이 사실을 미라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되나?”

“만약 정소희가 평범한 직위였다면, 저도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지만 지금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미라까지도 위험해질거에요. 그 능력을 눈치챈 자가 한 '행동' 들이 이미 나왔거든요. 서재경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잘못 건드렸을 경우의 결과물을 말이죠.'

 


하노마크는 그 대답과 함께 서재경의 검사 결과와 작전구역에서 발견된 침식체에서 채취된 샘플 자료들을 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당시 추락했던 군용함선. 켈빈이라는 명찰과 함께 그와 용병들의 신체들이 융합되었던 융합체의 시체의 침식체 DNA. 그리고 서재경의 DNA 기록을 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당시 추락한 함선과 침식체들의 모든 기록은 다 하나로 연결되어있죠.”

 


'서재경.'

 


“서재경은 당시 콜로서스로 위장한 용병부대의 함선에 있었죠. 하지만 그녀를 이송 하던 중에 뭔가가 발생했고, 그 '발생' 으로 인해 그 안에 있던 모든 승무원들은 전부다 '침식체' 로 변이했고 함선은 추락했죠. 더 재밌는건 니콜라스 감독관과 더글라스 대표조차도 이 다이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거죠. 그럼 여기서 제독님께 질문하죠.”

 


'이걸 뭐라고 부를까요?'

 


그녀의 간략한 질문에, 로알은 자신에게는 있을 수 없는 단어를 꺼내며, 말했다.

“켈빈이 회사를 배신했다는 건가?”

“네. 사건 이후로, 더글라스 사조차도 긴급회의를 열고 조사팀까지 파견될 정도라면, 꽤나 은밀하게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 더글라스 사의 들개들이 움직인 이상 벨치카 함대 또한 위험하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그녀를 숨기려고 했군.”

“더글라스 사의 방침은 엄격하니까요. 특히나 그들의 들개들이 피냄새를 맡게 된다면, 그 누구든 간에 물어뜯어내고 죽이려고 할 겁니다. 심지어는 제독님까지 말이죠. 혹은 들개들이 확실하게 찾을 때까지는 저희 또한 '카드' 를 숨겨놓아야 하는 거죠. 보험이라는 게 있어야 그 들개들에게 물어뜯길 일이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그곳에서 발생한 일들은 어디까지나 '우연' 일 뿐 '수색임무' 라는 틀에 넣은 채 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배신자를 확실하게 발견할 때까지는 기다려야한다는 거군. 배신자는 더글라스 사가 아닌,”

 


'우리 쪽에서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로알은 하노마크가 무엇을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알겠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자료를 조사를 끝난 후 그녀는 몇 번이고 그에게 기억하라는 충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독님께서는 서툴다는 건 알지만, 당분간은 그녀의 생존에 대한 건 제독님과 저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 원정이 완전히 끝나고 제가 손을 쓸 때까지는 말이죠.”

“그녀가 다시 침식화 될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패잔병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각성시키고 싶지 않네. 그걸로 인해 미쳐버린 자들을 많이 지켜보았으니까. 정소희는 지금 어디로 보낸 건가?”

“평소 제가 아는 '멍청한 쇳덩이' 에게 보냈습니다.”

“쇳덩이?”

로알의 물음에, 하노마크는 더 이상 알려주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로알은 벌써 게임이 시작한 건가? 짐작한 시선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네의 그 유명한 외주업체가 사고를 치지 않기를 바라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자네가 주동자라고 이야기 할 테니까.”

“다른 건 몰라도 구 관리국 출신의 깐깐하신 분이니, 걱정마세요.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요청에 승인한 건 제독님이지 않습니까? 같이 한배를 탔다고 봅니다만?”

하노마크의 농담 속에서, 로알은 두 손을 피며 절대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재스처를 취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알은 아. 소리를 내며, 나가기 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표현이 서투르긴 하지만 고맙네. 하노마크. 그리고 모두에게도.”

“다 제독님의 '희생' 이라는 코드로 입력한 결과물이겠죠. 제독님이 그런 큰 구렁텅이에 빠지는 걸 원하는 승무원은 없으니까요.”

하노마크는 손을 뻗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며 카페 밖으로 나가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로알은 어색한 손짓으로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밖으로 나간 후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드러난 전등 빛 사이로, 그녀는 마지막으로 정소희의 데이터 사진을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건 당신 몫입니다. 근위대장씨. 굴복하던가 혹은 이겨내던가, 그게 신들과 심지어는 마왕들조차 질투하는 '의지' 가 아니겠어요?”

그 대답과 함께 하노마크는 자신의 키보드에 있는 DEL 키를 눌렀고, 그녀의 모든 기록은 빠르게 삭제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사진이 서서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 어떤 결말로 끝나게 될지 궁금해하는 독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자신의 방안에 들어왔던 미세한 빛은 이내 꺼지며, 짙게 어둠이 깔렸다.




/

 



로알 벨치카.

 

.......카운터 케이스 #618

 

AEGIS 8 PBLIT SECURITY SEQUENCE : ACTIVATED

ADC FACTOR : ALPHA CONFIRMED

CCN No. REGA0618L1928 : 로알 벨치카.

 


원정 하루 전 로알 벨치카의 아내인 캐서린 벨치카가  코핀 컴퍼니의 올리비에 박에게 로알 벨치카에 대한 검진 요청사항을 담은 기록입니다.

 


“난 괜찮다고 했잖아.”

“당신. 그런 해롱해롱한 몸으로 함교 승무원들에게 얼굴 들이댈 생각이에요? 당장 따라오기나 해요. '제 사랑의 몽둥이' 가 불을 뿜기 전에 말이죠.”

밖에서부터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연구소 밖에서 들려오자 어머 그 분들이신가? 생각 속에서, 올리비에 박은 자신의 조수를 호출했다. 그녀의 호출에 마치 정신줄을 놓은 이윤정이 마리오네뜨처럼 터벅터벅 걸으며,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자, 안에서는 캐서린이 도망치려는 로알의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캐서린은 휠체어에 앉아있는 올리비에를 보자마자 어머머 소리를 내며,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어머. 캐서린씨 반갑네요. 몸은 어떠세요?”

“저야 잘 지내죠. 어머 올리비에 씨도 전보다 더 이뻐지셨네요? 겉으로는 병약하신 척하시더니 이쁘게 몸매 가꾸고 계셨나요?”

“아니에요. 그저 가볍게 스케줄을 맞춰서 바쁘게 하다보니, 이렇게 아름답고 가여운 꽃송이의 몸이 되어버렸죠.”

“호호호. 캐서린씨도 참......”

둘의 당장이라도 끝이 없는 대화를 틈타서 로알은 조용히 몸을 돌리며, 바깥으로 나가려는 순간 캐서린은 본능적으로 그런 로알의 어깨를 붙잡았다.

 


“당신. 또 쥐새끼처럼 도망치려는 거 아니죠?”

“무....무슨 그냥 뭐있나 둘러보려고 했던 거 뿐이야. 그러니까 시간이 끝나면, 바로......”

로알의 대답도 잠시 올리비에 또한 합새하듯 그에게 미소를 눈웃음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알 씨. 걱정 마세요. 우리 조교께서는 피실험자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 하고 있답니다. 그렇지 조교야?”

그녀의 신탁과 같은 부름에 이윤정은 자석처럼 끌려다니듯 움직이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로알은 한숨을 내뱉으며, 할 수 없다는 듯 그녀에게 다가갔고 이윤정은 남은 커피를 생수를 들으키듯 마신 후 깊은 카페인의 풍미에 취한 듯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네. 교수님 말씀대로. 저희는 피실험자의 인체실..... 아니. 안전을 우선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시면 죽을 일은 없을 거에요. 박교수님께서는 잘 되라고 이렇게 일시키는.....”

“조교야? 방금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아. 우리 조교 철야하고 싶어서 안달났구나?”

올리비에의 협박성이 가득히 담긴 목소리에 이윤정은 아! 아닙니다! 라고 소리치듯 대답했지만, 그 목소리는 개미조차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기운이 쭉 빠지는 목소리였다. 




“이윤정. 내가 만약 죽게된다면, 범인은..... 아내라고...”

“네..... 유언장에 쓸 게요. 범인은... 어...... 캐서린...벨치카.... 그리고 교수님....”

“죽지는 않으니까. 얼른 검사나 좀 받으세요. 지금 당장!”

“조교야. 어제 작업한 실험결과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둘의 섬뜩한 살기가 담은 목소리에 로알과 이윤정은 서둘러 검사를 진행했다. 자아~ 아 벌리세요. 안 아파요. 기운이 쭉쭉 빠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검사실에서 들려왔고  캐서린은 한숨 속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로알을 바라보았다. 




“남편분..... 꽤나 신경 쓰이시나보네요.”

“말도 마세요. 그이는 예전부터 정말 몸만 어른이지 속은 어린애니까요. 게다가 도대체 그 시계를 언제부터 가져왔는지 모르고........”

시계. 그 대답에 올리비에는 호기심이 생긴 시선으로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캐서린이 답답함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리에 일어났을 때, 그녀는 캐서린을 대신해서 자리에 일어나 커피를 따라주기 시작했다.



“남편분이 카운터였다는 사실은 언제부터 아셨나요?”

“글쎄요..... 제가 처음 그이와 만났을 때, 이상한 시계를 찼다는 건 기억이 나요. 처음에는 부모님이나 고등학교에서 선물받은 시계라고 생각했죠. 있잖아요. 학교나 아니면 고물상에서 구한 그런 시계들 말이죠. 그게 단순한 시계장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얼마지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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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레이드 관할 구역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시.

 


[안녕하세요? 투데이 샤레이드. 스타방에르로 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샤레이드 북부지역에 침식파가 감지되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한 조사팀이 파견된 가운데 관리국에서는 흔한 침식파 현상이라고 안심하셔도 된다고 합니다. 혹시나 그걸로 인해 인체에 해가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을 지켜주는 정화장치가 있으니까요. 만약 수상한 증세가 발견되시면 가까운 관리국 보건센터로......]


 

열차내에서 울려퍼지는 TV 화면 아래에서 캐서린은 로라와 함께 자리에 앉은 채 로알을 기다리고 있었었다. 시계는 정각을 가리키자 캐서린은 지친 듯 잠이 든 로라의 몸을 흔들며 말했다. 



“로라. 좀 있으면 아빠 만나야 하니까 일어나 있어야지?”

“알았어요.”

로라는 캐서린의 말에 일어나긴 했지만, 얼굴에서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올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오늘은 꼭 올거란다. 그러니까 오시면 같이 저녁 먹는 거야 알았지?”

“어차피 안 오실 거 잖아요. 매일 바쁘시면서...... 생일날에도 오시지 않으셨고....”

“이번엔 다를거야. 요번에 아빠에게 확실하게 약속을 받았으니까 알았지?”

캐서린의 대답에도 로라는 벌써 포기한 시선이었다. 토라진 로라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로라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 로알은 이런 저런 일을 핑계로 자신과 딸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일이 바쁘겠지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과 로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면 그는 오히려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외도 같은 건 아니었다. 아니. 그런 이유였다면, 차라리 실컷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베짱도 없었고 앵간한 외부의 접촉은 부함장이었던 노빌레가 대신해서 도맡아왔었다. 로라가 성장하면 할수록 마치 그 아이가 무슨 저주라도 걸려있는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로라는 이제 아빠가 오지 않을 거라는 감옥에 가둬지고 말았다.


 

'도대체 왜 딸아이와 만나지 않으려는 거에요?'

 


'미안해. 여보.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도 로라를 위해서라도.'

 


'알았어요. 하지만 대신 이번에 로라 생일이니까. 단 한번이라도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저 또한 당신을 믿고 있으니까. 그 애 생일날에 오붓하게 저녁이라고 해요. 당신은 그저 오기만 하면 돼요. 알았죠?'


 

알았어. 라고 대답했지만 로알은 그 대답에서부터, 긴장한 듯 자신의 손에 쥐어진 시계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뭔가 불안하거나 의지할 것이 느껴지만 그는 담배나 술보다는 그 시계를 움켜쥐었다. 다른 것들보다 더 안락함을 준다고 하지만 그런 고철덩어리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캐서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 일어나자 로라. 이제 아빠가 오실테니까. 얼른!”

캐서린의 대답과 함께 로라가 자리에 일어나는 사이로 로알에게 전화를 거려고 했을 때 전화는 갑자기 전력을 끊어진 듯 전원이 꺼진 뒤였다. 분명 충전을 해놨을 텐데? 아무리 스마트 폰에 전원을 눌러도 전원은 켜지지 않았다. 



“엄마. 왜 이렇게 어두워? 열차들이 안 움직여.”

로라의 대답에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사람들이 저거 봐봐! 손짓하며, 역밖으로 나가고 있었고 캐서린은 로라의 손을 꼭 잡고 밖으로 나왔다. 역 밖으로 드러난 스타방에르 도시 밖에 있는 산에서 침식파의 번개가 치고 있었고 그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로, 빌딩의 거대 전광판에서 긴급속보라는 메시지와 함께 화면이 켜졌고, 화면에서는 앵커가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지 다급하게 문서를 정리하는 장면에 화면에 들어왔다. 잠시후 앵커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앞에서 속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재 확인되지 않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침식파가 발생하여 샤레이드 관리국에서 현재 조사중에 있습니다. 침식파는 현재 노르웨이 최단 북부에서 발생후 빠르게 남하하고 있으며, 현재 스타방에르 시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현재 각 시민들을 대피명령을 내렸으며, 샤례이드 관리국과 협의 중에 있으니, 아직 지상에 있으신 분들은 즉시 대피소로 대피.....!?]



 

그 보도도 잠시 거대한 파동과 울림이 도시를 덮쳤고 그 진동은 이내 도시 내에 있던 모든 전력과 차량을 멈추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사람들이 침묵의 토양 속에서 공포의 싹이 피기 시작했을 때, 산을 중심으로 거대한 포탈이 열렸고 그 틈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침식체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침식....침식체다!?”

“다들 도망쳐!”

사람들이 외침과 함께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고, 꺼져있던 전력이 다시 활성화되고 시내에서 비상벨이 도시 전체에 울려펴지기 시작했다. 그 침식체들은 일제히 스타방에르 도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 저게 뭐야?”

“로라! 도망쳐야 돼 어서!”

그 대답과 함께 둘은 인파 속에서 대피를 하기 시작했지만, 침식체들은 이미 도시내에 진입하고 도시 내에 있는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고 있었다. 끔찍한 비명과 화염이 퍼지는 그 사이로 로라는 넋을 잃은 듯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무서워...”

“로라! 정신 차려야돼! 엄마 말 잘 들어. 대피소가 근처에 있으니까 엄마만 바라보고 뛰어야 돼. 알았지?”

“네. 엄마.”

로라의 대답에 캐서린은 수많은 인파들을 따라 대피소를 향했다. 거대한 몸집의 침식체가 도시를 향해 괴성을 퍼부으며,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는 거대한 포가 발사되었고, 그 포탄은 이내 대피소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과 도시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요! 얼른 들어와요!”

대피소 대원이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는 사인이 보였고, 캐서린과 로라가 그곳을 향해 뛰는 순간 침식체의 포탄이 건물에 박히며 폭발했고, 대피소와 이어지던 길은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와 함께  가로 막혔다. 자욱한 연기 사이로 수십여마리의 침식체들이 우와자왕하던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며, 사냥하기 시작했다.



“엄마..... 우리 이제....”

“이리로 가자. 어서!”

포의 자욱한 연기 사이 속에서, 참혹하게 무너진 건물과 차량을 벗어나 둘이 도망치는 걸 확인한 침식체들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이내 자신의 뒤에 들려왔고 그녀가 문득 뒤돌아 봤을 때, 침식체가 빠르게 달려들며, 둘을 향해 도약하고 있었다.


 

캐서린이 본능적으로 로라를 감쌌을 때, 로라의 눈 앞으로 강렬한 섬광이 가렸고 그 빛은 공격하려던 침식체의 심장을 향해 꽂았다. 케엑 소리를 내며, 고통에 허우적거리던 침식체의 모습도 잠시 남은 추적자들의 뒤로 차가운 서리의 도끼가 빠르게 회전했고 주시하고 있던 모든 침식체들의 몸을 산산조각내고 바닥에 박혔다.


 

로라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바닥에 꽂혀진 서리 도끼에 손을 대었을 때, 도끼는 부들거리다가 바닥에 뽑혀나갔고 도끼는 원래의 주인이 있는 곳을 향해 돌아갔다.



“방금 그건....?"

캐서린은 로라의 손을 잡은 채, 자줏빛 석영의 광석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침식체들의 시체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시체들은 차가운 도끼의 날에 토막이 나버린 듯 널부러져 있었고, 일부는 급소에 찔리거나 대처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은 침식체들도 있었다. 그 길을 따라가던 두 모녀의 앞으로 끊어진 다리가 눈앞에 펼쳐졌고, 그 끝에서 거대 침식체가 괴성과 함께 투명한 빛으로 이루어진 '뭔가' 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빌딩채만한 침식체는 자신의 몸에 장착된 무기를 사용해 빛으로 뒤덮은 '뭔가' 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차가운 서리 도끼와 섬광으로 뒤덮은 검에 저지 당했고, 섬광의 주변을 맴돌던 무기는 이내 침식체의 몸을 두르고 갑각을 산산조각 냈다. 그 섬광은 빠르게 하강하며 이내 곧바로 침식체의 몸을 지탱하던 발목에 거대한 일격을 날렸다. 


 

거대한 섬광의 날은 부서진 갑각 속에서 드러난 살을 파고들어 뼈를 단번에 토막내버렸고, 대들보가 무너진 침식체는 자신의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 충격으로 발생한 거대한 파동은 이내 스타방에르 시와 캐서린과 로라까지 덮쳤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캐서린이 눈을 떴을 때, 거대한 충격에 날아간 중형 침식체가 뒤늦게 캐서린과 로라를 인식하고 달려들고 있었다. 둘은 멍하니 자신에게 돌진해서 공격을 하려는 침식체의 손을 바라본 순간, 섬광은 곧바로 돌진하며, 중형침식체의 몸을 꿰뚫고 로라와 캐서린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졌다. 



“로라... 위험해!”

캐서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라는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그 빛에 익숙해진 듯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진 빛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빛 안에서 천천히 손을 뻗었을 때, 섬광은 이내 사라졌고 그 사이로 로알의 모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 당신이에요?”

“아빠?”

둘이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로알을 바라보았을 때, 중형 침식체는 서서히 소멸되었고, 신체를 구성한 몸은 수많은 자수정빛 광석이 되어 꽃잎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수많은 조각들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 흩날리던 그 사이로 로알은 그 둘을 뒤로 하고 돌아서려고 했을 때, 로라는 본능적으로 뛰어가며 그를 붙잡았다. 


 

로알이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내려다 보았을 때 자신에게 실망했을 것 같던 딸의 모습은 자신을 구하러 와준 왕자님을 바라보는 공주의 눈동자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정말 아빠에요!?”

“로라.....난...”

“대단해요! 사람들을 구하고! 엄마와 절 구하고 저도.... 아빠처럼 될 수 있나요?”

로라의 대답도 잠시 그의 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시계가 로라의 손목에 차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시계를 보자 로알은 떨려오는 슬픔이 밀려오듯 자신의 얼굴에 손으로 가렸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빠. 왜 울어요?”

“아니.... 아니란다. 사실....... 로라가 아빠를 보고 실망했을까봐.....그랬거든. 내가 너무 늦게와서 엄마와 네가 다쳤을까봐 그랬단다.......”

“전 괜찮아요. 아빠가 와주셔서 정말 기뻤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아빠! 엄마가 같이 저녁먹자고 했어요. 얼른 가요. 엄마.”

로라의 대답에 캐서린은 자신의 눈물을 닦으며, 올라올 것 같은 슬픔을 참으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같이 저녁먹자. 아빠도 많이 힘드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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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이후 로라에게도 시계가 차있었던 걸 알게 되었죠. 로라는 아빠처럼 될 수 있다고 좋아했어요. 그리고...... 알겠더군요. 그이가 왜 로라와 만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 건지. 전 그것도 모른 채 그이를 원망만 했었구요.....”

“자신의 짐을 짊어지게 될까봐 그랬군요.”

올리비에는 안타까운 시선 속에서, 흐느끼며 울고 있는 캐서린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몇 번을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은 후 캐서린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카운터에게 워치는 축복이자 저주라고 하지요. 그이는 로라가 그 저주를 받지 않기를 원했죠. 그 짐이 얼마나 가혹한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을 로라에게까지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많이 걱정하기도 했어요. 만약....... 시계가 다한 자신의 모습을 로라가 보게 된다면.....”

 


'과연 자신을 어떻게 볼까?' 라고


 

그이는 그래서 피했던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미 시작되었고, 전 그저....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그이랑 딸이....... 큰 위험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라고 있죠.”

모든 이야기를 꺼낸 후 캐서린은 자신의 바닥에 놓인 커피를 한모금을 마셨다. 올리비에는 긴 침묵 사이로, 검진을 받고 있는 로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편분이 따님이랑 같이 구하셨던 곳이 당시 침식현상이 자주 발생했었나요?”

“아니요. 처음에는 단순한 침식파 현상이라고 생각했었죠. 샤례이드는 비교적 침식사태 빈도가 높지 않았으니까요. 뒤늦게 안 사실이었지만 관리국에서 진압을 해야 할 정도로 큰 사태였다고 하더군요. 만약 남편이 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올리비에 당신이랑 얘기를 못 나누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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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레이드 침식사태. 당시 이례적인 형태의 침식사태였고, 제 2의 관리실패 사태가 발생할 뻔했던 구역이었습니다. 당시 침식 사태에서 출현했던, 침식체는......]

 


[5종이었지. 당시 샤레이드 북부구역이었던 스타방에르 시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고. 힐데 보고에 따르면 5종 침식체 하나와 그 휘하에 4종이 수십이 넘어갈 정도로 대규모였는데, 테스크 포스가 도착했을 때, 5종은 전투능력의 70%가 상실되었고 휘하에 있던 침식체들은 전멸되다 싶이 했다더군.]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죠. 그 엄청난 수의 침식체들을 누가 처치했을까? 라고 말이죠. 샤레이드 지부에서는 도시 수비대가 목숨을 걸고 싸운 덕분에 5종 침식체로부터 지켰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하고 도시내의 보물이 너무 진귀한 나머지 탐욕에 눈이 멀어서 침식체들끼리 싸웠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도 떠돌아다니기도 했으니까요.]


 

[만약 캐서린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네도 알고 있을 걸세. 누가 그들을 처단하면서 동시에 가족을 구했는지.]


 

[혼자서..... 그들을 처리했다는 걸 믿으시는 겁니까? 당시 침식체들 중에서 우세종들이었던 그들을 단 혼자서 말인가요?]


 

[물론 추측이고 증거는 없긴 하지만, 당시 목격했던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지. 발두르의 가호를 받은 자가 그의 힘을 빌어 위험에 빠진 우릴 구했다고 말일세. 당시 도시 화면에 찍혔던 침식체들과의 전투와 상황일세.]


 

[믿을 수 없군요. 단번의 일격으로 5종 침식체를...... 이게 사실이라면 왜 테스크 포스에서는 데려가지 않았던 걸까요? 컴퍼니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요?]


 

[그 질문은 자네가 할 입장은 아니네. 나도 마찬가지고.]


 

[........그 누구도 몰랐던 거군요. 심지어는 자신까지.....]


 

[그의 아내가 말했듯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잠재력' 을 이해하지 못한 게 컸고, 샤레이드 사태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걸세. 더 안타까운 건 이거네. 당시 올리비에로부터 부탁했던 그의 검사결과일세.]


 

[........정말인가요? 이렇게 유능한 인재가.....]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날지도 모르겠군. 카운터의 시계가 '경각' 에 달하게 되었을 경우를 말일세.]


 

[그가 왜 로라의 워치를 보게 되었을 때, 눈물을 흘렸는지 알겠군요. 워치는 누군가에게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니까요.]


 

[그렇기에 그의 아내가 우리에게 부탁했다네. 로라가 아카데미에서 졸업을 하게 된다면, 부탁해달라고 말일세. 올리비에 박의 자필로 서명된 추천서일세.]


 

[박정자 교수님의 자필 추천서라니...... 믿기지 않는 군요. 조교한테 시킬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알파.]


 

[네.]

 


[자네. 큰 실수를 해버린 것 같군.]


 

[그게 무슨 소리죠?]


 

[그 이름을 불러서는 안됐지만, 자네는 그 이름을 불러버리고 말았지.]


 

[.......사장님. 지금 기록 잠깐만 수정하면 안될까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줄건 줘야지. 이 녹음 기록은 이미 그녀 또한 듣고 있네. 행운을 빌지.]


 

[사장님. 사장님? 이렇게 꼬리를 자르실 건가요? 저기요? 뮤트하는 척하지 말고요. 네?]


 

[이수연. 살아남은 카운터. 조교를 하고 싶어 찾아왔군요? 조교야? 오늘 네 후배가 들어올 예정이니 잘 부탁해?]


 

[후배....와아. 어서와. 철야 처음이지? 곧 익숙해질거야. 자아 사양하지 말고. 이 이윤정 선배가 천천히 빠르게 알려줄게. 일단 커피부터 만들어볼까? 수연아. 이게 커피야? 응? 구정물이 이거보다 낫겠어. 정신 안차려? 구관리국 소속에 베테랑 카운터라고? 그렇구나. 그럼 우리 수연이 철야할 체력은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오늘내로 이 자료들 전부 채첨하고 나한테 가져와. 알았지?]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