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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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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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뒤틀린 가지처럼, 때로는 깊게 지탱하는 뿌리로 되어있는 것이 인간의 내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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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이명이 울리는 폭음과 자욱한 연기는 짙은 침묵으로 감돌고 있던 델우드에 폭음이 울려퍼졌고, 그 폭발은 침묵 속에서 잠이 들었던 델우드 도시를 깨어나게 했고, 시내는 다시 한번 잠잠했던 침식의 파도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침식체들이 폭음이 퍼져온 구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셋은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을 시작으로 총성과 포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침묵 속에 정적만이 가득했던 침식체들의 움직임은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 

 



그 폭발 이후로, 둘은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잃었다는 것.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로 구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끔찍한 죄책감이 퍼져왔다. 아직 침식체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으으..... 무서워.... 제발 도와줘...... 형.....”

티모시가 공포에 질린 듯 경련이 일자 라크는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듯 티모시의 손목을 만졌다. 그 손길이 라크라는 사실에 티모시는 안심이 되어갔지만, 브라이언은 절망에 빠진 채 굳어버린 채 움직일 수 없었다.




“대위님. 놈들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

“대위님?"

“내 탓이야.”

브라이언의 대답에 라크는 어떤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가기 전 체념한 채 자신을 보며, 부탁했던 그 시선. 자신들이 떠나는 순간 가여히 쥔 채 죽음의 포성이 터지길 기다리는 폭탄을 쥔 그의 모습이 몇 번이고 뇌리에 박힌 채 브라이언의 머릿 속을 헤집고 있었다. 




“대령님은 내가 멍청하다고 해도 부하들을 이끌 수 있는 멍청이라고 했지. 중장님도 그렇게 믿었기에 날 보낸 거고. 하지만 실패했어. 대령님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 욕심 때문에, 중장님이 나에게 부탁한 일을 그르치고 라크 네 동생이 잠식시키게 만들고 콜까지 그렇게 만들었어. 난 이미 실격이야. 이런 멍청한 놈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대위님. 이제 다 왔습니다. 델 우드입니다. 이제 이곳만 넘기면, 벨치카가 수비하는 구역에 도착할 거고, 중장님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이제와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콜은 그렇게 죽게 내버려둔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심지어는 네 동생도 그렇게 만든 날....... 아직도 믿고 있다고?”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어이없는 시선으로 라크를 바라보았다. 그 대답 속에서, 브라이언은 자신을 뿌리치며, 가라고 소리쳤던 콜과 자신을 증오하듯 바라보았던 제이크의 얼굴이 떠올랐다. 



“날 증오하는 거 알고 있어. 라크. 그때 넌 내가 네 동생을 그렇게 만들어버렸을 때부터, 날 원망하고 있다는 것도. 나의 멍청한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는 걸 알고, 당장 날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이제 끝났어. 모든 게...... 우린 실패했어. 나의 욕심 때문에.......”

브라이언의 체념 섞인 대답에 라크는 성큼성큼 다가가며, 그의 몸을 일으켜세웠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자신을 두들겨 패는 걸까 생각이 들었지만 라크는 피가 가득히 묻은 그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쓰러진 채 포기하는 모습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듯 쓰러지려는 자신의 몸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지탱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대위님.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콜 소위님도 말씀하셨듯 대위님이 계셨기에 여기까지 있게 된 겁니다. 근데 지금와서야 포기를 하면, 콜 소위님과 중장님 앞에서 대위님은 고개를 들 수 없지 않습니까!”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그동안 자신이 형으로 대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기억나는 듯 눈시울이 드러난 자신의 얼굴을 숨겼고, 브라이언은 뒤돌아서며 라크의 발소리를 들은듯 자신을 바라보는 티모시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전 대위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이성을 잃으려고 할때면 매번 절 붙잡으며 흔들어주지 않았으셨습니까? 대위님이 없으면..... 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대로 대위님마저 잃으면 제가 남은 건 없다고요.”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꿇은 채 브라이언에게 고개를 숙인 채 간절하게 부탁을 하자 브라이언은 자신의 머릿 속에 맴돌았던 절망의 독한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런 라크의 움직임을 느낀 듯 티모시는 형.... 이라고 중얼거리며 라크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대령님이었다면, 참 우스운 광경이겠군. 자네나 나나. 또 계집애들끼리 잘 논다고 하겠지.”

“대위님?”

“뭐.... 자네 말대로 죽치기에는 콜이 가만 안 둘거야. 잔소리 생각하면, 피곤해지니까. 물론 지금 우리 인원만으로 벨치카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는 잠당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을 해야죠. 콜 소위님의 바램대로. 그러니 대위님. 움직이셔야 합니다. 반드시.”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쥔 중계기를 꼭 쥐었다. 그런 둘의 뒤로 망령의 수많은 신음과 절규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나가기 전 평소처럼 티모시의 어깨를 두드렸고, 티모시는 멍한 시선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대위님..... 이제 끝난 겁니까? 저흰 이제 죽는.....?”

티모시의 물음에 브라이언은 아니라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곧 움직일 거야. 라크가 곧 널 데리고 갈거고. 언제나 그랬듯 침착해. 정신차리고.”

브라이언의 대답에 티모시는 뒤늦게 정신이 든 듯 네. 라고 대답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기 전 브라이언은 침묵 속에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감지기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보던 브라이언의 귓가에서 다시한번 폭발이 울려퍼졌고, 브라이언은 정신차린 듯 고개를 들어올리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품 속에 넣은 감지기에서는 푸른빛이 발화되며 깜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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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한가득 흩뿌려진 유리조각을 밝으며, 건물 바깥으로 나왔을 때, 델 우드 시내를 핏빛의 물결로 가득찼던 침식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돌격 소총을 든 채 시야를 확보하는 사이로 멀리서부터 폭발음과 함깨 표호와 비명의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주변에 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주변에 엄청나게 있었는데.....?”

“와일드 독의 잔당병력이 소란을 피운 곳으로 간 거겠지. 덕분에 우린 당분간은 안전해졌지만.”

브라이언은 그 대답 속에서 들고 있던 돌격 소총을 내려놓았다. 광기와 절규로 울부짖던 침식체들이 사라진 도시는 말 그대로 침묵과 고요만이 가득차 있었다. 브라이언이 주변의 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경계를 푸는 사이로, 라크는 콜에게 받았던 마지막 중계기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중계기입니다. 델 우드에 도착하는데로, 가능한 놈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전 지리는 알아도 이건 잘 모르고 파손될 수도 있으니......”

라크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짐작했다는 시선으로 라크를 바라보았다. 위치대로라면, 활성화 되었을 경우 벨치카까지 연결이 될 정도의 범위가 활성화 될 테니까. 브라이언은 높은 델우드 시내 빌딩들 중에서 적절한 빌딩 한 채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라크에게 말했다.




“설치하러 갔다올게. 내가 돌아올 때까지 티모시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대위님.”

라크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후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녹이 슬어버린 빌딩의 앞에서 서치 라이트를 활성화 한 채 건물내부로 들어갔다. 브라이언이 중계기를 설치하는 사이로, 라크는 자신의 뒤에서 핏빛의 눈동자를 감았다뜨며, 멍한 시선으로 바닥을 보는 티모시를 바라보았다. 핏빛으로 얼룩진 티모시의 눈은 자신의 모습을 보자마자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 대위님인가요? 아니면, 절 괴롭히기 위해 온......?”

티모시의 물음에 라크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티모시는 흐윽 소리를 내며, 다시 경련이 퍼지기 시작했고, 라크는 다시 두려워하는 티모시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채 대위가 티모시를 두드린 것처럼 어깨를 두드렸다.



“일어나. 이곳은 위험하니까. 근처 건물에 있어. 무기도 확인해야 하니까.”

라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산산 조각난 빌딩 내부로 티모시를 데리고 갔고, 티모시는 자신을 부드럽게 두드리던 손길이 아닌 자신을 억압하듯이 두드리는 그 손길에 사시나무 떨듯 경련이 일고 있었다. 

 


'왜 두려워 하는 거야?'

 


대위님이랑 똑같이 했는데, 왜 두려워하는 거냐고? 라크는 자신과는 전혀 반대의 반응을 하며, 겁어 질려하는 티모시의 모습에 입밖으로 꺼내고 싶은 뒤틀린 감각이 느껴졌다.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걸까? 나는 형인데, 기껏 이곳에 왔는데, 그거보다 더 한 짓거리들을 해야 직성이 풀리기라도 하는 걸까? 라크는 자신의 두 손에 쥔 돌격소총에서 퍼져오는 충동을 가까스로 짓누르며, 건물 내부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 라크의 뒷 모습에 티모시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쿵쿵 거리던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듯 손을 얹었다. 



몇 번이고 숨을 진정시켰을까? 안도 속에서, 진정시키던 티모시의 귓가에서 자신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람소리인가 싶었지만 그 바람은 마치 자신이 여기있다는 걸 노래의 주인에게 들려줬고, 주인은 바람 이야기를 해주는 곳을 따라가며 더 가까이서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이상해...... 이 목소리. 익숙해. 왜?”

그 물음 속에서, 티모시는 멍한 시선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폐허가 된 도시 한 가운데에서, 베이지색 자캣과 흑빛의 치마를 두른 엘렌이 두 손을 모은 채 낯선 시선으로 티모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찾았다는 것처럼 자신의 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녀는 후훗 소리를 내며, 경계의 칼날을 세웠던 티모시의 감각들을 하나 둘 풀어내고 있었다.

 



끼익끼익 거리며, 화장실 세면대에 물이 쏟아졌을 때, 라크는 때와 피로 가득히 얼룩졌던 자신의 손을 씻었다. 피와 흙. 화약이 가득히 물에 씻기며, 흘러내려갔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죽음에 파묻힌 듯한 바람 소리와 조금이라도 긴장감이 엄습하는 굉음과 총성. 그리고 자신의 뒤에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티모시가 신경쓰였다. 


 

핏빛의 눈동자. 마치 맹인처럼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는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두려워하는 표정과 경련. 라크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두 손을 필사적으로 씻으려고 했다. 손은 이미 피와 더러움이 씻겨내려갔지만 뭔가가 더 남아있는 것 같았다. 자신을 더럽게 만드는 기분. 씻겨져 내린 것 같았지만 조금이라도 긁으면, 다시한번 역겨운 때 같은 것이 벗겨지며 절대로 지울 수 없다는 것처럼. 다시 한번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것 같았다. 


 

'라크. 넌 정말로 티모시를 챙기고 있다고 생각해?'

 

'누나는 알아. 라크. 넌 티모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웃기지 마. 누나...... 누나가 없었을 때, 내가 얼마나 티모시를 뒷바라지하면서 챙긴 줄 알아? 정작 누나는 나에게 어떤 것도 주지 않았으면서?”

침식체 주제에.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했던 걸까? 두 주먹을 쥐는 사이로, 라크는 거울에서 비추어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자신의 뒤로 핏빛의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차갑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깨끗함이라는 가죽 속에 숨겨진 자신의 피와 더러움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처럼.



 

라크가 두려움 속에서, 뒤를 돌라봤을 때, 그 뒤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서있던 곳에서는 너덜너덜한 화장실 문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끼익끼익 거리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라크는 정신 차리듯 고개를 세차게 흔든 채 화장실 바깥으로 나갔을 때, 자리에 얌전이 앉아있었던 티모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티모시? 어디있어? 티모시?”

라크의 부름에도 티모시는 어떤 대답도 없었고, 건물 내의 짙은 공허와 침묵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 깊은 침묵에 라크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자신의 돌격소총을 쥔 채 건물 바깥으로 나오며, 무기를 조준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이트에서 계속해서 확인을 해도 주변은 짙은 적막만이 가득했다.



“어딨어? 티모시. 나와. 형에게 장난칠 생각이면 당장 그만하라고.”

라크의 대답에도 도시는 그런 라크에게 어떤 대답도 꺼내지 않았다. 처량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일까? 침착했던 호흡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라크는 다급해져갔다.


 

'너 진짜 티모시 안 챙기고 뭐하는 거야!'

 

'티모시는 네 동생이라고. 너 진짜 동생을 죽일 생각인 거야?'

 

'라크. 누나는 믿어. 라크는 티모시를 소홀히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티모시... 티모시.... 티모시.. 씨발 그만하라고! 그 빌어먹을 새끼 이름을 그만 들먹이란 말이야!”

라크는 눈을 부릅뜨며, 외쳤지만 도시는 그런 라크를 비웃듯 파삭거리며 떨어지는 유리파편과 찢겨나간 깃발이 춤을 추며, 조롱하고 있었다. 라크가 자신을 비웃듯 움직이는 깃발을 향해 총을 겨눈 순간 그런 라크의 눈 앞으로,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환상인 걸까? 싶었지만 사이트에서 보이는 간판은 헛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건물 옆에 붙어있었다.


 

'썬 플라워.'

 


그 이름까지. 라크는 믿을 수 없었다. 찢겨져나간 가게의 흔적 사이로 라크는 자신의 추억속에서 존재할 것 같았던 해바라기 평원의 바람소리와 꽃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향기와 금빛으로 수놓은 듯한 해바라기 문양에 이끌리듯 라크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파삭거리는 유리 소리와 찢겨져 나간 종이소리 속에서 건물 내부로 들어왔을 때, 자신의 두 손의 쥐고 있는 묵직한 돌격소총의 감각도 전장이라는 곳에 대한 두려움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다. 푸른색으로 도색된 가게의 이름이 걸려진 간판. 그 사이사이로 바람에 흩날리는 현수막이 장식된 그 안에서 누군가가 있었다. 


 

폐허가 된 가게의 유리판과 산산히 조각난 돌조각의 파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라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문 위로 손님이 들어왔다는 듯 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만요. 라고 말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걸음 속에서, 엘렌은 어머 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었다. 막 요리를 준비한 것 같은 에이프런 사이사이로 막 요리를 했는지 야채와 소스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자신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반가운 듯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니?'

 


“......지금 시작한 거에요?”

 


그 물음 속에서, 엘렌은 부끄러웠는지. 응 소리를 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뒤로 막 요리를 했는지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조리가 끝났다는 듯 알람 소리가 라크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앉아도 돼. 우리 라크. 티모시도 이곳에 있으니까.”

“티모시요?”

“응. 지금 이 안에서 우리 라크 언제오나 기다리고 있었거든. 모처럼의 모임이니 같이 햄버그 먹자. 모처럼 우리 동생들이 왔으니 누나도 기쁘고.”

티모시. 그 대답에 라크는 정신이 든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갸웃한 채 자신을 보고 있었고, 아무것도 입지 않았던 자신의 손에서는 묵직한 슈트의 장갑과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라크. 왜 그러니?”

“당신은.........”

 

'누구야?'

 

“엘렌이잖아? 우리 동생들의 누나 말이야.”

“티모시는 어딨죠?”

라크의 물음에 엘렌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미소를 짓던 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변하고 있었고, 슈트에서는 위협을 감지한 듯 침식체라는 경고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동자에서 핏빛의 안광 속에서 그려는 쿡 웃으며, 그런 라크를 비웃으며, 역으로 물었다.



“너는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 거지? 누나는 너에게 아무런 해도 주지 않았는데, 혹시나 두려운 거니? 네가 한 행동들을......”

 


'티모시가 알게 될까봐?'

 


'틱'

 

찰나의 순간. 발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권총은 자신의 머리에 겨누어져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녀를 향해 조준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권총은 자신의 머리를 겨누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고 있었다. 라크는 온몸에서 퍼져오는 두려움을 진정시키듯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가게는 참혹한 폐허만이 감돌고 있었고,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침식의 흔적과 피가 얼룩진 채 바닥을 가득히 물들이고 있었다. 

 


그 밑으로 라크는 익숙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파삭파삭거리며, 콘크리트와 유리로 뒤덮은 바닥을 털며, 주웠을 때 그 앞으로 자신과 티모시 그리고 엘렌이 찍힌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진 밑에는 익숙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모처럼의 동생들과의 시간.'

 


“누나........ 여기에 있었나요? 이곳에서 누나는......?”

 


'잠식이 된 건가요?'

 


그 의문 속에서 자신의 귓가에 누군가가 들어온 듯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와 파편을 밟는 그 사이로, 자신의 등골에 차가운 손길이 스며들어 번지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이 퍼졌다. 침식체일까? 싶었지만 자신을 보면 본능적으로 덤빌려고 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침착했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산산히 조각난 유리파편 속에서 드러난 그 모습에서 라크는 두 눈을 감았다. 이미 자신의 뒤에 다가오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는 듯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처음 이곳에서 자원했을 때, 혹시나 티모시가 겁을 먹을까봐 끔찍한 소식을 녀석이 들으면, 그대로 무너질까봐 전 매번 얘기했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일반적인 침식사태니까 누나는 잘 있을 거라고. 이 일이 끝나는대로, 모처럼의 휴가를 얻고..... 밥을 먹고 갈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죠. 사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일 두려웠던 저였어요. 티모시보다..... 그 녀석은 누나를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했죠. 저와는 다르게 공포에 질린 채 애써 모른 척했지만, 녀석은 가장 먼저 앞장섰어요. 

 


'바로 앞에 누나가 있다고.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그 물음에, 자신에게 다가가는 발소리를 멈추었다. 침식파가 감지되었지만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인다는 것처럼, 멈춰선 채 지켜보고 있었다.

“티모시는 누나를 사랑했어요. 그걸 알면서도..... 눈 앞에 있는 형조차 알지 못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저마저 그런 식으로 구렁텅이에 넣을 생각인가요? 그게 즐겁나요? 당신을 찾기 위해 이 지옥의 삼도천에서 헤엄치면서 달려온 그 동생을 당신은 아무 생각 없는 노예같은 망령으로 만들려고 했냐고요!”

 

라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뒤돌아봤을 때, 그 앞으로 엘렌이 서있었다. 단발의 머리칼. 핏빛으로 발화된 눈동자 속에서, 그는 자신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그 녀석은 날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본 그 눈동자는 잊을 수가 없어요. 매일 그 녀석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전부터 괴롭히던 녀석들로 밖에 보이지 않죠. 그 고통을....... 차라리 나에게 주지. 왜 그 녀석에게..... 대체 왜 그랬냐고요!”



'그러지 않았으면 티모시는 죽었으니까.'



그 대답에 라크는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 쥔 나이프는 가여히 쥔 채 당장이라도 힘이 빠진 채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라크. 너에겐 그것이 고통일지도 몰라도, 네 눈 앞에서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애써 나한테 전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누나는 알아. 라크는 겉으로는 걱정하지 말라고. 티모시는 자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면서도 넌 속으로는 티모시를 질투하고 있었다는 걸.”

“제가요? 그걸......”

“아니라고? 라크..... 넌 진짜 나쁜 아이구나. 아가씨의 선택을 받게 된 이 누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만약 티모시가 죽게 된다면.... 넌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겠지.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이야. 넌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이야기를 할 때면, 그런 식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도망치듯 빠졌고 난 그 아이와 그 부모들에게 사정을 설명해나갔지. 우습게도 네가 나에게 떠넘긴 덕분에...... 그 아이들이 어떻게 우리 티모시를 싫어한 '이유' 를 알게 되었고, 특히나 라크 넌 점점 더 도망치듯 빠져나가려고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그녀의 대답에 라크는 심장이 숨이 막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갈대처럼 살랑거리듯 가여히 쥐었던 그녀의 나이프에서는 서서히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정말로 네가 티모시를 사랑했다면, 그것이 설령 잠식이 된다고 해도 넌 필사적으로 살리려고 했겠지. 하지만 네가 말하는 그 목소리에서부터 넌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내가 없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싶었겠지만 넌 내가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 곁에 있는 거 뿐이잖아? 

 

겉으로는 자신의 동생이다. 그렇기에 구해야한다. 고 말을 하지만, 언젠가 누나와 만나게 되었을 때, 변명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지. 넌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본 수많은 아이들처럼 누나는 같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기에 티모시도 널 그렇게 보는 거야. 넌 그 아이를 도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아이의 눈에서 너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존재일 뿐이니까.'

 


그녀의 대답에 라크는 웃기지마. 라고 중얼거렸다. 이를 악물며, 피가 끓어오르며 분출하고 싶은 충동이 몰려왔다. 내가 그 새끼들이랑 같다고!?

“아니야..... 티모시가 날 그렇게 볼리가 없어. 웃기지마.... 웃기지 마라고! 난 동생이 살아남길 바랄 뿐이야! 당신보다.... 당신보다 낫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라크의 외침에도 엘렌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었으니까.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 감정은 점점 더 자신을 뒤틀리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도 인정을 하지 않겠다면..... 기억나게 해줄까? 네가 그때 이곳에서 날 어떻게 했는지?”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 속에 있는 스마트폰 기기를 꺼내며 라크에게 내밀었고, 라크는 그녀의 스마트폰을 받았다. 그녀의 스마트폰에서는 톡 어플이 실행되어 있었고, 자신과 대화를 한 것 같은 메시지들이 담겨있었다. 그 메시지가 하나하나 라크의 눈에 들어왔을 때 라크는 돌처럼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영원히 꺼졌다고 생각했던 기기가 불이 들어왔고, 라크는 무의식적으로 그 기기를 손에 쥐었다. 


 

'라크. 누나 곧 세인트 루이스에서 가게를 보러 갔다 올거야. 장소는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훈련이 끝나면, 바로 와주면 돼.'

 

'누나? 지금 거기에 있어요?'

 

'응. 세인트 루이스에 있어. 모처럼 동생들을 위해 요리연습도 할겸.'

 

그런 그녀의 메시지에 라크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린 채 그녀를 향해 말하듯 입을 열어 말했다.

 

“도망쳐요. 그곳에 침식체들이 오기 전에.”

 

'무슨 소리야? 라크. 침식체라니? 아직 관리국에 관련된 방송도 없는 걸? 착각한 거 아니야?'

 

'누나. 거기서 도망가라고요! 어서요! 지금 동생이랑 세인트 루이스에서 이동 중이라고요!'

 

그 이후로 엘렌은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짙게 깔린 침묵도 잠시 메시지가 들어왔고, 라크는 자신의 두 눈에 들어온 메시지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오고 있어...... 라크. 지금. 도망치고 있어. 어디로 가야 하지?'

 

'대피소는요?'

 

'모르겠어. 대피소는 가동되어 있지 않고.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주방안에 있어.'

 

'누나 괜찮아요?'

 

'소리가 들려. 그들이 오는 것 같아. 날 찾는 것 같아. 조용해지는 대로 메시지를 보낼게.'

 

엘렌의 메시지가 끊긴 후 그 밑으로 라크는 수화기 같은 아이콘이 눈에 들어왔다. 그 버튼을 눌렀을 때, 자신의 품 속에서 우웅 거리며 소리가 들려왔고, 라크는 품 속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라크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다시 한번 그녀의 폰에 연락을 했을 때, 그녀의 폰은 건물 내부까지 들릴 정도로 벨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익숙한 노랫소리가 라크의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nothing gonna harm you Not while I'm around.....'

 


 그 벨소리가 라크의 귓가에 가득찼을 때, 라크는 온몸의 퍼져오던 온기가 식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도 없었던 그 식당 내부에서 침식에 뒤틀려진 침식체와 망령에 잠식된 사람들이 숨어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 입맛을 다시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크.....!? 왜 전화한 거야? 아직 안지나갔....... 아 봤어. 다가오고 있어. 지금 날...... 꺄악!]

 


그녀의 전화기에서 울린 소리에 라크는 두 눈을 부릅 뜬 채, 자신의 손에 쥔 그녀의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그 음성에 티모시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자신에게 다가왔다.



'라크 형. 방금 그 목소리. 누나 아니였어?'



티모시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을 때, 침묵으로 가득찼던 가게 안은 전차와 함선의 엔진소리가 가득한 막사의 익숙한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라크는 두려움을 숨기듯 폰을 닫고 주머니에 넣은 채 티모시를 바라보았다. 티모시는 무슨 일이야? 라고 묻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니야. 티모시. 누가 장난 전화를 걸었나봐. 섬뜩하게 시리......”

“형. 정말 누나는 괜찮은... 아니. 괜찮은 겁니까?”

티모시의 어색한 물음에 라크는 자신의 머릿 속에서 흘러내리는 식은 땀을 태연하게 닦아낸 후 티모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문제는 없을 거야. 누나는 잘 있을 거고, 걱정하지 마. 중장님은 우릴 지휘했고, 큰 문제 없이 작전을 수행했으니까.”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티모시에게 말했지만 티모시는 점점 그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은 불안한 시선을 자신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예전부터 티모시가 괴롭힌 기억이 생각나서 불안해 보였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라크의 착각에 불과했다.


 

'저도 가고 싶지 말입니다!'

 


그 대답에 브라이언과 콜은 의외라는 시선으로 티모시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지원자들의 아우성 속에서, 티모시는 손을 번쩍 들고 있었고 브라이언은 정말 갈 것인지 시선으로 티모시를 바라보며, 물었다.



“티모시 일병. 말했듯 우리가 곧 진행하게 될 작전은 중장님의 본대와의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해. 또한 생환도 보장할 수 없고.”

“꼭 가고 싶습니다! 제이크 대령님이.... 저희 엘렌 누나를 소개시켜 주면 선물을 주겠다고 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지 말입니다.”

티모시의 솔직한 대답에 병사들은 풉 하며 일제히 웃었고, 브라이언은 그런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이유를 들이대는 티모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우린 소풍하러 가는 게 아니야. 티모시 일병. 자넨 아직 일병이고 전투 경험도 없잖나?”

“가고 싶습니다. 대위님. 비록 제가 부족하다고 해도 짐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지원하겠습니다!”

 


'안 돼.'

 


만약에 티모시가 가게 된다면, 알게 될지 몰라. 엘렌이 자신에 의해 침식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될 거야. 그런 티모시의 모습에 라크는 손을 뻗으며, 티모시를 붙잡으려고 했을 때, 브라이언은 좋아. 라고 말하며, 티모시를 호출했다. 



“자...잠깐 대위님! 저도 가겠습니다!”

“라크 병장? 자네도 가겠다고?”

“네. 이... 녀석이 말은 그럴싸해도 길치라서 말입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오래 있었고, 지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자원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나마 좀 다행이네요. 일병이 또 사고칠까 걱정이되었는데, 기특하다고 생각했는지 형도 같이 지원해주고 말이죠.”

콜은 그렇게 말하며, 안도를 하는 사이로 라크는 그 이후로 자신의 품 속에서 사진을 꺼내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진에서는 티모시와 라크 그리고 엘렌이 찍힌 사진이 꼭 쥐어져 있었다. 꼬깃꼬깃 접히며 구겨진 그 사진은 언제부턴가 엘렌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라크는 티모시가 쥐었던 사진에 시선이 고정되버린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넌 지원했지. 겉으로는 티모시를 보좌해준다고 얘기했지만, 혹시나 네가 한 짓을 티모시가 알게 될까봐 두려워서 같이 갔고.”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요? 엘렌 누나? 전 당연히 형으로서 간 거에요. 제가 티모시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라크. 정말로 넌 거짓말이 서투르구나? 나에게 그 말을 꺼내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엘렌의 대답에 라크는 입안에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 한기는 이내 굳었던 자신의 몸에 한가득 떨리게 하고 있었다.

“라크. 누나는 말이야.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네가 이렇게 하지 않을까? 에서 끝났겠지만 아가씨의 선택을 받았을 때부터, 난 너의 모든 게 보여. 네가 그때 무엇을 했는지,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부다 말이야. 물론 내가 아가씨의 선택을 받기 전에 라크 네가 어떤 아이인지는 짐작은 했었지”

 


'넌 티모시를 죽이려고 했어.'

 


내가 이렇게 된 걸 알게 될까봐 그 사실을 알게 될까봐 넌 티모시를 죽일 기회만을 찾고 있었지. 가엾게도.... 티모시는 정말로 자신을 도와주기위해 왔다고 생각했지. 네가 죽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전 아니에요. 누나. 왜 그렇게 이상한 소리를?”

“라크. 넌 오래전부터, 티모시를 질투하고 있었어. 티모시가 태어나기전 넌 나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었지만, 티모시가 태어나면서 속으로는 원망하고... 질투를 하고 있었지. 웃기게도 티모시가 괴롭힌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있었어.”

 


'다 라크가 시켜서 했다고 말이야.'

 


엘렌의 물음에 라크는 두 눈이 커졌다. 알게 되었다. 알고 말았다. 막아야 해. 이 이야기가 퍼지기 전에..... 그 전에.... 그녀를 바라보던 라크의 두 눈은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고, 엘렌은 쓸 때 없는 수작을 막겠다는 듯 손을 뻗으며, 열렸던 문과 산산히 부서진 창문을 핏빛의 피안화로 뒤덮으며 막은 채, 산산히 부서진 콘크리트 바닥과 유리바닥을 짓밟듯 밟은 채 다가갔다.



“라크. 그렇게 부족했니? 난 티모시에게도 너에게도 단 한 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 심지어는 티모시는 널 형으로서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넌...... 그것만으로도 부족했어? 내가 주는 그 이상으로 독차지 하고 싶어서 티모시를 사지로 몰아넣으면서까지 가져가고 싶었던 거니?”

“난..... 티모시를 그렇게 생각 안했어. 다 누나의 착각이야. 그 그래.... 누나는 미쳤어! 침식체의 잠식되다 못해 뒤틀렸다고! 이건 날 잠식시켜는 수작인 거 알고 있어. 난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티모시. 얼른 나와! 나오라고!”

라크는 공포와 두려움이 뒤섞인 채 필사적으로 티모시를 향해 소리쳤고, 엘렌은 응해주겠다는 듯 손을 뻗었다.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라크의 귓가에 다른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고 엘렌의 뒤로 티모시는 소리를 들은 듯 계단에 내려오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모시. 왜 거기에 있는 거야? 여기야. 저 침식체로부터 얼른 나와! 형이 구해줄 테니까!”

라크는 경련으로 가득히 묻은 두 팔을 뻗으며, 티모시에게 소리쳤지만 티모시는 라크에게 오지 않은 채 엘렌의 곁에 서있었다. 엘렌은 눌러붙은 티모시의 손을 잡은 채 물었다.

“티모시.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애는 누구지?”

그녀의 물음에 티모시는 핏빛의 눈이 발화되며, 라크를 바라보았다. 티모시의 두 눈에 라크가 들어오자 티모시는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어 말했다.



 

'날 괴롭힌 아이.'

 



“아니야. 티모시 형이야. 나라고. 라크라고!”

“티모시. 네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라크는 무엇을 했니?”

그녀의 물음에 티모시는 흐윽 거리며, 두려움에 떨 듯 경련이 일기 시작했고, 라크는 닳아 업어졌다고 생각했던 삼각형에 날카로운 칼날이 생겼음을 느꼈다. 그 삼각형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회전은 자신의 목을 서서히 깊게 베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형은..... 지켜보고 있었어....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어. 그리고..... 웃고 있었어.”

 


티모시의 물음에 라크는 자신의 두 눈 앞에서 어린 티모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 주변으로 검은색 형체들이 뒤엉키며, 어린 티모시를 괴롭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라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입가에 가득히 미소가 번져나오는 역겨운 충동이 퍼져왔다. 아니. 즐겁다. 즐거웠다. 당장이라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고, 자신의 얼굴은 일그러지며, 비웃으며 즐거움이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분명 라크는 널 지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심지어는 이 지옥의 삼도천 속에서, 날 불러주고.... 나에게 다가왔는데, 왜 그랬을까?”

“누나에겐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하지만 형은 날 홀로 내버려뒀어. 내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할 때면, 네가 약한 거다. 라고 말하면서...... 넘기려고 했어. 그렇게 말하면서 형은 멀리서 날 지켜보았어..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형은 날.....”

티모시의 대답에 라크는 입조차 벌리기 힘들 정도로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정말이야? 그 수많은 의문의 씨앗들이 싹이 트는 순간 줄기를 퍼뜨리듯 번져왔고 라크는 훈련이나 전쟁에서 느낄 수 없었던 할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이 퍼져오기 시작했다.



“형..... 정말로 날 싫어했어? 난 형을 좋아했어. 누나와 마찬가지로 나도 형을 좋아했어. 그런데 왜 날 죽이려고 한 거야? 왜 날 괴롭히려고 한 거야? 근데, 날 구해준 누나와는 다르게 형은..... 구하지도 않고 지켜보라고. 그저 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누나로부터 날 버리려고 누나를..... 죽이려고 했어. 왜 그런 거야?”

“닥쳐..... 닥치라고!”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권총을 들고 조준했고, 엘렌은 티모시를 뒤로 숨긴 채 침묵 속에서 라크를 바라보았다. 라크가 티모시를 향한 살의를 조준하고 있다는 걸 느낀 듯 그녀는 나이프를 침묵 속에서, 가여히 쥔 채 말했다.



“라크. 마지막 기회야. 괴로워하지 마. 질투를 할 필요 없어. 네가 티모시를 싫어하고 질투를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티모시는 누구보다도 널 걱정하고 있어. 그러니 스스로 죽음으로 내몰지 마. 누나는 이 이상 널 해하고 싶지 않아.”

 


'함께 하자 라크.'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바닥에 핀 피안화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손에서 피어난 핏빛의 피안화가 두 눈에 들어오자 라크는 그런 그녀의 피안화의 핏빛의 색채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 손을 든 채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 넌 더 이상 괴로워할 필요 없어. 그 누구도 원망할 필요 없어. 네가 티모시랑 나에게 어떤 생각을 가졌든 누나는 널 용서해줄게. 그러니. 부탁할게. 받아줘. 그리고 이 삼도천이 아닌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다른 자들이면 몰라도 아가씨의 선택은.....”

“아가씨. 아가씨. 그 지랄 맞은 개소리는 정도껏 하라고!”

라크는 소리치며, 자신의 권총을 정조준한 채 엘렌을 노려보았다.



“그래 맞아. 난 누나의 사랑을 원했어. 누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난 그런 누나가 좋았어. 이대로 누나의 일을 도우면서 그 사랑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 빌어먹을 동생새끼가 태어나기 전까지. 누나는 나보다는 티모시를 많이 좋아했지. 점점 나에 대한 관심은 커녕 티모시에게 모든 걸 쏟아내고 있었지.

 

난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결심한 거야. 만약 누나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티모시를 없애버린다면 어떨까?'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 조그마한 조소는 이내 둘을 향한 광기의 웃음으로 번지며, 엘렌과 티모시를 향한 조소가 되기 시작했다. 실컷 웃은 라크의 얼굴에서는 요동치듯 꿈틀거렸던 삼각형의 칼날이 느껴지지 않았다. 간단했다. 둘은 '침식체' 였으니까.

“그래..... 누나도 티모시도 이제 침식체였잖아? 난 아무런 감정 없이 평소 작전대로 침식체들을 죽이면 그만이고. 생각해보면 간단했네...... 이젠 나 혼자 판단하기가 더 편해졌으니까. 그래. 처음부터 다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던 거야. 누나 티모시를 감쌀 필요 없어요.”

 


'누나와 둘다 함께 죽여버릴 테니까요.'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온몸에 퍼져오는 양심의 뿌리를 마체테로 냉혹하게 썰어버리듯 휘두르며 말했다. 



“라크...... 넌 돌이킬 수 없는 아이가 되었구나. 너의 그 모습을 누나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무슨 소리죠? 누나는 감옥을 만들어서 절 가뒀잖아요? 이제와서 살려달라고 비는 거에요?”

“네가 나에게 자비와 구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네 뒤에 누가 있는지부터 봐야되지 않니?'



그녀의 물음에도 라크가 천천히 돌아봤을 때, 그의 뒤로 브라이언이 돌격소총을 든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브라이언은 마른 침을 삼긴 채 낯선 사람을 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크 병장.”

“.........다 들었나요?”

라크의 물음에 브라이언은 침묵을 지켰고, 충동에 요동치던 심장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더 광기에 찬 듯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라크는 눈을 부릅 뜬 채, 브라이언을 향해 권총을 돌리려는 순간 엘렌은 빠른 속도로 총구에 나이프를 투척했고, 나이프에 총구가 막힌 총은 브라이언을 향해 조준한 채 발사하다가 폭발했다. 역 발사되며, 폭발한 권총 슬라이드는 슈트를 뚫고 오른쪽 가슴에 박혔고, 가슴에 깊히 박힌 라크는 쿨럭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폐 깊숙히 박힌 권총 슬라이드가 눈앞에 들어왔을 때, 라크는 공포와 두려움이 섞인 시선으로 자신의 몸에 박힌 권총 슬라이드를 바라보았고, 브라이언은 그런 라크를 붙잡고 흔들었다.




“라크 정신 차려!”

브라이언는 그렇게 말하며, 필사적으로 흔들었지만 라크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슬라이드를 뽑으려는 듯 경련 속에서, 만질 뿐이었다. 그 바닥에 퍼지는 자욱한 피의 웅덩이 속에서 엘렌은 두 눈을 감을 뿐이었다.




“아... 나.... 방금 무슨 짓을.....!?” 

“라크. 왜 그렇게 한 거야? 도대체....?”

브라이언의 대답에 라크는 너털웃음 속에서, 눈을 뜨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을 부축하는 손에서는 짙은 피가 자욱하게 번지고 있었고, 브라이언의 몸은 두 손에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대위님..... 이런 개 같은 새끼를.... 왜 붙잡는 거죠? 난 대위님을 죽이려고......”

“지혈제를 놓을 게. 그러니...... 조금만 버텨.”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 지혈제를 상처부위에 투여했고, 라크는 이를 악문 채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통증에 몸을 웅크렸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눈 앞에 라크를 만든 장본인을 알게되자마자 자리에 일어났고, 엘렌은 침묵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도 살리다니 이해할 수 없군요. 브라이언 씨.”

“제 부하입니다. 대령님이 저에게 모든 것을 맡긴 이상 생환을 시키는 게 제 임무이기도 하고요.”

브라이언의 대답에 엘렌은 그런가요. 라고 쿡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대령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매일 자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그 남자' 일 테니까. 눈 웃음을 짓는 그 사이로 엘렌은 브라이언으로부터, 전쟁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의 그의 여러가지 기운을 느꼈다. 



군데군데 보이는 피투성이의 흔적과 함께, 장비조차 없는 듯 텅텅 빈 전술조끼와 슈트에서는 부서지고 녹이 슨 흔적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피투성이와 전쟁의 흔적으로 가득 찬 그 사이로 브라이언의 손에서는 라크가 쥐었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티모시는 갑작스러운 총성에 굳어버린 듯 자신의 눈앞에 쓰러져있는 '괴롭힌 아이' 를 바라볼 뿐이었다.



“라크는 선택을 했을 뿐이에요. 마지막까지도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거부했죠. 적어도 저와 티모시에게 했던 행동들을.... 묻길 바라면서.”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까? 라크에 대해서?”

“네. 제가 이곳에서 되었을 때부터, 알게 되었죠.”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차박차박 걸어가며 자신이 잠식이 되기 직전의 순간을 떠올리듯 산산히 부서진 창문틈에서 피어난 피안화들 앞에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끔은.....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아이를 지울 필요가 있죠. 아무리 말을 들어도 답이 없다면, 저 또한 해결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이죠. 타이르거나 혹은.....”

 

'그 나쁜 아이를 베어버리거나.'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까닥한 채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가여히 쥔 그녀의 손에는 예리한 칼날의 나이프가 핏빛의 그녀의 눈에 비추며, 쥐어지고 있었다.



“전 라크와 티모시가 그런 결과를 맞이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맞아요. 브라이언 씨. 당신의 말대로.... 가족이니까요. 라크에게 부탁을 했듯 누나인 저도 그 아이들을 지켜봐야하는 책임이있죠. 어쩌면 아가씨가 그걸 알고 절 선택하셨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아가씨가 절 선택했던 것처럼 제 동생들에게도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죠. 그런 위험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면 이런 세계에서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티모시는 받아드렸어요. 그 아이는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절 구하려고 했으니까요. 그것이 인간이 아니게 된다고 해도 이 아이는 절 구하고 싶어했고, 좋아 했으니까요. 얼마나 좋아했는지 매일 제가 요리를 하려고 하면, 또 무엇을 만들까? 싶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죠.”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축 늘어진 티모시를 바라보았다. 티모시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손에 묻은라크의  피를 의식하듯 손을 뻗었고, 비비며, 낯선 피 냄새에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반면 라크는 그러지 않았죠. 이미 들었듯 라크는 거부했죠. 티모시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 비극은 시작되었던거죠.”

“비극?”

“네. 오히려 제가 동생들에게 베풀었던 사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봐야겠죠. 절 다정한 누나라고 생각했던 티모시와는 다르게 라크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어렸을 때, 라크는 오랫동안 혼자였기에 전 언제나 라크의 곁에 있었죠. 라크의 내성적인 성격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곳에 다니게 된다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티모시가 태어나기도 했고, 둘이서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티모시와는 다르게 라크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티모시보다 더 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더군요.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던 거죠.”



'단순히 가족에 대한 것 그 이상이었다. 라는 겁니까?'


그 물음. 그 입을 떼는 브라이언의 목소리 속에서, 껄끄러우면서도 불쾌한 감각이 자신의 몸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물음에 엘렌은 눈을 반정도 뜬 채 브라이언을 바라보며,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라크는 절 단순히 누나가 아닌.....”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거 외에는 라크가 저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일 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사실을.... 제가 잠식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거죠. 웃기게도 아가씨가 절 선택했을 때부터, 전.... 제 손으로 라크를 악마로 만들고 있었던 거죠. 내가 라크에게 베풀었고, 안아주었던 그 모든 것들이 오히려 라크를 광적으로 절 집착하게 만들었고, 결코 넘기지 말아야 할 단계까지 와버렸던 거죠. 우습게도.”

엘렌의 이야기에 브라이언을 수긍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라크가 엘렌에게 그런 '집착' 을 가졌는데 왜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정말로 라크가 엘렌을 살리려고 했다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 이유는 없었다.



“엘렌 씨. 그때 잠식 당하기 전 라크는 왜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까? 그것도 침식체들과 망령이 뒤섞인 그곳에서 말입니다. 문자를 분명이 확인했을 텐데.......”

“알게 되었거든요. 라크의 비밀을. 전부터 티모시를 괴롭히라고 얘기했던 것이 누구인지를...... 가급적이면 그 아이들에게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마 라크는 알고 있었겠죠. 아마 두려웠겠죠. 혹시나 이런 집착을 하는 자신이 얼마나 역겹게 느껴질까? 얼마나 더럽게 느껴질까? 하고요.

 


'그 두려움 속에서 라크는 절 죽이려고 한 거죠.'

 


생각해보면 쉬워요. 그 두려움 속에서 절 죽음으로 밀어넣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테니까요. 그대로 절 죽인 채로 영원히 묻어버리려고 했겠죠. 티모시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는 관으로 박아버린 채 말이죠. 

 

그런데 티모시는 절 찾으려고 왔더군요. 그렇게 수풀에서 서성인 채로 어떤 목적도 의식도 없이 걸어다니던 절...... 처음에는 환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티모시였죠. 절 부르며 외치는 그 소리가 계속 맴돌았어요. 그 이후로, 전....... 처음으로 그런 끝없는 악몽 속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찾게 되었죠.'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피며, 투명한 핏빛의 색채로 피어난 피안화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피는 그 사이로 피안화의 꽃잎과 줄기가 피어났고, 두 눈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핏빛의 색채를 발화했다.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가씨는 절 선택했죠. 미천하고..... 하찮은 절....”

“아가씨?”

“네. 제 곁에 있던 망령들은 그렇게 얘기하죠. 그녀의 선택을 원하며,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그 수많은 망령들 속에서, 그녀를 절 봐주었고, 절 선택했죠. 고결한 서재경 아가씨에게....”

서재경. 그녀의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엘렌은 기쁜 듯 입가에 입이 벌어진 채 매료된 듯한 시선으로 자신의 손에 피어난 피안화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준 선물을 간직하려는 듯 두 손을 모으며 자신의 가슴을 가리는 사이로 그녀의 피안화는 사라졌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사이로 엘렌은 멍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티모시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마 티모시. 이젠 널 괴롭히는 아이들은 없으니까. 이제 누나가 있으니까 안심해도 돼.”

“이대로 가실 겁니까?”

브라이언의 물음에 엘렌은 응? 소리를 내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아. 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에 쥔 나이프에 경계를 취하고 있다는 걸 느낀 듯 브라이언을 보며, 대답했다.



“브라이언 씨는 예전부터 친절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저에게도 제이크 씨에게도.....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티모시에게 많이 들었구요. 그런 당신을 제가 죽일 이유가 있나요?”

“보통의 침식체나 망령이라면 절 공격할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어머. 그래서 그렇게 살벌한 시선으로 절 보고 계신 건가요? 혹시나 당신의 심장을 

 


'조각내버릴까봐?'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핏빛의 눈동자를 발화하자 브라이언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돌격소총을 쥔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쥔 예리한 칼날 속에서 찰나의 순간에 무장했던 와일드 독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썰었던 그녀의 모습이 느껴졌다. 두 눈으로 한참을 보던 그 사이로 그녀는 쿡 웃으며, 그렇지 않다는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보며 대답했다.



“브라이언 씨도 참 그렇게 심장이 굳어서 어떻게 호흡을 하려고요? 걱정마요. 전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요. 전 티모시를 데려갈 거에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 아이와 함께 있을 거구요. 그렇기에 제가 이곳에 온 거니까요.”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티모시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고 티모시는 멍한 시선으로 그녀의 쓰다듬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내 동생. 엘렌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나이프를 숨긴 채 티모시의 손을 잡았다.



“돌아가셔도 돼요. 브라이언씨. 이제..... 저희는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요."

엘렌의 이야기에도 브라이언은 자신의 양 손에 쥔 돌격소총으로부터 손을 놓지 않았다. 어떤 반응도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때부터, 눈웃음을 짓던 엘렌은 서서히 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총구는 언제부턴가 자신을 향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티모시는 데려갈 수 없습니다. 엘렌 씨. 당신의 사정이라던가 티모시에게 각별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전 이 소대의 생환을 담당해야 합니다. 비록 당신을 집착한 채 광기에 빠진 변태 새끼라고 해도, 당신을 찾기 위해 스스로 잠식이 되어버린 녀석이라고 해도 그 둘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것이 제 의무이니까요.'

 


당신의 말이 맞다면, 티모시도 결국 라크와 똑같이 뒤틀리게 될 것입니다. 엘렌 씨. 당신이 말한 것처럼, 라크는 그 과정에서 악마가 되었다면, 티모시도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티모시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요.”

“희망? 고작 그런 걸 희망이라고 포장하면서, 다시 한번 저로부터 티모시를 떼어낼 수작인가요?”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웃기지 마라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지겨워요. 그 순간들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겠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내 자신을 끝없이 다듬는 그 손길들....... 이젠 그만하고 싶어요. 얼마나 많은 시간 속에서, 이 아이를 찾았는지 당신을 모를 거에요. 그런데도 당신은 다시 한 번 저로부터 티모시를 떼어낼 생각인가요? 브라이언 씨?”

“때어내는 게 아닙니다. 엘렌 씨. 당신의 말대로 티모시도 결국 라크처럼......”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전 누나에요. 절... 누구보다도 각별히 여기고 있죠. 라크는 실패했지만, 티모시는.... 다를 거에요. 그러니 당신들에게 넘기지 않을 거에요....... 누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엘렌은 그 중얼거림 속에서, 자신의 나이프를 쥔 순간 브라이언은 사격을 가했고, 엘렌은 눈 앞에 펼쳐진 섬광을 피하며, 곧바로 브라이언이 쥐고 있던 돌격소총을 단번에 토막내버렸다. 예리한 칼날의 섬광이 다시 한번 브라이언의 눈 앞으로 찍으려고 했을 때, 브라이언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컴뱃 나이프로 그녀의 일격을 막았다. 


 

근육과 뼈가 뒤틀리는 것 같은 감각. 그녀는 가녀리게 쥔 채 나이프를 휘두를 뿐이었지만 브라이언에게는 거한의 일격을 견디는 것 같은 압박이 퍼져오고 있었다. 그녀가 부드럽게 손을 드는 사이로 곧바로 브라이언의 몸을 찌르려고 했고, 브라이언은 힘겹게 뒤로 물러나며, 찌르기를 피했다.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로, 엘렌은 눈을 부릅뜨며 브라이언의 목을 향해 휘둘렀고, 브라이언은 공격을 막기도 전에 충격에 밀려나며, 가게 밖으로 튕겨나가듯 날아갔다. 


 

수많은 유리파편과 콘크리트와 철근 속에서, 나뒹구는 사이로, 브라이언은 윽 소리를 내며, 자신의 팔을 감쌌다. 나이프의 일격이었던 걸까? 자신의 팔에서는 깊게 베인 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가게 밖으로 엘렌은 자신의 나이프를 쥔 채 브라이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흐윽 거리며, 피가 흘러내리는 팔에 모르핀 주사를 꽂는 사이로, 엘렌은 곧바로 달려왔고, 브라이언은 남은 오른팔의 나이프를 들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녀는 그런 브라이언의 방어를 비웃듯 베어버렸고, 브라이언 이내 다리와 몸에 피를 흩뿌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피의 냄새. 엘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아.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목이 베임을 느꼈다. 허억 허억 거리며, 반정도 무릎을 꿇은 채 경련이 퍼지는 브라이언의 나이프의 예리한 칼날에 자신이 베였다는 듯 자신의 살과 피의 냄새가 느껴졌다.



“브라이언 씨도 대단하군요. 그 사이로 절 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역시..... 제이크 씨가 말했던 그대로에요.”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은 채 힘겨운 호흡 속에서, 남은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쥔 브라이언에게 다가왔다. 출혈 탓인지 집중이 흐트러지고 있었고, 호흡은 점점 가파라지고 있었다. 브라이언이 잠깐 눈을 감고 뜨는 순간,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몸을 향해 올려베어베렸고, 브라이언은 자신의 몸밖으로 솟구치는 피 속에서,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이런 결과가 될 거라고는 아니. 예상은 했었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그녀를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 에 가까웠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멍청하게 지껄였던 걸까? 머릿 속에서, 필사적으로 말리던 부정의 생각들이 자신의 몸을 휘감듯 속삭이는 그 사이로, 자신은 남은 오른쪽 눈을 뜨는 것외에는 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쿨럭거리며, 입가에 피를 토하는 그 사이로 엘렌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브라이언 자네가 피스키퍼들 중에서 멍청한 녀석들이긴 하지만 소대원들을 부탁하겠네.'

 

'제이크 대령이 자넬 선택했을 때부터, 그는 알고 있었을 거야.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줄 거라는 사실을.'

 

'대위님이 있어야 저희가 그나마 정신차리는 겁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미친 임무를 끝내는 건 불가능 했으니까요.'

 


난 결국 할 수 없었어. 대령님이 약속했던 것도. 중장님이 그토록 조언했던 것도. 콜 소위도. 라크도. 티모시까지...... 난 그 누구도 지키지 못했어. 

브라이언은 그 대답 속에서, 피투성이 된 손에서 품 속에 쥔 수신기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감지가 되어있지 않은 기기 속에서, 브라이언은 끔찍하게 짓눌려진 통각과 서서히 식어가는 자신의 육체 속에 눈을 감은 채 꼭 쥐었다.

 

'브라이언 대위. 자넨 정말 계집애라니까. 그렇게 수신기를 꼭 쥔 채 기다리고 있다니. 말이야. 뭐, 살아있으니 모처럼 놀릴거리가 생기기도 했으니.'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부려먹을 거리가 생겼다는 듯 흐뭇해하는 눈동자는 선글라스 속에서 보일 정도였다. 그런 추잡하면서 재수없는 상관이었지만 브라이언은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뜨며, 자신의 손에 쥔 수신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동안 당신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왜 부려먹는지도.... 왜 절 그렇게까지 장난치는 치도 이해 못했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흴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대령님은 저와 부하들을 위해서 선봉에 서셨다는 걸. 그러니. 절 계집애 새끼라고 취급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중얼거림 속에서, 엘렌은 침묵 속에서, 나이프의 날을 자신의 심장을 겨눈 채 손을 들었다. 

 

'도와주십시오.'

 

”이대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끝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브라이언의 대답 사이로 엘렌의 나이프는 찰나의 순간 브라이언의 심장을 향해 낙하되었고, 그 낙하는 브라이언의 눈 앞에서 섬광으로 변하며, 심장에 찌르려는 순간 쿠르릉 소리와 함께 지면을 흔드는 듯한 울림이 퍼져왔다. 



“응? 비? 그럴리가..... 이곳은 비가 안올 텐데?”

그 의문도 잠시 엘렌은 자신의 바로 위에서 뭔가가 접근하는 것을 느낀 듯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하며 자신을 향해 내리찍었고, 엘렌은 큭! 소리와 함께 밀려나며, 쓰러질 뻔한 자신의 몸의 중심을 잡았다. 섬광을 중심으로 퍼진 자욱한 연기 속에서, 브라이언은 자신의 손에 쥔 수신기에서 뭔가가 감지되고 있다는 듯 푸른빛이 깜박이고 있었고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자욱한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