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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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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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무식하지만 사람이 위험에 처해면 지 몸이 찢어지든 말든 살리고 싶어하는 놈이었어. 나 같은 늙은이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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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또 계집애처럼 울면서 날 찾고 있다니 중장님에게 맡긴게 후회가 될 정도인데 브라이언 대위?”

“.......제이크 대령님?”

브라이언의 물음에 제이크는 그렇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는 브라이언에게 다가갔다. 그의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 찬 얼굴. 그의 바지와 제복 사이사이로, 피투성이가 된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지독한 전투에 지치다 못해 무감각해진 듯한 그의 모습에 브라이언은 흑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대령님.... 정말로 대령님이십니까? 죽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설마 이렇게 집적 찾아오실 거라고는.....”

“하도 뒤에서 훌쩍훌쩍거리길래 또 계집애가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나 생각했지. 참 중장님이 이 꼴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니까. 브라이언 대위.”

그의 대답도 잠시 브라이언은 못참겠다는 힘겹게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운 채 오른손으로 힘겹게 주먹을 쥐며, 제이크의 머리를 때리려고 했고, 제이크는 어이쿠. 소리를 내며 어설프기 짝이 없는 브라이언의 공격을 피했다.



“대령님. 그렇게 말하면서, 저희들을 위한 답시고 그렇게 전장에서 이탈하시면 되겠습니까! 저희 뿐만 아니라 중장님도 대령님에 대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냐고... 윽......”

대답을 하는 사이사이로 통각에 퍼지며, 말을 잇지 못했지만 제이크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포기했다는 듯 무릎을 꿇은 채 또 울고 있었고 제이크는 그래그래... 라고 말하며, 브라이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이후로 찾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닿을 지도 모른다고 해서.”

“그리고 기어코 이 지옥의 한복판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뭐.... 중장님은 자네 고집은 못 말린다고 판단하고 직접 소대를 편성시켜서 보내줬을 거고.”

“대령님 어떻게 그 사실을?"

“중장님도 알고 계시긴 했었어. 내가 사라지게 되면, 무리해서라도 날 찾으려고 할 거라고 말이야. 뭐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장님이 자네가 가도록 밀어준 거지. 사실 브라이언 대위. 중장님이 거부하려고 했다면, 바로 무시하고 나가려고 한 거 다 알고 있거든?”

제이크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부정의 대답을 꺼내지 않았다. 역시나 자신과 닮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고집불통이었으니까.



“보아하니 거의 임무를 끝내던 중에 문제가 생겼나본데? 그렇게 피떡이 되서 누워버릴 정도면..... 꽤나 역겨운 녀석이 널 이 꼴로 만든 거 같은데 어디 한번 면상좀 보......”

제이크의 대답도 잠시 자신의 눈 앞으로 엘렌이 서있었고, 제이크는 호오. 소리를 내며 여자 꼬시는 특유의 미소로 엘렌에게 제스처를 보냈다. 



“참.... 이런 지옥의 한복판에서 엘렌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 줄은 몰랐네요. 오빠는 이런 갑작스러운 이벤트는 약하다구요?”

“저야말로 이곳에서 나타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이크 씨. 전과는 다르게 당신의 모습은 좀 더 솔직하게 다가와주신 것 같구요.”

엘렌은 자신의 손을 뒷짐을 쥔 채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제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이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잠식과 망령의 기운으로 가득찬 눈동자에서는 그에게서 퍼져오는 잠식의 기운이 서서히 퍼져옴을 느꼈다. 



“당신만큼은 이런 전장에서 오지 않았기를 바랬건만 저 멍청이 티모시랑 라크가 있는 걸보니 당신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놈들이 더 있었나보군요.”

“저에 대해 걱정하시는 거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제이크 씨. 막 그들을 처리하고, 제 동생들을 데리고 가려던 참이었거든요. 다만 브라이언 씨는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했는지,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모처럼의 동생들과의 만나면서, 그동안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 말하고 싶은 누나의 심정을 모른 채 말이죠.”

“그게 평소의 당신이었다면, 이 늙다리 멍청이는 멍 때린채로 얘기도 하지 않았겠죠. 엘렌 씨.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브라이언이 반응할 정도면, 둘 중 하나겠죠. 이 녀석이 당신에게 푹 빠졌거나


 

'당신이 침식체라는 얘기거나.'


 

제이크의 대답에 엘렌은 숨겼던 눈 웃음의 가면을 드러내듯 눈을 뜨며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뒷짐을 쥔 그녀의 손에서는 핏빛으로 얼룩진 날카로운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고, 그 나이프를 중심으로 핏빛의 기운이 그녀를 감싸듯 채우기 시작했다.



“아직도 모르시는 군요. 제이크 씨. 당신이 봤을 때, 침식체라고 인식하지만 직접 아가씨와 만난 이후로,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요......참 우습게도 아주 간단했던거죠.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 없었고, 받아드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제 동생들을 구할 수 있고, 위협하는 것들을 베어버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죠.”

“그걸 보고 잠식이라고 부른답니다 엘렌. 그때 데이트에서 봤던 당신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피냄새를 풀풀 내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침식체든 사람이든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베어버리는 미친 살인광 같은 여자는 오빠가 진짜 싫어한다고요?”

제이크는 그렇게 그녀의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칼의 그녀를 보며, 윙크를 보냈고, 엘렌은 제이크의 장난에 쿡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살인광이요? 후훗. 제이크 씨 언제까지 그것을 부정하실 생각인가요? 지금의 제가 아직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가씨는 절 선택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저의 사랑스러운 티모시는 아가씨가 주신 선택을 통해서 다시 깨어나게 되었죠. 그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죽일 수 있는 힘을 줬고, 그리고 제 머릿 속에서 가득히 퍼져오던 수많은 절규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래요...... 아가씨 당신 덕분이에요. 당신의 선택으로 인해 모든 게 바뀌게 되었죠..... 그런 그녀와는 다르게 제이크 씨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나요?'

 


그 목소리 속에서, 엘렌은 만화의 재미있는 장면이 본 것처럼 쿡 하며 웃기 시작했다. 입가에 가득찬 미소 사이로, 그녀는 제이크의 내면을 보고 있다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깊은 물 밖으로 빠져나온 채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는 물고기 같은 그의 내면은 가엾으면서도 우습기 짝이 없었으니까.



“들려요. 당신의 괴로움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서서히 실체화되며, 당신의 내면을 사각사각 거리며, 긁어먹고 뜯어먹히는 소리가..... 그렇군요. 당신은 저와는 다르게 아가씨의 선택을 받지 못했군요. 제이크 씨 당신은 그랬죠. 군데군데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 찬 흉터와 상처가 보일 때면, 아무렇지 듯 않다는 듯 말했죠. 

 


'이 오빠의 상처는 문제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고.'

 


그러면서 욱신 거려하던 당신의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나요. 제이크 씨. 당신은 참 바보라고.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제가 웃으면서 대단하다던가 할 줄 알았냐고. 전 그런 여자들과는 다르게 아프면, 그냥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태연하게 숨기려는 모습을 보면, 제 동생들 같아서 안타까웠으니까요.”

“맞아요. 엘렌. 결국 그렇게 질질끌다가 욱신거리는 상처에 혼줄이 나버리고 말았죠. 그때 엘렌 씨의 손길은 참 부드러웠구요.”

제이크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들을 봤지만 엘렌은 그런 여자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점점 알면 알수록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엘렌 당신의 말대로 제가 점점 잠식되고 있긴 하지만 제 부하들을 베면서까지 무모한 짓을 하려는 당신정도는 이 오빠가 막을 수 있답니다. 이 오빠는 여자 때리는건 싫어해서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하고 싶긴한데....”

“그런가요? 제이크 씨?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당신의 몸은 빈사상태 직전인데고 말인가요?”

엘렌의 가소롭기 짝이 없다는 말투로 그에게 묻자 제이크는 여전히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모르시는 군요, 엘렌. 다른 건 몰라도 부하들이 저 꼴난 걸 보게 되면,”

 


'이 오빠는 피투성이나 흉터가 되든 상관없이 폭발하게 되거든요?'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두 손에 파직거리며, 번개를 발동하기 시작했고, 엘렌은 자신의 나이프를 가여히 쥔 채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제 동생들은 제가 데려가겠어요. 제이크 씨나 브라이언 씨에게 맡길바에는 제가 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브라이언 저 늙다리에게 충분히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엘렌. 특히나 제 부하들을 공격한 이상 델타세븐 대령을 단 이 오빠 입장에서도 꽤나 과격하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그럼 방법은 하나 밖에 없군요. 가능하면, 당신에게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둘은 그 이야기를 이후로 침묵을 유지했을 때, 브라이언은 둘에게서 퍼지기 시작하는 살기에 온몸에 퍼져오던 통증을 잊어버렸다. 텅 비어버린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짙게 깔리며, 퍼져오는 침묵의 바람이 서로를 마주하는 그 사이로, 스쳐지나가며, 브라이언의 눈을 잠시 가리는 순간 브라이언의 두 눈에서는 번쩍하는 섬광이 지면에 일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주먹을 움켜쥔 채, 엘렌을 향해 전기 파동을 날리고 있었고, 엘렌은 그 공격을 피하며 제이크를 향해 나이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프가 제이크의 목을 노리려고 했고, 제이크는 그 공격을 막으며, 자신의 발로 지면을 내리치고 전류를 방출하며 급소를 노리려는 그녀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수많은 파장 속에서, 엘렌이 뒤로 물러나는 사이로 제이크가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고, 엘렌은 반격하듯 나이프를 휘두르며, 제이크의 팔을 베어버리면서 동시에, 나이프를 투척했고, 제이크는 손등으로 후려치며, 내달리며 멀어지려는 엘렌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기 시작했다. 엘렌은 자신의 목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는 제이크의 팔을 피하며, 배후에서 제이크의 목을 찌르려고 했고, 제이크는 자신의 급소를 찌르려는 그녀의 나이프를 간발의 차로 막아냈다.

 


역으로 쥔 그녀의 나이프의 칼날의 끝. 그 사이사이로 자신을 베었다는 듯한 핏방울이 한방울 씩 떨어지고 있었고 제이크의 얼굴에서는 예리한 칼날이 쓰다듬은 채 짙은 피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엘렌은 자신의 공격을 막는 그의 모습에 흐뭇한 시선으로 미소를 지으며, 제이크에게 말했다.



“티모시와 동생들에게 얘기를 들었지만, 제이크 씨는 언제나 다정하고 든든하시네요. 제가 상대했던 수많은 아이들과는 다르고요.”

“칭찬한다고 해서 이 오빠의 마음이 흔들려고 한다면, 접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뭐, 그렇다고 엘렌의 칭찬 덕분에 이 오빠의 몸에 욱신거리던 상처가 좀 아픔이 덜해졌다는 건 인정하죠.”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감사의 미소를 짓자 엘렌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미소에 나이프를 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실례가 될까 싶어 입을 가렸지만 그녀의 미소는 언제나 설레게 했다. 침식체라고 해도.



“어머. 그런가요? 아직도 여유를 부리시는 거 보니 제이크 씨는 정말 '힘' 이 넘치시는 분이시군요?”

그 물음도 잠시 그녀의 입가를 가리고 있던 손에 쥔 나이프가 곧바로 제이크의 옆구리를 향해 휘두르려고 했고, 제이크는 지면에 발을 구르며, 전류를 폭발시키며 그녀를 날려버렸다. 뒤로 물러나는 사이로 제이크는 도약하며, 엘렌을 향해 주먹을 찍어버리려고 하자 엘렌은 남은 한손에 나이프를 투척했다. 그녀의 예리한 칼날이 제이크의 다리에 박혔을 때, 제이크는 순간 집중이 흐트러졌고 그녀를 노리려고 했던 주먹은 지면에 떨어지며, 엄청난 전류 파동을 일으켰다. 



“참..... 엘렌. 나이프로 이렇게 예리하게 휘두르는 기술은 어떻게 배웠습니까? 오빠는 너무 많은 걸 숨기는 여자는 싫다고요?”

“숨기다니요. 참 그러고보니 당신과 이렇게 어울리면서, 휘둘러보니 궁금해지네요. 어떻게 다루게 되었는지 말이죠.”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그를 향해 가득히 품던 살기를 숨긴 채 음.... 소리를 내며, 어떻게 자신이 이렇게 나이프를 쓰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쩌면.... 이라는 시선으로 제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는 동생들에게 맛있는 걸 만들고 싶어서 요리를 배우게 되었고, 소질이 있었는지 나중에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에게까지 괜찮다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제이크 씨와 만났을 때, 전에 준비한 저녁들은  혹시나 이 요리나 저 요리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가지로 만들었죠.”

“절 위해 이렇게까지.... 참.... 전 나쁜 남자라고요. 엘렌. 당신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제가 당신에게 붙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저랑 대화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나쁜 남자 제이크 씨?”


생각보다 제법이잖아?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엘렌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의 뺨을 때리거나 욕을 퍼붓기는 커녕 오히려 호기심을 더 자극하게 만들고 있다니 말이다. 엘렌은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크에게 말했다.


“요리하다보면, 여러가지 나이프들을 사용하게 되죠. 빵을 자르거나, 야채를 썰거나 혹은......”

 


'고기를 썰거나.'

 


그동안 제가 손질했던 동물들이나 생선 요리들과는 다르게 사람은 어렵지 않았어요. 특히나 동생들을 위한 요리를 위해서라도 '정성' 을 다해서 준비를 해야한다는 마음가짐도 잊어서는 안되고요.”

아 그래서 그녀의 요리는 매번 독특했던 걸까? 티모시와 라크로부터 듣긴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주며, 자신에게 대접을 했었다. 어떤 때는 양식을 어떤 때는 생선요리를 어떤 때는 초밥정식까지. 배달음식인가 싶었지만 그녀는 아니라고하며, 자신이 준비했다고 했을 때, 믿기지가 않았는데, 제이크는 의심에 빠졌던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을 공격하면서, 베었음에도 그녀의 나이프에서는 피가 가득히 튀거나 피가 묻은 흔적이 없을 정도로 '장인의 손길' 이 느껴졌으니까. 



“그러니까 제이크 씨 당신을 '섬세하게' 다듬어 드릴 게요. 아. 물론 요리 재료로 만들 생각은 아니에요.”

“참 이런 나쁜 남자에게 또 다른 요리를 준비할 생각이라니 기대되는데요?”

그녀는 눈을 뜨며, 예리한 칼날의 나이프를 다시 쥐었고, 제이크는 제법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판단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그녀는 후훗 소리와 함께 자신의 뒤에 나이프를 숨긴 채 바로 달려왔고, 제이크는 심호흡 속에서, 자신의 주먹에 전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눈을 뜨며, 제이크의 몸을 향해 나이프를 휘두르는 순간 제이크는 엘렌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전류를 폭발시켰고 그녀는 눈 앞에 폭발한 전류 속에서, 그녀는 윽 소리를 내며, 주춤거렸고 제이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손에 쥔 나이프를 쳐내며, 벽 구석까지 밀어넣었다. 



“체크 메이트. 제가 부상당했다고 생각하고 끝장을 내려고 한 거 같은데, 저 이래뵈도 카운터라고요? 오빠가 아무리 약한 것처럼 보여도 이래뵈도 4종이랑 지겹도록 논 남자라고요.”

“그렇군요....”

엘렌은 그 대답 속에서, 시선을 내렸을 때 제이크는 선택을 하라는 시선으로 팔짱을 낀 채 바라보았다. 파훼법을 찾 듯 움직이는 그녀의 시선 사이로 제이크의 다리에 박힌 나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가능하면 이 오빠는 여자는 때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이 이상으로 서로 피보면서 싸우는 건 그만...........”

제이크의 대답도 잠시 엘렌은 곧바로 제이크를 밀어내며, 다리에 박힌 나이프를 뽑으면서 동시에 제이크의 몸을 찔렀다. 큭 소리와 함께 제이크의 몸에 통각이 퍼졌을 때, 엘렌의 나이프에서는 피가 흥건하게 묻은 채 제이크의 배를 찌르고 있었다. 



“하아.... 기어코 그걸 뽑아서 찌를 줄은 몰랐는데.”

제이크는 대답도 잠시 엘렌은 바로 찌른 나이프를 뽑아냈고, 제이크는 자신의 배를 감싼 채 주춤거리며, 주저 앉았다. 브라이언은 손을 뻗으며, 대령님! 이라고 소리쳤지만 제이크는 모든 긴장이 풀려버린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이제 착한 아이가 되실 건가요?”

“미안하지만 이 오빠는 수많은 여자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배드 가이라서 말이죠. 엘렌 당신이 말하는 착한 아이와는 거리가 멀답니다. 확실하게 막을 거라면, 절 끝장내는게 속이 편하겠죠.” 

제이크의 대답에 엘렌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그의 대답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맞아. 제이크 워커 당신은 이런 남자였지. 첫 데이트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이 남자에게서는 온갖 여자들이랑 놀았다는 듯한 수많은 향수의 냄새가 코를 가득히 찔렀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환심을 사듯 든든한 남자인 척하면서, 자신을 '흔한 여자들' 처럼 관리하려고 했었다. 그녀가 나이프를 부드럽게 회전하며, 쥐었지만 엘렌은 그 뒤로 제이크를 향해 손을 뻗은 채 바라보는 브라이언의 시선을 느꼈다. 


 

자신이 만든 수많은 상처 속에서도, 브라이언은 제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나 마지막이 될까봐 그는 힘겹게 일어나며 구하려고 했지만 이내 상처의 통각에 쓰러진 채 힘겨운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엘렌은 그를 향해 퍼져왔던 살기를 풀 듯 눈을 감은 후 제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막지 마세요. 제가 무엇을 하든....... 그저 제 동생들을 이 지옥에서 데리고 가고 싶을 뿐이니까요.”

“자비를 베푼다는 겁니까? 조만간 이 배드가이가 당신을 잡으려고 하는데도 말인가요?”

“상관없어요. 전 제 동생을 무사히 이곳에 내보내고 싶을 뿐이니까요. 라크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티모시는 제 선택을 받아드렸으니까요. 라크와는 다르게 티모시는...... 이제 자유가 되었으니까요.”



“자유? 엘렌. 티모시에게 뭘 한 거죠?”

“죽음에 빠지기 직전 그 아이를 구했어요. 그 이후로 티모시는 절 따르게 되었죠.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로. 이제 저만 바라보는 아이가 되었죠.”

그녀의 대답에 제이크는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티모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대답과는 다르게 티모시는 언제부턴가 자리에 일어나 있었다. 엘렌은 아무것도 모르는는 시선으로 티모시를 부르려고 했을 때, 그녀는 그때와 비슷한 '살기' 를 느꼈다. 멍한 시선은 자신을 향해 주시되어 있었고, 그 눈은 처음에 자신을 공격했던 그때의 티모시와 같았다. 




“티모시?”

엘렌이 의아한 시선으로 티모시를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는 순간 티모시는 눈을 부릅뜨며, 엘렌을 향해 일격을 휘둘렀고, 그 일격 속에서 엘렌은 자신의 몸이 찢겨지는 끔찍한 고통이 퍼짐을 느꼈다. 베는 그 사이사이로 티모시의 눈은 광기와 탐욕에 가득 차 있었고, 그녀의 몸에 분출된 수많의 피에 취해버린 시선으로 킥킥 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날?”

“누나. 아가씨의 선택을 받았죠? 아.... 그래. 아가씨의 선택을 받은 누나가......”

 

'달콤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티모시는 그렇게 말하며, 쾌락에 취한 시선으로 감각을 잃어버린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렌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이거야..... 아가씨의 선택을 받은 몸에서 나오는 아름답고 고결한 피. 이 피야 말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어..... 더 필요해. 누나의 안에 있는 '선택' 을 끄집어 낸다면.”

티모시는 그렇게 대답하며, 쓰러진 그녀의 몸에 꿈틀거리는 심장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제이크는 몸을 일으키며, 티모시를 밀어내며, 전류를 폭발했다. 수많은 전류 폭발에 티모시가 끄악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을 때 제이크는 심호흡 속에서, 자신의 출혈을 손으로 감싼 채 엘렌을 죽이려고 했던 티모시를 가로막았다. 티모시는 황홀과 광기의 사로잡힌 표정으로 입가에 한가득 찢어질 듯이 미소를 지은 채 두 손을 피며, 말했다.



“대령님? 왜 그러지 말입니까? 제가 대령님을 구하지 않았지 말입니까? 저..... 가증스럽게 아가씨에게 아첨을 받으면서 선택을 받는 그녀를....... 제가 쓰러뜨리지 않았지 말입니다. 이 이후로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비키면 됩니다. 얼른요.”

티모시의 간절한 대답에도 제이크가 비키지 않자 표정은 순식간에 정색과 냉소적인 표정으로 바뀌었고, 티모시는 이를 악문 채 제이크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비키라고! 저 년은 내거야! 선택을 받은 그녀를 내가 차지해야 돼! 당장 나와. 나오라고!'



“역겹게 티모시 안에 처박혀있는 놈이 뭐라는 건지 모르지만, 너에게 딱 맞는 선물이 있지.”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망령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피며, 엿을 먹였다. 망령은 두 주먹을 쥔 채 제이크를 향해 달려들었고, 제이크는 지면에 전류를 방출시키며, 접근하려는 티모시를 막아냈다.


 

브라이언은 그 틈으로, 치명상을 입은 채 쓰러진 엘렌에게 다가가며,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의 몸은 상체에서부터, 허리까지 살이 찢겨진 채 출혈이 심했고, 출혈에 호흡은 점점 가파라지고 있었다.



“엘렌씨. 괜찮습니까?””

“아가씨. 당신과는 다르게  왜..... 저 아이는 구할 수 없는 건가요? 아가씨가 선택한 대로 했을 뿐인데......”

엘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망령에 잠식된 티모시의 모습에 충격에 사로잡힌 듯 말조차 잊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린 채 광기에 치닫고 있는 티모시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브라이언이 모르핀과 지혈제를 투여한 후 붕대를 감는 사이로, 자신의 두 귓가에서 들려오는 티모시의 광기와 탐욕에 뒤섞인 조소의 비명과 소리에 긴장의 고삐가 숨통까지 조여옴을 느꼈다. 

 

 

“나와. 당장..... 저 년을 차지해야 돼! 당장 나오라고!”

티모시는 그렇게 말하며, 제이크를 밀쳐냈고 브라이언은 자신의 코앞까지 쫓아온 티모시의 그녀를 가린 채 티모시의 앞에 섰다.



“브라이언!”

제이크는 브라이언에게 위협을 느끼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티모시는 이미 저만치서 브라이언의 앞에 다가온 뒤였다. 지금의 브라이언은 티모시를 막을 수 없다. 제이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될 거라는 사실에 마른 침을 삼긴 채 지켜보았다.



“마침내..... 가까이 왔어. 이제..... 가져오면 돼. 이 지긋지긋한 몸에서 나와서.....”

티모시는 그렇게 중얼거린 채 브라이언을 무시한 채 다가가며, 뒤에 있는 엘렌에게 손을 뻗었다. 차지해야 한다는 광기에 눈이 먼 나머지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호흡을 하는 그 사이로, 티모시는 자신을 스쳐지나갔고, 브라이언은 그런 티모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두드림. 평소 티모시를 부르는 것처럼 어깨를 두드렸을 때 티모시는 아... 소리를 내며, 자신의 옆에 있는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티모시? 내 말 들려?”

“대.....대위...님?”

티모시는 그 물음도 잠시 윽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쌌고, 브라이언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망령이 티모시의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망령은 탐욕에 눈이 먼 채 엘렌에게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고, 자신을 의식하던 몸은 다시 돌리며 엘렌에게 향하려고 했다. 



“티모시!?”

“저리 비켜! 죽기 싫으면!”

망령은 그렇게 소리치며 말하며, 살의가 섞인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봤지만, 브라이언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시선으로 티모시를 더 강하게 붙잡았다. 브라이언의 압박에 움직이지 않자 망령은 그런 브라이언을 밀어내며, 나뒹굴었다. 브라이언이 나뒹굴며, 고통의 신음을 토해내자 티모시는 브라이언이 넘어진 방향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방금 대위님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아니야. 널 괴롭힌 아이를 밀어낸 거야. 그 아이들은 없어.'

 

“하지만....... 대위님이 날 불렀어. 나쁜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대위님은 그런 아이가 아니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줬어.”

 

'아무런 문제 없어. 그 아이들은 이제 없어. 그러니 넌 내 말에 따라. 저 앞에 있는 '물건' 을 주워. 그럼 누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망령은 그렇게 속삭이며 티모시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티모시는 두려움과 의심이 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묘안이 떠오른 듯 자리에 일어났고, 티모시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브라이언의 모습에 두려운 듯 두 손을 떨기 시작했다.

“누구야? 분명 날 괴롭힌 아이들은 없앴다고 했는데 왜.....?”

 


'그게 다냐?'

 


“추잡스러운 주먹을 휘두르면서, 우리가 없어질 거라는 그 거짓말하는 자식의 말을 믿고 있는 거야?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네. 티모시 넌. 머저리 같이 속고 있구나?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넌 맨날 괴롭힘을 당하는 거야.”

브라이언. 저 멍청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이크가 바라보는 사이로 브라이언을 이를 악물며 성큼성큼 걸어가며, 티모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의 둔탁하고 무거운 발소리에 티모시는 점점 더 겁에 질리기 시작했고,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다 없어 질거라고 생각 한거야? 아니. 난 없어지지 않아. 네가 말하는 행복함이라는 건 다 거짓말이야. 우리가 있는 이상 넌 절대로 그걸 가질 수 없다고!”

“그럴수가...... 그럼 지금 나에게 얘기한 것들은 전부다.”

“그래. 티모시. 전부다 저 놈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야. 우린 멀쩡하니까.”

 

거짓말?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이용한 거라고? 이런 자신이 약하고, 나약해서? 티모시는 그런 자신에 한심함과 함께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괴로워하듯 머리를 감싸자 망령은 티모시를 통제할 수 없음을 느꼈다.

 

'아니야. 티모시...... 저건 거짓말이야! 내가 했던 데로 하면 돼. 일어나. 일어나서 저 놈을 다시....'

 

“네 말대로 했는데도, 멀쩡하잖아!.... 아.... 난 다시 괴롭힘을 당하게 될 거야. 그때처럼...... 라크 형도... 누나도 없는 곳에서 난 다시 두들겨 맞을 거야. 널 믿는게 아니었어. 널 믿은 채로 다 죽였다고 생각했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져.”

 

'티모시. 일어나. 당장.... 일어나라고!'

 

망령은 그렇게 말하며,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채 웅크린 티모시의 몸밖으로 나왔을 때, 제이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고, 망령은 자신의 눈 앞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전류를 품은 남자의 살기를 느꼈다. 제이크는 다시 한 번 티모시의 몸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망령의 목을 붙잡은 채 수많은 실타태를 뽑듯 위로 당겼고 망령은 제이크의 손에 붙잡힌 채 티모시의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날...... 어떻게 날 보고 이 인간의 몸에서 꺼낼 수 있는 거지!?”

“우리 핸섬가이가 너 같은 놈들에게 잠식당한 걸 봐서 알거든. 보아하니 네가 저 멍청이 밖으로 나와서 우리 귀여운 엘렌에게 들어갈 생각이었나본데. 널 골로보내기 전에 한 마디하지.”

 

'입 닥치고 곱게 죽으라고.'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쥔 전류를 방출시켰고, 망령은 제이크의 손에서 퍼져오는 엄청난 전류에 비명을 지르며, 새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주먹을 쥔 채 망령을 얼굴을 후려쳤고, 망령의 얼굴은 산산조각나며, 바닥에 처박힌 채 재가 되어 소멸되었다. 티모시 안에 잠식된 망령이 소멸되자 티모시는 자신의 안에서 끝없이 들려오던 자신의 머릿 속이 텅 빔을 느낀 듯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모시 일병. 괜찮나?”

브라이언은 티모시에게 다가가며, 어깨를 두드렸을 때, 티모시는 그의 손길을 의식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핏빛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티모시의 눈은 전과는 다르게 환영이 아닌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듯 동공이 커진 채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대위님? 그리고..... 제이크 대령님? 정말로 두 분 이신가요?”

“너. 보이는 거야? 내 모습이?”

브라이언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다시 한번 묻자 티모시는 몇 번이고 두 눈을 감았다 뜨면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식에서 벗어난 것일까? 티모시는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흑흑 거리며, 눈시울을 붉힌 채 울기 시작했고 브라이언은 티모시를 안은 채 평소에 티모시를 부르듯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다행이야. 정말. 진짜로 죽을 줄 알았다니까!”

“이대로.... 영원히 못 볼 것 같았습니다. 대위님도 콜 소위님도. 라크 형도.... 그리고 대령님도 보이지 않은 채 절 괴롭혔던 아이들만 보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해서 제가 다시 눈을 뜨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 말입니다.”

“그건.........”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어떻게 한 거지 궁금한 시선으로 제이크에게 시선이 옮겼을 때, 제이크는 전부터 계집애들처럼 안고 흐느끼는 둘의 모습을 실컷 즐겨봤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이래가지고 침식체랑 제대로 붙어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니까.”

“네네..... 전 계집애고요, 대령님보다 나이 많은 늙다리 대위입니다. 대령님 없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들이라고 생각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호오. 그럼 우리 티모시에게 브라이언 자네의 훌쩍이며 날 부르던 이야기를 들려줘도.....”

“제이크 대령님! 상황인 상황인만큼 제발 좀 플리즈?"

브라이언은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두 팔을 벌리며, 부탁하자 제이크는 알았어. 알았어.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카일 소령이 잠식되었을 때의 상황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망령이 보였다는 겁니까?”

“그래. 놈한테 잠식이 되면, 녀석은 카일과 같은 체형을 유지한 채 숨어있거든. 내가 카일을 제압했을 때, 낯선 기운이 느껴졌고. 처음에는 침식체에게 잠식이 되었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카일을 이대로 함교에 보내는 순간 중장님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 모처럼 우리 핸섬가이에게 당한게 좀 있어서 스트레스 풀겸 손 좀 봐준거지.”



“의무병 얘기로는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살살 좀 하시면 안되겠습니까? 대령님. 카일 소령님은 내사과 출신이라 근접전에는 무기력하신 분이라고요.”

“망령이 하필 그 녀석의 심장이랑 찰싹 붙어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니까. 참 브라이언 자네가 그 광경을 봐야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이크는 카일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듯 억울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워낙 카일에게 잔소리를 듣는 입장인 그였기에 '살해동기' 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뭐, 카일과는 다르게 티모시 저 녀석에 잠식된 망령은 아예 통제조차 못한 채 당황해하는 게 보여서 더 쉽게 제압해서 망정이지. 브라이언 대위. 너 전부터 티모시에게 꽤나 원한이 있었던 거야? “

“설마요. 제가 어떻게 대령님이 저에게 부탁한 약속을 걷어차려고 하겠습니까?”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티모시를 향해 얘기했던 조롱은 진짜로 꺼낸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위님은 절 싫어하는 것 같지 말입니다. 솔직히....제가 정말로 잘못한 게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네 트라우마를 이용해서 널 장악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역으로 이용했을 뿐이야. 중장님께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수월하고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교훈을 좀 이용한 거죠.”

“호오. 브라이언 대위. 꽤나 성장했는 걸? 망령 앞에서 겁먹지 않고 녀석을 역 이용해서 밖으로 끄집어내게 할 줄 알고.”

제이크는 흐뭇한 시선으로, 다음번에 특별한 일을 시켜볼까? 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브라이언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티모시는 그런 브라이언의 뒤로 엘렌의 신음을 들었고, 그는 곧바로 쓰러져 있는 엘렌에게 다가갔다. 



 

“누나. 괜찮아요?”

“티모시..... 티모시니?”

“네. 누나 저에요. 티모시.”

티모시는 그렇게 말하며,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손을 잡자 엘렌은 아기자기한 우윳빛 손의 감각만으로도 티모시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손길만으로도 엘렌은 후훗 미소를 지으며, 반정도 감겨진 그 사이로 티모시는 경련 속에서, 자신이 그녀에게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난 듯 죄책감으로 가득  찬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안해요..... 누나..... 그게 누나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가 알았다면.......”

“아니야. 티모시. 라크와 마찬가지로 티모시 널 '나쁜 아이' 로 끌어들일 뻔했으니까. 잘못은 내가아니라 누나가 해버렸으니까. 내가 경솔했어. 차라리 브라이언과 제이크 씨의 말대로 했어야만 했는데...... 내가 괴물로 만들어버릴 뻔했으니까.”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호흡이 가파라졌고 티모시는 그런 그녀를 잃고 싶지 않는다는 듯 손을 꼭 잡았다. 제이크가 브라이언을 바라보았을 때, 브라이언은 가망이 없다는 시선으로 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티모시. 우리 동생. 누나는 네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아가씨의 선택을 받았던 것도 널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날 찾기 위해 달려오던 너의 목소리와 너의 모습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누나는..... 여한이 없어.”

“그런 말하지 마세요. 누나. 이제 만났는데...... 이대로 다시 헤어질 수 없어요. 그러니 누나..... 부탁이에요.”

티모시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지만, 엘렌은 호흡이 서서히 멎어갔다.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겨졌을 때, 티모시는 그녀의 피로 가득 찬 두 주먹을 쥔 채 고개를 숙였다. 



“이제.... 만날 수 있었는데, 이대로 누나를 보낼 수 없어요. 제발.... 누가 도와줘요. 한 번이라도 다시 한번 누나를 만날 수 있다면, 엘렌 누나.... 제발.....”

티모시는 핏빛으로 변해버린 눈물 속에서, 그녀를 안았을 때, 티모시는 그 뒤로 저만치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티모시가 멍한 시선으로 방향으로 바라봤을 때, 브라이언과 제이크가 그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그 앞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환상인 걸까? 아니면, 자신을 괴롭히러 온 아이인 걸까?..... 그런 건 이제 자신에겐 의미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았던 그녀를 잃은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티모시는 차갑게 식어가는 그녀의 몸을 안은 채 미소를 지은 채, 체념한 시선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날 괴롭힐 생각이면, 지금 해. 상관없으니까. 누나도..... 라크형도..... 우리 집도 처참하게 황폐화 된 곳에 살바에는 차리리......”

티모시는 그렇게 말하며, 슬프게 울며, 그녀를 끌어안은 채 두 눈을 감았을 때, 피로 얼룩진 자신의 뺨에 누군가의 손이 닿음을 느꼈다. 티모시가 서서히 눈을 떴을 때, 그 앞으로 흑빛의 머리칼을 한 서재경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발이 흩날리는 그 사이사이로 핏빛의 색채로 칠해진 그녀의 안쪽 머리칼이 흩날리고 있었다. 티모시가 그녀의 모습에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을 때, 그녀는 입을 연 채 티모시에게 무언가를 얘기했다.


 

'넌 선택할 수 있어.'

 

“내가..... 선택을?”

 

'그거면, 네 안에 있던 악몽은 없어질 거야.'

 

악몽? 무엇을? 티모시가 의문 속에서 고개를 든 순간 자신의 손에서 핏빛의 기운이 퍼짐을 느꼈다. 피투성이가 되었던 그녀의 상처를 감싼 손에서는 핏빛을 가득히 머금은 피안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고결하며, 눈부신 핏빛의 색채를 담은 꽃의 모습에 제이크와 브라이언은 굳어버린 채 엘렌의 몸 안에 있었던 피안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티모시. 그건?”

브라이언의 물음도 잠시 티모시는 자신의 손에 피어난 피안화를 보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손에 피어난 피안화를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몸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출혈이 가득히 번진 채 찢겨진 상처에 손을 닿자 축축하고, 불쾌한 느낌이 티모시의 손에 퍼졌지만 티모시는 두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입가에 중얼거리듯 말했다.



'누나. 다시 한번 저에게 힘을 주세요.'

 


그 중얼거림 속에서, 그녀의 몸 깊숙히 피안화를 넣었을 때, 피안화는 티모시의 손을 중심으로 그녀의 안에서 뿌리를 내리듯 줄기를 뻗기 시작했고, 티모시는 수많은 가시가 자신의 손을 시작으로 온몸을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티모시의 손에 있던 수많은 피안화의 줄기가 서서히 티모시의 몸을 타고 감싸려고 하자 브라이언이 위협을 느끼고 티모시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제이크는 그런 브라이언을 붙잡았다.

 



“놔 둬.”

“하지만 이대로라면 티모시는......!?”

“녀석이 선택한 거야. 브라이언. 네가 막을 수록 녀석에게 방해만 될 뿐이야.”

그 대답을 하는 사이로, 제이크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병치고는 꽤나 지옥 같았을 텐데도 녀석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제이크는 자신이 전장에 활약했을 때, 마리아가 왜 자신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까?



피안화의 핏빛의 줄기가 감싸지는 그 사이로, 티모시는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공포와 두려움을 잊듯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두 눈을 감았다. 줄기가 완전히 티모시의 심장 깊숙히 뻗으며, 감싸는 순간 티모시의 몸안에서 핏빛의 피안화가 피어나기 시작했고, 티모시의 안에 있던 '피안화' 의 줄기가 심장에서 팔 그리고 그녀의 몸 안에 들어간 티모시의 손에서 피어나며, 줄기를 뻗기 시작했다. 

 


마치 서로의 인연을 이어나가듯 엉키기 시작했을 때, 티모시는 자신의 몸을 찢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싶은 시선으로 눈을 떴을 때, 티모시의 손에서는 그녀의 고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티모시가 조심스럽게 손을 당기며, 확인했을 때 자신의 손에 있던 피안화는 엘렌의 안에서 피어나며, 멈췄던 그녀의 심장을 깨어나게 하고 있었다. 

 


쿵 쿵. 자신의 귓가에서 침묵의 감옥에 갇힌 채 들리지 않았던 고동이 들려왔을 대,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은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고, 깊게 베였던 상처는 빠르게 아물어가며 사라지고 있었다. 굳게 감겨졌던 그녀의 눈이 서서히 뜨기 시작했을 때, 티모시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그녀의 몸을 강하게 쥐며 물었다.



“누나? 엘렌 누나?”

“티.....티모시? 나... 어떻게 살아있는.....?”

“누나...... 정말 누나 맞죠? 나쁜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환상이 아니죠? 꿈이라던가 지독한 악몽이 아닌 정말로 일어난 거 맞죠?”

티모시는 그렇게 물으며, 몇 번이고 묻자 엘렌은 그런 티모시의 물음에 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티모시도 참...... 정말로 꿈이라면,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있겠니? 우리 귀여운 동생의 얼굴이 이렇게 잘 보이는데?”

엘린은 그렇게 말하며, 꿈인지 생시인지 조차 모르는 티모시의 볼을 꼬집자 티모시는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 듯 흑흑 거리며, 그녀를 다시 한번 안았다. 엘렌은 그래그래.... 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품 속에서 울고 있는 티모시의 등을 쓰다듬었고, 브라이언은 제이크가 자신을 놀릴까봐 뒤로 한 채 눈물을 숨겼다. 



“울어도 돼. 늙다리 아가씨. 놀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면서 또 놀릴 생각이잖아요?”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제이크를 의심하자 제이크는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못말리겠군요. 라는 브라이언을 보며, 비웃는 그 사이로 제이크는 자신의 상처를 감싼 채 터벅터벅 걸어오는 라크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침묵 속에서, 라크를 주시했다.

 

 

“라크. 병장 괜찮나?”

“네....”

라크의 대답도 잠시 제이크는 브라이언의 어깨를 두드린 채 자신보다 먼저 앞장서 나갔다. 순간적이었지만 대견스럽게 보던 티모시와는 다르게 라크를 보던 제이크의 시선은 전장에서 침식체들을 바라보던 눈동자였다. 자비도 없는 냉혹한 눈동자. 라크가 그런 제이크의 모습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한 채 지켜봤을 때 제이크는 굳었던 자신의 몸을 풀면서 라크에게 말했다.




“라크 병장. 지금 내가 왜 자네에게 왔는지 알고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제이크 대령님. 제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게 아닙니까?”

제이크는 그렇게 묻는 사이로 라크는 그의 손에서 찌릿찌릿한 전류의 소리가 들려옴을 느끼고, 굳어버린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다시 한번 묻겠어. 라크 병장. 만약 브라이언처럼 내 앞에서도 개같은 구라를 치려고 하면, 내가 전장에서 침식체들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 알려줄테니까.”

제이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침식체들을 찢어발겼던 눈을 부릅뜨며, 라크를 바라보자 라크는 공포에 질린 채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자...잘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민간인이었던 엘렌 누나를 침식체들에게 죽도록 내버려두었고, 티모시를 속였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티모시가 제가 한 사실들을 알게 될까봐 티모시를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참전했고, 작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동으로 소대를 배신하고...... 대위님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제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티모시가 누나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저지른 짓입니다.”

“그래. 네 말대로야. 네가 봤을 때,  티모시가 겉으로는 어리버리하고 길치에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처럼 보이지만, 그 녀석도 재밌게도 너와는 다른 걸 가지고 있지.”

 


'바로 신념이라는 거야.'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검지로 자신의 심장을 강하게 두 번 가리켰다. 

“그래서 티모시가 사고 쳐도 그러려니 하면서 구했던 거야. 조금만 방향만 잡으면, 녀석은 델타세븐을 빛낼 또 다른 멍청이들 중에 하나가 되었으니까. 근데 라크 넌 그런 게 없어. 오히려 그 녀석이 하는 행동들을 보고 뒷담화가 깔 생각 뿐이었지.”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간단해. 델타세븐에 있다보면, 가끔 용병들을 써야할 상황들이 있거든. 그 놈들이 노닥거리는 걸 볼 때면, 여러가지 웃기면서도 당장 '이 버러지 녀석' 들을 조만간 정리해야 겠다고  판단하게 되지. 그 녀석들은 돈 외에는 그 이상의 일을 안하려고 하거든. 조금이라도 뒷심을 발휘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돈이 안되면 무시하거나 혹은 귀찮아사 떠넘기려고 하거든. 그런 녀석들이랑 몇년간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내가 널 건드리지 않은 건, 적어도 넌 용병들과는 다르게 내 부대 소속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어. 티모시가 그런 행동들을 통해서 너도 그걸 만회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넌 이번에 제대로 선을 넘었어. 라크 병장.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부하가.”

 


'돈 외에는 사람 목숨은 버리고 가는 개 만도 못한 용병새끼라고 의심이 들정도거든?'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부릅뜨며, 라크를 바라보았고, 라크는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의 두 손에서 파직거리며 자신의 손을 튈 정도의 정전기가 몰려오며, 당장이라도 자신을 태워버리기 일보직전이었고, 무릎을 꿇은 라크의 몸은 눈에 보일 정도로 두려움과 경련이 가득히 퍼져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동생보다 못한 게 맞습니다..... 뭐든 달게 받겠으니 그러니.......”

“그래? 뭐든 달게 받으면서, 네 목숨을 구걸하는 거야? 나한테?”

제이크는 비굴하기 짝이 없는 라크의 대답에 헛웃음을 토해낸채 라크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내 부대에 이런 병신 같은 '용병새끼' 가 생겨버리고 만 걸까나? 제이크는 입안에 구역질나는 냄새가 퍼져오는 기분에 당장이라도 주먹을 후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뒤로 티모시는 긴장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크는 좋아. 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저은 채 자리에 일어나 라크를 바라보았다. 그 대답 이후로, 라크는 브라이언을 보며, 손을 뻗으며 말했다.



“브라이언 대위. 기록장치 있으면 하나 줘.”

제이크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품 속에서, 기록장치를 받자마자 제이크는 기록장치의 녹음기능을 활성화 한 후 입가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기록은 델타세븐 소속 대령인 나 제이크 워커 대령의 인증이 있는 기록장치이며, 내가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브라이언 대위나 혹은 델타세븐 소속 총 사령관인 마리아 안토노프 중장이 이 인증을 대신한다.”

이야기를 끝난 후 제이크는 천천히 라크를 내려다보았을 때, 그 눈은 용병들을 보며 지휘를 했던 눈동자였다. 가차 없으며, 그들을 보며 추악함과 역겨움을 숨긴 채 선글라스로 가렸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어떤 가면도 선글라스도 없는 그대로 라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델타세븐 소속 라크 병장은 델타세븐 소속내의 사병 사살시도와 상관에 대한 무분별한 쿠데타 및 기밀누설 그리고 당시 침식사태 구역의 민간인을 방관 및 유기한 혐의를 갖고 있다. 벨치카함 소속 부대는 소대가 도착하는 라크 병장은 현 델타세븐의 모든 자격과 권한은 박탈될 것이며, 챔버 관리국 재판에 이송하도록. 만약 해당 병사가 추후의 이와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나 일을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도 즉각 사살해라.'


 

이것이 내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벨치카 함에 후송되는 즉시 발동될 것이며, 위와 같이 말했듯 나 제이크 워커 대령이 문제가 생기면 생사 여부 상관없이 후임인 브라이언 대위 혹은 현 델타세븐의 총사령관인 마리아 안토노프가 대신하며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상.”

기록장치의 응답이 끊겼을 때, 라크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자신의 눈 앞에 날아온 청천벽력 같은 사실에 고개를 숙였다. 녹음이 되는 즉시 제이크는 브라이언에게 기록장치를 넘겼고, 그는 고개를 숙인 라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자. 일어나십시오. 이 지옥에서 살기위해서는 더더욱 발악해야 하니까요.”

 

'얼른요. 라크씨.'

 

마치 용병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제이크는 그렇게 라크를 부르고 있었다. 

 



“대...대령님..... 왜 절 그렇게.....?”

라크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제이크를 향해 물었지만, 제이크는 고개를 갸웃하며,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라크를 보며 말했다.



“대령? 무슨 소리입니까? 라크 씨. 그렇게 병신같이 가만히 있으시면 돈도 못 챙기지 않습니까? 어차피 자신의 욕심외에는 관심도 없는 녀석에게 그런 이야기는 듣고도 싶지 않거든요. 일어나시죠. 곧 이동할 겁니다. 얼른.”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일어난 채 라크를 등졌고, 라크는 대....대령님.... 이라고 부르며 눈가에 눈물을 흘린 채 손을 뻗었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며, 구원을 바라는 손길과 중얼거림이 그의 귓가와 들려왔을 때, 제이크는 영원히 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포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자신의 뒤에서 가까이 들려오며, 위협을 느끼며 돌아봤을 때, 라크가 서 있던 자리에서는 어렸을 때의 제이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불타는 마을의 염옥 속에서, 제이크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가는 할아버지를 붙잡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지키려고 했었던 것처럼 그의 손에서는 피투성이가 된 구식 라이플 한 정이 풀어진 그의 손에 쥐어진 채 핏빛의 웅덩이를 가득히 머금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보는 것일까? 제이크는 자신을 의식하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도와줘요! 제발..... 할아버지가 다쳤어요. 할아버지가.... 우리 마을이 침식체들에게 불타고 있어요!'

 


그 목소리에 제이크는 움직여야 한다는 본능을 이끌려고 했지만 자신의 두 손에 쥐고 있는 본능은 전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전류를 방출하며, 폭발시켜야 한다는 전투적인 감각과는 다르게 자신은 무덤덤하게 할아버지를 붙잡은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소년은 이해할 수 없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당신은 싸우지 않는 거죠? 저희 마을 사람들을 구하지 않는 거죠?... 왜? 구하겠다고 했으면서, 위험에 처해도 싸우겠다고 말했으면서 왜...... 왜 저희를 구하지 않냐고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향한 절규와 증오가 뒤섞인 욕을 퍼부었을 때, 제이크는 끅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고 브라이언은 제이크의 모습에 급하게 달려왔다.



“대령님?”

“아니야....... 난.... 도망가지.....”

“대령님! 왜 그러십니까? 대령님!”

브라이언의 목소리에도 제이크의 귓가에서는 들려오지 않았다. 제이크가 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의 손에는 핏빛으로 얼룩진 소년이 되어 있었다. 그 앞으로 자신을 붙잡고 있던 브라이언의 모습은 자신을 등지고 가고 있는 용병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용서 못해........ 우릴... 버리고 그래도 가버려?”

“대령님? 그게 무슨.”

브라이언의 물음도 잠시 제이크는 눈을 부릅뜨며, 자신을 밀쳐냈고, 브라이언은 갑작스러운 밀침에 이해할 수 없는 시선으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대령님! 왜 그러십니까? 접니다! 브라이언이라고요!”

“소용 없어요. 브라이언 씨. 지금 그는 당신을 보고 있지 않아요.”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상처를 감싼 채 브라이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에서 제이크는 완전히 잠식이 되어버린 듯 보랏빛의 망령의 기운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두 눈을 뜬 채로, 잠식이 되어버린 채 힘겨운 호흡을 내는 그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상태라면, 제이크 씨는 자신의 앞에 있는 것들을 죽이려고 할 거에요. 브라이언 씨. 이대로라면......”

“이제 만났습니다. 엘렌 씨. 이제야 만났는데. 다시 이대로.......!?”

브라이언의 물음도 잠시 제이크는 핏빛의 눈동자를 발화했고, 엘렌은 그런 제이크의 위협을 느낀 듯 경계를 했다.  제이크가 눈을 부릅뜨며, 티모시와 엘렌에게 달려들려고 했고 브라이언은 그 곧장 달려오며, 공격하려는 그의 주먹을 양손으로 막아냈다. 두 손으로 가까스로 막았는데도, 손목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이 퍼졌고, 그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몸 주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전류에 경련이 일고 있었다.



“브라이언 씨!?”

“먼저 가세요.....티모시. 엘렌을 데리고 가! 어서!”

브라이언의 대답에 제이크는 주먹을 서서히 브라이언의 심장을 향해 힘을 쥐며 움직이려고 했고, 브라이언은 큭 소리를 내며, 그의 힘에 밀려나고 있었다.



“대령님 접니다. 브라이언 대위. 피스키퍼 중에 멍청이들이고 계집애처럼 울었다고 놀려먹던 저라고요...... 이런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무자비하게 자신들의 부하들을 죽이는 사람이 아닌 부하들을 위해 구하려고 했던 분이지 않습니까!”

브라이언의 외침에 제이크는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귓가에서 들려오는 그의 소리를 들은 듯 끅 소리를 내며 브라이언을 공격하려고 했던 주먹을 가까스로 바닥에 처박았다. 막았을 뿐인데도 그의 주먹을 막았던 자신의 손에는 어떤 감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머리를 감싸며, 자신을 향한 살기가 퍼져왔을 때, 브라이언은 그런 제이크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번이고 평소처럼 전장에 위험해 처했던 그를 부르는 것처럼 경련이 이는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접니다. 저라고요. 대령님. 그러니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앞에보이는 건 당신의 고향을 버리고 간 용병들도 냉혹하게 뒷짐을 지고 떠난 아버지도 아닙니다.”

“정말? 그걸 어떻게 믿지? 그러면서 우리 모두를 버리고 갔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제이크는 의심과 경멸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핏빛의 눈동자를 발화하며 말했다. 브라이언은 두 눈을 감았다 뜨며, 그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리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 고 중장님은 사병이었던 저에게 말했었습니다. 그때 대령님의 할아버지는 죽는 순간까지도 혹시나 대령님을 못 찾을까봐 수신기를 가지고 계셨더군요. 제가 왔을 때, 대령님의 어르신께서 부탁했었습니다.”

 


'녀석이 다시 길을 잃으려고 하면, 이 녀석을 통해 녀석이 다시 길을 올바르게 잡도록 도와주라고.'

 


그렇기에 전..... 그 약속을 잊지 않으며, 실비아 씨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대령님의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대령님은 저보다 뛰어나셨고, 누구보다도 저희들을 위해서 선봉에 서며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저도 제 부하들도 생색은 냈지만 모두 대령님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지옥에 온 이유라고요......”

브라이언은 그 대답 속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눈물이 살의로 가득 찼던 그의 주먹에 떨어졌을 때 제이크는 눈을 뜬 채로 서서히 고개를 들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돌아오겠지. 돌아오겠지. 라고 기대하는 것도 지칩니다..... 차라리 죽더라고 곁에서 죽게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것이 대령님의 어르신을 구하지 못했던 저의 속죄이기도 하니까요.......”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두드렸을 때, 엘렌은 제이크를 가득히 좀 먹고 있던 기운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잠식이 되었는데도 그 자아를 찾도록 이끌어주다니..... 브라이언 씨는 카운터도 아닌데 어떻게....?”

“믿고 있으니까요. 브라이언 대위님은, 처음부터 대령님도 저와 라크 형도 누나도 그렇게 길을 잃지 않도록 뒷바라지를 많이해왔으니까요. 잠식이 되었다고 해도 느낄 수 있죠.”

티모시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앞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어깨와 손을 잡아주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이크가 사라진 최악의 상황임에도 그는 침착하며, 자신들을 이끌었던 그 모습들.



“제가 누나에게 갈 수 있었던 것도 대위님 덕분이었어요...... 대위님이 없었으면, 전 누나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티모시의 대답 속에서, 엘렌은 그런 티모시가 대견스러운 듯 옆에서 안은 채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사이로, 제이크는 힘겨운 호흡 속에서, 고개를 들어올리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용병의 환영이 보이긴 했지만 경련이 퍼져오는 손길과 떨리는 목소리만으로도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미친.... 그렇게 자책을 하지 말라니까. 어차피 놈들이 버렸을 때부터, 우린 죽은 목숨이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와서 우리를 구했으면서, 더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네가 수많은 전장을 뒤섞인 채로 이면 세계에서 떠돌아다녔던 것도 알고 있어. 뭐, 사실 나보다 나이가 훨 빼 많으면서 계집애처럼 우는 널 보니 더더욱 놀릴거리도 생기고 말이야.”

“그렇게 속이 시원했습니까? 제가 대령님보다 나이가 많고, 틀딱처럼 구니까 시원하게 한방 먹여야지. 싶은 생각 속에서 말입니까?”

브라이언의 대답에 제이크는 큭큭 거리며, 카일이나 다름 없는 꼰대급 목소리에 귀찮은 시선으로 고개를 저었다. 대령님으로 돌아왔구나. 브라이언은 안도의 시선도 잠시 제이크는 자신은 안되겠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저은 채 브라이언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브라이언. 지금 이대로 가면 다시 그 망할 놈들로 인식해서 널 죽이려고 할 거야. 그때는 네가 뭔 말을 지껄이든 상관없이 널 죽이려 들거고. 내가 다시 이성을 잃기 전에 얼른 나가. 너희를 위한 구조요청도 보냈으니까.”

“네? 구조요청이요? 누구한테?”

“누구긴..... 벨치카지. 운이 좋게도 잔존병력들이 가지고 있던 수신기가 벨치카와 터져서, 벨치카의 꽤나 고상하신 마이스터와 연락이 되었거든. 곧 있으면 이곳으로 너흴 구하려고 올거야. 그러니......”

제이크의 대답 속에서, 브라이언은 침묵에 가득 찼던 시내에서 괴성이 울려퍼지고 있음을 느꼈다. 품 속에 침식체 감지기를 꺼냈을 때, 침식체들은 델 우드 시내로 들어오며, 몰려들고 있었다. 제이크는 수신기에 감지되는 침식체들과 망령들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걱정 마. 이 멍청한 배드가이가 못해도 시간을 끌어줄 테니까. 어서 가. 난 몰라도 네 소대는 살아남아야 돼. 가. 어서.”

제이크는 그 대답 속에서, 브라이언을 뒤로 한 채 전투를 준비하려고 했을 때, 브라이언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제이크가 돌아봤을 때, 브라이언은 그의 어깨를 두 번을 두드린 후 제이크를 보며 말했다.



“기억하십시오. 대령님. 지금은 대령님을 구할 수 없다고 해도, 저흰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헤어진다고 해도 이 자리는 제가 아닌 대령님이 있어야할 자리라는 것을.”

“보아하니 꽤나 귀찮았나본데? 브라이언 대위. 나에게 떠넘길려고 하는 것도 말이야.”

“참.... 이 말도 푸념으로 들리시는 겁니까?”

제이크의 특유의 농담에 브라이언은 한 숨 속에서, 바라보았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대답이었다. 자신이 손을 놓는 순간 상공에서 멀리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 속에서, 상공에서 하노마크의 고속정과 6기의 칼미크가 가변하며, 지상에 착륙했다. 



무장한 레기온을 중심으로 일행을 태우는 사이로, 제이크는 브라이언을 가볍게 밀었다. 밀리는 그 사이로, 제이크는 그의 특유의 윙크와 두 손가락을 자신의 이마에 대며 경례를 표하고 있었고 브라이언은 떨리는 손으로 그런 제이크를 향해 경례를 표했다. 수많은 침식체들이 몰려오는 그 전장에서 홀로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정에 일행을 태우는 사이로, 브라이언의 수신기에 하노마크의 수신이 들어왔고 브라이언은 뒤늦게 그녀의 수신을 확인했다.

 


[브라이언 대위님. 얼른 타세요. 하이브에 침식체들이 몰려오고 있다고요!]

 


아. 네. 브라이언은 그 대답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몸을 이끌었다. 절뚝거리며, 힘겹게 고속정에 탑승한 것도 잠시 거대한 전류파동과 함께 섬뜩한 울림이 시내에서 퍼졌다. 브라이언과 티모시가 고속정 창문을 바라봤을 때, 착륙했던 고속정은 우웅 소리를 내며, 엔진을 발화하며 상공에 뜨기 시작했다. 


 

상공에 뜨는 사이로, 공중에 침식체들이 고속정을 확인하며 접근하자 호위 칼미크들은 빠르게 가변하며, 공중 침식체들과 맞서기 시작했고 고속정 측면에 장착된 미니건 화기가 불을 뿜으며, 접근하려는 침식체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빠르게 델우드 상공에 떠있을 때, 하노마크는 하이브에서 다수의 공중 침식체가 감지되는 걸 확인하고 탑승한 소대원들에게 마이크로 선내에 보고했다.

 


[퇴로 쪽에 공중침식체들이 감지되고 있어서 최대한 우회해서 갈게요.]

 


하노마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시내 중앙부에서 벗어나며, 외곽으로 벗어나려고 했을 때, 거대한 전류가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떨어졌고 티모시는 저기! 라고 소리치며, 브라이언은 티모시가 가리키는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바라보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침식체들의 발소리와 자신을 노리는 살기. 그리고 그것을 찢어버리는 두 눈을 가릴 정도의 번쩍이는 섬광과 울림 속에서, 제이크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귓가에는 허억허억 거리며, 지친 호흡만이 들려오고 있었고 몸은 피투성이가 된 채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 흐릿해지는 시야. 그 사이사이로, 자신의 눈 앞으로 참혹하게 변해버린 연옥 같은 화염이 가득히 자신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것도 자신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내면의 트라우마 일까? 제이크는 그 생각 속에서 입가에 피를 머금은 채 힘겨운 호흡을 내며,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수천마리의 침식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속에서, 제이크는 당장이라도 바보 같이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 브라이언 진짜.... 어이없는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봤을 때, 브라이언은 그를 향해 결코 잊지 않겠다는 듯 두 주먹을 쥔 채 그를 보며 말했다.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대령님. 그러니........'


 

“계집애 같은 소리를 하기는. 그렇게 이런 배드가이가 좋다고 난리고 말이야......”

그 중얼거림 속에서, 아무소리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을 때, 제이크는 고개르 들며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고속정의 소리를 들었다. 출발한 건가? 자신의 뒤에서부터,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고속정과 칼미크 6기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을 때, 제이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들었다. 그의 손길을 뒤로 하노마크의 고속정과 칼미크가 그를 스치며, 상공에서 모습을 감추었을 때, 제이크는 두 눈을 감은 채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제이크 대령님!”

제이크가 쓰러지자 티모시는 이성을 잃은 채 잠겨 있던 고속정 문을 열려고 하자, 브라이언은 그런 티모시를 붙잡았다. 티모시가 뒤를 돌아봤을 때, 브라이언은 경련 속에서 차마 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티모시가 흑흑 거리며, 고개를 떨군 사이로 엘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자책한 티모시를 안았고, 라크는 두 눈을 감은 채 최후의 순간까지 저항했던 그의 모습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자신이 저질렀던 끔찍한 결과들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노마크는 두 눈을 감은 채, 최후의 순간까지 싸웠던 그를 기억하듯 묵념을 했다. 아주 잠깐동안 그에게 도움이 되기를. 그 침묵 속에서, 하노마크는 눈을 뜨며, 고속정 엔진을 발화했다. 그 엔진 속에서, 브라이언은 자신의 손에 쥔 수신기를 바라보았다. 


 

'이 늙은이가 부탁할게 있네.' 

 


“그 녀석. 지 아비가 아주 그냥 비열한 놈이라고 생각한 채로, 이 늙은이 곁에서 오래 있었다네. 참..... 나도 그놈도 그렇게 피터지게 싸웠지만 우습게도 그 놈이나 나나 결국 그 짓거리를 해서라도 지켜야할 게 있었기 때문이었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게 우스울 뿐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그 수신기를 보여주는 지 브라이언에게 보여주듯 말했다. 허황되면서, 허무하기 짝이 없는 시간 속에서, 싸웠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는 큭큭 거리며, 웃고 있었다. 



“정작 난..... 그 놈의 아비로서도 그 녀석의 할애비로서도 자격도 비열한 자식이었어. 정작 그 녀석에 해준 거라고는 없고. 참 우습게도 내가 한 거라고는 지 아들을 위해서 목숨 걸고 뛰고 있는 아비 뒷담화가 까고 욕이나 퍼부었지. 죽어버려도 싸다고 해도..... 결국 그 놈은 내 아들이야. 그 놈도 나름 지 아들내미를 챙긴다고 사지에서 죽어라 뛰고 있다고.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 대답 속에서, 노인은 각혈을 하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창백한 병상에서는 군데군데 피가 튀며, 병상과 자신의 옷을 핏빛으로 가득히 흩뿌렸다. 그 기침 이후로, 그는 호흡이 서서히 멎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그는 경련 속에서, 브라이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브라이언. 그 멍청한 꼬맹이 제이크를 위해서라도..... 꼭 간직해주게. 보잘것없는 늙은이보다 자네가 더 나을테니까.”

 

'그 자리에서 난 받았다. 죽음의 늪에서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그의 손에 쥔 수신기를. 그 수신기가 자신의 손에 들어왔을 때, 그의 영혼이 사라졌다는 것처럼, 삐 소리가 가득히 귓가를 채우기 시작했다. 의무병들이 뒤늦게 들어오며, 그를 살리려고 했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망시간은....... 새벽 2시 14분. 이름은 제럴드 워커. 나이는 84세......”

의사가 사망과 관련된 기록을 작성하는 틈으로 브라이언은 문 밖에서부터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듯 얼어붙은 제이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조차 씻지 못했는지 그의 두 손에는 피가 눌러붙은 채 갈색빛으로 변해 있었고, 깊은 슬픔의 늪에 빠진 듯한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 자국히 낙인처럼 찍혀져 있었다. 자신의 발소리가 들려와도 제이크는 어떤 반응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한숨 속에서 그의 옆에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죽었나요?”

“.......그래. 안타깝게도. 나도 손을 쓸 수가 없었어.”

브라이언의 사실에 제이크는 두 주먹을 쥔 채 고개를 숙였다. 거짓을 얘기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부대가 도착했을 때부터, 제럴드를 부축했던 제이크의 두 손이 눈에 들어왔을 때, 브라이언은 제이크의 앞에서 어떤 거짓도 꺼낼 수 없었다. 두 손에 새겨진 그의 중압감.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모든 육감들까지. 제이크의 머릿 속에서 지독한 악몽과 낙인이 되며 박혀버리고 말았으니까.



“할아버지는 절 구하려고 했어요. 위험하다면서......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 와중에서 아빠는 도대체 어디있었던 거죠? 할아버지가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채, 침식체들과 싸우는 동안 전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할아버지가 눈 앞에서 침식체들에게 공격을 받는데도, 전... 무서워서 구경만하고 있었어요. 도망치라고 소리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속에서..... 구하고 싶었는데, 전 무서웠어요.”

 


'전 나쁜 놈이에요.'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 채, 피로 가득히 얼룩진 자신의 두 손바닥을 피며, 얼굴을 감쌌고, 브라이언은 차갑고 얼어붙어버린 제이크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그 두드림에, 제이크가 의식한듯 고개를 돌렸을 때, 브라이언은 그의 창백하고 차가워진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넌 나쁜놈이 아니야. 제이크. 방법을 몰랐을 뿐이지. 넌 아버지가 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더 욕해야 될 건 바로 나야.”

 


'조금이라도 빨리 와서 너와 할아버지를 구하지 못했으니까.'

 


우습게도 엇갈려버렸지만 그 둘의 목적은 하나였었다. 바로 이 소년이었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문턱에 가서야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런 복잡한 이야기들이 지금의 소년 제이크가 알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은 꺼낼 수는 없었다. 다만 자신이 최소한 소년에게 하나 정도는 들려줄 수 있었다. 아버지를 원망하려고 하는 소년을.

 


'조금씩 변화하면서, 나중에는 이해하게 된다면, 그때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자.'

 


“차라리 날 탓해. 제이크. 태스크 포스라고 하면서 결국 너빼고는 구하지 못해버렸으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할아버지랑 절 구한 것만으로도...... 전 아저씨에게 감사하게 느껴졌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데요. 이미 충분히 빚을 졌단 말이에요. 저도..... 아저씨에게도.”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흑흑 거리며 울기 시작했고, 브라이언은 그런 소년을 안은 채 몇 번이고 차가워지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둔탁하면서도 부드럽게 들려오는 두드리는 소리 속에서, 브라이언은 잠시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멍해진 채로 잠이 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눈이 메마른 것처럼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눈을 비빈 채로 서서히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앞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제이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덤 옆으로, 자신의 소속 병사들이 서 있었고 검은 양복을 입은 제이크는 두 손을 모은 채 할아버지를 향해 새하얀 꽃을 얹고 있었다. 



'rest in peace grandpa.'



그 꽃을 얹는 사이로, 제이크는 평소 할아버지를 불렀던 목소리로 말했고, 브라이언은 그런 제이크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근데 아저씨는 왜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전 아저씨 처음 보는데,”

“약속했거든. 너네 할아버지랑.”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서 수신기를 꺼내 제이크에게 보여주었다. 녹슬고 오래된 수신기에 제이크는 그 수신기가 곧바로 할아버지의 것이라는 사실에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어올리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당분간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삐딱선 타는 거 제대로 보라고 했거든. 보아하니 너 꽤나 말썽쟁이라고 할아버지에게 들었는데?”

“아...아니에요. 무슨...... 아저씨는 겉으로는 형처럼 보이면서, 은근 할아버지처럼 말하는 거 알아요?”

제이크는 브라이언의 농담에 절대 아니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브라이언은 쿡 웃으며, 서서히 생기를 회복하는 제이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만약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자신을 뒤로하면서, 달려가는 그의 얼굴과 최후의 순간까지 행운을 빈다고 재스처를 취한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고속정이 벨치카함이 있는 전초기지로 갈 때까지, 브라이언은 녹슨 수신기를 쥐었다. 침묵 속에서, 잠겨진 수신기는 반딧불처럼 희미한 빛을 발화하며, 꺼졌다. 켜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