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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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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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다시 한번 죽음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자를 돌아오게 만든다. 그의 필사적인 생존에 경이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

 


'지금 버뮤다에 더글라스 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문제가 터진 것 같아.'

 

차라리 우스갯소리였다면, 아니 단순한 장난에 불과했으면 생각이 들었던 자신을 갈가리 찢는 단어였다. 함선으로 돌아오면서 버뮤다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현계로 돌아온지 얼마지나지도 않아서. 로알은 씁쓸한 심정 속에서, 머리를 감싼 채 함교에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별똥별 같은 섬광 속에서 깊게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된 걸까? 그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생각 속에서, 로알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엘리샤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자신에게 할 얘기가 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제독님. 버뮤다 섹터의 니콜라스 부사장님의 회선이 들어왔습니다.”

“연결하게.”

엘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니콜라스 부사장과의 연결을 진행했다. 화면에서는 니콜라스 부사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부사장님. 버뮤다 섹터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요.”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당시 섹터 B구역 격리시설에서 원인모를 침식액 누출사고가 발생했고, 이 여파로 인해 구역 전체에 침식구역으로 진행된 상태입니다. 또한 B구역을 중심으로 파생된 침식체들이 제독님이 계신 구역과 C 구역으로 분산되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전선을 형성한 병력들이 공격을 막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남은 구역들도 버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지부의 인원들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네. 일단 지부에 있는 인원들을 수습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있습니다.]

 

“섹터 B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겁니까? 그리고 노빌레 부제독은?”

그의 물음에 니콜라스는 침묵을 지켰다. 로알은 자신의 회중시계를 쥔 채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했고 니콜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수신을 보냈으니 직접 보시면 알 것 입니다.]


 

그의 대답도 잠시 수신화면이 떴지만 화면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정적이었던 화면은 잠시 후 투둑거리며 누군가 건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노빌레에게 화면이 비춰줬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수신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제독님이십니까?....]

 

[노빌레. 무슨 일인가? 섹터 B 구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무슨 일이요? 그야.... 끝장났죠. 전.... 그곳에서 도망쳤구요.]

 

큭큭 거리며, 그는 넋이 나간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에 니콜라스는 자신이 왜 설명을 안했는지 그에게 설명하듯 바라보았고 그는 짐작한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병력은 어느정도 인가?”

 

[이미 전멸당했는데.... 무슨 병력이....]

 

“정신 차리고 똑바로 보고하게! 자네 휘하에서 탈출한 병력이 어느정도인가?”

 

그의 호령에 노빌레는 뒤늦게 정신이 든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 소리를 내며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말했다.

 

[센티널 함선 1척 그리고..... 함선내에는 중규모의 병력이 대기중에 있습니다.]

 

“이 이후로는 내가 지휘 할테니 자네의 남은 병력을 내가 지정한 좌표를 통해 다이브 해주게. 노빌레. 알겠나?”

그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노빌레가 정신이 나간 듯 고개를 숙이자 그는 벌떡 일어나 수신기에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자신의 도끼를 함교에 내리찍었고, 함교내 승무원들과 엘리샤는 깜짝 놀란 채 그의 돌발행동을 바라보았다.

“노빌레. 내가 그때 알려준 규칙을 말해보게.”

 


[네....그게 무슨....]


 

“웅얼거리지 말고 당장 말하게! 항해시 가장 먼저 자신을 붙잡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세이렌에게 휘둘리지 않는 정신을 유지하고.... 승무원들을 지켜야한다. 라고....]


 

“만약 세이렌에게 휘둘리게 된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기억하나?”

 


[두 눈을 감고...... 혀를 깨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대답과 함께 노빌레는 고통섞인 호흡이 들려왔다. 로알은 그가 확실하게 정신을 차릴때까지 냉혹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니콜라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혀를 깨물던 그는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고 주변의 승무원이 그를 위한 컵과 의료도구를 가지고 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드나?”

 

[네. 죄송합니다. 제독님.......]

 

“추후 자네의 남은 병력을 곧바로 섹터 B구역에 지정된 좌표로 보내게.”

로알은 그렇게 대답하며 니콜라스에게 시선을 옮겼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알에게 자세한 추가적인 상황을 그에게 보고 하기 시작했다.

 

[섹터 B 구역은 이미 침식체의 소굴로 변해버렸습니다. 활성화된 포탈을 중심으로 다수의 침식체들이 그곳으로 집결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일단 이 구역을 비활성화시켜서 놈들의 경로를 차단하고 챔버구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병력으로..... 어떻게 저 사태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더글라스 본사는 이미 놈들의 수중이고..... 곧 섹터 구역들도 이미 놈들의 수중에 떨어질텐데......]

 

[노빌레 부제독. 이대로라면, 세인트루이스는 놈들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이 상황을 잠자코 구경할 생각이십니까?]

 

니콜라스의 냉혹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노빌레는 승산이 없다는 절망에 빠진 채 고개를 다시 한번 숙였다. 로알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일어났다.

“부사장님. 만약 우리가 그곳의 포탈을 비활성화 하는 동안 그때까지 침식체들의 공세를 버틸 수 있습니까?”

 

[각 부대의 전선은 현재 공세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만 가능하면 섹터 B구역에서 활성화된 침식사태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곳의 일을 끝내야 세인트 루이스에서 시작된 침식사태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니까요.]

 

“그곳의 상황은 엔트위프에서도 들었습니다. 이곳의 일을 처리하는 대로 곧바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우리가 수복하면, 놈들의 공격이 약해질 테니, 그 틈에 병력을 규합하고 세인트 루이스로 진입하면 됩니다."

 

[제독님.... 승산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정신나간 선택으로 우리를 죽음에 몰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패닉에 빠진 노빌레의 물음에 불과하고 로알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작된 상황일세. 지켜보면서 최후를 기다릴 바에, 무기를 들어 죽는 게 낫네. 노빌레. 그것이 두렵다면 나와도 좋네.”

 

'우린 돌입할테니까.'

 

그 대답 속에서, 노빌레와의 수신이 끊기고 그는 함교내에 있는 모든 승무원들과 대기중인 함대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전 함대. 내 신호에 따라 섹터 B 구역으로 진입한다. 구역 진입과 함께 즉시 전투를 개시한다.”

“알겠습니다. 벨치카 함대. 이 시간부로 로알 제독의 지정한 위치로 집결하십시오. 함대 편성 완료 즉시 각 병력은 제독님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엘리샤의 대답과 함께 벨치카함선은 섹터 B구역 외곽을 향해 다이브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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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섹터 B구역 상공.

함선 벨치카.

 

악몽을 꾸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함교 밖에서 보이는 섹터 B는 섬뜩한 보라빛 야광빛을 뿜으며, 안개를 가득히 채우고 있는 10층 건물 급의 침식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주변의 시설들은 침식의 줄기로 가득히 뒤덮여져 있었다. 그 밑으로 추락한 센티널 함선의 잔해와 처참하게 파괴된 더글라스 사의 병기들과 침식전용 병사들의 입었던 것 같은 방호복과 무기들이 침식수의 줄기 속에서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었다.

“현 외곽에 생존자는 감지가 되나?”

“시스템을 활성화 시켜서 확인 중이니다만...... 지금 외곽에서 감지되는 건 없습니다. 건물 외곽에서는 다수의 침식체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엘리샤의 보고에 로알은 침묵을 지킨 채 함교 안까지 들려올 정도로 자욱한 화염과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관리 센터 건물을 바라보았다. 센터 시설을 부수고 있는 침식체들은 상공의 벨치카를 보자마자 위협을 감지한 듯 전투태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로알은 자리에 앉아있다가 자리에 일어나며, 대기 중인 부대와 함대에 명령을 내렸다.

“전 함대. 설정한 좌표에 강습부대를 준비하도록. 설정된 포인트를 중심으로 강습 하고 전선을 형성 한다. 하노마크. B구역 전체의 하이브를 활성화시키고 외곽과 현 시설 내부에 있는 침식체들의 규모를 확인해주게.”

 

[알겠습니다. 제독님. 그리고 제독님의 사랑하는 아내분께서 '안내견' 을 많이 대동해달라고 하셔서 같이 보내드릴게요.]

 

“나 혼자서도 충분하네만?”

 

[절대 안된다고 하셔서요. 엘리샤에 이어서 캐서린 씨의 '전용장비' 는 감당이 안 되거든요.]

 

모처럼 무사히 넘겼나 싶었는데, 엘리샤는 뭔가 눈치 챈 듯 뒤늦게 로알을 보며 의심의 화신이 된 시선으로 물었다.

“제독님. 설마 혼자 가셔서 포인트를 잡으려고 하시려고 한 거 아니죠?”

“저 놈들은 나 혼자서도....”

“진짜 제독님! 또 그렇게 혼자 서 싸우실려고 했어요!?”

엘리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성큼성큼 다가갔고, 그의 생각을 바로 알아차린 듯 서미라와 김시현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서미라. 김시현. 제독의 대리이면서 동시에 벨치카 함대의 총괄 오퍼레이터 저 엘리샤의 이름으로 명령하겠습니다. 제독님이 딴짓 못하게 지켜주세요.”

그런 명령체계가 있었나? 싶었지만 미라와 시현은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로알의 옆을 그림자처럼 붙었다. 둘의 압박에 로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밖으로 나갔다. 강습포트로 향하는 동안 시현은 흠흠 소리를 내며, 자신의 옆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미라는 앞장서 나가며 자신의 앞길을 보조해주고 있었다. 



“둘 다 무리하게 할 필요 없네. 외곽에 있는 녀석들은......”

“안 돼. 엘리샤가 걱정해.”

“시현이 말대로에요. 제독님이 다치시면 안 되고요.”

하는 수 없는 건가? 시현은 혹시나 자신이 딴짓할까봐 신경쓰이는 듯 자신의 팔을 올가미처럼 꼭 쥐고 있었다. 그런 둘의 호위를 바라보는 엘리샤의 시선은 초조함과 걱정이 섞인 채 화면에 비추어지는 로알과 프람소대의 모습을 눈이 빠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상황 보고해야 할 오퍼레이터 분께서 이렇게까지 음흉한 성격을 드러내시면 곤란한데요?]

 

“작전 개시까지는 아직 시간 있어요. 하노마크. 당신네 로봇들이나 관리 똑바로해요. 괜히 사고나서 제독님 다치게 하지 말고요!”

 

[어머. 이래뵈도 제 친구들에 대한 성능은 하이브에서부터 도베르만까지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요?]

 


칫. 소리를 내며, 당장이라도 하노마크의 허점을 찾으려고 하는 엘리샤였지만 하노마크는 자신의 메카닉에 대해서는 자신조차도 흠집조차 잡기 힘들었다. 샤례이드 관리국의 꽤나 이름있는 마이스터라고 하던가? 음침하고 태평하면서 짜증나는 이 여자가 자신의 커피머신 기계까지 관리할 정도니..... 하노마크는 그런 엘리샤의 침묵에 어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오퍼레이터 분께서 권총을 꺼낼만 한 트집거리가 없나보네요?]

 

“시끄럽고 제독님이 호위나 잘해요.”

 

[네~ 네~ 벨치카 함대의 제독님의 대리이면서 동시에 총괄 오퍼레이터님.]

 

엘리샤와의 연락을 끊은 후 하노마크는 수많은 작전상의 화면을 통해서 벨치함을 중심으로 강습포트를 준비하고 있는 다수의 함선 상황을 확인했다. 잠시 후 벨치카함의 신호와 함께 함선 바깥으로 강습포트가 사출되었고, 그 사출을 시작으로 다수의 함대 바깥으로 강습포트라 일제히 사출되기 시작했다. 포트가 사출된 지점으로 다수의 침식체들이 일제히 경계태세 속에서 사출 포트를 요격하기 위해 침식으로 뒤덮은 무기를 사격하기 시작했다. 

“호오. 제법 쓸만한 무기들을 들고 왔나보네요. 우리 제독님을 그렇게나 환영해줄 몰랐어요.”

 

'잔챙이들 치고는 말이죠.'

 

하노마크의 미소와 함께 자신의 고속정 바깥으로 도베르만이 탑승된 다수의 라인브레이커가 사출되었고, 라인브레이커는 로알과 프람소대가 탄 강습포트 보다 빠르게 낙하하며 대공망을 형성 중이던 침식체들을 향해 다수의 미사일과 기관포를 발사하며 대공망을 무너뜨렸다. 와해된 대공망을 기점으로 로알과 프람소대가 탑승한 강습포트가 착륙했고 그 강습포트를 중심으로 다수의 병력들이 관리 센터 외곽 지점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강습포트에 나오기 무섭게 로알은 눈앞에서 펼쳐진 보랏빛과 청녹색빛으로 관리센터 기지를 가득히 줄기와 잎사귀를 퍼뜨리고 있는 거대한 침식수를 바라보았다.

 

함교에서 봤지만, 지금도 침식수는 '성장' 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 뒤로 거대한 침식수를 지키기 위해 몰려드는 다수의 침식체들이 자신을 인식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각 병력은 내 위치로 진형을 갖추고 곧바로 관리센터 내에 있는 모든 침식체들을 제압한다. 후속함대는 도착 즉시 벨치카의 위치로 합류 후 엘리샤나 혹은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준비를 하도록.”

그 대답과 함께 로알은 자신의 서리도끼를 꺼내며, 양손을 든 채 지면을 갈라버리듯 투척했고, 서리 도끼는 맹렬하게 회전하며 수십마리의 침식체들을 토막내기 시작했다. 그의 돌격과 함께 미라와 시현 그리고 다수의 태스크 포스 부대가 빠르게 진격하며, 침식체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

 

상황 종료 40분 후.

 

함선 벨치카. 

 

문제는 없을 걸세. 그러니 부탁하지.

매일 그렇게 얘기를 한 나머지 이제는 그 소리가 없으면 정말 로알인가 의심을 해야 할 정도니까.함교 바깥으로만 봐도 외곽을 방어하던 침식체 부대는 일제히 지하 시설로 퇴각하고 있었다. 그 퇴각한 지점을 중심으로 로알이 선봉에서 돌파하고 있었고, 그 뒤로 그의 뒤를 따르는 프람소대와 다수의 태스크 포스 부대들이 장악 당했던 시설들을 하나 둘 수복을 하고 있었다. 

 

[엘리샤. 각 구역 내에 침식체들의 동향은?]

 

“..........”

 

[엘리샤? 들리나?]

 

“엘리샤. 제독님이 부르셔.”

“어...어! 아 네. 제독님. 죄송합니다. 회선에 문제가 생겨서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회선에 문제가 생겼다? 천하의 엘리샤가? 엘리샤는 문득 완벽을 추구하는 자신과는 다른 '엘리샤' 를 본 모습에 의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놈들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나?]

 

“구역을 지키던 침식체들은 일제히 관리센터 JE 격리시설 지하로 퇴각했습니다.”

 

[지하라...... 놈들이 꽤나 지켜야 할 것들이 있나보군. JE 격리시설에 대한 정보는?]

 

“당시 관리센터 JE 구역은 섹터 C 구역의 재경그룹 구역에서 가져온 군사기술 및 침식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구역이었습니다. 당시 B구역 침식사태가 최초로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엘리샤의 보고에 로알은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손과 팔을 털어낸 채 고개를 들어올리며, 숨을 쉬듯 보라빛의 침식파를 내뿜고 있는 거대한 침식수를 바라보았다. 

 

[엘리샤. 현재 침식수와 지하시설의 내에 침식파를 확인할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하노마크가 도와드릴 겁니다. 하노마크?”

 

엘리샤는 곧바로 연락을 취하려고 했지만 하노마크 부재중인 듯 30초동안 응답이 없었다. 엘리샤는 팔짱을 낀 채 발을 동동굴렀지만 로알은 상황이 끝났으니 천천히 해도 좋다며,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 엘리샤를 진정시켰다. 화면이 틀어졌을 때, 하노마크는 자신의 제복을 뒤늦게 입은 듯한 모습이 군데군데 들어왔다.

“자아. 우리 괴짜 마이스터 씨? 뭘 하다가 연락을 안했는지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하하 죄송합니다. 제 댕댕이들이 모처럼 바깥 산책이라 그런지 통제가 안되서 말이죠.]

 

“쉽게 말해 무능한 나머지 자기가 만든 메카닉들을 통제 못했다. 라고 해석하면 되는 건가요?”

엘리샤의 날카로운 칼날에 하노마크는 자신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식은 땀을 닦으며, 크흠흠 소리를 냈다. 

 

[아 그렇다고 벨치카를 날려먹거나 하지는 않아요. 모처럼의 산책에 신나서 그런 거니까요. 그리고 엘리샤도 보았듯 제 친구들은 언제나 전장에서 제독님과 벨치카함의 마스코트 오퍼레이터를 등지거나 하지 않구요.]

 

“네!? 무슨 마스코트라는....!?”

 

[어머 아닌가요? 함교 내에서도 꽤나 소문이 났는 걸요. 여러가지로 말이죠. 우리 엘리샤 없으면 함선 못돌아간다고 말이죠.]

 

[맞긴 하네. 엘리샤 덕분에 나도 꽤나 신세를 졌으니까.]

 

“제...제독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엘리샤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을 붉혔고, 하노마크와 로알은 흠흠 소리내며, 찰진 타격감을 자랑하는 엘리샤의 반응에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았다. 엘리샤는 당장 그만하세요. 라는 시선으로 둘에게 응시를 했고 하노마크는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엘리샤의 말대로 하이브를 통해서 침식수를 계속 상태를 확인 중이랍니다. 일단 지금 침식수에서 발생하는 침식파가 외곽에 있던 침식체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버뮤다 A와 C 구역에 계속 놈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거구요.]

 

[그래서 부대를 이끌고 침식수를 공격했지만 침식수가 파괴되지 않더군. 내 일격에도 파괴되지 않았고.]

 

[아쉽게도 그럴 거에요. 지금 제독님의 눈앞에 있는 건 '뿌리' 가 아니니까요.]

 

뿌리? 로알의 의문도 잠시 하노마크는 가볍게 손짓을 했고, 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뻗은 침식수의 상태를 보여주었다. 와이어 프레임으로 활성화된 거대 침식수는 JE 관리구역까지 수십미터나 되는 거대한 뿌리가 화면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지금 JE 관리 센터 지하에 있는 게 녀석의 진짜 '심장부' 죠. 지금 외곽에 있는 건 제독님이나 저희 댕댕이들이 아무리 물고 뜯어내도 자라날 거에요. 공격을 해도 놈의 가지치기 해주는 수준으로 밖에 피해가 들어가지 않죠.]

 

[그 말은 즉......지하로 내려가야 한다는 건가?]

 

로알의 대답에 하노마크는 정답! 이라며, 로알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상황을 듣자마자 엘리샤는 자신을 보라는 듯 로알에게 손짓했고 로알은 의식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독님. 그 작전은 하노마크와 프람소대가 처리하는 걸로 하죠. 이미 충분히 전투에 참여하셨다고 보니....”

 

[아니. 내가 들어가겠네.]

 

“제독님!? 전투 이후로 휴식도 취하지 않으셨는데 바로 진입을 하시겠다고요!? 정신 나갔어요?”

 

[엘리샤. 난 이제 '몸풀기' 에 불과하네. 내 컨디션과 체력을 걱정해준다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고 말이야. 그리고 프람소대가 있으니 내 걱정보다는 함교내에 있는 승무원들과 태스크 포스 관리에 신경써주게.]

 

“그 말을.... 하시는 분이 탈출구도 없는 그 시설 지하 깊숙히 가서 침식수의 뿌리를 제거한다는 소리부터 말이 안 되는 거 알고 나서 얘기하시는 건가요?”

엘리샤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정신차리라는 시선으로 로알을 바라보았지만 로알은 이미 결정했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한과 전투만이 존재하는 북부 샤레이드 출신의 이 남자가 지닌 전투에 대한 고집은 캐서린도 심지어는 자신도 말릴 수 없었다. 

 

[내 걱정을 해주는 건 충분히 감사하네. 엘리샤. 하노마크. 현 시설의 진입을 할 수 있는 수단은 있나?]

 

[저도 지금 확인 중인데........아 마침 연락이 왔네요. 제독님. 제독님의 시설 진입을 도와줄 '조력자' 분을 연결 해드릴게요.]

 

조력자? 엘리샤와 로알의 의문도 잠시 또 다른 화면이 활성화 되었고, 화면에서는 레기온과 도베르만의 호위 속에서, 게리슨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벨치카 함대의 태스크 포스와 로알 제독님. B구역의 관리 센터 총괄자인 게리슨이라고 합니다. 하노마크 씨의 전황 소식을 듣고 도움을 드리기 위해 연락을 드렸습니다.]

 

[상황은 부사장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만 현재 이 구역에 존재하는 침식수 그리고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보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침식사태의 시작은 당시 저희 센터 지하 4층 고등급 침식체 격리구역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JE-991에서 원인모를 누출이 발생했고 담당 침식진압팀을 보냈지만 연락이 끊기면서 구역 전체가 순식간에 침식지로 바뀌었습니다.]

 

[JE-991? 당시 그 구역에 격리되었던 침식체가 누구였습니까?]

 

[재경그룹의 총수의 딸이었던 서재경이었습니다.]

 

서재경? 그 이름의 프람소대를 포함한 회선에 연락한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게리슨을 바라보았다. 서재경이 이곳을 침식지로 만들었다. 게리슨은 화면에 드러난 침식수에 대한 추가 적인 정보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현 센터 내 자리잡은 침식수 또한 서재경의 탈출과 함께 생성된 것입니다. 하노마크 씨의 말씀대로 현 침식수는 뿌리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3~4등급의 침식파를 확산시킬 거고 침식체들이 그 파동에 이끌려 저희가 장악하고 있는 구역의 공격이 점점 심해질 것입니다.]

 

[서둘러야겠군요. 정비가 끝나는대로 시설내에 자리잡고 있는 침식수의 뿌리를 제거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가능하면 제독님. 저희 센터내에 있는 무기 시연장에 있는 병기들을 활용하시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 시연장에는 저희가 개발중이던 병기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관련 정보와 제어코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병기들이요!? 어떤 병기들인가요?]

 

하노마크의 물음에 게리슨은 하노마크에게 관련된 병기들의 데이터들을 보냈다. 게리슨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들을 확인하던 하노마크는 와우! 소리를 내며, 괜찮냐는 시선으로 게리슨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렇게 많은 병기들을 시연중이셨던 것 같은데 저에게 그 권한을 넘기셔도 괜찮나요?]

 

[상황이 상황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테스트외에는 병기들을 '전투' 적으로 사용하는 건 문외한이니까요.]

 

자신에게 그 병기들의 '전투력' 을 발휘하도록 부탁하는 걸까? 게리슨의 제안에 하노마크는 자신의 '자식' 들이나 다름이 없는 아버님의 상담을 들어주는 상담선생님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접근 제어코드는 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게리슨 씨의 이쁜 아이들은 저희 하노마크 inc에서 확실하게 책임지고 관리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하노마크 선생님. 저희 시제품들이 그런 끔찍한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셔서 말입니다. 그 이후로...... 저희들이 개발했던 그 병기들이 영원히 빛을 못 볼 것 같았거든요.... 흑흑...]

 

영영 못 볼 것 같았던 '자식' 들의 모습이 떠오르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게리슨의 모습에 하노마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합니다. 이해합니다. 라며, 도저히 공감하기 힘든 새드 무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엘리샤는 흠흠 고리며, 하노마크에게 시선을 보냈고, 그녀는 아차차. 하며, 그녀의 홀스터가 풀리기 전에 곧바로 화제를 전환하듯 말했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보죠. 우리 침식수가 더 나쁜 놈들을 불러오기 전에 말이죠.] 

 

[준비는 끝났네. 하노마크. 이번에 지하에서 꽤나 고생할 것 같은데 괜찮겠나?]

 

[제 손에서 만들고 창조된 저의 댕댕이들을 의심하다니.... 너무 농담이 심하신데요?]

 

하노마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고속정에 대기중인 레기온과 도베르만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잔뜩 기가 살듯 팔짱을 낀 그녀의 모습을 엘리샤는 못 마땅했지만 로알은 믿겠다는 시선으로 하노마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각 함대내에 있는 태스크 포스는 B구역을 중심으로 전선을 형성하고 외곽 방어에 집중한다. 나와 프람소대 그리고 하노마크의 태스크 포스가 침식수의 핵을 처리할 때까지. 각 태스크 포스들은 이 명령을 듣는 즉시 실행에 옮긴다.]

 

로알의 명령과 함께 그의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4기의 도베르만이 듀얼캐논과 개틀링의 빠르게 화전하며, 로알과 합류하기 시작했다. 4기의 도베르만을 중심으로 방패와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레기온 소대가 곧바로 도베르만을 따라 합류했고, 프람소대도 장비 점검을 마치고 집결하고 있었다. 

 

[제독님. 침식수 뿌리는 각 구역의 격리문들에 가득히 뻗어있을 겁니다. 최종구역인 지하 4층까지는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게리슨 씨의 말대로라면 하노마크 자네 친구들의 화력이 많이 필요하겠군. 지하에서는 놈들의 소굴이 되었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모처럼의 산책을 또 하게 되서 녀석들도 신났거든요.]

 

하노마크의 대답에 도베르만은 주인의 신호를 들은 듯 붉은 눈을 발화하며 양손에 쥐어진 듀얼 개틀링건과 캐논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메카닉의 전의를 확인 한 로알은 브리핑을 종료했다. 하노마크와 게리슨의 화면이 꺼졌지만 엘리샤의 화면은 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얘기하지만 제독님. 무리하시면 안 돼요.”

 

[브리핑은 끝났네만.]

 

“끝났으니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라고요. 아시겠어요?”

그녀의 대답에 로알은 걸어가면서 궁금증이 든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보던 그의 눈동자에 엘리샤는 부담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려고 했을 때, 그는 가볍게 몸을 풀며, 엘리샤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우리 오퍼레이터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전쟁광 아저씨를 신경써주는 건가?]

 

“그야 당연히!......”

그의 물음에 엘리샤는 선뜻 말문이 막힌 듯 나오지 않았다. 로알은 그 전에 들어주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그 뒤로 목과 가슴이 조여오는 것 같은 답답함이 퍼져왔다.

“제독님이 없으면..... 아니. 제독님이 있었기에 저희가 있는 거니까요. 저도...... 미라랑 시현이도 그리도 모두들. 말이죠.”

 

[그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엘리샤. 난 그저 귀찮은 것들을 청소했을 뿐이야. 그 길을 다듬고 만든 건 엘리샤 자네와 병사들이지.]

 

내가.....? 그 대답도 잠시 로알은 자신의 흐트러졌던 옷을 다듬고 있었고 한손에는 서리도끼와 섬광빛의 검을 소환하고 있었다.  그는 멍청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엘리샤. 내가 경각에 달한다고 해도...... 최후를 맞이한다면 이곳에서 맞이할 걸세. 이 전함은 내 오랜친구들의 추억이 깃든 함선이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마. 반드시 돌아오겠네.]

 

“제발...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돌아오세요. 알았죠?”

엘리샤는 그런 소리는 다시는 듣기 싫다는 듯 몇 번이고 가슴에 손가락을 찌르듯 대답했고, 로알은 알았다며, 연약한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엘리샤와의 연락이 끊겼을 때, 하노마크의 드론이 굳게 문이 닫힌 JE 관리 센터의 시스템을 해킹하고 있었다. 시스템을 해킹하는 사이로 도베르만 4기와 6기의 레기온 로알과 프람 소대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드론이 해킹하는 사이로 계패문이 열린다는 경고음이 들려왔고 그 열린 틈으로 침식의 줄기가 검붉은 색체를 뿜어내며, 군데군데 붙으며, 기괴한 분위기의 정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경고음 속에서 침식의 흔적으로 뒤덮은 승강기가 서서히 올라왔고, 도베르만을 선봉으로 3명의 카운터가 곧바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놈들의 심장부로 내려갑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무리하게 타지 마시고 튀어나오는 침식체 친구들에게 반가운 마음으로 중화기와 무기들을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들어보면, 관광하러 오는 것처럼 보이겠군.”


 

[뭐, 게리슨 씨의 말대로라면 저에게 정말 미래 병기들이 숨겨져있는 보물창고니까요. 허락도 받았고 이번에 제대로 시연을 해주면, 니콜라스 부사장님에게 흡족할 만한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그건 두고봐야 알겠지. 자네가 너무 '흥분' 하지 않는다면 말일세.”


 

로알은 그렇게 대답하며, 내려가자고 손짓했고 승강기는 이동 중이라는 경고벨과 함께 서서히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면세계의 빛조차 닿지 않는 지하에 서서히 내려갔을 때, 도베르만과 레기온의 전술라이트가 활성화 되었고 드론은 곧바로 침식파 감지기를 활성화하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내려간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드론이 이동하는 침식체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다들 조심하세요. 제독님을 환영하시는 인파들이 오고 있어요.]

 

하노마크의 대답과 함께 도베르만의 양손의 개틀링건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을 때, 군데군데 틈이난 격벽틈으로 침식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4기의 도베르만이 적을 인식하고 개틀링건과 듀얼 캐논을 퍼붓기 시작했다. 레기온과 3명의 카운터들이 저지하려는 침식체들을 제압하는 사이로, 승강기는 서서히 지하 1층에 다다랐을 때, 로알의 눈 앞으로 거대한 계패문을 중심으로 뿌리를 뻗은 침식핵을 중심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줄기들이 승강기가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저 놈 때문에 승강기가 이동할 수 없는데요?]

 


“그럼 찢어버릴 수밖에.”

로알은 그 대답과 함께 자신의 손에 쥔 서리도끼를 투척했고 핵은 위협을 느낀 듯 자신의 주변에 있는 줄기들을 뭉치며 도끼를 튕겨냈다. 침식의 핵은 눈을 부릅뜨며 계패문을 덮고 있던 뿌리를 움직이며, 자신을 위협하는 적을 향해 휘둘렀다. 레기온이 뒤늦게 소대를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들었지만 육중한 침식의 뿌리의 일격에 방패가 박살나며, 벽에 부딪힌 채 쓰러졌다. 



“미라! 뿌리를 잘라버려!”

로알은 꿈틀거리며 지면을 내리찍으려고 했던 뿌리를 향해 서리도끼를 투척했고, 뿌리에 박힌 도끼는 차가운 한기를 뻗으며 얼어붙었고 미라는 검으로 단번에 뿌리를 토막냈다. 산산조각난 뿌리에 핵은 눈을 부릅뜨며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뿌리를 토막낸 둘을 향해 5개의 뿌리를 조준하며, 둘을 향해 찌르려고 했을 때, 로알은 자신의 섬광의 검을 발화하며, 눈부신 일격으로 거대한 검기를 만들어 날려버렸다. 


 

검기는 공격하려고 했던 뿌리를 산화시키며 소멸시켰고, 핵은 그 섬광에 눈이 먼 채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 다수의 침식체들이 갑작스러운 섬광에 혼란에 빠진 틈으로 시현은 자신의 두손에 10자루의 나이프를 쥔 채 도약하며 꿈틀거리는 핵을 향해 투적했다. 각 뿌리를 통제하고 있는 혈관에 박힌 나이프는 핵이 '뿌리' 를 사용할 수 없게 단단히 박히며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고 미라는 곧바로 도약하며 자신의 검으로 핵을 찔렀다. 


 

핵을 찔린 침식의 뿌리는 생기를 잃은 채 빠르게 시들어가기 시작했고,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핵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벌이던 침식체는 지하 4층으로 뛰어내리며 짙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계패 문을 뒤덮던 뿌리가 이터니움이 조각이 되며 바닥에 떨어졌고, 하노마크의 드론은 빠르게 하강하며 계페문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접속...... 게리슨 암호가 이거고..... 오케이. 제독님 계패문이 열릴테니까. 조심하시고요. 안에 잔챙이들이 있을 테니까요.]

 

하노마크의 대답과 함께 도베르만과 남아있는 레기온의 돌격소총의 레이저 사이트가 일제히 조준되었다. 굳게 닫혀있던 계폐문이 경고벨과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계패문이 열리면서 내부에 있던 침식체들이 달려나왔지만 도베르만의 개틀링 건 화력에 접근도 하지 못한 채 널부러졌다. 

 

남은 침식체들을 제거한 후 도베르만 적외선과 함께 전술라이트를 활성화시켰고, 레기온들은 곧바로 관리센터 지하 1층 구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곳은 침식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천운이라고 해야겠지. 지하 깊이 뿌리를 뻗었는데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관리를 처음부터 이 구역은 가장 먼저 격리시켰다는 얘기니까.]

 


“하노마크. 여기 봐봐.”

시현은 내부를 수색하던 하노마크의 드론을 향해 손짓했고, 드론은 빠르게 날아가며 시현이 손짓한 위치를 확인했다. 드론은 무기 테스트 룸이 있었던 곳을 각 병기의 시연장 룸이 보였고, 시연장 안에서는 시스템이 꺼진 채 기동을 중단한 쿼러시어와 칼미크, 센츄리온의 재무장 타입들이 작동을 멈춘 채 비활성화 되어 있었다. 드론의 시야에 병기가 보이자 하노마크는 순간 자신의 드론의 컨트롤을 잃을 뻔했다.

“하노마크. 드론 이상해.”

 


[아....하.....아니야.. 시현아. 원래 무기 회사에서 시연 준비중인 기계를 보면... 내가 좀 이성을....]

 


그녀의 절정에 달하는 호흡소리는 로알과 프람소대를 포함한 벨치카함에서 들려왔고, 엘리샤는 곧바로 하노마크에게 수신을 걸며 소리쳤다.

 

[하노마크 씨! 거기서 음란한 소리를 내지 말고 작전에 집중하세요!]

 

[하...하지만 이렇게 신형 병기들을 보면.... 나같은 여자도 '눈을 뜨게 된다고.]

 

[아.. 그런 가요? 진짜 '눈을 뜬다.' 는 게 어떤 건지 보여드릴까요?]

 

엘리샤가 그렇게 말하며, 홀스터에 봉인되었던 총의 방아쇠를 장전하고 그녀가 있는 고속정으로 가려고 하자 노엘과 승무원들이 필사적으로 그녀를 말렸다. 그 실랑이 사이로 하노마크는 작동을 멈춘 채 대기 중인 드론을 빠르게 움직이며, 쿵쿵 거리며 뛰는 심장의 고동 속에서 게리슨으로부터 받은 각 병기들의 제어 권한 코드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코드가 활성화되자 시연장을 포함한 지하 1층 구역의 시설들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각 병기들은 일제히 작동이 된듯 발화하며 시연장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쿼리시어와 칼미크 권한이랑 센츄리온 까지...... 하아.... 드디어 원하던 보물들이 내 손에....!?]

 

“자네의 연말선물을 즐기는 건 좋지만 이 병기들을 쓸모가 있는 건가?”

 

[물론이죠! 지금 무장한 장비들은 실전 테스트용으로 장비한 것들이니까요. 그리고 이 친구들은 저와는 다르게 재경그룹과 침식체의 가장 강력한 기술들을 융합한 신형애들이고요.]

 

융합? 그 대답도 잠시 시연장에 있던 2미터가 넘는 센츄리온과 2종의 재무장 타입이 바깥으로 나왔다. 두 기는 위협을 감지한 듯 전투 태세를 취했고, 센츄리온은 곧바로 열린 틈으로 몰려드는 침식체들을 향해 미니건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센츄리온의 지원사격 아래에서 쿼러시어와 포샤르가 돌진하며,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하노마크. 곧바로 다음 층으로 이동해야 하네. 다른 승강기는 있나?”

 

[반대편에 승강기가 있어요. 센츄리온과 레기온 애들이 마크할 테니, 바로 내려가세요.]

 

하노마크는 그렇게 말하며, 반대편에 가동이 멈추었던 승강기를 활성화 시켰고, 반대편 계패문이 신호와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승강기가 서서히 내려왔을 때, 교전 사이로 지면을 울릴 정도의 거대한 레이저 포의 울림이 들려왔고, 지하 1층은 신형 병기들과 레기온들이 라인을 형성하며 몰려오는 침식체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승강기 코드 활성. 다행히 이곳은 지하 4층구간까지는 침식의 뿌리가 퍼지지 않은 곳이네요.]

 

“비상 승강기니까요. 그때, 사용을 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만큼 삽시간에 번지고 말았으니까.”

로알은 그렇게 대답하며, 당시 관리센터가 비상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섹터 B 구역에 침식을 퍼뜨렸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승강기가 알림벨을 올리며 내려가는 순간 승강기에 뭔가가 충돌한 듯 흔들렸고, 이내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로알은 자신의 도끼를 추락하는 승강기를 막으며 저지하려고 했지만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며 떨어지고 있었다.

 

[다들 조심해! 밑으로 고등급 침식파가 감지되고 있어!]

 

하노마크의 경고도 잠시 그 밑으로 수많은 침식의 줄기가 지하에서 빠르게 상승했고, 이내 추락하는 승강기를 중심으로 에워쌓기 시작했다. 각 병기들은 3명의 카운터를 중심으로 모이며, 화력을 퍼부었지만 지하에서 침식의 줄기는 멈추지 않은 채 갈라진 벽과 지하를 통해서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제독님!?”

“미라 뒤에!”

시현의 외침도 잠시 승강기 밑으로 침식화된 줄기가 뻗어나왔고, 나이프를 쥔 채 자신을 구속하려는 줄기를 베어버렸다. 병기들이 3명을 중심으로 뭉치며, 밀집하며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승강기의 충격에 일제히 주춤거렸고 줄기는 그 틈으로 로알과 미라를 낚아챘다. 



“서미라!”

로알이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줄기를 토막냈지만, 서미라를 묶은 줄기들은 빠르게 모여들었고, 이내 그녀를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하노마크. 미라의 위치는?”

 


[지금 지하 4층 구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현을 부탁하네.”

“제독. 하지만......”

시현의 대답에도 로알은 걱정하지 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남아있는 도베르만 2기가 부스터를 발동하며, 추락하는 승강기에서 벗어났다. 로알은 미라의 기운을 추적하며 승강기 바깥으로 도약했고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로알의 빛에 이끌린 수많은 침식의 줄기가 그를 덮쳤지만 로알은 검으로 베어버리며 미라의 기운을 추척했다. 로알이 빠른 속도로 착지했을 때, 계패문은 경고음과 함께 서서히 문을 닫으려고 했다. 


 

[좀 더 떨이지면 지하 4층 구역입니다. 거기서 격리구역 안쪽에 있습니다.]


 

“하노마크. 내가 있는 위치로 병력을 보내게.”

로알은 하노마크에게 명령을 내린 즉시 서리 도끼를 투척해 계패문의 움직임을 둔화시켰고, 그 틈으로 격리시설 내부로 들어왔다. 느리게 움직이던 문이 서서히 닫혔을 때, 내부는 빛조차 들어오지 않은 채 붉은 빛 경고 벨의 불빛만이 가득 차 있었다. 로알은 그 사이로 끄윽끄윽 거리는 신음소리와 줄기의 섬뜩한 소리들이 서서히 자신을 포위하고 있음을 느꼈다. 로알이 섬광의 검을 발화하며 빛을 비추자 기다리고 있던 구울과 줄기들이 달려들었고 로알은 지면에 도끼를 꽂으며, 차가운 서리발을 만들었다. 차가운 한기의 줄기들과 구울이 얼어붙었을 때, 로알은 자신의 검을 양손으로 휘두르며 얼어붙은 구울과 줄기들을 산산조각내버렸다. 

 


짙은 검붉은 핏빛의 흔적에서부터, 로알은 미라가 근처에 있음을 느꼈다. 바닥에 꽂혔던 도끼를 든 채 달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줄기는 빠르게 그를 추적했고 이내 빠르게 포위하며, 일제히 그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로알이 도끼를 투척하며 저항했지만 이내 완전히 구속되었다. 그 수많은 줄기들의 구속에 끌려갔을 때, 로알은 그 옆으로 의식을 잃은 서미라의 모습에 자신의 검을 휘두르려고 헸지만 줄기는 더 강하게 압박하며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서미라! 괜찮나? 정신 차려!”

그의 외침에 미라는 으.. 소리를 내며 서서히 눈을 떴을 때, 줄기는 바로 압박을 가하며, 둘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줄기들이 자신을 데려온 것은 수많은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나무의 형상화 한 거대한 침식수였다. 침식수의 가지에서는 투명한 막 속에서 사람의 형상을 담고 있는 열매들이 섬뜩한 보랏빛을 내뿜으며,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었고 수많은 줄기들이 침식수에 박힌 핵에서 퍼져나오는 보랏빛의 액체는 각 혈관으로 뻗으며, 수많은 열매들에게 공급되고 있었다. 핵은 바로 눈 앞에 새로운 먹이감을 발견한 듯 서서히 시선을 옮겼고, 줄기는 서미라를 바닥에 처박았고 로알을 서서히 자신의 눈 앞으로 끌고가 시작했다.

“제독님.......”

 

서미라는 이를 악물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줄기는 더 강하게 압박하며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줄기에 끌린 로알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핵은 서서히 움직이며, 로알에 들어있는 '뭔가' 를 탐닉하듯 바라보았다. 

 

[영혼....... 강인하다..... 가져와야 한다.....]

 

“너 같은 놈에게 그런 칭찬을 들을 줄 몰랐군.”

 

[가져와야 한다...... 아가씨를 위해서......]

 

아가씨? 그 의문도 잠시 로알은 거대한 손의 형상을 만든 줄기에 구속 된 채 핵에 뻗어나오는 보랏빛의 핵으로부터 뻗아나오는 보랏빛 줄기가 서서히 자신의 머리와 심장에 닿았을 때, 예리했던 감각들이 서서히 무뎌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독님!”

미라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로알의 귓가는 끊임없는 이명 속에서 들리지 않았다. 수면제를 들이킨 것 같은 감각에서 집중이 서서히 흐트러지고 있었다. 로알이 서서히 의식을 잃기 직전 자신의 주먹을 움켜쥐며, 빛의 단검을 꺼냈고, 남아있는 힘을 가하며, 핵을 찔렀을 때, 핵은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미라의 눈 앞으로 드러난 침식수는 마치 독약을 먹은 것처럼 강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이내 괴로워하고 있었다. 지하전체를 울리는 끔찍한 고통의 울부짖음과 함께 핵은 잠식되었던 로알을 다급하게 밖으로 끄집어내며 내던졌다. 


 

핵이 경련을 일으키며 혼란에 빠지자 미라를 구속하던 줄기는 통제를 잃어버린 풀려졌고 미라는 다급하게 쓰러진 머리를 감싼 채 비틀거리는 로알에게 달려갔다.



“제독님! 정신차리세요! 제독님!”

“미라.......자넨가?”

“네! 괜찮으세요?”

그녀의 외침에 로알은 의식을 잃을 뻔한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은 채 일어났다. 몽롱해졌던 시야가 서서히 풀렸을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했던 침식수는 섬광의 단검에 찔린 채 울부짖고 있었고 줄기들은 통제력을 상실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난 괜찮네. 미라 자넨......”

“괜찮아요. 다행히.....”

미라의 대답 사이로 괴로워하는 침식수의 흔들림에 열매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열매는 물풍선처럼 터져버렸다. 산산히 깨진 열매 틈으로 쥐죽은 듯이 쓰러졌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났을 때, 둘은 그들로부터, 알 수 없는 살기를 느꼈다. 그들의 눈가에서 발화한 보랏빛 기운 속에서 그들은 하아아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영혼이야.....”

“몸이다. 가져와야 돼 아가씨를 위해서..... 지금 몸은 아가씨에게 보여주기 전에 썩어 없어질 거야.”

“내놔..... 너희들의 몸을...... 당장 내놔!”

그 외침 속에서, 그들이 광기의 비명 속에서 달려들기 시작했을 때, 그들의 몸에 시현의 나이프가 박혔고, 그들은 머리를 감싼 채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로알은 그 앞으로 괴로움에 감싸는 구울들의 몸 바깥으로 보랏빛 사람의 형상이 빠져나오며, 고무줄처럼 늘어나다가 이내 뜯겨져 나가며 소멸되는 '영혼' 이 눈에 들어왔다. 



“제독. 괜찮아?”

“시현아!”

미라의 대답과 함께 시현은 곧바로 달려드는 보랏빛의 기운을 품은 존재들을 향해 나이프를 투척했고, 그들을 구속시켰던 보랏빛의 영혼은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오며, 소멸되었다. 시현을 선두로 다수의 하노마크의 병력들이 진입했고, 그들을 향해 사격했지만 시현의 공격과는 다르게 토막나고 관통되어도 비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시현은 주춤거리는 그들을 향해 나이프를 투척하며 제압했고, 로알은 욱신 거리는 자신의 손을 뻗으며, 이해할 수 없는 시선과 함께 보랏빛 기운이 느껴지는 침식체를 단번에 제압했지만 하노마크의 병기들이 사격하는 무기들의 공격은 그들을 주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어떻게 내 애들이 저 놈들에게 피해가 안들어가는 거지?"

하노마크는 각 병기들이 사격화면에서 주춤거리기만 할 뿐 제압이 되지 않았지만, 반면에 세명의 카운터들의 무기는 그들을 제압하며, 핵에게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 의아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 믿을 수 없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기록하는 사이로, 핵의 위협을 감지한 침식의 줄기들이 뒤늦게 움직였지만, 금이 간 핵의 눈 앞으로 섬광을 두른 검이 눈 앞에서 눈부신 빛 속에서 자신의 핵을 꿰뚫고 있었다. 금이간 핵은 꽂힌 검을 중심으로 더 깊게 금이가기 시작했고 이내 파삭 거리며, 꿈틀거리던 생명의 불꽃이 꺼져버렸다. 그 꺼진 불꽃 속에서, 줄기들은 메말라가기 시작했고, 병기들과 난투를 벌이던 침식체는 육체의 통제를 잃어간 채 곧바로 영혼과 분리되며 소멸되기 시작했다. 

 


“섹터 B구역 침식파가 소멸 확인! 침식수내에 침식파가 소멸되고 있습니다!”

노엘의 보고에 엘리샤는 함교 바깥에서 새까맣게 타들어가듯 시들어가는 침식수의 거대한 가지와 줄기는 시들어갔고 바스락거림과 동시에 이터니움 조각으로 부서지며 바닥에 흩뿌리듯 떨어지기 시작했다. 함교내에 승무원들이 안도와 환호 속에서 전황을 지켜보는 사이로 노엘은 곧바로 달려오며 엘리샤에게 수신이 들어왔다고 신호를 보냈다. 

"제독님!? 제독님이신가요!?"

제독님인가 싶었지만 수신에서는 하노마크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고 엘리샤의 활짝 웃던 미소는 캔 찌그러지듯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 내가 좀 실례를 했나?]

 

“무슨 일이죠?”

 

그녀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하노마크는 잠깐만 이라고 가볍게 검지를 들었고 잠시후 화면에서 로알과 시현 그리고 미라의 모습이 비춰젔다. 전과는 다르게 이리저리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모습에 엘리샤는 놀란 시선으로 수신화면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제독님?!.... 어떻게.....”

 

[모처럼 놈들이랑 놀게 되어버렸지. 그러다가 이 꼴이나버렸지만.]

 

“팔은요? 다리는요? 혹시 절단되거나 감염된 거 아니죠?!”

 

[난 괜찮네. 엘리샤 그러니까...]

 

“지금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괜찮다고요!? 시끄럽고 당장 거기서 나오세요! 지금 당장요!”

 

엘리샤의 호령에 환호하던 승무원들과 노엘은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로알은 환호의 술렁이던 함교내부가 그녀의 목소리에 일제히 조용해진 것을 알자마자 엘리샤를 바라보며 말했다.

 

[놈들을 제거했는데, 잠깐은 숨 좀 돌려도 돼. 지금 이곳에서 날 혼내기에는 위험하지 않나?]

 

“진짜..... 가만 안둘테니까... 당장 올라오세요!”

 

엘리샤가 초조한 시선으로 수신을 끊었을 때, 어느덧 자신을 중심으로 노엘과 승무원들이 뭔일인가 궁금한 시선으로 일제히 모여들고 있었다. 엘리샤는 스토커처럼 몰려든 승무원들을 보자 고개를 갸웃하며, 방긋 미소를 보냈고 굳게 닫혀있던 홀스터를 풀며 권총을 꺼내려고 하자 승무원들은 일제히 도망치듯 달아나기 시작했다. 


“당장 오지 못해요! 누구 맘대로 제 통신을 도청해요! 노엘 너 일로와!”

“자...잠깐만 엘리샤 나 아무짓도 않했다고!”

“도망쳐봤자 소용없다고! 당장 나오지 못해!”

 


/

 


상황 종료 30분 뒤

벨치카 함내 의무실.

 


도시의 공기는 수많은 빗물이 내려야 깨끗해진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이면세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눈처럼 흩날리는 이터니움의 눈 속에서, 로알은 의무실 창문에서 드러난 이터니움의 눈처럼 소복히 쌓이는 것을 보고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지금 B구역에서 흩뿌리듯 흩날리는 이터니움들은 격리센터를 중심으로 수북히 쌓이고 있있고 그 가루를 추출용 기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이터니움의 눈 보라 속에서 흑빛 독수리 문양의 함선이 하나 둘 도착하고 있었다. 거대 침식수의 소멸로 인해 침식체들의 세력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확인이 안 된 섹터 D구역에 감지되었던 침식체들의 특별한 동향이 없다고 할정도로 움직임이 끊겼다. 원래라면 자신이 집적 그 상황을 보고를 들어야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아니 문제라고 해야할까? 지금 자신의 두 손목에는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누가 채웠을까? 싶었지만 굳이 그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만치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주인' 께서 집적 행차하고 있었으니까.


 

굳게 닫힌 문이 스윽 하며 자동으로 열렸을 때, 그의 눈 앞으로 엘리샤가 서있었다. 그녀의 왼쪽 허리춤에 찬 홀스터는 언제든 '죽일 준비' 가 되어있다는 듯 열려져 있었고,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자기가 설치한 '수갑' 이 제대로 잘 걸려있는지 확인 후 자리에 앉았다. 그런 엘리샤의 옆으로 자신을 위해 준비한 듯한 구급상자가 놓여있었다. 



“난 괜찮네. 엘리샤. 고맙지만.....”

그가 입을 열기 무섭게 엘리샤는 홀스터의 권총을 꺼내 자신의 앞에 겨누었고 로알은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엘리샤는 그의 팔목과 팔뚝에 까이고 찢겨진 상처들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권총을 홀스터에 넣은 후 구급상자를 꺼내기 시작했다.



“정말.... 무리하지 마시라고 몇번을 얘기해요. 제독님.”

엘리샤는 그렇게 대답하며, 알콜솜에 소독약을 묻힌 상처투성이가 된 팔에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따끔거리는 통증 사이로 엘리샤는 자신에게 오퍼레이팅하는 것보다 더 심혈을 기울이며 상처를 소독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심하게 긁히고 찢긴 상처들에 엘리샤는 한숨을 내뱉으며, 속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거기서 뭘 했길래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되신 거에요 제독님.....”

“하필 상대했던 놈들이 침식수였으니까.”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자신의 몸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이렇게 하다가는 진짜 몸도 남아돌지 않겠어요.”

엘리샤는 그렇게 말하며, 하나하나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부드러운 손길. 붕대가 피부에 닿았을 때 퍼지는 미요한 감촉에 로알은 멍하니 엘리샤의 손을 따라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샤는 순한 양의 눈동자로 자신을 보는 그가 신기한듯 쿡 웃으며, 물었다.



“정말..... 어린애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치료받는 게 처음이신거에요?”

“전쟁에서 말인가?”

“참.... 전쟁말고 어렸을 때, 놀다가 다치시거나 한적 있을 거 아니에요?”

엘리샤는 그렇게 대답하며, 실수했다는 것을 느꼈다. 로알 벨치카. 이 남자의 머릿 속에 있는 건 '전투와 전쟁' 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북부 샤레이드인의 특유의 근성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이 남자는 동료가 위험해 처한다고 판단하면 자신이 침식체가 되든말든 상관없이 뛰어들어가서 구할 테니까. 



“없네. 대부분은 내 손으로 치료하거나 내버려두던가 둘 중 하나였어. 내 고향은 상처나 부상에 대해서는 자비롭지 않았으니까.”

“하긴 제독님의 고향은 정말 춥고 혹독한 곳이었을 테니까요.”

“원한다면,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겠지만.....”

“됐어요. 저처럼 연약한 여자는 제독님과는 다르거든요.”

엘리샤의 농담에 로알은 자신도 모르게 쿡 웃어버렸다. 붕대를 묶는 그 사이로 엘리샤의 시선은 그의 손목에 차있던 워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걱정할까봐 손목에 깊이 감춰둔 시계사이로 그의 시간이 경각에 차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쯤 드러난 그의 손목의 워치는 시침과 분침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제독님. 가끔은...... 지금의 일에서 벗어나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직 괜찮아. 엘리샤.”

“그렇게 거짓말 하실 거에요?”

엘리샤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손목에 감춰졌던 워치를 걷어내며 말했다. 드러난 그의 워치는 정각을 향해 다다르고 있었다. 



“올리비에 씨로부터 들었어요. 당시 검사결과도요. 제독님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침식 억제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요....... 그래서 화가 나요. 제독님. 저에게 거짓말을 하고. 모두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움직이는 그 모습까지 전부다요.”

엘리샤는 짜증이 난 듯 전보다 거칠게 알콜솜을 문질렀고 로알은 흠칫 따끔한 통증에 몸이 움직였다. 씩씩거리며 문지르는 사이로 붕대로 감싼 손목을 쥔 엘리샤의 손은 놓지 않겠다는 듯 꼭 쥐고 있었다. 



“알고 있으니까. 더 움직이는 거지. 이대로 멈춰버리면, 결국 그대로 굳어버리고 마니까.”

로알은 그렇게 대답하며, 낙인처럼 차여진 자신의 워치를 소매에 가렸다. 그 결과에 대해서 모르는 건 아니었다. 변하게 된다니 혹은 자신이 아니게 되니까. 피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피하게 된다면, 지금의 엘리샤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저희 믿으셔도 돼요. 제독님. 그렇게 무리하실요가 없단 말이에요. 예전과는 다르게 저희는 이제 거대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고, 니콜라스 부사장님은 특히나 제독님을 후원해주시잖아요.”

“나에게 그 기회를 준 이상 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특히나 전장에서의 룰은 그랬으니까. 엘리샤. 어디까지나 뜻대로 혹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 수는 없는 거야. 그 전에 자네와 내 부하들이 끔찍한 함정에 빠지지 않게 막을 뿐이지. 물론 자네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이번에 노빌레가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후로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네. 싸우지 못하고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본 순간부터, 결국 내가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까.”

로알은 그렇게 대답하며, 수신화면에 비추었던 노빌레의 모습을 기억했다. 모든 것을 잃은 자의 절규와 비명. 자신이 손을 뗀 순간부터 그 끔찍한 결과물을 눈 앞에 봤을 때부터, 로알은 자신의 부하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집착에 사로잡혔다. 엘리샤는 노빌레가 겪었던 사태에서만큼은 선뜻 말할 수 없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때 부제독님이....... 더글라스 사의 추천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보아하니 더글라스 사장님께서 부제독님에게 버뮤다 구역의 권한을 주신 것 같았는데.....”

“들은 적은 있었네. 그리고 이 함대를 좀 더 포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독직을 위임할 거라는 사실도. 노빌레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축하해야 할 일이었네. 다만..... 그 결과가 안좋았을 뿐이지.”

“그래서 걱정이에요. 오늘부터 시작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런 사태가 터져서.......”

엘리샤는 그 대답 속에서 팔 부분의 상처를 처치후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싶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혹시 자신의 상의를 탈의를 해야 하는 걸까?



“그...... 죄송한데 상의를 좀 벗어야 하거든요?”

“왜 그런가? 품절남에 중년을 넘어가는 이 아저씨의 몸이 그렇게 궁금한가?”

“무.....무슨소리에요!? 제가 무슨 그런 취향인 줄 아세요!?”

엘리샤는 화가 나며 그의 얼굴을 때리려고 하자 로알은 농담이라며, 두 손을 피며 진정시켰다. 로알이 회색빛 런닝만 남기고 옷을 벗자 엘리샤는 자신의 모자를 내려놓고 몇 번이고 심호흡으로 진정시켰다. 아니라고 소리치긴 했지만 심장이 쿵쿵 거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자신의 귓가에 맴돌정도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뒤부터 할게요......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 아가씨.”

”그 아가씨라는 말 좀 빼요. 전 엄연히 오퍼레이터라고요!”

“그럼 아줌마라고.....”

로알의 대답에 엘리샤의 얼굴은 썩어버리는 사과처럼 일그러진 시선으로 까닥 소리와 함께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하 아직 팔팔한 20대에게 그런 말을 한다...... 캐서린 씨가 말 안듣면 '즉결처분' 해달라고 했거든요?”

“아무리 아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엘리샤. 상관을 그런 식으로 대해도......”

그의 대답을 하기 무섭게 엘리샤는 눈 웃음을 지으며,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자신의 허리춤에 찬 권총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시는 전장에 못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로알은 순순히 상의를 벗은 채 등을 보여주었고, 엘리샤는 옳지. 옳지. 라고 대답하며, 애기 다루듯한 목소리로 긁힌 상처가 있는지 확인했다. 

 


도대체 얼마나 자신의 몸을 갈아버릴 셈일까? 양 팔은 정말 애기들 장난수준이었다고 해야 할 정도로 깊게 파이거나 딱지조차 되지 않은 채 출혈이 나있기도 했다. 카운터 능력을 지녔다고 하지만 이 상처들을 어떻게 담당 의무관의 눈을 피하면서 작전을 진행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안 되겠어요. 잠깐 겉옷을 벗을게요.”

“뭐?”

“아주 그냥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요! 움직이기 불편할 것 같으니까. 수갑은 풀어드릴게요.”

 


절대 도망가시면 안 돼요. 엘리샤의 대답에 로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샤가 오퍼레이터 제복을 벗은 후 와이셔츠를 자신의 팔꿈치까지 당겼을 때, 햇빛조차 받지 않은 듯한 그녀의 백옥빛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피부를 어루만지며 쓰다듬었을 때, 로알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길 정도로 부드러운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헤벨레 하셔가지고는 바보 같아요 제독님.”

“자네의 손길을 쓰다듬고 멀쩡하게 유지하기 힘들 거든. 조만간 자네의 옆에 버텨줄 든든한 남자에게도 말이야.”

“진짜 그런 말하면.... 혼낼 거에요!”

엘리샤의 반찬투정을 하는 소녀처럼, 그의 등을 꼬집었고 로알은 아프다는 듯 손을 들었다. 엘리샤가 군데군데 새겨진 상처들에 소독약을 묻은 알코솜을 문지르는 사이로, 로알은 사이사이로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주시하는 엘리샤의 시선을 느꼈다. 등의 대부분에 손을 대는 사이로 문득 자신의 목덜미에 손이 닿았고 로알은 그런 그녀의 손을 의식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제독님.”

“왜 그런가?”

“지금의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철학적인 질문인 것 같군.”

“이게요? 그냥 간단하게 묻는 건데요? 지금의 제가 이 함대의 오퍼레이터이면서도 함대를 대리를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에 묻는 거니까요. 사실 다른 오퍼레이터들 중에서도 저보다 출중하거나 뛰어난 애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제독님은 아직 여러가지로 부실한 절..... 오퍼레이터로 임명하셨잖아요. 사실 노엘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엘리샤는 그렇게 말하며, 딱지가 터진 채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상처를 소독을 하며, 물었다. 그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웃긴 선택이기도 했다. 지옥에서 '대어' 를 낚았던 이 남자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일까? 



“처음에 제독님은 단순히 능률이라던가 능력 때문에 부른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제독님이 눈이 높은 것도 아닐 테니까요. 아니면...... 제가 겪었던 일들이 기억이 나서 절 뽑으신 건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는 건가? 엘리샤?”

“많이요.”

엘리샤는 그렇게 대답하며, 그의 상처에 손을 대던 손끝이 망설임을 느꼈다. 그런 그녀의 손 끝에서 차가운 한기가 퍼져옴을 느꼈다. 북부 샤레이드라는 이름의 호흡만으로도 안에 있는 숨이 얼어붙는 기분. 



“그대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얼어붙는 눈보라 속에서,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부모도 잃고..... 제가 있었던 학교도 모든 것도 없어져버렸으니까요. 침식체들은 자비조차 없었으니까요.”

그 뒤로..... 가까스로 다른 도시에서 도착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남아있는 건 없었다. 그대로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몸이 차가워지고 짙은 피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을 때,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오며 자신의 몸을 안아주었다. 엘리샤는 자신을 안았던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쥔 그의 손목과 손에서 그때 자신을 안았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으니까.



“그렇게 처음으로 제독님과 만나게 되었죠. 물론 전..... 제독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요.”

“자네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네. 일단은 그런 혹한에서 죽어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가요? 제가..... 침식체가 될 수 있었는데도 말인가요?”

엘리샤는 진담 같은 목소리에 로알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시선이었다. 그래. 그것이 로알 벨치카였으니까. 이 남자는 바보 같이 자신을 딸이라고 생각하듯 치료해주었다. 심지어는 캐서린을 만나면서까지 자신을 소개해주었다. 심지어는 로라에게까지도 자신은 '언니' 라고 부르며, 소개해주었다. 자신은 핏줄과 연결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로알은 복잡해지는 엘리샤의 머릿 속을 천천히 정리해주듯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엘리샤 지금의 자네가 이곳에 있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 축복이기도 했네. 캐서린은 더욱 기뻐했으니까. 자네가 이름있는 오퍼레이터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을 거뒀다고 했을 때, 로라가 태어난 만큼이나 기뻐했지.”

“사실.... 운이 좋았던 거에요. 아슬아슬했으니까요.”

“결국은 그렇게 되서 이런 장난 좋아하는 아저씨의 밑에 있게 되지 않았나?”

“제독님. 정말.......”

로알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엘리샤는 못말리겠다는 듯 쿡 웃어버렸다. 등의 상처가 서서히 마무리 되어갔을 때, 엘리샤는 저....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손을 대며 말했다.



“제독님. 이제...그..... 앞을 확인해봐야 하거든요?”

로알은 엘리샤가 준비도 하기 전에 돌렸고, 엘리샤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는 그 사이로 로알의 상체는 군데군데 짙은 상처들이 드러나 있었다. 



“으 진짜....... 마음의 준비를 좀......”

“앞으로 많이 보게 될 텐데 상관없지 않나?”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변태 같잖아요! 제가 무슨 그런 취향인 줄 알아요!?”

엘리샤는 웃기지 말라는 듯 제독의 볼을 꼬집으며, 그런 모습은 더더욱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힘을 주며 알콜솜을 대려고 했을 때, 앉아있던 의자가 갑자기 뒤로당겨졌고 엘리샤는 중심을 못 잡은 채 넘어지려고 했다. 갑작스럽게 넘어지는 엘리샤의 로알은 그런 그녀를 붙잡고 안았다.



“아야야......”

“괜찮나? 엘리샤?”

그의 물음도 잠시 엘리샤는 따뜻하면서, 듬직한 그의 품에 안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움직일 수 없었다. 로알은 엘리샤를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엘리샤는 어린 애처럼 꼭 쥔 채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저기.... 잠깐만 있어도 될까요?”

“왜 그렇게 해야 되지?”

“진짜.... 제독님은 어떻게 결혼하신거에요! 여자 마음을 이렇게 모르시는......!?”

그녀의 호령에 로알은 고개를 갸웃한 채 가만히 있었다. 시키는 대로 그와는 다르게 엘리샤는 따뜻한 그의 품에 있는 것만으로도 캐서린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찼다.

 


“하.... 이러면 안 되는데.....”

“무슨 소리인가? 엘리샤.”

“무슨 소리라뇨! 당연한거 아니에요? 지금...... 제독님은 결혼하셨고, 제가 지금...... 유혹에 넘어가서 외도를 한거나 다름이 없잖아요! 이건.... 그..... 유혹의 함교 시즌 3의 한장면이잖아요!”

유혹의 함교? 매일 집에 올때마다 캐서린이 보던 그 드라마 말인가? 약간 떠오르긴 했지만 어우 저 나쁜 년! 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극중 몰입을 하던 캐서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우연히 본 장면에서는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제독의 어머니가 프레데리카를 직접 찾아가며, '이 도둑 고양이가 누구보고 어머니야!' 라고 말하며, 뺨을 때리거나 제독을 너무 사랑했던 프레데리카가 아내와 제독의 가족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독과 키스를 하며, 이제 이 남자의 여자는 저에요! 어머님! 제가 이 여자보다 더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다고요!' 라고 말하자 제독의 어머니가 처...천한 것이 감히!? 라고 분노하다가 억! 소리를 내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머릿 속에 스쳤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지만 자네가 말한 그 장면이 무엇인가?”

“그거라고요! 제독님을 몰래 짝사랑 하던 프레데리카가 아내 몰래.... 서로 사랑에 빠진 채 의무실에서 외도를 하는 그 장면! 그 역할을 제가 했단 말이에요...... 분명 캐서린 씨는 주인공 아내의 마음이겠죠? 단단히 절 원망할거고. 도둑 고양이 같은 년! 감히 우리 남편을! 하면서 절 싸대기를 때리겠죠?...... 아...... 전 이미 죄악을....”


 

'아내는 그런 사람이 아닐세.'


 

“에?”

엘리샤의 물음에 로알은 웃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죠? 라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이 남자는 사람 속이는 능력이라고는 아예 없었다.



“정말.... 캐서린 씨가 신경쓰지 않으신다고요?”

“캐서린은 전쟁터에 피투성이가 되는 걸 더 싫어하네. 차라리 바람 피우는게 속 편하다고 했거든.”

“말도 안돼요. 캐서린 씨가 그렇게 성모님의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고요!? 캐서린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거고 절 도둑 고양이라고 부를게 뻔한데 아무것도 안할리가 없잖아요!”

엘리샤는 유혹의 함교의 외도를 한 프레데리카가 되어버린 듯 점점 심연에 빠져드는 것 같은 설명을 했고, 로알은 그런 엘리샤의 모습에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으며, 대답해주었다.



“걱정하지 말게. 욕은 내가 먹으니까. 그리고 캐서린은 그 드라마처럼 싸대기를 날리지 않네.”

캐서린의 사랑. 이라는 강철 몽둥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진정이 그나마 효과가 있었는지 엘리샤는 김 새는 밥솥처럼, 열기를 식히며 기어들어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그러면.....좀 더.....”

로알의 대답에 엘리샤는 후 소리를 내며 그의 품에 안겼다. 로알이 칠칠 맞지 못하게 흐트러진 머리칼을 다듬듯 쓰다듬었을 때, 엘리샤는 문득 '변태같은 시선' 이 자신에게 집중되어있는 걸 느꼈다. 굳게 닫혀진 의료실 문 바깥으로 하노마크가 호오. 소리를 내며, 자신의 드론으로 실시간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 



“하. 노. 마. 크! 이 빌어먹을 인간아!!!!”

엘리샤는 괴수의 표호를 지르며 그를 뒤로하고 필사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하노마크는 곧바로 드론을 뒤로하고 엘리샤의 추적을 피해 잽싸게 도망치듯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 프레데리카도 울고 간다는 전설의 장면! 엘리샤 씨 다시 봤어요~! 이거 유혹의 함교보다 더 재밌는데요!”

“하노마크! 당장 쏴버리기 전에 당장 내놔요!"

“아! 됐구요~ 도둑 고양이 씨. 4주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하노마크는 킥킥 소리를 내며 도망쳤고 엘리샤는 자신의 옷 매무새도 다듬지 못할 정도로 필사적인 시선으로 쾅쾅 거리며, 그녀를 미친 듯이 추격했다. 둘의 광기어린 추격전 속에서, 로알은 자신의 몸을 정성스럽게 묶은 붕대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자신의 옷을 입은 후 의무실 밖으로 나갔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