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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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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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그리고 비수. 이 두 가지는 상대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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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버 지부. 

미국 세인트 루이스 시내.

 


벨치카 함대와 델타세븐의 뉴 엔터프라이즈 함선을 선두를 시작으로 세인트 루이스 시내로 진입했을 때, 도시 내부에서는 청록빛의 연기가 눈에 보일정도로 바람처럼 흩날리고 있었고, 그 흐름의 끝에서 연보랏빛과 적 보랏빛이 눈에 보일정도로 타고 올라가는 거대한 침식수가 그 연기를 흡수하며 서서히 성장하고 있었다. 성장하는 침식수에서 울려퍼지는 인간의 소리라고 할 수 없는 기괴한 울림은 시내로 진입한 함선내 승무원과 병사들에게 들려왔고, 그 소리는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섬뜩한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브리핑에서 보긴 했네만.... 지금 거대 침식수가 스톤돔을 뚫고 나올 경우의 수는 상상도 하지 못하겠군.”

“뭐, 그 전에 끝장을 내버리면 되니까요. 중장님.”

“가능한 한 전투 가능한 병력들을 모아야하네. 대령. 후속함대가 있다고 하네만 지금 장비를 제대로 보급을 받지 않은 채 대기를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마리아의 대답에 제이크는 가볍게 몸을 풀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선글라스 바깥에서 병사들과 카일 그리고 실비아는 섬뜩하게 들려오는 거대 침식수의 울림에 긴장의 독이 퍼진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다들 잘 들어. 말했듯 중장님의 지시대로 하면, 저 귀찮게 하는 놈을 처리할 수 있어. 겁먹지 말고. 지시대로 움직이도록 해. 또 계집애처럼 대령님 살려주세요. 라고 칭얼대지나 말고 알겠나? 브라이언 대위?”

“아! 네.... 알겠습니다. 대령님.”

대답은 하긴 했는데, 여전히 겁먹은 건 여전하구만. 카일은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긴하지만 투덜과 징징의 여신인 실비아가 공포영화에 겁을 먹은 소녀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옆에 구닥다리 기계나 만지작 거리는 방구석녀인 줄 알았던 그에게는 참 재미있는 광경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그냥..... 저렇게 기괴한 건 처음이라서 그래.......”

“그래? 보기만해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기 직전인데? 뭐, 무서우면 이 제이크 오빠에게 품에 안겨서 울어도 된다고? 실비아?”

“진짜 그 느끼한 목소리 때문에.... 떨리던 내가 더 바보 같잖아!”

이제야 정신이 들었나? 덤덤하면서 두려움을 잃지않는 그의 모습에  전과는 다르게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아보였다. 엔터프라이즈 함선이 목적지의 교차로에 다다르자 마리아는 곧바로 이동중인 벨치카 함에게 수신을 보냈다.

 


[곧 흩어져야 하네. 말했듯 브리핑 대로 진행한다면, 문제는 없을 걸세. 행운을 빌겠네.]

 


[중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대답속에서 로알은 그녀에게 경례를 표했고 마리아는 건투를 빈다는 시선으로 그의 경례에 답하듯 경례를 해주었다. 수신 화면이 끝난 후 각 함대는 목표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델타세븐의 함대가 서서히 멀어지는 사이로 엘리샤는 목표지점에 도착하자마자 포드에 대기중인 알트와 펜릴소대에게 출격 신호를 보냈고, 벨치카 함에서는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침식체들의 위치를 향해 빠른 속도로 강습하기 시작했다.



 

시내에 있던 침식체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적을 인식하며,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각 움직임은 하노마크의 하이브를 통해서 빠른 속도로 감지되며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었다.

“현재 소대가 설정된 포인트에 강습. 지원부대 또한 속속들이 소대를 지원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습니다.”

“함선을 현재 고도에서 대기시키고 있게. 포인트를 확보하는 대로 해당 위치에 전선을 형성한 후 이 포인트를 중심으로 함대들을 집결시키게.”

“알겠습니다. 포인트를 확보중인 소대에게도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엘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인트 확보를 진행 중인 알트와 펜릴소대의 서윤과 힐데에게 연락망을 가동하는 사이로 지상에서는 알트와 펜릴소대가 침식체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시윤! 놈들이 알트소대에 접근하지 못하게 위치를 지키고 있어!”

“네네~ 이미 알다싶이 저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요!”

주시윤의 그렇게 말하며, 지원사격을 진행 중인 알트소대에 접근하는 침식체를 제압하며 대답했고 알트소대는 상륙포인트를 기점으로 몰려오는 대규모의 침식체들에 맞서 지원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쳇... 진짜 바글바글하네. 간만에 먹었던 것들 한꺼번에 소화시키게 생겼는데?”

“이때... 샤오린이 없는게 아쉽네요.....”

“그건 그거고 다들 정신차리고 화력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펜릴이 길을 여는 사이로 저희도 곧바로 행동을 개시합니다.”

서윤의 대답에 둘은 묵언의 대답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시윤이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평소에 자리잡고 화력을 지원하고 있어야 할 김소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저기 죄송한데, 우리 소심쟁이 소빈양은 어디갔습니까?”

“포인트 확보를 해야한다고 해서요. 상황인 상황이니 일단 첫번째 침식수 구역은 저와 힐데 대장이 들어갈 테니, 죄송하지만 유진과 함께 외곽 엄호를 부탁할게요.”

“소빈양이요?”

“네. 이래뵈도 소빈양은 죽음의 벙커 버스터거든요. 뭐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말리지 않을게요.”

“아 아닙니다. 소빈양이 이미 미나양으로부터 많이 들었으니까요.”

주시윤의 대답 사이로, 포인트에 하노마크의 레기온과 도베르만이 자리를 잡으며 전선을 형성하자 힐데는 이동! 이라고 소리치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 병력과 주시윤에게 손짓했다. 슬슬 출발인가? 주시윤은 잠깐의 휴식시간을 끝내며, 첫번째 포인트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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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소대가 전진하는 틈으로, 벨치카를 선두로 한 함대가 서서히 들어오는 사이로 김소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서서히 상공에서 하강 중인 벨치카 함대의 함선들을 바라보았다.

“아..... 정말 크고 아름다운 함선들이네요.”

그 대답 속에서, 김소빈은 주변에서 하강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주변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신호를 보내던 병사 중 한 명은 김소빈을 의식한 듯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 김소빈은 멍한 시선으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병사의 발소리를 들은 듯 천천히 고개를 돌아봤다.



“알트 소대의 김소빈 아닙니까?”

“아 네..... 서윤 대장님이 이곳을 '포인트' 를 잡아달라고 해서요.”

“그렇습니까? 아직 저희 쪽에서는 알트 소대원이 도착한다는 내용을 못 들어서....... 그리고 이곳은 아직 침식체의 공격을 받지 않는 지역인데, 오실 필요가 없었습니다.”

병사의 의아하면서도 의심이 섞인 물음도 잠시 축 늘어진 채 바닥을 향하고 있던 그녀의 미니건의 총구는 자신에게 다가온 병사와 뒤에서 신호를 위해 보내고 있는 병사들 그리고 기지를 향해 겨누어지고 있었다. 병사가 섬뜩한 살기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을 때, 김소빈은 입이 찢어질 것 같은 광기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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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여기가 첫번째 포인트입니까? 그런데 여기는 뭔가 중요한 통신 시설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브리핑 정보에 따르면, 이곳입니다. 시설 내부에서, 고등급 침식파가 감지되고 있구요.”

서윤은 감지기를 토대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설명했고, 셋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시설내에서 퍼져오는 거대한 침식 파편의 코어에서 빠져나오는 거대한 연기를 바라보았다. 갈대처럼 흩날리는 움직임 사이사이로, 그 움직임에 이끌리듯 보랏빛의 기운들이 빨아들이고 있었고, 그 빨아들인 기운들은 곧바로 미주리 식물원에 자리 잡은 거대한 침식수가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며, 흡수한 기운들을 보내고 있었다. 




“참 상공에서 보긴 했습니다만, 보기만 해도 끔찍한 곳이군요.”

“말했듯 목표는 간단해. 브링어가 나가기 전에 침식수 코어를 파괴. 파괴 후 다른 목표 지역으로 이동.”

“뭐 그렇긴 합니다만, 저희 넷이 우르르 들어가기에는 이미 장악된 도시다보니 포위당하기 쉬울 것 같은데요?”

“제자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서윤에게 떠넘기는 수작이니?”

“뭐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이곳에 꽤나 문외한이지 않습니까? 만약에 저희가 처리하고 나왔을 때, 우리를 포위하게 된다면 꽤나 난리 날 것 같구요.”

“주시윤의 말도 맞긴 해요. 그리고 지금 병력은 와해된 채 퇴각한 상황이니, 저희 둘로도 충분할 것 같구요. 그리고 저희 유진이랑 시도 때도 없이 치고박고 싸우는 걸 좋아하는 샤오린도 없으니, 좀........ 오래걸릴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죠? 서윤의 대답에 주시윤은 모처럼 든든한 '아군' 을 얻었다는 기분으로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제발 좀 들어가면 안될까? 싶은 시선으로 주시윤에게 경고를 하듯 쳐다보자 서윤은 아하하 웃으며, 그런 힐데를 대신해서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주시윤의 말이 맞아요. 대장님. 후속부대를 대기시켜서 위험이 발생했을 때, 합류하자. 제 입장에서도 나름 나쁘지 않는 초이스라고 생각하고요.”

“제자야. 있다가 끝나고 넌 바로 부사장이랑 1:1 미팅할 준비나 해.”

“에!? 스승님! 서윤 대장님도 말씀하셨지 않았나요? 전투통계 DPS 데이터 기록을 보시면......”

그 와중에 자신이 억울함을 데이터로 넘어갈 꼼수를 부리다니, 힐데는 팔짱을 낀 채 주시윤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서윤은 그런 힐데를 말리듯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럼 우리가 내부에 있는 침식수 코어를 파괴하는 동안 유진이랑 대기해주세요. 우리가 파괴하는 데로 신호를 보낼게요. 유진아. 외곽 상황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얘기해. 이동하시죠. 힐데.”

서윤의 대답과 함께 힐데는 자신의 두 자루의 검을 꺼낸 채, 시설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둘이 시설내부로 들어가자마 주시윤은 모처럼의 휴식시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지개를 폈다.



“후우..... 모처럼의 농땡이 부릴 시간이 찾아왔네요. 합류병력이 도착예정이고..... 스승님이 금방 찾아서 부수고 오는 동안 못했던 것들이나 해볼까나~”

주시윤은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꺼냈을 때, 잠잠했던 유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주시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얘기를 하는 건가 싶은 시선이었지만 그 시선은 평소의 유진이라고 하기에는 인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갸웃하는 그의 시선에서 문득 유진의 손목에 차여있을 것 같았던 시커 장비가 없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유진 양? 지금 시커 장비는 어디다 두신 거죠? 브리핑 전에 꼭 착용해야 한다고 중장님이 말씀.....?!”

주시윤의 물음도 잠시 그의 눈 앞으로 자신을 개걸스럽게 먹어치우려는 듯한 '탐욕' 이 느껴졌다. 그 기운 속에서, 유진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품 속에 권총을 자신에게 겨누고 있었고, 그런 유진을 뒤로 잠식된 수많은 침식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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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멀리서 들려온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소리는 생각보다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었다. 앞장서던 힐데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을 때, 그 소리는 주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힐데가 주시윤과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수신기키려고 했을 때, 서윤은 이미 유진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응. 그래? 알았어. 확보하는 데로 바로 나갈게. 응. 끝나는데로 보고해주고.”

“무슨 일 있는 거야?”

“외곽에 침식체들과 교전이 벌어졌나봐요. 일단 막고 있다고 하니, 서두르죠.”

서윤의 대답과 함께 힐데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식수가 있는 기운을 따라서 시설 내부 통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지만 시설내부는 이상할 정도로 한적했다. 침식체들의 흔적이 가득 차 있거나 내부에 코어를 지키는 적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부는 정적만이 가득 차 있었다. 바깥에서만 봐도 침식파가 가득히 퍼져오는 것 같았는데, 내부는 이상할 정도로 적막했다.



“정말 여기가 맞는 거야? 분명 정보대로라면, 놈들이 기다리고 있어야 되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힐데의 물음도 잠시 자신의 귓가에서 총기의 안전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설내 낡고 허름한 거울에서 서윤이 장전을 한 채 자신을 조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힐데가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살기를 느끼고 뒤돌아 봤을 때, 드러나지 않았던 서윤의 눈 앞으로 자줏빛의 기운이 퍼져오고 있었다. 불쾌한 기운. 그 사이로 서윤은 고개를 갸웃하고 짙은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아가씨를 위해서.'




그녀의 유탄이 발사되고 힐데가 뒤늦게 양손에 쥔 검을 막았을 때, 옥상에 거대한 폭음과 함께 자욱한 안개로 뒤덮기 시작했다. 그 폭발은 이내 시설내부를 가득히 퍼져올 정도로 격렬한 흔들림과 이명이 울릴 정도의 가득한 폭발이 건물전체를 휩쌓였고, 그 폭음은 상공에서 대기중이던 벨치카 함에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그 폭음과 함께 회선이 유지되던 카운터 소대원들의 응답이 일시에 끊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상황을 보고하게!”

“A 구역에 진입한 힐데와 서윤을 포함한 소대원들의 신호가 끊겼습니다!”

엘리샤의 대답도 잠시 옆에서 대기중이던 함선이 지상에서 나온 수많은 화망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고, 이내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에 휩쌓인 채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함선에 엄청난 충격이 울려퍼졌고 함교 창문 밖으로 전방 선체가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벨치카 전방 선체 손상! 엔진 출력 30% 감소!”

“벨치카 함 전방으로 대함 미사일이 감지되었습니다!”

“함선 회피기동!”

로알의 대답과 함께 함선이 빠르게 회전하며 움직였고 대함미사일은 함선 옆으로 터지며, 함교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전달했다. 로알은 곧바로 자세를 잡으며 혼란에 휩쌓인 함교내 승무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엘리샤 함선의 상태는!?”

“전방 선체와 1번과 2번 엔진에 화재 발생! 선체가 출력을 잃고 빠르게 하강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과 함께, 지면에 무수한 탄막이 함선을 공격하고 있었다. 로알은 그 밑으로, 자신이 느꼈던 자줏빛의 망령의 기운을 느꼈다. 거대한 미니건과 다수의 대함 장비로 무장한 김소빈이 상공에 떠있는 다수의 함선을 향해 무차별 적으로 사격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광기의 미소를 지으며, 대함 클러스터 미사일을 한손에 든채 상공에 떠있는 함대를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엘리샤! 비상 착륙을 가동하게!”

“하지만 지금 상태로 착륙을 시도하게 되면, 함선이 좌초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이탈하기에는 녀석의 화망에 들어왔네.”

그 대답 속에서, 함선에 충격이 함교까지 전달되자 엘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함교내에 긴급상황을 알리는 벨을 울리며 함선내 모든 소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함선 벨치카! 긴급 착륙을 시도합니다! 반복합니다! 함선 벨치카 긴급 착륙 시퀀스를 가동합니다! 함대내 승무원들은 충격에 대비해주십시오!]

 


그 대답과 함께, 화염에 휩쌓인 채 서서히 기동력이 떨어지는 벨치카는 상공에서 빠르게 도심지가 있는 곳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하강하는 고도 사이로 김소빈의 쥔 미니건과 대함 미사일이 발사되며 지면으로 착륙하는 벨치카를 향해 무자비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함선 중앙부와 후면 장갑파괴! 현재 고도는 2000미터!”

“함선이 지면에 착륙 즉시 시커 시스템을 발동시키고 함선내 모든 승무원과 병력에게 시커장비를 착용후 전선을 형성하게.”

로알의 명령에 엘리샤는 고개를 고개를 끄덕였다. 함선은 빠르게 고도가 하강되며 도심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손에 잡힐 정도로 빠른속도로 지면에 하강하고 있었다. 함선이 지면을 감지하자 선체 하부의 부스터가 활성화되었고, 화염에 휩쌓인 함선은 주변의 건물을 부수며 수많은 건물이 뒤덮은 도심지 내부에 불시착했다. 



함선이 불시착하자 함교내에서 크고 작은 화염이 발생했고 승무원들은 급하게 일어나며, 화재를 진압하는 사이로 엘리샤는 함선내에 시커 시스템을 활성화시켰고 불시착한 함선을 중심으로 백색빛의 보호막이 활성화되었다. 함선이 불시착하자마자 로알은 자신의 손목 시계를 착용하고, 곧바로 수신기를 활성화 하며 미라와 시현을 호출했다.

“미라. 시현 다들 괜찮나?”

 


[네.... 괜찮아요. 시현이도...]


 

미라의 대답도 잠시 시현은 미라의 수신화면 밑으로 아기자기한 손을 흔들며, 살아있다는듯 신호를 보냈다. 수신 화면 옆으로 샤오린은 갑작스럽게 공격하는 소빈의 모습에 눈조차 감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쟤..... 왜 저러는 거야? 소대원은? 대장님.... 도대체....?”

“샤오린. 정신차리게!”

“다들.....도대체.... 왜...!?”

“샤오린!”

로알의 외침에 그녀는 뒤늦게 정신이 든 듯 로알을 바라보았다. 경련이 일던 자신의 손은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고, 로알은 자신의 두 팔을 잡으며, 이성을 잃고 있던 자신을 붙들고 있었다.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그녀의 대답도 잠시 엘리샤는 다급하게 달려오며 시커 장비가 담겨진 함을 가져왔고, 로알은 곧바로 그녀에게 시커타입 장비를 그녀에게 주었다. 아무 생각도 이성도 잃어버린 듯한 시선에서 로알을 바라보았을 때, 그는 잃어버릴 것 같은 자신의 정신을 붙잡듯 바라보고 있었다. 로알은 지금의 그녀의 상태로는 전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에서 추스리고 있게. 나와 프람소대가 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막아야 하니까.”

“네....제독님.....”

“걱정말고 있게. 곧 끝날 테니까.”

로알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자 샤오린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알은 자신의 워치를 착용한 채 함교 밖으로 나가며, 함선 내부로 들어오려는 침식체와 망령을 베어버리며, 지면에 착지했다. 로알의 서리도끼가 빠르게 회전하며 달려드는 침식체들을 토막내는 사이로, 미라와 시현이 합류하며, 함선 바깥으로 나갔다.



“각 병력들은 내부에 침투하려는 적들을 제압 즉시 함선을 중심으로 전선을 형성한다! 하노마크.각 격납고에 있는 놈들을 전부 털어서라도 벨치카를 지키게.”

 


[지금 각 함선내 중파 상태라..... 화재가 심해서 타이탄과 함께 진압을 하고 있으니까. 시간을 벌어주세요! 타이탄 서둘러!]

 


하노마크는 그 대답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타이탄과 함께 움직이자는 손짓과 함께 수신이 끊겼고, 로알은 함선 내부로 들어온 침식체를 섬광의 검으로 베어버렸고, 그 사이로 미라와 시현이 빠르게 합류하며 로알의 배후를 노리는 침식체를 저지했다.



“제독님. 승무원들은 괜찮으세요?”

“일단은. 둘의 상태는 괜찮나?”

“응.”

시현의 대답에 로알이 안심하는 사이로 프람소대를 향해 달려오던 침식체들이 갑작스러운 섬광의 탄환이 일제히 관통되며 나뒹굴었고, 로알은 함선 후방에서 저격총으로 조준하고 있는 샤오린을 바라보았다. 한번의 호흡 속에서, 탄환은 다시 한 번 발사되었고, 그 탄환은 뒤틀린 원거리 무기를 사격하려던 침식체의 머리에 정확하게 박혔다. 프람 소대가 로알에게 다가가는 샤오린의 모습에 경계를 취했지만 로알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녀는 정신이 든 시선으로 로알을 바라보며 말했다.



“곧 놈들이 함선을 파괴하기 위해 몰려올 것입니다. 제가 포인트를 잡아서 엄호할테니, 후속부대가 합류하실 때까지 버텨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엄호를 부탁하겠네. 샤오린.”

로알의 대답에 샤오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로알은 프람 소대 둘과 하노마크가 보낸 레기온과 도베르만을 이끌고 함선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함선 바깥에서 저격 스코프를 통해 확인했을 때, 자욱한 죽음과 비명으로 가득 찬 건물 바깥으로 수를 헤아리기 힘든 엄청난 수의 침식체들과 구울들이 추락한 함선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

 



자욱한 연기. 서윤은 사용한 류탄을 부드럽게 장전하며 힐데가 있었던 자리를 살펴보았다. 도망친건가? 싶었지만 류탄에 피격을 당한 듯 군데군데 피의 흔적이 가득했다. 서윤은 치명상을 입었다는 걸 안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주변에 숨어있다는 걸 알고있다는 듯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안에 있는거 다 압니다. 대장님. 고통과 모습을 숨긴다고 해도 제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나오시면 제가 직접 '그분' 께 얘기해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순순히 나오십시오. 힐데 대장님.”

그 소리도 잠시 산산조각난 유리파편을 밟는 소리가 들렸고 서윤은 곧바로 돌격소총을 들어 사격했다. 그 사격을 한 틈으로 힐데는 빠르게 달려왔고, 서윤은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서윤을 제압한 힐데는 옷이 찢겨져 있었고, 유탄 파편이 박힌 듯 짙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날 쏜 거지?”

“참 전부터 봐왔지만 힐데 당신은 정말 피아식별이란 건 신경쓰지 않고 들이대는 타입이군요. 당신은 예전부터 그랬죠. 너무 우습게도 순순히 대첩의 '희생양이 될 곳을 향해 자기 발로 기어들어갔을 뿐이죠.”

“그게 무슨 소리지?”

“......”

“당장 대답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힐데의 물음에 서윤은 숨겨왔던 자신의 '망령' 의 기운을 드러내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이제 당신도 저희와 함께하게 될 테니까요.'



서윤은 그 대답 속에서 시선을 보냈을 때, 짙게 깔린 주변으로 엄청난 숫자의 망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망령의 숲 속에서, 그들은 뭔가를 의식하듯 그들이 일제히 한곳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들 속에서 브링어가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있었다. 금빛의 용문양과 검은 갓을 두른 그를 중심으로 수많은 망령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를 찬양하듯 말했다.




“아..... 브링어님. 아가씨의 선택을 받으신 자여.....”

“가련한 망령들로부터, 절 위해 그토록 원하던 것을 찾았다고 하소연을 들어서 말입니다. 처음에는 흔한 풍문이라 생각했습니다만...... 호오 놀라운 힘이군요. 그 검과 당신의 손목에 차있는 워치는 특히나 말입니다.”

“맞습니다. 이 여자가 가지고 있는 힘은 특히나 브링어님에게 마음에 들 것입니다.”

서윤은 그 대답 속에서, 눈을 부릅뜨며 힐데를 주시했을 때, 힐데는 칫 소리를 내며 붙잡고 있던 서윤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녀가 자신을 주시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힘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퍼져왔다. 치명상을 입은 자신의 상처를 가리고 힘겹게 호흡하는 사이로 주변의 망령들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소용 없습니다. 힐데. 이곳에서 당신이 선택할 거라고는 저희와 함께하는 것밖에 없을 뿐.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아가씨와 재경그룹을 위해서 요긴하게 쓰이게 될 것입니다.”

“재경그룹?...... 그래. 그렇게 날 원한다? 웃기는 소리. 너희들이 그렇게 날 파고들어서 찢어발기기 전에 나도 당하지만은 않아. 이래뵈도.....

 


'나도 나름 최후의 선택이라는 게 있거든?'

 


힐데의 대답도 잠시 브링어는 고개를 들며, 놀란 시선으로 힐데의 몸에서 활성화된 클리포드 장비를 활성화시켰다. 그 빛과 기운은 이내 수많은 망령들의 눈을 부시며,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지만,  그는 입가에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클리포드 능력이 활성화된 그녀를 보며 말했다.



“호오. 그것이 당신이 숨겨놓은 새로운 '비기' 라는 것입니까?”

브링어의 물음에도 힐데는 침묵 속에서, 자신의 두 자루의 검을 쥐고 있었다. 강인하면서, 상대에게 전율을 피어오르게 하는 두 자루의 검. 그런 그녀의 뒤로 활성화된 클리포드 모습에 브링어는 모두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보냈다. 자신을 공격할 생각인가 싶었지만 그는 오히려 두 손을 뒷짐을 진 채 자신을 향해 퍼져오는 기운을 맛보듯 음미하며 지켜볼 뿐이었다.



“아..... 이 즐거움. 아가씨가 제 손을 잡은 이후로 얼마만이지 모르겠습니다.”

“그 개같은 주둥아리에 검을 꽂아버리겠어!”

그 대답과 함께 힐데는 부스터를 발동하며 빠르게 달려들었고, 브링어는 눈을 감았다 바로 부릎뜨며, 자신의 눈 앞으로 수많은 망령들의 절규와 비명으로 가득한 벽을 만들었다. 힐데가 이를 악물며 양손에 쥔 검을 베었을 때, 브링어의 팔은 토막나 있었다. 


 

팔이 날아간 틈으로 힐데가 남은 브링어의 몸을 두동강 내려고 했을 때, 떨어진 팔은 경련을 일으키다가 힐데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 손바닥 밖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뿜었다. 힐데가 뒤늦게 자신의 장비로 공격을 막았지만 브링어는 자신의 품속에 찬 검으로 부상당했던 상처를 더 깊게 벌리는 일격을 휘둘렀다. 


 

끅. 소리와 함께, 힐데는 자신의 몸을 꿰뚫어버린 브링어의 팔을 소멸시켰지만, 그 일격은 서윤에게 당한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다. 그대로 무릎을 꿇나 싶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쥔 검을 쥐며, 자신을 노려보았고, 브링어는 호오 소리를 내며 그녀의 근성에 대단하다는 듯 남은 한쪽 팔의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만졌다.

“범인은 즉사했을텐데..... 대단하시군요. 화냥년들이라 생각했던 제 오만함을 반성하게 될 정도로 말이죠.”

“그 입 닥쳐!”

힐데는 그 대답 속에서, 자신의 손에 쥔 두 자루의 검을 휘둘렀지만 출혈로 인해 집중력이 점점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브링어조차 비웃을 정도로 가볍게 피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휘두르십시오! 더! 더욱 더 이 풍류에 몸을 맡기십시오! 화살에 맞은 암퇘지가 얼마나 버틸지 저도 궁금해지니까요!”

브링어는 킥킥 소리를 내며, 둔해지는 그녀의 공격을 피했고 검을 쥔 그녀의 귓가에서는 브링어의 몸 밖에서 들려오는 절망과 광기 그리고 조소의 울부짖음으로 뒤덮은 소리들이 고막을 찢어버릴듯이 들려오고 있었다. 브링어는 그 사이로 자신에게 퍼져오며 다가오는 그녀의 '클리포드' 를 느꼈다. 자신을 소멸시키기 위해 활성화 되어있지만 그는 가까이서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그녀의 기운을 흡수하며, 미칠 것 같은 향락과 맛에 취해 있었다. 




“좋아... 좋습니다! 역시 당신이군요! 서윤이 당신을 필사적으로 데리고 온 이유가 있었습니다. 후후후.... 당신의 그 격노가 인자가 결합되면 결합될 수록 저는 더욱 더 강해질 것입니다. 아가씨에 눈에 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존재로 말이죠!”

브링어는 그 대답 속에서, 그녀의 공격을 회피하며, 그 앞으로 꿰뚫린 상처를 향해 검을 휘두르 려는 순간 그의 앞으로 검은빛의 화살이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화살에 브링어는 바로 뒤로 물러났고, 힐데는 힘겨운 숨소리 속에서, 자신의 찢어진 상처를 감싼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쩡해보였던 브링어의 가슴에 정확하게 화살이 박혀있었고, 그는 칫. 소리를 내며 자신에게 화살을 날린 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브링어의 시선을 따라서 바라보았을 때, 그 앞으로 검붉은 흑빛의 단궁과 침식의 색채로 두른 갑옷을 입은 남자가 자신과 브링어를 향해 활을 쐈다는 듯 자세를 잡고 있었다. 브링어는 그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시선으로, 하아. 소리를 내며 화살을 쏜 남자를 향해 소리치듯 말했다.



“모처럼의 풍류를 즐기며 놀고 있는데, 소정 어르신도 너무하시는 군요.”

“네놈이 계집년의 칼에 썰리고 광대놀이를 하고 앉았으니 한심해서 못 봐주겠구나! 추잡하게 기생놀이를 할 생각이라면 당장 물러나거라!”

소정이라 부르는 남자의 호령에 브링어는 하는 수 없군요. 라고 대답하며 물러났다. 수많은 주름 속에서 드러난 그의 얼굴에서 힐데는 치명상을 입은 듯 바닥에 핏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자신을 끝장내려는 걸까? 싶었지만, 검붉은 빛으로 드러난 활을 거둔 채 그는 절규와 끔찍한 비명이 오고가는 바닥 위에 섰다. 사이사이로 드러난 칠흑빛의 갑옷. 갑옷의 정중앙에서는  금빛의 용이 새겨져 있었고 한 손에서는 2미터가 넘는 언월도를 쥐고 있었다. 



“화살로도 날 제압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내 앞에서 근접전을 하겠다는 거야?”

브링어는 쓸 때 없는 자신감을 품고 있는 힐데를 보며 비웃음을 드러냈다. 근접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저 자만과 오만. 그건 자신의 앞에 있는 소정에게는 아주 우스운 광대들의 익살스러운 이야기에 불과했다. 아니. 곧 알게 될 것이다. 그 목소리와 그 태도가 얼마나 오만한 질 말이다. 



그 생각도 잠시 힐데는 자신의 활성화된 클리포드의 부스터를 발동해 돌진하는 사이로,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순간 침묵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단 그는 눈을 감음과 동시에 힐데의 몸을 꿰뚫듯, 자신의 언월도를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소정은 조용히 양손으로 쥐고 있던 흑빛의 기운으로 뒤덮은 언월도를 가볍게 회전하며 한손으로 들었을 때, 힐데는 컥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에서 일격에 베어진 상처를 중심으로 피가 가득히 흩뿌려졌다. 그녀의 구성하던 인자는 일제히 꺼졌고, 이내 무릎을 꿇은 채, 예리하게 파고들고 있는 통각을 견디지 못한 채 몸을 웅크렸다.

“아. 그런 오만함을 드러냈을 때부터 알아봤지요. 역시나 이런 결과일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브링어는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그녀에게 터벅터벅 걸어온 채, 몸을 숙이며 전투불능이 되어버린 그녀를 바라보았다. 흐릿해지는 그녀의 시야 앞으로 검붉은 빛의 갑옷을 두른 남자의 등에서는 색이 바래진 금빛 용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너희들은 뭐지 도대체.....!?”

“이 분은 소정 어르신. 저희 재경그룹의 총수 직속 경호부대이며, 동시에 당신의 후세대가 흔히 부르는 관리실패 때, 그룹과 함께 몰락했던 대 침식전 부대.


 

'장용영의 초대 근위대장님이십니다.'


 

장용영...? 그 대답 속에서, 소정이라 부르는 노년의 남자는 자신의 언월도를 뒤에 장착한 채 피투성이가 된 채 몸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힐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소정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냉혹한 시선으로 브링어를 바라본 후 입을 열어 말했다.

“앞으로 이런 환쟁이 같은 짓거리를 한다면, 그땐 네놈 또한 목숨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곳은 네 놈을 위한 광대극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소정 어르신. 다음에는 탈이 없게 끔 진행하겠습니다.”

브링어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고 그는 자신의 무장을 갖춘 채 천천히 바깥으로 나갔다. 그의 발소리에 주변에 있던 서윤과 지켜보던 망령들은 침묵 속에서, 그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가 사라지고 난 브링어는 이제 시작해볼까요? 라는 시선으로 힐데를 바라보았다



“손을 대면..... 죽여버리겠어.”

“손을 대다니요. 전 그렇게 파렴치한 백정 같은 놈은 아닙니다. 아주 잠깐 바꿀 뿐이죠. 고통과 역겨움으로 뒤덮은 전란의 고통에 헤매던 당신이 아닌........”

 


'아가씨를 위해 사는 새로운 시녀를 말이지요.'

 


“시녀.....웃기지마. 내가 그딴 걸 된다고....!?”

그녀의 반박도 잠시 힐데는 목이 턱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안에서 돌이 생기며, 서서히 자신의 목구멍까지 올라가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 같은 괴로움이 느껴졌다. 그 앞으로 브링어는 손을 뻗었고 그의 손 바깥으로 고막을 찢어버릴 듯 움직이는 수많은 망령들의 절규와 굉음이 퍼지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당신은 곧 아가씨를 위해 섬기며, 전란의 고통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오로지 아가씨를 위해서 쓰이게 될 것이며, 몰락한 재경그룹을 위한 새로운 시작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목표니까요.'

 


그 대답 속에서, 수많은 망령들은 멍한 시선으로 브링어의 손길에서 탄생되는 또 하나의 '인형' 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주변에서 퍼져오는 섬뜩한 보랏빛의 절규와 비명의 연기들은 이내 멍해진 그들에게 입가에 가득히 미소를 짓게 만들고 있었고, 이내 두 손을 피며, 숭배를 하듯 깊은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