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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20)

 

 

 

 

 

김지석이나 앙헬이나, 결국 똑같은 인간들이었어요.

 

주인님이 그 쓰레기들 같지 않아서 제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르실 거예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62

 

“무적의 용, 주인님께서 부르십니다. 저를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거의 다 읽었으니 조금만 기다려다오.”


콘스탄챠 S2가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지만, 그냥 여기 앉아 조지 워싱턴 전기를 마저 다 읽는 게

 

훨씬 낫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나는 바이오로이드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곧, 나는 그 남자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배짱이 제법이잖아.”

 

“하던 일을 끝마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오.”


“하하하! 그건 나도 그런데. 뭐든 끝을 내지 못하면 개운하지 못하거든.”


그가 웃었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노려보기만 했다.

 

김지석. 삼안 그룹의 회장이자 얼마 전부터 나의 주인이 된 인간.

 

그 앙헬에게서 벗어난 건 좋았지만……솔직히 이 남자도 앙헬과 그리

 

다를 바 없었다. 어떤 부분에선 앙헬보다도 나빴다.

 

“숙소는 마음에 드나? 뭔가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말만 하라고.”


“없소.”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마. 저 바깥의 인간들은 나를 무슨 악마처럼 생각하지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왔다.

 

당장에라도 내 어깨에 올린 손을 베어버리고 싶지만 참아야했다.

 

“나는 내게 충성하는 이들에겐 꽤 관대하다고.”


“그래서 그 충성스러운 애덤 존스를 죽였소?”


“하!”


김지석이 짧게 웃더니, 갑자기 내 얼굴을 손으로 잡았다.

 

“방금 내 말을 달리 해석하자면, 난 내게 충성하지 않는 것들에겐 무자비하다는 거지. 

 

네가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건 잘 안다. 그리고 네가 날 싫어한다는 것

 

정돈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하지만 어쩌겠어? 넌 바이오로이드인데.”

 

“…….”


결국 똑같다.

 

이 남자도, 그 앙헬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쓰레기다.

 

그걸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 현실에 구역질마저 올라온다.

 

“난 앙헬 같은 멍청이랑 달라. 섬길 이유조차 안 주면서 자길 왜 안 섬기냐고 날뛰는 머저리가 아니거든.”


“그럼 섬길 이유를 주겠다는 뜻이오?”


“그래, 그렇지. 네 부하들 말이야, 걔네들은 너처럼 명령에 거역할 권리가 없잖아?

 

그럼 내가 만약……네가 보는 앞에서 자살하라고 명령한다면 어떨까?”

 

그가 콘스탄챠를 부르자, 세이렌이 그녀와 함께 들어왔다.

 

“회……회장님? 대장님? 저는 왜 여기에-”


“콘스탄챠, 세이렌한테 총을 빌려줘. 세이렌, 총을 장전해라.”


“알겠……습니다.”


이 남자감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턱에 대고 방아쇠를-”

 

“그만!”

 

내가 소리치자 김지석이 손을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이제 좀 이해가 돼? 내게 너희 따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하지만 날 거역하는 건 죽어도 못 보지. 네 목숨뿐만 아니라 너의 부하들

 

목숨도 내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명령만 하면 다 죽이는데 1분도 안 걸려.”

 

“……!”


그의 말이 옳았다. 마음만 먹으면 나뿐만 아니라 내 부하들까지 모조리 죽일 수

 

있다. 김지석에겐 그럴 힘과……악의가 있었다.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소. 결코 거스르지 않을 테니 그것만은 참아주시오.”


“이해가 빠르니 다행이야. 아,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방아쇠를 당겨. 그 말과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수 없었다, 내 뒤로 뜨뜻한 액체가 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붉은 피가 흘러 내 발 밑으로 흘렀다.

 

“왜……대체 왜……?”


“네 잘못이야. 감히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나한테 반항하려고 했다는 것에

 

대한 벌이지. 자, 남은 부하들까지 죽이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하라고.”

 

죽여 버린다.

 

죽인다, 기필코. 반드시 언젠가 내 손으로 저 능글거리는 안면을 갈아버리겠다.

 

“나를 왕으로 만들어라, 무적의 용.”


“……알겠소.”

 

하지만 숨겨야한다. 억눌러야 했다.

 

모두를 위해 나는 이 분노를 죽여야만 했다.

 

왕이라고?

 

웃기지 마라, 만약 언젠가 인간들의 왕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결코 네놈은 왕이 될 수 없을 테니까.

 

 

 

 

 

 

63

 

따로 만날 약속을 잡은 건 아니었다.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려던 찰나에, 내 앞에 그녀가 앉았다.

 

“라비아타, 어떻게 쉴 시간이 난 모양이오?”


“사실 한참 남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온 거예요. 어휴, 죽겠네요. 정말.”


휴게실엔 우리 둘뿐이었다.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고, 갓 볶은 커피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과거엔 카페라고 하여 인간들이 이런 장소를 애용했다고 들었다. 

 

물론 나는 가본 적이 없다. 다만 들어봤을 뿐이다.

 

“부사령관 일은 좀 어떻소?”


“늘 똑같죠. 다만 일의 양이……대체 주인님은 어떻게 그 일을 다 처리하시는 걸까요?”


“혹시 모르지. 인간인 척 하는 기계일지도.”


“그 농담도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젠 진짜처럼 들려요.”

 

라비아타가 작게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원래 회의에도 참석해야 하는데…….”
 
“됐소. 정말 필요할 땐 부를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좋소.”


“죄송해요. 그나저나 저번에……지휘관님들끼리 한바탕 붙었다고 들었는데.”


아, 그거 말이군. 이쯤 되면 오르카 호의 모두가 알지도 모르겠다.

 

“주군의 앞날을 걱정한 것뿐이오.”


“겨우 그 정도 안건은 아니었죠. 주인님의 정신이 불안정하다는 소문이

 

벌써 다 퍼졌어요. 사실 언젠가 모두 알게 될 일이었지만…….”

 

“극복할 것이오.”


극복해야만 한다. 그 외의 길은 없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알아주지 못하니

 

참 답답할 뿐이다. 그리 물러터진 생각으로 헤쳐 나갈 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모르는가.

 

“신도 참 공평한 모양이오. 주군께 그런 능력을 주었지만 동시에 나약한 정신을

 

함께 주셨으니. 역시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없는 것 같소.”

 

“사실, 나약하단 표현은 좀 잘못됐어요. 오히려 2년이나 버틴 게 대단하신 거죠.”


“그럴지도. 하지만 주군은 모두를 이끄는 존재요, 훗날 만인의 왕이 될 분이오.

 

어떤 위기가 닥치든 꿋꿋이 버텨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터.”

 

“정작 주인님은 왕이 될 마음이 조금도 없으신 것 같지만…….”


“그렇기에 왕이 되어야 하는 것이오.”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비아타, 그대는 나의 주인이었던 앙헬에게 갔잖소. 기억나시오?”


“기억나죠. 그 시절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 주인을 바꾼 사이였다. 그에 대해 악감정 따윈 없지만 때때로

 

난 궁금했다. 과연 앙헬이 라비아타에겐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지 말이다.

 

“그대가 봤을 때, 앙헬은 어떤 인간이었소?”


“김지석에서 욕심을 더하고 지능을 빼면 딱 앙헬이겠네요. 나머진 비슷해요.”


“정확한……평론이군.”

 

본질적으로 두 사람에게 차이점이랄 건 없었다.

 

욕망에 충실하고, 이기적이며, 보신 이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쓰레기들.

 

인류가 멸망한 건 철충 때문이지만, 원인은 그 김지석과 그 떨거지들이었다.

 

“처음 주인님이 구출됐다고 들었을 때, 저는 정말 두려웠어요.”


라비아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김지석이나 앙헬 같은……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인간이면…….

 

만약 인간을 구한 탓에 오르카가 끝장난다면? 그가 저희를 집요하게 괴롭힌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살아남은 게 주군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이에요. 만약 그랬다면……저희가 이렇게 커피나 마시면서 이야기 나눌

 

순간도 오지 않았겠죠. 그런 만큼, 제겐 주인님이 소중해요. 인간이라 그런 게

 

아니라 진정 존경하고 따를 가치가 있으신 분이니까요. 용, 저는 주인님이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참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사령관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걸

 

지키기 위해 ‘주인님’이 망가지는 건……보고 싶지 않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어쩌면 둘 모두를 지키며 나아갈 방법이-”


“그렇게 물러터진 생각으로 승리할 순 없소. 잔인하다고, 너무하다고 말해도

 

좋소. 소관 또한 주군께서 불행해지는 걸 바라진 않지만, 때때로 우리들은

 

희생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소. 그건 주군 또한 바란 일이요.”


“네, ‘사령관’이 바란 일이죠. 하지만 그걸 ‘주인님’께서 바라실까요?”


“사령관이 곧 주인님이오. 전쟁에 개인이란 없다는 걸 잊지 마시길.”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나눌 말은 없었다.

 

“김지석은 내게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달라고 명령했소. 하지만 그거 아시오?

 

그 자는 결코 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소. 철충과 상관없이 그랬겠지, 분명.”

 

“앙헬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똑같은 인간들이니까.”

 

그렇기에 주군께서 만인의 왕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자가 있다면, 오직 그 분뿐이니까.

 

 

 

 

 

 

64

 

그날 밤, 일과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좋은 밤입니다, 무적의 용.”
 
“……주군, 그게 대체 무엇이오?”


“각 부대원들의 상담기록지입니다. 양이 꽤 많군요.”

 

주군께서 양손에 종이다발을 들고 계셨다. 족히 1,000장은 넘을 것 같았다.

 

“소관이 들어주겠소. 이리 주시오.”
 
“괜찮습니다.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부하에게 부탁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오.”


“단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럼 소관이 부탁한다고 생각하시오. 부디 그 짐을 나눠 들게 해주겠소?”


어쩔 수 없다는 듯 주군께서 종이다발을 내게 나눠주셨다.

 

“기록보관실까지 가면 됩니다.”


“괜찮소. 그나저나 콘스탄챠에게 왜 부탁하지 않고?”


“……최근 제 휴식 시간이 늘어나서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라도

 

제가 해서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 잘못이니까요.”

 

“부하를 배려하는 마음이 참 보기 좋소.”

 

우리는 기록보관실까지 걸어갔다. 

 

벌써 취침 시간이 다 되어서 복도엔 아무도 없었고, 정말 쥐 한 마리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다. 그저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나저나 이 상담은 누가 한 것이오?”


“제가 직접 했습니다. 최근 휴식 시간이 생긴 걸 이용해서……제게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면 들어주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건 중요하니까요.”

 

“그런 일은 지휘관들에게 맡겨도 좋을 것이오, 아니면 라비아타나…….”


“제가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휴식 시간이니 말이죠.”

 

참 성실하시군.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무적의 용, 질문이 있습니다. 해도 되겠습니까?”
 
“허락을 구할 필요조차 없소. 무엇이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지닐 수 있습니까?”


흠,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무어라 대답해줘야 할지도 애매했다.

 

“소관은 이렇게 설계되어 만들어졌소. 그러니 비결이랄 것도 없소.”


“그렇습니까. 역시 닥터에게 감정 모듈을 만들어달라고 해야겠군요.”


“감정을 지울 생각이오?”


“최악의 경우엔, 그럴 겁니다.”


극단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해결법을 좋아하는 주군답기도 했다.

 

“소관은……주군께서 강해지길 바라오. 그 외에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주군께선 사령관이오. 그리고 사령관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선 안 되오.”

 

“압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엔 차이가 있소. 만약……그대의 실수로 부하들이 죽는다면

 

어찌할 것이오? 어떻게 할 것 같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는 스스로를 책망할 겁니다.

 

어쩌면 그걸 견디지 못할지도 모르죠. 감정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소관은, 소관을 포함한 지휘관들은 대부분 부하들을 잃은 경험이 있소.

 

레오나, 마리, 칸……멸망 전부터 싸운 이들은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소.

 

하지만 우리는 지휘관이오. 지휘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지능이나 용기가

 

아닌 책임감과 그 책임에게 패배하지 않는 정신이오. 때때로 마음이 흔들려도

 

굳세게 마음먹고 나아가, 죽은 이들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것. 그게 불가능한

 

자에겐 군림할 자격 또한 없소. 너무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뇨,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그 정도는 압니다. 알고……있습니다.”


우린 어느새 기록보관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 서류를 넣었다.

 

“……언젠가 수많은 군주와 군인들에 대해 서술한 책을 읽은 적이 있소.”


“네?”


“칭기즈 칸, 나폴레옹, 알렉산드로스 대왕……수많은 권력자가 태어나고 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갔소. 그들 중 진정 인간을 완전히 지배한 이는

 

없었소. 그 커다란 세력을 가지고 있던 김지석과 앙헬 같은 기업가들조차도.

 

하지만 그대는 다르오. 소관은 그대야말로 인간의 정점에 서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오.”

 

“저는……아닙니다. 제겐 자격이 없습니다.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왕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오.”


아이러니한 일이다. 모순의 극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권력을 쥘 자격이 있는 자는……가장 권력을 두려워하는 자다.

 

달리 말하자면 ‘권력을 바라지 않는 자’야말로 권력을 쥘 자격이 있다.

 

“조지 워싱턴, 미합중국의 초대 대통령에 대해 들어본 적 있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전쟁 영웅에, 뛰어난 수완가요 또 정치가였소. 그는 왕이 될 수 있었으나

 

스스로의 의지로 그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서 진정한 국부로 인정받았소.

 

숱하게 많은 왕과 권력자가 존재했지만, 그들 중에 그리 할 수 있었던 자는

 

거의 없었소. 영웅은 악당으로 전락하고 군주는 독재자가 되어버렸지.

 

소관은 이리 생각하오. 힘을 쥘 자격이 있는 자는 그 힘을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또한 언제든 자신의 힘을 버릴 수 있는 자라고. 소관은

 

그대가 왕이 되길 바라오. 만인의 왕, 만인의 구원자, 만인의 근본이.

 

강해져야하오. 설령 그게 자신의 인간성을 죽이는 일이 되더라도, 그대는 왕이

 

되어 우리 모두를 이끌어줘야 하오. 그게 바로 주군의 운명이오.”

 

“제겐 자격이 없습니다.”


“그대는 이미 스스로가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소.”

 

“…….”


주군께서 아무 말도 없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셨다.

 

너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내가 너무 잔인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겐 각자 타고 태어난 운명이 존재한다.

 

내가 바이오로이드로 태어났듯, 인간으로 태어난 주군께는 주군의 운명이

 

있는 것이다. 그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부디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시길. 그대가 포기하면, 우리에겐 더 이상

 

그 어떤 희망도 없소. 그것이 현실이란 말이오.”

 

우리는 결국 언젠가 깨닫고 만다.

 

좋든 싫든, 우린 우리의 운명을 선택할 수 없음을.

 

 

 

 

 

 

 

 

 

현재 지휘관들의 의견

 

메이: 지금도 나쁘진 않은데 사령관이 좀 더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 

 

레오나, 마리, 용이 하는 짓은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칸: 지금 사령관도 좋다. 부담을 덜고 편해지길 바란다.

 

레오나, 마리, 용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너무 과격하다.

 

아스널: 사령관이 소심해서 답답하긴 하지만 지금도 괜찮다.

 

레오나, 마리, 용은 개소리만 한다. 얘네들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하는 중.

 

마리: 사령관은 신이다. 인간적인 행복보다 사령관으로서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

 

메이, 칸, 아스널은 옆에서 도와줘야 할 판국에 자꾸 딴 소리해서 답답하다.

 

용: 사령관이 왕이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인간적인 부분을 잘라내고

 

오직 사령관으로서, 군주로서의 모습만이 남기를 바란다.

 

메이, 칸, 아스널의 주장은 군인으로서 해선 안 될 주장이다.

 

레오나: 사령관의 인간적인 부분도 좋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어쨌거나 군인이고 사령관이니 마음 독하게 먹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메이, 칸, 아스널은 현실을 못 본다고 생각한다.

 

 

사실 충성심은 모두 Max인데, 서로 생각이 달라서 이런 사태가 되어버림.

그나저나 일상물 쓰려고 하던 게 어느새 이렇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