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899년 황성신문에는 아래의 기사가 나온다.

 

"울진지동해(鬱珍之東海)에 일도(一島)가 유(有)하니 왈(曰) 울릉(鬱陵)이라. 기(其) 부속(附屬)한 소륙도중(小六島中)에 최저자(最著者)는 우산도(于山島)죽도(竹島)니 대한지지(大韓地誌)에 왈(曰) 울릉도는 고우산국(古于山國)이라."

 

우산도=독도론자들은 저 '우산도죽도'는 '우산도와 죽도'이며, 따라서 우산도는 독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 기사에서 주의할 부분은 따로 있는데, '부속한 소륙도'란 표현이다.

17세기말 울릉도수토 이후 울릉도 지도들에는 남쪽 가상의 다섯개 섬과 동쪽 우산도가 거의 일관되게 그려진다(저 기사에 나오는 대한지지 역시 마찬가지).





'여섯개의 섬'이란 이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봐야하는데,

결국 저 기사는 울릉도 부속섬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이 쓰여졌다는 소리가 된다.

 

또한 만약 저 기사의 '우산도 죽도'가 별개의 섬이라면 어떤 결과가 되는가? 

'가장 눈에 띄는'게 우산도와 죽도라고 했으니 죽도는 남쪽의 다섯개 섬중 하나가 될텐데,

그렇다면 우산도=독도는 울릉도 동쪽에, 죽서도는 울릉도 남쪽에 있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된다.

 

즉 저 황성신문의 '우산도죽도'라는 표현이 설령 '우산도와 죽도'였다해도,

이는 기존에 알던 우산도(실제로는 죽도)와 새로 유입된 죽도가 실은 같은 섬임을 모른데서 나온 해프닝으로 보는게 상식적이라는 소리다.

 

참고로 1913년 매일신보의 우산도 탐색 기사에는 "우산도를 십수년전 탐색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산도=죽도임을 모르던 1900년 당시의 실상을 보여준다 하겠다.

 

2. 그런데 1901년의 조선개화사라는 책에는 이와 비슷한 문구가 나온다.


"울릉도

금강산의 한줄기가 동해로  60여리 우뚝 솟아 울릉도가 되니 우릉이라고도 적는다. 옛 우산국이다. 후에 신라에 편입된다. 다른 이름은 무릉, 우릉으로 모두 글자와 이름이 서로 비슷하다. 크고 작은 여섯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우산도(일본인은 송도라 한다) 죽도라고 한다.."

 

조선개화사의 울릉도 부분은 1899년 황성신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황성신문을 참고했거나 또는 양쪽 모두가 공통 사료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는 '우산도(송도) 죽도'라고 하여 우산도와 죽도를 별개로 적고 있다.

우산도죽도를 우산도와 죽도로 보는 우산도=독도론자들이 환호할 자료일지 모르겠으나

황성신문과 마찬가지로 조선개화사 역시 '여섯개의 섬'이라는 부정확한 정보를 답습하고 있다.

 

조선개화사의 저자인 츠네야 모리후쿠(恒屋盛服)는 한때 조선에서 관리 생활을 했는데,

이때 '우산도를 일본에서는 송도라 한다'는 정보를 얻었고, 이를 황성신문의 '우산도죽도'에 덧씌운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선개화사 역시 황성신문의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것으로, 우산도=독도 논리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


3여기까지가 황성신문과 조선개화사의 '우산도죽도'에 대한 일반론인데, 

개인적 가설을 하나 추가하자면 이 조선개화사에 대해선 하나 짚어볼 것이 있다.

조선개화사의 죽도는 과연 죽서도를 의미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조선개화사는 황성신문과는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황성신문 : "울릉 ... 부속한 소륙도중에 최저자는 우산도죽도.."

조선개화사 : "울릉도 ... 크고 작은 여섯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우산도(일본인은 송도라 한다) 죽도.."

 

즉 황성신문은 울릉도의 부속섬이 6개라 하고 있는 반면

조선개화사는 울릉도 자체가 6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듯한 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4. 이처럼 울릉도를 여러개 섬의 총칭으로 보던 견해는 당시엔 꽤 퍼져있었다. 

 

예를 들어 1901년 흑룡계나 1903년 한일통어지침을 보면


"세상 사람들은 이 섬(=울릉도)를 크고 작은 6개의 섬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고 혹은 죽도(다케시마), 송도(마쓰시마)라는 두 섬의 총칭이라고 하며, 심지어 지도에도 이를 병기하기도 한다. 이는 실로 큰 오류다." 

 

여기서 "크고 작은 6개의 섬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바로 조선개화사의 그것이다.

그렇다면 울릉도를 "죽도 송도 두 섬의 총칭"이라 보는 의견에서의 죽도는 어떤 섬일까?

 

1899년 아사히 신문의 '울릉도의 근황'이라는 기사를 보면


"울릉도는...두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송도라 하고 다른 하나는 죽도라 한다. 송도가 넓고, 죽도는 그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또 1887년 개정일본지지요략을 보면

"이 은기국은 일본해에 있는 서변의 낙도인데, 그 서북해상에 송도 죽도 두 섬이 있다. 서로간 거리가 거의 100리인데, 조선에서는 이 두 섬을 '울릉도'라고 부르며..."

 

이러한 자료들은 모두 울릉도를 죽도 송도의 총칭으로 보는데, 이때의 죽도를 현 죽서도로 보기는 힘들다. 특히 아사히 신문의 죽도는 아르고너트로 봐야 타당하다.

 

5. 정리하자면


1) 조선개화사는 울릉도를 6개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우산도(송도) 죽도라 하였다.

2) 그런데 당시 일본에서는 울릉도를 6개 섬, 또는 죽도 송도 2개 섬의 총칭으로 보는 견해가 있었다.

3) 이때 '죽도 송도' 2섬의 총칭으로 보는 견해의 죽도는 현 죽서도로 보기 힘들다.

4) 그렇다면 조선개화사의 '우산도(송도) 죽도'에서의 죽도 역시 죽서도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 조선개화사에는 아래의 부속지도가 붙어있다.





조선개화사의 본문에서 말하던 '우산도(송도) 죽도'란, 실은 저 송도와 죽도를 말하려던 것으로 볼수도 있다는 소리. 그리고 저 죽도는 위치상 아르고넛에 해당한다.


황성신문의 우산도 죽도에서의 죽도는 죽서도였지만

조선개화사는 이를 일본식으로 이해해, 우산도=송도=실제 울릉도죽도=아르고너트로 파악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