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치카 함의 기록


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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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11편 12편 13편  14편  15편  16편  17편  18편  19편 20편 21편   22편 23편 24편  25편  26편  27편 28편  29편  30편


31편 32편 33편 34편 35편 36편 37편 38편 39편 40편 41편

 





"미스테리는 의문이라는 숲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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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섹터.

알 수 없는 지점.

 


함선 이름 : 콜로서스 A 타입.

식별 넘버. 1815-MARRY 호.

 


함선 내 상태 : 현재 운송중이던 실험체 격리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침식파가 감지. 상황 진압을 위해 진압팀을 파견했으나..... 진압팀 체내에 치사율이 넘는 고등급 침삭파가 감지. 위험 등급 심각으로 상향. 

 

현재 다른 함선에 대한 구조 요청 대기중. 요청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최종권한자 켈빈 리빙스턴의 허가가 필요.

 

현재 권한자의 위치 추적..... 


추적 완료. 

 

시스템의 메시지 이후로, 새까맣게 뒤덮었던 모니터 화면에서는 널마가 된 전투복을 입은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지나간 곳은 이윽고 알 수 없는 피냄새가 피어오르는 새까만 바다가 채워졌고, 그 사이사이로 사람의 신체들이 부유물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가 함교내 통신실에 도착하고 문을 닫은 채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던 선반을 필사적으로 밀어 쓰러뜨렸고, 내부는 온갖 공구가 한가득 쏟아지며, 문을 막았다. 잠시 후 문을 부수는 듯한 거대한 울림이 퍼지고 문은 거대한 침식액 속에서, 서서히 녹이 슬기 시작했다.

“여기는...... 콜로서스. 1815. 여기는 콜로서스 1815. 수신하는 즉시... 이곳으로 구조요청을 바란다. 반복한다 여기는 콜로서스 1815. 귀환 중 침식체의 공격을 받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

그 응답도 잠시 문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고, 문은 수많은 침식액에 파묻힌 채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켈빈의 두 눈동자에서는 자신의 안구과 기억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듯한 형체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고, 그는 이내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역시 맞았어....... 역시 하하하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하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도 잠시 수많은 침식액에 뒤덮은 함선은 이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그 화염은 이내 조그마한 별똥별처럼, 끝이 없는 이면세계의 짙은 심해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

 



라이트 하우스 제 B 구역.

 


엘리샤가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었을 때, 로알은 불조차 켜지지 않은 자신의 방 안에 조용히 스콧의 시계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안에서는 그의 죽음을 위로하는 듯한 아베마리아의 노랫 소리가 안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기... 제독님. 죄송하지만 지금 더글라스 사에서 긴급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로알은 뒤늦게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듯 천천히 돌아가던 오래된 축음기에 손을 뻗어 음악을 껐다. 엘리샤의 눈 앞으로 그가 입었던 듯한 검은색 양복과 함께 스콧을 위해 준비한 듯한 백색의 국화 한송이가 놓여 있었다.



“말해도 좋네. 무슨 일인가?”

“회사 측에서 보낸 채굴함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라이트 하우스에 오시면 아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알겠네. 라고 나지막하게 대답한 그는 천천히 자리에 일어났다. 자리에 일어나 엘리샤를 따라가는 그의 손에서는 스콧의 시계가 자신의 손에 가여히 쥐어지고 있었다.


 

엘리샤의 안내를 따라 섹터 B의 라이트 하우스로 들어왔을 때, 내부에서는 노빌레 제독과 니콜라스 부사장 그리고 조사팀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빌레와 니콜라스는 그림자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로알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리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채굴함에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네.”

“현재 조사팀에서 조사한 기록을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것은 집적 들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노빌레 부제독의 대답과 함께, 로알은 노빌레가 마련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그 사이로 조사팀이 브리핑을 위한 장비들을 준비하고 있었고, 준비하는 분위기에서는 심상치 않은 징조가 느껴졌다.



“대부분의 다이브 좌표 오류에서 발생한 거라면, 저희 선에서 끝낼 수 있겠습니다만, 이미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을 넘었다. 그의 대답에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조사원이 브리핑 자리에 섰고, 로알과 노빌레 니콜라스 부사장을 포함한 모든 인원은 그에게 집중한 브리핑을 듣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은 15시간 전. 라이트 하우스 A에서 B로 이동 중인 채굴함 콜로서스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콜로서스는 섹터 B 외곽지점에 있는 이터니움 광산 채굴 후 귀환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사건 발생 15시간 전에 세이프 존이 아닌 다른 구역에 다이브가 되었고, 다이브 구조 요청과 함께 실종이 되었습니다.]


 

상황 보고후 니콜라스의 보좌관인 장준수는 그를 대신해 손을 들고 보고자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게이트 웨이 이용당시 콜로서스에서 다이브를 담당하는 관제 시스템이 이상은 있었습니까?”

“게이트 웨이 이용시 각 함선은 더글라스 사의 드론 스캐닝을 통해 다이브 시스템을 확인 후 다이브를 진행합니다. 당시 콜로서스는 다이브 관제 및 이동과정에서 이동 중 이상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은 없었습니다.”

“당시 함선에 다이브 관제 시스템이 문제가 생겼다면, 어디로 다이브를 한 건가? 채굴함이라면, 그렇게 멀리 이동하지 못했을 텐데?”

“기록 장치 상으로는 추후 제독님께서 작전 진행 예정인 섹터 C 외곽 지점에서 다이브가 되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운이 좋다면, 함선내의 승무원들은 구조를 기다릴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보고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로알은 자신의 품 속에서 시계를 넣은 채 침묵을 지켰다. 니콜라스는 조사자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자리에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건넨 후 브리핑 룸에 서며, 입을 열었다.



“저희 회사 또한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습니다만 결국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로알 제독님. 지금의 제독님께서 스콧 제독님에 대한 장례가 진행중이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원들의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로알은 니콜라스의 대답도 잠시 신중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부분의 다이브를 잘못 된 함선들의 말로들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그들이 생존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겠네.”

“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감사할 뿐입니다. 로알 제독님. 추락한 채굴함 수색 외에도, 다음 섹터 구역 또한 부탁드리겠습니다.”

니콜라스의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브리핑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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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터 C 구역 작전 진입 48시간 전.

벨치카 함

 


“구역이 도심지라고?”

“네. 그렇다고 봐야죠. 당시 콜로서스 채굴함이 추락한 지점 근처에서 대도시가 감지되었거든요. 직접 보시면 됩니다.”

그 대답과 함께 하노마크는 함대내에 모든 함장들이 보는 앞에서, 드론이 정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면 내에서는 군데군데 폐허가 되어버린 도심지가 군데군데 들어와있었고, 그 중심으로 거대한 침식체 가시탑들이 곳곳에 자리잡으며,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함장들이 난감한 시선으로 수근거리고 있는 사이로 노빌레는 골치아프게 되었다는 시선으로 보며 말했다. 



“가시탑에..... 4종이 수십여마리 그리고 도심지라......”

“섹터 B 구역은 그나마 낡은 게이트 웨이를 중심으로 침식체들이 형성이 되어서 진입은 쉬웠지만 이번에는 힘을 많이 써야 할 겁니다.”

“하노마크. 드론 정찰했을 때, 함선의 위치는 찾은 건가?”

“아직은요. 다이브 좌표 부근에 드론들을 확인해봤지만 워낙 잔해가 많은 곳이라 수색이 쉽지 않고요. 그래서 각 함대장분들과 제독님 그리고 부제독님에게 좋은 거 하나 소개시켜드릴까합니다~”

하노마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브리핑 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안드로이드 두 기에게 시선을 보냈고, 두 기는 곧바로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벌집 모양의 기기를 가져오며, 하노마크 옆에 두었다. 찬란한 빛깔이 비추는 기기 앞으로 하노마크는 브리핑에서 홈쇼핑 진행자의 목소리로 바뀌며, 자신의 '작품' 을 소개했다.



“코드네임은 하이브! 이 친구들을 가능하면, 이 도심지 내에서 설치하면, 저희 드론들이 본격적으로 콜로서스를 찾기에도 수월해질 겁니다. 아 그리고 저희 하노마크 INC는 전부 국산이니까 A/S 2년 한정해서 무상 수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니 믿고 구매해주시면......”

“하노마크씨! 지금 중대사항인데 행상인 짓을 하시면!”

엘리샤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하노마크에게 주먹으로 꿀밤을 먹였고, 아야야 소리를 내며, 하노마크는 욱신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곳은 자네의 실험기기들을 테스트하는 곳이 아닐세. 하노마크. 만약 저걸 설치했다고  추후 함대 원정에도 도움이 되는 건가?”

노빌레의 의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의 기기 장치들을 지적하자 하노마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물론이죠. 부제독님. 이 녀석은 단순히 콜로서스를 찾는 것 뿐만 아니라 지하에 있는 미세한 침식파까지도 전부 감지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시가지 일수록 각 지하시설 등이나 방공호 구역도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추가적인 재원이나 사용하지 않는 보급고 등 중요 물자들을 외부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아. 참고로 이 친구들의 품질보증은 제가 담당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보증은 해고로 책임지게.”

“그 보증은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저도 이곳에서 나름 '역할' 이라는 게 있어서요.”

하노마크의 곤란한 대답에, 로알은 확실하게 하라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노마크는 알겠다는 듯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확실하게 보증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노빌레는 둘의 실랑이에 고개를 저은 채, 하노마크에게 말했다.



“함대의 전체적인 준비가 마칠 때까지는 앞으로 48시간 남았네. 그 기간내로 처리할 수 있겠나?”

“충분하죠. 대신 제 친구들이 가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제 메카닉 친구들을 호위할 소대규모의 병력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각 위치의 보급이랑 장비를 수송할 수 있는 장비는 제가 따로 준비해놓았으니, 실패해도 부제독님이랑 제독님에게도 큰 손해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설치 포인트는 최대한 침식체가 적은 외곽 포인트에 배치할 거니 문제는 없을 것 같고요.”

그녀의 대답에 함대장들과 노빌레는 납득이 간듯 긍정의 시선을 보냈다. 겉으로는 태평하면서 장난기가 많지만 자신의 '친구들' 을 위한 실전 준비만큼은 착실했으니까.



“프람 소대가 자네 '친구들' 을 서포트할 수 있지만, 그만큼 그 친구들도 '소대' 를 서포트를 할 수 있게 도와야하네. 도심지는 이미 침식체들에게 장악된 상황이니까.”

“걱정 마세요. 간만에 테스트 하고 싶은 무기들도 있으니, 여러가지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소대가 골치아프게 하지 않게 도와드릴테니까요.”

 



/


 

프람 소대가 하노마크의 요청에 따라 함선내 격납고에 도착했을 때, 하노마크는 흥흥 소리를 내며 전장에서 활약하게 될 자신의 고속정과 병기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자신이 손수 블랙으로 도색한 고속정에서는 Sd.Kfz 이라는 노란색 이름이 써져있었고, 그 밑으로는 착륙기어라고하는 할 수 없는 반궤도 현가장치가 밑에 장치되어있었다. 안내를 담당했던 엘리샤와 프람 소대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그녀의 고속정을 보고 뚫여져라 쳐다보았고, 그녀는 아차차 싶은 듯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작품' 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 막 준비를 끝냈는데, 절 위해 이렇게 참여해주신 분들이 오셨군요~”

“하노마크 씨. 저 우스꽝스러운 반궤도 장치는 뭐에요! 누가 기체에 저런 장치를 달고 전투 지휘를 해요!”

“엘리샤 양은 모르시군요~ 이 함선은 단순히 날아다니는 고속정이 아니라 시가 진입을 위한 모드로도 변환이 된답니다. 맨날 상공에서 구경만 하면서 아군이 당하는 걸 지켜볼 수 없잖아요~”



“함선은 추후 작전을 위해 상공에서 대기하면서 전략 등 보급 지원을 해야 한다. 라고 모든 오퍼레이터 기본 실습에 있는데, 정말 저돌적으로 전략 실패를 고집하시는 것 같네요?”

엘리샤는 잔뜩 의심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추궁했고, 하노마크는 아니에요 아니에요. 라고 말하며, 그런 그녀의 의심을 즐기듯 회피했다. 아리사는 둘의 실랑이 속에서, 흠흠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하노마크. 이 고속정을 타고 작전을 진행해야 하는거야?”

“네. 맞습니다. 아리사 대장님. 간단해요. 외곽에 제가 표시한 지점에 제 친구들이 준비한 장비들을 갖고, 설치 작업 동안 호위를 하면 됩니다.”

그녀의 대답과 함께 하노마크는 고속정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대기중인 20여기의 메카닉 병력에게 시선을 주었다. 시현은 돌격소총과 기관단총 등 다양한 총기로 무장하고 있는 기계병기들을 보며 신기한듯 만지고 있었다. 미라는 그녀가 준비한 병력들을 보고 감탄한 시선으로 하노마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진짜 대단해요. 하노마크 씨. 기존 정규군급의 장비를 갖추고........”

“좀 손을 많이 썼답니다. 제독님이 나름 소대 부담을 덜어달라고 장비를 많이 지원해주셨거든요.”

“하노마크 씨. 그만큼 제독님이 똑바로 하라는 거니까 장난은 금물이에요?"

엘리샤는 당장이라도 실수를 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듯 자신의 뒤에 숨겨진 '몽둥이' 를 보여주자 미라와 시현은 소름이 돋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고속정은 누가 조종하지?”

“제가요.”

“........네가 조종한다고?”

“응.”

하노마크의 간결한 대답에 아리사는 흠. 소리를 내며,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보았다. 함대 시스템과 메카닉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함선과 관련된 조종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너무하시네요. 하노마크는 품 속에서, 1급 클래스라고 붙어있는 고속정 자격증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장롱면허긴 하지만 그래도 시뮬레이션에서 익힌 것도 있으니 걱정마세요.”

“그건 시뮬레이션이지 실전이 아니잖아요!”

“시뮬레이션도 실전이랍니다~ 아 참고로 전 지면에다 추락하는 짓은 안하니까 걱정 마세요 아가씨들 여러분들은 안전하게 편안하게 모실테니까요. 그러니 작전. 시작해볼까요?”

하노마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퍼레이터 옷과 우스꽝스러운 독수리가 달린 기장 모자를 쓰며, 타라는 듯 안내했고 소대는 잘못하면 자신의 관이 될지도 모르는 그녀의 고속정에 하나 둘 탑승하기 시작했다. 20여기의 메카닉 병력들이 후면에 있는 고속정 창고에 탑승하는 동안 하노마크는 조종석에 놓인 따뜻한 바닐라 라떼 한모금을 마시며, 달콤함에 취한 듯 음미했다. 



“미라. 우리 죽는 거야?”

“아닐거야. 시현아. 1급 클래스 따셨고, 조종에 관해서는 잘 알고 계시니까.”

“나 봤는데. 저 클래스 발급받은 기간이 5년 전이었어. 그때까지 하노마크가 조종하는 걸 못 봤어.”

시현의 대답에 미라는 침묵을 지켰다. 아리사는 평소에는 착용하지 않았던 벨트를 맸고 미라와 시현은 곧 주마등을 마주한 망자같은 시선으로 묵묵히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고속정의 철재 바닥을 바라보았다. 


 

하노마크가 자신의 장비 상황을 체크하는 사이로 수신이 들어왔고, 화면에는 엘리샤가 반가운 듯 짜증과 불신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속정은 준비되었나요?]

 


[장비는 확인했고, 이제 신호를 보내주면 된답니다.]


 

[네. 2번 계패 구역으로 이동시킬테니, 계폐구역이 열리면 출격하시면 됩니다.]


 

엘리샤는 그 대답과 함께 함선 내에 있는 이동장치가 고속정을 2번 계패 구역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동 장치가 고속정을 계패구역에 이동시킨 후 고속정이 천천히 계패가 될 입구를 향해 선체를 돌렸을 때, 계패장치는 서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벨치가 2번 게폐 구역 개방했습니다.]


 

[오케이. 출발할게.]


 

그 대답과 함께, 하노마크가 조종대를 잡는 순간 끼이이이익 칠판 긁는 것 같은 소리가 함교 내부에 울려퍼졌고 헤드셋을 착용했던 모든 승무원이 깜짝 놀라 일제히 벗었다. 잠깐 낮잠을 자고 있던 로알이 그 소리에 번쩍 놀라며, 넘어질 뻔한 자신의 몸을 붙잡았을 때, 하노마크의 고속정은 엔진을 출력하며, 함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고속정이 자리 잡고 있던 밑과 닫히는 계패장치 문에는 커다랗게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숨이 막혀오는 침묵 속에서 함교내에 있는 승무원들이 엘리샤를 바라보았을 때, 그들은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엘리샤의 '마기' 가 퍼져나오는 걸 느꼈다. 그녀의 미소를 짓는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다 못해 찌그러지고 있었다.


“노엘. 잠깐만..... 하노마크와 교신 좀 해줄래?”

“어? 어 여기.”

노엘에게 수신기를 받자마자 엘리샤는 깊게 심호흡을 하기 무섭게 거대한 괴수의 울부짖음 같은 목소리로 하노마크에게 소리쳤다.


 

[착륙기어를 안 올리시고 출격하시면 어떡해요!]

 


[어? 내가?]

 


[어? 내가? 가 아니라! 반궤도를 안 올려놓고 출격해서 계패구역이랑 문을 긁어버렸잖아요! 이 함선 얼마나 비싼 건지 알기나 해요!]

 


엘리샤의 부랴부랴 호령하는 목소리에 하노마크는 뒤늦게 착륙기어(?)를 안내려놓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아. 소리를 내며 착륙기어 올리기 버튼을 누른 후 방긋 웃으며, 이렇게 했어요. 라는 듯 엘리샤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엘리샤는 죽은 눈동자로 품 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기고 하노마크에게 조준하려고하자 노엘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말렸다.


 

[아. 지금 일에 집중해야 되서 '나중에' 시간을 내서 만날게요. 나중에 말이죠.]

 


하노마크는 혼돈에 빠져버린 함교에 가볍게 윙크를 해며, 교신을 끊었다. 미라와 시현이 무슨 일인지 궁금한 시선으로 하노마크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걱정하지 마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걱정 마. 흔한 일이니까.”

“하노마크. 엘리샤. 저렇게 화낸거 처음 봐.”

“응? 화난거 아니야. 시현아. 그냥 가벼운 '말싸움' 이니까.”

하노마크는 가볍게 윙크를 하며 바닐라 라떼 한모금을 하며, 빠르게 섹터 C구역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

 


고속정이 서서히 하강하며, C 구역 외곽에 착륙했을 때, 바깥으로 펼쳐진 거대한 도심지는 브리핑에서 봤듯이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리사는 고속정으로 나오자마자 곧바로 하노마크의 수신을 해 상황을 보고했다.

“하노마크 들려?”

 


[어. 잘 들려. 미라랑 시현이도 나 보여?]

 


하노마크의 물음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현은 자신의 손을 흔들며, 잘 보인다고 신호를 보냈다. 하노마크는 확인했다는 듯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수신좌표 확보. 하이브 기기들은 이상 없고. 레기온 소대 각 무장장비와 상태는..... 좋아. 자 숙녀분들 슬슬 제 레기온들과 함께 움직일 시간입니다~]


 

“레기온이요?”

 


[아. 레기온은 내가 만든 무인병기들을 말하는 거야. 너희들만 싸우기에는 내가 뭐하잖아?]

 


아까 고속정 바깥에서 대기했던 인간형 기계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노마크는 레기온에 대해 궁금해하는 미라에게 가볍게 시선을 가리켰고, 그 옆으로 어깨 휘장에 흑색 독수리의 형상을 두르며, 돌격소총과 기관단총 방패로 무장한 9기의 레기온이 빠르게 소대의 옆에서 자리 잡으며 대기했다.


 

[일단 기본 레인저와 스트라이커 타입 그리고 너희들이 지치지 않게 디펜더 타입 각각 3개씩 보낼게. 놈들이 들어오면, 이 녀석들이 너희들과 같이 싸우게 될 거야. 전투를 하되 내 애들이 들고 있는 하이브를 우선적으로 지켜줘야 돼. 그 녀석이 있어야 섹터 C랑 추락한 함선의 위치를 찾기 쉬워지니까.]


 

“설치시간은 어느정도 걸리지?”


 

[설치는 어렵지 않아. 지면에 설치하고, 신호 잡고, 활성화하기까지는 10분 정도. 활성화 하는데로, 레기온 애들이 지속적으로 포인트를 사수할거니까 소대는 곧바로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면 돼.]


 

그녀의 대답과 함께 레기온들은 일제히 초록색 불이 켜지며, 소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며 합류했다. 모든 준비를 끝낸 프람 소대는 아리사의 신호와 함께 첫번째 포인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속정에 착륙한 하노마크의 각 모니터에서는 소대의 움직임이 손에 닿을 정도로 보였고, 도시 외곽 드론에 의해 탐지된 소규모의 침식체들이 감지하고 추격을 시작하듯 소대에게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지금 포인트 근방에 놈들이 오고 있어.”

 


그녀의 대답과 함께 소대와 레기온들은 곧바로 전투태세에 돌입했고, 침식체들과 교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레기온 소대가 빠르게 포인트를 잡으며 돌격하는 침식체들에게 연막을 투척했고, 혼란에 빠진 침식체들 사이로 프람 소대가 빠르게 돌입하며 침식체들을 제압했다. 


 

[제압했어. 근처에 놈들이 있어?]

 


“근방에는 없어. 지금 위치에서 3층에 있는 급수탑 근처에 설치를 할게.”

 


[하노마크 씨. 만약 하이브 장비가 설치하면, 지금 레기온들은 이곳을 지키는 건가요?]


 

[내 애들이 너흴 대신해서 그 구역을 중심으로 수비를 할 거야. 너희랑 합류하는 애들도 보내줄 테니까.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없을 거야. 다음 하이브 장비가 너희들이 지키고 있는 구역으로 이동 중이니까 잘 받아줘. 애들이 다치면 골치 아파지니까.]

 


그녀의 대답도 잠시 상공으로 하노마크 inc 라는 이름이 담긴 캡슐이 빠르게 낙하했고, 낙하지점에서는 추가장비와 탄약과 함께 장비를 들고 있는 두 기의 레기온과 6기의 지원 레기온들이 포트 밖으로 나오며 소대와 합류했다. 아리사는 무기 탄약을 추가로 확보를 하면서 그녀의 드론을 통해 침식체들이 교전이 발생한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미라와 시현에게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목표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해! 놈들이 오고 있어!”


 

소대가 빠르게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하노마크는 곧바로 하이브를 가동시키며, 범위내에 함선이 있는지 확인했다. 활성화된 레이더 범위에서는 소규모의 침식체들이 군집한 것 외에는 특별한 형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는 아닌가 본데..... 저거라고. 하기에는 확실하지 않고......”

 


그 생각 속에서, 하노마크는 드론들이 체크했던 구역을 봤을 때, 익숙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브리핑에서도 그 내용에 대해 꺼낼까 고민이 되었지만 '확신' 이 없었다. 

“참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군데군데 폐허에서부터 참 여러가지로 고민하게 만드는 도시란 말이지......”

그 의문도 잠시 아리사 대장의 호출이 들려왔고, 하노마크는 곧바로 그녀의 호출을 통해 소대가 목표에 도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준비되었어. 추가 장비랑 보급 지원해줘.]

 


“지금 가고 있어. 하이브가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려줘.”

하노마크가 하이브를 활성화 시키는 동안 미라와 시현은 그녀의 레기온들의 호위아래에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리사는 무기를 장전하는 사이로, 자신의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는 자신의 수신기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사 대장님? 기기에 문제가 있으신가요?”

“어? 아니야. 아무것도....... 장비를 점검하는 거니까. 너희들은 보급은 챙긴거야?”

“네.”

“하노마크의 장비가 오는대로 출발할 거야. 경계를 늦추지 말고. 그런데 김시현 어딨어?”

아리사가 얌전하게 자리에 있었던 김시현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을 때, 미라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시현이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시현에 둘은 무기를 든 채 나아갔을 때, 시가지 사거리에서 시현은 뭔가를 본듯 한참동안 바닥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김시현! 위치에서 대기하라고 했잖아!”

아리사의 호령에도, 시현은 한참을 사거리에서 뭔가를 의식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시현아.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뭔가를 봤어.”

“뭘 봤는데?”

“아이. 연약하면서도...... 침식파가 느껴졌어. 그 애가 보이길래 가봤지만 보이지 않았어.”

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에 쥔 나이프를 만지작 거렸다. 적이라고 인식을 한 것 같았지만 공격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시현이 적을 눈앞에 두고 집중이 흩어질 정도로 흔들리는 카운터는 더더욱 아니었다. 

“김시현. 지정된 위치에서 똑바로 기다리고 있어. 이탈하면, 가만 안둘 테니까.”

아리사는 둘의 귓가에 들릴 정도로 터벅터벅 발소리를 내며 자신의 수신기를 한참동안 바라본 채 자리를 빠져나왔다.

 


“미안. 명령을 어겨서.”

“아니야. 얼른 가자.”

미라의 대답에 시현은 응. 이라고 대답하며, 경계를 해제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소대가 자리로 돌아오기 무섭게 하노마크의 추가 장비와 병력이 빠르게 공수가 되었고, 소대는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노마크의 지원병력과 함께 포인트 이동 후 마지막 하이브 장비를 설치하던 중 미라는 문득 수신기의 소리가 들려옴을 느꼈다. 자신의 신호기에서 수신을 받은 건가 싶어 팔을 들어올렷지만, 자신의 신호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였다. 


 

시현은 아리사의 지적을 받은 이후로, 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을 보면 김시현의 수신기는 아니었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문득 아리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의 수신기에 신호가 잡히 듯 울리고 있었다. 수신기에서 활성화되는 신호음을 들은 아리사의 눈동자에서는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자신의 손목에 활성화되고 있는 수신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웃기지마.... 이런 곳에서 수신을 하고 있다고?......넌 이곳에서....”

“대장님?”

미라가 수신기가 활성화된 그녀에게 다가다는 것도 잠시 하노마크로부터 연락이 수신되었고, 그녀는 아리사를 뒤로하고 곧바로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


 

[아가씨들. 우리가 찾던 콜로서스를 발견했어. 지금 그 위치에 있으니까. 내 애들과 같이 확인해줘.]

 


“알겠습니다.”

미라의 응답을 뒤늦게 들은 아리사는 활성화된 수신기를 급하게 끈 후,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라는 하노마크의 하이브 시스템을 통해서 활성화된 범위 내에서 다수의 침식체와 함께 추락한 콜로서스의 잔해가 감지되는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노마크는 자신이 공수한 병기들과 드론들 속에서 그토록 수색하던 결과물이 카메라 너머로 비춰졌다. 자욱한 연기를 내뿜으며, 외곽 주택가에 추락한 함선 사이사이로, 침식파가 높게 감지되고 있었고, 침식파에 오염된 구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노마크 씨 추락한 함선 내에 다수의 침식체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내 친구들이랑 움직이면 수월할거야. 놈들을 처리하고 추락한 함선내부도 체크해줘.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하노마크의 연락이 끝난 후, 아리사는 두 주먹을 움켜쥔 채 미라와 시현을 바라보았다. 미라는 자신의 검과 장비를 확인 후 서두르죠. 라고 대답했고, 시현 또한 미라를 따라 움직였다. 다수의 레기온들이 이동하자 아리사는 곧바로 뒤따라갔다.



 

추락한 함선에 있던 침식체들과 하노마크의 병기들이 빠르게 교전이 시작되고 프람 소대 셋은 레기온들의 엄호 속에서, 진입하며 함선 잔해를 장악하고 있던 침식체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수는 그렇게 많지 않네요.”

 


[나와는 다르게 너희들은 카운터들이니까.]

 


그 대답도 잠시 미라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구울의 목과 심장에 두 자루의 칼날이 꽂혔고, 구울은 컥컥 거리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시현은 손을 뻗으며 구울의 시체에 박힌 나이프를 빠르게 수거했다.

“아직 안에 있어.”

“다들 정신차리고 있어. 내부에 아직 적이 있으니까.”

아리사는 그렇게 대답했고, 소대는 곧바로 선체 내부로 진입했다. 하노마크의 드론과 방패로 무장한 레기온을 선봉으로 안으로 진입해 전술 라이트를 활성화 했을 때, 셋은 입을 막아야 할 정도로 음식과 고기가 썩는 것 같은 냄새가 가득히 내부에 번져오고 있었다. 



“너무 고약해. 여기....”

“역한 냄새가 심한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악취가 심하면 마스크라도 줄까? 혹시나 싶어서 여분을 좀 가져오긴 했는데.]

 


전술라이트로 수색하던 레기온 한 기가 품 속에서, 마스크를 주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크를 썼지만 아리사는 그녀의 마스크를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하노마크. 함선 내 구조는 파악했어?”

 


[드론으로 스캐닝하긴 했는데......... 일단 전송을 할테니까. 미라랑 시현이 좀 안내해주겠어?]

 


아리사에게 말한 뒤로 하노마크는 더글라스 사의 콜로서스 함선의 청사진과 추락한 함선과 불일치가 뜬다는 에러 팝업에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진짜 이상하지 않으면, 청사진만 체크해도 일치가 될 텐데?”

하노마크는 몇 번이고 청사진과 추락한 함선과 일치시키려고 했지만 몇 번이고 불일치가 떴다. 시도를 멈춘 후 그녀는 혹시나 싶은 생각 속에서, 자신의 엔터키에서 손을 뗐다. 

“........이 함선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함선이라는 거지?”

 


새까맣게 뒤덮은 함선 내부에 불빛이 들어왔을 때, 안은 마치 뭔가가 날뛴 듯 찌그러진 내벽과 군데군데 닥지닥지 붙여진 침식의 흔적이 군데군데 물감을 흩뿌리듯 퍼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내부가 이렇게 된 거지?”

“......불쾌해.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어.”

시현은 끔찍하게 뒤덮은 함선의 짙은 어둠 속에서, 한걸음 씩 한걸음 씩 이동했을 때, 레기온 1기가 뭔가를 감지한듯 전술라이트를 비추었다. 빛을 비추자 그 앞으로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비추고 있었다. 레기온이 적을 감지하고 조준하자 소녀는 곧바로 짙은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애.....”

“알고 있어?”

“사거리에서 봤어. 그 애야.”

시현의 대답에 미라와 시현은 곧바로 소녀가 도망친 곳으로 추적했다. 닥지닥지 붙어진 수많은 침식의 녹아버린 길에 다다랐을 때, 실험실처럼 보이는 내부는 당장이라도 숨조차 쉴 없는 부패의 냄새가 가득히 번지고 있었다.

“하노마크씨 보고 있나요?”

 



[보고 있어. 세상에.... 지금 레기온이 서치 라이트를 확인하는데, 지금 너희들 괜찮은거야?]


 

“저흰 괜찮아요.”

“이 안에. 누가 들어갔어.”

 


누가? 그 물음 속에서, 방패로 무장한 레기온 한기가 천천히 움직이며 소녀의 흔적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순간 뭔가가 레기온을 덮쳤고, 레기온은 그 충격에 넘어졌다. 검은 형체가 레기온을 공격하자 시현은 빠르게 나이프를 투척하며 검은 형체에 꽂았다. 크아악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지르던 형체는 다른 통로로 도망쳤다.


 

[뭐야? 레기온이 공격을 받았는데? 괜찮은거야?]

 


“괜찮아요. 함선내 침식체가 지금 도망치고 있어요. 드론으로 확인해주시겠어요?”

하노마크는 곧바로 감시 드론의 화면을 체크했고, 화면 상에서는 공격을 받은 침식체가 비틀거리며, 미라가 시현이 있던 곳으로 벗어나 통신실로 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통신실 통로 근처에서 아리사가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레기온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하노마크는 다급하게 그녀의 수신기로 연락했다.



“아리사. 지금 네 위치로 한놈이 도망치고 있어!”

하노마크의 대답도 잠시 침식체는 곧바로 레기온과 아리사를 향해 공격했고, 레기온 자신의 방패로 밀어내며 쓰러뜨렸다. 잠시후 총성과 기괴한 비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 아리사의 거친 호흡소리가 들려왔다. 하노마크가 그녀의 옆에 있는 레기온을 통해 화면을 확인했을 때, 방금 교전이 발생한 듯 선체 내부에 총알이 박힌 흔적이 있었고, 그 앞으로 처참하게 뒤틀린 한 침식체가 바닥에 쓰러진 채 짙은 보랏빛 피를 퍼뜨리고 있었다.


 

미라와 시현이 뒤늦게 들어왔을 때, 아리사는 광기에 물들인 시선으로 아직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침식체를 향해 권총을 조준하고 있었고, 침식체는 꺽꺽 소리를 내며 그런 아리사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시현은 그런 침식체로부터 위협을 감지하고 검을 투적했고, 컥 소리와 함께 침식체는 곧바로 숨통이 끊어지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위험했어.”

“대장님. 괜찮으세요?”

미라의 물음도 잠시 아리사는 두 눈을 감은 채 몇 번이고 진정시키듯 심호흡을 하며 둘을 바라보았다. 



“상태가 안좋으면 일단 하노마크 씨에게 얘기해셔....”

“너희 둘이나 조심해!”

아리사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자리에 일어났다. 그 앞으로 처참하게 바닥에 처박힌 채 피가 번지고 있는 침식체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리사는 당장이라도 빠져나가고 싶은 듯 움직이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하노마크의 드론은 곧바로 내부로 진입을 하고 스캔을 시작했다.


 

[여기는 통신실 같네. 보아하니 더글라스 사 쪽에서 구조요청한 곳이 여기인 것 같고.]

 


“그럼 그 구조요청하신 분은?”

미라의 물음도 잠시 하노마크의 레기온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뒤틀린 침식체에게 시선을 옮겼다. 상황을 파악한 후 시현과 미라는 아리사가 왜 그곳으로 나갔는지 짐작했다. 


 

[하이브 시스템은 활성화 성공했고, 이 이후로는 내 레기온들이 하이브를 못 건드리게 설정해 놓을게. 프람 소대 아가씨들 내가 합류 좌표를 보낼테니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하노마크는 프람 소대에게 귀환 포인트를 전송한 후, 하노마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후 바니라 라떼를 한모금 마시며,  고속정을 출발하기 시작했다. 고속정을 움직이는 사이로 그녀는 여러가지 의문의 벽에 갇힌 기분이었다. 



채굴함의 청사진과 지금의 함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당시 채굴함 내부는 습격이라고 할 수 없는 뭔가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침식액의 흔적들이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기괴하게 퍼져있다는 것. 

“앵간해서는 의뢰를 하고 싶지 않은데.......참....”

 


그렇다고 이걸 손을 놓자니 점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고속정 내부에 프람소대와 자신의 수색 레기온들이 탑승한 걸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벨치카 함이 있는 곳으로 귀환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