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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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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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포와 친해져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 휘두르는 공포에 두들겨 맞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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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루이스 시내

 

델타세븐 기함 엔터프라이즈.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었는데...... 브리핑에서부터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자신의 생각을 비웃는 것처럼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제이크 대령의 휘하 부대장 브라이언 대위로부터 받은 수신기기에서는 당시 쉘터내에서 벌어졌던 모든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브링어와의 조우. 잠식이 된 카일 그리고 그 카일을 제압 후에 시커 장비를 착용시킨 후 자신과 부하들에게 해를 입힐까봐 전장에서 이탈한 제이크 대령의 모습까지. 나가기 전 자신의 부하들을 부탁한다는 듯 경례를 하는 그의 모습에 브라이언과 부하들은 침울함과 분함 속에서, 눈물을 흘린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이 한심하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대령님..... 약속을 하자면서... 그렇게 가시면.....”

“젠장...... 아무리 재수없는 인간이라 해도 그렇게 혼자서 가면 어떡하냐고.....”

“잠식되면 대령이 자네들에게 해를 입힐까봐 그랬을 걸세. 게다가 카일 소령의 장비는 파괴된 상태였으니까.”

마리아의 대답에 부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그런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수고했네. 일단 남은 대원들을 막사에서 대기하도록. 브라이언 대위와 긴히 할말이 있으니.”

마리아의 대답에 병사들은 침울함을 뒤론 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일어나 마리아의 개인 실로 하나 둘 나가기 시작했다. 남은 대원이 조심스럽게 문을 소리 없이 닫은 사이로, 마리아는 손을 뻗으며, 앉아도 된다고 손짓을 보냈다. 




“당시 자네 소대가 그곳에 도착했다고 보고를 받았네. 제이크 대령은 보이지 않았고, 카일 소령이 중상을 입었다고.”

“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맥캔지가 내부에 경비병력은 망령들에게 잠식 당한 뒤였습니다. 당시 현장에 소령님은 대령님의 시커 장비를 착용한 상태였고요.”

제이크의 시커장비를 카일이 착용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의아한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분명 출발하기 전부터 카일의 시커장비는 브리핑에서부터 지금을 받았고, 철저한 관리주의자나 다름이 없던 카일이었기에, 그가 장비를 안하고 나갈리는 없었으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 군. 카일의 관련 장비는 이미 지급이 되었고, 장비를 한 걸 보고서뿐만 아니라 작전 실행 전 내 눈으로 확인까지 했었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카일이 시커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망령이 되었다는 건가?”

“현재 저희 쪽에서도 원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당시 쉘터내에서 발견된 기록장치들이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현재 작전을 진행 중이던 벨치카 함대가 적들의 기습 당한 상황이며, 각 함대는 현재 교두보가 막힌채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은 보고와 함께 그녀의 앞으로 당시 발견되었던 기록장치를 건네주었고, 마리아는 재생버튼을 누른 채 기록 영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영상에서는 상공에 대기중이던 벨치카 함과 호위함이 갑작스러운 대공망에 공격받았고, 화염에 휩쌓이며 도시 한복판에 추락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었다. 



“기습을 당할 줄이야...... 분명 주변에 적은 없었다고 생각했네만?”

“그래서 중장님이 오시기 전에 벨치카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당시 발생한 폭발로 인해서 벨치카와의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더글라스 사와의 연락망 또한 두절이 되었고요.”

“허리가 끊긴거나 다름이 없군. 폭발이후로 후속함대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고......”

마리아는 팔짱을 낀 채, 심각하게 벌어지는 전황에 난감한 표정 속에서 마른 침을 삼켰다.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것이 오히려 함정이었고, 허리까지 끊긴 이상 벨치카 뿐만 아니라 델타세븐까지도 적들의 공세는 더욱더 거세질 것 눈에 훤했으니까. 심각한 그녀의 시선 앞으로 브라이언은 저기....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묻자 마리아는 아. 소리를 내며, 말해도 좋네. 라고 대답하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




“상황인 상황이기에 중장님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이후로 제이크 대령님이 저에게 부대 지휘권을 맡겼습니다. 피스키퍼들 중에서 좀 나은 '멍청이' 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저보다는 부하들이 더 출중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브라이언 자넬 신뢰한다는 거겠지. 제이크 대령은 자네와 함께 선봉에서 싸우던 시절 속에서 지켜봤을 테니까. 그는 죽은 게 아닐세. 아직 기회는 있으니, 포기하지 말게.”

마리아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깊은 침울의 숲에서 벗어나겠다는 듯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흐트러졌던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전장을 주시했던 그녀의 눈에서 비추어진 전장의 상황은 그동안 주시했던 전장들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제이크 대령이 당시 브링어가 보여줬던 내용대로라면, 지금 함대를 움직이면 놈들에게 포위를 당하게 될 걸세.”

“결국 저희 또한 고립이 되었다는 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브라이언 대위. 하지만 역으로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네.”

“네?”

브라이언을 포함한 부하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갸웃했을 때, 마리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전에 선두함이었던 벨치카와의 연락망을 필요하네.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들이 필요한 상황이니까.”

“현 전력망은 당시 폭발 이후로, 벨치카 쪽과의 연락망이 단절된 상황입니다. 시내에 있는 강한 자기장으로 인해 함대와의 연락범위는 매우 제한적이고요.”

“끊어진 허리를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벨치카와의 긴밀한 연락망이 있어야만 하네 그래야 내가 구상한 작전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

“벨치카 쪽에서 어떤 작전을 준비하시길래....?”

그의 물음도 잠시 마리아는 눈 웃음을 지은 채, 작전 내용이 담긴 문서를 보여주었다.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브라이언은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아는 추가적인 지시사항을 브라이언에게 들려줬다.



“각 구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중계기를 설치한다면, 우리와 벨치카까지 연락망이 활성화되면서 벨치카를 구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걸세.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 쪽에 지원은 받는 게 어렵다는 게 문제지. 가능하면 소대를 편성해서 우리가 있는 북쪽과 벨치카가 추락한 킹스웨이 구역까지 중계기를 설치를 해야 하네.”

그렇군요. 브라이언은 그 대답 속에서, 마리아가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녀는 가능하면, 사지로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브라이언 대위. 이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 작전인지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말했듯 난 내 부하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일세.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자네 외에도 다른 소대에게도 확인해볼테니......”

 



'하겠습니다.'

 



브라이언의 대답에 마리아는 정말로 할 것인가? 라는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미 결정했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비록 대령님보다는 최악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저희의 약속을 잊은 건 아닙니다. 다른 병사들에게 위험을 떠넘길 바에 차라리 제가 소대를 인솔해서 출발하겠습니다.”

그 대답 속에서, 브라이언은 결정했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브라이언을 보며 말했다.



“알겠네. 자네가 자원한다니 이 노친네 잔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내가 전략을 제대로 구상하지 못한 책임도 있으니..... 참 자네에게 이런 위험한 일을 맡기게 했으니 장군으로서도 실격이지.”

“그렇게 말씀하시 마십시오. 그럴수록 중장님은 언제나 저희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셨던 분이십니다. 엉망이 되었다고 해서 내버려두기보다는 바로바로 치워버리는 게 낫죠.”

아 맞네. 맞아.... 마리아는 브라이언의 대답에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겠네. 노친네가 염치없지만 부탁하겠네.”

“소대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대령님과 소령님이 지금 공백인 상태니까요.”

브라이언은 그렇게 대답하며, 그녀에게 경례를 표했고,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도 좋다고 시선을 보냈다. 브라이언이 나간 후로 마리아는 품 속에 육포를 만지작 거린 채 멀리서부터 펼쳐진 전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

 



브라이언이 막사로 돌아왔을 때, 무장을 점검하고 있던 병사들이 브라이언의 모습을 보자마자 장비를 챙기고 모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주변으로 모인 피스키퍼 대원들은 일제히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장비를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침묵 속에서 심호흡을 한 후 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각 병력! 현재 진행 중이던 작전 진행을 변경한다. 현 기함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준비하고 놈들의 공세에 대비하도록 진행하도록.”

“대령님은.... 괜찮으지 말입니다. 회선에서 대령님에게 문제가 생긴 겉지 말입니다.”

티모시 일병이 걱정하는 시선으로 브라이언에게 묻자 브라이언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숨기지는 않겠다. 티모시 일병의 말대로 대령님에게 문제가 생기긴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대위가 될 때까지 똥개처럼 부려먹었던 인간이라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거다! 반드시 구한다. 그렇게 나와 대원들의 등골을 실컷 빨아먹은 그 인간이 영웅취급 받는 꼴 보면 화가나니까!”

대위의 한이 가득히 담은 외침에 병사들은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제이크 대령의 휘하에서 사병으로 들어오면서 대위의 직위에 있기까지 제이크는 틈만나면, 온갖 잡일을 시켜왔었으니까. 브라이언은 그 대답 이후로, 자신의 주변에 모인 병사들을 보며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제군들도 알다 싶이 카일 소령님은 중상에 제이크 대령님이 실종 된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마리아 안토노프 중장님 밖에 없다. 중장님이 벨치카와의 구원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벨치카가 추락한 킹스웨이 구역까지 통신망을 복구할 수 있는 중계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곳은 이미 전부 다 놈들에게 점령 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병력을 이끌고 구역을 수복하실 겁니까?”

“아니. 중장님께서는 현 병력은 세인트 루이스의 군수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전선을 수비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또한 이 이상으로 병력을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입장이지.”

브라이언의 대답에 병사들이 의아해진 상황에서 소위 휘장을 달고 있는 콜이 팔짱을 낀 채 병사들 속에서 손을 들었다. 콜은 설마설마한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봤고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콜은 고개를 저으며, 막사 내에 있는 병사들이 확실하게 '각인' 시키도록 질문을 꺼냈다.




“브라이언 대위님의 말을 정리한다면, 현재 병력으로 벨치카까지 구원하기에는 허리가 끊긴 상황이고, 일단 선으로 중계기를 이용해서 통신망을 확보한 후 벨치카와의 구원을 진행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지금 벨치카가 기습을 당한 이상 지상병력이 교두보를 마련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고. 지상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만, 도시 내에 있는 태스크 포스들과 합류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임무에서는 전투는 가능한 피하면서 우리가 있는 세인트 루이스 북쪽을 시작으로 벨치카가 추락한 킹스웨이 구역까지 중계기를 설치해 통신망을 복구시켜야 한다. 



말했듯 소대가 깊숙히 구역으로 진입하면 할수록 중장님의 본대와의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소대끼리 처리해야 되고 심지어는 전장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브라이언의 대답에 막사 주변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고 브라이언은 사실상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른 침을 삼켰다. 



“말했듯, 난 제군들에게 전장에서 죽길 바라면서 이 작전을 진행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말했듯 자원할 대원들만 받을거고 인원은 가능한 한 4명으로 최소한의 인원으로 해서 출발할 예정이다. 자원할 대원은 있나?”

브라이언의 물음에 주변의 대원들이 침묵을 지키는 사이로, 저요! 라고 대답하며, 누군가 손을 들고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의 품 속에서 나온 병사는 일병의 휘장을 가지고 있는 티모시였다. 



“티모시 일병?”

“네! 자원하겠습니다! 저희 어렸을 때부터, 엘렌 누나와 라크 형이 있었던 세인트 루이스가 침식체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고, 확인도 하고 싶고 말입니다.”

“티모시 일병. 보통의 대규모로 움직이는 작전이 아니라 최소 인원으로 가야 하는 작전이라고. 브라이언 대위의 말대로 본대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해야 돼.”

콜 소위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시선으로 티모시를 바라봤지만 티모시는 이미 결정했다는 시선으로 콜 소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세인트 루이스는 어렸을 때부터 쭉 놀고 자라왔던 도시지 말입니다. 위험하다고 해도 이것이 중장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티모시의 고집에 콜 소위는 하는 수 없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저은 채, 브라이언이 보이도록 손을 들었다. 뭐 뻔한 이유긴 하지만 들어나볼까 싶은 시선으로 콜에게 묻자 콜은 간단 명료하게 정리하듯 브라이언에게 대답했다.



“전부터 우리 대위님은 하고 싶다는 의지는 엄청난다 하도 딴길을 세서 말이죠. 그리고 중계기 포인트도 못 잡는데, 그곳에서 시간만 날리다가 침식체들에게 죽을 수도 있고요. 메카닉 관련된 기기들은 전부터 잔뼈가 있으니까요.”

“좋아. 콜 소위도 합류해도 되네. 그리고 나머지 대원은.....?”

“저...저도 가겠습니다!”

한 병사가 손을 들었을 때, 티모시는 라크 형... 이라고 중얼거리며 병장의 휘장을 두른 라크를 보며 말했다. 라크는 입조심하라는 듯 시선을 보내며, 티모시를 주시했고 티모시는 네..병장님 이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티모시와 마찬가지로 이곳 세인트 루이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 출신입니다. 물론 침식체 놈들이 얼마나 개판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합류하겠습니다. 킹스웨이 구역까지는 지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동생에게 꽤나 신경이 쓰이나 본데? 라크병장.”

콜의 대답에 라크는 아 네... 라고 말하며,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병사들은 호오 소리를 내며, 동생을 챙기는 '형' 의 모습에 감동한 시선으로 라크를 바라보았다. 브라이언은 병사들에게 그만하라는 듯 으흠! 소리를 냈고, 병사들은 다시 한번 브라이언을 주목했다. 




“지원자들 외에 나머지 대원들은 현 시점으로 중장님 기함을 중심으로 세인트 루이스 북부 구역에 전선을 형성한다. 우리가 중계기 설치를 하며, 통신망을 확보할 때까지 놈들이 세인트 루이스 공업 구역을 공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명심하도록.”

브라이언의 대답에 병사들은 옛썰! 이라고 대답하며, 일제히 경례를 취했고, 브라이언은 3명에게 따라오라는 시선을 보냈다. 소대를 모집하고 걸어가는 그런 브라이언의 모습에 마리아는 그런 브라이언의 대견스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실상 지원조차 없는 위험한 임무일 텐데도..... 그만큼 제이크 대령을 구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군. 브라이언 대위. 그런 자네들의 비해서 나같은 노친네는 짐짝에 불과하고.....”

“네!? 중장님. 짐짝이라뇨 중장님이 있어야만 델타세븐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나 저희들은 중장님이 없으면........”

그녀의 대답에 다들 우려와 걱정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마리아는 참... 소리를 내며,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이 지구에 있는 자들은 이 노친네를 '회춘' 시켜서라도 전장에 보낼 생각인가? 



“참.... 아직도 어린애들처럼 날 보고 있다니, 이 늙은 할망구가 뭐가 좋다고 이러는 건지 원........”

“그래도 챔버뿐만 아니라 저희 모든 병사들은 중장님의 전설을 믿고 있습니다. 중장님은 언제나 시가를 무신 채 혹한의 전장을 지휘하셨으니까요.”

“그건 시가가 아니라 육포였다니까. 내가 젊었을 때, 썼던 그 '장비' 가 워낙 열량을 많이 소모시켜버린 탓에 싸우다 죽는게 아니라 굶어죽을 뻔했으니까. 뭐..... 자네들은 '내 모습' 을 그때 못봤으니 망정이지 보기만해도 사람인지 해골인지 구분도 못 했겠지만.”

“역시 중장님... 겸손하시기까지 챔버지부의 사관학교 학생들이 왜 존경하시는 지 알 것 같습니다.”

이 대답마저도 그들은 겸손이라고 인식을 하다니, 뭐 오히려 그렇게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들에게는 나을지도 모르겠지. 마리아는 브라이언 대위가 선출한 병사들을 데리고 장비와 이동 경로에 대한 루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대위가 진행할 작전은 적진 한복판에 진행될 정도로 위험한 작전일 될 걸세. 함선내의 최신 장비들을 지원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중장님.”

 



/



 

[각 델타세븐 대원들은 현 시간부로 전선 강화 및 추가적인 침식체 공세에 대비한다..... 각 대원들은 신종 침식체인 망령에 대한 외부 공격에 대비해 시커 장비를 필히 착용하고 이상 증세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의무병에게 보고를 하도록.....]

 

전선에서 퍼져오는 공세와 신종 침식체와 관련된 방송이 흘러나오는 사이로 마리아는 정비를 마치고 대기중인 브라이언이 있는 막사로 향하고 있었다. 전선 작업중인 대원들의 경례를 받는 그 사이로, 브라이언이 대기하고 있는 막사로 들어갔을 때, 브라이언은 품 속에 수신기를 침묵 속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녹이 슬고, 때가 묻어있는 구형 수신기였지만, 브라이언은 잊지 않겠다는 듯 꼭 쥔 채로 자신의 몸에 퍼져오는 전황의 긴장을 잊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사이로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자 브라이언은 아. 소리를 내며, 뒤늦게 일어나며, 수신기를 쥔 채 경례를 했다.



“편안하게 해도 되네. 브라이언 대위.”

“아닙니다. 중장님. 제가 대위라고 해도 중장님에게는 반드시......”

“가끔은 이런 계급에서 벗어나서 병사들과 솔직히 이야기해고 싶기도 하네. 그러니 날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네. 군복만 벗으면 난 그냥 동네 흔한 노친네니까.”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초록빛의 막사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고, 브라이언은 선 채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 이렇게 내가 두려운 건가? 마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앉으라는 시선을 보냈고, 브라이언은 당황했지만 그녀의 허락에 조심스럽게 막사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들게. 대위. 자넨 우리 델타세븐의 당당한 군인이니까."

“네.......”

브라이언은 그녀의 대답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만 봐도 마리아는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로 그의 얼굴에 가득히 드리운 '두려움' 을 느꼈다. 직접 자원을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그런 그의 얼굴에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알게 된 걸까? 브라이언은 그녀가 자신을 문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걱정이 섞인 그녀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제는 없습니다. 중장님. 그러니......”

“군인이라고 해서 애써 본인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숨길 필요 없네. 만약 자네가 그것을 숨기면 숨길 수록 자네 안에 있는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결국 짓누르고 마니까.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해도 이 늙은이의 눈에서는 느껴진다네. 브라이언 대위. 참 우습게도 전쟁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지휘하다보면, 알게 되니까.”

마리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품 속에서 시가 같이 생긴(?) 육포를 한입에 물자 브라이언은 송구스러운 시선으로 고개를 숙였다. 



“저희 소대가 출발할 예정이긴합니다만, 성공할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지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곳이 온전하게 남아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구요. 물론 중장님의 임무를 완수를 해야 되지만.... 정말로 그것을 이룰 수 있을 지는 모르겠구요.”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네. 특히나 내가 입는 이 군복의 휘장의 무게감이 느껴질수록 부하들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는 것도 느껴지고.”

그래. 그랬다. 전장이라는 곳에서 참혹한 화망과 자욱한 화염으로 가득 찬 기억들은 노장이 된 자신에게도 느껴졌으니까. 그 첫번째 추가 언제부턴가 브라이언에 얹혀져 있었고, 브라이언은 그 추 하나만으로도 힘겨워했다. 명령을 들으며, 움직이는 입장이 아니라 이제 자신의 소대를 준비하고 수행하게 되며, 역할을 담당하는 소대원들을 책임져야 했으니까. 



“대부분 그걸 보고 첫번째 추라고 얘기를 하지. 처음에 그 추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매번 긴장했었네. 나의 선택으로 인해서 소대가 생환할 수도 혹은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 중장님은 어떻게 견뎌내셨습니까? 부하들을 지휘하는 긴장을 풀 수 있는......”

“생각보다 간단했네. 영화를 즐겨보는 거였지.”

“영화요?”

브라이언은 의아한 시선으로 마리아를 봤지만, 마리아는 사실이라는 듯 주름이 가득한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는 선택이라는 걸 중심으로 다양한 결과와 과정들을 보여준다네. 하나를 선택한다면, 혹은 최악을 선택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될지까지 전부다 알려줬으니까. 그 과정에서 난 영감을 받게 되었고,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지.”

“그렇군요. 중장님은 주로 전쟁영화를 많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전쟁이라던가 혹은.....”

“포성과 전차 그리고 병사들의 이야기들은 이미 충분히 들었다네. 요즘은 숨 돌릴 겸 다른 영화들도 즐기지. 요즘은 내 노후가 시작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한 영화를 즐겨본다네. 예를 들어 둘이서 집에라던가.”

“둘이서 집에면... 아 기억납니다!”

호오. 마리아의 호기심이 섞인 시선으로 궁금하듯 바라보자 브라이언은 두려움에 짓눌린 것도 잊어버린 채 추억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장치를 쥐며, 말했다.



 

“호오. 브라이언 자네도 알고 있었나? 그 영화는 꽤나 오래되어서 알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네만.”

“매일 이브나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UNN에서 질리게 방영했죠. 이제는 머릿 속에서 기억이 날정도니까요.”

“온 가족의 영화 중에서 손꼽히는 명작이긴 했으니까. 자넨 어떤 편이 젤 좋았나?”

“2편이었습니다. 1편과는 다르게 뉴욕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실수로 세인트 루이스 행 비행기를 타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지금 다시 봐도 명작이긴 했죠.”



“그럼 그곳에서 나왔던 비둘기 아줌마도 알고 있겠군?”

“물론이죠! 그때, 아줌마가 둘을 구하기 위해 먹이를 뿌렸고 엄청난 수의 비둘기들이 몰려들면서 콕콕 쪼았던 장면은 지금도 통쾌했죠.”

브라이언의 대답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로 마름모 모양의 장치를 꺼내며, 브라이언에게 보여주었다. 흑빛으로 칠해진 기기 사이로, 전력이 공급되는 것처럼 푸른빛의 전력이 서서히 발화했다가 꺼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건......?”

“그 비둘기 아줌마의 소중한 비둘기들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자네들 위협하는 놈들이 오면, 이걸 활성화시킨 후 던지면 되네. 그럼 나의 비둘기들이 도와주러 올 걸세.”

비둘기? 그것치고는 여러가지 복잡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브라이언의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로, 마리아는 걱정하지 말라는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오래 전부터, 나의 부하들에게 항상 얘기했던 것이 있어. 브라이언 자네도 이미 제이크 대령을 통해서 알고 있을 걸세.”

“겁먹은 채 서있을 바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면서 그 두려움을 없애라고 하셨죠. 가만히 있을 수록 어둠은 더욱 더 자신을 먹을 거라고 말이죠.”

브라이언의 대답에 마리아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있어 부하들은 언제나 망각해가던 자신에게 새로운 '목표' 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곳에 불을 지피거나 방황하게 된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이정표를 잡아준다던가 참 우습게도 이제 끝이 되었다. 싶으면서 쉴 곳을 찾으려고 하게 되면,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는 제시하고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이유들 때문에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있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



참 우습게도 노친네에 불과한 자신의 이야기에도 병사들은 일어나며,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심지어는 자신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브라이언 대위에게까지.



“고맙습니다. 중장님. 덕분에 전보다 진정되었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다니 다행이군.”

“아닙니다. 중장님. 만약 제이크 대령님이 이 모습을 봤다면, 또 놀림거리가 생겼다면서, 신나했겠죠. 대령님은 매번 저의 새로운 놀림거리를 찾는 재미로 사셨으니까요.”

“말했듯 대령은 아직 살아있네. 브라이언 대위. 그러니 절대로 포기하지 말게.”

마리아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명심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로 콜 소위는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고, 브라이언은 그녀에게 경례를 하며, 무장을 마치고 대기 중인 자신을 포함한 4명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출발을 시작하는 브라이언 소대를 보자 한 병사는 행운을 들려주듯 자신의 전자기타를 든 채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Some folks are born made to wave the flag, Ooh, they're red, 

white and blue. And when the band plays "Hail to the chief",

Ooh, they point the cannon at you, Lord

,It ain't me, it ain't me, I ain't no senator's son, son.

It ain't me, it ain't me; I ain't no fortunate one, no,

 



그 노래에 브라이언과 소대원들은 엄지를 들며, Fortunate Son의 노래를 불렀고, 서서히 기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전초기지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자, 브라이언은 자신의 주변에서 퍼져오는 긴장감이 퍼져옴을 느꼈다. 그 긴장 속에서, 브라이언은 품 속에서 수신기를 꼭 쥔 채 성큼성큼 기지에서 벗어나 수많은 침식체들로 뒤덮은 세인트 루이스 남쪽으로 향했다.




/

 



기지를 벗어나며, 짙게 깔린 숲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브라이언은 시작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무운을 빌듯 부르던 병사의 노랫소리도 상공에서 오고가는 드론과 링컨 전차의 엔진소리와 피스키퍼들의 수많은 발소리들도 이제 들리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이동하면서 소대의 분위기를 살펴보듯 한 명 한 명 주시했다.

 


티모시 일병은 괜찮아... 괜찮아.... 라고 대답하며, 깊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고, 콜은 노래의 여운에 취한듯 Fortunate Son 의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었고, 라크는 지도를 확인하며 추후 이동해야 할 지점을 브라이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서 좀만 가시면, 선 플라워 필드입니다. 저희 동네중에서 제일 많은 해바라기들을 볼 수 있는 곳이죠.”

“라크. 우린 관광하러 온 거 아니라고. 중계기를 설치해서 벨치카까지 연락이 닿아야 한다고.”

“그 근처가 저희가 지나가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죠. 콜 소위님. 이왕 임무도 진행할 겸. 저희 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고 알려드리는 겁니다.”

“아.... 기억납니다. 라크 병장님. 저희 누나는 특히..... 해바라기를 정말 좋아했지 말입니다. 어렸을 때, 매번 놀러가면서 씨앗을 가져다가 정원에 심었던 기억이 나지 말입니다.”

“나도 기억나네. 가끔 훈련차 세인트 루이스에서 오긴 하는데, 해바라기 평원을 반드시 지나가야 했거든.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내가 무엇을 하는 지 궁금하듯 바라보고 있었지.”

사실 해가 자신들을 쬐고 있기 때문에,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의 대답이 있긴 했지만, 훈련이 끝나고 지친 시선으로 수송함 창문에서 바라본 해바라기 평원의 해바라기들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수고했다는 것처럼. 흩날리며 노란빛의 꽃을 피고 있었다. 




“지금도 있을까요? 침식사태에서도?”

“가봐야 알겠지....”

“하아..... 이런 지옥의 세인트 루이스보다...... 누나와 함께 갔었던 세인트 루이스가 보고 싶지 말입니다....”

티모시는 그 대답 속에서, 고개를 숙이자 라크는 정신차리라는 듯 등을 두드려주었다. 수풀로 가득 찬 길을 벗어났을 때, 소대의 눈 앞에서 수많은 침식의 파편으로 가득 찬 평원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평원을 가득히 메우고 있던 해바라기들의 모습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서는 침식 핵과 파편들이 군데군데 자라나며, 자욱한 오염의 연기를 한가득 내뿜고 있었다. 그 밑으로 다수의 침식체들이 가득히 침식핵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 사이로 망령에 잠식 된 채 침식핵 주변을 맴도는 시민들의 모습에 소대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젠장....... 이러면 답이 없는데.”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마른 침을 삼켰고, 콜은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는 시선을 보냈다. 브라이언은 침식체들이 눈치채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손짓했고 소대는 빠르게 해바라기 평원 외곽으로 후퇴했다.



“저기로 가야 그나마 킹스웨이로 갈 수 있는 구역이었는데.... 이미 끝장이 난 것 같군요.”

“저기 외에는 방법이 없나? 라크 병장.”

“제 예상대로라면, 저희가 본 방금 구역은 해바라기 평원의 1번 구역일 겁니다.”

“1번 구역?”

“네. 콜 소위님. 네비게이터를 좀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라크의 대답에 콜은 지도를 활성화 했고, 소대의 현재 위치와 해바라기 평원의 전체적인 지도가 표시되었다. 



“해바라기 평원은 총 두 개의 구역으로 되어있습니다. 하나는 해변가로 이어져있는 통로가 있고, 다른 하나는 호수 공원으로 이어져있는 길이죠. 제 예상대로라면, 해안가 구역은 이미 침식체들에게 장악되었을 겁니다.”

“보니까 침식핵이 변종 급으로 성장하지 않아 보이긴 했어. 게다가 핵 구역에 놈들이 많은 걸 보니.......”

“생각보다 놈들이 도시 구역을 전체적으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겠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 소대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장악이 되긴 하겠습니다만....”

“그...그럼 저흰 고립이... 된 겁니까?”

티모시의 물음에 라크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라크는 해바라기 평원의 두 번째 구역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만약에...... 놈들이 이곳에 아직 세력을 불리기 전이라면, 이곳 스패니쉬 호수 공원에 중계기를 설치한 후 나오면 될 것 같습니다. 놈들이 구역을 장악했다고 해도 이곳은 숲속이라 중계기를  찾기가 힘들죠.”

“설치 후 숲을 이용해서 벗어난다라..... 예전에 정글에서 침식핵 파괴했던 전투가 생각이나는데?”

“콜 소위님? 근데 저희 델타세븐이.... 그런 전투도 한 경우가 있었습니까?”

티모시의 물음에 콜은 모르는 게 좋을 거라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침식사태가 발생한 구역이 이곳과 비슷한 산맥 구역이었거든. 얼마나 험하던지, 자유롭게 움직이는 놈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거의 중무장 급으로 행군을 하면서 숨어있는 침식핵을 찾았던 적이 있었지.”

“정말입니까? 제이크 대령님이 알려주지 않아서.... 잘 몰랐지 말입니다!”

“그래도 그거보다는 수월할 겁니다. 브라이언 대위님. 제가 예전에 그곳을 많이 돌아다닌 적 있어서 대략적인 통로들은 알고 있습니다. 일단 출발하죠. 놈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말입니다.”

라크의 대답에 셋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언덕에서 내려가는 사이사이로, 소대원들의 귓가에서는 끔찍한 연기와 자욱한 포성이 가득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 포성에 이끌리듯 상공에서는 다수의 공중 침식체들이 빠르게 날아가며, 시내로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벨치카가 추락한 킹스웨이 구역이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나보군요.”

“거대한 고래가 떨어졌으니, 굶주린 하이에나들이 오는 건 당연하지. 그 고래가 아직 힘이 있어서 버티고 있긴 하지만."

“다들..... 괜찮은지 걱정되지 말입니다..... 브리핑 내용에서 보니.... 정말 끔찍하지 말입니다.”

“걱정하지 마. 벨치카의 로알 제독이 지휘하던 함선이니까. 놈들에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콜. 주변에 침식체들은?”

“아직은요. 루트 대로 진입한다면, 슬슬 첫번째 중계기 설치구역에 도착했구요.”

콜의 대답 속에서, 소대는 엄청나게 우거진 수풀 속에서, 첫번째 포인트 구역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잎사귀로 뒤덮은 숲의 풍경을 감상했을 테지만, 그 분위기를 부수는 듯 포성이 들려왔고 알고도 싶지 않은 알 수 없는 괴물의 표호가 숲 군데군데 들려오고 있었다. 목표 지역에 다다르자 콜은 갔다오겠다는 시선을 보낸 후, 숲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진짜.... 산책하는 기분으로 들어갔다면, 정말 속이 편했을 텐데 말이야.... 이런 곳이 전쟁터가 될 줄이야.”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곳에서 무기를 들 줄을 몰랐다. 평화로움 속에서, 편하게 돌아다닐 것 같았던 이런 곳에서의 전쟁에 콜은 속이 뒤틀릴 것 같은 긴장과 공포가 퍼져옴을 느꼈다. 그 긴장을 깊게 풀 듯 한숨을 내뱉는 그 사이로 중계기를 꺼냈고, 활성화 버튼을 누른 후 적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게 수풀과 흙으로 덮은 후 자리에 일어났다.



“좋아....이제 슬슬 합류를......”

콜의 대답도 잠시 콜은 새까만 사람의 형체를 보고 자신의 권총을 든 채 서서히 접근했다. 서서히 다가가며 확인했을 때, 더글라스 사의 흑빛 독수리 문양을 하고 있는 대원의 시신이었다. 시신의 몸에서는 군데군데 침식체들에게 공격받은 흔적이 가득했고, 지혈을 시도했는지 장갑에는 눌러붙은 피가 흥건하게 남겨져 있었다.



“출혈을 막으려다가 의식을 잃은 채로 그대로 가버렸군..... 불쌍하긴...”

콜은 고통스러웠을 병사에게 묵념을 한 후 장비를 확인했을 때, 시신의 손목에 뭔가 장치가 착용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워치? 이렇게 침식억제 배리어가 있는 걸 보니까 카운터 같지 않아보이는데. 솔져가 미쳤다고  카운터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 테고....”

그 의문 속에서, 콜은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장치를 해제한 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손목시계처럼 보이는 장치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붉은빛으로 활성화 되어 있었다.



 

/



 

시간이 지나도 콜이 들어오지 않자 소대원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포성의 소리는 점점 더 강하게 울려퍼지고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던 소리는 자신들의 심장을 옥죄어 오듯 서서히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었다.



“콜 소위님. 왜 이렇게 안오시는 건지 말입니다...”

“중계기가 설치가 쉽지 않아. 티모시 일병.”

“그래도..... 요즘은 초고속이라는 게 유행이지 않지 말입니다! 제가 아는 콜 소위님은 이렇게 거북이처럼 굼뜨신 그런 분이 아니지 말입니다!”

“티모시 일병. 아무리 그래도 콜 소위님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분이 아니야. 알겠어?”

“하지만 너무 걱정되지 않냐 말입니다 혹시라도...!?”

티모시가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했을 때, 브라이언은 뭔가 기척을 느끼고 이야기를 계속하려던 티모시의 입을 막았다. 티모시가 바둥거리며, 왜 그러냐는 시선으로 브라이언을 바라봤을 때, 라크도 뒤늦게 확인하고 풀 숲에서 엄폐한 채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살펴보았다. 콜은 언덕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간 상황이었고, 브라이언이 들은 소리는 콜이 이동한 언덕이 아닌 공원에 진입했던 뒤쪽 숲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라크는 포복을 하는 사이로, 긴장한 시선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브라이언에게 다가가며, 같이 동태를 확인했다. 차라리 동물이나 사슴이 지나가는 거라면 모를까 지금 이곳은 침식사태 지역이었다.

“지금 소리가 들리는 곳은 해바라기 평원 방향입니다. 콜 소위님이 바보처럼 크게 돌지 않는 이상은....”

“알아. 저 소리를 내고 있는 게 뭔지는 하나밖에 없지.”

 


침식체. 그 단어에 라크는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인 채, 품 속에서 감지기를 키고 확인했다. 감지기에서는 소대원을 중심으로 엄청난 수의 침식체가 감지되고 있었고, 소대가 엄폐하고 있는 구역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라크는 브라이언에게 적이라고 신호를 보낸 후 바로 감지기를 껐고, 브라어인은 심호흡 속에서 지진처럼 울려퍼지는 침식체 무리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수풀 속에서, 변이가 된 침식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헤드 헌터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소대가 숨어있는 풀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티모시는 수풀 속에서 등장한 엄청난 수의 침식체 무리에 덜덜 떨리며, 입이 벌어졌고 라크는 빠르게 티모시에게 다가가며, 진정시켰다.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살펴보던 헤드헌터는 소대가 숨어있는 수풀에 서서히 다가갔고, 라크는 티모시의 등을 두드리며, 그의 눈을 가린 채 눈을 꼭 감았다. 헤드헌터의 침식화된 눈알이 여러번 부라린 채 수풀에 숨어있는 소대가 있는 근처를 두리번 거렸고, 왼쪽 팔에 기괴한 형태로 변형이 된 침식타입 저격총이 기괴한 붉은 빛을 발화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살펴보는 것도 잠시 포성이 다시한번 들렸고, 헤드헌터는 기괴한 울음과 함께 포성이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무기를 든 채 달려가기 시작했다. 

 


라크는 티모시를 진정시킨 후 다시 브라이언에게 합류했고, 탐지기를 활성화하며, 침식체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한 후 브라이언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지금 경로라면 놈들은 저희가 이동해야 할 호수 공원 쪽을 경유해서 킹스웨이로 이동 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우리가 가야 되는 루트인데 거기로 이동하고 있다니....'


라크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난감한 시선으로, 주변을 지나치는 다수의 침식체들을 바라보았다. 이 침식체들 또한 고립된 벨치카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길은 사실상 지옥으로 가는 길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다가는 침식핵의 밥이 될게 뻔해.'

'야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콜 소위님이 빨리오셔야....'

둘의 대답도 잠시 티모시는 뭔가를 본 듯 눈을 부릅떴고, 둘은 뒤늦게 티모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누나.....? 엘렌 누나?!”

“엘렌 누나!?”

“티모시! 뭐하는 거야!”

“제 누나입니다..... 설마 이런 곳에서.....!?”

티모시는 손을 뻗으며, 그녀를 향해 소리치차 그녀는 의식한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의식한 듯 고개를 든 채 손을 뻗는 순간 브라이언은 그녀의 주변에서 망령의 기운이 감지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가가려는 티모시를 붙잡았다.



“티모시 당장 나와!”

“에!? 저희 누나입니다! 도대체 왜!?”

“저건 네 누나가 아니야! 망령에 잠식되었다고!”

브라이언의 만류에도 티모시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 소리를 들은 듯 그녀는 천천히 돌아보며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티모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핏빛의 기운으로 가득 찬 그녀의 눈동자에서 티모시가 들어왔을 때, 그녀는 기쁜 듯 자신의 두 손을 모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티모시...... 거기 있었구나. 누나가 쭉 찾고 있었단다. 티모시 왜 거기에 있니? 왜 그곳에서 괴로워하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니?”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수많은 풀 숲을 지나며, 걸어 왔고, 그녀는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하는 티모시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이젠 그런 생각을 할 필요 없어. 널 괴롭히는 나쁜 아이들도..... 네가 그렇게 괴롭히는 것을 방관하던 아이도 없게.... 누나가 책임질 테니까. 그러니 누나에게 와줘. 그럼 누나가 널..... 어떤 고통과 두려움 없이 널 안아줄 테니까.”

그녀의 속삭임 속에서, 망령들이 의식한 듯 하나 둘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들은 싱싱한 '그릇' 을 인식하듯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의 침식체 감지기에서 경고 음이 들려올 정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싸우면 우린 바로 당해! 포위당하기 전에 움직여!”

브라이언은 소리치며, 다가가려는 티모시를 붙잡은 순간 라크는 유탄을 발사하며, 주변에 있는 나무를 쓰러뜨리며, 망령들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놈들은?”

“일단 차단했습니다만, 주변 침식체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오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은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하는 망령들의 포위망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을 때, 몰려오는 침식체들을 향해 섬광탄이 터졌다. 갑작스러운 섬광탄 속에서, 우왕자왕하고 있을 때, 콜은 여기야! 라고 소리치며, 소대원들을 불렀다.



“브라이언 대위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빨리!”

콜의 대답에 셋이 올라오며, 합류했고 넷은 숲을 통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젠장 왜 이렇게 늦은거야!”

“잠시만요..... “

콜은 혹시나 싶은 시선으로 뭔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만지작거리자 콜은 좋았어... 라는 소리가 들렸고, 브라이언은 뒤늦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콜의 발소리를 들었다.



 

“콜 뭐하는 건데!”

“어쩌면, 놈들이 눈치채지 못한 구역을 통해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콜은 그렇게 말하며, 더글라스 사의 문양이 그려진 기기를 보여주었다. 콜이 기기 버튼을 누르자 우웅 소리와 함께 소대의 눈 앞으로 적색빛 포탈이 활성화 되었다.

“이건....!?”

“일단 들어가죠! 놈들이 오기 전에!”

콜의 대답에 셋은 고개를 끄덕이며, 포탈내부로 들어갔고, 포탈은 망령들이 몰려오기 전에 비활성화 되며, 모습을 감추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