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참교육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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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순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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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써보는 두번째 인간물 나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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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벌판.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한치 앞도 바라보기 힘든 지경이다.


뽀득 뽀득


그 눈밭을 장신의 여성이 헤쳐나가고 있었다. 밤색 장발에 두터운 옷을 껴입은 미녀는 미모에 어울리다면 어울리고 어색하다면 어색한 긴 저격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치직


-여기는 철혈, 당소 발키리 응답 바람.


저격총을 든 여성, 발할라의 전투 바이오로이드이자 레오나의 부관 발키리가 무전을 건 자신의 상관 레오나에게 응답했다.


"여기는 발키리. 현재 목표 지점에 거의 접근 중. 아직까지 철충 발견이나 흔적은 보이지 않음.


-수신. 춥지는 않아? 핫팩 좀 더 챙겨줄 걸 그랬나?


"괜찮습니다. 이 정도 추위야 저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죠."


레오나의 염려에 발키리가 사양했다. 철혈이라 불릴 정도로 작전에 한해서는 냉철했지만 이렇게 소속 수하들에게는 한 없이 따뜻했다. 물론 극지방에서의 작전을 염두로 창조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에게 이정도 혹한은 봄이나 다를 바 없었다. 무전을 나누며 걷던 발키리 앞에 드디어 목표 지점이 드러났다.


"발키리, 목표 지점 도착. 현 시간부로 수색에 들어갑니다."


-칙..수신. 적과 마주칠 시 교전보다 대기할 수 있도록. 다른 대원들도 곧 합류하겠다.


"라저."


교전이 끝나자 발키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목표 지점이었던 폐건물의 입구에 접근한 발키리는 살짝 열린 문틈에 총구를 밀어넣었다. 틈새로 안 들여다보니 시커먼 내부에는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문에 설치된 부비트랩은 없는지, 동작 감지기는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 발키리가 서서히 문을 열었다. 녹슨 경첩이 삐걱대면서 서서히 문이 열렸다. 


정막 뿐인 공장에 빛이 들어오면서 그 내부의 실체가 드러났다.


"여기는 발키리. 철혈, 응답하라."


=칙, 철혈 수신. 뭐 찾은 거 있어?


"예....여러가지를..."


발키리는 드러난 공장 내부의 참상에 탄식했다. 그녀가 찾은 것은 자신과 같은 기종의 발키리들이었다. 발키리 뿐 아니라 알비스, 그렘린, 베라 등 다양했다. 모두 발할라 팀이었다. 그들 모두 더이상의 생명반응 없이 싸늘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발할라 팀만이 아니었다. 방탄헬멧과 강화복으로 무장한 인간들 또한 그나마 원 모양이라도 남은 바이오로이드와 달리 오래 전에 부패해 백골만 남은 채 유지되어 있었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은 분명했다. 바닥에 쓰러진 수많은 바이오로이드와 인간들의 시신, 그리고 벽과 바닥에 남은 그을음과 총탄 자국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저희 자매들과 인간님들이....이곳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두들...."


-...그래..계속 수색하도록. 포츈에 의하면 아직 신호가 계속 잡히고 있대.


"라저."


발키리는 잠시 무릎을 꿇고 오래 전에 떠난 자매들에게 묵념을 올렸다. 부디 자매들이 발할라에 도달했기를. 짧은 애도를 끝으로 발키리가 다시 공장 내부를 수색해나갔다.


오늘 새벽, 포츈이 이 건물에서 긴급 구조 요청을 수신했다. 간혈적으로 끊기고 오르카 측의 응답에 답이 없었지만 구조를 바라는 신호가 멈추지 않자 사령관이 발할라 팀에게 임무를 지시했다. 혹시 오메가 세력이나 철충들이 함정을 판 것은 아닐까 염려의 말도 오갔지만, 사령관은 이런 혹한에 오메가나 철충이 눈독 들일만한 자원도 없고 이런 곳에서 전투를 벌였다간 그들도 피해가 막심할 테니 함정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혹한에서의 임무는 자신들의 몫이라며 레오나와 발할라가 자신있게 나섰고, 사령관도 그들을 기꺼이 투입했다.


구조 신호의 발신지가 눈보라 때문에 정확히 파악되지 않자 레오나가 인원을 찢어 수색 작전을 진행했고,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한 것이 발키리였다. 공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발키리가 정밀 수색했다고 하더라도 진척이 금방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기척이 들려오자 발키리가 재빨리 경계자세를 취했다. 벽 모퉁이 바닥으로 그림자가 드러나더니 서서히 다가왔다. 발키리가 긴장한 채 벽에서 돌아나올 주인공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림자의 주인이 나타나자 발키리는 안도하며 총을 내렸다.


"아, 한참 찾았네."


"대장님."


"부관님, 여기 계셨어요?"


발키리의 상관 레오나와 그녀과 같은 소속의 전우 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면서 보셨죠, 대장?"


"응. 다들 무사히 발할라에 당도했기를."


레오나가 짧게 눈을 감으며 떠난 자매들을 애도했다. 님프도 함께 묵념하고 그렘린에게 받은 추적기를 확인했다.


"대장님, 신호의 위치하고 가까워졌어요."


"응답은 여전히 없고?"


"네. 여기서....조금만 더 가면....이곳이다!"


님프가 복도를 따라 걷다 한 문앞에 멈춰섰다. 레오나가 권총을 뽑아 들고 발키리에게 눈짓했다. 발키리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창고로 보이는 공간이 드러났다. 발키리가 먼저 투입하고 뒤이어 레오나, 마지막으로 님프가 창고로 들어섰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창고를 수색하는 셋. 하지만 적은 커녕 신호를 보내는 존재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네?"


"님프 양, 신호가 여기서 나오는 거 맞나요?"


"틀림없어요. 이곳이 맞아요."


"하지만 사람은 커녕 기계조차 보이질 않는데..."


삐걱


"..? 발키리, 거기 멈춰."


그때 발키리가 밟은 타일 하나가 기이한 소리를 냈다. 레오나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바로 무릎을 꿇어 바닥을 살폈다. 발키리가 자신이 밟은 부분에서 황급히 떨어졌다. 레오나는 조심스럽게 발키리가 밟았던 타일을 손으로 눌러보고 두들겨 보기도 했다.


삐걱...삐걱....퉁...퉁....


"대장, 이건?"


"안이 비었어. 지하에 숨겨진 비밀 장소가 있는거야."


레오나가 권총을 홀더에 집어 넣고는 모종삽을 꺼내 타일 틈에 끼워서 그대로 들어냈다. 예상대로 타일 밑에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가 드러났다.


"빙고."


발키리와 님프도 총을 등에 매걸고 레오나를 거들었다. 타일들을 전부 들어내자 바닥에 숨겨진 나무 문이 나타났다. 셋이 함께 문을 들어오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님프, 신호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해요. 저 안에서 신호가 잡혀요."


"좋아. 더 볼 것도 없지, 바로 진입한다."


칠흑 속에 휩싸인 지하로 내려가는 셋. 한치 앞의 시야도 허락하지 않는 암흑 속에 들고 있는 전등과 서로만을 의지한 채 한참을 내려갔다. 이윽고 셋의 앞에 지하 대피소로 보이는 문이 앞을 가로 막았다. 오랜 세월을 방치된 철문은 혹한의 추위와 무관심 속에 녹슨 채 죽어가고 있었다. 발키리가 문을 툭 차보자 빨간 녹이 그대로 떨어졌다.


"음, 이 정도라면 저희 힘으로도 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 한번 해보자."


레오나가 팔을 걷고 방향타처럼 생긴 손잡이를 쥐었다. 발키리와 님프도 각자 손잡의 빈 곳을 잡았다.


"셋 하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거야. 자, 하나....둘.....셋!!"


셋이 안간힘을 쓰며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꿈쩍도 않던 잠금 장치가 삐걱대더니 이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돌아가기 시작했다. 


덜 컹, 쿠웅...!


무거운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은 레오나가 철문의 안쪽을 향해 전등을 비췄다. 지하 방공호처럼 보이는 공간. 바닥에는 전투식량의 비닐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분명 이곳에 누군가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도움을 기다리며 버틴 것이 분명했다.


"님프, 신호는?"


"저 안에서 잡힙니다."


님프가 방공호의 가장 깊은 곳을 가리켰다. 셋이 동시에 전등을 밝히며 전진했다. 그리고 이윽고 신호의 정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아...."


발키리가 그 광경에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신호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한 무전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무전기의 수화기는 그 자신과 비슷하게 약간 큰 듯한 소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새벽 하늘처럼 청아한 감색 머리의 소녀. 안드바리였다. 생명반응을 잃은 채 미동을 보이지 않는 소녀는 입구를 바라보는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레오나와 님프도 그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다. 


레오나는 죽은 안드바리에게 다가가 미처 감지 못한 눈을 감겨주었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아가야....이만 편히 쉬렴...."


아무리 철혈이자 숱한 전투를 치뤄왔다 해도 어린 아이들의 시신을 보는 것은 늘 처음 보는 것처럼 괴로웠다. 이 작은 것이 이 차가운 공간에서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그러고보니 안드바리는 다른 발할라와 달리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있던 걸까? 그리고 그 해답은 금방 드러났다.


"어, 대장님. 저기!"


님프가 뭔가를 발견하고 전등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레오나와 발키리가 본 것은 벽에 기댄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제법 큰 체구에 두터운 강화복을 단단히 껴입은 남자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에 주저 앉은 남자는 신기하게도 위에서 본 다른 인간들과 달리 꽤 온전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하여서 부패를 피할 수 있었나 봐."


"결국 생존자는 없었던 거네요...."


님프가 풀이 죽어 어깨를 늘어뜨렸다. 레오나가 그런 님프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작전은 여기서 종료네. 자, 이만 다들 복귀하도록 하자. 발키리, 아까처럼 먼저..."


"....잠시만요, 대장..."


발키리가 레오나를 제지하고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남자와 눈높이를 맞춘 발키리가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초췌해 보이지만 꽤 근사한 얼굴이 보였다. 부드럽고 미려한 외모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령관과는 달리 남자는 선이 굵고 거칠어보이는 대단히 터프한 호남이었다. 특히 막 자란 것이 아니라 공들여서 관리한 듯 입 주위에 멋드러지게 난 수염이 그런 남성미를 더 부각시켰다. 마치 사납고 근엄한 숫사자를 보는 듯 했다. 얼굴만이 아니었다. 오래 고립되어 피폐해져 있었지만 강화복 속의 남자의 신체도 골격부터 대단히 장대하고 튼튼해 보였다. 그야말로 타고난 군인이자 전사의 상이었다. 남자의 외모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발키리가 주저하면서 손으로 남성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바.발키리님...지금 뭐하시는..."


"쉿. 쉿."


발키리가 검지로 입을 가리키고는 다시 눈앞의 남자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던 중 발키리는 분명히 느꼈다. 남자의 목에 닿은 자신의 손가락에 느껴지는 감각을.


.....두근....


발키리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미약했지만 그것은 분명 맥박이었다. 발키리가 경악해 레오나에게 소리쳤다.


"대장!! 이...이 사람, 살아있습니다!!"


레오나의 입이 벌어졌다. 님프도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잠깐의 경직, 레오나는 고개를 세차게 젓고 님프가 든 무전기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오르카호, 오르카호!!! 여기는 철혈의 레오나!!! 응급팀 준비시켜!!! 두번째 인간을 발견했다,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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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은 아니고, 대신 필자의 발키리를 모델로 한 오리지널 바이오로이드를 추가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