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계속 업데이트)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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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도서관장


몇 분 뒤, 넷은 마침내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드워프 제국의 자랑, 황실 도서관입니다!”


마누엘을 제외한 셋은 도서관의 웅장함에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도서관은 왕궁과는 달리 붉은 빛을 띄는 화강암을 주 재료로 썼는데, 정문을 떠받드는 네 개의 기둥은 그 높이가 아인의 10배는 되어 보였으며 화강암 문에 장식된 부조 역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문을 열고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자 겉보기에도 수 천 권은 되어 보이는 책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아인은 그 광경에 단순히 놀랄 뿐이었지만 아인 옆의 잔은 정말 흥분한 듯 책장의 책들을 뒤지며 읽기 시작했다. 마누엘은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돌아다니는 잔을 내버려두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앞에 보이는 것들이 우리 드워프 제국이 1200년 간 모아온 중요한 서적들입니다.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이 도서관이 만들어 지게 된 것은 초대 황제 요제프 슈미트 폐하의 아드님이시자 제국의 두 번째 황제이신 게오르크 슈미트 폐하께서 선대황제의 공적을 기리고 앞으로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하여 이렇게 도서관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마누엘은 신이 나서 도서관의 역사를 좔좔 읊으면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다른 곳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여성 드워프들이 팬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저기는 이제 종이가 탄생하기 이전의 양피지 기록물들을 종이로 옮기거나 오래된 책들을 다시 필사해서 새 책에 옮기는 곳입니다.”


마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눈이 보통 아픈 게 아니겠네요.”


“그래서 여자들이 하는 겁니다. 이런 쪽 일이 제일 알맞고 뛰어나죠. 그럼 다음 장소로 가지요.”


서적들이 있는 곳에서 필사실로 갈 때는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내던 마누엘이 이번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크기로 중얼거리며 도착한 곳은 학자들의 방이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드워프들이 문서들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계속 연구하고 있었다. 마누엘은 그 중에서 학자들에게 이리저리 명령을 내리던 드워프를 가리켰다.


“이쪽이 우리 드워프 제국 연구팀의 지도자이신 위르겐 마테우스 박사님입니다.”


위르겐이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속였다.


“반가워요 여러분, 전 위르겐 마테우스입니다. 화염의 산과 불의 정령군주에 대해 연구하고 있죠.”


아인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드워프들 보다도 훨씬 큰 키에 최소한 60은 넘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주름과 하얗게 센 머리카락으로도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품은 막을 수 없었다.


“’아인 발터’입니다.”


“’마리 테레사 마르탱’입니다.”


둘도 위르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때, 아인은 자신들을 보는 다른 학자들의 눈빛이 이상함을 느끼고 위르겐에게 조용히 물었다.


“마테우스 님, 저희를 보는 시선이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마 마리 양 때문일 겁니다. 드워프들은 여자가 함부로 밖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마리가 투덜거렸다.


“마음에 들지 않네요.”


“자네 지금 위르겐 박사님께 그게 무슨 말인가!”


“괜찮습니다. 마누엘 씨, 외부인 아닙니까. 마리 양,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 우리 드워프 들은 본래 험한 일을 하던 종족인지라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은 좀 낮게 대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리 양은 외부인인지라 저 정도인 것입니다. 물론, 저는 그러는 드워프는 아닙니다.”


마리가 물었다.


“그래서, 이 산과 불의 정령군주에 대한 연구라고 하셨는데, 둘 사이에 연관이 있었나요?”


“네, 이 산은 900년 전 정령전쟁 당시 불의 정령군주가 강림했던 곳입니다. 물론 봉인도 여기서 이루어졌지요. 라고 사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위르겐이 마리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아직 공개하지 않았을 뿐 제 독자적인 연구결과 실제로 이 산의 마그마 아래에 불의 정령군주가 봉인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 냈습니다.”


“네?”


마리가 무어라 물으려는 때, 위르겐은 마리의 말을 끊고 마누엘에게 말했다.


“자 마누엘 씨, 저희는 연구할 것이 남았으니 손님들을 모시고 다른 곳을 구경시켜 주세요.”


마누엘은 둘과 아직도 서고에서 책에 빠져 있던 잔을 데리고 도서관을 나왔다. 잠시 후 그들이 도착한 곳은 대장간이었다. 한쪽에서는 마그마와 지열을 이용하여 각종 금속을 녹인 다음 그 쇳물로 무기를 만들고 있었으며 다른 쪽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진 무기를 실험하고 있었다.


“원래 여기는 기밀구역이라 출입 금지지만 당신들은 황제 폐하의 요청으로 ‘특별히’ 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거기 둘은 여기 일하는 대장장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니까 조심하시고요.”


과연, 여기서 일하는 드워프 들 역시 마리와 잔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이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잠시 후 그들은 신무기라는 것을 쌓아 둔 장소에 도착했다. 마누엘이 앞에 있는 기술자에게 물었다.


“이게 그 신무기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이건 순 결함투성이입니다.”


“결함이 있다니?”


“화약을 이용하여 더욱 강해진 것 까지는 좋았는데 반동이 너무 강합니다.”


“줘 보게, 내가 한번 써보지.”


마누엘은 신무기라는 것을 집어 들었다. 아인이 물었다.


“저도 한번 보아도 되겠습니까?”


마누엘이 허락하자 아인은 다른 무기를 집어 들고는 그것을 훑어 보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손잡이 부분은 매끄럽게 구부러져 길게 뻗어갔고 그 위의 금속 원통은 한쪽은 나무에 의해 막혀 있고 뚫려 있는 쪽은 약간 넓혀져 있었다. 나무가 굽혀져 있는 쪽에는 쇠로 무언가 붙어 있는데 아마도 당기는 것 같았다. 다른 쪽에는 금속의 작대기가 있었는데, 이것이 무엇 인지 아인은 알지 못했다.


“잘 보게, 우리의 신무기를!”


마누엘은 그것을 들고 벽 쪽에 있던 허수아비를 겨누더니 금속 작대기에 붙어있던 심지에 불을 붙였다. 심지가 조금씩 타 들어 가자 마누엘은 오른쪽 검지를 굽혀 그것을 작동시켰다. ‘쾅!’ 큰 소리에 셋은 본능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그 중심에는 마누엘이 뒤로 넘어져 있었다.


“마누엘, 괜찮습니까?”


아인이 그를 일으켜 새우며 물었다 마누엘은 아인의 손을 잡고 일어나더니 껄껄 웃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성능은 가공할 만하군! 모두 표적을 보게.”


셋은 허수아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허수아비의 머리에 그 무기에 의해 아인의 주먹 정도 되는 크기의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잔이 그 성능에 감탄했다.


“엄청난 성능이군요! 마치 대포를 쏜 것 같아요!”


마누엘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놈 이름도 ‘손대포’지. 물론 진짜 대포에 비하면 약하지만 대포보다도 옮기기 쉽고 활이나 석궁보다도 엄청난 화력을 낼 거야.” 


연구원이 말했다.


“사실… 그건 아까도 말했듯이 불량품입니다.”


“불량이라니? 이 정도면 엄청난 발명일세!”


“마누엘 님이 쏜 것은 운이 좋은 겁니다. 저희가 저걸로 수 백 번을 쏘아보았습니다. 총 220번의 발사 중 표적에 명중한 건 겨우 30발, 거기서도 머리와 가슴을 맞춘 건 단 5발뿐입니다. 너무 명중률이 낮아요.”


“내가 운이 좋아? 한 번 더 쏴 보면 알겠지.”


“굳이 그것 만이 아니 라도 한번 쏘고 다시 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제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연구원은 마누엘이 사용한 손대포를 들고 모래시계를 뒤집더니 손대포 안에 남아있는 화약을 털어내고, 구멍에 화약을 덜어 넣은 다음 작고 동그란 쇠구슬을 넣고, 긴 막대기를 구멍에 넣어 안에 있는 것을 다지더니 심지를 갈아 끼웠다. 


“장전 완료입니다. 여기까지 정확하게 50초 걸렸습니다.”


“확실히 굉장히 오래 걸리는 군.”


“이번에는 제가 쏴 보아도 괜찮을까요?”


아인이 물었다. 연구원과 마누엘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손대포를 아인에게 넘겨주었다. 아인은 그것을 들고는 마누엘처럼 자세를 잡았다. 심지에 불을 붙이려 할 때, 아인은 너무 불편한 나머지 자세를 바꾸었다. 표적을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표적의 직각으로 서서 다리를 벌리고 총을 겨누었다. 어느새 심지에 불이 붙자 아인은 방아쇠를 당겼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아인의 몸이 뒤로 강하게 쏠렸다. 아인은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잡고 화약 연기를 휘저으며 표적을 보았다.


“보세요. 명중률이 영 아니지 안 습니까.”


연구원이 말한 것처럼 허수아비에는 방금 전 마누엘이 남긴 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그렇군. 그럼 어쩔 수 없지, 더 연구하도록.”


마누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 말에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연구원을 뒤로한 채 아인 일행을 데리고 대장간에서 나갔다.


마침 저녁때가 되었네요. 폐하께서 명하시길 당신들을 저희 집에 모시라 하였습니다. 따라오세요. 외간 여자까지 제 집에 데려가기는 싫지만…”


“응? 뭐라 했나요?”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느새 도착한 마누엘의 집은 지나가면서 보았던 다른 집들처럼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그를 맞았다. 그들은 마누엘에게 인사를 하고 아인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무래도 미리 연락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마누엘은 그의 아내에게 옷을 툭 던지더니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내는 아무런 불만도 없이 아인 일행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이미 오신다는 건 들었습니다.”


잔이 물었다.


“원래 저런 분인가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무심해 보여도 정말 잘 챙겨준답니다.”


잠시 후, 저녁밥이 차려지자 그는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그가 의자에 앉자 그의 아들과 딸이 달려 나와 그에게 안겼다. 마누엘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그 모습에 아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맛있게 드세요.”


그녀가 차린 저녁밥은 환상적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이 드워프가 자랑하는 맥주와 함께 놓여있었다. 아인 일행과 마누엘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그녀가 식탁을 정리할 때, 아인은 마누엘의 책을 읽고 있었고 잔은 마누엘의 자식들에게 마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순간,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누엘이 소리쳤다.


“지진이다!”


그와 동시에 마누엘이 그의 아내를 식탁 밑으로 밀어 넣은 다음 식탁 아래로 들어가고, 잔은 마리와 아이들을 보호막으로 보호했다. 진동은 더욱 커지더니 식탁 위의 그릇들이 떨어져 깨지고 책꽂이가 아인에게로 넘어졌다. 아인은 가까스로 책꽂이를 들고 낑낑거렸다. 어느새 진동이 멈추자 잔은 마법으로 책꽂이를 들어 원래 자리에 세워 놓았다. 마누엘이 투덜거렸다.


“요즘 들어 지진이 잦아지는군.”


잔이 물었다.


“화산에서 지진이 잦아진다는 건 화산 폭발이 가깝다는 것 아닌가요?"


“문제는 없네, 우리 드워프 학자들이 마그마의 상황을 항상 확인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나는 피해를 확인하러 가봐야겠네.”


마누엘은 옷을 챙겨 입고 쏜살같이 나가버렸다. 


“손님들 이제 주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인 일행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인은 이부자리에 누워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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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뱅~ 빵야 빵야 빵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