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앙
메아리처럼 울리던 포성과 총성 속에서 잠을 깨우는 목소리처럼 총소리가 나의 귓가를 스쳤다.
다리를 관통한 총탄에 피를 흘리며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아
그곳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온 몸에 남아있던 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육중한 중력이 나를 잡아 바닥으로 한없이 끌어당겼다.
죽음마저 무찌르고 돌아온 영웅처럼, 그러나 원수조차 불쌍히 여겨 목숨을 내어준 성인처럼 내 앞에 선 그녀는
피와 눈물에 젖어 있었다.
ㅡ왜.. 왜 그런거야
특유의 목소리에 먹먹한 울음이 더해져 나를 깊숙한 암흑으로 몰아넣으며
피비린내로 물든, 낡아 빛바랜 글록 17 한정을 내게 겨누었다.
타ㅡㅡ앙
눈앞을 가리는 피와 눈물을 닦으며 그녀는 돌아섰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황인가.
붉은 안개가 눈 앞을 가리고 지키지 못한 그들의 원망이 나의 눈물이 되어 흐른다.
붉은 안개
다음주 연재합니다.
구라고 언제 또 쓸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