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3




항구에는 세 군의 배가 정박해 있다.


제국, 연방, 타이칸이다.


제국과 연방 양군은 아직 상선 준비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칸 군은 이미 출항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래서는 한시라도 빨리 이 섬을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나는 타이칸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다친 병사들의 발길은 무겁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몸이 다쳐서가 아니겠지.




난세의 섬 타이칸은 통일되었다.


하지만 막 통일되었던 섬은 왕을 잃었다.




"......왜 그런 거에요, 켄세이 님."




타이칸 군의 부관인 나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그 사람을 잃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막대한 전후 처리에, 지휘 계통의 재편성, 그리고 타이칸 귀국 준비.




아무리 처리해도 무한히 샘솟는 게 아닐까 싶은 업무량에 바빴다.


그 때문인지,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태연했다.


그래서 문득 생각하고 만다.




켄세이 님은 사실 살아서, 평소대로 나에게 업무를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그리고 정리가 끝날 무렵, 돌아가자. 리 란. 하고 얼굴을 보이지는 않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만다.




말하자면 나는 아직, 켄세이 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분명 서서히 몸을 해치는 독처럼, 나는 상실을 실감하게 되겠지.


그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참을 수 없이 무서웠다.




"안되겠네요......"




머리를 흔들며 쓸데없는 생각을 뿌리친다.


병사들이 상선을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귀국의 여정이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순 없다.


패왕의 병사인 것을 자랑스레 여긴 모두의 앞에서, 꺾여서는 안 된다.




"부상자를 우선하도록. 전 마지막에 상선합니다."




상선중인 병사들에게 말을 걸자, 몇 명의 병사들이 내게 걸어온다.


라이고우 건국 때부터 켄세이 님을 옆에서 보좌해 온 고참병들이다.




"리 란 님, 잠시 괜찮겠습니까?"




"무슨 일이시죠?"




"......전쟁 후, 리 란 님은 세레나 공과 한 번도 대화하지 않으셨죠. 그 진의를 듣고 싶습니다."




병사의 눈은 조용한 투지를 보이고 있다.


마치 사지의 전장을 달려나가는 듯한 각오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신중히 대답해야만 한다.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겁니까."




"......켄세이 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건, 그 후계자입니다. 만약 리 란 님이 바라신다면 저희가....."




병사들은 진심이다.


만약 내가 세레나를 증오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당장 파식의 섬에서 후계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아직 섬에 있는 제국, 연방의 군대마저 적으로 돌릴 지라도.




분명 나는 계속 세레나를 피해왔다.


그녀가 몇 번이고 면회를 올 때마다, 나는 뭔가의 이유를 대며 세레나와 만나기를 거절했다.




나는 알지 못했다.


세레나와 어떤 식으로 만나야 좋을 지를.




그녀와 마주하는 것은 켄세이 님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기분이 드니까.


업무로 바쁘다는 건 핑계다.


사실은 피하고 싶은 것 뿐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병사들이 고민하고 있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다.




이럴 때 켄세이 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문득 켄세이 님과의 대화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