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케 쉬 제단




전승의 문




발아스 :


여기가......




인안나 :


허공의 유원. 그곳의 문입니다.




발아스 :


......나도 들어본 적 밖에 없지만......




어둠의 왕 :


알 필요도 없다.


문 건너편에는 빛도 어둠도, 소울도 존재를 유지하지 못하며, 그저 허무만이 있을 뿐이다. ......그랬었나?




인안나 :


그렇게 전해집니다.




발아스 :


전해진다고?




인안나 :


저는 이 문의 문지기입니다. 그저 여기 있을 뿐입니다. 그게 역할이니까요.




어둠의 왕 :


정말이지......이런 것이 너무나도 많구나. 이 세계의 역할은.


지혜의 현자도 네놈들의 권속이냐?




인안나 :


글쎄요. 당신이 그리 생각하신다면 분명 근처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논하는 것에 의미는 없겠죠.


모든 존재는 역할을 가지며, 그것에 상하구별이란 없습니다.


의지가 끼여들어갈 여지는 없습니다.


모든 유는 무를 기다릴 뿐.




어둠의 왕 :


쓸데없군. 언젠가는 무가 찾아온다는 걸 누가 정한 거냐.




인안나 :


세상의 섭리입니다.




어둠의 왕 :


네가 인식하는 『세상』이겠지. 뭐, 됐다. 너와의 문답만큼 무익한 건 아니니까.




인안나 :


그렇겠죠.




어둠의 왕 :


요설이 가소로운가?




발아스 :


아니오, 그런 건.......




어둠의 왕 :


결단이 어깨의 짐을 덜어주는 것 같구나. 내가 인간처럼 감상하는 것 같지만.


하지만 상대를 알려면 차원을 아우르는 쪽이 더욱 빠르다. ......그럼.


지나가기 전에 끝내야 할 것이 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인안나 :


원하시는 대로.




발아스 :


.....폐하......




어둠의 왕 :


발아스여. 눈에 잘 새겨두어라.


잠깐의, 어쩌면-


-영원한 이별이다.






걸다




어둠의 왕 :


-윽......!


오오오오오오오.....!




발아스 :


.....폐하......!




 ....................


 ..........




어둠의 왕 :


-결론은 단순하다. 나는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변화한다』.


그것을 위해선 내가 『가장 골라선 안 될 선택지』를 골라야만 한다.


그만한 부담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발아스 :


폐하가 가장 골라선 안 될 선택지라니......?




어둠의 왕 :


허공의 유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그곳에선 빛도 어둠도 동등한 무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그곳으로 간다.




발아스 :


그런.....! 그게 진실이라면 폐하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어둠의 왕 :


그 때는 그 때 알겠지.




발아스 :


폐하!? 희롱하지 마십시오!




어둠의 왕 :


나는 진지하다. 나는 사색에는 익숙치 않지만......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나는 나만을 봐 왔다.




발아스 :


..........!?




어둠의 왕 :


그래서는 나아갈 수없다. 발상을 비약시켜야만 한다. 인간들이 자주 말하지 않느냐?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적어도 이 아이만큼은.....!』.....라고.


그 극치다. 나는 내 생명을 내걸겠다.




발아스 :


폐하......그런 행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둠의 왕 :


있다. 이 세상에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더냐.


그렇다면 하면 된다. 그것도 성대하게. 그러면 그 이하의 같은 계통의 사상은 이해할 수 있겠지.


이해는 자신감을 만든다. 자신감은 힘을 만든다.


어떠냐, 논리에 파탄이 없지 않느냐? 돌고 돌아 빛의 왕에게 이기기 위해, 이렇게 하는 거다.




발아스 :


하지만 폐하께서 직접 위험에 처할 필요는 아무것도......!




어둠의 왕 :


헌신이다.




발아스 :


......예?




어둠의 왕 :


그때, 빛의 왕이 초래한 옛 대붕괴도, 헌신의 연장이 아니더냐?


빛의 왕이 한 일이다. 나도 같은 일을 해야만 한다.




발아스 :


희롱이 지나치십니다! 폐하 정도 되는 분이 어린아이같은 판단을!




어둠의 왕 :


그렇게 우습게 본 결과, 호되게 당한 거다.




발아스 :


................




어둠의 왕 :


결단은 바꾸지 않는다. ......발아스여.




발아스 :


.......예.




어둠의 왕 :


내가 소멸하면 주저하지 마라. 후계자에게 가는 것도 너의 자유다.


그 때는 생각대로 믿는 주인과 믿는 길을 가라.




발아스 :


......예.




어둠의 왕 :


좋다. 그러면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발아스 :


예!




어둠의 왕 :


이 『그릇』을 인도해라.




발아스 :


그릇을......말입니까?




어둠의 왕 :


......알 수 없는 그릇이다. 아마 이 그릇의 본질은 빛의 왕도, 나의 후계자도 파악할 수 없겠지.


내가 다시 돌아올 때.......비장의 수가 될 지도 몰라.


부탁한다.




발아스 :


.....알겠습니다.




어둠의 왕 :


일의 성사는 너라면 느낄 수 있겠지.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버려라.




발아스 :


예.




어둠의 왕 :


이만 물러나거라.


.....................


세상......이라고 하는 그저 거대할 뿐인 배의 행방 따위.......


그 정도다. ......그 정도로 충분하다.




 ...............


 .........................




어둠의 왕 :


-으으으아아아으으으아아아아!!!


-!!




발아스 :


-폐하......!!!




인안나 :


더 이상 들리지 않아요.




발아스 :


..........




인안나 :


-허공은 바로 곁에 있습니다. 시간과 좌표의 매몰된 바다에서-


-영원한 사색을 계속하시길. 무가 의지에게 주는 것은 축복이 아닙니다.




발아스 :


..................




인안나 :


......이 분은?




발아스 :


폐하의 마지막 부탁이다.


내가 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