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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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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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독을 먹이는 건 쉬워. 마시려는 잔에 투명한 독 한방울만 넣으면 되니까."




/

 

"오케이 좋아. 이번에는 여기란 말이지?"

다이브에 진입한 채 이동하는 사이로 라라는 흠흠 고개를 끄덕이며, 할당 받은 물품을 수송한 채 거리와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가 탄 고속정 내부는 당장이라도 속도를 내며 달리고 싶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라라는 그 노래에 취해버린 듯 리듬에 맡기며 머리와 몸을 가볍게 흔들어주고 있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그라운드 원은 순식간에 도착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앞에서 '걸림돌' 이 아없는다는 가정하에서. 한참을 음악을 듣던 그 사이로 수신이 들어왔고, 라라는 리듬에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며, 자신의 고속정에 들어온 수신을 확인했다.


 

[현재 다이브 진행 중인 플라티나 익스프레스 고속정에 경고합니다. 귀하의 고속정을 주변으로 침식체들이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고속정은 지정된 좌표를 통해 다이브 시퀀스를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 뒤에는 지금 아무것도.......”

라라의 대답도 잠시 고속정의 레이더에서 다수의 침식체가 감지되고 있었고, 일부가 자신의 고속정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라라가 육안에 보일 정도로 새까맣게 뒤덮은 침식체들을 확인하는 것도 잠시 그라운드 원의 태스크 포스의 무전이 다시 한번 전송되었다. 

 


[현재 그라운드 원으로 향하는 플라티나 고속정에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지정된 좌표로 즉시 이동하십시오. 만약 해당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침식체로 간주해 발포할 것입니다. 그라운드 원의 권고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네?! 거긴 배달지랑 너무 먼 곳이잖아요! 저희 업종은 특히나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이 생명이라고요!”

하아. 하필 이럴 때, 귀찮은 손님들이 쫓아올 줄이야. 라라의 한숨도 잠시 고속정의 감지기에서 자신의 뒤를 추적하는 침식체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치..... 진짜 귀찮게 하시는 분들인데요? 하지만 그렇게 방해한다고 해도 플래티넘 특급 배달원의 길을 막을 수 잇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요!”

라라는 곧바로 관리국에서 요청한 좌표가 아닌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좌표로 설정했다. 다이브 속에서, 다수의 공중 침식체들의 추격을 가까스로 피하나 싶었지만 큰 충격과 함께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다이브 진행중인 고속정 바깥에서 울려퍼졌다. 이상을 감지한 시스템에서 고속정의 와이어 프레임이 활성화되면서, 후방 엔진이 공격에 손상되면서 연료가 누출되었다는 경고 팝업이 뜨고 있었다.

 



“좀만 버텨주세요.... 거의 다왔다고요!”

이대로 지체하기에는 늦었다. 1분 1초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라라는 화염에 휩쌓이기 시작하는 고속정의 엔진을 가속화시키기 시작했고 고속정은 대기권에 불타는 운석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며 최고속력으로 다이브를 하기 시작했다. 팟 소리와 함께, 그라운드 원 상공에 도착했을 때, 대기하고 있던 다수의 태스크 포스의 병력의 포신과 병사들의 총구가 다이브에서 모습을 드러낸 플라티나 익스프레스의 고속정과 추격을 하고 있는 다수의 침식체들을 향해 일제히 사격과 화망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화마가 들이닥치자 라라는 곧바로 비상 사출 버튼을 눌러 곧바로 고속정에서 탈출했고, 불나방처럼 불타오르는 고속정은 곧바로 도시 외곽에 추락해 엄청난 잔해와 파편을 튀며 폭발했다. 비상사출을 통해서 라라 사출 캡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침식체들이 곧바로 라라를 향해 달려왔고, 그녀는 롤러보드로 침식체를 걷어차며 쓰러뜨렸다. 라라가 힘겹게 물건을 안고 자세를 잡기 전에 망령에 잠식된 침식체가 달려들었고, 라라는 그들을 공격했지만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정말 짜증나게 하시는 분이시네요? 시간이 없는데... 이렇게 절 막으면 곤란하다고요!”

라라가 그렇게 대답하는 잠시 망령에 잠식된 침식체가 포위하며 달려드는 순간, 날카로운 섬광이 그들의 몸을 베어버렸다. 그녀가 위를 봤을 때, 푸른 달빛 아래로 3명의 카운터가 서있는 채 라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LIFE BEGINS AS GONE 의 기타와 보컬의 노래가 들려오면서,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옷자락과 자캣이 흩날리며, 흔한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라라는 흘러나오는 브금 속에서 등장한 셋의 모습에 웅장해지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거기 세 분중에 수령하시는 분 계시나요?'

 


그녀의 물음에 셋은 에? 소리를 내며, 라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유니폼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었고, 자신의 발과 다리를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이게 왜 켜졌지? 미나가 자신의 주머니 안에서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끄는 사이로, 힐데는 라라가 플라티나 서비스의 플래티넘 등급 배달원인걸 확인하자마자 주시윤을 째려보았다. 



“죄송한데 전 아닙니다. 플래티넘 분이 오실정도의 사치품을 시키진 않아서 말이죠.”

“네가 아니라면, 그럼 누가 시켰는데? 플래티넘 등급을 부를 정도면, 간이 엄청 부은 녀석인 것 같은데?  플래티넘 등급이면 네 월급의 절반이 날아간다는 건 알고 있지?”

“하하하 스승님 아무리 제가 게으르다고 해도 제 월급의 절반을 날릴 정도의 물건을 시키지도 않는다고요.”

힐데는 주시윤의 결백에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둘의 실랑이도 잠시 미나는 둘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라라를 향해 달려오는 추적자들이 있다고 시선을 보냈다.


“그 전에 배달원분의 음식 냄새 맡고 오신분들이 물건을 허락해줄 것 같지 않고요.”

“내 담배가 식기 전에 처리해."

그 대답과 셋은 라라를 향해 들이닥치는 침식체들에게 돌진하며,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펜릴 소대가 들이닥치고 있는 침식체들을 상대하는 동안 라라는 수많은 침식체들의 공격을 유유히 피하면서 셋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힐데의 완장을 확인하자마자 혹시나 싶은 생각 속에서 그녀에게 달려드려는 침식체를 걷어차버린 후 그녀에게 다가갔다.




“혹시 물건을 요청하신 분인가요?”

“일단 우리 컴퍼니에 수령하는 건 맞아? 코핀 컴퍼니의 펜릴 소대이긴한데......”

“네! 수령인 주소가.... 코핀 컴퍼니인데, 수령인이 기밀사항이 되어 있어서요. 원래는 저희 서비스는 본인 수령이 기본 원칙이라서........”

“내가 대신 수령해줄게. 다른 택배서비스들처럼 본인이 부재중인 경우에는 대리인이 대신 받을 수 있는 걸고 알고 있는데?”

“물론이죠! 대신에 확실한 신원 확인을 위해......!”

라라는 그렇게 말하는 사이로 뒤에서 달려오는 침식체를 뒤돌려차기로 날리면서 동시에 라이더 킥으로 힐데 주변에 있던 침식체들을 쓸어버리며 말했다. 



“대리인분의 성함과 사인이 필요하답니다. 혹시 대리인이신 척하시면서 물건을 빼돌리는 건 아니죠?”

“펜릴 소대의 소대장의 이름을 걸고, 그 짓거리는 안해. 여기다 서명하면 되는 거야?”

힐데는 품 속에서, 사인하는 틈으로 자신의 뒤에 착용했던 검 한자루를 꺼내 침식체들을 가볍게 썰어버린 후 전자 볼펜을 쥐며 서명을 하면서, 그녀에게 명함을 보여주었다. 흠흠.... 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어가고있는 침식체를 짓밟았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 적들을 처리하는 둘의 모습에 주시윤은 쿡 웃으며, 한참 싸우고 있는 미나를 보며 말했다.


 

“정말 스승님께서는 못 말리시는 분이군요. 저희들이 이렇게 막고있는데, 저렇게 태연하게 서명을 하고 계시니 말이죠!”

“뒤를 조심해!”

주시윤의 대답도 잠시 미나의 라이플이 도약한 침식체를 향해 사격했고, 침식체는 자줏빛의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남은 침식체들을 정리했나 싶었지만 둘은 자신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 탓에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미나양. 그동안 우리가 침식전을 많이 치루긴 했지만 이놈들...... 쉽게 죽지 않는 것 같은데요?”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봤던 놈들과는 달라.....”

그 대답도 잠시 쓰러졌던 침식체들은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고, 베이고 총알이 박혀있던 몸은 온데간데 없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 침식체들은 비틀거리며 다시 덤벼들려고 하자 힐데와 라라는 곧바로 합류해서 그들을 쓰러뜨렸다.



“주시윤! 유미나! 똑바로 처리 안해?”

“아 그게 말입니다. 저희도 나름 힘 좀 써서 제압을 했는데 말이죠...... 이놈들 기존의 적들과는 다르게 쉽게 죽어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의 난감한 대답도 잠시 힐데는 달려오는 침식체를 향해 일격을 휘둘러 쓰러뜨렸지만, 그들은 주춤거리다가 다시 자신들을 향해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힐데는 그 사이로 그 침식체로 부터 섬뜩한 비명과 절규의 소리가 들려왔다. 망령에 잠식된 침식체가 크아악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을 때, 정소희는 곧바로 달려오며 위협하는 침식체를 향해 베어버렸다. 정소희의 일격을 맞은 침식체는 커억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다가 경련 속에서 새까만 '영혼' 이 빠져나오며 소멸되었다. 


 

“괜찮아?”

“아. 네. 소희 선... 아니 소희야.”

분명 자신들의 공격으로는 제압이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있던 주변에 느껴지던 불쾌한 절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침식체를 가볍게 제압하며 쓰러뜨리는 사이로, 정소희는 주변에 적의 기운을 느끼듯 확인하고 있었다. 

“일단 끝나긴 했네요. 다만..... 이 분이 조금 골치아픈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만.....”

주시윤은 그렇게 대답하며, 라라에게 시선을 주었을 때, 라라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난감한 표정으로 처참한 잔해가 되어버린 플라티나 고속정을 바라보았다.




“하아...... 모처럼 월급 털어서 크게 하나 장만한 건데.... 이럴때 망가졌네요.”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바로 뒤에서 놈들이 튀어나왔으니까.”

“그래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절 구해줬으니까요. 그 보상으로 저희 플라티나 플래티넘 무료 서비스 쿠폰을 드릴게요!”

“쿠폰?”

“네! 만약 0.0000003% 확률의 천재지변으로 인해서 저희 플라티나 서비스 요원이 곤경에 처한 걸 도와드렸을 경우, 특별 쿠폰을 드리거든요!”

라라는 그렇게 말하며,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빛깔을 뽐내고 있는 플라티나 쿠폰을 넷에게 줬다. 그 쿠폰을 받자마자 그녀는 플라티나 특유의 서비스 포즈를 취하고 윙크를 보냈다. 



“원하시는 물품이나 혹은 상품이 있으면, 즉시 배송! 저희 플라티나 서비를 원하시면 연락해주세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라라는 그렇게 말하며, 빠르게 현장으로 빠져나가는 사이로 코핀 함선이 서서히 하강하며 힐데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

 


[상황 종료. 주변의 침식체들의 침식파들이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펜릴 소대 상황은 괜찮으신가요?]

 


“이쪽도 거의 정리했어. 그리고 레나. 잠깐 부사장이랑 할 얘기가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전해줘. 주시윤이랑 미나는 컴퍼니에서 대기하고 소희는 날 따라와.”

힐데의 대답에 소희는 갑작스럽게 호출된 그녀를 따라갔고 주시윤과 미나는 뜻밖의 명령에 상공에서 하강하고 있는 코핀 함선에 탑승하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처럼의 세운 공에 대한 연봉협상일까요? 아니면, 우리 공격에도 죽지 않는 이 이상한 침식체들일까요?”

“후자겠지. 다행히 이 놈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망정이지 이놈들이 엄청나게 들이닥쳤다면......”

“그럼 저와 미나양이 감당이 안될 정도의 상황이 펼쳐졌겠죠?”

주시윤의 대답 속에서 미나는 자신의 무기와 총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무기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니. 차라리 장비의 문제라면 힐데에게 지적을 당하고 끝나는 수준이었을 테지만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둘은 그 미궁 속에서 상상도 하기 싫은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그렇군요.”

코핀 함선이 회사로 귀환하는 사이로, 이수연은 힐데로부터 모든 보고를 들은 나지막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함선이 격납고로 이동하는 함선 승강기를 따라 서서히 착륙하는 사이로, 힐데는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소희 선배님. 출동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려주시겠어요?”

“일단 힐데 대장의 명령대로 흩어지기로 했어. 놈들이 분산되는 상황이었으니까. 먼저 전방에 있던 놈들을 처리하고 펜릴 소대로 합류해서 남은 잔당을 처리했고.”

“당시 전투 당시에 기존 침식체들과는 다른 특수한 기운을 느끼셨나요?”

“기운? 어떤 기운을 말하는 건데?”

 


'빙의 같은 거.'

 


간단하게 말한다면, 놈들 내부에 일반적인 '변이' 로 탄생된 게 아니라 '빙의' 된 것 같은 기운 말이야. 네가 오기 전에 우리가 그 '빙의' 된 녀석을 처치하려고 했지만 우리 공격은 통하지 않았어. 반면 너의 공격은 놈들에게 통했는지 쉽게 제압할 수 있었고. 혹시 전투를 하면서, 그 놈들에게 뭔가 특수한 게 느껴지거나 한 적 있어?”

힐데의 물음에 소희는 확실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대답에 이수연과 힐데는 아닌가 싶은 생각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확실하지 않아. 전투는 몰라도 외부의 감지능력 부분은 대장에 비해서는 약해. 물론 내가 변이되었을 때 내 애들의 침식파를 느낄 있지만..... 지금 전투에서 특별한 기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

“그렇군요.... 아니면 단순하게 저희 컴퍼니 침식전 장비가 침식체의 등급이 벗어난 탓에 제대로 제압이 되지 않은 걸 수도 있죠. 하아..... 결국 제 잘못이군요.”

그녀의 의미심장한 대답도 잠시, 이수연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정소희 앞에서 몇 번이고 도개자를 하듯 쿵 소리가 날정도로 머리를 박았다. 갑작스러운 사과에 둘은 당황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왜 그래?”

“왜 그렇다니요! 잘못을 빌어야죠! 대선배님 앞에서 이런 파렴치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어떻게 제가 이 자리에 다리꼬면서 대선배님을 바라볼 수 있나요! 스승님은 관여하지 마십시오! 이건 아카데미 동기의 '규율' 이 달린 문제입니다!”

“소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얘기.....?”

“코핀 컴퍼니의 기본 규율! 상사를 존중하고 상사가 하라고 하면 지옥끝까지라도 시켜야 한다! 지옥에서 살아남고 침식체가 된 육체를 이끌고 함께 싸우고 계시는 대선배님의 은혜를 모른 채 배은망덕하게 앉을 수는 없습니다! 스승님도 그렇게 듣는 걸 제 잃어버린 눈을 통해서 똑똑히 봤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절 속이면 안 되죠!”

그녀는 거짓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자 힐데는 그녀가 리액티브 소드를 들고 난동을 부리기 전에 팔짱을 낀 채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침묵을 지키자 이수연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런 망나니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그녀의 사과에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로 힐데는 받아달라는 듯 시선을 보냈고 소희는 한숨 속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 아니야. 문제는 해결됐으니까. 그렇게 사과할 필요 없어.”

“그럼 전.......”

“그러니까. 문제는 없으니까. 다음부터 장비를 잘 준비해줘.”

소희의 대답에 힐데는 들었지? 라고 이수연을 바라보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함교에 좌석에 태연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둘을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바라보던 레나와 클로에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돌리며 업무에 집중했다.


 

“흠흠.... 어쨌든 두 분. 일단 수고하셨습니다. 함선이 격납고에 들어오면, 귀가 하시면 됩니다.”

“미나랑 주시윤은?”

소희의 질문에 이수연은 후훗(?)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했다.

“저희 컴퍼니 사원들의 복지는 걱정마십시오. 역시 대선배님! 정말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씨는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러고보니 이 년. 자신도 엄밀히 말하면 그녀와 같은 아카데미 선배인데 왜 이렇게 빠듯하게 대하지 않았던 걸까? 힐데는 '대선배' 가 떨어지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떨어질기세로 빠듯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퉁명스럽게 쳐다보았다.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장비를 든 채 함선 밖으로 나왔다. 


 

둘이 밖으로 나왔을 때, 소희는 시선을 숙인 채 천천히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컴퍼니 내에서 지나가는 사원들은 전과는 다르게 수고하셨어요. 라고 대답했고, 일부는 집적 그녀에게 인사를 걸어주었다. 소희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 인사를 받는 사이로 소희는 침식으로 변이되었던 자신의 눈과 팔이 몇 번이고 어루만지고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미나양. 내일 봐요~”

주시윤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퇴근을 하고 미나는 기지개를 피며, 근처 자판기에서 여분의 동전을 넣은 후 말키스를 주문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가 나오는 사이로, 나오는 음료수를 쥐고 일어나려고 했을 때, 옆으로 소희가 지나가고 있었다. 미나는 그녀를 보자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었고 소희는 아. 뒤늦게 그녀의 기척을 느낀 듯 미나를 바라보았다.



“수고 했어. 퇴근하는 거야?”

“네. 미나 선배도 이제 쉬는 건가요?”

“그냥 편하게 하라니까.”

“편하게 하라는 건 이 관계를 깨뜨린다고 부사장님이 얘기하셔서 말이죠. 이곳 사장님은 특히나 그걸 강하게 준수하는 걸 원하시는 것 같던데요?”

소희는 사장에게 크게 혼난 탓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을 '대선배' 라고 칭하며 숭배하듯이 대화하는 이수연이 떠올랐다. 미나는 그 얘기만 들어도 그 '쇳덩이' 가 뭔 소리를 했는지 짐작했다. 소희는 문득 그녀의 손에 쥔 말키스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난 그렇게 높은 말로 받을 정도의 사원은 아니야. 아무리 숙련자니 베테랑이니 해도 결국 말단이니까.”

“그런 말단에게 후배가 생겼잖아요?”

소희의 장난기 섞인 대답에 미나는 이 장난꾸러기를 어떻게 할까 생각이 가득했다. 첫 외출 이후로, 그녀는 자신과 가까워졌고 그때의 트라우마를 많이 이겨낸 모습이 보였다. 장난을 치기도 하고, 전투까지....... 장용영의 근위대장 출신이었던 날카로우면서 부드러운 움직임은 심지어 힐데도 놀라게 만드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들어왔다. 미나는 소희가 자신의 손에 쥔 말키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먹을래? 라며, 시선을 보냈고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생활은 적응 한 거야?”

“아직은. 사실..... 모든 게 낯설기도 하고, 텅텅 비어있을 것 같은 곳에서 누군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침식으로 변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캔에 손을 댔다. 알려주긴 했지만 소희는 아직 캔을 따는 부분에서는 서툰 부분들이 많았다. 미나는 잠깐 자신의 캔을 내려놓고 그녀를 대신해서 캔을 따고 주머니 속에 스트로우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맨날 신세를 지네.”

“그렇게 말하지 마. 일단 우리 소대 일원이니까. 싫든 말든 간에 말단은 이끌어야 한다는 '임무' 도 있고.”

“그게 회사라는 규칙이겠죠? 미나 선배님?”

“진짜 그렇게 날 놀리지 마. 진짜 혼낸다?”

미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게 웃겼는지 쿡 웃어버렸고 소희도 그런 장난기스러운 선배의 목소리에 웃음을 터뜨렸다. 한 모금을 마시며, 텅텅 비어가는 회사의 안에서 삐빅! 소리가 울렸고 미나는 문득 소희의 워치를 확인했다. 그녀의 워치는 '경각' 에 달한지 오래되었는지 처참한 색채로 뒤범벅 되어있었고, 시간을 알리는 시침과 분침은 모두 12시를 가리킨 이후로는 쥐죽은 듯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밑으로 귀가 시간을 알리는 듯한 워치가 울리고 있었다.


 

“아. 시간이 됐네..... 이제 슬슬 가야죠. 선배도.”

“아. 맞아. 내일 또 출근하기 위해서 몸도 좀 풀어야 할 것 같으니까.”

“내일 봐요.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선배.”

그녀의 대답 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구름다리를 건너려고 했다. 다른 길인가? 싶었지만 그녀는 컴퍼니 밖이 아닌 1동 연구실로 향하고 있었다. 연구실을 안내하는 표지판에서는 격리실이 눈에 들어왔고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이 연구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나 왔어.....”

유미나. 드디어 정신나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깊은 침묵밖에 없는 방안에서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까맣게 뒤덮어버린 방안에서는 군데군데 자취생활의 흔적과 냄새가 한 가득했고, 설거지조차 제대로 못한 식기들이 한가득 부패의 탑처럼 쌓여있었다. 

“그러고보니 쓰레기도 버려야 되는데......”

 


유미나는 한숨 속에서, 자신의 널부러진 처참한 방을 지나서 땀으로 범벅진 자신의 옷을 휙휙 벗고 난 후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기에서 자신의 몸을 씻는 사이로 미나는 '경각' 이 되었던 그녀의 워치와 익숙하게 감옥같은 격리실로 홀로 들어가는 모습이 기억났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그 감각을 느꼈던 그때의 자신의 모습이 역겹게 느껴졌다. 만약 두들겨 팰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걸어가서 미나에게 주먹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샤워기의 온수가 더 깊이 분사었지만 자신의 머릿 속은 쉽게 씻겨내려가지 않았다.

“정신 차리자....... 지금 이걸로 채우면 내일도 이 꼴 날테니까.”

미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샤워를 끝낸 후 헤어드라이기를 키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주변의 널리고 널린 쓰레기들을 치우고 나서야 이제야 사람 사는 집안이 되었고, 미나는 지친듯 침대워 누웠다. 지친 몸과 푹신한 침대와 함께 눕자마자 짙은 피로가 몰려왔다. 잠이 들기 전 미나는 혹시나 싶은 생각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코핀 톡을 확인했다. 

 


컴퍼니에 입사하면 가장 먼저 가입을 하라고 해서 가입은 했지만 말이 코핀 톡이지 사실상 비상이 발생할 경우 소집용 알림판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어딘가에서 침식 사태가 발생했으니 소집. 이라고 뜨면, 곧바로 장비챙기고 그곳으로 소대와 합류한다. 정도? 

 

이미 일은 끝났으니, 알림이 뜨지 않는 이상은 자유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내톡을 멍하니 지켜보던 미나는 자신의 말풍선에 누군가 메시지를 보낸 걸 확인했다. 서윤일까? 생각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서윤은 이렇게 장난스럽게 톡을 보내지 않는다. 그 '멍청이' 인가? 싶은 생각 속에서 내용을 확인했을 때, 대화방에서는 스트로우가 꽂혀진 말키스 캔의 사진과 함께, ㄱㅓ 망 워 라는 이상한 글자로 쓰여진 메시지로 보내져 있었다. 미나는 그 말키스 캔 사진 속에서, 연구 1동 입구가 보이자, 이 메시지를 보낸 주인이 누군지 기억했다.

 


'정소희 너야?'

 

'ㅇ ㅓ'

 


그 메시지에 미나는 독수리부리처럼 쪼면서 타자를 입력하고 있을 소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나는 능숙한 솜씨로 자판을 입력한 후에 그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얻은 거야?'

 

'교ㅅㅜ ㄴ ㅣ ㅁ 이 줬어.'

 

만약 근처에 있었으면 당장이라도 입력하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싶을 정도의 처참한 내용이었다. 미나는 고민하다가 아. 소리를 내며, 잠깐 톡에 나와 사내 자료들 중에서 '코핀 컴퍼니 스마트 폰 자판기 입력법' 이라는 영상을 찾은 후 소희에게 보냈다. 잠시 후 그녀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고 미나는 다시 내용을 확인했다.


 

'고마워.'

 

'자기 전에 약 꼭 먹고 자. 교수님에게 혼나지 말고.'

 

'알았어.'

 

자신에게 보내긴 했지만 능숙하게 스마트폰 단어를 입력하는 자신에 비해서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근데, 이 코핀 톡 어떻게 안 거야? 대장이 아직 가입하라는 얘기는 없었는데,'

 

'카페인 좀비가 알려줬어.'

 

그 메시지와 함께 카페인에 절여진채 좀비처럼 터벅터벅 걷고 있는 이윤정의 사진이 올라왔고 미나는 풉 소리를 내며 터질 것 같은 웃음을 힘겹게 참았다. 이윤정이 만약 조교가 아니라 행위 예술을 했다면 이 회사 하나는 다 살 정도의 재산을 모았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움직임에서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모든 '희노애락' 을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대화방에서 입력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떴고 미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은 시선으로 대화방을 바라보았다.

 


'말키스. 내일도 먹자. 이번엔 내가 살게. 잘 자.'


 

그 메시지에, 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미나는 그녀에게 알았어. 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 문자를 보내고 난 후 미나는 안에서 자리잡았던 답답한 감정들이 해소된 기분이 들었다. 

 


옆에 충전기를 꽂은 후 잠자리에 들려고 했을 때, 바깥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윗층인가 싶었지만 그 발소리는 안에 들어왔고, 서서히 집안의 물건을 건드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유미나는 자신의 옆에 놓인 펄스 라이플에 시선을 둔 채 눈을 감은 채 자는 척을 했다. 


 

그 소리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고, 괴로워하듯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걸음소리가 코앞까지 들렸을 때, 미나는 곧바로 발로 걷어찼고, 자신의 펄스라이플에 장착된 검을 꺼내며, 자신에게 접근했던 형체를 베었다. 새까만 피가 흩뿌리며, 자신의 방 내부에 흩뿌렸고 형체는 컥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새까맣게 뒤덮은 방 내부에 불을 켰을 때, 그 앞으로 팔이 반정도 나간 침식체가 공격을 받은 듯 등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컴퍼니에 연락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쿵쿵 거리며 자신의 귓가에서 울려퍼지는 심장의 고동 속에서, 쓰러진 침식체의 몸을 돌린 순간 침식체가 눈을 부릅뜨며 목을 움켜쥔 채 침대에 쓰러뜨렸다. 컥 거리며, 갑작스럽게 조여오는 압박에 바둥거리는 사이로 침식체의 자줏빛으로 뒤덮은 눈동자는 미나를 바라보았다. 저항을 하던 미나가 멍한 시선으로 그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눈동자 안에 있던 망령의 기괴한 비명과 절규의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퍼졌고, 빠르게 그녀의 몸 안으로 잠식되듯 흡수되었다. 망령이 빠져나간 사이로 침식체는 죽은 듯 모든 생명활동을 멈추었고, 바스락거리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 재 속에서, 미나는 호흡이 멎어갔고 방 안은 생기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한 침묵만이 가득찼다. 

 

미나의 방안을 비추던 전등이 껐다켜짐을 반복하는 사이로 시체 같이 누웠던 그녀는 일어났고 그녀의 두 눈은 희열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두 손을 바라보았다. 

“이 몸이야.... 드디어.... 아가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몸을 찾았어. 드디어......”

그 대답 속에서 '미나' 가 눈을 부릅뜨자 그녀를 중심으로 망령의 기운이 덮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방 안을 채우던 빛은 이내 꺼지며, 새까만 칠흑으로 뒤덮었다.



/


 

알트 소대가 요청한 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주시윤이 연락을 취하고 있었지만 평소라면 칼 같이 들어올 것 같았던 유미나와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술을 먹은 건 더더욱 아닐거고. 그렇다고 이 간신뱅이처럼 답없는 짓거리를 한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유미나는 특히나 크레딧에 관여된 일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긁어서 모으려고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주시윤은 흐음.... 소리를 내며 코핀 톡 외에 전화 연락조차 되지 않자 고개를 저으며, 힐데에게 말했다.

“우리 미나양이 완전히 뻗었나본데요?”

“아니면, 제자 네가 전부터 골치 아픈 짓거리를 해서 빡쳤다던가.”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미나양에게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 하듯 대해줬다고요.”

주시윤은 절대로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힐데는 증명이라도 해보라는 시선으로 전화를 계속 걸라고 시선을 보냈다. 주시윤이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사이로, 힐데는 알트 소대로부터 받은 보고의 내용을 다시 한번 기억했다.


 

'신종 침식체가 발견 되었으며, 현재 생포를 하고 있다.'


 

그동안 침식구역에서 존재하는 침식체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꽤나 빠삭하게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신종' 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섬뜩한 긴장감이 퍼져오는 건 숙련된 자신조차도 낯선 감각이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자신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대해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은 클리포드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선택만이 남아있으니까. 단순하게 대처가 되는 타입의 침식체라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니. 생각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머릿 속 정신 건강에는 편할지도 모른다. 일단은 도착하고 나서..... 그리고 자세한 조사가 끝나고나면 이수연 부사장이나 사장이 처리할테니까. 차량이 서서히 도착했을 때, 주시윤은 이미 여러번 통화를 했다는 듯 자신의 스마트폰을 몇 번이고 흔들며, 10번 넘게 통화를 한 흔적을 힐데에게 보여주었다.



“조만간 이수연이 빡쳐서 갈구겠군.”

“뭐...... 제 일은 아니니까요. 하하하하....”

힐데는 유미나의 일은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차량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부터 알트 소대의 대장인 서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으로 유진과 소빈이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주시윤은 서윤을 보자마자 어이구. 소리를 내며, 서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고, 서윤은 가볍게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 특유의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요청에도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데 대장님. 근데 미나는.....?”

“아 그게...... 오늘 미나양이 일에 지쳤는지 못 나오게 되어서 말이죠.”

“네? 설마 감기라던가.... 그런 미나 답지 않은 병에 걸린 건가요?

“아마도 그렇다고 봅니다. 미나양이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 결국 연약한 소녀이니까요.”

주시윤의 대답에 서윤은 쿡 웃으며, 감기에 걸려 헤롱헤롱 거리고 있는 미나를 떠오른 듯 미소를 지었다. 힐데는 고개를 저으며, 서윤에게 앞장서 나가라고 시선을 보냈다.



“신종 침식체를 찾았다고 들었어. 들어보니 네가 집적 포획했다면서?”

“네. 자세한 것은 저희 소대 내에 있는 격리실에 확인하시면 됩니다.”

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안내를 했고 주시윤과 힐데는 서윤을 따라 알트 소대가 마련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에서는 그라운드 원의 태스크 포스 문양을 두른 관리국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는 한 남자의 외침이 격리된 감옥 바깥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봐! 난 빙의되지 않았다고! 난 그 놈들이 아니란 말이야! 당장 문열어!”

“그 입 좀 다물지 못해? 네 체내에서 침식파가 감지되고 있다고.”

“그 침식파는 내가 잡았던 놈들에서 나온 거라고! 게다가 난 전투 중에 방호복을 갖추고 있었고 난 멀쩡하단 말이야!”

그의 억울한 외침에도 담당 병사들은 고개를 저으며 믿지 않았다. 긴장과 공포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남자는 둘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마른 침을 삼킨 채 힐데와 주시윤을 바라보았다. 외형만 봐서로는 평범한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고, 여기서 필사적으로 나가려고 한 듯 군데군데 자신의 팔이 긁힐 정도로 상처의 흔적들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외형으로는 그렇게 보이겠죠.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서윤의 대답도 잠시 힐데는 그런 남자의 주변에서 전투에서 느꼈던 불쾌한 기운이 퍼져왔다. 서윤이 남자를 주시하자 남자는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소리쳤다.



“아니야. 난 멀쩡하다고! 날 괴물로 보이게 만들려고 저 여자가 너희 둘을 속이는 거라고!”

“죄송하지만 저랑 스승님이 아무리 무덤덤하다고 해도 불쾌한 기운이 당신에게 느껴지고 있거든요?”

주시윤의 대답에 남자는 절대 아니라는 듯 격리 유리를 몇 번이고 강하게 두드렸다. 남자의 외침에도 서윤은 절대 믿지 말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침식파의 징후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체내에 변이가 된다던가 발현이 되는 건 아니라서 자세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은 사람이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변이조차 시작되지 않은 녀석을 처리할 수 없는 노릇이잖아. 그리고 저걸로는 정말로 신종인지 여부도 확실하지도 않고.”

“그래서 힐데 대장님과 좀 더 심층적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면 말이죠.”

서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따로 가자는 듯 시선을 보내며 얘기했지만 힐데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앉아서 커피 마시기에는 내 말단 녀석도 데려와야 해서 냅두면 부사장이 날 겁나 갈구려고 할 테니까."

“아. 미나 일도 있을테니, 제가 오히려 힐데 대장님의 시간을 뺏기에는 그렇겠군요.”

“저 녀석은 일단 부사장에게도 얘기를 해보긴 하겠지만 확실한 형체가 아닌 이상은 단순한 침식파 노출 선에서 정리가 될 거야. 기운은 느껴지지만 변이가 진행되지 않았고, 단순한 노출로 인한 침식파 증세들 중에 하나일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미나가 의외네요. 보통이라면 제 앞에서 여러모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미묘한 섭섭함이 드러냈고, 힐데는 그런 그녀에게 제대로 자존심이 구겨지는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주시윤은 그런 힐데의 모습에서 잔뜩 살기가 차오르는 걸 보고, 조만간 지옥의 스승을 보게 될 미나의 운명에 조용히 묵념했다. 



“그 전까지는 이 주변을 순찰을 좀 하러 갔다오지. 저런 비슷한 놈이 더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 가자. 제자야.”

“네?”

“어차피 야근확정이야. 쓸 때 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당장 따라와.”

설마 이걸 눈치채고 미나는 도망을 친 것일까? 힐데는 자신의 입가에 담배를 문 채 주시윤에게 호령했고 주시윤은 네네. 라고 대답하며 나가기 전 진한 커피 캔 자판기를 하나 꺼낸 후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