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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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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리리스와 사령관이 깨어나기 몇 분 전.


리앤의 꿈에서 쫓겨난 사령관이 눈을 뜬 곳은 어딘가 본 적 있는 녹슨 철문 앞이었다.


난데없이 느껴지는 데자뷰에 사령관의 머릿속이 혼잡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령관은 왜 이곳이 익숙한지 생각해냈다.



'티아멧의 집에서 잠들었을 때 왔던 곳 아닌가?'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굳게 닫혀있는 철문이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것 마냥 문에 녹이 슬고 금이 가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다시 한번 사령관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똑같이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여성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 꿈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성이 휙 하고 머리를 들어 올려 사령관이 있는 곳을 직시했다.


묶여있는 이의 얼굴을 확인한 사령관의 안색이 눈에 띌 정도로 당황에 물들었다.



"리, 리리스…?"



그 당시엔 꿈속에 체류한 시간이 짧았고 머리카락도 핏물에 물들어 있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리리스의 주위에 생겨난 온갖 마이너스한 감정들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제법 그녀와 거리가 있는 사령관에게도 느껴졌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리리스의 시선에 사령관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자신과 함께해온 리리스를 내버려 둘 사령관이 아니었으니,

그는 닿는 순간 살이 베일 것 같은 흉흉한 기세를 뚫고 리리스의 앞에 섰다.


사령관이 긴장했는지 침을 꼴깍 삼키며 리리스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끊어낼 기세로 힘껏 당겼다.



"합!"



하지만 사령관의 생각과는 다르게 쇠사슬은 끊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치적거리는 쇠사슬을 끊고 싶어 하는 리리스의 의지가 자신이 붙잡고 있는 쇳덩어리를 통해 느껴졌다.


그렇게 쇠사슬과 씨름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한 사령관이 힘에 부쳤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리리스 또한 살짝 지친 기색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어떻게 해야 리리스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나 고민하던 순간 둘이 있는 공간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을 감싼 검은 공간이 위에서부터 천천히 부서져 내렸다.


리리스를 옴짝달싹 못 하게 묶고 있던 쇠사슬 또한 두부처럼 퍼석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리리스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 사령관을 향해 도약했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에 사령관이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있던 리리스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단 몇 초 만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령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리스!? 억!"


"주인님!"



마치 하치코처럼 자신한테 날아와 껴안으려는 포즈를 취한 리리스를 사령관은 큰 무리 없이 받아냈다.


리리스의 어깨를 붙잡아 자신의 몸에서 떼어 낸 사령관은 혹시라도 그녀가 어디라도 다친 게 아닐까 싶어 꼼꼼히 살펴봤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몸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녀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던 사령관이었기에 

그녀의 힘에 뒤로 넘어간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순간 사령관의 전신이 석상처럼 굳었다.



'내가 왜 본능적으로 리리스를 경계하고 있었지?'



리리스를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은 이런 감으로 숱한 위기를 헤쳐나온 경험이 있었다.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떨리는 마음을 감춘 사령관이 침착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리리스는 멀쩡하답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주인님."



리리스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아 판단한 결과, 눈앞에 있는 리리스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녀임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의문의 불안감은 사령관으로 하여금 고뇌에 빠지게 할 정도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을 느낀 이유는 머지않아 그녀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연인처럼 적극적으로 사령관의 품에 안겨 들릴 듯 말 듯 한목소리로 리리스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저는 알고 있어요. 주인님한테는 리리스밖에 없다는 걸요. 다른 이들의 방해 없이, 있다면 모두 부숴버리고, 

 저희 둘이서 영원히 함께해요."


"…!"



그 순간 사령관의 뇌리에 스치듯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삼안기업의 연구소에서 발견한 기록을 읽은 기억이었다.



「정기 보고서

  개체 관리자: XX

  문제 발견시각: XX년 X월 XX일 XX시 XX분

  개체명: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 01

  

  건의 내용: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이하 '실험체'라고 한다.)의 테스트 중 중대한 결함이 발견됨.

  

  문제가 발견된 곳은 실험체의 감정 제어장치로, 실험체의 특정한 기억을 건드려 트라우마를 유도할 시

  호위 대상에게 극에 달하는 애정을 갈망하게 됨.

  

  그뿐만 아니라 호위 대상이 관심을 가지는 다른 모든 것(인간을 제외한 생물, 무생물)을 배제하려 하는 점이 확인됨.

  

  결함 발생 후 정상적인 기능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두 시간.

  

  이때 실험체의 지능이 극도로 퇴화하여 7살 어린 아이 수준의 회화와 행동을 하게 됨.

  

  그 점으로 인해 호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됨.

  

  삼안기업의 연구소장인 개체 관리자 XX는 현재 시험 중인 블랙 리리스의 전원 폐기 및 모듈 초기화를 건의하는 바임.

  

  

  p.s 실험체 중 특이하게 지능이 퇴화하지 않거나, 결함 상태에서 행동하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는 케이스도 발견됨.」



몇몇 부대원과 갈등을 빚는 일은 있어도 평소에 동생을 아끼던 모습을 보여준 리리스가 내뱉을 만한 말이 아니었다.


사령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리스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령관을 향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본 사령관은 리리스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심했다.


하지만 사령관의 고민거리를 모두 날려버릴 일이 벌어졌으니 그것은 꿈의 주인인 리리스의 기상이었다.


여타 다른 대원들처럼 리리스의 꿈속 세계가 부서졌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일어난 그 현상에 사령관의 뇌가 빠르게 돌아갔다.


사령관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리리스 또한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그것은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투명한 손에 잡힌 듯 공중으로 끌려가는 와중에 리리스가 사령관에게 말을 남겼다.



"주인님! 반드시 리리스가 주인님을 찾아갈게요!"



그렇게 리리스가 먼저 현실에서 깨어나고 사령관이 몇 분 뒤 사령관이 잠에서 깨어났다. 



-


-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사령관은 최악의 형태로 현실에서 리리스와 재회했다.


자신에 대한 애정이 왠만한 얀데레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인데 가뜩이나 레오나가 자신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의 몸을 에워싸고 있는 날카로운 기세에 사령관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했다.


그가 내린 판단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리리스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었다.


다급하게 레오나의 몸에서 떨어진 사령관이 리리스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곤 고개를 조용히 뒤로 돌려 입 모양으로 레오나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전달했다.


사령관이 전하려는 바를 알아들은 레오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저렇게 간절한 애원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분명히 품 안에 있어 주위를 둘러볼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오나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리리스가 음흉하게 웃었다.



"히히, 이제 저희 둘밖에 없네요. 주인님. 너무 행복해요…"



만약 사령관이 지금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라면,

모두에게 리리스의 상태가 어떤지 알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령관은 이대로 리리스와 단둘이 도망쳐 그녀가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게 시간을 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까지 자다가 갑작스럽게 일어나 비몽사몽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사령관은 결국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가 떠올린 것은 술래잡기.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폭탄처럼 이대로 날이 서 있는 상태의 리리스를 데리고 다니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이들이 그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치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사령관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리리스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대략 두 시간이 필요하니,

그때까지 리리스와 다른 대원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데엔 이만한 놀이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해낸 사령관이 리리스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저기 리리스. 나랑 술래잡기하지 않을래?"


"…술래잡기요?"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표정에 사령관이 마음속으로 뜨끔했지만,

그것도 잠시 리리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긍정을 표했다.



"좋아요! 주인님과 단둘이서 하는 술래잡기라니 기대되네요."


"대신 규칙이 있어…"



놀이를 하는 동안 혹여라도 생길 불상사를 방지하고자 사령관이 규칙을 나열했다.


첫째, 술래는 다른 인원의 눈에 띄면 안 된다.


둘째, 술래는 다른 인원에게 해를 입혀선 안 된다.


셋째, 술래는 물건을 파손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규칙을 위반하면 가만히 서서 30까지 세고 난 후 다시 찾기 시작할 것.


분명 술래한테 유리한 조항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리스는 무엇이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사령관이 떨떠름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그래, 100까지 세고 나서 출발하는 거야 알겠지?"


"알겠어요, 주인님. 그럼 지금부터 셀게요? 하나, 둘…"



리리스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사령관이 쏜살같이 밖을 향해 내달렸다.


복도를 돌자 뒤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레오나와 발키리가 서 있었고 

그 둘이 사령관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사령관은 그녀들과 나란히 달리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간략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둘에게 부탁했다.



"리리스의 감정 제어 모듈에 살짝 문제가 생겼어.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테니까, 이건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레오나는 지금 당장 참모진에게 이 내용을 전파하라고 해줘. '만약 리리스를 조우하면 맞서지 말고 흘려보내라' 고."


"발키리는 격리실에 가서 다른 애들의 안전 확보해줘."


"리리스의 일까지 완전히 끝나고 난 후 관련자들 모두 한자리에 모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털어놓을게."



사령관의 절박함이 느껴진 걸까? 레오나와 발키리 둘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약속한 것처럼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 끝나면 몇 마디 들을 각오해, 달링."


"이번 만큼은 저도 변호해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각하."



그 말을 끝으로 같이 달리던 세 명 모두 각자 가야 할 방향으로 찢어졌다.


레오나는 지휘통제실로, 발키리는 격리실로.


그리고 사령관은 그녀의 눈에 띄지 않을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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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각이 보여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는데 떡밥 회수 할 애프터 스토리 생각이 든 순간 머리 띵해지는거 실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