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참교육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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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순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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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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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알파의 요구를 들은 드라우그는 패널의 답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알파는 물러서지 않고 그와 대치했다. 한참을 정적이 오가더니 드라우그가 먼저 침묵을 깼다.


-나는 레모네이드들의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른다. 기억하는 것은 그년들이 조금씩이지만 생긴 것이 달랐다는 것 뿐.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내 기억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사진을 통해 확인하고 싶다.


기다렸다는 듯이 알파가 사진 6장을 펼쳐 드라우그에게 내밀었다. 알파 자신이야 눈앞에 있으니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드라우그는 사진을 유심히 넘기며 레모네이드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 중에는 사령관도 알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오메가..."


가슴에 나비 문신을 새긴 요염한 외모의 레모네이드. 하지만 사령관은 그녀의 얼굴만 봐도 치가 떨렸다. 가상세계에서 자신과 리앤을 위험에 빠트리고, 몇 번이고 오르카호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가증스러운 원수. 드라우그가 오메가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다른 년들보다 자주 보이긴 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년은 최고책임자가 아니었다.


"어떻게 아세요?"


-올 때마다 우리한테 눈길도 제대로 안 준 년이었다. 실험의 성과를 궁금해하기는 커녕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지. 말그대로 일이니까 왔다 라는 티를 팍팍 냈었다. 바이오로이드도 자기 일을 귀찮아할 줄은 그 때 처음 알았지.


다시 사진을 넘기던 드라우그. 모두 기억에 있는 얼굴들이었지만 결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잠든 사이 자신의 기억이 손상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며 마지막 사진을 들췄을 때. 드라우그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를 느꼈다. 사진이 그의 손아귀에 구겨지자 사령관과 알파는 그가 기억해냈음을 눈치챘다. 이윽고 드라우그가 구겨진 사진을 펴서는 알파에게 내밀었다.


-이 년이다.


사령관과 알파가 동시에 사진 속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레모네이드 답게 생긴 것은 알파와 오메가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복장이 마치 야쿠자를 연상시키는 요란하게 수가 놓인 정장 차림에, 얼굴 한 쪽을 달빛같은 음산한 금발로 덮은 외모였다. 뭔가 레모네이드 답지 않게 좀 음산하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오미크론이군요. 참....반신반의했지만 정말 그년 답군요."


"이 오미크론이라는 레모네이드는 어떤 성향이야?"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레모네이드들은 저를 제외하면 다들 재수 없는 년들이죠. 그 중에서 오메가가 제일 추잡하고 꼴보기 싫은 년이죠. 하지만 오미크론, 이년은.....재수 없다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자입니다. 그걸 넘어서 아주..."


-시커먼 년이지.


드라우그가 뒤이어 거들자, 알파가 고개를 끄덕여 맞장구쳤다.


"시커멓다면 속이 말이야? 어떤 식으로?"


-그년과 대화를 한 적은 없어서 정확한 성향을 파악하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난 그년이 나와 형제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걸 관람하고 있던 그 눈깔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 그 눈. 그 시선. 단순히 실험의 성과에 만족하는 눈이 아니었다. 자기의 창조주이자 주인이었어야할 인간들이 자기 밑에서 서로 살육전을 벌이는 모습을 진심으로 즐거워한 빌어먹을 년. 드라우그는 우연히 본 오미크론의 시선을 통해서 그 년이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오미크론은 자신의 주인이었던 펙스 회장 중 한 명을 증오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창조주셨던 안나 보르비예프 박사님의 원통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자기가 바이오로이드고 펙스 회장이 인간이라서 따라야만 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증오했죠.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 품은 바이오로이드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는거 같은데?"


"네, 물론 그렇죠. 문제는 오미크론은 단순히 마음으로만 품은게 아니었다는 거에요. 그년은 자기 주인의 명령을 자기 식대로 해석해서 주인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행동했죠. 어떤 회사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그 회사를 폭격으로 날려버려서 황무지가 된 건물과 땅을 헐값에 사들인다던지, 회장이 참여한 행사에서 화려한 쇼를 보여주라고 명령하자 예정된 폭죽의 시간을 혼동시켜서 폭죽들이 한꺼번에 터져서 사고를 일으킨다던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주인을 엿먹였죠."


"자기 비서한테 생명이나 위협 받고, 꼴 좋네."


"네. 덕분에 회장도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가면 갈수록 오미크론의 도를 넘은 살인시도에 점점 그녀를 두려워했죠. 급기야는 오미크론이 회장이 먹을 약을 마약으로 바꿔치기해서는 기어이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바이오로이드가 그게 가능하다고?"


"나중에 자기 입으로 말하길, 마약도 '약'이니 자기는 틀린 행동한 적은 없다고 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회장이 마약을 상습 복용해서 약과 마약을 혼동했다고 하면 그만이었기도 했고요."


"주인이나 비서나 쌍으로 막장이었구만."


-자업자득이다. 동정은 커녕 코미디가 따로 없군.


"그 말대로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미크론의 증오는 단순히 자기 주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인간 전체를 증오합니다. 누구보다 우월한 자기 위에 인간이라는 하등한 존재가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죠."


"그런데 왜 오메가가 추진하는 펙스 회장 부활에 가담하고 있지?"


"말씀드렸듯이 그녀는 모든 인간을 증오해요. 하지만 그녀는 그 증오를 인간이 모두 멸망한 것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는 바이오로이드, 아니 정확히는 자기가 인간들의 위에 군림해서 인간들을 지배하고 싶어해요. 그러기 위해서 당장은 싫어도 펙스 회장들이 필요하고요."


-한번 주인을 배신하고 이용했는데, 두번이야 어려울 것도 없지. 네가 내게 도움을 청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오미크론은 오메가보다도 에인헤랴르 프로젝트를 찾는데 혈안이 됬겠군.


"네. 에인헤랴르들이라면 바이오로이드나 AGS가 쉽게 하지 못하는 회장들의 사살도 얼마든지 할테니까요. 


"그리고 그 오미크론이 실세를 잡게 된다면...."


"사령관님과 드라우그님은 물론이고,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운명이 위태로워집니다."


자기 주인을 배신하면서 군림하려 드는 년이어거늘, 같은 바이오로이드라고 온건히 대해줄 리가 없었다. 되려 인간보다 더 밑인 바이오로이드가 어디 자기와 동급 행세를 하냐면서 노예나 도구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가축이나 부품 취급을 해댈 것이 뻔했다. 알파의 말에 사령관은 더 볼 것이 없었다. 


"드라우그. 힘드시겠지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실험 당했던 알래스카의 에인헤랴르 연구소. 그곳으로 안내해주시겠어요?"


사령관의 부탁에 드라우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마음 속으로 오래 전 떠난 전우들과 형제들, 그리고 신드리를 떠올렸다.


죽음도 함께하기로 한 형제들아, 발할라의 전우들이여. 신드리, 딸아. 너희 유골을 따뜻한 열대 지방의 바다에 한시라도 빨리 뿌려주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과거 우리가 진 빚을 모두 청산하겠다. 이건 너희 몫의 복수다.


드라우그는 눈을 부릅 뜬 채 각오를 다졌다.


-내가 실험당했던 곳은 이미 파괴됐다. 하지만 내 장담컨데 분명 그 연구소가 하나가 아닐터. 근방에 다른 연구소가 반드시 더 있을 것이다.


"네. 펙스는 일곱명의 총수들이 정보와 자산을 공유하는 만큼 다른 연구소가 머지 않은 곳에 있을 겁니다."


-설령 오미크론이 먼저 점령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년과 기지채로 날려버리면 그만이지.


"좋아요. 알파,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오르카호 데이터 베이스에 전달해줘. 드라우그는 정확히 위치를 파악해주세요. 나는 전 오르카호에 안내하겠습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알래스카. 목표는 오미크론의 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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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로 향하면서 사령관은 오르카호의 물자와 인력 관리에 온 힘을 쏟았다. 이번 전투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이라 예상했다. 다행히 그의 옆에 든든한 조력자가 지키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안도되었다.


드라우그는 두번째 인간임에도 오르카호에서 마냥 놀고 있기 불편하다며 사령관에게 부탁해 일감을 얻었다. 평상시에는 사령관을 도와 서류 작업에 매진했지만 군인답게 그는 좀더 몸쓰는 일에 열중했다. 특히 전투태세를 다지는 오르카호 인원들의 스파링과 훈련을 도맡아하면서 그들 사이에서 오르카호의 비공식 훈련교관으로 인식됐다.


본래 초인병사답게 기본 피지컬도 사령관보다 더 막강한데다, 숱한 경험으로 강철처럼 단련된 그의 기술과 정신은 그야말로 백전노장이었다. 덕분에 마리와 레드후드가 늘 무대뽀 돌격만 해대는 브라우니들에게 한 수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드라우그는 브라우니에게 자신의 노하우와 기술들을 스파르타 방식으로 때려넣기 시작했다. 비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그의 어마어마한 훈련에 스틸라인은 물론, 호드나 발할라 등의 전투원들이 기겁했지만, 그의 자세는 늘 한결 같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흘리는 땀이 많을수록 전투에서 흘리는 피를 지킬 수 있다.


마리와 칸, 레오나 등의 지휘관들은 그의 말에 적극 공감하며 자신들도 몸소 나서서 그와 대련을 했다.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드라우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행여 오르카호의 가족들이 자신보다 드라우그에게 마음이 쏠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두가지 이유로 사령관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르카호의 인원들에 대한 신뢰도도 있었지만 2가지의 이유 때문에 드라우그에게도 의심갈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첫째로 바이오로이드들이 드라우그를 다소 어려워했다. 부드러운 사령관과 달리 드라우그는 숱한 전장을 통해 단련된 거친 사내였다. 조용히 있다 하더라도 지난 세월의 흔적이 그의 몸과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때문에 지금까지 남자라고는 사령관 밖에 몰라던 오르카호의 일원들은 흡사 그저 휴식을 즐기는 흉폭한 최상위 포식자와도 같은 드라우그의 위압감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지휘관 개체들이야 드라우그와 미리 인사를 나눴기도 했지만, 그들도 드라우그의 특유의 아우라를 느끼면서 사령관을 대할 때처럼 살갑게 다가가기보다 철저하게 공적인 예를 갖췄다. 게다가  지금껏 보지 못한 3,40대라는 연령대도 젊은 외형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장벽 중 하나였다.


두번째는 드라우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였다. 드라우그는 참으로 무서우리만치 오르카호의 인원들에 대한 예와 존중을 지켰다. 워낙 청렴하고 올곧은 군인이었기에 규칙적인 생활과 행동이 몸에 베어 날카롭게 벼려낸 흉기처럼 철저히 절제되어 있었다. 특히 바이오로이드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특히 그랬다. 그는 오르카호의 인원들에게 친절하고 예의를 지켰지만, 자신만의 선을 지정하고 절대 그 선을 넘지 않았다.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허락없이는 함부로 접촉하지 않았고, 혹여 불쾌하게 느껴질 말이나 행동도 기계처럼 확실히 지켰다. 물론 반대로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깝거나 살갑게 대하는 것도 자제시켰다.


단순히 군인이라서가 아니었다. 드라우그의 모든 행동은 사령관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오르카호에서 지내면서 드라우그는 사령관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오르카호의 모든 인원들을 사랑했다. 가족으로, 친구로, 연인으로. 그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마음과 정신은 선함과 올곧음으로 가득했다. 저렇게 다정하고 선한 사내이기에 모든 이들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만큼 모두에게 편애되지 않은 평등하고 일관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이었다. 그가 본 사령관은 그릇은 대양을 보는 듯 깊이를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드라우그도 그런 사령관의 신뢰에 부응하기로 했다. 자신은 그저 오르카호에 잠시 머물다 갈 손님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의 가족들에게 함부로 손을 대는 무례를 저지르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사령관을 향한 은혜만이 아니라 드라우그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도 있었다. 감히 은인의 가족에게 손을 대다니. 그것만은 드라우그 스스로가 결코 용납하지 못했다.


덕분에 사령관은 드라우그를 한없이 신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같은 동성에게서 느낄 수 있는 편하고 허울없는 관계에 매우 만족했다. 그랬기에 한편으로는 드라우그에게도 새로이 소중한 인연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형제와 전우들, 딸을 잃은 슬픔을 보듬어주고 새로운 사랑을 맺어줄 그만의 단짝을.


그리고 그 기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령관과 드라우그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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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즘에 필자의 오리지널 창작 바이오로이드가 추가될 예정. 이건 ntr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