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점심을 먹은 후 별 생각이 없다. 짧은 소설을 쓰면서 미리 뭔가를 생각하는 것이 귀찮다. 그저 손가락이 가는 대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요즘은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널려있다. 내가 아주 글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이러한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을 것이고, 아마도 지금보다 10년 전쯤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별로 관심이 없다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소설 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헤메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써오기도 했지만 이렇게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저 자신의 일상에 대해 일기적인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미로 블로그를 쓰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는 듯하다. 

소설은 일단 많은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긴 호흡을 요구하는 글쓰기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쓰기 "근육"을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가에서 일단 글을 조금씩이나마 이곳에서 쓰기로 했다. 


지금 쓰는 것은 잘 쓰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쓰는 행위 그 자체에 만족해서 하는 짓에 불과하다. 졸음을 쫓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의 수준이 당연히 높지 못할 것이고,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글을 쓰는 실력이 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서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뭔가를 창작할 수도 있을 테니까. 글을 쓰다가 보면 소설로 쓸 만한 소재도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가운데 글을 더 잘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글을 별로 쓰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어제 저녁에 잠을 자고 싶어하는 비몽사몽의 사이에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피곤해서인지 글을 쓰지 않은 채 그냥 잠이 들었다. 과연 맑지 않은 정신에서는 어떤 글이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짓을 하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소설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맑은 정신으로는 도저히 소설을 쓸 수 없고, 어딘지 심리적으로 해이하게 된 상태에서야 거짓말을 마음껏 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거짓말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하면서도 굳이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것은 뭘까? 내가 생각해도 내 마음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