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내려쬐는 볕이 고역스럽다. 신경이 쓰인다. 잠시 그늘에서 쉴 때가 되기도 했다. 자전거는 계속 전진한다. 사실 편하려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뜨거움이나 차가움의 극치가 주는 쾌감도 있는 법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넓은 차로의 옆에 있는 인도에는 파란색으로 자전거길임을 표시하고 있다. 자전거길만으로 갈 수는 없다. 반대편에서 자전거가 오면 잠시 인도를 침범해야 한다. 한참 자전거를 타면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쉬어갈 수도 있지만 쉬지 않고 꾸역꾸역 자건거를 끌듯이 타고가면 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폭주족을 겪게 된다. 자존심이 상한다. 체력적으로 뛰어난 사람일 테니까, 또 쉼터에서 충분히 체력을 보충했을 테니까. 힘이 빠지고 쉼터가 기다려진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또 장거리를 갈 수 있는 힘을 조금씩 비축하면서 간다. 


하루에 충분히 저장한 에너지를 거의 다 소모하면 몸이 다시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역시 에너지 싸움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머니에 있는 에너지바를 손에 든다. 닥터유는 좀 가격이 비싸다. 초코바는 약간 더 싼 느낌이 있지만 너무 달다. 단 것은 의외로 입맛을 버리기 때문에 계속 먹기가 힘들다. 또 자전거를 오래 타면 소화력도 떨어진다. 소화시킬 에너지를 온통 자전거 페달을 밟는 데 다 소진했기에 정작 식사를 할 때 충분히 쉬지 않으면 먹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 그래도 기여히 에너지바에 의지해서 한참을 달렸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관광 코스가 될 것 같다. 아직은 자전거길을 돌아다니는 외국인을 별로 볼 수 없지만 10년 안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을 하기 위해 강 주변의 길로 오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뇌물은 꽤 받았지만 그래도 자전거길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대통령이기는 하니까 말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과 즐기는 것은 공존해야 한다. 자연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 삶의 폭이 자전거길로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다.


문경새재 고개를 넘을 때 줄줄 흐르는 땀에 눈이 약간 흐릿해질 때마다 입바람을 위로 향하게 했다. 또 고개를 푹 숙인다. 가슴을 핸들에 대었다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를 반복하면서 장단지의 통증, 무릎에 오는 지속적인 부담을 잊으려고 했다. 자건거 옆을 트럭이 지난다. 또 승용차가 지나면서 전혀 목소리와 얼굴이 익숙치 않은 아줌마가 화이팅을 외친다. 평균 온도로는 선선하지만 구름이 없는 이런 뙤약볕을 뚜뚫고 올라가는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것이겠지? 은근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고개를 내려올 때 5분의 쾌감은 30분 이상의 고통에 충분한 보상이 되기도 했다. 


문경에서 과일과 약간의 간식거리를 보충한 후 1시간반을 달리면서부터 그림자가 뉘엿뉘엿 길어지기 시작한다. 저 멀리 태양은 산에 가렸다. 지평선으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은 선명하지만, 30-40분 후가 된다면 어둠이 깔릴 것이다. 나는 어둠속에서도 외롭게 자전거 불빛에 의지해서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낮의 뜨거운 햇볕이 주는 고통을 뒤로 한 채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가는 이 길은 한결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