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반짝 떴다.
 자는 소리가 집안을 감돌았다. 밤이 짙었다. 일찍부터 자서인지 잠을 다시 자려고 했으나 잘 수 없었다. 심심한 소녀는 나가고 싶어졌다. 얼마간 제대로 나가지 못해서 좀이 쑤셨다. 깰 때면 아무도 모르게 나무로 가곤 했으니까 이번에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이불을 슬쩍 걷어내고 바닥에 한 발, 나머지 한 발을 붙였다. 그리고 아무도 깨지 않게 살금살금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 나갔다.
 문을 열고 볏짚 문을 다시 한번 열었다.
 바람이 말려들었고 눈앞에서 새하얀 눈이 내렸다.
 엄청 컸다. 커다랬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이 별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나무가 저 멀리서 밤빛에 물들어 있었다.
 바람이 매서웠지만, 소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눈을 묻히며 나아갔다. 마을에서 벗어나 중앙에 있는 넓은 곳까지. 그곳에 갈수록 눈의 높이는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소녀의 다리의 절반까지는 왔다. 소녀가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그물처럼 엮어놓은 나무를 보았다. 저기 매가 보였다. 머리는 흰색이다가 끝으로 갈수록 회색인 매가 나무 기둥 가까이에 앉아있었고, 소녀는 매를 보면서 나무에 다가가다가 머리를 콩 찧었다. 아파서 머리를 짚었다.
 나무에 다른 한 손을 댔는데 그때,
 따스한 기운이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온 나무가 물들었다.
 공기에 따스한 금빛 파동이 울렁이다가 번졌다.
 소녀의 손이 닿은 곳부터 시작된 환한 금색이 나무에 퍼졌다. 나무의 가지가 흔들렸다.
 마치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하늘에서 내리던 눈이 나무의 찬란한 색을 비춰 옅은 노란색으로 물들어서, 천천히 녹아갔다. 그 따뜻하고 영롱한 파동은 한동안 지속하였다.
 지속하는 동안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커다랗게 내리던 눈이 내리면서 조금씩 녹아내려 자그마한 눈송이로 변했다.
 황금빛으로 물든 눈이 신기해서 환한 얼굴로 소녀가 두리번거리며 손을 뻗었고,
 눈 한 송이가 녹았다.
 그리고 사라졌다.

***

 소녀는 손 뻗은 모습 그대로 손끝에서 눈이 녹아 톡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앞을 바라보았다.
 본 세상은 우르르 나와 자신을 수군거리며 내려다보는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얇은 복장으로, 밤인데도 다소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당황하여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가, 자신 아래에 있는 것이 눈도 아니고, 얼어붙은 흙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녹색의 삐죽삐죽한 식물이 자신 아래 깔려 있었다.
 자그마한 해는 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옆을 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기의 나무가 가지마다 잎사귀를 단 채로 화려한 황금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따사로운 열기와 함께 나무가 흔들렸다.
 호기심, 두려움.
 그것들이 범벅되어 소녀는 다시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른들을 보았고, 그중에서 친절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서는 한 중년의 남자를 보았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무에 닿은 손이 움츠러들었다.
 "눈과 얼음이 녹는 땅……."
 커다란 매가 날개를 뻗었다. 처음 보는 이 대륙 위를 한 바퀴 휘─ 돌았다.

***

 사람들은 금빛으로 물든 열기와 파동과, 나타난 소녀를 보았다. 소녀가 이 열기의 원인이라는 것을 짐작하며 화려하고 넓은 집으로 손을 잡아끌었다.
 커다란 궁전 같은 집이었다. 상앗빛의 벽이 반짝이는 알갱이를 박아놓은 것처럼 빛나고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다. 그림이 걸려있고 사람 모양, 말 모양 조각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소녀는 입고 있는 외투가 덥게 느껴져 벗었고 그것을 손을 잡고 있는 그 중년의 아저씨가 가져갔다.
 화려한 만찬이었다.
 소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처음 보는 식기를 어색하게 쥐고 먹었다.
 중년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소녀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열기의 이유를 아십니까?"
 "몰라요."
 아구아구 먹던 소녀가 볼 빵빵한 채로 우물우물 말했다.
 "당신이 온 이유를 아십니까?"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파동이 퍼졌죠?"
 소녀는 달콤하고 향긋한 소스가 얹힌 고기를 또 콕 짚으며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시 혀로 그 맛을 그리면서 화려한 천장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응……, 제 손이 닿으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눈짓을 교환했다.
 남자는 "정말 잘 드시는군요." 하면서 음식을 소녀 앞에 밀어주었고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집어 먹었다.

***

 식사가 끝나고 너무 부른 배를 가라앉힌 소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을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득 주었던 사람들이라 의심 없이 따라갔다.
 방을 열자 화려한 옷이 가득 있는 곳이었다. 소녀는 입어보고 싶냐는 사람들의 말에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 아니 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말에 웃으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녀에게 화려한 옷을 입혔다. 빙그르르 돌며 퍼지는 치맛자락을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항상 가르쳐주었던 대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짓궂게 변했다.
 이 넓은 곳을 막 뛰어다녔다.
 치맛자락이 새의 날갯짓이 되었다.
 아이는 이 선반, 저 선반으로 날아다녔다.
 사람들은 놀라서 잡으려고 했지만, 아이는 손쉽게 뻗는 손을 피해서 바닥에 내려왔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비싼 물건들에 사람들의 눈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다시 날아오르는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핑그르르 돌면서 피하는 소녀를, 잡힐 듯 말 듯하면서 피하는 소녀를 보고 사람들은 장난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을 좋아하게 되도록.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따라오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어떤 것이 부서지는 소리도 났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늘 뭔가 깨뜨리면 혼내던 아버지와 달랐다. 그저 소녀가 하는 것이라면 반겨주었다.
 까르르 웃음이 터지며 재밌어했다.
 장난은 춤으로 변했고, 움직이며 흘러 다니는 노랫소리로 변했다.
 사람들이 주위를 둥그렇게 하고 소녀의 노래에 맞춰 움직였다.
 한참을 재밌게 놀았다.

***

 '지금 얼마나 지났지?'
 선반에 올라가 공중제비를 한 다음 안정적으로 착지를 하며 생각했다.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고, 소녀는 가볍게 인사하는 척하면서 저 위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느꼈다.
 신기한 듯 손을 뻗고 손 사이로 흩어지는 것을 보다가 주변 소리에 퍼뜩 정신 차렸다.
 '가야 하지.'
 "더 안 할 거예요?"
 곁에서 그런 소리가 소녀의 발길을 붙잡았지만, 소녀는 이대로 가다가는 아버지가 그 진중한 얼굴로 잔소리 폭격을 할 것이라는 무서운 상상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이대로는 혼나고 말 거야.'
 손을 거두어들이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히익, 겁먹은 표정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계속 무슨 일 있느냐면서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지만, 소녀는 아까 왔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선언하였다.
 "저 이제 돌아갈게요!"
 "네?!"
 당황스럽게 손을 뻗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웃음을 뿌리면서 소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길을 기억하고 있던 소녀는 사람들이 누군가한테로 이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보지 못한 채로 복도를 뛰어갔다.
 기다랗고 매끄러운 복도의 융단을 밟으며 신나게 뛰어가던 소녀는 저 끝에 문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문이 위풍당당하게 있었고, 뛰는 것에 맞춰 흔들렸다.
 문손잡이를 잡고 낑낑 거리는데 병사들이 눈치를 보다가 소녀의 뒤를 보고 열어주었고, 따뜻한 바람이 훅 들어왔다.
 거대한 집이 뾰족뾰족 하늘을 찌르기도 했고 둥글둥글 커다랗게 있기도 했다. 그 위에 고향과 다르게 낮 공기가 따뜻하게 내려앉은 걸 보며 소녀는 눈을 감고 힘있게 숨을 들이마셨다.
 뒤를 슬쩍 돌아보자 당황한 표정의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씩 웃은 아이는 문을 내팽개쳐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가지런히 정리한 흙바닥과 길처럼 만들어놓은 반질반질한 돌이 발바닥에 닿았다. 가지가지마다 빛이 통과해 집을 비췄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가지가 굵어지는 곳을 찾아 뛰었다.
 거대한 집이 휙휙 지나치고 소녀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날려 팔락였다. 자신 있고 장난스러운 미소는 입에 걸린 채로 점점 처음에 도착했던 곳이 가까워졌다.
 병사들이 지키고 서 있었지만, 소녀의 뒤를 본 병사들이 창을 옆구리에 붙여 길을 내어주었다.
 나무는 웅장했다.
 고향과 달리 달린 나뭇잎은 반짝임을 간직한 채 휘날렸다. 잠시 멈춰 그것을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디뎌 발끝을 간질이는 잔디의 푸른 맛을 느껴보았다.
 화려한 옷을 입은 채로 기둥 앞에 섰고 돌아가기 위하여 손을 뻗었다. 손으로부터 환한 기운이 시작되어 나뭇가지 끝에 도달했다.
 소녀의 눈이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갈색 얼굴에 환한 황금빛이 녹았다. 금안이 반짝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나무가 흔들렸다.
 "또 오십시오."
 소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라는 인물과 옆에 한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찬란한 금빛 파동이 마을 곳곳에 확 퍼졌다.
 '아버지'는 눈동자를 휘며 웃었고, 그 웃음을 마지막으로
 소녀는 사라졌다.

***

 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짙푸른 하늘의 별이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했다.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를 돌아보고 많이 녹은 눈을 바라보았다. 하늘 저 위에서는 눈이 나풀나풀 날고 있었지만, 그 커다란 눈은 점점 작아지면서 내려왔다.
 소녀는 얕게 쌓인 눈 위를 걸어갔다.

***

 엄마가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웅얼거리면서 이불을 끌어당겼다. 너무 늦게까지 놀아서 잠이 가시지 않았다.
 '좀 더 잘래.'
 소녀는 생각하며 이불을 지켜내려고 필사적이었지만, 힘으로 엄마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이불을 걷어내어, 몸을 움츠리던 소녀 위에 엄마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윽고 소녀의 옷차림을 본 엄마는 소녀의 옷이 잠들기 전에 봤던 것이랑 다른 것을 알아차렸고 새벽에 뭔 짓을 한 건지 추궁하기에 이르렀다.
 "잠은 안 자고 뭐 했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끔뻑끔뻑하다가 스르르 닫히는 아이의 눈.
 엄마는 빨리 일어나라며 다그쳤고 결국 소녀는 자리에 앉아 눈을 비볐다. 그리고 비몽사몽 엄마를 바라보자, 한결같이 늘 준비를 빨리한 엄마는 검은색 머리를 한쪽으로 땋고 이불을 걷어낸 모양새 그대로 소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소녀는 있는 그대로 끔뻑끔뻑 말했다.
 "녹색 풀이 바닥에 깔린 곳에 갔어."
 엄마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라 아이가 좋은 꿈을 꿨나 싶어 말하였다.
 "그럼 옷은?"
 "거기서 준거야."
 한참 곰곰이 생각하던 엄마는 혹시 아이가 옷을 훔치고 덮기 위해 꿈 얘기를 하는 건가 싶어 차근차근 말하였다.
 "아가, 좋은 꿈을 꾸었구나."
 엄마의 말에 슬슬 졸음이 가시던 소녀는 눈썹을 가운데로 모으며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동그란 금빛 눈동자에 소녀의 엄마가 담겼다.
 "거짓말 아니야."
 소녀의 두 손을 잡으며 무릎을 굽히고 엄마는 눈을 맞추며 말했다.
 '꿈 아닌데.'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말한 솔직한 것 그대로 말하였다.
 "거기서 준거야!"
 "그럼 그곳은 어딘지 말해줄 수 있겠니?"
 반복해서 묻는 말에 소녀는 왜 안 믿느냐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딘지는 말할 수 없었다. 단순히 몰랐기 때문이었고, 어떻게 가는지만 알았던 소녀는
"진짜야! 나 봤어! 공터에 손을 댔더니 나무가 빛났어! 정말이야. 그래서 다른 곳으로 가서─."
 그 방법을 설명했으나
"꿈 얘기는 그만하렴."
 엄마는 그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더 항의하려고 해도 눈을 맞췄던 엄마는 허리를 펴 저 위로 올라갔다. 소녀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밥 먹으러 갈까? 엄마가 맛있는 거 차려놓았단다."
 입을 다물고 말았다.
 심통이 잔뜩 난 채로.

***

 소녀는 밥 먹는 내내 뾰로통한 입술이 들어가질 않았다. 엄마는 그것을 알았지만 더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식사를 하였다. 하지만 결국 옷은 돌려줘야 할 것이 분명했기에 타이르기 위해 아이의 두 손을 맞잡고 말하였다.
 "아가, 화난 건 알지만 그래도 옷은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니."
 "그렇지만 가져갈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걸."
 엄마는 그 말이 거짓말일까, 생각했지만 아이는 지금 꿈을 믿게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입에 달고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전히 툴툴거리는 아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래도 우리 딸 건 아니잖아, 그렇지?"
 입이 오리처럼 나왔다.
 한참 믿어주지 않았던 엄마에 대해 삐죽삐죽한 마음이 솟았지만, 엄마가 입술을 톡 치며 "우리 딸 입술 영영 안 들어간다."고 하는 말에 금세 놀란 듯이 입을 말아 넣었다. 미소를 짓던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 딸."
 입술을 매만지며 '진짠가?' 생각하던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았다.
 "받은 건 늘 보답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여겨야 하지만 주는 걸 함부로 받는 것도 매번 좋은 것은 아니란다."
 엄마는 뭔 소리지, 하며 쳐다보는 아이를 향해 늘 헝클어져 있는 머리를 정리해주며 아이가 알아들을 말을 꺼냈다.
 "과분한 선물은 안 받는 게 나으니 돌려주렴."
 "이 옷 이쁜데……."
 그 말에 즉시 시무룩 가지고 싶다는 듯이 말하였다.
 하지만 엄마의 미소는 단호했고, 아까의 심통은 가라앉은 아이는 결국 삐진 척 토라진 얼굴을 한참 하더니 한발 물러선다는 듯이 골몰한 끝에 말하였다.
 "그럼 하나만 들어줘!"
 "응, 말해봐."
 "나랑 같이 가."
 짓궂은 얼굴로 웃고 있는 소녀를 향해 엄마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같이 가자."
 소녀는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약속했다!"
 “응, 약속.”

***

종일 기대한다는 듯 엄마를 보는 눈이 어찌나 초롱초롱한 건지.
 딸한테 사냥법과 각종 실전에 쓰일 법한 무술을 알려주고 끝나 남편이 간단한 다과를 가져와서 물어볼 정도였다.
 "무슨 일 있는 건가?"
 그 말에 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신난 듯이 말하는 아이.
 "오늘 엄마랑 '그곳'에 가기로 했어요!"
 그곳이 어디냐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편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나도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아가, 좀 떨어져서 연습해주겠니?"
 "응!"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허공에 뭔가가 있다는 듯 연습을 했다. 그건 뭔가 춤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선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냥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었다. 뭔가 오늘 무척 신나 보였고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그러자 남편이 말하였다.
 "거짓말을 떼쓰면서까지 하는 아이는 아닌 걸 알고 있지 않소."
 아내는 남편에 말투에 쿡쿡 웃다가 말하였다.
 “그럼 당연히 알지."
 "그럼 한 번 아이의 말대로 '그곳'이 어딘지 한 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거요."
 진지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남편을 보며 잠시 웃던 아내는 여전히 진중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던 아내는 “역시나 당신은 진지해.”라고 남편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 말하였다.
 "그래서 아이가 본 세상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해."
 "잘 생각했소.."
 남편의 시선은 다시 건강해진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나저나 날씨가…….”
 둘은 이어 날씨가 왜 좋아진 건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고, 남편은 그것 때문에 오늘 밤 늦게 들어올 것 같다고 말하였다. 아내는 살면서 지금까지 본 적도 없었고 이러리라고 느끼지도 못했다는 말에 남편은 ‘별일 아닌가.’ 생각할 때 즈음 아내가 다시 말하였다.
 “너무 무리 말아야 해, 여보.”
 부드럽게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지만, 걱정 그득한 얼굴에 남편이 말하였다.
 “알겠소.”
 부모는 그 말에 잠시 웃음을 터트렸다가 딸을 바라보았다. 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다가 나무 막대기를 탁 쳐 버리고는 부모한테로 뛰어왔다.
 “씻을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프롤로그가 생각보다 깁니다. 4만자가 넘네요... 판타지는 쓰는 게 재밌지만, 세계관 설정 짜는 것도 힘들고 설정 맞춰서 짜는 것도 어려워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