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를 타고 정해진 정류장에서 내렸다. 다음 지도는 비교적 상세했다. 사이트 관리자가 말해준 폐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규모가 작았다. 교실도 겨우 2개로 이루어져 있었고, 교무실까지 합한다면 결국 3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댕그러니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교무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기는 별로 없었고, 내가 생각했던 단순한 기계 장치조차 없었다. 단지 많은 논문이 수북히 쌓여 있었을 뿐이다. 단지 소형 전자기기를 조립하는 듯한 길쭉한 탁자가 사무 책상 옆에 높여 있었고 이어폰처럼 생긴 것이 다량 쌓여 있다. 
바닥은 대체적으로 지저분했다. 먼지가 조금 깔려있고 휴지통이나 청소기, 소형 냉장고와 더불어 전자부품 상자들이 여럿 무질서하게 놓여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상당하러 왔어요."

"알고 있어요. 잘 오셨어요. 사실 저희가 사이트를 개설한 후 처음으로 오시는 분이세요."

"사이트를 개설하신 지가 얼마 되지 않으셨나요?"

"단지 저희가 하고 있는 연구자료를 저장하는 블로그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니까요. 또 저희 연구가 아직까지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요." 

"혹시 꿈은 어떤 원리로 조작을 하게 되나요?"

"아직까지는 간단한 장치로 실험을 하고 있어요. 꿈을 조작한다는 말은 꿈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설정한다는 것이지요. 즉 무의식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꿈의 형성을 방해하여 의식이 원하는 대로 꿈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꿈의 내용을 미리 프로그램화해서 의식속에 삽입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삽입을 위해서는 아직도 연구해야 할 내용이 많아요. 지금 우리가 실험하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무의식의 작용을 막는다면 어느 정도까지 의식적인 꿈의 진행이 가능하는가를 탐구하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의식의 작용을 방해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게 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기초적으로 무의식도 일정한 뇌파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의식의 작용에 의한 뇌파와 무의식에 의한 뇌파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요.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무의식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형성하는 뇌의 영역을 어느 정도 가릴 수 있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꿈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뇌에 직접 영향을 미쳐야 하니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저희는 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간단한 전자장치를 개발했어요. 저 이어폰처럼 생긴 것이 바로 그것이죠. 저 전자장치는 뇌의 특정한 영역에서 발생되는 특정한 파장의 뇌파가 다른 부분으로 전달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답니다." 

"저 전자장치를 착용하게 된다면 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꿀 수 있게 되나요?"

"무의식의 방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온전히 의식의 작용으로만 꿈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은 있나요? 내 마음대로 꿈에서 빠져나올 방법 말입니다. 물론 의식적으로 꿈을 꾸는 것이니까 깨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될 수 있겠지요?" 

"꿈에서 실행하는 의식과 우리가 깨어 있을 때의 의식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다시 무의식의 충전이 필요하거든요. 무의식이 없으면 현실적인 삶은 어려워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이어폰의 작용을 멈추어야지요. 그래서 꿈에 들어가기 전에 저희는 이어폰에 타이밍을 걸어둘 겁니다. 처음 실험을 할 때에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궁금한 것이 있어요. 꿈에서 깨어나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의식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꿈에서 내가 생활하기 위해서도 역시 무의식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꿈에서 무의식의 작용을 멈춘다면 꿈을 제대로 꾸기 힘든 것이 아닌가요?"

"아주 예리하신 질문이십니다. 꿈에서는 무의식의 작용이 지나치게 강력합니다. 의식을 압도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의식으로 입력되는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의식으로부터 엄청난 데이터가 마구 쏟아져들어오기 때문에 무의식은 이러한 정보를 흡수하는 데 아주 많은 에너지를 쓰거든요. 하지만 꿈을 꾸는 상태에서는 의식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없어요."

"무슨 말씀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꿈에서는 의식으로부터 쏟아지는 정보가 없으니까 무의식으로부터 쏟아지는 정보 또한 중단시켜서 정보의 평형을 이루겠다는 말씀인가요?"

"아주 잘 이해하시는군요. 무의식이 중단된 상태에서는 의식만이 정보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도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의식적 정보를 처리하는 무의식적 기능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작동을 할 겁니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는 직접 이어폰을 끼고 실험을 하면 되겠군요. 저 간단하게 실험을 하고 싶어요. 5분의 실험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나요?"

"저도 몇 번 해봤어요. 부작용은 없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겠지요."

나는 부작용의 가능성이란 말이 조금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5분 꿈을 꾼다고 별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어폰을 달라고 했다. 
이어폰은 삼성 로고가 박혀 있었다. 

"이것 삼성에서 만든 것인가요?"

"겉 표면은 그렇지요. 삼성 이어폰에다 저희가 만든 뇌파 방해장치를 심었어요." 

"그럼 5분 타이머도 설정하셨나요?" 

"이 이어폰은 언제나 5분만 작동하게 설정을 했어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실까 봐 걱정하시 않으셔도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