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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25)

 

 

 

 

 

 

사령관님이 웃으시니까 좋긴 한데……솔직히 좀 어색하네요.

 

그렇더라도 쭉 그 상태로 지내시면 좋겠어요.


 -C-33 안드바리

 

 

 

 

 

 

77.

 

“폐하, 들어가겠습니다.”


“…….”


저는 문을 열고 폐하의 침소로 들어왔습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폐하께서 기억을 잃었단 이야기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넌 누구지?”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나요, 폐하?”

 

“어.”


폐하는……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내가 쓴 일지에 네 이름이 나오는 걸 봤어. 나는 널 좋아했던 모양이야.”


“조, 좋……! 그, 그런……저는 그게…….”


“호감보단 신뢰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널 신뢰한 건 확실해.

 

능력에 대한 평가를 보아하니 너는 정말 유능한 모양이야. 

 

나는 보통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신뢰하거나 좋게 평가해주지 않거든.”

 

폐하께선 그렇게 말씀하시곤 책을 휙 집어던졌습니다.

 

“그러니 너한테는 조금 기대해도 되겠지. 기억 찾는 걸 도와주겠어?”

 

“제가 도움이 될까요?”


“어쩌면. 너는 믿어도 되겠지.”

 

저는 얼른 한쪽 무릎을 굽히고 절을 올렸습니다.

 

“물론이에요, 폐하. 이 아르망은 언제든 신뢰하셔도 좋아요.”

 

“좋아. 일단 근처를 돌아볼까? 뭔가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니까.”


폐하께서 제게 다가와- 손을 붙잡으셨습니다.

 

전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손을 뿌리치고 말았습니다.

 

“아……미안. 만지는 걸 싫어해?”


“아, 아, 아뇨. 그게 아니라……폐하께서 손을 잡아주시다니……너무 놀라서…….”


“나는 손을 잡는 게 좋아. 대상은 상관없어, 단지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해지거든.”


그렇군요.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일이라 저조차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폐하의 손을 잡았습니다.

 

“저, 저 따위가 폐하의 손을 잡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괜찮아.”


저희는 침소를 빠져나와 복도를 돌아다녔습니다.

 

감히 제가 폐하의 손을 잡고 다닐 수 있다니……너무 기뻐서 방방 뛰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폐하 앞에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드릴 순 없으니까요.

 

“저, 폐하?”


“응.”


“혹시 지휘나 전술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으신가요?”


“애매해.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완벽하게 떠오르는 것도 아냐.

 

그나저나 나는 너희들의 사령관이라면서? 왜 내가 그런 걸 맡았을까.”

 

“폐하가 바로 마지막 남은 인류이며, 가장 뛰어난 지휘관이기 때문이죠.”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어. 난 분명 그 일을 싫어했을 거야, 아주 많이.”

 

폐하가 모두를 위해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 한바탕의 난리가 나기 전부터, 저는 폐하의 속내를 어느 정돈 간파하여

 

추측했습니다. 사실 권력이니 그런 것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난 책임지는 게 싫어.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도 싫어.”


“그러셨군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싫어.”


“…….”


“결국 싫은 것뿐이구나, 나는.”


폐하가 한숨을 내뱉듯 말씀하셨습니다.

 

기억을 잃으신 것뿐인데,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조금 제멋대로인 아이처럼……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폐하께선 저를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시겠군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말이야, 세상은 ‘0’이거든. 무슨 뜻인지 알아?”


“모르겠어요.”

 

“모든 것은 결국 ‘0’이라는 거야. 누군가를 좋아하면 누군가를 싫어할 수밖에 없어.

 

무언가를 가지면 또 무언가를 내줘야 돼. 때때로 플러스가 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순 있지만 결국엔 ‘0’으로 돌아와. 그래서 나는 너희를 너무 좋아하지 않도록

 

노력했을 거야.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니까. 감정은 예측하기 어려워.”

 

이건 또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일까요? 저로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나는

 

누군가를 덜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밖에 없어. 내가 10을 가지고 그 10을

 

너한테 모두 준다면 누군가는 10 혹은 그 이하를 받을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아마, 모두 공평하게 1씩 주려고 했을 거야. 누군가에게 2나 3을

 

줘버리면 분명 어디선가 문제가 생겨.”

 

“하지만 폐하,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거잖아요.”


제 말에 폐하께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맞아.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티내지 않았겠지.”


“네. 폐하께선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셨어요, 왜냐하면…….”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니까.”

 

저희는 동시에 말했습니다. 그리고 폐하가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대화가 성립되는구나. 마음에 들어, 보통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곤란해 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거든.”

 

“저는 폐하를 보좌하는 자로서, 어떠한 말씀을 하시든 경청하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그렇구나.”


사실 저도 폐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부 이해할 순 없었습니다.

 

본인만의 생각이 너무나도 확고한 탓에, 다른 사람들은 쉽사리 이해하거나

 

그 본질을 파악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결국 ‘저희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흠, 그나저나 이렇게 돌아다녀도 기억이 돌아오진 않네. 머리를 때려볼까?”
 
“그것만은 참아주세요…….”

 

“농담이야.”


폐하께서 농담을 하시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슬슬 배고프네.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네.”


거기다 먼저 같이 식사하자고 권유하시다니. 

 

……그냥 쭉 기억을 잃은 상태여도 좋겠단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한 후, 저희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철충이란 존재와 전쟁을 하고 있지?”


“네, 맞아요.”


그리고 밥을 먹던 중, 폐하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나는 혼자 안전한 곳에 숨어서 너희를 사지로 내보내고 있던 거구나.”


“폐하는 사령관이에요. 지휘관이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렇더라도 내가 너희를 사지에 내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참 한심하구나. 폐하께서 우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난 철충한테 악감정이 없어.”


“네?”


“기억과 별개의 문제야. 기억을 잃기 전에도, 난 철충한테 악감정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럴 리가……저는 믿을 수 없어서 다시 물어봤습니다.

 

“폐하, 철충은 인간을 멸종시키고 숱하게 많은 아이들을 해쳤어요.”


“알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이건 누가 착하고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건 생존 경쟁이야. 거기에 선악이나 신념이니 사상 같은 건 없어.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닌 누가 더 오래 살아남고 누가 더 강한가의 문제야.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악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

 

“폐하…….”


“반대로, 철충에게도 자아가 존재한다는데- 우린 숱하게 많은 철충을 파괴했어.

 

그럼 그 행위를 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선이라고 불러도 될까?


선악은 관점의 차이야. 애초에 선악을 나누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그럼 왜 저희와 함께 싸워주시는 건가요?

 

제 질문에, 폐하께선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하셨습니다.

 

“너희가 날 필요로 했으니까.”

 

“…….”


“밥 식겠다. 얼른 먹어, 아르망.”


“네.”

 

단지 그것뿐이었나요?

 

폐하는 고작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하셨던 건가요?

 

당신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으셨던 건가요?

 

역시, 저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78.

 

그는 갑판 위에 앉아있었다.

 

달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에서 나는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다.

 

“한참 찾았다, 사령관.”

 

“……너는 신속의 칸이었나.”
 
“기억을 잃었는데도 날 알아볼 수 있나?”


“왠지 모르게.”


나는 사령관의 옆에 앉았다. 

 

바람이 찼다. 보름달과 그 주위에서 춤추는 별은 사막에서 보았을 때처럼

 

아름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별이 점점 많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억은 좀 돌아왔나?”


“아니.”


“다행이군.”


“왜 다행인데?”


“왜냐하면, 기억이 돌아오면 또 고통 받게 될 테니까.”


차라리 모두 잊어버린 채 살아가라.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편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나는……태어난 이유를 찾고 싶었어.”


“그렇군.”


“너희 바이오로이드에겐 태어난 이유가 부여돼. 그것은 저주이면서 한편으론

 

축복이야. 어쨌거나 명확한 목표가 존재하니까. 하지만 내겐 그런 게 존재하지

 

않아. 그러면 말이야, 나는 어째서 살아있는 걸까?”

 

“그걸 찾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


“너희는 날 필요로 했어. 그래서 나는 그걸 살아가는 이유로 정했을 거야.

 

그러니 고통 받더라도 괜찮아. 그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준다면.”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살아가는 이유를 찾았더라도, 그게 결국 너를 죽이게 만든다면-”

 

“그렇더라도 괜찮아. 분명 그 또한 가치 있는 일이겠지.”


기억을 잃어도 똑같다. 그가 지금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진심.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미어졌다.

 

“언젠가.”

 

사령관이 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젠가, 나는 죽을 거야. 모든 것은 죽고 부서져 사라지니까. 저 하늘의 달도

 

어느 날 사라지겠지. 그렇다면 삶에 가치는 없는 걸까? 그건 아니야.

 

삶의 진정한 가치는 살아가는 도중에 무엇을 남기는가에 있어.”

 

“그럼 묻지. 사령관은 뭘 남기고 싶지?”


“……너희들을 남기고 싶어. 너희 모두의 행복을.”


“왜?”


“너희는 참 아름다워. 외견의 이야기가 아냐, 모습은 중요치 않으니까.

 

이유를 논리나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나는 너희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것을 이 세상에 남기는 것. 삶의 목표로는 충분하지 않아?”

 

“사령관은 아름답지 않은 건가?”


“아름답지 않아.”


사령관의 표정이 한 순간 굳었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알 수 있어. 내 안의 더러움을,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그것은 폭력성이며 분노야. 인간이 타고 태어난 본능이야. 파괴하려는 의지야.

 

참 이상하지? 나는 너를 안아주고 싶어. 그런데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러운 행복을 느낄 것 같아. 그게 무서워, 내 안의 그것이 무서워.”

 

그가 손을 뻗어 내 목을 감싸 쥐었다.

 

나는 저항하거나 막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았다.

 

“언젠가 나는 너희를 아프게 할지도 몰라.”


“그럴 리 없다. 분명히 말하지, 넌 그러지 않을 거다.”


“타인의 감정을 확신할 순 없어.”


“난 할 수 있다. 믿기로 했으니까.”


“이해할 수 없어.”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사령관은……우리를 너무 좋게 봐주는군.”

 

나는 단숨에 그를 넘어트렸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달빛에 비친 그는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러운 마음이라면 나한테도 있다. 아마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 정돈 있겠지.”
 
“…….”


“예를 들면 그래……지금 사령관을 엉망으로 만들면 행복할지도 모르겠군.”

 

내가 손을 뻗어 뺨을 만지자, 그가 몸을 움찔했다.

 

“농담이다.”


하지만, 방금 그 말은 진심이었다.

 

더러운 마음은 내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존재한다.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조차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난 군인이라 어려운 건 잘 모른다. 싸우고 살아남는 것 이외의 문제는 

 

내 분야가 아니니까. 그러나 하나 말해주자면, 사령관. 너무 스스로를

 

미워하지 마. 그리고 스스로를 믿어라.”

 

“그래도 될까?”

 

“물론이지.”

 

나는 사령관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있지, 칸. 지금 나한텐 너에 대한 기억이 없어.”

 

“알고 있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어. 나는 분명, 너를 정말 좋아했을 거야. 2나 3을 줄 수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나는 너를 10만큼 좋아했을지도 몰라.”

 

사령관이 웃었다.

 

아이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이었다.

 

처음으로 본 표정이었다.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뻤다.

 

“과분한 영광이군.”

 

“슬슬 돌아가자. 그리고……너에 대해 말해줄래? 내가 다신 잊지 않도록.”
 
“물론이지.”


언제까지고 그런 얼굴로 웃을 수 있다면.

 

그 결과 우리 모두 파멸을 맞이하더라도.

 

그 미소를 지켜줄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렸다.

 

 

 

 

 

 

 

 

 

 

 

 

 

백신 맞고 2~3일 정도 아팠다. 그리고 글도 한 번 다 썼다가 파기하고 다시 써서 시간이 오래 걸림. 

그리고 사령관은 기억을 잃은 거지 누군가에 대한 감정까지 잊은 건 아님.

칸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칸을 좋아했단 느낌(감정)은 남아있는 상태 같은 거.

이 소설에 진히로인은 따로 없지만 제일 중요한 인물 세 명을 뽑자면

콘챠, 칸, 레오나 정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