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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28)

 

 

 

 

 

사령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뭘 모르는구나.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사령관은 그냥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같은 사람이야!

 

P-49 슬레이프니르

 

 

 

 

 

 

92.

 

“얘들아, 우리 아이돌 하자!”


“그리폰, 나 거기 수건 좀 줘.”
 
“네가 가져가면 되잖아.”

 

“아니, 무시하지 말고! 나 진지하거든!?”


아이고, 그러시겠죠. 우리 펭귄 대장은 왜 맨날 헛소리나 하는지 모르겠네.

 

이토록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의 휴식을 방해하다니.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 너무 비중이 없지 않니? 맨날 둠 브링어한테

 

껴서 정찰 나가거나 호위하는 게 전부잖아. 무엇보다 우리가 주역으로

 

활약한 적이 없어! 호드랑 스틸라인이랑 발할라도 주역으로 나왔는데

 

우리는 한 번 언급된 게 전부잖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애초에 저희가 주역으로 활약할 필요가 있나요?”

 

“그러게. 원래 군대에선 적당히 묻어가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요.”


하르페이아와 블랙 하운드가 말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이익……! 원래 대장이 하자고 하면 부하들은 네, 알겠습니다! 하고 따르는 거잖아!

 

너희들은 뭐냐 그, 충성심! 그래, 충성심이 너무 부족해! 군기 불량이야!”

 

“대장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시점에서 충분히 충성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인정.”


“이 참에 대장 갈아치울까?”


“야!”

 

하여튼 귀찮게 굴긴……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좋아, 뭐. 하는 건 좋은데 허락은 받았어?”

 

내 질문에 전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락? 무슨 허락?”


“아니 그……어휴, 됐다. 전대장한테 뭘 설명하려고 한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너 성격 나쁘다는 소리 자주 듣지?”


“어쩌라고. 그나저나 아이돌을 하려면 무대랑 연습실도 필요하고, 연습할

 

시간도 필요한데 사령관의 허락을 받아야 뭘 하든 말든 할 거 아냐.”


“아! 그거 말이지! 받으면 되잖아, 받으면.”

 

그 인간의 허락을 말이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아는 사령관은 절대 이런 일에 자원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다.

 

가자마자 헛소리 말고 훈련이나 더 받으란 말이나 듣고 올 것이다.

 

“좋아! 그럼 전원, 허가를 받으러 사령관의 침실로 출발!”


“에엥……귀찮은데…….”


“그냥 안 하면 안 돼요?”


“이거 권력 남용 아냐? 야, 마음의 편지로 찌르자.”


“너희 어디 가서 우리 부대라고 하지 마, 진짜.”

 

그래도 일단 명령은 명령이니……따라는 준다. 따라는.

 

우리는 대충 준비를 하고 사령관의 침실로 향했다.

 

“말은 제가 할게요. 대장은 그냥……조용히 있으세요.”
 
“싫어! 내가 하자고 한 거니까 내가 말할 거야. 그냥 지켜봐, 대장의 위엄을 보여줄게!”


벌써 불안한데. 침실로 들어가니……제일 먼저 서류더미가 보였다.

 

사령관은 언제나 그렇듯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사령관! 거래를 하러 왔다!”


“보다시피 저는 바쁩니다. 기억을 잃은 동안 밀린 일을 처리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빠르게 요점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분명 중요한 일이시겠죠?”

 

마지막에 덧붙인 말의 뜻은 나도 알 수 있다.

 

바쁜데 별 것도 아닌 일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


“흠, 흠. 사령관? 우린 오늘부터 아이돌이 될 거야.”


“…….”


사령관이 타자치는 걸 멈췄다. 그리고 우리를 보았다.

 

“아이돌이……뭡니까?”


“엥.”


“잠깐 타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야?”

 

상식이 너무 부족하잖아! 아니, 아이돌이 뭔지도 모르는 게 가능한 건가?

 

“아이돌 몰라? 사령관, 혹시 구석기 시대 사람이야? 혹시 간석기를 쓰는 거야?”

 

“간석기는 신석기 시대입니다.”


“그게 요점이 아니잖아! 아이돌이 뭔지 설명할 테니 잘 들어.”

 

그리고 대장이 3분 정도 아이돌에 대해 설명했다.

 

설마 대장한테 아이돌이 뭔지 3분씩이나 설명할 지능이 있었다니, 좀 놀랐다.

 

“과연, 과연. 대강 이해했습니다.”


“그럼 허가해 줄 거지!?”


“허가하지 않는 이유 15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만.”


“아 왜애애! 아이돌! 아이돌 할래! 아이돌 할 거야! 허가하기 전까지 여기 있을 거야!”


그리고 대장이 바닥에 누워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시켜줘! 허락해줘! 아이돌 할 거야! 빼애액!”


“미안, 사령관. 이건 진짜로 미안.”

 

“대장이 바보라서……죄송해요.”

 

어휴, 얼른 데려가야지. 귀중한 휴일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거기 팔 잡아. 이대로 끌고 가자.”


“엉.”


“빼애애애액!!”


우리는 대장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질질 끌고 갔다.

 

하여간 이 멍청이를 대장을 둔 우리만 불쌍했다.

 

 

 



93.

 

“아직도 삐져있어?”


“응. 어휴, 머리가 다 아프네. 정말.”


린티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나도 같이 한숨을 뱉었다.

 

뜬금없이 아이돌을 하자더니 이젠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는다.

 

“진짜 하고 싶었던 걸까요?”


“뭐……옛날엔 아이돌 비스무리하게 활동한 적도 있었으니까.”


“재미있긴 할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사령관님을 설득하는 건 조금…….”


아무리 그래도 힘들지. 사령관은 아이돌이니 그런 걸 이해할 사람이 아니다.

 

“다들 여기서 뭐하고 있습니까?”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 흐레스벨그 소대장이 돌아왔다.

 

휴일엔 모모랑 백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녀서 무지……깬다.

 

“아, 소대장님. 방금 전대장님이 아이돌이 하고 싶다면서 사령관님을

 

찾아갔었거든요. 결과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아이돌? 너무 뜬금없군요. 애당초 사령관님이 그걸 허락할 리가……아!”

 

“왜 그러세요?”

 

“좀 억지 같지만, 설득시킬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방문이 벌컥 열리며 대장이 뛰쳐나왔다.

 

“뭔데, 뭔데!? 그 방법이 뭔데! 이번 한 번만 도와줘라, 응? 제발!”

 

“솔직히 안 먹힐 것 같긴 합니다만……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애들? 왜 여기서 애들 이야기가 나와? 

 

“사령관님은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평소엔 냉정하게 행동하시지만

 

아이들이 관련된 일에선 물러진다고……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좋아, 그럼 작전 개시야! 머뭇거릴 틈이 없다아아아!!”

 

빨라! 대장이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사라졌다.

 

“괜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네, 맞아요. 괜한 말씀하셨어요.”


어휴, 또 혼자 내버려뒀다가 무슨 사고를 치려고……나는 애들을 데리고

 

대장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령관의 침실에서 그녀를 찾았다.

 

“사령관! 이 애들도 아이돌이 보고 싶대! 그러니까 허락해 줘, 응?”


“아이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참치를 준다고 했어!”


“알비스는 초코바!”


그 잠깐 사이에 애들을 영입한 거야? 행동력 하나는 인정해야한다니까.

 

사령관은 대답하지 않고 타자를 치다니, 손가락을 멈췄다.

 

“이렇게 강하게 주장한다면 뭔가 근거가 있으시겠지요. 연습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습니까? 어디서 연습하실 거고, 평소 훈련과 어떻게 병행하시겠습니까?”


“어, 그, 그게…….”


“무대를 만든다고 하면 그에 따라 자원이 소모될 것이며, 이는 적지 않은

 

양일 겁니다. 이 ‘아이돌’이라는 게 그런 소모를 감수하고 할 정도의 일입니까?”

 

침묵. 전대장이 얼어붙었다, 그냥 멈춰버렸다.

 

“그, 하지만……해보고 싶단 말이야. 맨날 싸우는 것도 이젠 질려. 

 

한 번만 기회를 줘. 제대로 해볼게, 응? 진짜 제대로 할 테니까……!”


“…….”


그게 먹히겠냐고, 나는 한숨을 내뱉고선 대장의 어깨를 잡았다.

 

“좋습니다, 부하의 억지를 받아주는 것 또한 상관의 업무겠죠.”


“허, 허락해주는 거야? 진짜로?”


“허락하겠습니다. 단, 훈련과 작전 투입 계획은 변경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주어진 자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지원을 바라면 적절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셔야 합니다. 고딕 12포인트로.”

 

“만세! 고마워, 사령관! 내가 뽀뽀해줄게! 쪽!”


“거절하겠- 하지 마십시오. 진짜 그만두십시오, 제발.”

 

사령관이 뽀뽀해주려는 대장을 있는 힘껏 밀어내며 말했다.

 

그리하여, 프로젝트 오르카가 시작됐다.

 

……나는 귀찮았지만 어쨌든 명령은 명령이었다.

 

 

 

 

 

 

 

94.

 

연습 계획이나 보고서 작성은 소대장이 처리하기로 했다.

 

전대장이야 보고서니 그런 건 일절 모르고, 애초에 뭘 계획해서 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우리로선 전적으로 소대장한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아……훈련 끝나고 바로 연습이라니…….”


“그나마 몇 시간 쉬는 것도 못 쉬는 건 너무하잖아요.”

 

“자, 그만 징징거리고! 오늘부터 우릴 도와줄 프로듀서가 왔으니 인사해!”

 

프로듀서? 아니 그런 건 또 언제 영입했대.

 

그나저나 프로듀서를 맡아줄만한 사람이 있었나……?

 

“안녕하십니까, 프로듀서입니다.”


“뭐, 뭐야?! 왜 거기서 사령관이 나오는 거야!”


“설마 이런 전개가 되나 했더니……진짜 되네요.”


사령관이 프로듀서라고? 대체 어떻게 영입한 거야…….

 

“사령관님? 왜 사령관님이 그……프로듀서를 맡아주신 건가요?”


“여러분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겸, 휴식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린티 질문 있어요! 저희들이 잘 하면 어떤 보상이 있나요!?”


오, 그건 나도 좀 궁금한데. 그래도 이 고생하는데 뭔가 있겠지?

 

“보상이라니, 여러분이 하고 싶다고 한 거 아닙니까.”


“아니……그렇긴 한데…….”
 
“오히려 똑바로 해내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바로 취소됩니다.

 

저는 성과를 바랍니다. 제 시간과 귀중한 자원이 소모되는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내주셔야겠습니다. 그럼 우선……저희의 목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령관이 가지고 온 서류 더미를 내려놓았다.

 

“곧 오는 12월 25일, 성탄절에 여러분은 기념 공연을 할 것입니다.”


“잠시만, 그러면 50일 남짓밖에 안 되는데요?”

 

하르페이아가 묻자, 사령관이 대답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 말대로, 여러분께 주어진 시간은 53일이 전부입니다.

 

53일 안에 안무와 노래를 익히고 무대 준비까지 마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그 말에 우리 모두 입을 떡 벌렸다. 53일? 53일 안에 그걸 어떻게 다 해?

 

“의상은 오드리 드림위버가 준비하고, 무대 제작은 기술팀이 합니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겠지요. 오르카 전 대원 및 외부 인원들도 공연을 봅니다.

 

대략……1만 명이 공연을 보겠군요.”

 

“1, 1만!?”


“저 잠깐 토하러 가도 될까요……?”

 

미치겠네, 진짜! 아니 일이 어쩌다 이렇게 커진 거야!?

 

전대장을 보니 본인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듯 눈을 피했다.

 

“저는 이 무대, 축제가 오르카 인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줄 계기라고 봅니다.

 

그만큼 저는 이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하, 하와와와…….”


“야! 이걸 어쩔 거야!? 일이 이렇게 됐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눈 피하지 마!”


“나, 나는,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설마 적당히 놀고 싶어서 하고 싶다고 한 건 아니겠지요, P-49 슬레이프니르?”


100%지! 100% 그냥 해보고 싶다고 말한 거잖아! 지,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무, 뮤, 뮤슌 소리냣! 우리 모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그치?”


“아……네…….”


“어떤 일이든 진지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럼 노래와 안무를

 

선정하고, 아참. 그 전에 식단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53일 동안

 

다이어트를 통해 완벽한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간식도 야식도 금지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령관, 아니 프로듀서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서류 더미를

 

우리한테 넘겨주었다. 보자마자 구역질이 올라왔다.

 

“자, 웃으시죠. 아이돌한테 제일 중요한 건 미소라고 들었습니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 와하하하하!”


“대장이 정신을 놨어요! 대장, 정신 차리세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니까요!”

 

늘 느끼는 건데, 왜 항상 삽질은 위에서 하고 똥은 우리가 치우는 걸까.

 

어쨌든, 오늘부터 우리는 아이돌이었다.

 

 

 

 

 

 

 

 

 

 

슬레이프니르의 삽질과 사령관의 광기가 더해져 오르카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그리고 의외로 사령관을 제일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은 뗑컨일지도 모름.

에가오=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