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참교육 시리즈

1편-https://arca.live/b/lastorigin/33222328

2편-https://arca.live/b/lastorigin/33235747

3편-https://arca.live/b/lastorigin/33264397

4편-https://arca.live/b/lastorigin/33293720


장화 순애 시리즈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

13편 14편 15편 16편 17편 18편 完 에필로그


두번째 인간 시리즈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며칠간의 항해 끝. 오르카호는 마침내 알래스카에 도착했다. 드라우그의 말대로 그가 갇혔던 연구소는 진작에 파괴되어 눈과 얼음에 파묻힌 채 잊혀져 가고 있었다.


-우리가 탈출할 때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파괴했다. 아마 이곳에서는 찾고 싶어도 남은게 없을 거야.


"네,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오미크론은 이곳을 찾았을 겁니다. 용의주도한 년은 아니니 분명 흔적을 남겼을 거예요."


알파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좋아, 수색팀을 꾸려야겠네. 혹한지니까 발할라 팀은 1순위로 투입될테고, 기지를 수색해야하니 경장형 인원들 위주로 구성해야겠네.  필수 인원은 레오나, 발키리, 알비스. 혹한이라서 냉속성 인원들은 이번 작전에 불필요할 것 같고 화속성 인원도 필요할 것 같네. 뽀끄루면 괜찮을까?"


"뽀끄루님보다는 카엔 양을 투입하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주인님. 백병전에서는 카엔 양이 더 우수하니까요."


"좋아, 그럼 근접전을 대비해 카엔을 투입하기로 하고, 교신 담당은 오랜만에 유미를 투입하자. 매일 오르카호 안에서만 지냈으니 바깥 나들이 좀 시켜줘야지."


"폐하, 만약을 대비해 AGS도 투입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램파트님이 투입시켜 주기를 요청하셨습니다."


"램파트라....좋아. 램파트라면 문제 없지."


"그리고 알바트로스님도...."


"걘 걸러."


레모네이드와 아르망, 라비아타와 함께 수색조를 짜기 시작한 사령관. 철저하게 각 인원들의 능력을 고려해 최고의 조합을 짜내려 했다. 그때 드라우그가 조심히 사령관에게 다가왔다.


-사령관, 이번 작전에 나도 참가하고 싶다.


"드라우그가요? 직접?"


드라우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의 내부 구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내가 투입되면 수색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야.


드라우그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했다. 그곳에서 몇년을 갇혀 있었으니 주요 시설이나 연구실 내부를 훤히 뚫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위험은 늘 군인의 동반자다. 언제나 감수하는 일이지. 그리고 내 실력을 믿어주게. 자네 가족들의 걸림돌은 되지 않아.


"폐하, 드라우그님에게 한번 맡겨 보시죠. 충분히 전력이 되실 겁니다."


아르망의 찬성까지 이어지니 사령관도 더 막을 명분이 없었다. 그는 바로 탁자 위의 호출기를 눌렀다.


"아자즈, 무기와 방호구를 준비해줘."


-네, 사령관님. 더 다듬어진 아이들이 준비됐으니 만족하실거예요.


"아아, 이번엔 내가 나가는게 아니야."


-그러면요?


사령관이 드라우그에게 시선을 한번 돌리더니 싱긋 미소를 지었다.


"노병께서 간만에 외출 좀 하고 싶으시대."


-----------------------------------------------------------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발에 처참하게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가 마치 하얀 무덤처럼 보였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줄이야.


드라우그는 흔적만 간신히 남은 자신의 옛 감옥을 보며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괜찮으십니까, 중위님?"


-걱정말게. 그거 옛일이 떠오른 것 뿐이니.


발키리의 염려에 드라우그가 정중히 대답했다.


-칙 여기는 오르카호. 드라우그, 응답하라.


-당소, 드라우그. 잘 들린다.


-새 장비는 어때요? 불편하진 않으세요?


-아주 훌륭하다. 


드라우그는 자신이 착용한 강화복을 둘러보며 더할나위 만족했다. 한참 실험받을 당시에는 비용을 아끼겠다고 안 그래도 열악했던 장비들에 연구원들의 횡령까지 더해져서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반면 오르카호의 아자즈가 즉석에서 만들어진 물건은 그야말로 초일류의 작품이었다. 무기부터 강화복까지 1시간도 안 걸려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거기다 아자즈는 센스있게도 드라우그의 뇌파를 차단하는 기능은 물론이고 드라우그의 패널에 음성장치를 달아줘 대화가 가능하게끔 해주기까지 했다. 도중에 스피커를 음파병기로 바꾸려고 한 것 때문에 드라우그가 곤혹스러웠던 것은 덤이었다. 


짧은 통신을 마치고 레오나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선두는 램파트, 그 뒤로 알비스가 들어간다. 이어서 카엔과 내가 투입하고, 유미. 마지막으로 발키리와 드라우그님이 최후미입니다. 이곳에 온 목적은 정보 탐색으로 혹시라도 수상하거나 중요해 보이는 것은 하나도 남김 없이 회수하겠습니다."


-이 작전의 책임자는 레오나 그대이니, 나는 언제든지 명령에 따르겠다.


"감사합니다, 드라우그. 발키리, 드라우그님의 실력은 의심할 바 없지만 만약의 사태라는게 있는 법이야. 드라우그님을 최우선으로 경호하도록."


"걱정마십시오, 대장. 드라우그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나이 드신 인간님은 걱정말아요. 알비스도 같이 지켜줄테니까!


-후훗. 우리 알비스의 작은 방패에 숨기에는 내가 너무 큰 것 같은데?


짧은 담소를 나누며 수색팀이 화기애애했다. 레오나도 미소를 지으며 회답했다. 그리고 작전에 돌입하기에 앞서 다시 한 마리의 암사자처럼 날카로운 분위기를 다졌다.


"자, 진입하자."


------------------------------------------------------


어두컴컴한 실내. 수색대는 오로지 야간 장비와 전등에 의지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드라우그도 해골이 그려진 자신의 헬멧을 통해 적외선 시야로 보이는 전방을 주시하며 전진했다. 오랜 세월 방치되고 풍화되었지만 여전히 시설은 그가 기억하는 구조 그대로였다. 한참을 나아가던 수색대는 이윽고 승강기 앞에 도달했다.


"제대로 온 것 같기는 한데, 전력이 끊겨서 승강기는 이용할 수가 없겠네."


"게다가 장비들도 모두 노후화해서 이거 탔다가는 케이블이 바로 끊어져서 곤두박질 칠 거예요."


승강기를 살펴보던 유미가 가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드라우그는 재빨리 승강기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문을 발견했다. 문을 막는 장애물을 손쉽게 치우고 문을 열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레오나가 뒤이어 따라와 드라우그가 찾은 계단에 감탄했다.


"비상구를 찾으셨군요. 덕분에 시간이 단축됐어요."


-연구원 놈들이 전력을 전부 차단해서 이쪽으로 탈출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했었는데 다행히 내 기억력도 아직 쓸만한가보군.


수색대는 다시 계단을 따라 지하로 향했다. 아래로 향하면서 드라우그는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평소에 자신들을 실험쥐처럼 여기던 연구원 놈들. 드라우그가 선수를 쳐 형제들의 지휘권을 획득하고 바로 돌변하자 쥐새끼처럼 앞다투어 도망쳤다. 승강기가 인원 초과를 알려도 이성이 마비된 그들은 의미없는 닫힘 버튼만 눌러댔고, 그와 에인헤랴르 형제들은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몇몇 연구원들을 승강기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앞다투어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서로를 밀치고 짓밟아가며 탈출하려는 그들의 모습에 드라우그는 고작 저딴 놈들을 두려워했었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었다. 쫓아갈 필요 없이 그들은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서로 짓밟혀 죽어갔다. 드라우그 일행이 처단을 끝냈을 때는 계단 입구는 자기들끼리 죽어나간 소인배들의 몸뚱이로 입구가 막혀 있었다.


콰작


드라우그가 과거에 팔린 채 걷다 뭔가 밟히는 소리가 났다. 자기도 모르는새 꽤 내려온 듯 했다. 드라우그는 전등으로 발치를 살폈다. 진즉에 풍화되어 모습만 간신히 유지한 백골이 드라우그의 발에 밟혀 썩은 나무 등치처럼 조각나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바로는 가장 멀리 도망친 연구원도 기껏해야 지하에서 2층을 채 더 못 올라갔었다. 


-거의 다 온 것 같군.


드라우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램파트와 알비스가 출구를 발견했다.


"인간님들의 시신이 많습니다. 아는 자들입니까?"


램파트가 묻자 드라우그는 말없이 연구원들의 시신을 짓밟고 출구로 나갔다.


-그래. 전부 같잖은 놈들이다. 괜히 예의를 차릴 필요 없다.


그의 말에 램파트 또한 망설임 없이 시신들을 산산히 짓밟으며 들어섰다. 레오나와 발키리를 비롯한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래도 차마 인간이라고 밟지 못하고 적당히 뛰어넘었다. 


본격적으로 펼쳐진 연구소의 주요 시설. 드라우그는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저 모퉁이를 지나면 관리실이 나온다. 왼쪽 복도를 쭉 따라가다 다시 지하로 내려가면 에인헤랴르들의 구금소가 있다.


"중앙통제실은 어디인가요?"


-관리실에서 좀 더 가야 나온다. 구조가 좀 복잡해서 말로 설명해도 찾기 힘들다.


"좋아요. 램파트와 카엔은 에인헤랴르 구금소를 찾아봐. 발키리와 안드바리는 관리실 쪽으로 가보고. 드라우그님은 저와 유미와 함께 중앙통제실로 가도록 하죠.


-알겠네.


"네, 대장님."


"응...따를게..."


레오나의 지휘 아래에 분산된 인원들이 각자 맡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레오나와 일행들도 드라우그의 안내를 받으며 나아갔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이동하던 드라우그. 그때 그가 뒤따라오는 인원들에게 주먹을 들여 보였다. 정지를 의미하는 수신호였다.


"무슨 일입니까?"


발키리가 경계 자세를 취하며 드라우그에게 물었다. 드라우그는 말없이 무릎을 꿇더니 뭔가를 집어 레오나에게 보였다. 레오나는 전등으로 드라우그가 건넨 것을 비췄다. 초코바 봉지였다. 레오나가 알비스를 쳐다보자 알비스는 손을 저었다. 


"내.내가 먹은 거 아니야."


-그래. 알비스가 먹은 게 아니다. 봐라.


드라우그가 알비스를 변호하며 초코바 봉지의 귀퉁이를 가리켰다. 유통기한이 적힌 숫자. 오래 전에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유통기한이 오래 지났는데도 찢겨진 흔적이 그것보다는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누가 여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