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참교육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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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순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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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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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바 봉지만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 속에 가렸던 누군가의 흔적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복도 구석에는 초코바 말고도 빈 페트병이 굴러다녔고, 빈 방에는 모닥불을 피운 흔적도 보였다. 모두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선명했다. 레오나가 흔적을 살피며 여전히 초코바 봉지를 관찰하는 드라우그에게 물었다.


"오미크론이 남긴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오만한 레모네이드가 이런 폐허에서 유통기한이 다 지난 초코바를 씹으면서 노숙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다른 이의 흔적이다.


"대장님, 저기에도 쓰레기가 많아요!"


"초코바 말고도 연구소 창고에 남은 식량들을 먹은 흔적들이 보입니다."


알비스와 발키리가 추가로 덧붙였다.


-이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인간이 먹으면서 버티기란 불가능할테고. 보아하니 이곳의 원주민은 바이오로이드인가 보군.


"네. 그렇지만 유미와 제가 확인해본 바로는 이 연구소에 바이오로이드로 보이는 생명반응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야 남은 식량도 다 떨어져서 이 곳을 떠났을 걸세.


-칙 여기는 램파트. 구금소에 도착했습니다.


"레오나 수신. 뭐 찾은 거라도 있나요?"


-여긴 아무것도 없어....나이 든 장군님 말대로 깔끔하게 부서졌어.


"그 외에 다른 흔적은요?"


-전혀 없습니다. 더 찾아도 성과는 없을 것 같으니 저희도 올라가서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램파트와 카엔 쪽은 찾은 게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 본래 목적지로 가보지. 이 곳의 전 주인에 대한 건 나중에 천천히 찾아보자고.


수색대는 다시 드라우그의 안내를 받으며 중앙통제실로 향했다. 도중에 거친 관리실에서 발키리와 알비스를 남겨 정보를 탐색시키고, 남은 셋은 마저 전진했다. 이윽고 셋의 앞에 중앙통제실이 드러났다. 굳게 닫힌 철문은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위풍당당하게 까지 느껴졌다.


"어때요, 유미? 열 수 있겠어요?"


"잠시만요...으음...워낙 오래된 시설이라서 전력 자체가 연결이 안 되네요."


-그럼 좀 무식한 방법으로 가보지.


드라우그가 손에 침을 뱉고 비비더니 크로우바를 들어 문의 틈에 찍었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크로우바를 밀자 철문이 삐걱 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느정도 틈이 벌어지자 드라우그는 틈 사이로 억지로 몸을 밀어넣더니 다시 양쪽으로 팔을 비집고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어젖혔다.


쿠웅!!


이내 낡은 철문이 드라우그의 완력에 밀려 완전히 열렸다. 수십년 동안 방치되어 먼지가 가득 쌓인 내부가 드러났다. 거대한 메인프레임들이 세월의 힘 앞에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유미가 메인프레임에 다가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상태가 양호해 보이네요? 여기서는 작동시킬 수는 없고, 오르카호로 가져가서 작동시켜 봐야겠어요!"


"안에 쓸만한 정보가 있으면 좋겠네요. 알비스, 유미를 데리고 먼저 올라가겠니? 유미는 밖에 나가서 오르카호에 연락을 넣어주세요."


-레오나 대장.


"네, 드라우그?"


드라우그가 부르는 소리에 레오나가 뒤를 돌았다. 드라우그는 굳은 표정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드라우그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레오나. 먼지가 가득 쌓인 바닥에 발자국들이 보였다. 레오나의 부츠 자국, 유미의 스니커즈 자국, 드라우그의 워커 자국. 그리고 하나 더. 신원을 알 수 없는 발자국이 보였다. 레오나가 고개를 숙여 발자국을 자세히 관찰했다. 셋 만이 아니었다. 이 연구소에 온 그 누구의 발자국과도 맞지 않았다. 누구도 힐을 신고 이곳에 온 적이 없으니.


"오미크론의 발자국이군요."


-역시. 이 곳에 온 것이야.


"유미, 메인프레임의 숫자를 확인해보세요."


"잠시만요."


레오나의 명령에 다급히 중앙통제실의 슈퍼 컴퓨터 본체를 확인하는 유미. 끝에서 하나씩 수를 세아리던 유미가 분한 듯 인상을 썼다.


"네...하나가 비네요."


빽빽이 위치한 메인프레임의 배열 중간에 덩그러니 놓인 공백이 보였다. 유미는 메인프레임이 있던 자리를 살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왜 하나만 챙긴거지?"


-이유는 2가지 정도 추정된다. 하나는 굳이 다 가져갈 필요가 없어서 였을 거다. 오미크론에게 필요한 정보는 에인헤랴르 제작기술이면 충분하니까, 나머지는 거추장스러우니 챙기지 않아도 됐지.


"남은 이유는요?"


드라우그가 초코바 봉지를 보였다.


-다 챙겨갈 여유가 없어서?


"이곳에 살던 주인과 오미크론이 대립했다는 건가요? 그렇다기에는 연구소 내부에서 전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는데?"


레오나가 의문을 제시했다.


-전투는 밖에서 벌어졌고, 오미크론이 부하들을 미끼로 삼아서 시간을 버는 동안, 오미크론 혼자 내려와 메인프레임을 탈취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음....여기서 저희끼리 추측해봐야 의미가 없겠네요. 우선 메인프레임을 가져가도록 하죠."


이곳의 메인프레임을 전부 가져가려면 수색대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오르카호에 연락해 지원을 받아야했다. 수색대는 우선 밖으로 나가 오르카호에 연락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왔던 계단을 다시 되돌아가는 수색대. 워낙 지하 깊은 곳이었다보니 올라가는 과정도 순탄치가 않았다. 


두어번의 휴식을 취하고 가까스로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우와 드디어 나왔다~."


"어휴 힘들어....레오나 대장님, 오르카호에 연락은 조금만 쉬었다가 할게요."


"네 그렇게 해요, 유미. 발키리와 램파트도 고생했어요. 오르카호에 지원을 요청하고 다시 작전을...."


철컥


그때 드라우그가 갑자기 총을 고쳐 쥐더니 경계자세를 취했다. 


-레오나 대장, 뭔가 있다.


드라우그는 등줄기를 타고 오는 저릿한 감각을 느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마치 경고신호라도 받듯 그의 몸은 언제가 위기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언제나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적들의 기습이 있을 때도, 갑작스런 공습이 있기 전에도.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설원 뿐인 폐허인데도 몸이 위기를 감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나 착각이 아니었다.


드라우그의 말에 수색대도 황급히 전투태세를 갖췄다. 알비스와 램파트가 방패를 내세웠고, 그 뒤로 발키리와 레오나, 드라우그가 주변을 탐색했다. 카엔도 검에 불길을 지피며 다가올 위험에 대비했다. 늘어졌던 유미도 다급히 통신기를 작동시켰다.  


주위를 살피며 경계를 늦추지 않던 중 레오나는 들었다.


쉬이이이이익


작지만 분명했다. 단순한 바람소리가 아니다. 뭔가가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접근하는 소리였다.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설원 뿐이었다. 어디서 오는 거지? 그렇게 다가오는 소리에 대비할 때 드라우그가 소리쳤다.


-위다!!


드라우그가 총구를 하늘로 올리자 레오나와 발키리로 그와 같은 방향으로 총구를 올렸다. 아직 저물지 않은 태양. 그 태양을 등지고 뭔가가 빠르게 수색대를 향해 접근했다. 이윽고 그것이 수색대의 코앞까지 다가오자 드라우그과 발키리가 대응에 나섰다.


타타타타타타!!!


탕 탕 탕


드라우그의 돌격소총과 발키리의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적은 둘의 화망을 자유롭게 피하면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이윽고 그것이 날개를 펼치며 수색대의 틈으로 파고 들었다.


"흩어져!!"


레오나의 지시에 뭉쳤던 수색대가 산개했다. 아슬아슬하게 의문의 적이 수색대가 있던 자리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콰아아악!!!


수색대가 있던 자리에 깊은 상흔이 생겼다. 램파트가 레오나와 유미를, 알비스가 발키리를 지켰다. 드라우그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땅을 굴러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고 카엔은 검을 고쳐 쥐고 적을 노려봤다. 의문의 적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날개를 펼치며 상공을 배회했다.


철그럭


적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낡고 허름한 강화복은 세월의 흐름도 있지만, 숱한 전투의 상흔이 명백히 드러났다. 마치 중세 갑옷을 보는 듯 하면서 전신에 보이는 에너지 선이 번쩍였다. 전신에 밀착된 강화복은 과감없이 몸의 굴곡을 드러냈다. 몸의 라인은 여성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오로이드였다. 


바이오로이드의 얼굴은 무표정한 상아색 가면으로 가려져있었다. 텅빈 눈동자의 구멍이 공허하게 수색대를 살폈다. 등에 뻗은 날개는 흡사 그녀의 모습을 마치 천사처럼 보이게 했다. 다만 날개의 생김새가 이제껏 봐온 날개와는 전혀 다른 기괴한 모양이었다. 아자젤이나 사라카엘과 같은 새의 형상은 맞았다. 그러나 그 제질은 일반 깃털이 아니었다. 마치 공예에 쓰이는 얇은 금속재질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잿빛의 깃털이 햇빛을 받아 번뜩였다. 거기다 깃털의 틈 사이로 그 날개가 허상이라는 듯 톱니와 전선이 그대로 보였다. 



-넌 누구냐?! 정체를 밝히고 순순히 투항하라!


드라우그가 총을 겨누며 바이오로이드에게 외쳤다. 바이오로이드는 드라우그에게 시선을 돌렸따. 공허한 가면과 드라우그가 서로를 노려봤다. 잠시간의 대치. 바이오로이드가 손에 쥔 검을 드라우그에게 겨눴다.


철컹 키이이이잉


검이 가운데로 갈라지더니 검 사이에서 빛이 났다.


-제길!!


드라우그가 욕을 뱉으며 엄폐물에서 빠져나왔다.


피유웅!! 콰앙!!!


바이오로이드의 검에서 노란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드라우그가 있던 엄폐물을 산산히 날려버렸다. 선제공격을 받았으니, 더이상 타협은 없었다. 드라우그가 빠르게 회피하며 반격에 나섰다. 레오나도 동시에 명령했다.


"전원, 공격 개시!!"


타타타타타타탕!!


레오나, 발키리, 알비스, 램파트가 즉시 바이오로이드에게 사격을 가했다. 바이오로이드는 이번에는 왼팔을 들어 자신의 신체를 가렸다. 팔뚝 위로 원형의 에너지막이 나와 수색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타타탁 슈욱!!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엔이 공중으로 도약, 불타는 검을 바이오로이드에게 휘둘렀다.


"주공의 적...섬멸한다...!!"


카아앙!!!


바이오로이드도 자신의 검으로 카엔의 검을 막아 쳐냈다. 공중에서 불길이 일렁이더니, 카엔이 다음 일격을 가했다.


카캉!!


바이오로이드는 이번에는 검이 아니라 날개로 카엔의 검격을 받아냈다. 그리고는 다른 쪽 날개로 카엔을 후려쳤다.


퍽!


"큭..!"


카엔이 방어자세를 취해 날개의 일격을 받아냈다. 카엔이 설원을 구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도 잠시, 카엔이 다시 검을 고쳐쥐고 적을 겨눴다. 바이오로이드가 날개를 펄럭이더니 땅으로 급하강했다. 엄청난 속력에 설원이 파헤쳐지면서 뒤집어졌다. 카엔이 불타는 검을 다가오는 적을 향해 노리고 맞대응하려던 찰나.


팟 퍽!!!


"..?!"


해골 가면의 전사가 낮게 돌진해오는 바이오로이드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상아색 가면에 검은 주먹이 꽂히면서 바이오로이드가 땅을 꼴사납게 굴렀다. 바이오로이드는 즉시 일어나 날개를 펼쳐 다시 날아올랐다. 일격을 날린 장본인, 드라우그가 주먹을 털며 목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카엔 양. 이 싸움은 내게 맡겨 주겠나?


쿠웅


드라우그가 강화복의 팔을 해제했다. 두터운 그의 팔 근육이 드러나더니 드라우그가 손을 풀기 시작했다. 가면 속의 전사가 미소 지었다.


-저건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