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개르대학교 19학번 최현창. 그에겐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시로헤비 선배였다. 살아있는 화석이요 바퀴벌레 그 자체인 그녀는 오늘도 현창 근처의 여자들을 경계하며 눈빛만으로 쫓아내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크게 한숨을 내쉰 현창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선배를 처음 만난 작년 OT를 회상한다.



2박 3일의 일정을 끝마치고 귀가할 시간이 되었지만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현관 앞 로비에 틀어박혀 울상을 짓는 현창. 누군가가 두고 간 우산이 있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봐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한숨을 쉬며 밖을 바라본 그에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정을 붙였는지 다정해 보이는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좁은 우산 안에 같이 들어가 어깨를 다 적셔가며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대는 그들을 본 현창은 더 화만 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현관문을 열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 순간 가냘픈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운다.

"저기...혹시 우산 없으세요?"

뒤를 돌아본 현창의 눈에 보인 것은 연한 하늘색이 감도는 머리카락과 깨끗한 우윳빛의 피부, 그보다 더 하얀 블라우스와 하반신. 마지막으로 루비를 빼닮은 듯 아름다운 적안을 가진 신비로운 분위기인 시로헤비의첫인상은 '새하얗다'였다. 너무 순수해서 오히려 더럽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운 자태에 현창은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역겨운 잡념들을 지우고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간신히 대답한다.

"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큰일이네요."

"저도 우산 없는데...같이 가실래요?"

"어우, 그럼 전 너무 감사하죠."

우산도 없이 어떻게 가겠다는 건지 의문이 든 그였지만 핸드폰을 꺼내 드는 그녀를 보고는 아마 택시를 부르리라 짐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큰 호의를 베푸는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고 입을 뗀 그때,

"김 기사님이시죠? 저 좀 데리러 와주세요. 네. 아, 저 말고 한 명 더 있어요. 네. 인간 남자요. 아뇨. 그냥 친구예요. 감사합니다. 네."

그 말에 벙찐 현창은 김 기사? 뭐지? 진짜 택시라도 부른 건가? 근데 저렇게 자세하게 말하나? 친구는 뭐지? 우리 친군가? 등의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런 현창을 바라보며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대뜸 말을 건넨다.

"저는 13학번 백사월이에요. 그쪽은요?"

"아, 19학번 최현창입니다. 선배님께 소개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자는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사죄하는 그에게 괜찮다는 듯이 우아한 손짓을 하고는 의미불명의 질문을 던진다.

"혹시 저 기억 안 나세요?"

"네? 아, 죄송합니다.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그녀는 기대도 안 했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둘의 첫 만남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OT 첫날, 휴게실 자리가 꽉 차 어쩔 수 없이 바깥에 있는 벤치에 앉아 덜덜 떨고 있던 사월. 옷차림에 신경 쓰느라 춥게 입은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고 있을 때쯤 따뜻한 옷차림의 남자가 걸어온다.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마스크까지 쓴 그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우연치 않게 눈이 마주친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던 남자는 시선을 아래로 향하더니 갑자기 뛰어가기 시작하고, 사월은 그의 뒷모습을 의아한 얼굴로 보다 이내 결론에 도달한다. 내 겉모습이 또 남을 겁먹게 했구나. 자신의 하반신을 징그럽게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은 많이 받이봤지만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혐오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씁쓸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눈에 저 멀리서 다시 뛰어오는 아까 그 남자가 보였다. 그것도 손에 뭔가를 들고선.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사월의 앞까지 다다른 남자는 손에 들려있던 따뜻한 캔커피와 핫팩을 건네고는 입을 연다.

"그...뭐냐...추워보이셔서 매점에서 사 왔어요. 시로헤비는 추우면 안되잖아요."

"아...감사합니다...저 혹시 성함이..."

변온 동물인 자신의 종족 특성까지 고려하여 배려를 해주는 그의 마음씨에 반한 사월은 이름을 물어보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가 빨개져서 달려가는 남자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그러다 무엇인가를 발견해서 줍고는 그에게 크게 외친다.

"저기! 지갑 떨어뜨렸어요!"

그러자 남자는 그녀에게 달려와 낡아빠진 지갑을 뺏어가듯 넘겨받더니 "감사합니다"를 말하고선 다시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월은 생각했다. 착하고 어리숙한, 즉 호구에 쑥맥인 저 남자를 갖고 싶다고.



여기까지가 사월이 설명한 둘의 첫 만남이었다. 현창이 이틀 전에 있었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기억력에 경악하며 그녀에게 사과하려는 순간, 갑자기 웬 리무진이 숙소 앞에 멈춰 섰다. 그걸 본 사월이 아무렇지 않게 그쪽으로 걷자, 현창은 당황하면서 그녀를 따라가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설마 선배님이 부르신 건가요? 택시 아니었나요?"

"보시다시피 하반신 때문에 못 타서요."

"라미아는 원래 리무진을 타고 다니나요?"

"보통은 잘 안 타죠."

대화를 나누며 리무진 앞에 다다르자, 김춘삼이라는 명찰을 단 코볼트가 작은 몸집으로 낑낑대며 문을 열고 사월은 자연스럽게 탑승했다. 이 믿기 힘든 광경과 생각한 것과 달리 귀여운 김 기사에 맥이 풀린 현창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보다 못한 사월이 말을 걸었다.

"안 타고 뭐 해요? 데려다줄게요."

현창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차에 올랐고, 얼떨결에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리무진 타보기를 이루게 되었다. 이윽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직도 혼이 나가 있는 그에게 김 기사는 운전을 하며 정다운 어투로 말을 걸었다.

"아가씨 친구분! 저는 김춘삼이라고 해요! 혹시 어디서 내리세요?"

"어...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앞에서 내려주세요. 아, 저는 최현창이라고 합니다. 저기 근데 초면에 죄송하지만, 김춘삼은 실명인가요?"

"아뇨! 김춘삼은 일종의 코드네임인데, 아가씨가 지어주셨어요! 본명은 카니쿨라 헤람 모시즈에요!"

'어떻게 저런 이름에서 김춘삼이...작명 센스 구려...'



그 후로도 잡다한 대화를 나누며 어느새 친해진 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사월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혹시 집이 모느무스빌이에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누가 봐도 놀란 표정으로 경악을 금치 못한 현창에게 사월은 조곤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뭐...이런저런 생각 끝에요. 역세권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원룸은 거기밖에 없으니까요."

"그건 또 어떻게 아셨-"

"까치산역이면 몬개르대학교역으로 환승해서 올 수 있으니 그 근처겠죠. 또 지갑이나 옷, 시계까지 다 보세니까 아마도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자취생이겠고, 전에 뛰는 거 보니까 체력이 좋던데 그럼 평소에 많이 걷겠죠. 됐나요?"

답답했는지 자신의 말을 끊고 설명을 하는 그녀를 본 현창은 할 말을 잃었고, 춘삼이 끼어들며 그에 결정타를 박았다.

"사월 아가씨 취미에요! 대단하죠!"

"무슨 취미가 이래요? 천재예요? 그리고 까치산역 지난 것 같은데요?"

"어릴 때부터 생긴 거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서 책 읽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뭐,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읽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그리고 까치산역은 한참 전에 지났죠."

"아니, 뭘 읽었길래 남의 집 위치까지...네? 지났다고요?"

현창이 말을 마치자 그와 동시에 리무진도 한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으리으리하고 휘황찬란한, 흔히 말하는 부잣집이라 불리는 곳 앞에 멈춰 선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져 집을 넋 놓고 바라보는 그에게 사월은 잠시만 기다리라 한 뒤에 춘삼이 문을 열자마자 재빨리 집으로 뛰어갔다. 하반신이 뱀인 그녀에게 뛰어간다는 표현은 옳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사월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집을 향했다. 현창이 '한국에 이렇게 넓은 땅이 있었나' 생각할 때쯤 나온 사월은 그의 손에 강제로 무언가를 쥐여줬다.

"뭐에요 이건? 지갑?"

지갑을 찬찬히 뜯어보던 현창은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자마자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아니, 샤넬 아니에요?! 저 주는거에요?! 왜요?!"

"아직 준다고 안 했는데...뭐, 샤넬도 맞고 주는 거도 맞고요.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요. 나중에 봐요."

일방적인 통보를 마친 사월은 뒤돌아 저택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현창은 춘삼이 빨리 타라고 재촉하자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차에 올랐고, 이내 리무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번에 겪어버린 그는 진부하기 짝이 없게 볼을 꼬집거나 손바닥으로 약하게 치며 꿈이 아닌가를 확인했고, 춘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말을 걸어왔다.

"아가씨 선물도 받고 대단하시네요! 저희 아가씨가 친구를, 게다가 인간을, 그것도 남자를! 데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네? 네..."

현창이 언제 선배랑 친구가 되었는지, 선배는 원래 친구도 없었는지 의문을 가지며 현실이 아닌듯한 감각에 아득 해하고 있자, 어느새 까치산역 앞에 도착했다. 춘삼과 인사를 하고 리무진에서 내린 그는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걸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달렸고, 이것이 현창이 OT 첫날을 제외하고 기억하는 둘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 사월이 현창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둘은 어찌저찌 친해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완벽해 보였던 그녀였지만 지금 현창이 보는 사월은 그냥 예쁜 또라이에 불과했다. 학생회장과 수석 자리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엘리트인 그녀가 자신이 관련된 일이라면 밑도 끝도 없이 집착하는 것이 유일하게 현창에게 있어 이해가 안 되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옥에 티라고 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사월 덕분에 이성은 고사하고 동성 친구조차 얼마 남지 않은 현창은 작금의 사태에 한탄하며 그녀에게 강제로 이끌려 술집을 가고 있었다.

"아니 무슨 불금에 저를 불러요. 친구 없어요?"

"너가 있는데 친구가 왜 필요해?"

"무슨 말도 안 되는...후...내가 미쳤지...이런 인간한테 왜 잘해줬지..."

"인간 아닌데? 시로헤빈데?"

"누나가 애에요? 왜 이리 유치해요?"

투닥거리며 길을 걷던 그들의 옆으로 검은색 씨스루를 입은 터질듯한 크기의 가슴을 가진 홀스타우로스가지나갔고, 현창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옆에 사월이 있다는 걸 잠시 망각한 현창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황급히 옆을 돌아봤지만 동공이 풀려 초점을 잃은 눈을 한 바라보는 그녀가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아름답던 빨간 눈은 생기를 잃어 탁해져서인지 검붉은 피와도 같은 진홍색이 돼 있었고, 이윽고 사월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던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창아. 술은 내 집에서 먹자."

본능적으로 따라가면 위험하다 느낀 현창은 열심히 변명을 시작했다.

"누나. 들어보세요. 방금은 남자의 원초적 본능이라 어쩔 수 없-"

"내 본능은 지금 당장 여기서 널 벗기고 강간하라는데."

그녀의 과격한 어조에 현창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이어지는 다음 말이 그에 쐐기를 박았다.

"본능을 못 참으면 그게 사람인가. 짐승 새끼지."

결국 현창은 반강제적으로 그녀를 따라가게 되었다.



통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학 근처에 자취방을 구한 사월이었지만, 그녀의 집 화장실이 현창의 방만할 정도로 큰 집이었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사월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현창은 술 가지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 말한 후에 그녀가 떠나가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내 여자친구도 아닌데 왜 화가 난 거지, 하고 생각한 현창은 어찌 됐든 사월의 화를 풀어줄 방법을 고민하다 주방을 들어간다. 냉장고를 뒤져 식재료를 찾아낸 그는 자취 생활로 그럭저럭 쌓인 요리 내공을 살려 간단한 콘치즈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 살며시 현창에 옆에 다가온 사월은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안주를 만드는 그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을 짓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귀여운 짓을 하네? 이번 한 번만 봐줄게."

"깜짝이야. 언제 왔어요? 손에 든 건 뭐예요?"

"뭐긴 뭐야. 술이지."

"...소주 아니었어요? 아니, 이거 잭 다니엘 아니에요? 이게 집에 왜 있어요?"

"몰라. 마시기나 해."



그렇게 식탁에 앉은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며 위스키를 마셨다. 교수 뒷담화를 하거나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던 도중 사월이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는지 갑자기 현창에게 질문을 던졌다.

"야. 너 나 좋아하냐?"

"아니요. 미쳤어요?"

뭘 미치기까지 하냐는 둥 투덜대던 사월은 토라진 말투로 다시 그에게 질문을 했다.

"그럼...싫어하냐?"

"싫어하지는 않는데 딱히 마음에 들진 않네요."

물론 지금까지 현창이 한 대답은 모두 거짓이었다. 사월을 귀찮아하는 건 사실이였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예쁘고 성실한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고, 그 사람들 중에는 현창 또한 속해있었다. 그는 사월을 처음 본 비 오는 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순간부터 대놓고 호감을 표현하는 지금까지 쭉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월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그녀와 자신은 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나는 비슷한 부류의 사람, 소위 말하는 부잣집 아들이 더 어울리니까. 나 같은 놈 말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니까.' 와 같은 깊은 생각을 하며 사월을 내쳤던 것이었다. 그런 현창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그 당사자는 술에 잔뜩 취해서 그의 앞에서 추태를 부리고 있었다.

"현창아...나한...너 조아한다아..."

"누나 취했어요?"

"안 취해써어..."

"솔직히 누나 자면 못 들 것 같으니까 침대 가서 자요."

"우웅..."



현창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를 간신히 부축해서 침실로 데리고 갔다. 라미아 전용으로 설계됐는지 커다란 크기의 침대는 폭신폭신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거기에 사월이 낑낑대며 누운 후에 이내 자그마한 숨소리와 함께 잠에 빠지자 현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며 뒤돌아서 방문을 향했다.

"오늘 재밌었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저도 누나 좋아해요."

단잠에 빠져 듣지 못하는 그녀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본심을 전한 그가 문손잡이에 손을 댄 순간, 사월의 큼지막한 꼬리가 그를 휘감더니 침대로 내팽겨쳤다.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현창은 사월의 품에 파고든 모습이 되었고, 놀란 그가 일어나려 해봐도 자신을 꽉 조인 꼬리는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내 사월이 입을 열었다.

"나도...너 조아..."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현창은 기겁을 하며 눈을 꼭 감고 침착하게 사월의 이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누나? 왜 이래요? 장난치지 마요."

"장난...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자 그는 속으로 '좆됐다좆됐다좆됐다'를 외치며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애썼다. 이런 상황에서도 팔에 헐거벗은 그녀의 가슴이 닿자 커지는 음경을 원망하며 그저 이 순간이 끝나기만을 바라던 그때, 소리가 멈추고 방안은 고요한 적막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누나가 정신을 차렸나 생각한 현창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나 그의 눈앞엔 알몸인 것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조소를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나체가 된 사월이 있었고, 그녀는 현창의 옷까지 벗기기 시작했다. 옷을 찢다시피 벗기는 사월의 과격한 행동에 그는 이미 늦었음을 깨닫고 뒤늦게 온 힘을 다해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물의 힘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현창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고, 여자 앞에서 나체가 됐다는 수치심에 휩싸여 눈을 꼭 감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 그를 음탕한 눈으로 바라본 사월은 강제로 눈을 뜨게 한 뒤, 요염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어...섹스 안 해바찌?"

"누나?! 왜 이래요 이러면 안ㄷ-"

그의 말은 입술을 덮쳐온 사월에게 막히고 말았다. 입술을 추잡한 소리까지 내며 빨거나 긴 혀로 얽매고 조여오는 등 입을 완전히 농락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째선지 더 하고 싶고 쭉 이대로 있고 싶은, 달콤한 키스로 느껴지는 현창은 이윽고 정신이 몽롱해지고 말았다. 잠시 후 사월이 입을 떼자 자기도 모르게 아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본 현창이었다. 사월은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다른 여자 생각 안 나게 해줄게...♡"

현창은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현창이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있었다. 그는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려 애썼다. 지난밤 사월 선배가 자신을 덮쳤고, 자신이 조루인 것을 알게 됐으며 4번 정도 싼 후 잠이 든 것. 그리고 관계를 가지는 내내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기억해낸 그는 얼굴이 화끈해져서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다 문득 사월이 떠오른 현창은 옆에 누워있는 그녀를 봤다. 지난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즉 체액으로 얼룩진 누나의 알몸을 보고 화들짝 놀라 자신의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자 사월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떴다.

여전히 잠이 덜 깬 듯 졸린 눈을 하고있는 그녀에게 현창은 가벼운 비난을 날렸다.

"누나 진짜 싫어요. 하지 말라는데 막 그렇게 하고."

"미안..."

면목이 없다는 듯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본 현창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알면 됐어요. 저기 근데...우리 이제 사귀는 거예요?"

"응? 현창이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난 몰랐네~"

"됐어요. 나 갈래요."

"아아 진짜 미안~ 이제 안 놀릴게~"

그렇게 마치 연인과 같은 대화를 나누던 둘은 말을 멈추고 애정어린 눈빛을 하고 서로를 마주 봤다. 잠시 이어진 그 정적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린 그들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현창아."

"네."

"우리 같이 살자."

"갑자기요?"

"내가 돈 다 낼게. 너 위약금도 내가 내고 집세도 내가 낼게."

"어떻게 그래요. 미안하게. 그리고 같이 살면 설거지도 늘어나고, 빨래도 늘어나ㄱ... 하읏..."

사월은 잔소리를 듣기 싫다는 듯 그의 음경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것을 조금씩 위아래로 흔들며 그의 코앞에 다가온 그녀는 현창의 귀에 따뜻한 숨결을 내쉬면서 악마와도 같은 달콤한 유혹을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느새 현창의 남근은 단단해져 있었고,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음에 올 말을 기다렸다."

"오늘 토요일인데, 한 번 더 할까♡"

"....네."

물론 한번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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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출처는 까먹음 미안 ㅎ;
사실 처음엔 딴거였음 우산 없어서 비 맞으니까 괜찮아요 선배 온 몸이 젖어서 정액을 싸버려도 아무도 눈치 못 챌거에요! 조별과제 씹쓰레기들만 잡히니까 괜찮아요 선배 아직 개좆된건 아니잖아요! 이딴식으로 이상하게 위로하는 후배였는데 쓰다보니 바뀜
중간에 사월이가 현창이 집 말하는 장면에서 지능이 높은걸 표현하려 했는데 내가 멍청해서 잘 안됐음 미안하다 이딴 퀄리티로 싸질러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오래된 글도 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