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백업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6vQDjv0eidg



누베마 시티의 어둡고 더러운 뒷골목, 그 안을 들어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술집. 낡은 간판은 미약한 불빛을 내며 그 이름을 보이고 있었다. Mus-pe1 he1m. 흔히들 무스펠하임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주점치고는 다소 거창한 이름에 직원도 둘밖에 없는 가게였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소중한 직장이었기에 나는 오늘도 힘겹게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점장님. 오늘은 웬일로 일찍 오셨네요."


"유칸 왔어? 어제 집에는 잘 들어갔고?"


"제가 뭐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인데."


"생긴 거는 누가 봐도 귀여운 꼬마인데."


"...제발요. 제가 그 말 제일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전 담배도 피고 술도 파는 건장한 성인 남자라고요."


"미안미안. 해리는 좀 이따가 온대. 먼저 일하고 있어."


말을 마친 점장님은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셨다. 그녀의 이름은 라케르투스 프라이 위올렌티. 줄여서 라케라 부르는 그녀는 이 술집의 점장이었다. 요즘 세상에는 보기 힘든 드래곤인 데다가 멋진 몸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좋게 말하면 터프하고 나쁘게 말하면 괄괄하다고 볼 수 있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그다지 인기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것을 거둬주신 언젠가 꼭 갚아야 할 은인이자 부끄럽지만 남몰래 좋아하는 여자였다.


아무튼 방금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무스펠하임에서 일하는 바텐더이다. 술을 만들고 대화를 들어주는 것이 일인, 뭐 그런 직업. 처음 왔을 때는 음담패설을 하는 손님과 말다툼을 하거나 술에 시케라 대신 리비도를 붓는 등 여러모로 실수가 잦았지만, 이제는 어엿한 바텐더가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지금도 그 술을 마신 손님이 흥분해서 덮치려고 했던 악몽을 가끔 꾸긴 하지만...어쨌든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을 시작했다.


"술을 섞고 인생을 바꿔줄 시간이군."


그 말을 뱉은 순간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문을 난폭하게 열어젖히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검은색의 다부진 육체와 이글거리는 눈매를 보아 누가 봐도 헬하운드였고,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첫 손님이 뭔 헬하운드야.


나에게 있어 헬하운드들은 대체로 과격하고 털도 날리고 시끄럽고 먹고 간 자리는 더러운, 그야말로 짐승과도 같은 종족들이었다. 그런 주제에 힘까지 세서 만약 취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면 점장님이 아닌 이상 멈추기가 힘든 진상들.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기억이 없는 마물이였지만 어쨌든 나는 바텐더이기에 애써 웃으며 말을 건넸다.


"어서 오세요 무스펠하임입니다. 뭘 드릴ㄲ-"


"여기 당장 맥주!!!!!!"


왜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맥주 한 잔 주문 받았습니다."


"큰 거!!!!!"


"큰 맥주 한 잔이면 되시겠습니까?"


"몰라 씨발 빨리 가져와!!!!!"


"알겠습니다."


개새끼에게 큰 맥주 한 잔. 귀청 떨어지겠군그래.




"맥주 나왔습니다."


"우와아아악!!!!!"


술이 나오자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식도가 남들이랑 조금 다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끊임없이 마시던 그녀는 기어코 한 번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후. 이제야 좀 살겠네. 고마워. 이거 아니면 좀 힘들어서."


"더 드릴까요?"


"아냐. 됐어. 한 잔이면 충분해.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취할 필요는 없지."


술이 들어가야 이성을 되찾는 사람이라니. 그거 참 대단하네.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분노에 휩싸여서 이 가게를 들어오신 건가요?"


"그냥 직업 특성상 화가 많은 거야. 그러니까...지옥에서 방금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끔찍한 악마들을 상대하는 일이지. 그것들은 항상 사건을 일으키고 나를 바라보며 흉측한 미소를 짓곤 해."


뭔 개소리지. 범죄자와 관련된 일인가? 그런 직업이 뭐가 있지?


"혹시 홀리 나이츠 신가요? 처음 보네요."


"틀렸어. 정답은 유치원 교사야."


"...네?"


이 여자가 뭐라는 거야? 지금 당장 카운터를 박살 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생겼는데, 유치원 교사라고?


"왜. 자격증이라도 보여줄까?"


"아뇨. 의외네요. 손님 체격을 봐선 틀림없이 몸을 쓰는 일일 거라 생각했는데."


"몸을 쓰는 일이긴 하지. 넌 멍청한 애새끼들이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모를걸."


"아이들을 안 좋아하시나요?"


"아니. 난 멍청한 사람들을 싫어할 뿐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멍청하고."


"유감이네요. 이런 구석진 가게는 어쩌다 들어오게 되셨나요?"


"가게 이름이 븅신같아서 들어와 봤어. 바텐더가 멍청하면 그대로 갈굴 생각이였지. 너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네."


"오. 그거 참 다행이네요. 그러고 보니 손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 뭔가 허전하다 싶었더니 이름을 안 말했었네. 볼프강 H. 잉켄디움이야. 그쪽은?"


볼프강은 보통 남자한테 쓰지 않나...? 헬하운드는 말 그대로 Wolf Gang처럼 생겼으니까 상관없나.


"유칸도르요. 유칸이라고 불러주세요."


"유칸...좋은 이름이네. 너는 내가 왜 맥주를 마시는지 알아?"


"글쎄요. 맥주를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추억?"


"틀렸어. 싼값에 빨리 취하려면 맥주만한 술은 없다고."


"이런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 마트에서 한 묶음을 사는 편이 더 쌀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건 같이 말을 할 사람이 없잖아. 내가 바에 오는 목적은 바텐더를 갈궈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니까."


"...별로 좋지 않은 취미네요. 유치원 교사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사실 멍청한 애새끼들이 그렇게까지 화나는 건 아니야. 더 빡치는 건 그 부모들이지. 헬하운드에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다느니, 정조대를 부술까 봐 무섭다느니 뭐라느니. 애초에 따먹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아이는 별로 없다고. 예를 들면...너같은."


"전 성인 남성입니다만."


아까도 이런 말을 한 거 같은데.


"그런 몸으로 주장해봤자 설득력이 전혀 없는걸. 우리 유치원에 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아픈 곳을 찌르시네요. 저도 키가 작고 싶어서 작은 건 아니라고요."


"하지만 얼굴도 귀엽고...내 취향인데...혹시 오늘 시간 있어?"


"아뇨. 없습니다."


"아쉽네...혹시 나랑 섹스할 생각은?"


도대체 무슨 소리지.


"그것도 없네요."


"흠...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럼 다음에 봐. 꼬마 바텐더."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오면 없는 척 해야겠다.




잉켄디움 씨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나는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거지. 분명 남들 먹는 만큼 먹고 자는 만큼 잔 거 같은데. 언제쯤 되야 이런 말을 그만 듣게 될까.


"저기요."


아. 운동이라도 해야 되나. 근데 운동한다고 키가 커지는 건 아니잖아? 뭔가 이 몸에 근육만 붙으면 그건 그거대로 징그러울 거 같은데. 만나본 애들도 귀여워서 좋다고 했었고. 아냐. 징그러워 보여도 어른으로 알아주면 괜찮지 않을까?


"저...기요?"


근데 그냥 운동만 한 남자애로 알면 어떡하지. 요즘 애들 쑥쑥 크던데. 전에 보니까 친구 여동생도 나보다 크던데...나보다 어린 여자애가 내려다보는 건 너무 비참한데. 깔창이라도 낄까. 아냐. 들키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애. 하...다시 태어날까.


"저기요!!!"


"ㄴ, 네?!"


갑자기 들려온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앞을 보니 한 여자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서 못 본 건가...그나저나 뿔이나 날개같은게 안 보이는데. 혹시 인간 손님인가? 신기하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하아...해피 코볼트 주세요. 얼음은 빼주시고."


"알겠습니다."


흠. 보통 여자들이 많이 찾는 술이지. 여성분에게 해피 코볼트 한 잔.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심스럽게 칵테일을 넘기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다행히도 나의 무례함은 어느 정도 용서가 된 것 같다. 손님을 앞에 두고 잡생각을 하다니, 안될 일이지.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아까는 저도 좀 예민했던 것 같네요. 오늘 좀 화나는 일이 있었거든요."


"흐음...어떤 일을 하시나요, 손님? 성함이..."


"간칸 수프레마. 간칸이라고 불러주세요. 직업은 그냥 사축이죠 뭐."


"사축...? 아하. 힘내세요. 전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뭐라 해드릴 말이 없네요."


"부럽네요..."


"..."


"..."


너무 어색한데. 뭔가 할 말이...아. 있다.


"음...간칸 씨는 해피 코볼트가 왜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됐는지 아시나요?"


"아니요. 술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라."


"유래가 좀 재미있는데요. 코볼트도 마음껏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술이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덕분에 마신 사람이 순식간에 행복해져서라네요."


"음, 듣고 보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그만큼 취하는 줄도 모르고 많이 마시게 되니 작업용으로 흔히 쓰이곤 하죠. 도수가 높지는 않지만 술은 술이니까요."


"오...인간 친구한테 알려줘야겠네요."


"마물이셨어요?"


"몰랐어요? 잠시만요. 좀 걸려요."




"....흐아아악?!"


ㅁ, 뭐야?! 머리가 왜 떼지는 거야?! 뭐 저런 종족이 다 있어? 뭔데?


"...이런 반응일 줄 몰랐는데. 듀라한 처음 보세요?"


"ㄴ, 네..."


"다시 붙일게요. 놀라셨으면 죄송해요."


"아니에요...그나저나 듀라한은 홀리 나이츠가 많던데 왜일까요."


"듀라한은 기사단이 되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생각하는데, 홀리 나이츠도 일종의 기사단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기사단이 되는 거요? 아니면 홀리 나이츠요?"


"둘 다요. 전 그런 딱딱한 자리에 안 맞아요. 홀리 나이츠도 이름만 거창하지 그냥 군인 겸 경찰이잖아요. 그것도 누베마 시티에밖에 없고."


"살벌하시네요. 혹시 무슨 일 있으셨나요?"


"하아...아니라고 할 순 없겠네요. 엄마가 저희 자매에게 강요를 좀 하셨었거든요. 저도 한때는 들어가려고 열심히 했었는데, 그 실체를 보고 좀 실망해서요. 언니나 동생은 다 홀리 나이츠에요. 전 앞으로도 들어갈 생각이 없지만."


"뭐...아직까진 올바른 사람이 더 많긴 하겠지만 일부는 시민들에게 뇌물을 받아 가거나 폭력을 쓰기도 하니까요. 홀리 나이츠 3명 중 1명은 성범죄 기록이 있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니까."


"후우...정말 이런 생각 안 하고 싶지만 거기 들어간 언니나 동생들이 가끔은 원망스러워요. 듀라한 이미지가 얼마나 내려가는데...아, 그리고 의외로 근본 있는 농담이에요 그거. 홀리 나이츠를 번역하면 뭔지 아세요?"


"성 기사단...정도죠?"


"그 성이 원래는 다른 뜻이었어요. 그러니까 섹스 나이츠."


"...네?"


"진짠데. 제가 열심히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거에요. 어? 얼굴 빨개지셨네요."


"...다른 주제로 넘어가죠.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무례한 질문 좀 해도 될까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받아와서 괜찮아요. 그 전에 해피 코볼트 한 잔 더 주세요. 많이 말했더니 목이 좀 마르네."


"알겠습니다."


간칸 씨에게 해피 코볼트 한 잔. 시케라는...조금만 더 넣어볼까.




"여기요."


"고마워요. 음...아까보다 뭔가 좀 더 쓴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시케라, 그러니까 알코올을 조금 더 넣어봤어요. 마음에 안 들면 바꿔드릴게요."


"아니요. 생각보다 괜찮네요...그래서 하려던 질문이 뭐예요?"


"그게...머리를 떼고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나요?"


"에이. 생각보다 건전한 질문이네요."


"대체 뭐를 생각하신 거에요."


"목구멍에 박을 수 있냐, 혼자서 보빨할 수 있냐 같은?"


"..."


취하셨나?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렇겠지? 그럴 거야.


"또 빨개졌다. 후훗. 귀엽네요. 대답은 직접 보여드릴게요."


"으앗...다시 봐도 적응이 안 되네요."


"읏챠...잠깐만 카운터에 머리 좀 내려놓을게요. 술 좀 먹여주세요. 감사합니다."


"...잘 넘어가네요. 무슨 포탈이라도 있는 건가요?"


"저야 모르죠. 아, 머리를 떼면 몸이 솔직해지니까 놀라지 마세요."


...갑자기 치마는 왜 벗는, 뭐지 씨발...?


"하읏...더 안쪽..."


"아니, 갑자기 자위는 왜 하시는 거예요?! 머리 아무렇게나 꽂아도 되나요?!"


"네헷...빨리, 꽂아주세요..."


"어감이 이상한데요?! 아, 됐다. 후우..."


"후읏...혹시 애인 있으세요?"


"물 뚝뚝 흘리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있어요."


물론 구라지만.


"아...쩝. 오늘 재밌었어요.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간칸 씨는 느릿느릿 움직여서 가게를 나갔다. 이 물은...해리 닦으라고 해야지. 겨우 두 명 상대했을 뿐인데 너덜너덜해지다니, 좀 쉬어야겠다.


"점장님! 저 좀 쉴게요!"


"해리는 왔어?"


"다 왔대요!"


-


예전에 발할라 사이버펑크라는 게임을 좀 재밌게 해서 그것처럼 써보려고 했는데 필력이 좆병신인듯

사이버 펑크를 배경으로 해서 마소도 마물들이랑 다른 부분이 좀 있을 수도 있음 ㅇㅇ 그리고 내가 워낙 게을러서 다음 편은 언제 나올지 모른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오래된 글도 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