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채널

  예레미아가 대답하자 아에사는 그를 보고 물었다.


  “그럼 당신은 시간의 흐름인가요?”

  -나는 아니고... 흐름 자체의 감독관이야. 공간의 흐름이랄까. 불공정한 행위를 하면 적발하고 징계를 주는 임무지. 이곳은 내가 관할 할 곳이 아닌데 이곳을 담당해야할 시간의 흐름이 도망가버려서-


  예레미아는 낭패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머리를 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각도 못하는게 어지간히 오래전부터 있던 버릇 같았다. 모르덴티아는 다시 한번 우아하게 차를 새끼 손가락을 들고 마셨다. 아에사는 아까부터 혼란스러움에 차 끝에 그저 혀끝만 대고 말뿐이었다. 그리곤 아까와는 너무나 다른 모르덴티아의 태도에 약간은 어처구니없음을 느꼈다.

  예레미아는 그런 아에사의 생각을 알아채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모르덴티아 에아 양은 불만 없으면 더없이 숙녀답지. 조금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면이 있긴 하지만. 몸은 다 큰 처녀잖아?-

  “어머. 예레미아, 짖궂네.”


  모르덴티아는 다 큰 처녀답게 능숙하게 예레미아의 말을 넘겼다. 그러고보니 아에사는 문득 그들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예레미아는 분명 어려보이는데도 당연하다는 듯 자신과 모르덴티아에게 반말을 쓰고 모르덴티아도 그것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하지 않는가? 자신은 분위기에 휩쓸려 존댓말을 쓰고 있지만 그의 나이를 모른다는 것은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예레미아. 몇 살인가요?”

  -응? 내 나이? 10살-


  아에사가 입을 쩍 벌리자 모르덴티아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예레미아. 감독관이 된 나이 말고 태어난지 몇 년이 흘렀는지로 얘기해야지.”

  -아아. 그런건가. 하지만... 으음. 애매모호해. 감독관이란건 시간을 마구 넘나들거든. 그래서 어쩌면 내 나이에서 -100살, 혹은 -10000살 쯤 해야 할 지도 몰라. 시간의 경과도 애매모호해지거든-

  “그, 그럼 굉장히 오래 됐겠군요. 모르덴티아는요?”

  “나는 흐름이 됐을 때 나이가 25살. 현재까지의 시간으론 137년 쯤 됐을거야.


  생각보다 소박한 나이에 놀라지는 않았다. 아까 예레미아가 자신보다 어린 운운했던것이 이해되었다. 솔직히 자신의 시조와 계약을 맺으려면 그정도 나이는 되어야하지 않은가.


  “어라, 모르덴티아. ‘흐름이 되었을 때’라는 것은 그 전에는 사람이었다는 건가요?”

  “응. 으음, 그런데 나는 흐름이 되면서 기억을 잃어버렸어. 그래서 생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이 나는 것은 너희 시조와 계약을 맺으면서부터였지. 그래,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것은 너희 일렌 드 미노타와 계약을 맺으면서였어. 그 전은 기억이 나질 않아. 하지만 불이라면 나도 모르게 겁에 질리니까 어쩌면 그것과 관계있는지도 모르지.”

  “계약... 당신은 어째서 우리 시조와 계약을 맺었는지 알고 있나요?”

  “뭐어, 나는 기억나지 않아. 나 말고도 많은 흐름들이 계약을 맺어. 그들은 전에 인간이었으니까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당연히 먹고 자고 만져보고 싶지. 하지만 흐름은 그럴수가 없어. 불은 사물을 만지면 태워버려야 하고 바람은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지. 땅은 감각을 못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해. 물도 나처럼 스칠 수 밖에 없고. 하지만 ‘열쇠’를 만들어 ‘계약’을 하면 언제든 나타나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채울 수 있지. 그게 바로 네가 가지고 있는 미노타 대거야. 그게 바로 나의 ‘열쇠’지.”


  아에사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미노타 대거를 바라보았다. 수십가닥으로 쪼개지는 파란색 빛을 뿜는 사파이어 대거의 예리한 끝과 차갑고 딱딱한 검신, 금테를 두른 힐트, 흰 사슴의 가죽으로 둘러싼 손잡이는 오래된 역사만큼 드문드문 명예로운 때자국들이 남아있다. 지저분하다기보단 숭고한 모습이다. 바닥에는 미노타 가의 상징인 ‘바다를 건너는 마법사’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미노타 가의 시조 일렌 드 미노타는 마법사였다고 들었다.


  아에사는 꼬옥 그것을 가슴에 품었다. 이 단검에 그런 비밀이 있었구나. 이 단검에 그런 역사가 있었구나. 이게 날 구해주고 구원의 길을 열어주었구나. 예레미아와 모르덴티아는 그런 모습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한참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에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많은 일이 있었어요.”


  둘은 침묵을 지키고 아에사를 보았다.


  “이 칼에 그런 힘이 있는 줄 알았다면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아에사는 미노타 대거를 더 꼭 쥐었다. 살짝 베인 살에서 피가 베어나왔다. 하지만 아에사에게 그런 고통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대상에게 몸을 빼앗겼다는 것이 더 심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아에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저어, 그럼 여기에 다시 들어오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으음... 다시 들어오는 건 칼의 의지가 있어야 해. 뭐, 단순히 피하기 위해 들어온 거라면 모르덴티아를 부르는 법을 알려줄게. 세상에서 성냥과 촛불빼고 그녀를 위협할 무시무시한 무기는 없을 거야-

  “모르덴티아 씨를요?”

  -그래. 그 단검을 들고 허공을 그으며, ‘모르덴티아 에아’라고 불러. 속삭여도 되고 소리쳐도 돼. 뭐, 폼이 안 난다면 ‘육체는 강철 마음은 짚더미.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섬멸할 절대파괴신의 이름 모르덴티아 에아는 마스터 앞에 나타나라’라고 외쳐도 나타나긴 나타나. 모르덴티아 에아라고 풀네임을 말하기만 하면-

 

  모르덴티아는 예레미아의 조악한 농담실력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예레미아는 차를 다시 따라서 마셨다. 이미 조금 기울어져 있는 주전자에서는 컵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알아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던 그는 문득 아에사의 허벅지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에사, 다쳤네?-


  아에사의 허벅지에선 피가 얼마 묻어있었다. 찢어진 질에서 흐르는 피였다. 더불어 그녀의 치부에도 아직 애액과 정액이 묻어있었다. 아에사가 부끄러워하며 치마를 여며 가렸지만 예레미아는 그런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


  -치료해 줄게-


  그러곤 아에사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예레미아의 손은 아에사의 다리사이로 파고들었다. 열 살짜리 소년의 작은 손은 순식간에 아에사의 은밀한 치부에 가 닿았다. 그러곤 단번에 검지 손가락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흑!”


  작고 가는 손가락이었지만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해서 아에사는 기분좋은 느낌을 받았다. 도리스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예레미아는 천천히 그 안을 애무하듯 스다듬었고 아에사는 기분좋은 감촉으로 다리의 힘이 빠졌다. 그러나 쓰러지진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쾌락의 느낌이 지속되다가 예레미아가 손을 뽑았다. 그리곤 허리를 숙여 그녀의 보지에 혀를 집어넣고 살짝 핥았다. 


  “으응!”


  아에사가 쾌락에 몸부림치자 예레미아는 웃음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끝났어. 이제 피가 안 흐를거야. 상처는 아물었으니까.-

  “아... 흐읏.. 조금만 더...”


  아에사는 최음제 탓에 민감해져있던 보지가 그런 부드러운 자극을 받자 절정의 직전 상태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예레미아가 손을 빼내 아에사는 큰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태에서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기만해도 애액을 쏟아낼 것 같았다. 실제로 이미 보지에는 피대신 애액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아에사가 이렇게 말하자 예레미아는 다시 웃으며 다가가 그의 작은 성기를 꺼내들었다. 


  -내가 만족시켜주길 바래?-

  “하아... 네에...”


  그라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아에사는 몽환적인 환상에 빠져있는 기분이었다. 예레미아는 그의 작은 남성을 아에사의 보지에 집어넣었다. 키가 맞지 않는, 어쩐지 이상한 커플이었지만 아에사는 부드럽게 예레미아의 목에 팔을 감았다.


  “으흐읏! 하아!”


  쾌락이었다. 고통도 없고 처녀막조차 건드리지 않은 예레미아의 성기는 거침없이 그녀의 보지 안으로 파고들었고 아에사의 질은 사정없이 성기를 꽉 물었다. 예레미아의 성기는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몇 십번씩 아에사의 안으로 파고들었고 아에사는 끝까지 참았던 쾌락을 쏟아내고 말았다. 


  “아흐윽, 아아앙!”


  그녀가 마침내 애액을 쏟아내고 나자 예레미아는 애액이 가득 묻은 성기를 뽑아내었다. 모르덴티아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뭐야, 예레미아는 만족하지 않고 그냥 끝내는거야?”

  -치료목적이었는데 뭐. 그녀하고 내 키가 어울려?-


  확실히 그의 키는 아에사에 비하자면 상당히 작았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아에사는 자신이 꼬맹이(보기보다 늙었다곤 해도)와 성행위를 하고 거기서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에 부끄러워져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응? 나가게? 여기서 천천히 시간여행이라도 한다거나 아니면 여기서 사는 건 어때?-

  “아, 안돼요. 사실 저는 오빠를 찾아야 해요.”

  “오빠?”

  “네. 미노타 대거의 전 주인인데 혹시 본 적 없나요?”


  모르덴티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몰라. 일렌 이후로는 나를 불러낸 사람도 없어. 매개체를 들고도 부르지를 못하다니. 나로선 통탄할 노릇이지. 열쇠를 여러 개 만들 수는 없거든.”


  그러면서 그녀는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모르덴티아. 그 복장으로 나가면 곤란해. 이 세계에 있을 수 없는 복장이라고. 아디다스 청바지에 쫄티셔츠라니-

  “에이, 까다롭기는. 괜찮아. 나가면 벗을, 아. 이 세계는 복장을 준비해둔게 없는데.”

  -하여간... 남자옷이라도 상관없으면 하나 줄게. 가져가-

  “고마워. 아에사, 준비해.”

  “예? 준비요?”

  “그래. 준비. 곧 있으면 시간이 다시 흐를거고 그럼 너는 그 파도치는 요란한 바다안에 다시 처박히는거야. 내가 꺼낼 때까지 바닷물 마시지 않게 조심하는 준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기지개를 크게 폈다. 아에사는 찻잔을 조심스럽게 놨다. 역시 예상대로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예레미아가 둘을 번갈아 쳐다보고선 다시 노래하듯 뭔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아에사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이명. 이명. 이명. 거품의 이명. 바다의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