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채널

  “물론입니다.”


  조라는 표정 없이 말했다. 당황하는 기색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아에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짖어봐.”


  방안이 침묵에 잠겼다. 조라마저도 의외의 발언에 입을 열고 그녀를 바라봤다. 다프네와 모나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싸늘한 공기가 방 전체를 타고 흐른다.


  “못 해?”

  “아에사, 잠깐. 대체 무슨...”


  다프네가 끼어들려고 하자 조라가 그녀를 제지했다. 다프네는 그냥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모나시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아에사와 조라를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특히 아에사를 재밌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의외인데. 조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멍... 멍멍...”


  표정 변화는 여전히 없었지만 수치심에 얼굴이 발갛게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떨렸다. 조라가 입을 다물기 무섭게 아에사는 그대로 손을 휘둘러 그의 뺨을 쳤다. 찰싹, 꽤 아플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조라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아에사는 싸늘하게 말했다.


  “넌 이제 개야. 노예도 못 돼. 제국은 노예를 금지하고 있으니까. 네가 나를 이용하는 만큼 나도 너를 이용해주겠어. 따라오는 건 허락해주지. 원래 개는 사람을 졸졸 쫓아오니까.”


  조라는 고개를 돌린 채 바닥을 바라봤다. 아에사는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프네는 조라를 쳐다보다가 아에사를 따라 나갔고 모나시는 계속 방안에 앉아 조라를 바라봤다.








  “아에사? 아에사!”


  다프네가 그녀의 치마를 펄럭이며 아에사를 따라왔다. 하지만 아에사는 멈추지 않고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향해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다프네는 창틀에 거의 다 닿고서야 아에사의 팔을 붙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에사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가 숨을 거칠게 삼키며 말했다.


  “여긴 참 살기 힘드네요. 다프네.”


  다프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아에사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그녀로선 볼 수 없었다. 다프네는 창밖의 대상에게 말하듯 계속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제가 만약, 그가 찾는 조각의 일부가 아니었다면. 그가 절 쳐다보기나 했을까요?”

  “그렇지 않을거야, 아에사. 틀림없이...”


  노예로 팔아넘겼겠지.

  꿈을 먹고 구해줬을거야, 라고 말하기 전에 그런 말이 먼저 떠올랐다. 조라는 마족이다. 여자의 정욕을 먹고사는 인큐버스다. 조라는 마족이다. 사람을 절망에 빠뜨려 그 악몽을 먹고사는 나이트메어다.


  “모두들 사랑하고 싫어해요. 생각해보니까 인간관계는 전부 필요에 의해서 있군요. 사랑도 상대방의 마음이나 육체를 요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짝사랑이 손해보는거고. 어쩌면 저는 아주 좋은 거래상대를 얻었는지도 몰라요. 그는 제가 데려가기만 하는 조건으로 절 행복하게 해야 하잖아요. 이익보는 장사로군요.”

  “아에사, 그건...”

  “전 상인 귀족의 딸이에요.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요. 틀림없이 이익을 보는 장사인데...”


  아에사는 고개를 떨구었다. 다프네가 쥔 아에사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건지...”

  “...신은 대가 없이 만인에게 자비를 베푸시네.”


  다프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아에사는 웃음을 참는 듯 하더니 크게 숨을 쉬고 말했다.


  “조라는 그런 신도 죽였잖아요.”


  둘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아에사가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비가 오네요.”

  “비?”

  “네. 비요. 날씨가 안 좋아요. 먼저 들어가세요.”


  다프네는 그녀의 손을 놓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힐끗 본 창밖의 날씨는 더없이 쾌청하고 맑았다. 아에사는 창틀에 기대서 어깨를 떨었다. 나무 창틀이 빗방울로 진하게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울자.


  앞으로 그가 날 정말로 행복하게 만든다면 절대로 울지 못할테니.


  오늘 딱 하루만, 나를 위해 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