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제는 까치울역으로 가

버스를 탔다. 근로계약서를 받은 후 인원을 체크했고,

버스는 언덕을 넘어 숲속을 지나서, 

6안에 1이 들어있는 로고가 시그니쳐인 폐군부대에

들어갔다. 그곳은 탈영병을 잡는 드라마 시리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였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옷을 받는 보관소로 

이동해 카키색 민무늬 셔츠, 병장 마크와 헌병대 명찰이 달려있는 카키색 외투, 카키색 주머니가 달려있는 카고조거바지, 전투화, 벨트, 고무링을 받았고, 버스와 보관소를 오가며 힘겹게 갈아 입었다. 분장 버스로 가 갈색 때를 얼굴과 손에 묻이고,  분장보관소로 다시 가 병장 마크가 적힌 하이바 / 미군 플라스틱 카키색 수통과 수통피, 스펀지로 채워진 탄입대, KM8A1이라 쓰여진 대검집과 실제 대검이 차여진 탄띠를 착용했고, 실총과 비비탄총의 구분을 하기 위한 주황색 총구가 검은색으로 도색된 m16a1 비비탄총을 받았다. 이곳저곳을 만지작 거리는데, 조정간을 SAFE에서 AUTO로 바꾸자, 탁 소리가 났었는데, 건전지가 안에 들어있는건가 의심이 들었지만, 유무는 알 수 없었고 탄창은 페인트로 칠해놓았는지 뺐다 끼는건 불가능했으며 조정간 바꾸기와 T자로 장전하고 발사 (철컥, 탕)만 가능한 촬영만을 위해 개조된 총이였다. 고정 출연하는 간부들의 복장은 하이바를 빼고 볼캡을 썼으며 총이 없었고 탄띠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촬영 부대는 까치을 부대로, 건물 안은 텅 비었고 생활관 (내무반)은 예상했던 대로 구막사였으며, 오랫동안 방치해서 그런가 군화를 신고 위로 올라갈 정도로 더러운 곳이였다. 연병장이 주요 촬영 장소였으며, 지프 2대와 두돈반2대가 나란히 있고, 옆에는 조랑말 차마냥 옛날 세단차가 군인들로 분장한 나와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상황상 남자들이 모두 촬영하는 엑스트라였으며, 각자마다 땅개, 물개, 미친개, 신의 아들 등등 세대마다 나온 소속을 이야기하고, 요즘은 나오든 안나오든 상관없고 실력만 좋으면 된다 등 너나 나나 서슴없이 각각의 개인사를 군 복무 위주, 엑스트라 알바 위주로 이야기했다. 촬영 내용은 이러했다. 각을 잡고 서서 충에 총기를 들고, 성에 내리고를 반복하며 동작을 찍고, 두돈반에 올라타는 씬, 건물에서 연병장으로 병력들이 이동하는 씬, 두돈반에 직접 타서 이동하는 씬으로 촬영을 진행하였고 오후 3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루어진 촬영이였다. 두돈반에 직접타서 이동하는 씬은 병력들이 두돈반에 올라타 총을 사타구니에 끼고 울퉁불퉁한 내리막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씬이였는데,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흥미진진했었지만 도중 쇠고챙이 같은게 트럭의 천막을 뚫고 들어와 크게 다칠 뻔했다. 야식은 떡볶이, 순대, 오뎅을 지급하였지만, 사람들이 많아 앞에있는 사람 많이 먹을 수 있고 뒤에 있는 사람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뒤에있는사람들에게는 햄버거하나와 콜라가 지급되었고, 건물밖에는 뜨거운 물 정수기와, 율무차 커피 티백, 사탕과 초콜릿, 음료수, 과자 등 허기나 단것을 채우기 위한 장소가 제공되었다. 촬영을 중간쯤 마치고 쉴 때는, 생활관의 난로와 제공된 핫팩으로 추위를 달랬고, 다시 촬영을 하러 건물을 벗어나 연병장으로 갈 때는 추위의 지옥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곤, 보관소에서 하이바와 총, 탄띠를 반납하고 버스로 가 옷걸이에 군복인 셔츠, 외투, 바지, 고무링, 벨트, 군화와 원래 입고 있었던 사복을 교체하고 보관소에 나머지 의상을 반납했고, 물티슈로 분장한 때를 제거하고, 버스를 타 귀가했다. 새벽이라 막차가 끊겨 버스로 어느정도 간 뒤에는 걸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집에 돌아가서는 곯아떨어져 잠을 수십 시간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