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에서는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을 통해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에 오를 수 있다. 마법사들이 머글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승강장 입구는 기둥으로 위장했다.

철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차고지에는 -1번 선로가 있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 또는 구 서울역 0번 승강장이라는 내용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번호의 선로에 열차가 오르고 운전수가 내린다면 어느순간 열차가 사라져있다는 괴담이다. 그날 열차들을 점검해보면 예정에 없이 한 편성의 열차가 사라져있다가 다음날 아침에는 멀쩡히 차고지에 돌아와 있다고 한다.


"열차들이 나들이라도 다녀오는걸까나"


"어쩌면 모임이라도 가지는걸수도 있지"


운행이 끝난 0007, 행신역 차고지, KTX 066편이 차고지로 돌아온다. 정비를 위해 멈추는가 싶더니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달려간다. 끝이 막힌 선로 너머로 달려가는데, 탈선하지않고 그대로 포탈을 타듯 머리부터 증발해버린다.

끝내 18호차와 마지막 동력칸까지 사라진 그 선로에는 -1번이라는 표지판만 남아있다.



노을지는 푸른 들판에 티파티가 벌어지고있다.

규모가 꽤 큰지 제법 많은 여성들이 어울리고 있다. 그런데 참석자들 옷차림이 조금 희한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드레스가 연상되는 화려하지만 새까만 옷차림의 귀부인이 있는가 하면, 형광청록색 장발의 트윈테일에 미니스커트인 미래적인 소녀도 보이고, 작업복 아래로도 알 수 있는 탄탄한 근육질의 거한의 여성들도 함께 어울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 가장 많이 보이는건 깔끔한 승무원복에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넘긴 차림이다. 그렇게 어울리며 삼삼오오 웃는 와중에 새로운 여인이 등장한다.


"Bonsoir, Korea Train eXpress 066 도착했습니다!"


푸른 계통의 승무원복에 단정히 흑발을 빗어넘긴 사각안경의 장신의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Enchantée, 그보다 소개가 잘못된거 아닌가요? 급행열차가 아니라 Korean TaXi겠죠?"


언뜻보면 처음의 여성과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조금 키가 작고 온렌지색 계통의 승무원복의 여성이 맞이해줬다.


"하여간, Train à Grande Vitesse 언니는 매번 볼때마다 그 소리에요? 저도 신나게 달리고 싶죠! 하다못해 지금 당장이라도 달릴 수 있는데 돈없다고 못달리게하는거 다 아시면서!"


"그래요, 달리기로는 전세계 최고속도인 우리 알스톰 혈통이니 잠재력은 충분한데, 그걸 썩히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요. 그런데 귀여운 우리 동생은 안오고 언니쪽만 왔네요?"


"아, 산천 걔 고속주행중에 발목을 접질려서요.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날 뻔 했어요. 지금 한창 요양중이라 오늘은 못왔는데, 금방 정상운행 할거에요."


"어머, 현대로템이 바득바득 우겨서 데려간건데 애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소중하게 지켜줘야 할 동생이 왜이리 잔병치례가 많은지. 역시 본사에서 직접 관리를 해줬어야 했으려나요. 그리고 대체 막내는 언제 구경시켜줄건가요? 이음이 막내도 이제 상업운행 시작했다면서 아직도 얼굴을 못보고있어요."


"아하하- 그보다! 이제 막 도착했으니 선배님들께 인사돌리고 올게요!"


"잠깐, 아 또 빠져나갔네요. 뭐 오랫만에 친척들 얼굴도 보고 좋았어요. 나야 단종됐지만 창창한 동생들이 많은건 기분 좋네요."


친척언니로부터 빠져나온 KTX는 파티장을 다니며 검정-빨강-노랑 머플러를 두른 지멘스 ICE에게 인사하고, 가까운 친척인 TGV 유로스타와 회포를 풀고, 갈수록 피폐해져가는 후배 봉바르디에 CRH와 인사하고, 같은데서 근무하는데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는 먼 친척 동생 펜돌리노 CRH5와 또다른 대가족인 신칸센 후배 CRH2도 만났다. 그리고 CRH2에게 물어서 신칸센 본가 소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를 돌렸다.

겉으로만 보면 장신의 여성이 귀여운 꼬마들에게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는 기묘한 광경이었지만, 대부분이 까마득한 선배님이니 이상할건 없다.

그러던 중 후지산과 벚나무가 큼지막하게 그려져있고, 벚꽃잎이 흐드러지는 기모노에 대나무 우산을 비껴쓴 아리따운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어딘가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넨다.


"신간선(新幹線) 왕언니, 저 왔어요! 올해도 정정하시네요~"


어지선가 작은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어머, KTX 후배님 아니세요. 후후 그보다 아직 창창한 17세 소녀한테 정정하다니요, 소녀한테 실례되는 소리랍니다?"


풉.


과연 어디서 들린 소리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KTX는 그대로 웃는 얼굴에 입꼬리만 조금 더 올렸다.


"에이, 이제 모조리 단종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집에만 계시는데 신간선 왕언니도 조심히 관리하셔야죠, 조심하지 않으시면 저기 DMZ에 철마 할머니처럼 반송장인채로 괴로울 뿐이에요?"


다른 이들에게는 꾸준히 신칸센(しんかんせん)이라고 불러주던 KTX였으나 꼭 신칸센 0계만큼은 굳이 신간선이라고 불러주는 KTX는 곧 허리를 꼳꼳이 펴고 몸의 굴곡을 강조하면서 어께를 주무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도 나름 많이 운행했고, 동력집중식이라 이 큰 전동기를 관리하는게 벌써부터 힘들더라구요~ 근데 왕언니는 동력분산식이라 관리할 전동기가 한두개가 아닐텐데, 조금 삐끗하면 절구통처럼 통통해져버릴꺼에요?"


"호. 호. 절구통이라뇨, 원래 기모노를 입으면 체형이 가려지는법이랍니다? 저도 아직 나이스바디에 한창 현역이에요? 하여간 이래서 외국물먹은애들은 기본 예의가 안되어있다니까요. 당신네 막내도 동력분산식이라던데 차라리 당신이야말로 그 시대에 뒤쳐진 커다란 흉물을 잘라버리는게 어떠신지?"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신칸센이 누군가를 불렀고, 곧 형광초록 트윈테일 하야부사와 놀던 꼬마아이가 다가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긴 앞머리가 눈을 완전히 가린 스타일이었다.


"소개할게요, 우리의 귀여운 막내 리니어쨩이랍니다? 아직 개발중이지만, 벌써부터 전세계 최고속도를 기록해서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에요?"


꼬마 리니어 신칸센은 예의바르게 인사했고, KTX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어머, 우리 꼬마가 그 유명한 리니어쨩이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앞으로도 힘내렴~"


"그래, 리니어쨩은 돌아가보렴. 참 귀엽고 기대되는 아이죠, 무엇보다도 저 아이는 당신네가 별 기행을 벌이며 기록한 570 km/h보다 훨씬 빠른 603km/h를 기록했답니다? 이제 퇴물은 저리 빠지시죠?"


"어머나~ 그건 자기부상으로 날아서 달성한거잖아요, 우리 POS동생은 직접 전동기와 철륜으로 달려서 574.8 km/h까지 찍은거랍니다? 기록은 아직도 유효해요. 그리고 진작 퇴역한 왕언니가 퇴물 운운할거리는 아닌것같은데요?"


한편, 리니어쨩을 다른 신칸센에게 맡긴 하야부사는 고속열차들의 모임과는 조금 떨어진 다른 모임으로 움직였다.


"에효, 저 언니들은 하여간 살벌하다니까, 옆나라인데 좀 사이좋게 지내면 안되나몰라."


그렇게 미쿠쨩은 가오슝 첩운 소녀들을 습격했고, 그렇게 파티 한구석에 그림체가 다른 세상을 만들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 블로그 만화 비행고등학교 시리즈를 생각하면서 씀.

#집안-제조사

#형식명, 근무지-차량명, 브랜드, 철도회사

#선후배-도입연도

#파생형-언니동생

#키-1편성 차량수

#체지방 및 근육-동력방식

#엄격하게 따지지 않고 느슨하게 느낌적인 필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