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라티는 목에 난 상처를 움켜쥐었다. 상처에서 피가 조금씩 튀고 있었다.


“난 지금까지… ‘헬기에 탄 사내’의 ‘곰팡이’만 막으면 위기가 끝날 줄 알았어… 하지만 사태는 아직… 위기는 ‘땅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 사내야…! 놈이 먼저 콜로세움에 가는 걸 내가 막지 못하면… 놈은 폭주할 거야!”


세코가 부차라티에게 달려들어 그를 붙잡으려 들자 부차라티는 빠르게 공중에 뛰어올라 그 자리에 쇠기둥을 박아 지지대 삼으며 세코의 머리를 발로 쪼개 버리려 했다. 하지만 세코는 몸 전체를 가라앉혀 공격을 피하고 곧이어 바닥에 박은 쇠기둥도 바닥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성가시다고… 부차라티… 이제 알았을 텐데… 근거리 스피드와 파워라면 내가 위라고! 성가시거든! 여기서 처리해주지!”


세코가 부차라티를 향해 주먹을 날리자 부차라티는 발로 쇠기둥을 날카롭게 잘라 들이밀었다. 세코는 그것을 피했지만 부차라티는 그것을 예상하고 스티키 핑거즈로 공격했다. 세코가 누운 자세로 공격을 방어하다 몸을 옆으로 틀자 덕분에 부차라티의 균형이 무너지자 그것을 놓치지 않고 세코는 부차라티를 걷어 찼다. 부차라티는 그대로 길 건너 상점의 유리문을 박살내며 쓰러졌고 유리 파편이 부차라티에게 비처럼 쏟아졌다.


“잔머리 하난… 잘 굴리는 놈인걸… 또 놓쳤어… 간발의 차로… 하지만 말이야. 역시 이상한 육체… 뭐냐고… 넌…? 유리에 찔렸으면서… 별로 피도 안 나… 아까 목을 베였는데도 별 문제없는 것 같고.”


그리고 부차라티는 보고야 말았다. 저 멀리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콜로세움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이미 세코도 본 광경이었다.


“네 눈에도… 보였냐…? 저게 뭐 같아? 2층 아치 쪽이지? 빛났지~? 방금 전에도 말이야~”


그리고, 두 사람은 확실하게 보았다. 콜로세움 2층에서 한 남자가 쌍안경을 들고 있는 모습을. 양 다리에 금속제 의족을 차고 휠체어에 탄 그자는 휠체어를 움직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뭔가 숨었다! 방금 그건! 보였다! 힐끗 보였어! 빛이 반사된 거야! 쌍안경으로 여길 보고 있었어! 너희가 만나러 가는 놈은 분명 저기 있어! 휠체어에 타고 있었지…?! 의족 같은 것도 보였어! 몸에 장애가 있는 건가?!”


세코는 부차라티에게 달려들었다.


“비밀은 내가 접수하겠어! 네 몸이 뭐든 간에에에에에!!”


부차라티는 불투명한 유리 파편 중 가장 크게 부서진 파편을 일으켜 세웠다.


“숨통을 끊어주지, 부차라티!”


그 순간, 유리 파편 뒤로 완전히 숨은 부차라티의 실루엣이 지면 아래로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코가 급히 주먹으로 유리 파편을 깨부쉈으나 부차라티는 바닥에 지퍼를 남긴 채 사라져 있었다.


“어디서 까불어?! 지퍼로 지면에… 내 흉내를… 지면에 숨어서 날 당해낼 수 있을 줄… 알기라도 하는 거냐! 받아라! ‘오아시…’”


지면을 치려고 하는 그때, 세코는 무언가 느끼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숨은 게 아니야… 이동하고 있어… 지면으로 느껴지는 이 ‘진동’… 땅 속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진동’이야… 따… 따라하고 있어! 누… 누구 맘대로… 이딴 흉내질 하는 거야? 콜로세움에 먼저 가 놈을 확보할 셈이야! 하… 하지만 초짜니까 금방 모습을… 드러낼 거야!”


세코는 황급히 바닥을 살폈다.


“호흡을 하기… 위해서 말이야… 얼굴을 내밀 거야! 땅속에서 숨을 오래 쉴 수 있을 리 없어! 죽은 사람이라도 되는 게 아니면…”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부차라티는 땅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세코는 당황해 소리쳤다.


“이… 이 자식! 누… 누구보다 먼저 비밀을 알아내는 건 바로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