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일상에서 사라진 뒤로 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는데,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보고싶은 밤이라 끄적여봅니다. 


당신은 내게 문득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널 만난 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당신은 꽤나 자주 그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나는 내가 그만한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하였고, 늘 그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실은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요. 


당신의 공백을 채운 건 참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유난히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기에,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나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더러 생기더군요. 월경통에 힘들어할 때엔 약을 챙겨주러 집앞까지 찾아와주는 사람도, 몇시간씩 잠자코 내 이야기만 들어주는 사람도, 맛있는 것들을 잔뜩 사주는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해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애석하게도 당신이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나를 다시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가끔 당신이 지나간 흔적이 보이곤 합니다. 반지가, 목걸이가, 편지가 당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통 치워 버리지를 못하겠던데,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만나고 있을 때도 당신은 내가 놓고 간 목걸이만 보면 울고는 하지 않았던가요? 요새는 당신이 덜 울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에게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아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있노라면 결국 바뀐 것이 없는 것만 같아 쓸쓸해집니다.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고 말은 하였으나, 당신이 돌아오려면 영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 이곳은 하늘이 맑아 밤에 별이 참 잘 보입니다. 우주를 좋아하는 당신과 꼭 한 번쯤은 별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신이 말했듯 우리가 정말 인연이라면, 우연히라도 다시 마주치게 되겠지요. 그 때엔 연인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다시 헤어지지 맙시다.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흑백사진 같은 일상이라도 당신이 잘 지내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늘 당신의 인생에 아름다운 인연이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