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 만약 관리자가 그때 떠나기로 결정했었다면

(https://arca.live/b/counterside/55899420)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I: 공익 등장

(https://arca.live/b/counterside/55915019)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II: 스포)리타와 대시는 육익한테 구출받음

(https://arca.live/b/counterside/55929667)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V: 용과 뱀의 윤무곡

(https://arca.live/b/counterside/55949571)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 리뎀션 오브 더 킹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Part VIII Part IX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 뉴건담 카린과 겟타팀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 경력사원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I: 악마성 로자리아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X: 어둠 속의 왈츠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Part VII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 테라사이드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VI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 눈을 뜬 마왕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I: 리턴 오브 더 킹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




  --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I: 악마성 로자리아 --




 엔진이 피격되 검은 연기를 피우며 곳곳에서 삑삑 울어대는 경고음을 퍼트리는 코핀. 마치 벌집을 떨어트리면 그대로 벌이 뛰쳐나오듯이, 그 안으로부터 강철의 검은 날개를 펼친 힐데와, 흰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뛰쳐나오는 뱀에 올라탄 오로치가 보였다.


 지아와 린과, 에디와 찰리와 제시카, 그리고 미나토와 마사키는 그대로 루시드와 아키와 치후유와 함선에서 빠져나와 차원융해를 일으키는 첨탑을 공격하러 빠져나왔다. 그들의 위로 마치 전투기 같이 힐데가 이리저리 날면서 적의 위치를 탐색하려고 애썼다.


 "나와라, 로자리아! 겁쟁이처럼 숨어있지 마!"


 힐데의 기세 좋은 외침에, 오로치도 눈을 감으면서 보주에 양손을 대고서는 중얼거리면서 주문을 외웠다. 푸른 도깨비 불들이 나타나더니 힐데에게 날아가고는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적이 가까이 오면 그것들은 바로 악령처럼 날아가 적을 불태우거나 혹은 공격을 대신 막아낼 것이다.


 "첩이 없던 사이에 인간들은 얼마나 강해졌나 기대했더니만… 이렇게 간단히 침몰할 배라면 현 인류의 기술력이라는 것도 딱히 대단한 건 없을지 모르겠다."


 오로치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힐데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냥 낡은 배니까 그런 거다. 이럴 줄 알고 유빈 씨가 쓰던 아슈세이버를 달라고 했는데, 사장 녀석은 코핀이면 충분하다 우기지 않나…."


 "음…? 네 회사에 있던 방주들 모두 비슷한 재질로 건조되지 않았더냐?"

 "아니다, 오로치. 내구력이라면 몰라도, 현대 차원전함은 딱히 무슨 합금을 썼냐에 따라 방어력이 결정되지 않아. 사장 녀석, 코핀은 이름만 전함이지 이젠 캠핑카랑 다를 것도 없는 구형인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오로치를 뒤로 하고서, 힐데는 계속 투덜거리며 눈을 돌렸다. 저편에서 로자리아가 데스볼을 만들고는 전함을 향해서 던졌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아. 브륜힐데, 배가 부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부탁하기는 미안하지만… 너는 이면세계… 아니, 거울세계와 현실세계를 잇는 문을 열 수 있지 않나?"

 "과연 그러하다.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네녀석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구나. 그런데 말이다… 그것도 결국 주술의 일종이기에 너희가 만든 배처럼 편리한 건 아니다. 준비하는데 몇 분 걸리기도 하고 말야."


 힐데는 자신의 주위를 도는 도깨비 불들이 거슬리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오로치에게 물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나? 당신은 솔리키타티오보다 뛰어난 공간이동 능력을 쓰지 않았나?"


 "나 혼자만 쓰는 것하고 너희들을 전부 옮기는 것은 다르지 않겠느냐?"

 "아… 그랬었군."


 힐데는 레긴과 파프닐을 꽉 쥐고는 주위를 크게 돌다가, 날카로운 눈매를 지으면서 오로치에게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첨탑의 파괴다. 직후 코핀을 버리고 그냥 이탈하고 싶지만…."


 "일렀듯이, 모두를 이곳에서 안전히 옮기기 위해선 몇 분의 준비가 필요해." 오로치는 눈을 감고서 이어서 말했다. "지금 대장은 너다. 어떻게 하겠느냐, 전천사? 탑이 파괴되기 전에 미리 세계를 잇는 주술을 준비할까? 아니면…?"


 "주술을 외는 동시에 적들을 공격할 수는 없겠나?"

 "그건 무리겠구나. 어느정도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야."

 "만일 네가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


 힐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눈을 감으면서 고민하다 날카롭게 뜨며 물었다. "오로치, 네 의견을 먼저 묻고 싶은데… 혼자서 로자리아와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녀는 어려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네녀석까지 도와준다면 이기지 못할 것은 없지만… 첩 혼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자 힐데는 고민하지 않고서 빠르게 결정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만일 로자리아가 갑자기 나타나 달려든다면 나도 혼자선 녀석을 막지 못할테니까… 그러면 첨탑이 파괴된 후에 귀환하는 차원문을 준비해줘. 괜히 불필요한 리스크를 수반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오로치의 입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몸의 원주인인 치나츠 본인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치후유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합류하겠습니다." 힐데가 말했다. "부탁하지, 나는 이곳의 주위를 돌며 마왕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겠다."


 새빨간 루비와 같이 빛나는 하늘에, 실크처럼 하얀 구름들의 옆에서 떠있었던 두 여자는 이후 빠르게 혜성처럼 다른 방향으로 가속했다. 왼쪽에 서있던 오로치는 첨탑을 향해서 달리는 치후유들을 향해 가까이 갔고, 오른쪽에 서있던 힐데는 그대로 몸을 공중에서 돌리며 회전하곤 바깥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중세의 성과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는 차원융해의 첨탑을 무너트리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화력이 필요했다. 함선이 추락한 직후에, 지아는 퓨전 레이 스트림의 런쳐를 코핀에서 따로 분리해 아키와 시엔, 미나토와 마사키가 운반하게 시켰었다. 치후유와 에디와 찰리와 제시카와 루시드가 각자 무기를 들곤 따라가며 호위했다.


 "그런데 말야, 이거 정말로 쓸 수 있는 거야? 엔진에 연결시켜서 에너지를 공급 받는 물건아냐?" 달려가던 도중 제시카가 지아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퓨전 레이 스트림은 원래 이면세계와 동시 발견되었던 뉴얼론 입자들을 차지하여 방출한단 발상으로 설계했던 무기예요. 이면세계에서 특수 입자들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 것은 어렵기에 결국 함선의 동력원에 직접 연결하고서 별도의 에너지원을 사용하도록 개량됬지만, 후기형과 달리 초기형은 뉴얼론 입자를 사용하는 블랙플라이 모듈을 장착하고 있어요."


 찰리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그러니까… 그… 입자는… 어…." 주위에 계속 총구를 향하면서 경계하던 에디가 대신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코핀의 엔진에서 에너지를 끌어쓰지 않고서, 뉴얼론이란 미립자로 대용한다는 거다. 그러면 그 입자가 이 차원에서는 짙게 깔려있다는 거겠지?"


 "아니요."

 "뭐?"

 "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요. 그러니까, 어쩌면 제가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입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고? 그리고 입자를 창조할 수 있다고? 그 말을 듣고서 에디는 반문하려다 그만두었다. 코핀에서는 고대의 신화나 중세의 마법이 현실이니까. 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충 납득했다.


 그들이 달리고 있을 때, 위로부터 오로치가 내려보며 말했다. "호오? 배에 달렸던 포를 떼어 가지고 왔구나."


 낑낑거리면서 힘들게 들고 달리는 마사키가 말했다. "살짝 무겁다고, 이거 말야… 근데, 오로치 당신이라면 직접 탑을 부술 수 있지 않나? 귀찮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투덜대지마, 마사키."

 "불평하는 게 아니라 묻는 거잖아. 신성고대종이라며? 화염으로 녹이던지, 바위들을 던져 부수던지. 못해?"


 그러자 치나츠의 목소리가 들리며 그녀가 대신 말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기 독일어로 쓰여진 주술방진들이 있어서, 술식에 의한 힘은 첨탑에 어떠한 피해조차 주지 못할 거예요. 그렇다고 주술방진들을 해석해서 해제하기엔 너무 오래 걸릴테고요…."


 그것을 듣고서 놀란듯이 치후유가 대답했다. "언니, 설마 서양의 마법진 같은 겁니까?"


 "응. 로자리아는 매우 강력한 마왕 중 하나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쪽 문화권의 주술인 마법이 맞는 것 같아."

 "그게 정말로 로자리아 본인이 썼던 것일까요? 저번에 그 마왕은 어떤 보호술식도 사용하질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모르겠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니?"

 "아뇨… 단지 석연치 않아서 말씀드렸던 겁니다."


 치후유는 왠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마법을 방해하는 방어진을 진짜로 그녀 본인이 쳤던 것일까? 지난 번의 이온 캐논에서 싸웠을때 그녀는 단지 자신의 선천적인 압도적인 힘에 도취하며 그것에 의존하듯이 보였다. 딱히 마법과도 같은 부차적인 수단을 혼자 연습하고 연구하는 그런 성격으로 보이진 않았었는데.


 '누군가가 더 있을지도 몰라… 물론, 기우였으면 좋겠다마는.'


 그녀는 단지 자신의 직감이 틀리길 바라며 모두와 발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카운터의 힘에 의존하여 너무나도 무거운 퓨전 레이 스트림 런쳐를 들고서 겨우겨우 첨탑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지아가 거대한 바위에 그것을 비스듬이 받치라고 부탁한 뒤에 직접 첨탑을 향해 겨냥하듯 고정시켜 놓았다.


 "저…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그 특수입자는 어떤 방법으로 만들 수 있죠?" 아까부터 지아의 얘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던 루시드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지아가 눈을 감더니 그대로 공중에 살짝 뜨면서, 주위에 신비로운 기운의 은은한 바람이 그녀의 몸에 고요히 휘돌면서 불었다. 곧, 그녀의 등에서 여러가지 빛깔이 섞여지듯 보이는 날개가 펼쳐져 나왔다. 엘리자베스의 푸른 용익보다도 컸다.


 이전에 그 모습을 보았던 린은 선글라스를 벗곤 팔짱을 끼었다. 아키는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뭐, 뭔가요, 이게?" 무표정한 얼굴로 지아가 대답했다.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힘입니다. 제 카운터 능력이예요."


 "잠깐…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면 그냥 로자리아를 바로 없애거나 혹은 전쟁을 끝내달라고 빈다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쉽진 않아요. 저는 램프의 지니나 중국의 신룡이 아니기 때문에… 추상적인 과정으로 도출되는 소원은 구현시키질 못하고, 또한 저 자신이 모르는 것들은 이뤄줄 수 없으니까요. 오직 차원의 위에 물리적인 형태로서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직관적인 현상만 기원할 수 있어요."


 다른 세계의 지아와 달리, 이곳의 지아가 쓸 수 있는 능력엔 딱히 쓰면 쓸 수록 인간성을 잃게 된다거나 혹은 무기물이 된다거나 하는 리스크는 없다. 다만, 같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능력이지만 매우 뚜렷한 한계가 있다.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은 돈이나 금과 같은 물질을 허공에서 갑자기 만들어 내는 것으로 들어줄 수 있지만, 왕이 되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건 이뤄줄 수 없었다. 오직 물리적인 영역에만 간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지아 자신의 카운터 리얼리티 포스를 소모하였다. 그렇기에,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스케일에도 결국 총량적인 한계가 있었으며, 또한 그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힘을 전부 써서도 안 되었다.


 흥미롭게도 지아 본인이 자신의 힘을 실험해본 결과, '이터니움을 만들어 달라' 같은 소원을 자신에게 빌었을 경우, 자신의 카운터 워치에서 소모되는 양만큼 동일한 이터니움이 만들어졌다. 궁극적으로 그녀의 능력은 이터니움을 소모하는 현실개변력 자체였다.


 어쨌건 지아가 이어서 말했다. "예전에 뉴얼론이란 입자가 뭔지 관리자님이 제게 알려주셨으니까, 저라면 확실히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퓨전 레이 스트림에 손을 대고는, 날개로부터 퍼지는 하늘색과 옅은 붉은색이 뒤섞인 오라가 그녀의 몸으로부터 뿜어져 런쳐에 스며들었다.


 "믿기지 않아…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입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에디가 놀라며 중얼거렸다.


 "미립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질적인 현실을 크게 바꾸진 않으니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에너지 충전을 위해서 저는 여기서 가만히 있어야 해요."

 "알았어, 우리는 회장님을 지켜주면 되겠군."


 지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와 찰리와 제시카는 각기 라이플을 장전하며, 미나토는 화살을 뽑아들곤 활에 대고, 마사키는 큭큭 웃으면서 왼손에 보라빛 불꽃을 훅 붙였다.

 이때, 루시드는 뭔가 길쭉이 솟은 거대한 나무들의 옆에 무언가 술렁이며 움직이며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프렛셔를 느꼈었다. 특유의 감이 발동한 것일까, 곧 그녀가 오로치에게 속삭이더니, 오로치는 그대로 사방으로 얼음덩어리를 흩뿌렸다. 나무들이 무너지며 마치 시체들이 일어나듯, 묘한 분홍색 악의에 휩싸인 검은 그림자가 일어났다.


 "침식체?! 아니, 그냥 망령이 시체에 붙은 망자들인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도 어째서 느끼질 못했지?" 치후유는 무서운 눈을 지으며 카타나를 뽑았다. 뱀 위에 탄 오로치가 말했다. "첩이 보아하니, 이것들은 몇백 년 전부터 묻혀졌던 시체들이었다. 바로 방금 누군가가 혼령의 주박을 풀어내어 조종하고 있는 거다."


 "오로치 님, 혹시 마왕 로자리아는 이런 속임수를 자주 썼었습니까?"

 "그렇지 않았다. 첩이 기억하기에 녀석은 이런 사령술엔 딱히 흥미가 없었으니까."


 '역시… 뭔가 있어.' 치후유는 그렇게 생각하며 발을 어지럽게 놀리면서 바로 망자들에게 다가가 일격으로 깨끗이 베어냈다. 돌격하는 치후유의 왼쪽으로 마사키가, 오른쪽으로 아키가 같이 달리며 적들로부터 포위되지 않도록 나섰었다.

 하지만 오리야아앗, 그렇게 외치며 여러가지 기술들로 화려하게 망자들을 밀쳐내며 돌격하는 마사키와 달리, 아키는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신의 무게중심을 잡기 어려워하며 휘청거렸고, 어설프게 망자를 향해 칼날을 누르다 그대로 뽑지 못하게 박혀 버렸다.


 "이… 이거, 빠지질 않아!" 일단은 치후유의 옆에서 같이 싸우려고 기세 좋게 나섰지만…. 아키는 아키답게 그대로 곧 위험에 빠졌다. 그러자, 칼날을 박았던 망자의 옆에 서있던 다른 망자가 자신을 향해 썩어흐르는 손길을 뻗쳤다.


 "……!"


 그것을 본 치후유가 그대로 기교있는 폼새로 다리를 움직이며 아키의 옆으로 다가와, 카타나를 그 망자의 머리에 깊숙히 찔러넣고는 휙 뽑아내었다. 쿵, 하고 쓰러지는 좀비.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아키 님은 루시드 님을 지켜주십시오."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인 아키는 도망치듯, 지아의 옆에서 원을 그리듯 서로의 등을 맞대고 총을 쏘는 에디와 찰리와 제시카와 시엔을 넘어서, 혼자서 쓰러져있는 시체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중얼거리고 있는 루시드에게 다가갔다.


 "저기, 루시드 씨…?"

 "……."


 여행가방처럼 보이는 장치를 다른 손으로 잡고서 뭔가 중얼거리는 루시드. 총소리가 주위에서 크게 들리는데도 이렇게 집중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아키는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하며 검을 꽉 쥐고는 주위를 경계하며 살펴봤다.


 곧, 그녀가 눈을 확뜨며 말했다. "이 망자들을 부리는 힘의 근원은… 그래요, 저기에 있어요!" 그 소리에 놀란 아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네? 힘의 근원?"


 "아키 씨도 알겠지만, 저는 제 뇌파를 통해 침식체를 조종할 수 있어요, 이건 정말로 엄청 오래 전부터 묻힌 시체들이었고, 오로치님이 말하신 대로 누군가가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혼령들을 빙의시키는 방법으로 다루고 있던 거예요. 그리고 이 힘이 어디서 오나 봤었는데… 저쪽이예요!"


 그리고서 루시드는 낑낑거리며 크고 무거운 가방을 잡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 혼자서 뛰어갔었다.


 "자, 잠깐! 혼자가면 위험해요! 기다려요, 루시드 씨!" 아키는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대장이 보이지 않기에 오로치에게 빠르게 달려가 설명하고는, 그녀의 뱀에 올라타 루시드를 같이 쫓아갔다.


 한편, 보이지 않는 마력이 폭풍처럼 난폭하게 대류하는 이계의 하늘에서 정처없이 날아다녔던 힐데는 갑자기 자신 주위를 애완동물처럼 돌았던 새파란 도깨비불들이 갑자기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음…? 뭐지?'


 도깨비불들은 미친듯이 계속 이리저리 허공을 굴러다니다 그대로 허공에서 무언가와 충돌해, 붉은 하늘의 빛깔에 카멜레온처럼 숨어 있었던 형체를 드러내었다. 힐데가 검을 꽉 쥐며 말했다. "로자리아?! 잠깐… 이건?"


 "아차차… 들켰네."


 그것은, 평범한 마녀의 지팡이가 아닌 기계적인 장치를 휘적거리며 도깨비불을 떼어내는 분홍 머리의 소녀였다. 유나 스프링필드, 그녀가 레일리와 함께 발키리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유나가 누군진 몰라도 레일리는 알아보던 힐데가 물었다. "너는 설마… 스프링필드 가문의 가디언? 말도 안 돼, 그녀들은 십삼세기 마녀사냥 당시에 전부다 붙잡혀 불태워졌다고 들었는데?"


 놀라하는 힐데에게 레일리가 대답했다. "오랜만이군, 브륜힐데. 어쩌다보니 우리의 운명이 다시 엇갈리게 됬어." 그러자 유나가 레일리에게 물었다. "에? 잠깐, 레일리, 혹시 아는 사람?"


 "그래, 보통 상대가 아냐. 지금의 너로선 이기지 못할 거다."

 "어?! 어… 이런, 큰일났네…."

 "그러니까 마법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랬어!"


 긴장감 없이 떠드는 둘을 보고서, 힐데는 날카롭게 칼을 향하면서 말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만일 우릴 방해한다면 봐주지 않겠다!"


 "오, 온다! 레일리, 어떻게 해야되?!"

 "바보 녀석! 실전에서 그렇게 긴장하면 어떻게 대마녀가 될 수 있겠나? 일단 피하면서 배리어를 치고 보조마법들을 전부 시전해!"

 "그렇지, 맞아. 헤헤, 레일리가 갑자기 겁주니까 너무 당황해서…."

 "그게 내 탓이냐?!"


 힐데는 한숨을 쉬면서, 적당히 봐줄 수 있는 데까지 봐주기로 결정했다. 유나 본인만이 아닌, 레일리가 그녀의 주위를 감싸듯이 돌며 투사체를 힐데에게 흩뿌렸고, 힐데는 그걸 능숙하게 피하며 레일리를 넘어 유나에게 하얀색 장검을 치켜들면서 달려들었다.


 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루시드가 달려갔던 그곳에는 마치 뱀파이어의 관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었다. 왠지 몽롱한 느낌의 분홍색 빛이 퍼져나오는 것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루시드가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었던 그때, 갑자기 지면에서부터 검은색 손이 피어나오듯 올라왔었다. 당황하는 루시드를 향해 거대한 손바닥이 손가락들을 펴내며 휘어잡으려 할때에, 뒤에서 하얀 뱀을 타고 있었던 오로치가 그녀를 낚아채며 뱀에다 태웠다.


 "꺅! 아… 오로치 님?"


 놀라면서 아키와 자신을 쳐다보는 루시드를 흘깃 보고는, 오로치는 그대로 눈길을 돌리면서 뱀의 입을 열어 전격을 관을 향해서 쏘아버렸다. 그러자 그 앞에서 어떤 투명한 그림자에 막혔다. 은신해있던 마녀는 정체를 드러내었다.


 "로자리아 녀석… 도대체 바깥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북쪽의 발키리와 극동의 수호신까지 쳐들어왔어?" 라우라가 모자를 고쳐쓰며 투덜대었다. 지수와 대등한 수준의 전격방어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던 그녀는 오로치의 강력한 필살기를 정통으로 맞고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가소롭구나, 작은 마녀야.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보면 몰라? 나는 여기 주민이야. 침입자가 오면 쫓아내야만 하지 않겠어?"

 "…여기에 살고 있다고?"


 오로치는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해 하다가, 검은 손아귀들을 피해 뱀을 수직으로 상승시키며 치솟았다. 아키가 뱀의 등을 꽉 잡고는, 떨어질까 무서운지 소리질렀다.


 "꺄, 꺄아아아악! 아… 놀래라."


 오로치는 아키를 힐긋 보다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주를 들어올려 여러가지 주술들을 외웠다. 그녀의 주위에 공전하는 화염구들의 원이 돌아가면서, 또한 낙뢰를 쳐내기 위해 먹구름을 불러오고, 또한 정신을 집중해 밑의 손들을 그대로 얼렸다.

 특히 검은 그림자 같은 손들을 얼리는 그 주술은 라우라에게 치명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마치 두더쥐잡기처럼 지면 그림자에 파고들어 계속해서 뒤섞으며 바쁘고 혼란스럽게 공격하려고 했는데, 그대로 얼음에 갇히며 회수할 수 없었다.


 "치… 칫, 플루토!" 라우라는 당황하며 플루토를 향해 오로치의 얼음들을 어떻게든 깨트리라 명령했다. 사실, 이런 비효율적인 판단을 한 이유는 망령들과 망자들을 일으키는 고위 사령마법을 걸고 있었던 중이기에 자신이 직접 별도의 주문들을 시전하질 못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마녀치고는 왠지 우둔하구나."


 오로치는 그대로 고양이가 얼음까지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의 힘으로 다시 빠르게 녹였다. 붉은 마력을 먹인 날카로운 손톱으로 긁으려고 했었던 플루토는 그대로 물을 온 몸에 맞고선, 갑자기 왜 얼음을 풀어내었던 건지 이해하질 못하다가, 위로부터 떨어지는 벼락을 맞았다.

 라우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것을 보았다. 여러 스펠들을 셋업하여 유기적인 형태로서 연계하곤 정교하고 예리하게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스승인 대마녀 메이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오로치에게는 마치 쇼기를 두듯 과거에 많이 반복한 평범한 수였었지만….


 "경솔하게… 도대체 왜 그랬지? 으으… 미안해, 플루토."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루시드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라… 나쁜 사람이 아닌가?' 침식체를 세뇌하면서 부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동정심과 연민을 가졌었던 그녀는 흡사 자기를 보는 것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다.


 "작은 마녀야, 이곳에 산다고 했었지? 그렇지만 어째 네녀석은 침식체 같이 보이진 않는구나. 아니… 걔네들 중 한 명일까?"

 "……."

 "첩과 얘기하는 것이 싫느냐? 어쩔 수 없지, 그러면 빨리 끝내자. 이쪽도 바쁘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오로치는 그대로 뱀의 주위를 위성처럼 계속해 공전하며 수가 점점 증가하는 화염구들을 멈추고는, 손가락으로 라우라가 아닌 그녀의 관을 향하면서 던져내었다. 화염구들은 이내 시계방향으로 돌며 하나로 합쳐지더니 거대한 메테오처럼 맹렬히 추락하였다. 다만 그때….


 갑자기 저편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날라왔었다! 유나의 으뜸패, 프로미넌스였다. 그것은 곧 오로치의 화염구와 충돌하여, 엄청나게 강렬한 섬광을 번쩍이며 무서운 굉음을 내고는, 터져버리며 주위에 엄청나게 큰 불똥을 흩뿌려댔다.


 "이, 이건… 로자리아? 아냐!" 오로치는 당황하며 긴 소매로 얼굴을 가렸고 그녀가 타고 있던 뱀조차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렸었다. 잠시 뒤에, 유나가 저기서부터 날라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때?! 라우라를 괴롭히는 녀석들은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는 유나를 보고선, 라우라는 손으로 이마를 잡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녀석… 뭐, 됬어. 유나, 빨리 저 얼음을 전부 녹여줘!"


 라우라를 보면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유나는 갑자기 힐데의 방해에 놀라면서 공중에서의 균형을 잃을 뻔했다. 배리어를 치곤 달려들며 계속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플러리를 휘두르는 그녀에게 레일리가 화염탄을 쏘았지만 전부다 베였다.


 "너의 선조인 호머 스프링필드는 마법사치고는 강했지. 하지만 넌 어려서 그런가… 그 마법사 가문의 혈족치고는 평범하구나."


 사실 빛과 어둠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것 같은 힐데는 어떤 마법사라고 해도 상대하기에 쉬운 상대가 아니다. 발키리는 애초 일반적인 침식체나 인간과는 달라, 마법 및 주술 계통의 스펠타입에 강력한 내성을 가지며, 물리적인 방어력도 엄청나서 약점이란 것이 존재하질 않았었다. 괜히 그녀가 과거 구관리국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전차처럼 몸으로 들이밀어 엄청난 속도로 적들이 무언가 준비하기도 전에 날려버리고, 영악하게 함정들을 파훼하며 적의 진형을 완전히 헤집고 다닌 그녀의 힘은 마왕들 사이에서도 악명높았다.


 그렇다고 스펠 캐스터가 힐데를 이기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무력화시켜야만 했다. 첫째로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하여 봉쇄하고, 둘째로 그녀의 버스터 코어를 망가트려 지속적인 배리어 형성을 중지하고, 셋째로 로워 레지스턴스 주문을 반복 시전해 단순한 유기물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트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마법사는 일찍이 메이 스프링필드나 마왕 코락스를 쓰러트린 세 용사들 중 하나인 데이돌론 정도만이 전부였다. 당연히 지금의 유나는 아직 무리다. 이는 레일리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유나에게 닿지 못하도록 힐데의 앞에 날면서 방해했다.


 "오히려 이쪽이 할 말이야, 전천사도 땅에 떨어졌군! 유나가 견습마녀라 그렇지, 메이였다면 지금쯤 우리가 이겼을거다. 너도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군!"

 "시끄럽다, 불닭."

 "뭐라, 이 녀석?!"


 힐데의 배리어가 어떤 유형의 공격을 튕길 수 있나 없나 몰랐었던 레일리는 단지 계속해서 불을 뿜어대며 촐랑거렸다. 짜증났던 힐데는 몸의 중심을 돌리면서 움직임에 페인트를 넣었다가 다시 튕겨나가듯 레일리를 찔러버렸다.


 "우, 우오오오오오옷!!"

 "흥…."


 바로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던 레일리였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저편에서 폭죽처럼 화염을 터트리며 나타나며 외쳤다. "…랄까, 농담이다! 하핫, 나는 불사조니까 그딴 걸로는 죽일 수 없다구!"


 힐데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밑의 상황을 봤다. 카운터의 힘을 사용하여 요정의 날개를 펼치곤 뉴얼론 입자를 퓨전 레이 스트림에 충전하던 지아는 에디들이 둘러싸 지키고 있었지만, 낫을 든 다른 마녀가 치후유와 서로 칼날을 튕겨내며 싸우고 있었다. 마사키와 미나토는 그 옆에서 치후유가 포위되지 않도록 원호했다.


 '음…? 저건 뭐지?'


 하지만 그녀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또 다른 존재였다. 전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여유로운 태도로 마치 관망하듯 미소를 지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초록색 머리의 마녀가 보였다.


 힐데는 그것을 보고서 왠지 모르게 엄청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었다. 사실, 여기에 관리자가 있다면 그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적이 분명한데, 어떤 트릭을 쓸지 모르는 마법사를 견제하지도 않고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둔다고?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지금 이 상황에 대신 보낼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다… 방금 전에 봤었던 로자리아는 오지도 않았다. 만일 그녀까지 가세하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오로치와 빨리 협공해서 망령을 부리는 저 녀석의 관을 부숴야 할지도. 아니… 퓨전 레이 스트림이 중간만 차지되도 오로치가 차원문을 바로 열도록 준비해야겠어.'


 거기까지 판단했던 힐데는 오로치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육 분 정도 기다리면 퓨전 레이 스트림의 충전이 완료된다. 오로치, 이 분 정도 뒤에 모두와 함께 이탈할 수 있도록 준비해줘."

 "흠… 괜찮겠지. 알겠다."


 그렇게 말하고 힐데는 바로 라우라의 관을 향해서 듀얼 블레이드를 치켜들어 낙하하였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관을 부숴서 사령술을 멈추고, 자신들을 방해하는 마녀들을 눕힌 뒤에, 시간이 지나서 지아가 런쳐를 발사하기만 하면 끝나게 되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힐데의 칼날은 그대로 막혀졌다.


 "…도대체 어디에 갔었나 했었더니."


 조심스럽게 이곳에 워프하면서 나타난 코핀. 그리고 갑자기 데스볼을 엔진에 던져서 침몰시켰던 로자리아. 여태 마녀들과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던 그녀가 라우라의 관이 파괴되기 직전에 나타나며 방해했던 것이다. 하얗고 조그만 검지로 힐데의 칼날을 막아내었던 마왕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누가 왔었는지 궁금해서 말야, 그래서 잠시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지. 여기에 온 녀석은 고작 너랑 오로치에… 흐음! 그게 전부인 것 같구나. 보아하니 시무르그와 저주받은 반침식체는 여기에 없는 것 같군. 걔들은 어디로 갔느냐? 아포크리파? 아니면 에덴?"


 힐데는 표정을 구기곤, 칼날을 튕기면서 뒤로 물러났다. 일단 지아가 런쳐를 첨탑에 쏘면 작전목적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여기서 귀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오로치의 주술에 걸렸는데, 로자리아와 마녀들이 가세했으니 퇴각할 때에 방해받을 게 뻔해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짜 한솔을 데려올 걸 그랬어. 아니, 이수연이라도 살아있었다면….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최악의 경우는, 지아가 퓨전 레이 스트림을 발사한 직후에 내 몸으로 로자리아를 막아서 모두를 여기에서 탈출시킬 수 밖에 없어.'


 상황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갔다. 힐데는 그대로 로자리아를 대놓고 무시하듯이 하늘에 수직으로 솟아올라, 허공을 밟고 몸을 박차고 달려나가듯이 그대로 라우라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오로치를 향해서 외쳤었다.


 "작전변경이다, 오로치! 로자리아를 잠시 상대해다오, 네가 마법사들을 상대하기엔 효율적이지 못해! 그리고 내가 신호를 보내면 아까 부탁한 주술을 써줘!"


 오로치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그래주마. 뭐… 반쯤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는, 로자리아를 향해 엘리자베스에게 가르쳐 준 기술을: 성수의 기운을 집중시키며 구체를 만들어냈다. 신성침식체인 세라펠엔 어떤 피해조차 주지못할 기술이나, 순수한 마왕인 로자리아에겐 이런 신성을 통한 공격이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오랜만이야… 마지막에 너와 싸웠을때가 이백 년 전이었던가? 하… 오로치, 네가 감히 나에게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느냐?"

 "오호라, 첩에게 그렇게 당돌히 말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네녀석도 전혀 성질이 죽지 않았구나! 음, 건강해서 보기 좋아! 다만 우리가 널 얼마나 많이 격퇴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

 "시, 시끄러! 왜 옛날 얘길… 그래봤자 이젠 너 혼자 남았잖아!"


 로자리아는 왠지 마왕의 위엄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 꼬마처럼, 왠지 즐거운듯이 혹은 열받은듯이 손에서 데스볼을 만들며 오로치에게 대답했다. 성수의 에너지를 밀집한 오로치와, 마왕의 정수를 응축해 던지려는 로자리아. 파란색 구체와 보라색 구체가 양쪽에서 팽창하며 보석처럼 빨간 하늘을 그 빛으로 물들여냈다.


 힐데가 돌격하는 도중에, 녹은 얼음에서 풀려버린 검은 손들이 솟아오르자 전신을 돌려내면서 양손의 하얀색 블레이드와 검은색 블레이드를 폭풍처럼 회전시켰다. 그녀가 자주 애용한 기술, 블레이드 스톰이다.


 검은 손들은 완전히 갈가리 찢겨, 라우라를 크게 당혹감에 빠트렸었다. 그녀가 외쳤다. "자, 잠깐… 어째서? 발키리란 이렇게 강했던가? 안 돼, 막을 수 없어!"


 유나가 그것을 보곤 스태프를 앞세우며 그녀에게 날아갔다. "가지 않으면… 라우라가 위험해!"


 "잠깐, 유나! 마법사가 경솔하게 전방으로 달려가지 마라!" 뒤에서 레일리가 소리쳤다. 힐데는 미친듯한 속도로 몸을 돌리다가, 그대로 하얀색 블레이드를 다가오는 유나를 향해 던졌다. 그것은 제대로 유나를 향해 날라갔다!


 "…아, 읏! 이, 이런!" 갑자기 날라오는 검에 당황하여 유나는 반사적으로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왼손을 대고, 오른손으로 몸체를 꽉 잡고서 칼이 날라오는 방향을 향해 대었다. 안전히 막긴 했지만, 힐데의 검은 그대로 기계장치를 가르듯 쪼개버리며 박혔다. 한편, 걱정되어 그걸 멍하니 보고 있던 라우라는….


 "으, 크억!" 그대로 멈추지 않고 달려들는 힐데에게 명치를 무릎으로 맞고선 기절해 버렸다. 죽이진 않았다. 그리고 힐데가 검은색 블레이드를 다시 접듯이 잡고는 위로 솟아오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쟤가 강령술을 썼군…." 라우라를 쓰러트린 힐데는 그대로 망자들이 누우면서 망령들도 전부 흩어지듯 빠져나가는 것을 봤다. 다만, 눈길을 돌리자 에블린이 이상한 마법진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힐데는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와 아직도 치후유와 싸우는 잉그리드를 번갈아 보면서 고민했다. '저 녀석이 뭘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좋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아. 하지만, 치후유와 낫으로 대등히 싸우는 저 마녀는 도대체… 저쪽이 더 급한가.'


 지금 힐데가 선택한 모든 결정은 전부 최악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쨌건, 그녀는 그대로 허공에서 몸을 기울이듯 기잉거리며 직각으로 회전하더니, 이내 강철의 날개로부터 엄청난 힘을 방출시키며 그대로 지상으로 돌격했다. 잉그리드를 먼저 제압해야만, 모두가 탈출할 때 귀찮게 들러붙지 않을 것 같이 보여졌다.


 "치후유, 더는 시간이 없다! 빨리 끝낼 수 없다면 내가 대신 녀석을 상대해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힐데는 검은색 칼날을 잉그리드에게 찌를듯이 들이밀었다. 위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낫과 칼을 튕겨가며 서로 거의 대등한 싸움을 했던 둘은 급하게 거리를 벌렸다.


 힐데의 칼날은 어둠의 손톱과 같이 잉그리드를 향해 내려쳤지만, 곧 돌처럼 강한 피부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힐데가 중얼거렸다. "뭐야 이거… 스톤 스킨? 설마 치후유의 카타나가 베질 못했던 이유도…?"


 그러자 힐데의 뒤에서 섰던 치후유가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면목없습니다, 힐데 공. 이 검으로 베질 못하는 건 없다고 자신했었던 제가 부끄럽군요."


 "너무 신경쓰지 마라,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고 무사는 검을 가리지 않는다. 단지 급하니까 내가 대신 맡는 거다." 힐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하였다. '거짓말을 해버렸군… 이런 앨터레이션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상대는 저 정도의 검으로선 이길 수 없어. 치후유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냐. 그래도 저 소녀는 자신의 무사도로 이런 상대들에 대적해 어떻게든 버텨왔었던 것이겠지만….'


 힐데는 검은색 블레이드를 계속해서 휘두르며 잉그리드를 몰아세웠다. 치후유처럼 일섬으로 상대를 베어내려고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취하는 게 아니라, 아예 자신의 검이 튼튼한 아티팩트라는 점을 이용하여 상대의 무기를 자신의 무기로 부러트릴려는 것처럼 계속해서 힘으로 두들기는 모양새였다. 사실, 레긴과 파프닐이 어떤 특수한 기능도 없는, 아티팩트치곤 수수했는데도 힐데에게 애용되는 이유가 바로 그에 있었다. 투박하나 단단했기 때문이다.


 "가, 강해…! 나는 신성한 힘 주문을 썼었는데 완력에서 밀리다니…!" 잉그리드는 계속해서 망치처럼 찍어내리는 힐데의 공격을 엄청 힘겹게 막아내면서 중얼거렸다.


 "마법사 주제에 근접전을 하는 게 아냐!"

 "으~응, 그래도 이게 재밌어서 말야. 전설의 발키리에 도전할 수 있다니, 그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구?"

 "도전…? 발할라의 이름이 어지간히 얕보여졌나 보군. 그렇다면 나도 장난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그렇게 하고는, 힐데는 그대로 일부러 막을 수 있게 느리게 양손으로 검을 잡고는 머리 위로 들어서, 그대로 내려쳤다. 잉그리드는 당연히 낫을 대면서 공격을 막았지만, 애초에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바로, 힐데는 강철의 날개를 그대로 기긱거리며 더욱 점화시켜서, 몸을 그대로 아예 몰아붙였다!


 "자, 잠깐! 그거 반칙…!"


 마치 로봇과 로봇이 그대로 서로의 기체를 대고 있는 상황에서 부스터를 써서 밀어버리듯이, 지금 힐데는 그대로 자신의 부스터로 압도적인 추진력을 사용하며 몸싸움에서 이겨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로켓과 같이 밀어붙이는 힘을 이길 수 없던 잉그리드는 그대로 넘어졌었고, 힐데가 쏘아붙이듯 말하며 그녀가 떨어트렸던 낫을 주웠다.


 "너도 마법을 쓰지 않았나? 나도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써야만 공평하겠지."

 "아… 그렇게 말하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긴 한데 말이야. 잠깐, 그거 내거야, 돌려줘!"


 힐데는 그걸 무시하고 낫의 지팡이 모서리로 그녀의 배를 찍어서 기절시키고, 그대로 하늘에 솟아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도대체 뭘하고 있는지 모를 에블린 뿐이었는데, 잉그리드를 쓰러트리는 것을 보고서는 그녀가 박수를 치면서 말하였다. "진짜 대단하네, 라우라도 잉그리드도 당해버렸어. 궁금한걸, 발키리들은 원래 이렇게까지 강한 거야? 그랬다면 왜 발할라가 몰락했을까…."


 "알 게 뭐냐. 너도 빨리 재워주지… 음?" 힐데는 갑자기 주위에서 마치 공간이 일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바로 지아쪽을 바라봤다. 처음에 엄청나게 강렬한 색을 발산하던 매우 큰 빛의 날개는, 이제 큐피트와 같이 작아져버렸다. 지아 본인도 지칠 정도로 집중했었는지 눈이 풀리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충전이 끝났다. 그리고 뉴얼론 입자로 인해 충전되진 퓨전 레이 스트림은, 오색으로 흔들리는 빛깔을 뿜어내며….


 "끝났어요, 이 일격으로서 탑을 부숴 보이겠어…!" 지아가 차원융해의 첨탑을 향해 그대로 쏘아버렸다! 발사되자 마치 공간을 지우듯 바로 밀려나가 탑의 표면부터 그냥 녹여내듯 뚫고, 중간층이 완전히 꿰뚫리며 무게를 받치지 못하고 구조물의 위쪽은 무너지며 붕괴해 버렸다.


 그건 일반적인 퓨전 레이 스트림 런쳐론 낼 수 없었던 화력이었다.


 "됬다!" 에디가 주먹을 쥔 팔을 크게 뻗었다 당기며 외쳤다. 그리고 총을 쏘던 린도 웃으며 말했다. "훗… 역시 회장이군."


 하지만 지아 본인은 머리의 땀을 닦으며 왠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는 모두를 보고 있었다.


 여태까지 뉴얼론 입자를 창조하며 충전시키던 과정에서 주위의 전황을 살펴보질 못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상황이 매우 불리하다는 걸 그녀도 어렴풋이 알아챘기 때문이다.


 런쳐가 첨탑을 함락시켰던 것은 주술과 마법을 쓰며 싸우고 있던 오로치와 로자리아도 목격했다. 하지만, 무언가 정말로 미묘하게도… 로자리아는 왠지 분하지도 않은듯이 그냥 중얼거렸다. "흥… 뭐 나름대로 괜찮았다. 조금은 칭찬해주지. 적어도 이렇게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만 내가 회유하려고 했다는 이유가 되니까 말이야."


 그런 이상한 반응을 보고, 오로치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로자리아 녀석… 무슨 꿍꿍이지? 지기 싫어하는 녀석의 성격치곤 왠지 낯설은 반응이야….'


 "칫… 원래라면 지금쯤 오로치가 준비를 끝내고 모두와 함께 나가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힐데는 얼굴을 구기면서 그대로 잉그리드의 낫을 에블린에게 부메랑처럼 던져버렸다. 에블린은 공기를 가르듯이 회전해 날라오는 낫을 그대로 보다 손가락을 향하더니, 스펠을 쏘며 그것을 멈췄다. 운동에너지가 사라진 낫은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어라, 너무 거칠은 거 아니야? 우후훗, 그런 여자는 남자들이 싫어해."

 "이상한 헛소리는 관둬라, 마녀."


 힐데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에 쥔 검을, 왼쪽 어깨 위까지 올렸다가 그대로 대각선으로 가르며 고쳐 잡았다. 자신의 뒤로 유나와 레일리가 올라왔지만 무시했다. 스태프를 잃은 유나는 더이상 프로미넌스 같은 위협적인 스펠을 시전하질 못하는데다, 레일리가 뿌리는 작은 파이어 블래스트는 힐데의 배리어에 전부다 막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저항은 관둬라, 괜히 크게 다치기 싫다면."


 하지만 힐데의 말을 듣고서 에블린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이미 졌어."


 "뭐?"

 "졌다니까. 마녀지만 속임수를 쓰긴 싫어서 정정당당하게 알려주는 거야."

 "그딴 허세가 나에게 통할 거 같나?"


 하지만 에블린은 웃었다. 지금, 유나와 힐데와 그녀가 일렬로 선 지금이 바로 그녀에게 있어선 승리의 순간과도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곧, 그녀가 천천히 몸을 뒤에 물리며 빠졌다.


 "가소롭게 도망치기는!"


 힐데로선 어떻게든 로자리아를 제외한 마녀들을 전부다 제압해야만 했었다. 그래야 오로치가 귀환주술을 준비하는 동안에, 자신이 로자리아를 묶고는 안정적으로 시간을 끌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에블린은 그녀의 성급한 태도를 보고서, 정확한 목적을 알 수 없었긴 했어도 그녀의 행동패턴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힐데는 함정에 완전히 빠진 것이다. 에블린은 뒤로 도망치는 척하며, 자신의 앞에 거대한 텔레포트 포탈을 시전했다.


 "음? 이건…."


 힐데는 잠시 주춤거리며 검을 잡았다. 도대체 이걸 지금 상황에 뭐하러 쓰는 거지? 게다가, 여태까지 고작 이것을 준비하고 있었나? 그렇다고 뭔가 위협적인 소환수가 차원문의 저편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가속력을 줄이려고 했던 힐데였었지만, 바로 뒤에서 유나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가 바로 등 뒤에서 느껴졌다.


 "리미트 해제… 팬텀 피닉스!" 유나건 레일리건 지금은 딱히 어떠한 위협도 되질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 바로 힐데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온 몸을 불태우며 그대로 달려드는 거대한 불사조에게 그대로 밀려 버리며, 힐데는 그대로 차원문의 저편으로 레일리와 함께 빨려 들어갔다.


 "이, 이 녀석들이…! 안 돼!!"


 사실 레일리의 힘으로선 힐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절대 주지 못한다. 하지만 육탄전에서 밀치는 것만은 불가능하지 않았고, 더욱이 가속하고 있었던 그녀를 같은 방향으로 떠미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포탈의 위에서 에블린이 내려보다가 피식 웃고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거봐, 음… 내가 이겼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당신이 졌네. 그렇지?"

 "이, 이게…! 어떻게 이딴 멍청한 실수를 했…"


 힐데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레일리와 함께 포탈의 저편으로 빨려 들어갔고, 에블린은 완드로 톡톡 치면서 닫아버렸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레일리가 그대로 유나의 옆에서 다시 나타났다. 애초 불사조였기에 다른 이면세계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자폭하고 다시 이곳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잘했다, 에블린! 역시 마녀들의 귀감이야!"

 "후후… 뭘, 유나가 도와준 덕분이지."


 반면, 로자리아와 싸우다가 힐데가 당했던 것을 본 오로치는 단지 멍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Next): https://arca.live/b/counterside/64336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