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안토니
[별명] 아득한 길의 탐색자
[성별] 남
[키] 186cm
[생일] 4월 28일
[출생지] 북방의 한 마을
[속성] 숲
[소속 조직] 북방
[전투 방식] 자연의 힘 술식

조종사한테서 안토니 씨 얘길 들었을 땐 엄청 내성적인 사람이겠구나 했었어. 그... 혼자 방에 콕 박혀서 책만 읽는 학자 같을 거라고 생각했달까... 그러다 안토니 씨가 콜로서스에 오고 나서야 난 내가 엄청나게 잘못 알고 있었단 걸 깨달았어. 안토니 씨가 온 날, 콜로서스 구경을 시켜 주면서 여기 일상생활은 어떤지 설명 중이었는데, 안토니 씨가 잘 걷다가 갑자기 바닥에 납작 엎드리더니 커다란 돋보기를 꺼내 드는 거야. 그리곤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벽을 조금씩 살펴보더라고. 입으론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깜짝 놀라는 바람에 소개하려고 했던 내용들을 싹 다 잊어버릴 뻔했었다니까...
다행인 건 안토니 씨가 붙임성이 좋은 편이었다는 거야. 내가 살짝 얼떨떨해 있으니까, 계속 사과하면서 사실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콜로서스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대돼서 그런 거라고 설명해 주더라. 안토니 씨는 자기 근처에 콜로서스 같은 미지의 무언가가 나타면, 그게 암귀의 뱃속에 들어 있다고 해도 아랑곳 안 하고 연구할 생각만 머리에 가득할 거야.
역시 지식욕이란 건 정말 무서운 거라니까...
──바이스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줄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겼다는 거겠지! 나라는 사람 자체는 화젯거리로 삼을 만한 놀라운 사정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말이야... 내가 가진 지식은 모두 독학으로 얻었어. 내 선생님은 마을 형, 누나, 어른들은 물론, 경험이 풍부한 장인들, 다른 사람들이 필요 없어 하는 책들이었어. 그리고 이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귀한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책이었어. 책엔 저마다 내가 탐험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세계가 잠들어 있었거든. 내가 14살이 되던 해, 북방과 바깥세상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영주는 마을에 읽기·쓰기 교실을 세웠어. 덕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수업을 들으러 가서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더 많은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었어. 그리고 행상인이나 시장을 통해 접하게 되는 서적의 종류도 훨씬 더 다양해졌어. 역사, 식물, 기계... 그렇게나 많은 새로운 세상이 나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 준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변방 사람인 내가 가장 큰 흥미를 느낀 건 바로 천문학이었어. 태양은 어떻게 떠오르고, 별은 어떻게 저물고, 북방의 오로라는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웅장하게 지어진 고대 문명들이 바라봤던 드넓은 밤하늘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지 같은 것들 말이야. 북방에는 세계의 기원과 관련된 전설이 여럿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 전설들에 숨겨져 있는 가치와 관계없이 난 전설들의 진상 그 자체에 이끌렸어. 그리고 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익히기 위해 지식욕을 품고 북방을 떠나 대륙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어. 털어놓기 상당히 무안한 일이지만, 전에 난 내가 나름대로 충분히 지식을 갖췄다고 생각해서 백야성의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응시했던 적이 있었어.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어. 날 담당했던 시험 감독관은 고작 이 정도 수준으로 백야성의 아카데미에 다니겠단 꿈을 꾼 거냐면서, 돌아가서 백야성의 역사와 교의나 수십 번 필사하라고 호통을 쳤었지.
하하하, 아직 배워야 할 게 한참 많았던 거야.

사실 시험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그때의 나한테는 백야성에서 학업의 길을 걸을 만한 능력은 없었어. 다른 사람들한테 내 여행은 그냥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걸로 보였을 거야. 그렇지만 난 확실히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배웠어. 이런저런 곳들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배움의 길 중 하나니까 말이야. 게다가 난 여행을 통해서야 비로소 이 세상엔 나처럼 무언가를 탐구하는 게 취미인 오로리안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그중에는 귀족 출신 학자, 지하성의 엔지니어, 그리고 사막을 누비는 탐험가와 신출귀몰한 비밀 조직의 일원도 있었지. 우린 기묘한 소리를 내는 유적을 조사했고, 사람의 말을 하는 암귀를 만났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밤하늘을 관측했어. 단지 서로의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결국에는 각자 제 갈 길을 가게 됐지만 말이야. 결국 「학문의 길」이란 건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법이거든.

내가 조사에 매진하는 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야. 난 고대 유물을 손에 넣거나 내 이론이 널리 알려지거나 하는 일 같은 데엔 연연하지 않아. 진상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충분히 벅차오르거든. 지금의 아스트라에서 이런 사고방식은 꽤 별종 같겠네. 난 백야성에서 열린 강연을 들었던 적도 있고, 진리의 결사의 일원을 만난 적도 있어. 그래서 그들이 서로 뭘 주장하는지도, 서로 부정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두 관점 모두 진상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견해는 일시적으로 갈라져 나뉘었지만, 모두 이 세상에서 비롯된 거니까 말이야. 이 아스트라 대륙엔 백야성과 진리의 결사처럼 서로를 배척하는 파벌과 조직이 상당히 많아. 만약 모두가 갈등을 내려놓고, 서로가 지닌 지식의 파편을 하나로 맞춘다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지혜가 수면으로 드러날지도 몰라. 우리가 북방에서 알게 된 사실들은 결국 세계의 비밀을 극히 일부만 보여 줬을 뿐이야. 아직 수많은 진상들이 자신을 발견해 주길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