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33호
[별명] 고독한 유적지기
[성별] 여성
[키] 145cm
[생일] 4월 9일
[출생지] 알 수 없음
[속성] 번개
[소속 조직] 무소속자
[전투 방식] 바이오닉스 암

33호 씨를 처음 봤을 땐 진짜 깜짝 놀라서 멍해졌다니까. 그 형태나, 사용된 기술 수준이나 전부 일루미나에서 소문으로만 들어 봤던 비밀 프로젝트보다도 훨씬 대단해 보였거든. 나도 모르게 만져 보고 싶어졌을 정도였어! 근데 같이 조금 지내보니까, 비록 33호 씨가 존재하는 방식은 무척 특이하긴 해도, 본질적으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랑 같은 오로리안이란 걸 알 수 있었어. 조종사 말로는 33호 씨는 고대 유적의 수호자인데, 기계 몸으로 개조된 오로리안이고, 지금까지 사람도 없는 지하에서 혼자 지냈었대. 말만 들어도 엄청 쓸쓸했을 거 같아. 나였다면 얼마 못 버티고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말았을 거야. 다행인 건 33호 씨가 이젠 자기만의 길을 찾았다는 거야. 콜로서스에 있는 모두라면 지상에서의 생활을 보고, 느끼고 싶어 했던 33호 씨의 소망을 이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난 그렇게 믿어.
참, 33호 씨, 혹시 건강 관리 장치 하나만 좀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관리 대상의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줄 테니까 이쪽으로 조금만 가까이 와 줘.
──바이스

제 말투가 살아 숨 쉬는 오로리안 같지 않고 기괴하십니까? ...사리에 맞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저는 연산력 절감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고정된 대화 패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모든 인식 과정은 저장 장치에 의존해 진행됩니다. 따라서 저장 장치의 관련 데이터가 최적화 혹은 제거될 경우, 해당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다음 예시를 참고해 주십시오. 저는 제가 개조되기 이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저를 창조한 문명이 어떠한 문명이었는지 알지 못하며, 해당 문명이 맞이한 결말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저는 제 기원에 대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단순한 분석에 기반한 추정에 따르면, 저는 과거에 다른 오로리안과 동일하게 가족과 친척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제 외형과 음성은 최초의 상태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외형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두 가지를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모습은 진화에 의한 선택으로, 저는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두 번째 답변은... 저는 해당 답변에 침묵을 유지하겠습니다.

제 특별한 외형과 제가 보여 드렸던 모든 것들은 한 가지 사명을 위해 움직입니다. 제가 33호로 개조되었을 때, 저는 이미 지하 시설에 놓여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뜬 저는 이전에 발생한 일들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심지어는 제 본명 역시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외장 스토리지를 통해 지하 시설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과정을 파악하고, 「지하 시설을 유지하고 북방을 수호하라」는 유일한 명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북방은 매우 중요하고 특수한 지역이므로, 북방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오로리안의 존속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 운명을 일종의 속박이자 희생으로 여기신다면, 이곳을 위해 희생한 개체는 저 하나뿐만이 아니며, 이와 다른 형식의 희생 역시 수많이 존재하였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하 시설에서 작업을 갓 시작했을 무렵의 저는 북방의 방어 체계를 유지하라는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굳건하게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시설과 제 신체가 파손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자가 복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급량이 불충분해지기 시작하면서, 저는 시설의 핵심 기능 유지를 위해 불필요한 모듈을 해체해 사용했습니다. 해체 후 시설 유지에 사용된 부품에는 제게 사용된 부품 역시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파손된 시설은 점차 많아졌습니다. 제 결함도 어느새 증가해, 결국에는 중요한 모듈까지 오류가 발생했고, 파손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저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저는 망연자실한 채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통증의 원인이 합선인지, 피로인지, 아니면 무질서 때문에 발생한 초조함인지 밝혀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하는 여전히 고요했고, 제 목소리는 그 어떤 대답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결국 이 「통증」이 고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하 시설의 노후화가 가속화되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더 긴 휴면 상태에 빠져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뜬 후 제가 마주하게 된 것은 더 절망적인 결함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독과 피로 속에서 저는 점차 저항을 포기하고, 무의미한 오류가 저 자신을 집어삼키도록 방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누적되던 오류가 드디어 지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알리나 씨를 알게 되었고, 그녀가 용감하면서도 고결하게 백 년 전의 사건을 수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이기심 때문에 저는 자리야 씨를 상처입혔고, 그녀가 짊어지지 않아도 될 무거운 짐까지 떠맡겨 버렸습니다. 여파가 계속해서 발생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조종사님, 저는 얼마 전부터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제게 선택지가 있었다면, 차라리 완전한 기계의 몸이 되는 편이 모두에게 훨씬 더 나은 일이 아니었을까요? ...완전한 기계는 선택을 할 수 없지만, 오로리안은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군요...